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막기옥허도인이 두 사람을 보자 원경릉이 가기 직전에 신분을 밝힌 게 떠오르고, 서일의 앞니가 표식이 되어 한 눈에 알아 봤다.하지만 대전에 사람이 많은 관계로 그들은 사랑채로 모셨다.들어가 얼른 예를 취한 뒤,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우문호가 보니 헤어진 지 2년만에 상당히 늙어서 세월 참 빠르구나 싶다.자리에 앉아 우문호가, “사숙조께서 돌아오셨다고 하던데 그런 가?”옥허도인이 얼른, “아뢰옵기로, 그렇습니다.”우문호가 불쾌한 듯, “사숙조가 돌아오면 바로 경성으로 보고하라고 하지 않았던가?”옥허도인이 당황해서, “전하, 사람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태자 전하께서 사숙조를 청하지 않으셨습니다.”“사람을 보넀다고?” 우문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옥허를 보니 표정이 진심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초왕부로 사람을 보넀나?”“보낸 자가 초왕부의 신하를 만나서 사숙조 일을 전했습니다. 태자전하 믿지 못하시겠으면 그자를 불러올 테니 직접 하문 하십시오.”“들라 하라!” 초왕부 신하라고? 탕양인가? 하지만 탕양은 이 일을 보고한 적이 없다.옥허도인이 일어나 나가자 잠시 후 청년 도인 하나를 데려왔는데 스무 살 초반정도로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청색 도복을 입었는데 옥허가 우문호의 신분을 얘기했는지 들어와 꿇어앉아 인사를 했다.우문호가, “일어나서 답하라, 경성 초왕부에 간 적이 있느냐?”청년 도인이 감사 인사 후 일어나 공손하게 두 손을 넓은 도포 소맷자락에 넣고, “아뢰옵기로, 초왕부에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경성에 막 들어가 거리에서 초왕부 위치를 묻자 누군가 와서 초왕부의 가신이라고 했습니다.”서일이 기가 막혀서, “아니 길거리에서 길을 묻다가, 누가 초왕부 사람이라고 하면 믿어버립니까?”“본인이 초왕부의 탕대인이라고 했습니다.” 청년 도인은 얼굴이 빨개져서, “경성에 들어갈 때 물어봤는데 태자 전하 주변에 분명 가신으로 탕양이란 사람이 있다고.”서일이, “명패를 보여 달라고 했습니까?”“했습니
사숙조 방원“아직 있다고? 그거 잘 됐군. 도장이 사숙조에게 대신 날 좀 소개해 줄 수 있겠나?” 옥허도인이 청년도인에게 사숙조를 청해오라고 하고 우문호에게, “전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사숙조께서 금방 오실 겁니다.”우문호는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경호는 원 선생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 게 우문호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으로 작용했다. 미지의 사건은 무서운 법이다.특히 원경릉의 신상에 관해서는.전설의 사숙조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순간 우문호와 서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옥허도인이 거진 노인이니 옥허의 사숙조라는 사람은 적어도 80대의 노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청색 도포를 말쑥하게 입은 사숙조는 고작 마흔 정도밖에 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만불산 산수의 기운이 좋아서인지 피부가 백옥처럼 깨끗한 가운데 발그레하게 윤기가 돌고 눈웃음을 치며 산뜻하게 나타나는 모습이 땅으로 내려온 신선 같다.인사도 멋스럽고 목소리는 산골짜기 옹달샘처럼 맑아 서일은 아주 멍하니 바라만 봤다.사숙조가 미소를 지으며, “방원(方圓)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방원 도장, 예는 됐으니 어서 앉으시게!” 우문호는 이 사람이 기인이라 느끼고 예를 갖추어 대했다.방원 도장이 앉자마자, “근래 계속 태자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 불러 주실 것을 기다렸는데 그게 2년이나 될 줄은 몰랐습니다.”“거긴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네, 도장이 사람을 보냈단 사실을 몰랐으니까.” 방원 도장이 살짝 놀라며, “안 갔습니까?” 방원이 옥허를 질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옥허가 겸연쩍어 하며, “사숙조, 중간에 착오가 생겨 말을 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일을 치밀하게 하지 못했구나!” 방원 도장이 담담하게 말했다.“괜찮네, 다행히 오늘이라도 만났으니까, 도장이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지?”옥허가 답하길, “아뢰옵기로, 전하 일행이 막 가시고 사숙조 어른께서 돌아오셨습니다.”우문호가 기이하게 여기며, “그런데 왜 사람을 보내 바로 쫓아와 알리지 않았나?”옥허가 난감해 하며, “그
