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049화

작가: 유애
원경릉을 죽이려는 못난이

원경릉은 못난이의 손을 치우고 고개를 돌려 못난이의 얼굴을 봤다. 못난이 얼굴은 한 덩어리로 비틀려 있어 쭈글쭈글 주름 진 것이 아주 흉악하고, 세모난 눈에선 흉악한 빛을 쏘는 게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악의가 느껴진다.

원경릉은 원인 모를 충격을 느꼈다.

“못 들었어?” 못난이가 날카롭게 말했다.

원경릉이 마음을 가다듬고 차갑게, “너네 공자를 과대평가 했구나!”

못난이는 원경릉의 턱을 쥐고 벽으로 밀어붙이며 흉악한 눈빛으로, “공자를 헐뜯거나 무시하기만 해봐.”

원경릉은 호흡이 곤란해서 손을 들어 못난이의 얼굴을 때리고 무릎을 찍어 못난이의 배를 때리려고 했으나, 원경릉의 하룻강아지 같은 무공으론 못난이 따귀를 때리는 게 고작으로 발을 들자 못난이가 한걸음 물러나 원경릉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차서 원경릉은 고통으로 눈물이 찔끔 나고 종아리 뼈가 부서진 느낌이다.

이때 못난이 어깨에 검 한 자루가 닿는데 등뒤에서 조용히 사식이의 차가운 얼굴과 분노한 눈이 드러났다. “원 언니를 풀어줘!”

못난이가 흥 하고 깔보며 원경릉을 풀어주고, “뭐 하는 것들이야!”

사식이가 분노해서 따귀를 때리며, “넌 뭘 믿고 지랄이야?”

못난이가 지기 싫어서 바로 받아 치고 사식이와 못난이가 싸우기 시작했다. 사식이는 이 참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으나 못난이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어서 맨손으로 사식이의 검을 상대로 결코 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이리 나리에게 몇 초식을 배우긴 했지만 두 사람이 계속 싸우면 사식이가 못난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마음이 급한데 이층에서 홍엽의 화난 일갈이 들렸다. “못난이, 물러서!”

못난이는 마침 사식이를 궁지에 모는 순간이라 홍엽의 목소리를 듣고 내키지 않는다는 아쉬운 눈빛으로 물러서며, “공자 잘못했습니다!”

홍엽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내려와 잘생긴 얼굴이 분노로 가득한 채 못난이의 따귀를 때리더니, “누가 손대랬어?”

못난이는 사납고 고집스런 눈빛을 거두고 따귀를 맞고도 아무 변명도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050화

    다리를 다친 원경릉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긴장한 눈빛으로, “왜요? 상처 심각해요?”원경릉이 두 걸음을 걸어보려 했으나 여전히 욱신거리는 통증이 분명 골절이다. “괜찮아요, 저 약 있어요. 가서 약 바르면 돼요.”홍엽이 손을 내밀어 원경릉을 부축하려 하자 원경릉이 담담하게, “필요 없어요. 사식이가 부축해 줄 겁니다. 공자는 얼른 쉬세요 내일 각자 길을 떠나죠.”홍엽은 뻗은 손이 무안해서 천천히 거둬들였다. 사식이가 부축해서 가는 걸 보는데 발자국 소리가 통증이 심한 게 분명하다. 홍엽은 원경릉의 눈가에 눈물이 반짝이는 것을 묵묵히 보고 있는데 본 적이 없는 표정이다.방으로 돌아가 사식이 도움으로 옷을 올려보니 종아리가 부었고 사식이가 손으로 누르자 원경릉은 아파서 견디기 힘들다, “진짜 뼈가 부러진 거 같아.”만두가 달려와서, “엄마 누가 때렸어? 내가 나설 게.”“괜찮아 놀러가.” 만두가 ‘흠’ 하더니 눈 늑대와 나갔다.사식이가 분개하며, “못난이 년이, 못생긴 게 마음도 못돼 쳐 먹어서 이렇게 심한 짓을, 홍엽은 저런 사람을 곁에 데리고 다니다니 우리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못난이 무공이 그렇게 뛰어난 게 앞으로 정말 왕래를 하지 말아야지, 만약 태자 전하께서 아시면 분명 가슴 아파 하실 걸요.”원경릉은 다리에 약을 뿌리자 잠시 진통효과가 있지만 상처가 이러니 경호에 가는 건 어렵겠다.원경릉은 확 열이 받았다. ‘못난이는 자신과 무슨 불구대천지 원수를 졌다고? 이러는 건데?’“경호에 갈 때 네가 날 부축해 줘야 할 것 같아.”“언니 업고 가도 돼요.” 사식이가 미간을 찡그리는데, 못난이에 대한 증오와 원경릉에 대한 가슴 아픔이 교차했다.원경릉이 약을 뿌린 후 붕대로 칭칭 감고 사식이 도움을 받아 누운 뒤 다리를 높이 올리고 진통소염제를 먹었다. 그리고 사식이에게 나가서 만두를 봐 달라고 하고 자기는 좀 쉬기로 했다.사식이가 안심이 안되는지, “못난이가 또 오면 어떻게 하죠?”“홍엽이 못난이를 지켜보고 있어. 정말 사고가

