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전 정국후 부인근영이 원경릉을 부축하며, “두분 집사님은 태후 마마를 보필하신 지 오래라 마마의 신임이 두터워요.”원경릉이 예를 취하자 두 사람이 황공해 하며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비봉전 매화가 만개할 때라 들어가자 맑은 향기가 너울거린다. 원경릉이 매화를 좋아해서 활짝 피어 가지가 휘어질 듯한 매화가 아주 절경이다.우문호의 시선도 기특하게 진정정에서 원경릉에게 옮겨져 손을 꼭 잡고 따스한 목소리로, “매화를 좋아하니까 귀국하면 잔뜩 심어 줄게 우리 땅도 있으니까.”원경릉이 신기하게 생각하며 왠일로 대주에 오더니 갑자기 낭만적이게 된 거야.우문호가 귓가에 속삭이며, “정정이 근영군주를 위해 연무장을 만들어 준다 더라고, 나도 당신한테 잘 해야지.”말을 마치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원경릉을 바라보고 웃는 게 작위적인 느낌이 짙다.원경릉이 어이가 없어서 그래 따라하는 거든 어떻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진정정 같은 얼음 덩어리도 사람 마음을 읽고 낭만을 알고, 심지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집사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데 문지방에 개 한 마리가 고양이처럼 나른한 표정으로 누워있는데, 사람이 들어와도 눈꺼풀 들어올리는 것도 귀찮다는 듯 계속 엎드려서 겨울의 따스한 볕을 쬐고 있다.정전으로 들어서자 의자에 아름다운 부인이 앉아 있다. 엷은 녹색 비단 옷을 입고 높게 머리를 틀어 올려 간단한 장신구를 했는데 이게 오히려 노련하고 단정해 보였다. 입술은 붉고 봉황 눈매에 싸늘한 빛으로 우문호와 원경릉을 바라봤다.원경릉이 얼른 예를 올리는데 진근영이, “어머, 정국후 부인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정국후 부인을 원경릉은 알고 있었다. 원래는 태후 마마를 가까이서 모시던 사람으로 아사라고 불리다가 정국후에게 시집을 간 뒤에도 태후와의 관계가 밀접하다.정국후 부인이 일어나 모두와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진근영이, “태후 마마는 아직 안 나오셨어요?”정국후 부인이, “화장실에 가셨어, 나이가 많은 인간은 못 참는 법이야.”원경릉이 이 말
신난 원경릉두 사람이 기겁한 사이에 나르는 봉황을 수놓은 황색 비단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 들어오고 진근영이 그녀를 태후 마마하고 불렀다. 원경릉이 태후를 보고 머리속에 시경의 한 구절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손가락은 새순처럼 연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흰 피부에 늘씬한 목덜미, 이빨은 가지런히 희기도 하구나.’ 이정도의 절색이라 미색은 발끝에도 못 미치겠다.그리고 미색은 지금 한창 물이 오른 나이지만 용태후는 아무리 봐도 4,50살은 되 보이는데? 하지만 나이 들고 퇴색한 느낌이 하나도 없잖아? 보기엔 23,4세 정도로 만약 눈가와 얼굴에 위엄이 서려 있지 않고 진근영이 태후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원경릉은 절대로 그녀가 전설속의 용태후란 사실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용태후가 성큼성큼 들어와 치마가 땅에 끌리는데 먼지 바람 하나 일지 않고 원경릉과 우문호가 용태후가 앉기 전에 예를 올렸다. 태후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쭉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군요. 어서 앉아요!”진정정이 예를 취하고, “태후 마마, 여러분들 대화 나누시도록 소신 태자 전하를 데리고 황제 폐하를 뵙고 오겠습니다.”“가게!” 태후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우문호는 칼자국 밧줄과 정국후 부인에 대한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게 역력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나갔다. 아직 비봉전을 나가기 전에 우문호가 진정정에게 경악할 질문을 하는 게 들렸다. “그거 뱀이야? 아무리 봐도 밧줄로 보이던데?”“응 뱀, 밧줄로 묶여져 있는 그거 뱀이야.” 진정정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원경릉이 앉은 뒤 불안 초조한 마음으로 옆에 묶여 있는 정국후 부인을 보는데 방금 상당히 성깔이 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맥없이 고개를 푹 떨구고 쫄아 있다.“태자비는 이상하게 보지 마요, 쟤는 일년에 300일은 묶여 있어야 편안하니까.” 태후가 아무렇지도 않게 정국후 부인을 쓱 훑어보더니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한 수에 원경릉은 철저하게 탄복하고 말았다. 충
