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느냐?”우문호가 물었다. 원경릉은 그를 보며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어……. 저는 둘째 아주버님을 따라 와서, 돌아갈 방편이 없습니다.”“그럼 편청에 가서 본왕을 기다리거라. 본왕도 곧 돌아갈 참이니 데려다 주겠다.”“그럼 정원에서 기다리겠습니다.”오다보니 정원에 바람이 솔솔 불어서 생각 정리하기 좋을 것 같았다.“정원 쪽은 바람이 많이 분다. 편청으로 가서 기다리거라!” 우문호가 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알겠습니다.” 원경릉은 녹주와 함께 자리를 떴다.그녀는 겉으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우문호의 말을 듣지 않고 정원으로 갔다. 호수 근처 풀밭에 앉아 바람을 맞으니 귀 밑 머리카락이 휘휘 날렸다. 녹주는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주위를 살폈다. 방금 왕야가 왕비를 몸을 걱정해서 편청에 가있으라고 한건데, 왜 왕비는 말을 듣지 않고 정원으로 와서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풀밭에 앉아 있는지 녹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왕비님 배가 고프십니까? 쇤네가 가서 먹을 것을 좀 가지고 올까요?”“응!” 원경릉은 잠깐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서 그냥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녹주는 알겠다고 하며 종종 걸음으로 먹을 것을 가지러 갔다.원경릉은 반짝이는 호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햇빛이 드리운 호수 표면은 금빛 조각들이 흩어진 듯 반짝거렸고, 근방엔 휘날리는 버들잎과 활짝 핀 가을 국화들이 있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하지만, 회왕에게는 이런 세상을 볼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원경릉은 한숨을 내쉬었다. 약 상자만 좀 도와준다면 회왕의 병을 치료해 볼 만 한데 말이다.“초왕비. 무슨 걱정이 있습니까? 지금 초왕께서 왕비에게 잘 해주지 않습니까?”이게 세상의 이치인가? 항상 예상하지 못한 때에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난다.그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주명취가 자리를 뜨길 바랐다.주명취는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 계속 그녀의 옆에 서있었다. 원경릉은 딴청을 하며 바닥만 보았다. 그러자 주명취의 비단
도대체 무엇이 점잖은 주명취를 이렇게 저속한 말까지 하게 만들었을까?원경릉은 주명취의 손을 뿌리치며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표정에 자극받은 주명취가 원경릉에게 달려들더니 원경릉의 목을 옭아매고 호수로 뛰어들었다.여리여리해 보이던 주명취에게 장사 같은 힘이 숨겨져 있었다니.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원경릉은 저항도 못하고 맥없이 주명취에게 끌려갔다. 원경릉은 한 번도 수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물속에서 버둥거리며 살기위해 애를 썼지만, 주명취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물속으로 누르는 바람에 차가운 호숫물이 그녀의 입, 코, 귀로 들어왔다. 그녀는 턱턱 막히는 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원경릉은 주명취를 밀어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주명취는 그녀의 머리를 누르며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 원경릉은 참을 수 없어 자신에 머리에 꽂힌 비녀를 뽑아 주명취를 마구 찔렀다. 그제서야 주명취가 잡고 있던 원경릉의 머리채를 놓았다. 원경릉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재빠르게 머리를 수면 밖으로 내밀고는 숨을 헐떡거렸다. 수면 위에는 핏발이 흩어져 있었으며, 주명취가 천천히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명취의 얼굴이 의기양양해 보였다. 원경릉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호숫가 부근으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왕비가 물에 빠졌다! 왕비가 물에 빠졌다!” 원경릉은 어디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온건지 의문이 들었다. 마치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다가 주명취가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달려와서는 자신과 주명취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초왕비, 초왕비! 괜찮으십니까?” 누군가가 원경릉의 뺨을 두드리며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주명취도 얼마 가지 않아 물 밖으로 건져졌다. 주명취의 몸 군데군데에 비녀에 찔린 상처가 있었고, 상처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제왕(齐王)이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달려왔다. 제왕은 주명취를 끌어안고 다급하게 외쳤다. “어찌 물에 빠진
