Share

제 2199화

Auteur: 유애
놀잇배

원경릉은 태평성대에서 자랐으나 북당에 와서 이미 수년간 몇몇 일을 알게 되었고 특히 국가적 단위와 관계되는 것은 고상한 척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국가의 흥망은 필부의 책임’이란 말은 입에 발린 구호가 아닌 것이 나라의 평화는 선혈을 흘리고 목숨을 바친 대가이기 때문이다.

내일 주명양을 처단한다고 해서 우문호가 말했다.

“집안에 며칠 가만히 있었으니 내일 당신을 데리고 가서 바람 쐬려고 하는데 우리 둘이 가자 괜찮지?”

“어디 가는데?”

원경릉은 사실 오매불망 경호에 가고 싶었지만 경호에 가려면 만두를 데리고 가야 한다.

“어디로 갈지 안 정했어. 그냥 바람 쐬러 나가게. 하룻밤 뿐이지만. 모레는 돌아와야 하거든. 그래서 경호는 못 가.”

우문호도 원경릉의 마음을 알고 있다.

마음속에 늘 경호가 걸리는 게 그곳이 집으로 돌아갈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모르는 건 경호가 원경릉에게 있어 단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일뿐 아니라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

주진의 말이 계속 원경릉의 마음에 남아 있다. 주진이 그렇게 MRI를 찍고 싶어 했던 걸로 봐서 분명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경호에 가지 못하니 원경릉이 말했다.

“어차피 하루뿐인데 우리 경성 근교를 다니는 건 어때, 아니면 농촌으로 가던지, 어때?”

“농촌?”

“응, 북당의 농촌,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 이렇게 오래 있었는데 진짜 농촌을 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원경릉은 원래 그냥 되는 대로 한 말이지만 이렇게 말하고 보니 상당히 기대가 됐다.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농촌에 가는 게 뭐가 어려워? 경성에도 농촌이 있는데 경성을 떠날 필요 없어.”

“그거 잘 됐다. 우리 내일 바로 출발하자.”

여기 모든 걸 떨쳐 버리고 우문호와 둘이 나가다니 기대된다.

원경릉의 눈에서 기쁨을 읽고 우문호는 많이 미안해 져서 그녀를 꼭 끌어안고 머리에 입을 맞췄다.

5년을 함께 하며 출정했던 시간을 빼고 거의 매일 같이 있어왔다.

우문호는 인생에서 갑자기 원경릉이 사라지면 어떻게 할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Chapitre verrouillé

Related chapter

  • 명의 왕비   제 2200화

    사랑의 속삭임사공과 점원이 노를 젓자 배는 점점 기슭을 떠나고, 우문호는 흥이 올라 가장자리에 엎드려 아래를 보며 말했다. “고기가 있나?”원경릉이 곁에 앉아 역시 칠흑 같은 수면을 보는데 별과 등불이 비치는 거 말고는 수면 아래는 사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우문호가 호수 표면을 손으로 젓자 낙엽이 말려들어 손끝을 맴돌다가 빠져버렸다. 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원경릉에게 미소를 지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기쁜 눈빛에 설렘을 느끼며 우문호 곁에 엎드리자 우문호가 그 여세를 몰아 안더니 얼른 원경릉의 입술에 키스했다. 미소가 입가에 피어나며 눈은 말할 수 없이 들떴다.좋을 때다.원경릉은 가슴이 조금 시큰했다. 오늘 밤 왠지 모르겠지만 오직 그만 바라보며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문호의 미소 하나 키스 하나까지 전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고 또 시큰하게 만들었다.원경릉은 한동안 우문호를 이렇게 본 적이 없었다.두 사람이 갑판에 누워 고개를 들고 밤하늘의 별을 보는데 마치 꿈처럼 아름답고 집에서 슬쩍 빠져나와 배를 타는 건 계획해 본 적도 없어서 죄책감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원경릉이 연한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에게 기대자, 남자다운 입술이 원경릉의 입술에 포개졌고 원경릉이 밀치며 말했다. “누가 있잖아.”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보는데 사공과 점원은 배를 젓는 데만 신경 쓰고 아예 그들을 보지도 않았다. 호수에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 어떻게 손님을 몰래 훔쳐볼 수가 있어?하지만 우문호도 더는 키스하지 않고 조용히 원경릉을 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원 선생은 물론이고 우문호도 이렇게 긴장을 푼 것도 오랜만이다.여전히 걸음걸음 긴장과 압박의 연속이지만 우문호는 전보다 상당히 가뿐했다. 적어도 주도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의 손에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약속대로 머리를 비우고 고민되는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원 선생, 벌에 쏘일 뻔했던 그때 기억나?” 머릿속에 몇 년 전 처음으로 같이 있던