  • 명의 왕비   제 2051화

    못난이의 정체원경릉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서 한숨을 쉬더니, “네, 절 위해 혼내 주시고 감사하네요. 저 쉬고 싶으니까 공자는 돌아가 주세요.”그런데 가지는 않고 오히려 의자를 가져와 침대 곁에 앉아, “곁에 있을 게요. 얘기하다 보면 안 아플 거예요.”원경릉은 화낼 힘도 없어서, “얘기하고 싶지 않고 쉬고 싶어요.”홍엽은 못 들은 척 막무가내로, “못난이는 당신을 알아요.”원경릉이 차갑게 웃으며, “네, 절 이렇게 상처를 입혔는데 모를 수가 없죠?”“아뇨,” 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살짝 고개를 흔들며, “그거 말고요. 다른 걸.”원경릉은 고통으로 힘겨워 하며, “무슨 뜻이죠? 얘기하세요.”홍엽이 그윽한 눈으로 속삭이며, “못난이는 고지의 동생이예요.”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순간 경악해서, “정말인가요? 고지는 무녀잖아요?”“무녀도 부모형제는 있죠. 온 가족이 자랑스러워 하는 고지가 위왕비 손에 당했고, 못난이는 그 원흉이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당신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거죠.”원경릉은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맙소사, 어쩐지 못난이가 자신을 그렇게 원한 맺힌 눈으로 보더라. 고지의 동생이었군. 자기에게도 이정도인데 남강 북쪽에서 정화를 봤을 때는 어째서 정화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지?’홍엽은 마치 원경릉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 “맞아요. 못난이는 정화를 죽이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내가 당신들을 데리고 무당지대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했던 거죠. 정화군주를 아주 증오했으니까.”이 화제는 정말 진통 효과가 있었다. 원경릉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으나 다리가 매달려 있어 일어나는 게 더 힘들어서 힘없이 다시 눕더니, “공자, 못난이가 만약 나와 정화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우리는 못난이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공자가 말리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못난이는 당분간 제 얘기를 들을 겁니다.”“당분간? 그 말은 언젠가 당신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다는 뜻인가요?” 원경릉은 점점 못난이가 위험하는 생각이 들었다.홍엽이 담담