원경릉은 몸을 웅크린 채 코맹맹이 소리로 외쳤다.“욕하려면 해! 하지만 때리지는 마! 이번엔 나도 필사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있어! 그리고 내가 맹세하건데 난 절대 주명취를 물속으로 밀지 않았어! 걔가 미쳐가지고 나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간 거야! 걔가 내 머리를 눌러서 물속으로 가라앉게 했다고! 나도 어쩔 수 없어서 비녀로 찌른 것뿐이야!”우문호는 억울해하는 원경릉을 보며, 자신이 어쩌다 이런 미친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했을까 생각했다.“날 믿지 않는다는거 알아. 네가 내 숨소리도 듣기 싫어한다는 거 나도 안다고! 넌 그 주명취를 좋아하잖아! 그 여자가 발냄새가 난다고 해도 그마저도 향기롭다고 여길 너라는거 알아!”“입 닥쳐!” 우문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옷깃을 잡았다.“또 때리려고?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원경릉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원경릉은 말을 마치자마자 달려들어 우문호의 목덜미를 물었다.“이런 미친 여자가!” 화가 난 우문호가 그녀를 밀쳐냈다. 그의 목에는 핏멍울이 맺혀 있었다.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그녀에게 던졌다.“본왕이 언제 너를 때리려고 했느냐? 난 그저 네가 추워하길래 내 옷을 벗어주려고 한 것뿐이야.”“네가 그럴리가 있어?” 원경릉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래, 네 기대에 부응해주마. 본왕이 너를 죽여버리겠다!” 우문호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원경릉은 멋쩍은 표정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그럼 말을 하고 주면 되지. 왜 내 옷깃을 잡아 올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야?”우문호는 그녀를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경릉은 코가 간지러워 수차례 재채기를 했다. 이러다가는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그녀는 천천히 젖은 옷을 벗으며 우문호를 노려보더니 “보지 마.” 라고 말했다.“누구는 보고 싶은 줄 알아?” 우문호가 버럭했다.원경릉은 재빨리 그의 옷을 걸치고 몸을 감싼 뒤, 자신의 옷소매에서 약 상자를 꺼내 비타민C를 한 알 삼켰다. 그녀는 옷을 비틀어 물기를 빼
“회왕은 정말 재수도 없지.” 원경릉은 이 말을 마치고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다.“속옷도 다 젖었을 텐데 왜 벗지 않아?” 우문호가 찝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원경릉은 코를 비비며 “됐어. 마차 안에서 벗기 불편해. 곧 도착할텐데 뭐.”“왜 내외하고 그래? 서로 볼거 다 봤으면서.”“나도 네가 보는거 아무 감흥 없어.” 어쨌든 이 몸은 원주(原主)것이니까 주의하는 것일 뿐이다.우문호는 흥 하며 눈을 감았다.“나 약간 토 할 것 같아.” 원경릉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갑자기 그 호수에 빠졌을 때 맡았던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 원경릉이 호수 바닥에서 발버둥칠 때, 호숫물과 함께 진흙도 같이 입으로 들어왔는데 그때의 그 냄새가 났다. 아마 주명취도 적지 않게 마셨을 것이다.지금 생각해 보면 주명취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원경릉을 모함하기 위해서 죽음도 무릅쓰지 않는구나.우문호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여기 기대서 좀 쉬어.”라고 말했다.무뚝뚝하던 그가 이렇게 자상하게 행동할 때마다 원경릉은 당황해서 뚝딱거렸다. 그러나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누군가에게 기대어 눈을 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고마워.”머리를 천천히 기대려고 하는데 갑자기 우문호가 휙 몸을 숙이는 바람에 원경릉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그러게 누가 아까 내 목덜미를 깨물랬어?”우문호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원경릉은 부딪힌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몸을 일으키며 우문호를 보았다.“어휴 쪼잔하게 진짜!”사람이 어쩜 이렇게 못됐을까?“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받은 만큼 꼭 돌려준다.”우문호가 말했다.아까 물에 빠졌을 때, 주명취가 계속 머리를 짓눌렀고, 지금은 우문호의 꾀에 넘어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오늘 뇌세포가 얼마나 죽었는지 모르겠다.우문호는 그녀가 계속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놀란 그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 당겨 자신의 허벅지에 눕히더니 “어디 상처 좀 보자.” 라고 말했다
