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서 우문호를 깨우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 꿈속의 모든 순간을 되새겨보았다. 꿈 속에서 본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한없이 소중했다. 왜 꿈에서 깬걸까?원숭이의 연구 데이터는 이전에도 여러번 보았기에 기억이 생생했다. 확실히 원숭이에게 약물 투여 후 데이터가 좋게 나왔고, 그냥 눈으로 보아도 약물을 투여했을 때 원숭이의 행동이 훨씬 더 민첩하고 똑똑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아진 지능으로 탈출을 해서 차에 치여 죽었지만…….이런 생각을 하자 그녀는 갑자기 원숭이가 차에 치여 죽은 후에도 그 영혼이 시간을 초월하여 이 곳에 있지 않을까? 라는 기이한 생각을 했다. ‘참나. 말도 안돼.’그나저나 이 남자 머리통이 정말 크구나. 너무 무거운거 아니야?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잠든 그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잠이 들었을 때만 그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자기애가 강해서 누가 자기를 빤히 보면 자기를 좋아하는 줄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서. 잘생기긴 했다. 그의 이목구비는 완벽에 가깝다. 굳이 단점을 뽑자면 각진 얼굴이라 꽤 날카로워 보인다. 이런 얼굴은 웃고 있어도 어딘가 모르게 차가워 보인다. 그리고 눈매도 날카로워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순간 얼어버리는 느낌이 든다. 마치 지금처럼…….그녀는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너…… 언제 일어났어?”우문호가 담담한 눈빛으로 “네가 본왕을 빤히 볼때.”라고 말했다.“일어나. 네가 내 팔을 베고 자는 바람에 팔에 피가 안통해.” 원경릉은 넋나간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우문호가 머리를 들었고, 원경릉은 팔을 뺐다. 이 침상에는 베게가 하나 뿐인데, 그걸 원경릉이 베고 있으니, 그녀의 팔을 베고 자는 수 밖에 없었다. ‘팔 좀 빌려줬다고 되게 생색내네.’“뭘 보고 있었냐?”우문호가 물었다.“네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본거야. 오해는 하지마.” 원경릉이 결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전혀 오해하지 않았다. 잠에
혜정후에 대한 결정에 반발하는 원경릉“뭐? 내 명령에 너도 따지고 드는 거냐?” 우문호는 눈을 부라리며 위아래를 훑어보았다.기상궁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원경릉은 기가 막혀서 입술을 다 부들부들 떨며, “우문호, 주씨 집안이 겁나니? 아니면 여전히 주명취 체면을 생각해서 주씨 집안 사람은 놔주겠다는 거야?”우문호는 침울한 낯빛으로, “상관없는 사람 가져다 붙이지 마.”원경릉은 실망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보며, “내가 맞았네, 주명취 입장을 생각해서 주씨 집안이랑 나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거네. 내가 진짜 널 잘못 봤어. 어쨌든 넌 똑똑하니까 길한 것은 따르고 흉한 것은 피한다는 말 알지? 네가 오늘 혜정후를 놔주면 다음에 피눈물을 흘릴 때가 올 거다.”우문호는 화가 나서 소매를 떨치며, “됐으니까 그만 해!”하고 말을 마치자 차갑게 가버렸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원경릉은 순결과 목숨을 모두 걸고 겨우겨우 이 기회를 얻었는데, 우문호는 고작 여자 하나때문에 가볍게 이 기회를 던져 버리다니 그럼 원경릉은 그냥 헛고생 한 거냐고?기상궁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왕비마마, 화내지 마세요. 왕야도 마마를 위해서 그러신 거예요.”“날 위해서?” 원경릉은 피식 웃으며, “ 만약 날 위해서면 사실대로 보고를 해야지.”기상궁이 말하길: “여자에게 정절이란 하늘과 같은 명예인데, 혜정후가 어떤 사람입니까, 왕비마마께서 혜정후 손에 잡힌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겠어요? 그땐 왕비마마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져 사람 답게 살 수가 없을 겁니다. 옛 말에 중상모략 당하면 한여름 더위도 춥게 느껴진다고 하잖아요.”원경릉은 의아해서, “내 명예를 나도 신경 안 쓰는데, 왕야가 왜?”“왕야께서 왕비마마를 감싸고 계시는 게 눈에 보입니다.”원경릉은 이 문제를 전혀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지만, 명예에 신경을 쓴다면 그건 아마 우문호 자신의 명예지, 만약 사람들이 자기 아내가… 아니지, 우문호는