  • 명의 왕비   제 2201화

    아름다운 밤뱃사공 부부가 야식을 만들어 살금살금 오더니 두 사람에게 먹으라고 건넸다.뱃사공 아낙은 대략 서른 살이 넘었고 늘 물에서 생계를 꾸리다 보니 걸을 때도 휘청거리는 게 습관이 들어 몸이 약간 흔들렸다. 대부분은 밤에 호수를 유람하고 낮에는 자기 때문에 피부가 희다.뱃사공 아낙은 솜씨가 좋아서 요리를 몇 개 만들었는데 고기볶음, 생선구이, 죽순 볶음에 민물 고기 죽도 끓였다. 우문호도 식욕이 동했다. 오늘 내내 밥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파 원경릉을 앉히고 뱃사공 아낙을 칭찬했다.“향이 좋은 게 분명 맛도 좋겠군.”뱃사공 아낙도 습관적으로 손님과 말을 주고받았으나 이 공자는 특히나 잘생겨서 그에게 칭찬을 받으니 순간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져 얼른 손을 젓고 말했다. “조잡한 요리지만 공자와 부인께서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앉아서 같이 먹을까요?” 원경릉이 불렀다.뱃사공 아낙은 손을 내젓고말했다. “아뇨, 아뇨, 같이 안 먹습니다. 저희는 있어요.”말을 마치고 부끄러워서 물러났다.갑판 위에 풍등이 하나 켜지고 요리는 전부 낮은 탁자에 놓였는데 두 사람이 양반다리를 하고 보료에 앉았다. 호수가 출렁이고 별빛이 물에 비쳐 반짝이는 걸 보니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이다.요리는 꽤나 입에 맞았는데 죽순이 연해서 딱 먹기 좋게 신선하고 부드러웠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잔뜩 집어주고 원경릉이 볼이 빵빵해지도록 먹는 걸 보니 즐거웠다. 원경릉이 먹으면서 뱃사공 부부와 점원이 유심히 살펴보니 배를 멈추고 저쪽에서 먹고 있다.그들은 가운데 냄비를 하나 걸어 놓고 반쯤 쪼그리고 둘러앉아서 각자 그릇을 하나씩 들고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뭘 먹는지는 안 보이지만 맛깔나게 먹는다. 뱃사공이 아낙에게 요리를 집어주는 동작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그녀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암묵적으로 몸에 배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세상이 다 고요한 이 느낌에 원경릉은 감동했다.강산이 무슨 소용 있고, 황제를 해서 뭐 하나

  • 명의 왕비   제 2202화

    검 대신 술원경릉은 처음에 둘을 좋게 보지 않았는데 인생은 참 기묘한 것이라 그들이 뒤에 고난을 함께 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래서 위왕이 다시 정화를 구할 줄 말이다.“모르겠어, 인연에 달렸지. 그들도 반드시 같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결국 정말 같이 있으려면 어떻게 서로를 대할 지 어려운 문제다.“헤어진다면 너무 안타깝다.”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은 여인으로 어떤 잘못은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반드시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정화는 겉으로는 유약해 보이지만 사실 자기 고집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이건 두 사람 일로 주변인은 그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는 말 외에는 끼어들어 간섭할 수 없다.원경릉은 얘기하다 보니 졸려서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서 잠이 들었는데 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품고 호수에 뜬 별 무리를 보자 마음이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이 평안하다.두사람이 나간 뒤 소홍천은 임소를 만나러 경조부에 갔다.원래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어쩌면 이번에 보지 않으면 영원히 툭 털어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소홍천은 임소를 죽이고 싶지 않다. 증오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렇게 오래 준비해서 겨우 잡았는데 임소가 죽지 않으면 쓰일 데가 있을 터다. 그래서 소홍천은 임소를 죽이지 않을 생각이었다.소홍천은 태자가 결정권을 자신에게 준 것에 감사했다. 우문호는 변한 적이 없고 그들의 우정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김을 받고 있다.우문호의 형제 같고 때론 친구 같은 우정이 있는데 임소가 배신하고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집착할 필요가 뭐가 있어?그래서 소홍천은 술까지 한 병 들고 그와 얘기하며 임소에게 충분히 변명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어쩌면 그러면서 얼핏 얘기가 새나올 수도 있으니까.심야가 되기 전 제왕은 아직 관아에 있는데 제왕 말고 박원도 있었다.“왔어?” 박원이 소홍천의 손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소홍천은 검대신 술을 가지고 온 것이다!소홍천이 박원에게 말했다. “당신도 있