우문호는 자세를 바로 앉더니 천천히 손을 움직여 방석 위에 앉아 있던 원경릉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이대로 움직이지도 말고, 다가오지도 마……!’당황한 눈빛의 원경릉도 긴장한듯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허공을 바라보았다.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손끝이 손에 닿자 그녀는 몸이 움츠러들었다.근데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손끝만 닿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 상태이다. 이렇게 손만 닿았을 뿐인데 밀어내는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그리고 요즘은 사이가 좋으니, 친구라고 생각해도 되는거 아닐까? 친구끼리 손도 스치고 하니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근데 심장은 왜 이렇게 빠르게 뛰는 걸까?마차 안의 공기가 달아오르는 것도 잠시 마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서일이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 우문호는 재빨리 손을 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왕야 왕비! 도착했습니다!” 서일이 말했다.눈치 없기로 유명한 서일이니 당연히 마차 안의 분홍빛 공기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우문호가 먼저 마차에서 내렸고, 원경릉은 헐렁한 그의 외투를 부여잡고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우문호는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 당겨 그녀와 몸을 바짝 밀착했다. 그 순간 원경릉의 손 발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른해졌고 심장이 미친듯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몇걸음도 걷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 했다. 서일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젖은 옷가지를 들어주려고 하자 우문호가 이를 한 손으로 낚아챘다.“오!” 서일은 우문호가 더러운 옷들을 가져가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우문호는 옷을 녹주에게 던져주며 “왕비에게 생강탕을 끓여 가져다주거라.” 라고 말했다.봉의각에 도착한 원경릉은 창밖의 회화나무를 바라보던 원경릉의 마음은 여전히 찝찝했다.주명취를 물속으로 떠민 범인이 내가 아니라는 걸 우문호는 어떻게 안거지? 그가 주명취를 믿지 않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일이다.“왕비. 생강탕 드십
원경릉은 문득 의문이 생겼다.“녹주야. 왕야에게 몇 명의 첩이 있는지 아느냐?”소월각에 우문호를 보필하는 시녀들이 몇 명 있긴한데, 외모도 괜찮았던 것 같고, 설마 그 시녀들이 첩이었나?“그 일은 쇤네가 알지 못합니다. 소월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저희 봉의각에서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근데 아마 없지 않을까요? 첩이 있다면 아마 위에서 통지가 있었을 겁니다. 만약 왕야께서 첩이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원경릉은 그의 성격이라면 아마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혈기왕성한 젊은 남성이라면 첩 한두명 정도 들이는 것도 정상적인 시대이다.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원경릉은 갑자기 느껴지는 가슴 통증에 허리를 숙였다. 아직 호숫물을 마신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가슴을 다독이며 생강탕을 한 입 마셨다.“녹주야. 내가 물색해 줄게. 그만 무릎 꿇고 일어나거라.” 원경릉은 손을 뻗어 녹주를 일으켰다.녹주는 감동해 눈물을 훔쳤다. 원경릉은 녹주와 대화를 나눈 뒤,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천천히 남은 생강탕을 마셨다. 원경릉은 녹주에게 그릇을 치우라고 시켜 밖으로 내보낸 뒤, 약 상자를 꺼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염원했다.“만년필이 필요해……”그녀는 속으로 숫자를 세며 약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만년필이 아닌 연필만 몇 자루 들어있었다. 약 상자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걸까?“리팸핀이 필요해……” 그녀는 다시 한번 시도했다.약 상자를 다시 열어보니 리팸핀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원래 약 상자에 있던 수량 그대로지, 한개도 증가하지 않았다. “덱사메타손 약!”그녀가 약 상자를 세차게 닫았다가 다시 열어보니 덱사메타손 연고가 들어 있었다.“덱사메타손 알약이라고!”그녀는 약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 보고는 실소가 터졌다. 치질 연고 한개와 관장약이 나왔다.약 상자가 이렇게 말을 듣지 않으니 회왕의 병은 치료해 줄 수가 없구나. ‘회왕, 저는 최선
