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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77화

作者: 유애
경단이가 가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내가 만두한테 물어 보마.” 할머니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렇게 큰 경사에 기뻐하지 않았다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만두를 불러 물어보는데 참 어이가 없다.

“네가 그렇게 애기한 거 맞아?” 원경릉이 만두를 째려봤다.

만두가 당황해서, “맞아요, 이렇게 아니면 뭐라고 말해요?”

할머니가 웃으며 만두를 옆으로 데려와서 자상하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릴 때는 남동생 둘이 더 생겼어요 라고 해야 해. 남동생이 둘이 있어요 라고 하는 게 아니라. 너에게 원래 남동생이 둘 있는 걸 외할아버지도 알고 계시니까.”

“맞아요, 두분 다 제가 남동생이 둘 있는 거 아시니까, 지금 또 동생 둘이 있다고 말하면 지금 넷이 있는 거잖아요. 외할아버지는 숫자를 모르세요?”

원경릉이, “오늘 밤 다시 가서 할아버지께 잘 말씀 드려. 지금 남동생이 4명이라고 알겠니?”

“알았어요!” 만두가 좀 침울해 졌다. 그게 뭐가 차이가 있다는 거야. 머리가 잘 돌아가면 자기가 동생이 넷이라고 말하는 걸 알아 들을 텐데.

‘외할아버지는 책만 좋아하는 바보지만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단지 두 분이 꼭 좋아하셔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동생을 낳으면 반드시 기뻐야 한다고 누가 그래요? 어쩌면 외할아버지는 저한테 여동생이 태어나길 원하셨을 수도 있잖아요? 아빠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음료들을 싫어했으면서. 걔들을 가리키며 이것들이 없으면 얼마나 좋아 했잖아요.’

내키지 않는 태도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 경단이에게 몸을 차지하는 기회를 빼앗겼다.

경단이가 처음 현대에 온 거라 긴장되고 기뻤지만 절도를 지켜서 엄마가 가르쳐준 예의를 생각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절을 하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외삼촌 안녕하세요. 저는 경단입니다.”

할머니는 경단이를 안아주며 정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세 쌍둥이 중에 너만 만나지 못했는데 너무 잘 됐다. 결국 왔구나.”