홍엽의 도발서일과 같이 내려가는데 홍엽이 막 돌아봤다. 붉은 옷이 잘생긴 얼굴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여자 같이 아름다운 엷은 미소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우문호가 천천히 걸어가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남자가 이렇게 방자하게 웃는 걸 보니 좋은 인간은 아니군.”서일이 홍엽 곁에 여자를 보고 순간 깜짝 놀라며, “깜짝이야. 너무 못 생겼네.”홍엽 곁에 서있는 여자는 딱딱한 표정에 크고 작은 반점이 얼굴에 가득한데다 홍엽과 같이 서 있으니 극도로 추악해 보인다.홍엽이 더욱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에게 예를 취하고, “이 산에서 태자 전하를 뵐 줄 몰랐습니다. 저희가 정말 인연이 있는 모양입니다.”“난 자네를 찾아왔네.” 우문호는 홍엽을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홍엽이 살짝 놀라며, “아니? 저를? 전하는 제가 여기 있는 걸 아셨습니까?”우문호가 담담하게, “뭘 또 모르는 척이야? 당신 사람들이 날 감시하고, 내 사람들이 당신을 감시하는 걸 다 알면서.”홍엽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일어나, “참 가뿐하게 말씀하시는 군요, 전하는 상쾌하신 분이십니다.”홍엽이 손짓으로 못생긴 여자를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하자, 서일이 여자를 노려보며 따라가서 계속 주시하고 있다.홍엽과 우문호는 호수가를 걷다가 호수 앞에 멈춰 서서, “전하께서 특별히 저를 찾으신 이유가 무엇인지?”“북당에 온 의도를 알고 싶어.”홍엽이 가볍게 웃으며 경호의 윤슬을 가리키더니, “전하는 경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주변에 이렇게 많은 나뭇잎이 호수에 떨어지는데, 호수 위에 낙엽 한조각이라도 보이십니까?”우문호는 당연히 알고 있다. 온 산의 단풍나무가 바람에 나부껴 전부 호수에 떨어져도 호수에 파문이 한 번 일고 나면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경호는 기이한 곳이다.홍엽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고, “제가 경호때문에 왔다면 전하는 믿으시겠습니까?”우문호는 홍엽의 헤아릴 수없이 깊은 눈빛을 보니 짐작이 안돼서 대놓고, “별로, 안 믿어.”“그럼 만약
홍엽과 소홍천“태자 전하를 다치게 하려는 자는 나 서일의 적이다.” 서일이 검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홍엽이 의외라는 얼굴로 못생긴 여자를 째려보고 그제서야 서일을 보더니 상당히 깊은 의미를 담아, “뜻밖에 태자 전하 곁에 이렇게 손놀림이 빠른 고수가 있는 걸 놓치고 있었군요.”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홍엽을 흘겨보고 돌아섰다. 서일이 몇 걸음 물러나 상대가 쫓아오지 않음을 확인하고 우문호와 같이 떠났다.경호를 떠나 우문호가 서일을 칭찬하며, “검법이 진짜 상당히 정진했던데, 이번은 주인을 보호하는데 큰 일을 했어. 상을 내리지.”서일이 헤벌쭉하게 웃으며, “소신 오품 장군인데 당연히 태자 전하를 보호해야죠.”신혼집도 다 짓기 전에 신랑이 이러면 되겠어? 태자를 건드리는 사람한테 죽자고 덤비다니.우문호는 흘끔 뒤를 돌아 보니 홍엽이 아직 그 자리에서 우문호를 보고 있다. 멀리 붉은 사람 그림자가 눈에 거슬려서 우문호가 차갑게, “돌아간 뒤에 내 빨간 옷은 전부 불살라 버리겠어.”“전하는 빨간 옷이 없습니다. 그렇게 눈에 띄는 색은 도무지 안 입으시잖아요.” 서일이 안심시켰다.우문호가 열 받는지, “저 놈이랑 말을 섞으려고 하다니 내가 진짜 미쳤지. 군자로 대우해주니 오히려 소인배인 척 해?”서일이 우문호를 흘끔 쳐다보고 느릿느릿, “엄격히 말해 전에는 소인배인 척 했지만 오늘은 척이 아니라 대놓고 전하의 아내를 강탈해 가겠다고 호언장담했어요.”“어디서 감히 그 따위 소리를 지껄여?” 우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서일에게 화를 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원선생이 홍엽에게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일부러 이간질 하려고 도발하는 건 아니겠죠?”“그런 애들 장난 같은 수작은 부릴 리 없어.”“나리, 안심하세요. 나리와 태자비 마마는 금보다 굳건해서 아무도 못 부러뜨려요. 게다가 태자비 마마 애들이 몇 인 데요.”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은 여자한테 진짜 반할 사람이 어디 있어?’우문