  • 명의 왕비   제 2052화

    홍엽의 사고방식원경릉과 홍엽이 처음 이렇게 심도 깊게 얘기하는 것으로 홍엽의 말에 원경릉은 경악해 안색이 확 바뀌더니, “아뇨, 제가 사람을 구한 건 그들이 살기를 바래서 지 그들이 언제든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려는 게 아니 예요.”“같은 말이잖아요. 그들이 지금 살아있기를 바라지만, 당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필요가 있을 때 그들이 싫다고 하면 당신 화 안나요?”원경릉이 약간 흥분해서, “제가 왜 화가 나요? 그건 그 사람들 목숨인데.”“하지만 당신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그들은 벌써 죽었잖아요. 문둥산의 그 사람들은 당신이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겠죠? 당신이 나타나서 그 사람들의 생명이 연장된 거예요, 그들에게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해도 그들은 당신에게 절해야 한다고요.”원경릉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듯 홍엽을 보며 주진이 말이 생각났다. 홍엽의 본심은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주진은 홍엽을 어떤 부분 잘못 알고 있다.이건 절대로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면 구해준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쳐야 생각이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어?’“내 말에 동의하지 않나요?” 홍엽의 심오한 눈빛에 한 줄기 불쾌함이 덮여 있다.“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제가 사람을 구한 건, 그 사람이 나중에 나에게 보답하라 거나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 예요.”홍엽이 바로 반박하며, “당신이 의사라는 신분이라서 그런 건가요? 원숭이가 그랬어요, 의사는 사람을 구하는 게 사명이라고. 당신이 사람을 구하는 건 본분이라 그래서 사람들이 보답하는 걸 바라지 않는 거죠? 하지만 전 의사가 아니니까 이렇게 생각하는데 문제 없죠? 저처럼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아요. 사람은 자고로 은혜를 입으면 갚고, 원수를 지면 복수하는 법이니까.”마지막 말은 아주 단호했다.원경릉은 더 얘기를 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저 졸려요, 자고 싶네요. 공자는 돌아가시죠.”홍엽이 원경릉의 다리를 보고 천천히 일어나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래요, 잘

  • 명의 왕비   제 2053화

    홍엽의 집착“응, 그 동생이래.” 원경릉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번 여행은 위험천만이다, “사식아, 어쨌든 내가 다리를 다쳐서 경호에 가는 게 불편하니 내일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경호는 다시 날을 잡자.”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언니 결정대로 하고 다음번에는 태자전하께 같이 가자고 해요. 오늘밤은 혼자 주무시지 말고 저랑 눈 늑대가 와서 같이 잘 게요, 만약을 대비해서.”“괜찮아, 틀림없이 홍엽이 못난이를 막을 수 있어.” 원경릉은 홍엽이 못난이를 죽이겠다는 말을 한 장면이 떠올랐다. 홍엽이 그토록 떳떳하게 말하다니, 원경릉은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어 닥치며 당장이라도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다.“역시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사식이가 자리끼를 떠놓고 나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눈 늑대를 끌고 돌아왔다.눈 늑대는 탁자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는데 얌전하게 금방 잠이 들더니 살짝 코까지 곤다.원경릉은 잠이 오지 않는데 다리의 상처가 다시 아파오는 느낌인 게 진통제를 한 알 더 먹고 물을 몇 모금 마신 후 다시 누웠다.한밤중에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태자비 마마, 주무십니까?”원경릉은 잠들지 않았으나 답하기가 그래서 가만히 문 두드리는 그림자를 뚫어지게 살펴보는데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사식이도 소리를 듣고 약간 분노한듯, “공자,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마마는 당연히 주무시죠.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하시면 되잖아요? 오밤중에 굳이 여자 방 문을 두드리셔야 겠습니까?”그런데 문 곁에서 홍엽이 마치 검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원경릉은 오늘밤 했던 말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며 얼른, “안 자요, 들어와요!”문이 열리고 홍엽이 성큼성큼 들어왔는데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놀라서 죽을 뻔 했네.’사식이가 긴장해서 따라오더니 침대 앞에 막아 서며 차갑게 홍엽을 쳐다봤다.홍엽은 원경릉에게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웃으며, “이거 방금 제가 만든 지팡이예요, 걷기 불편하면 지팡이를 짚고 가면 될 거예요. 상처가