오빠는 살짝 경단이의 머리를 ‘꽁’ 때리고 웃으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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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약인가 아닌가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서로 바라보고 다독이다가 또 아쉬워하는 것이 이 때 만약 경릉이가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떡들을 다 봤다고 하지만 사실 진짜 우리 떡들을 만난 적은 없으니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보고싶다.엄마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데 이 생애 모녀가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기는 할까?엄마는 그동안 아이들 장난감을 사고 결혼 팔찌를 사고 황금 열쇠도 샀지만 그저 대화만 나눌 수 있을 뿐 이런 물건을 경릉이 손에 전할 방법이 없었다.엄마는 또 아이 옷과 멜빵을 많이 산 게 손자가 생겼으니 기쁜 나머지 동료들과 쇼핑을 하다가 보면 샀는데 이 아이 옷은 영원히 자신의 손자들에게 입힐 방법이 없다.엄마는 원교수가 젖병을 사서 몰래 공문서 가방에 가져와서 서재 캐비닛에 넣어 둔 걸 안다. 청소할 때 발견했는데 젖병 한쌍으로 젖꼭지가 달려 있는 거였다.이것들은 모두 마음 속에 묻어둔 은밀한 바램으로 딸에게 보낼 수 없지만 정상적인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자기도 모르게 사고 마는 것이다.다음날 경단이는 먼저 만두에게 사과했다. 갈 수 있나 없나 해본 거라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만두는 화를 냈지만 경단이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얼굴을 보고 용서해 주었다.그런데 경단이가 좋다고 상 받으러 가는 걸 보고 정말 화가 났다.엄마가 좋아하셨다는 경단이 말에 원경릉은 기뻤지만 눈이 빨개지며 눈물을 흘렸다. 경단이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엄마가 칭찬의 말을 해 주길 한동안 기다렸다가 실망만 가득 안고 돌아갔다.‘휴, 엄마가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벌써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지 오래됐다. 엄마는 형이나 동생을 편애하고 자기만 신경 안 써준다.원경릉은 가슴이 아픈 나머지 경단이를 잘 이해해주지 못했다. 사실 원경릉 자신도 알지 못한 것이 세 쌍둥이만 있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경단이를 무시하곤 했다. 왜냐면 경단이는 착하고 순해서 손이 안가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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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제일 좋아?그리고 원경릉이 가장 놀랍고 기뻤던 건 빗 위에 사람이 둘 조각되어 있었는데 얼굴만 있고 아주 정교하게 조각한 건 아니라 좀 아마추어 스럽지만 세밀해서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인 걸 알아볼 수 있다. 얼굴 두개가 나란히 있는데 왼쪽에는 오(五)자, 오른쪽에는 원(元)이 써 있다. 합쳐서 읽으면 오원이다.그러니까 이 머리는 하나는 원경릉이고 하나는 다섯째 황자, 즉 우문호다.이 ‘천부적인 솜씨’의 조각과 참신함 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는 글자에 원경릉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만질 때 편한 게 재료가 좋네. 마음에 들어.”우문호도 자기가 조잡하다는 걸 알아서 방금 집은 펜던트를 박달나무 빗 작은 구멍에 끼우고 펜던트를 늘어뜨리자 술이 늘어지며 그래도 정교하고 우아해 보인다. 당연히 제일 큰 공로는 옥 펜던트와 박달나무라는 재료지만 조각을 빼놓으면 섭섭하다.이런 세심함에 원경릉이 감동했지만, “빗은 왜 주는 건데?” “혼인할 때 빗으로 머리를 빗기면서 상서롭고 길하다고 하잖아? 이 빗은 오래오래 쓸 수 있어서 우리가 백발이 되도록 쓸 거야. 민간에서는 그런 의도인 거 같던데 나도 잘 모르고 기상궁에게 이런 조각에 대해 물어보니 만아가 사식이에게도 조각을 선물했다며. 좋은 뜻이라고.”우문호는 자신이 생각해도 좀 초라한 지 다른 사람들은 전부 보석을 한 무더기 씩 가져다 바치던데, 결국 말투가 상당히 겸연쩍어 졌다.“난 좋아!” 원경릉이 빗으로 머리를 빗는데 정말 손에 착 붙는게 아담하고 잘 빗긴다.우문호가 안도하며 웃더니 갑자기 다시 긴장하며, “그 오원, 시나 뭐 멋진 문장으로 바꿀까? 좀 있어보는 말로?”“싫어!” 원경릉도 따라 웃으며, “이게 너무 좋아, 딱 우문호스러워.”진부한 시나 문장 나부랭이가 있었으면 오히려 촌스러웠을 것이다.“정말 좋아?” 우문호가 안심이 안 되는 게 솔직히 뭐 대단한 건 아니잖아.“좋아, 진짜 마음에 들어. 의미있잖아. 자기가 마음 쓴 게 보이고 금은 보석을 주는 것보다 훨씬 좋아.”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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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에 보내는 동영상우문호가 한참 있다가 힘없이, “빗은 다 내가 만든 거야. 얼굴만 조각한 게 아니라.”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뽀뽀하며, “감사인사는 이거면 될까?”우문호가 눈에 불이 번쩍이면서, “애들도 만 한달이 지났고 우리 교류를 한걸음 더 깊이 진행해 볼까.”원경릉이 우문호를 밀치며, “난 동영상 한번 더 봐야 하고 자기도 할 말 생각해 놔. 장인 어른께 할 말 내가 찍어서 그분들께 보낼 게.”“어?” 우문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위 휴대폰이 어떤 것인지 거의 이해를 못한 관계로 사람이 어떻게 들어간다는 거지? 그리고 안에서 얘기를 할 수 있다니, “내가 장인어른께 무슨 얘기를? 난 우는 거 못하는데.”“누가 울래?” 원경릉이 뾰로통하게 우문호를 째려보며, “자기 지금 서일 닮아가는 거야? 어째 갈수록 멍청해 지는 건데?”“하지만 안 울면 존중하지 않는 것 같잖아. 그리워하는 것 같지 않고.”“몇 마디 녹화해서 그분들께 자기 모습 보여드리고 자기 목소리 들려드리는 거지. 무슨 얘기를 하든 자기가 알아서 하면 돼, 울 필요 없어.” 우문호가 뭘 그리워해? 그분들을 알지도 못하는데.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원경릉을 아프게 했다. 우문호를 위해 아이를 다섯이나 낳았는데 우문호는 장인 장모를 알지도 못한다.다음날 원경릉은 휴대폰을 들고 할머니에게 가서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결과를 보여드리자 할머니가 아주 만족하시며, “잘됐구나, 다행히 걔들에게 사위를 보여줄 수 있게 됐어.”첫 영상으로 원경릉은 일단 할머니를 찍었는데 할머니는 말씀이 많지 않고 그쪽에 대해선 안심하고 있어서 몇 마디 염려의 말씀만 하셨다.우리 떡들을 찍는데 그게 아주 난리법석이라 장난감이란 장난감은 다 꺼내고 눈 늑대를 안고 타고 움켜쥐고 모든 자세를 다 한번씩 찍고 30분을 찍고도 그만 하기 싫어했다.마지막으로 세 아이가 나란히 카메라를 보고 웃고, 걔들 앞에 각자의 눈 늑대가 엎드려 있었다.우리 떡들 영상을 다 찍고 두 분의 ‘침착맨’을 찍으러 갔다.‘침착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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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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