남자 얘기요부인이 사식이에게 눈을 부라리며, “당장 그 입 못 다물어!”요부인이 고개를 돌려 소홍천에게, “어려서 모르고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전 소문주와 태자 전하 사이에 별다른 일이 없는 걸 믿어요. 그렇죠?”원경릉은 요부인이 아닌 척 더 캐묻는 걸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소홍천이 옷감을 잔뜩 안고 요부인을 보더니 어리둥절한 얼굴로, “태자 전하를 좋아한다고요? 어떻게 가능하죠? 태자비 마마께서 마음에 드셔서 다행이죠.”“맞아요, 맞아, 다섯째가 좋은 사람은 못되죠.” 요부인도 좀 무안한지 얼른 농담처럼 무마시켰다.소홍천이, “그렇게 말할 수도 없은 게 태자 전하도 장점이 있으세요. 밀당은 잘 모르시지만 같이 일하기엔 믿을 만 하죠. 그게 생활 하는 게 재미없어요. 태자비 마마 그렇지 않으세요?”원경릉이 아직 답하기 전에 사식이가 항변하며, “어떻게 재미없을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엔 태자 전하는 엄청 재미있으시던데. 늘 원 언니를 폭소하게 만들어 주시는 걸요.”원경릉이 하하 웃더니, “사식아, 태자 전하께서 언제 날 폭소하게 해 주셨어?”“원언니, “ 사식이가 원경릉에게 눈을 흘기며, “자기 남자는 자기가 지켜야지, 전 지금도 누가 서일에 대해 한마디라도 나쁜 말 하는 거 가만 안 둬요.”원경릉은 이번엔 정말 깔깔 웃으며, “알았어, 지킬 게. 태자 전하는 확실히 인재셔. 일 똑 부러지게 하시는 건 말 안 해도 알 거고, 상당히 재밌게 농담도 잘 하셔.”요부인과 소홍천도 웃으며 사식이가 뺨을 부풀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소홍천이, “서일은 확실히 괜찮은 사람이죠. 전에는 일하는 게 그렇게 믿음직하지 못했는데 최근 2년동안 무공이 상당히 늘고 사람도 성숙한 게 태자전하의 오른팔 왼팔이 될 게 틀림없어요.”“그래요, 서일이 상당히 성장했어요.” 요부인도 그렇게 말했다.사식이가 손을 흔들며 얼굴이 확 펴지더니 겸손한 척, “무슨 말씀이세요.”그리고 소홍천에게, “아직 마음에 품은 사람이 누구인지 말씀 안 하셨네요?”소홍천이
소홍천의 남자소홍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실 아닐 거예요. 만약 당시 어리고 무지했으면 지금 태자 전하께서 이렇게 행복하실 리가 없죠. 두 분은 정말 잘 어울리세요. 서로 믿고 서로 깊이 사랑하고 정말 부러워요.”소홍천이 여기까지 얘기하니 원경릉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소문주가 좋아하는 그 분은 어떤 분 이세요?”“태자 전하께서 제 일을 말씀해 주셨나요?” “약간요, 하지만 본인도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소홍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 태자 전하께서도 잘 모르세요. 제 자신의 가슴속에 묻어두기엔 너무 괴롭고 누군가에게 말은 하고 싶고. 태자비 마마는 제 말 들어 주실 수 있으실 까요?”“당연하죠,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소홍천이 작게 한숨을 쉬고, “전에 한 사람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당시 그의 집안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아서 본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자를 아내로 맞았죠. 그리고 전 그와 왕래를 끊었는데 며칠 전에 그가 저를 찾아와서 부인이 죽었다고 알려줬어요. 전…… 속이 시커먼 게 그 소식을 듣고 그만 기뻐서……”“그래서 그 사람이 소문주에게 다시 합치자고?”“그는 그런 생각이 있어요. 제 마음도 역시 그를 좋아하고 만나고 싶지만, 사실 만나면 또 어색한 게 당시 우리는 혼담을 논할 사이였는데 그가 다른 사람과 혼인했다는 사실이 줄곧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제가 너무 억지를 부리는 건가요?”원경릉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그 남자는 좀 이기적이고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소홍천과 혼인까지 생각한 사람이 무슨 가문의 명예가 어쩌고 하며 다른 사람을 아내로 맞을 수가 있어. 그리고 아내가 죽고 나니 이제서야 소홍천을 다시 찾아오다니 소홍천을 뭘로 보는 거야?당연히 그 남자 당시 잘못된 결혼을 한 걸 후회하고 이제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자 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이것도 크게 비난할 일은 아닌 게 사람은 줄곧 잘못된 결정을 하곤 하니까 말이다.“전 그 분을 몰라서 어떻게 의