경호의 신비본론을 얘기하자 원경릉은 천천히 감동을 접고 정색하며, “맞아요, 태후 마마께 간청드릴 일이 있습니다. 제 가까운 친구가 남강의 신내림을 당했습니다. 태후 마마 푸실 수 있으실 까요?”용태후가, “그럼!”원경릉은 태후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란 것이 이렇게 깔끔하게 2글자로 끝내버리다니, 자신들을 오랫동안 힘들게 한 문제를 정말 풀 수 있을까? 자세히 물어볼 필요는 없으신 건가?“신내림은 하찮은 잔재주예요!” 한 쪽에 묶여 있는 정국후 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우리 태후 마마께서 뭐가 어려우시겠어요? 더 어려운 일도 눈도 깜짝 안 하시는데.”아첨하는 눈빛으로 태후를 흘끔 보더니, “안 그렇습니까?”방금 태후를 늙은 인간이라고 악담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지금은 기세에 꽉 눌렸다.태후는 못 들은 사람처럼 계속 차를 마시며 원경릉이 다른 일을 얘기하기를 기다렸다.진근영이 원경릉에게, “태후 마마께서 그렇다고 하신 일은 분명 그런 거예요. 이 일은 안심하고 물어볼 다른 일 또 있어요?”“있어요!” 원경릉 눈빛이 정국후 부인의 몸에서 떨어져 진근영의 말에 얼른 대답부터 했다. 그리고 태후에게, “경호, 그리고 경호요, 태후 마마 북당의 경호에 대해서 아시나요? 거긴 시공 터널인데 시공을 넘나들 수 있어요.”원경릉은 열정적으로 태후를 보니 태후와 진근영, 심지어 정국후 부인까지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고 당황해서, “못 믿으세요? 정말이예요, 제가 헛소리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시공의 터널이 있어요.”용태후가 웃으며, “태자비를 못 믿는 거 아니야, 시공 터널은 분명 있네.”“아시죠 그렇죠?”근영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팔을 잡아 누르더니 웃으며,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시공간을 오가는 걸 태후 마마는 알고 계셔, 천천히.”원경릉이 그제서야 모두가 이상하게 여긴 게 단지 자신의 흥분한 태도였다는 걸 알고 쑥스러워서, “사실 제가 북당에 있을 때는 얘기할 사람을 찾지 못한 게 말을 해도 아무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얘기하니까
현대로 가는 조건원경릉은 그다지 믿기지 않는 것이, “걔들이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좀 가능성이 없지 않나요? 걔들은 이 쪽 방면 지식을 접한 적이 없어서.”용태후가 느긋하게 웃음을 지으며, “자네는 접한 적이 있지만 볼 수 있던가?”원경릉은 당황했다. 자신을 조롱하는 말이란 생각에 겸연쩍어 하며, “걔들에 비해서 확실히 쓸모가 없죠 아무것도 못 하고.”용태후는, “자네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썩 괜찮은 거네. 다른 걸 억지로 구할 필요 없어. 그리고 내 말을 믿고 나중에 걔들을 데리고 한 번 가봐. 걔들이 소용돌이 안에 것을 볼 수 있으면 자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원경릉은 비록 우리 떡들이 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용태후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아무 근거 없이 대충 하는 말은 아닌 게 틀림없으므로 그러겠다고 했다.용태후는 또, “자네가 한번 돌아가려 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딱 이번 한번이야.”원경릉은 마음이 미친듯이 뛰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용태후를 봤다. “절 한 번 보내주실 수 있으신 가요? 그 시대로?”용태후는 한 줄기 빛이 반짝하고 눈을 스치더니 웃으며, “당연히 가능하지.”저쪽에 묶여 있는 정국후 부인이, “마마를 부처님처럼 생각하면 안돼, 도와주는 데는 조건이 있어, 마마는 그렇게 마음씨 고운 분이 아니야.”용태후가 담담하게 눈을 들어 정국후 부인을 한번 쓸어보더니, “아사, 보는 눈이 없는 거니 아님 가려운 거니?”정국후 부인이 헤헤하고 웃더니, “제가 말씀하시기 좋게 해드렸잖아요?”원경릉은 현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에 휩싸여 가슴이 떨리는데 겨우 평정을 유지하고 정중하게, “태후 마마 만약 한 번 도와 주실 수 있으시면 어떤 조건이든 말씀하세요. 제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다 가능합니다.”용태후가 손을 흔들자 칼자국 밧줄이 돌아와 정국후 부인 아사의 자유를 되돌려 주었다. 그녀와 진근영이 나가고 원경릉만 비봉전에 남았다.두 사람이 모두 나가자 용태후가, “