  • 명의 왕비   제 2203화

    임소와 독대하는 소홍천박원은 정말 기분이 미묘한 게 그간 함께 지내면서 소홍천이 뭘 생각하는지 거의 짐작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줄곧 임소에게 뼈 속 깊이 원한이 맺혀 죽여버리고 싶도록 미워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소홍천은 오히려 술을 가져오다니 다시 옛 꿈을 되살리려고 하는 걸까?박원은 바보 같은 자신을 위해 쓴 웃음을 지었다. 제왕이 꼬드겨서 술이 몇 순배나 돌았다.소홍천이 감옥에 들어가자 그녀를 발견한 임소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임소는 철창 앞에 서서 소홍천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손에 든 술병을 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만찬인가? 그것도 좋지. 직접 날 저승에 보내주겠다는데, 당신을 배신했으니 이 목숨으로 갚으면 이제 앞으로 서로 빚진 건 없는 거야.”소홍천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쇠를 따고 감방 안 짚더미에 앉아 술병을 바닥에 던지더니 말했다. “앉아요, 한잔 하죠.”소홍천은 심지어 임소를 똑바로 보지도 않고 그가 와서 앉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바라봤다.그렇게 한동안 노려봐도 마음에 미동도 일지 않고 심지어 예상했던 미음마저 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오기 전보다 잠잠해졌다.소홍천이 술병을 끌러 임소에게 따라주고 평화롭게 말했다. “안심해요, 태자 전하를 대신해서 심문하러 온 거 아니니까. 당신이 절 처음 떠났던 그날 정말 궁지에 몰려서 어쩔 수 없는 거였나요? 저에게 한번도 사랑을 느낀 적 없었죠?”“지금 그게 여전히 중요한가?” 임소가 냉소를 지으며 여전히 눈을 치켜뜨고 비웃었다.소홍천이 슬픈 눈으로 마치 여전히 원망과 미움의 복잡한 정서가 있다는 듯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겠지만, 저에겐 중요해요.”임소가 소홍천을 한동안 보더니 마치 소홍천의 얼굴에서 그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려는 듯 보인다. 소홍천은 미움을 참고, 원망을 참고, 눈가의 눈물을 꾹 참으며 임소가 바라보게 놔뒀다.그리고 임소 얼굴에서 비웃음이 서서히 가시더니 말했다. “처음 당