  • 명의 왕비   제 2054화

    헤어지려는데홍엽은 순간 실망하더니 바로 온화한 미소를 되찾았으나 묘하게 한줄기 냉정함이 느껴졌다. “좋아요, 그것도 좋죠.”원경릉은 숨을 내쉬며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우문호와 같이 오겠다고 결심했다.원경릉은 이번에 있었던 일을 우문호에게 얘기해야 하나 고민 됐다. 알리면 우문호는 분명 못난이를 찾아가 사생결단을 하려 들 것이고, 알리지 않으면 둘 사이는 그동안 전혀 비밀을 갖지 않고 지냈는데 이런 선례를 만들 수는 없다.사식이가 와서 원경릉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드는 지, “오밤중에 와서 법도에 어긋난 행동이라니, 원 언니 우리 내일 돌아가요. 너무 무서워요.”사식이는 홍엽이 계략을 부리면 자신은 절대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그래, 내일 돌아가자.” 원경릉도 흐지부지 연루되는 게 무서운 것이 이번 길에 홍엽이 너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게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다가 갑자기 또 변화무쌍해서 마치 잠재된 성격이 균열 사이로 새 나오는 것 같다.다음날 날이 밝자 사식이가 자리를 정리하고, “마차가 이미 대기하고 있는데 걸을 수 있겠어요? 걷기 힘들면 제가 업고 내려갈 게요.”원경릉이 땅을 밟아보고 홍엽이 준 지팡이에 의지해서 몇 걸음 걷더니, “업을 필요 없어, 계단 내려갈 때 부축만 좀 해 주면 돼.”다리가 오늘은 어제보다 더 부어서 아프다. 원경릉은 돌아가서 기브스를 할지 부목을 댈 지 봐야겠다. 안 그러면 회복하는데 좋지 않을 것이다.힘들게 계단을 내려와 1층에서 사식이가 계산을 하고 원경릉과 만두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만두가 꾸벅꾸벅 졸고 눈 늑대가 만두 발 아래 엎드려 있는 게 지친 모습이다.홍엽과 못난이도 내려왔는데 원경릉이 보니 못난이가 절름거리며 걷는데 독사 같은 원한이 서린 눈으로 원경릉을 보며 죽이지 못해 한 맺힌 표정이라 속이 덜덜 떨렸다.홍엽이 다가와 담담하게, “제가 당신을 위해 복수했어요.”원경릉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 명의 왕비   제 2055화

    평행선“만두야, 삼촌 귀찮게 하면 안되지, 어서 내려와!” 원경릉이 화가 났다.만두는 역시 엄마를 무서워해서 입을 삐죽거리며 내려왔다.홍엽이 어두운 얼굴로,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가고 싶다면 가게 해야죠, 제가 잘 보호할 테니.”“아이를 교육하는 건 제 나름의 방식과 철학이 있으니 공자께서는 간여하지 마세요.” 원경릉이 불쾌한듯 말했다. 홍엽이 눈살을 찌푸리며, “마마께서 아이를 교육하는 걸 간여한 게 아니라 아이를 이렇게 많이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거였어요.”“만두는 아직 어려서 아직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몰라요.”“마마도 만두를 데리고 경호로 가시려고 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당신이 못 가니 제가 가는 길에 마마의 원래 바람대로 데리고 가겠다는데, 마마는 제가 못 미더워서 저 아이를 해칠까 봐 두려우신 거 아닙니까? 제가 만약 여러분을 해치려 했으면 벌써 했어요.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홍엽의 목소리에 약간 상처받은 마음이 느껴졌다.원경릉이 어깨를 떨구고, “보아하니 우리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네요.”원경릉은 오해를 낳고 싶지 않고 이럴 때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홍엽은 줄곧 귀찮은 적수로 친구가 되기까지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우문호를 더 성가시게 만들 수 없는 게 이미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계획한 일이 있어서 만약 지금 홍엽과 틀어지면 우문호에게 있어서는 안 그래도 무거운 어깨에 짐을 더 지워주는 격이다.원경릉은 지팡이에 의지해서 밖으로 나갔다. 객잔 밖 길거리엔 찬바람이 소슬하게 불어 대형 점포에 달린 포렴이 펄럭거렸다. 시간이 아직 일러 거리에는 행인이 없고 멀리서 가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낯선 땅의 싸늘한 새벽은 오히려 원경릉을 말할 수 없이 초조하게 했다. 자신을 바짝 붙어 따라 나온 홍엽에게, “홍엽 공자, 한 마디만 물을 게요. 우리는 적인가요 친구인가요?”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남강 북쪽에서의 일전을 거치고 전 적어도 당신이 이런 문제를