돌아가는 조건용태후가 의미심장하게, “그래, 주지가 왜 개발해내지 못할까? 자네의 모든 연구자료에 따르면 가능한데 말이야, 하지만 주지는 그렇지 않았어.”“왜 그런지 아시나요?”용태후가 대놓고, “맞아, 내가 사람을 시켜 방해 했어. 주지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데이터를 고쳐 놨지. 하지만 주지는 똑똑한 사람이라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 했어. 그래서 자네에게 전부 없애 달라고 하는 거야.”“사람을 시켜 그 사람의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으면 그 사람에게 데이터를 전부 없애 버리라고 하셔도 되겠어요.”“주지 컴퓨터는 해킹할 수 있고 연구를 포기하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자네의 연구는 자네 연구소 아카이브에 파일로 저장되어 있어. 누군가 몰래 연구하고 있고, 내가 말하는 삭제는 자네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 말고도 쥐도 새도 모르게 아카이브 데이터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수정해서 연구를 계속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야. 수정은 할 수 있지만 흔적을 남겨서는 안돼. 자네만 해낼 수 있다고 믿네. 3,5년 후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자연히 포기하게 될 거야.”그랬던 거군.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한 가지를 아직 잘 모르겠다, “어째서 이런 걸 아시죠? 또 이 연구를 막는 이유가……”“평형을 유지하는 거야!” 용태후는 원경릉이 질문을 마치지 못하게 하고, “내가 어째서 아는지 물을 필요 없어. 사흘 밤낮을 얘기해도 다 말할 수 없으니까. 자네는 두고 보면 돼. 만약 자신의 연구를 아낌없이 삭제해 준다면 자네를 돌려보내 줄 수 있어, 심지어 태자와 자네 아이들까지 전부 한번 보내 줄 수 있지. 하지만 삭제와 수정은 반드시 처리해야 해.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북당에도 우환이 미칠 거야.”원경릉이 또 놀라서, “이게 북당과 무슨 관련이 있죠?”용태후가 작게 한숨을 쉬고, “그렇지 않으면 자네는 홍엽이 왜 경호를 찾았다고 생각하나? 왜 자네에게 접근하고? 자네가 돌아가기 전에 주지가 자네에게 말하지 않았나 원숭이가 죽지 않았다고?”원경릉의
나혼자 갈 거야대장군 집에 돌아와서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이 일을 얘기하고, “만약 내가 돌아가면 자기는 나랑 같이 다녀오고 싶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꽉 잡고 조금 부자연스런 미소를 지으며, “만약 당신이 돌아가면 난 반드시 당신과 같이 있을 거야.”원경릉은 우문호가 억지로 말하는 걸 알아채고, “싫어?”“아냐, 가고 싶어!” 우문호가 지극히 부드러우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럽게, “하지만 우리 못 돌아오는 건 아니고? 당신도 알잖아, 할머니는 아직 여기 계신데.”“태후가 우리를 돌려보내 준다는 건 다시 데리고 돌아오는 게 확실해.” 원경릉은 이 쪽은 걱정하지 않는 게 오늘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태후는 많은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이런 점으로 볼 때 용태후는 정말 능력자다.“하지만 우리는 또 만아도 구해야 하는데? 할 일이 첩첩 산중인데 돌아갔다가 만아를 구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일부터 마치고 다시 시간을 잡아서 돌아가자.”“사식이와 서일은 이번에 다녀올 수 있어.” 우문호는 가고 싶지 않고, 심지어 원경릉도 그다지 보내고 싶지 않다는 걸 딱 보니 알겠다. 원경릉이, “그럼 자기는 언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그쪽을 가는 건 어렵게 한 번 다녀오는 거니 가는 김에 오래 묵어야 할 거야. 아이들이 좀 더 큰 다음에 가도 늦지 않아.”“그럼 아이들이 혼인하고 가는 건?” 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때는 우리 둘 다 시간도 많고 어디든 갈 수 있잖아. 자기 말 대로 몇 달을 묵을 수도 있고.”우문호가 얼른, “맞아, 그래, 아이들이 혼인하고 가는 거야.”원경릉이 손을 거둬들이더니 차갑게, “그래, 자기는 아이들이 혼인하면 가, 난 지금 다녀올 테니까. 자기 안 따라와도 돼.”우문호는 원경릉이 화난 걸 보고 조금 다급해 져서, “왜 그렇게 서둘러? 기회는 우리 쪽에 있는데 도망 안 가. 태후께는 지금 답할 수도 나중에 대답할 수도 있어, 당신은 왜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야?”원경릉