  • 명의 왕비   제 2204화

    소홍천과 임소의 마지막임소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면 그럴 지도, 부정하지는 않아.”소홍천이 눈물을 닦으며 살구 같은 눈에 원한이 맺혀서 말했다. “도무지 모르겠어요, 무림맹의 맹주라는 귀한 신분으로 왜 독고에게 의탁해야 했던 거죠?”임소가 작게 말했다. “권세, 권력의 맛이지. 일단 한 번 맛보면 돌아갈 수 없어. 몇 년 전 무림맹에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몰려간 일이 있어, 그들이 누구한테 귀순했는지 않아?”“누구죠?” 임소가 거의 이를 갈며 말했다. “안풍친왕 휘하의 섬전위였어. 문파의 수많은 중견인들이 전부 그에게 귀순해 버리고 우리 문파는 갈수록 텅 비어 갔지, 그게 오래 지속되면 무림맹은 유명무실해지고 말 거야. 이에 비해 독고는 내게 약속해 줬어. 무랭맹의 맹주는 사실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당신을 후작으로 삼았나요?”임소가 오만하게 말했다. “후작의 작위는 단순한 신분일 뿐이잖아, 나한테는 의미 없지. 내가 원한 건 실질적인 지위야. 독고는 내게 삼군을 총괄하는 대원수의 자리를 약속했어.”소홍천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원수? 선비의 대원수인가요? 지금 독고는 선비에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정말 그가 북당을 점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독고는 병마조차 없는데 북막에 의지하면 북막이 그에게 뭘 나눠줄 수 있을까요? 당신은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것도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있나요?”“당신은 독고에게 병마가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아?” 임소가 바로 반박했다가 실언했다는 걸 알고 바로 말을 바꿔 말했다. “병마가 없어도 북당에 깔아 놓은 첩자가 있고 그의 지혜와 총명이 있으니 북막 사람도 그와 천하를 나눠야 할 거야.”소홍천이 임소를 노려보며 말했다. “독고에게 병마가 있어요?”임소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거 같아?”소홍천은 술병을 들고 일어서서 나갔다. 한 마디도 더 섞고 싶지 않았다.임소는 소홍천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분노가 일더니 말했다.

  • 명의 왕비   제 2205화

    프로포즈소홍천은 옷을 펄럭이며 나가서 경조부 사람에게 말했다. “왕야와 박대인은 어디서 술을 드시는가?”“관아 후원 정자에 계십니다.”소홍천이 관아 후원으로 가는데 경조부에 올 때는 마음속에 별별 감정들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평온하고 심지어 어떤 게 날아가고 떨어져서 몸이 훨훨 가벼워졌다.관아 후원으로 들어가니 정자 쪽에 사람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가 보이는데 성큼성큼 그쪽으로 가자 박원이 막 고개를 들고 소홍천을 봤다. 그녀가 기쁘고 명랑한 표정으로 오는 걸 보고 박원의 마음속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임소를 만나고 나더니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거야?제왕도 보고 바로 박원을 위로하며 말했다. “못 본 척 해. 다시는 상대도 하지 말고.”제왕도 박원을 대신해 화를 내며 소홍천이 보는 눈이 없다며 박원이 좋아해 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며 임소는 쓰레기라고 했다.그런데 소홍천이 바로 박원 앞으로 오는 기세에 박원이 놀라 얼른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가만히 소홍천을 바라봤다.소홍천은 마음먹은 건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결연한 마음으로 말했다. “박원, 전에 날 아내로 맞겠다는 말, 진짜예요 아니에요?”박원이 이 말을 듣고 눈이 커지고 입이 쩍 벌어지는데 제왕도 마찬가지라. 두 사람이 일제히 소홍천을 보고 자극받았나?“말해요!” 소홍천이 급하면서도 조심스럽고 민감한 눈빛이다. 혹시라도 자신을 배신할 까봐 대답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박원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당신이 만약 혼인해 준다면 난 어떤 험한 일이 있어도 당신을 아내로 맞을 겁니다.”소홍천이 뒤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중매인을 찾아 길일을 잡은 뒤 홍매문에 와서 청혼하세요.”얼굴에 우아한 분위기가 퍼지며 입꼬리에 꽃 같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박원이 멍하니 소홍천의 뒷모습을 보며 제왕에게 중얼중얼 말했다.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저한테 그녀를 아내로 맞으라고 했죠?”제왕이 가슴을 치더니 말했다. “얼른 쫓아가 정확하게 물어, 소홍천