  • 명의 왕비   제 2056화

    집으로그런데 홍엽이 갑자기 즐거워하며 마치 우리가 친구이길 바란다는 말이 그를 굉장히 고무시켜 원경릉의 다른 말은 전부 귓등으로 들은 것 같다.원경릉은 급 피곤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무기력하게, “흠, 우리가 친구이길 바래요.” 사식이가 계산을 마치고 만두와 눈 늑대를 데리고 나와 홍엽에게 작별하더니 바로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 사식이가 마차를 몰고 눈 늑대가 위풍당당하게 사식이 옆에 앉아 채찍을 휘두르는 순간 홍엽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가요, 우리 경성에서 봅시다.”원경릉은 가리개 밖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대신했다. 사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경성으로 돌아가자 우문호는 원경릉이 다쳐서 돌아온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서 원경릉과 사식이를 추궁했다. 넘어졌다고 하자 우문호는 만두와 눈 늑대를 혼냈는데 왜 엄마를 잘 보호하지 못했냐고 하니 만두가 억울해서 엄마가 혼자 길 가다가 실수로 넘어진 걸 어떻게 자기 책임으로 돌리냐며 자기는 어린이지만 안 넘어졌다고 항변했다.원경릉은 사실 우문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으나 우문호는 성격이 불 같아서 함부로 말도 못했다. 하지만 우문호를 속이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침대에서 전전반측하는데 우문호는 원경릉이 심하게 아파서 그런 줄 알고 회의도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경릉을 지켰다.우문호는 원 선생을 절대 신뢰해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세심하게 돌봐 주며 자신이 많이 바쁘지 않을 때 같이 경호에 가자고 위로했다.원경릉은 속으로 감추는 성격이 못되고 특히 우문호에게는 더해서, 뭘 숨기려 하니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못난이는 숨겨진 재앙으로 우문호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원경릉 자신도 당했고 홍엽이 제압해 줄 거라고 완전히 기댈 수도 없는 상황으로 홍엽이 제압하는 건 죽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문호에게 못난이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안 해도 못난이의 정체는 알려야 했다.“계속 홍엽 곁에 있던 못난이, 당신 기억해?”“알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을

  • 명의 왕비   제 2057화

    태자 부부 서일 부부원경릉은 자신이 우문호에게 거짓말을 못한다는 걸 알고, “못난이랑 다툼이 생겼어.”우문호가 화를 내며, “바로 얘기 안 하고 속이려 들다니, 난 당신이 왜 홍엽을 감싸고 드는지 모르겠어.”“홍엽을 감싸는 게 아니라 당분간 홍엽과 적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원경릉은 우문호가 화 낼 거라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다.우문호가 차갑게, “난 누구와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들이 까불며 남의 집 문지방을 넘는데도 겁쟁이처럼 굴어야 하는 거야? 당신 지금 누구를 무시하는데?”원경릉이, “내가 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 작게 한숨을 쉬더니, “우리 싸우는 거야? 홍엽때문에 또 싸워?”우문호가 화가 났지만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홍엽 따위 때문에 싸우다니 말도 안돼.’“됐어, 말도 꺼내지 말자.” 우문호는 지난 교훈을 되새기며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원 선생도 다친 상황이다. 그래, 둘 사이는 기본적인 신뢰와 이해가 있으니까.우문호는 잘생긴 얼굴에 엷은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앞으로 홍엽에 관한 건 나에게 감추려고 하지 마, 알았지?”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작게 끄덕이며, “응.”두 사람은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밖에서 사식이가 듣고 있다가 속으로 못난이가 미워 죽겠다. 당연히 자기가 못난이와 싸웠는데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사식이는 마음이 얼굴보다 더 추악한 못난이라는 인간이 정말 증오스러웠다.사식이는 서일과 상의해 못난이가 돌아오면 못난이를 찾아가 결판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서일은 요즘 상당히 침착해 져서 사식이가 흥분해서 하는 말을 듣더니, “이 일은 태자 전하께서 생각이 있으시니 당신은 괜히 일 만들지 마.”“내가 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분함을 풀려는 거야.” 사식이가 씩씩거렸다.“분풀이 때문에 서둘지 말라고. 당장 안 그래도 태자 전하께서는 일이 많은데, 배후의 흑막도 찾아내야 하고 평남왕까지 연루돼서 지금 조정에는 평남왕과 안풍친왕을 시기하는 무리가 발호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 홍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명의 왕비   제3368화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 명의 왕비   제3367화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 명의 왕비   제3366화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