우문호의 변명우문호는 술기운이 오른 얼굴을 감싸 쥐고 나지막하게, “보고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번에 가서 뵙는 건 기뻐, 그런데 돌아올 때는 어떡하려고? 돌아온 뒤에는 또 어떻게 하고? 어쩌면 육친의 정에 이끌려 아이들을 데리고 그쪽에 남겠다고 하면, 나는 따라간다고 치자 그럼 북당은 어떻게 이대로 방치해? 난 원선생을 잘 알아, 요 몇년간 꿈이라도 돌아가고 싶어 했지. 솔직히 말할 테니 어디 한 번 들어봐. 일년에 7,8번은 꿈속에서 미친듯이 통곡하며 엄마 아빠를 불러, 가위 눌린 것처럼 불러도 깨지 않으니 내 마음은 너무 아파. 그래서 아내가 가족과 만나기를 바래. 하지만 난 그들을 여기로 데려올 수 없어, 특히 그 장모님은 원선생때문에 완전 실성하신 적이 있는데 딸을 만난 뒤에 그래 가라 하고 놔 주실 거 같아? 못 그러셔, 원 선생은 그 상황에 돌아올 수 있을까?”진정정은 우문호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우문호의 걱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 이번에 보고나서 아마 앞으로 다시 볼 기회가 거의 없을 텐데 헤어질 때 떨치고 올 수 있을까? 게다가 우문호는 북당의 태자로 그쪽에 원경릉과 남아 있을 수는 없다.우문호는 눈이 빨개져서 고통스럽게, “이러면 이기적이고 나쁜 놈인 거 알아, 하지만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어?”진정정의 치밀한 머리를 제아무리 굴려봐도 그저 한숨만 나올 뿐, “바깥 세상에서 온 아내를 얻으면 처가에 가고 싶다고 해도 싸워야 하는구나. 나랑 근영인 그런 고민은 없는데.”우문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원선생이랑 많은 일을 겪고 지금도 평온한 날까지는 아니지만, 솔직히 괜히 평지풍파 일으킬 까봐 두려워.”“하지만 못 가게 하면 못 참을 텐데. 뭔가 임시방편이라도 생각해 봤어?”우문호가 술단지를 끌어 안았다. 우문호 부부는 오랫동안 싸운 적이 없고 기껏해야 말다툼 정도인데 갑자기 단숨에 선을 넘는 바람에 너무 괴롭다, “이 일이 임시방편이 있을 수가 있나? 돌아가든지 말든지 둘 중 하나지.”“자네가 걱정
가기로 결정두 사람은 각자 고민을 안고 밤새 잠이 들지 못한 채 날이 밝을 무렵 원경릉이, “날 돌려보내 줘, 한 번 보는 걸로 족해. 헤어질 때의 고통이야 짊어질 수 있어, 만약 안 가면 앞으로 매일 괴롭고 애가 탈 거야. 그리고 돌아가서 할 일이 있어, 핑계가 아니라 어젯밤 내내 생각했는데 태후 마마 말이 맞아, 내가 연구한 모든 건 이 세계에 심각하게 위협적이야. 전에는 생각해 본 적 없었던 게 마음 속에 연구에 대한 생각만 있었지 나라와 천하에 대한 생각은 없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북당의 태자비고 자기가 북당의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치르는 걸 눈 앞에 목도하고 있어. 자기야, 더이상 모른 척 하지 않을 게.”우문호는 조용히 원경릉이 말을 끝까지 듣고 고개를 돌려 사랑과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정말 가고 싶으면 돌아 가, 나도 생각해 봤어. 당신이 가족들 보러 가는 걸 막는 건 너무 잔인해.”“정말?” 원경릉이 숨 죽이자 눈물이 터졌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매만지며 목 메인 채, “응, 당신이 즐거우면 돼.”원경릉은 우문호 가슴에 안겨 있는데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려 왔다. “걱정하지 마, 반드시 돌아올 거야.”“당신이 오지 않아도 내가 당신을 끌어 올 거야.” 우문호가 웃으며 원경릉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리고 결심한 듯, “나도 당신이랑 같이 갈래, 우리 가족이 전부 처가에 가는 거야.”원경릉이 울며, “좋아, 좋아!”돌아가기로 결정하니 우선 만아 일을 정리해야 해서 원경릉이 입궁해 용태후에게 신내림에 쓴다는 피로 쓴 卍자 부적에 대해 물었다. 사실 이 부적은 알약 한 알로 알약 위에 卍자 기호가 새겨져 있을 뿐 약은 비타민E처럼 전체가 붉은색이고 연한 유광이다.“이 약을 먹이면 몸에 있는 무고술이 전부 없어짐과 동시에 종생술도 없어질 거라 모든 걸 기억하게 될 거야.” 용태후가 원경릉에게 얘기했다.원경릉이 받아 들었을 때 손가락 끝이 약간 떨렸다. 모든 일이 기억난다는 건 만아가 아버지가 살해당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