  • 명의 왕비   제 2206화

    습격원경릉이 돌아보더니 배에는 뱃사공과 아낙이 한쪽 구석으로 가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하면서 웃는다.고요하면서도 편안한 밤이다.원경릉이 고개를 돌리자 우문호의 눈에 순식간에 예리함이 번쩍하다가 바로 평정을 회복하는 게 오히려 원경릉의 불안을 가중시켰다.“자기야 오늘 밤 무슨 일 있어?” 우문호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응? 무슨 일?”“오늘 밤…… 그냥 단순히 놀러 나온 거야?” 원경릉은 나올 때 우문호가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어서 였던 게 생각났다. 원래는 내일 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준비한 게 없다.단지 요즘 정국이 지나치게 긴장돼서 원경릉이 신경이 좀 예민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말했다. “딱히 준비한 거 없어.”“그럼 됐어!” 원경릉이 그제야 웃었다. 이런 밤 뭔가 의외의 일이 일어나는 게 싫다.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원 선생과 나가서 바람 쐬고자 한 거지만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집을 나설 때 누군가 미행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물론 나장군도 암암리에 수행하고 있고, 미행을 발견하지 마자 다시 돌아갈까도 싶었지만 원 선생의 들뜬 얼굴을 보고 차마 그럴 수 없었다.지금 우문호는 그들이 오늘 밤 사고 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으로 이 밤을, 자신과 원 선생의 약속을 깨지 말기를 바랐다.하지만 보기 좋게 그의 소원은 어그러졌다.놀잇배 몇 척이 순식간에 노를 저어오더니 호수의 고요함을 깨뜨리고 평온한 밤을 산산이 부서뜨리는 살기에 우문호는 얼른 원경릉을 일으키고 다가오는 놀잇배를 주시했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약속하자마자 위험이 닥쳐 놀라서 어쩔 줄 몰라 말했다. “자기가 계획한 거야?”“아니, 상대가 은밀하게 따라왔어.” 우문호가 미안해 하며 원경릉을 선실로 보내더니 말했다. “안에 숨어서 나오지 마.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귀영위가 보호하고 있으니까.”원경릉은 자신의 무공이 형편없어서 우문호 곁에 있으면 발목만 잡을 뿐이란 걸 알고 돌아

  • 명의 왕비   제 2207화

    불화살화살이 날아들어 불바다를 이루니 우문호가 불화살이 배 선체에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없어 불길은 빠르게 타 들어갔다.아낙이 당황하며 소리치는데 말했다. “내 배, 아이고 내 배!”아낙이 달려나가려고 하자 원경릉이 얼른 잡더니 급하게 말했다. “나가면 안 돼요, 위험해요!”아낙은 원경릉에게 잡혀 두 눈 멀쩡히 뜨고 화살이 자신의 생명줄 같은 배에 떨어지는 걸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데 분노로 원경릉을 밀치고 넘어뜨린 뒤 욕하며 말했다. “전부 너 때문이야, 이 악마들, 어서 가, 가버리라고. 그럼 저 사람들이 우리를 놔줄 거야.”아낙은 손아귀 힘이 강해서 원경릉의 얼굴과 머리에 따귀를 때리자 원경릉은 피하지도 못하고 밀 수밖에 없었다.아낙이 바닥에 쓰러져서 대성통곡했다.뱃사공은 자신의 아내가 원경릉에게 떠밀려 바닥에 쓰러진 걸 보고 분노가 치밀어 노를 들고 와 때리는데 선실이 좁고 노는 큰 지라 원경릉은 피할 데가 없어 뱃사공이 머리를 때리는 대로 맞고 하늘이 뱅뱅 돌고 눈앞이 깜깜해졌다.뱃사공이 분노해서 원경릉을 때리고 다시 때리려고 노를 들어 올리는데 원경릉은 우문호가 자기때문에 정신을 뺏길까 봐 뱃사공에게 미안한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손으로 노를 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원경릉은 내공이 없었지만 위급한 상황에 발휘되는 힘이 적지 않아서 바로 뱃사공은 바닥에 쓰러졌다.아낙이 똑바로 일어났다가 남편이 넘어진 걸 보고 화살에 맞은 줄 알고 소리치며 달려갔다.원경릉이 고개를 돌리자 불화살이 날아드는 게 보이고 놀라서 엎드리며 뱃사공 아낙을 바닥에 밀쳐 그 화살을 피하게 했다.하지만 아낙은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발로 차더니 죽을힘을 다해 뱃사공 곁으로 갔다. 휘청휘청 일어섰는데 원경릉이 보니 아직도 화살이 빗발치고 있는지라 간이 콩알만 해져서 소리쳐 부르는데 화살 한 대가 날아와서 아낙의 팔에 꽉 꽂혔다. 아낙은 바닥에 쓰러지고 뱃사공은 미친 듯이 울부짖는데 노를 들고 날아오는 화살을 막고 아내를 일으키려 했다.원경릉이 이미 한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