한 번도 제왕에게 소리를 지른 적이 없는 주명취가 어쩌다 이렇게 변한걸까? 제왕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혼인을 한 이래로 그녀는 온화하고 신중하며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심지어 하인들에게도 허세를 부리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며, 늙은 상궁들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지켰다.그랬던 그녀가 이렇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다니.‘아마 많이 놀랐을 거야.’제왕은 주명취를 꼭 안아주며 “괜찮다. 흥분하지마라.” 라고 말했다.주명취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그녀 스스로도 지금 추태를 부리는 것을 인식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제왕은 단순해서 이렇게 추태를 부려도 절대 자신을 싫어하지 못할 것임을 주명취는 안다. 사실 제왕도 남편감으로 나쁘지 않다. 현재 부황에게 가장 총애를 받고 있으며,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그녀는 문득 호숫가에서 자신이 원경릉에게 내뱉은 천박한 말들이 떠올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자신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저급한 말들이 튀어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경릉이 왜 너를 호수로 떠밀었느냐? 그 여자 정말 미친거 아니야?” 제왕이 물었다.주명취는 방금 전에 벌어진 일들을 회상했다. 그녀는 회왕부(懷王府)에서 원경릉이 호수 부근에 서있는 것을 보고는 원경릉을 호수로 떠밀어 죽여버리고 싶었다. 주명취는 살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원경릉을 호수로 밀었는데, 계산을 잘못해 자신도 같이 호수에 빠진 것이다. 물에 빠지는 순간에 그녀는 조부(祖父)의 말이 떠올라 몸이 벌벌 떨리며 살인 충동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왕 물에 빠진거 원경릉을 이대로 살려두기는 싫었다. 그녀는 원경릉의 머리를 힘껏 수면 아래로 눌렀다. 원경릉이 강하게 반항을 하며 주명취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것을 우문호에게 보여줘 원경릉의 나쁜 심보를 증명하고, 주명취의 상처를 본 우문호가 원경릉을 더욱 증오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은 걸까?’“원경릉은 구제불능이야. 본왕은 당시에 그녀가 좀 바뀐 줄 알았는데.” 제왕이
제왕도 태자가 되는 것을 상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왕은 자신의 그릇의 크기를 알고 있었다. 한 국가가 그의 손에 달렸다면, 과연 그는 감당할 수 있을까?그렇다고 기왕이 태자가 되어 정권을 잡는다면, 한 구석으로 물러서 국정에 신경쓰지 않고 한가한게 왕 노릇이나 할 수 있을까? “태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모두 계략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심지어 초왕비도 수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권력 쟁탈전 뿐 아니라 생사가 걸린 싸움입니다. 만약 제왕께서 태자 자리에는 오르지 않겠다고 두 손을 든다고 해도, 제왕은 적자(嫡子)이기에 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기왕이 만약 태자가 된다면 조정에 있는 모든 사람을 자기 편으로 포섭할테지만, 적자인 당신과 모후는 절대 포용하지 않을겁니다.”주명취가 진지한 표정으로 제왕을 바라보며 말했다.제왕은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본왕이 잘 생각해 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라고 말했다. 이전에 그도 이런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걱정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오늘 기왕이 다섯째 형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시간이 많이 남은 것이 아니라, 그가 시간을 핑계로 이 문제를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회왕부에서 두 왕비가 물에 빠졌다는 소식이 왕실에 자자하게 퍼졌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화가 난 사람은 노비(鲁妃) 마마였다.회왕의 병세가 좋지 않아 오늘 내일 하는 이 시점에도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니 그녀가 어찌 분노하지 않겠는가?그녀는 울면서 명원제를 찾아가 이 일을 보고했다.“초왕비라는 사람은 정말 너무한거 아닙니까? 제왕비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으면 밖에서 해결할 것이지, 왜 제 아들이 있는 회왕부에서 이런 음침한 짓을 저지른 겁니까. 만약 그 일로 회왕부에서 사람이 죽었다면, 회왕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지 않습니까?”노비(鲁妃)는 흐느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명원제는 가뜩이나 아들의 병으로 괴로워하는 노비가 이런 추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