의심과 흉터원경릉이 한마디 더, “그 남자가 당초에 소문주를 버렸는데 소문주는 왜 미련을 두고 잊지 못하시나요?”소홍천이 슬픈 눈빛으로, “그도 떠밀려서 어쩔 수 없었어요. 혼인은 본인이 주관할 수 없는 거라고 그가 말했어요. 마음 속엔 저 하나만 있다고. 헤어질 때 그가 많이 아파했죠.”소홍천은 이 남자의 신분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전에 우문호에게 들었던 것 같은 게 무림에서 상당한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원경릉이 무림 일은 모르지만 모든 분야가 다 리더격 인물이 있고 이 남자는 무림에서 지위가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따라서 혼사도 완전히 집안의 의견만 쫓을 필요 없었을 것으로 충분히 본인이 의견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소홍천 말에 당시 그들은 이미 혼담이 오가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아 이 남자는 소홍천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을 아내로 맞은 쪽이다. 그가 소홍천에 말한 고충이 어쩌고 하는 ‘썰’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 그래, 쓰레기 같은 남자들의 레퍼토리 아냐?그리고 만약 그 사람 마음 속에 정말 소홍천이 있고 마지못해 다른 여자와 혼인을 해야 했다면 소홍천과의 왕래를 끊을 결단을 해야 했다. 따라서 매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소홍천이 지금까지 질질 미련을 가지게 해서는 안되는 거다.이게 어떻게 사랑이야? 어장관리지.다른 사람이면 어쩌면 묻거나 따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람의 감정을 주변 사람이 간섭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홍천은 다르다. 소홍천의 홍매문이 우문호를 도와 일을 하고 있고, 우문호는 소홍천을 완전히 신뢰한다. 그래서 대외적인 포석이나 각 방면의 단서를 전부 소홍천에게 알리기 때문에 만약 소홍천 쪽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이다.소홍천이 천을 골라 초왕부의 재봉사에게 주고 언제 와서 찾아갈지 확인하고 갈 때 원경릉은 그녀의 눈에서 기대와 경쾌함을 봤다. 마치 오랜 시간을 기다려 마침내 이 순간을 맞았다는 것처럼.이 점이 원경릉을 걱정하게 만들었다.만두가 현대에 한 번 가서 돌아오더니 주지의 말을
알 수 없는 홍엽원경릉이 생각해봐도 미용액이 그럴 리 없지만 혹시 몰라 희상궁을 불러 물어봤다.희상궁은 원경릉이 미용액에 대해 묻자, “이 미용액은 쥐엄나무, 월계화 꽃잎에 우유를 첨가해 만든 것으로 다른 건 들어있지 않습니다. 흉터를 없앨 수는 없을 텐데 우유가 피부를 희고 윤기 있게 만들어 준다더니 우유의 작용일까요?”원경릉이, “아마 우유작용일 거예요.”하지만 우유때문에 그럴 리 없다. 엄격히 말해 우유 거품 목욕이 반드시 피부를 희고 윤기 있게 만들거나 반점을 없앤다고 할 수는 없다. 쥐엄나무와 월계화 꽃잎도 이런 효능은 없고 쥐엄은 기름기를 제거해 한약에 넣으면 상당한 소염과 해열 작용을 하지만 추출해서 외용연고를 쓸 경우 단지 청결을 유지하는 정도다.우문호는 다음날 정오경에 경성에 돌아왔는데 말을 달려오면 금방이지만 도장은 바람 불면 날아가게 생겨서 말은 못 타고 마차를 타야 해서 시간이 지체되었다.가장 심각했던 건 방원 도장이 마차 멀미가 심해서 마차에서 내린 뒤 죽을 듯이 토하고 서일이 부축해 들어가 쉬게 했는데 당분간 조금도 정신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오면 노인을 너무 괴롭게 하는 거지. 안됐네.”“안 늙었어. 보기엔 아바마마보다 더 젊어.” 우문호가 외투를 벗고 돌아서며 말했다.“그럴 리가? 옥허도 나이가 상당히 들어 보였어. 그런데 그런 옥허의 사숙조면 2세대 위란 소리인데.” 원경릉이 화들짝 놀랐다.우문호가 턱을 쥐고 생각에 잠기더니,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어, 가짜를 데려온 게 아닌지.”“가짜면 늙은 사람을 골라서 변장 시켰겠지.”“그렇네!” 우문호가 으쓱하며, “진짜든 가짜든 금방 알게 되겠지, 날 속일 수는 있어도 당신은 못 속이니까.”원경릉이 수건으로 우문호 얼굴을 닦아주고 물을 따라 주더니, “피곤하지?”“피곤할 게 뭐가 있어? 무성에 있을 땐 3일 밤낮을 한 숨도 못 잔 적도 있는데.” 우문호는 수건은 던져두고 원경릉을 부축해 앉히더니 배에 귀를 대고,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