혜정후에 대한 자신의 뜻을 밝히는 원경릉원경병은 정후부로 돌아가기 직전에 원경릉을 끌어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언니.”언니라는 말에 원경릉은 마음이 약해졌다.원경릉은 심사숙고한 끝에 역시 우문호가 시킨 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왕야는 초왕부에 계신가?” 원경릉이 기상궁에게 물었다.“그럼요. 서재에 계십니다.”“가서 좀 만나야겠어.” 원경릉은 옷 매무새를 고치고 문을 나섰다.자욱한 저녁 안개가 마당을 노을 빛으로 물들이니 고요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부엌에선 밥짓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음식을 하느라 모여 있는 모습이 허구나 환상이 아닌 진실한 삶임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오늘 큰 일을 겪으며, 원경릉은 자신이 있는 시대에서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진정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서재에 도착하니 시녀가 막 식사를 차려 입구에 와있기에 원경릉이: “내가 할께!”시녀는 예를 취하며, “예!”원경릉이 식사를 들고 들어가자 안에는 초가 2자루 밝혀져 있는데 흔들흔들 한다.우문호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바닥엔 망친 종이가 상당히 널브러져 있다. 원경릉이 밟으며 가다 보니 종이 마다 힘주어 “참을 인”이 써 있다. 발소리를 듣고 우문호가 고개를 들자, 촛불이 일렁여 우문호의 얼굴 그림자가 흔들리니 눈매가 또렷해 져 한층 엄숙하고 신중해 보인다.거기에 눈꼬리에서 귀부분까지 이어지는 흉터가 살벌한 느낌을 가중시킨다.“무슨 일이야?” 우문호가 붓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물었다.원경릉은 식사를 교자상 위에 차려 놓고, 다가가서: “밥 먹을 시간이야.”“안 먹어, 가져가!” 우문호가 인상을 찌푸렸다.원경릉은 ‘참을 인’자가 쓰여진 종이더미에 서서 양 손을 마땅히 둘 곳이 없어 앞으로 얌전히 모으고, “우리 얘기 좀 해.”“방금 일에 관한 거면 얘기할 거 없어, 난 이미 결정했으니까.” 우문호가 냉담하게 말했다.원경릉은 천천히 걸어가서 책상 반대편에서 우문호와 마주보고 간절하게: “참을 필요 없어. 아
입궐하는 우문호와 기다리는 원경릉의 속마음원경릉이: “내 말에 대답 먼저 해야지.”“시끄러워, 밥 먹자!” 우문호는 한 손으로 원경릉의 손목을 잡아 끌어 옆으로 당기며, “내 옆에서 먹어.”“난 먹었어, 탕도 마셨고.”“그럼 내 옆에서 시중 들면 되겠네.”“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원경릉이 눈을 희번덕거렸다.우문호는 너무 배가 고파 밥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이렇게 배가 고팠던 거야? 좀 더 해오라고 할까?” 원경릉이 기억하는 우문호는 밥도 절제해서 먹고 이렇게 걸신들린 듯 먹어 치우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은 역시 굶고 볼 일이다.“됐어, 옷 갈아 입는 거 시중들어줘. 입궁해서 아바마마를 뵈야겠어.”원경릉은 뛸 듯 기뻐하며: “예!”두 사람은 소월각으로 돌아왔다. 원경릉이 옷장을 열자 정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고개를 돌려 우문호에게, “어떤 거 입을 거야?”“관복!” 우문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오!” 원경릉은 옷장을 닫고 매일 입는 옷을 거는 옷걸이 앞에서, 오늘 돌아올 때 벗어 둔 관복을 걷어 오는데, 정교하게 수 놓인 자수에 손을 뻗으며, 이게 권력의 상징이군.보라빛 관복의 허리띠와 금옥대가 딱 알맞게 위아래로 벌어져 비율이 완벽하다.관모를 써서 예리함을 적당히 숨기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중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원경릉은 처음으로 우문호의 시중을 드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드는 건 번거로운 일이지만 오늘만큼은 기꺼이 하고 있다.자기도 모르게 말도 조금은 들떠서, “왕야 정말 멋지다.”“꺼져!” 우문호는 원경릉을 노려봤다.“예, 금방 꺼지겠습니다.” 원경릉이 이렇게 왕야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은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다.우문호는 결국 눈가에 웃음을 띠고, 곁눈질로 힐끗 원경릉을 봤다.원경릉의 가슴이 터질 듯이 쿵쾅거려서 멍하니 우문호를 바라보고 있다.“왜 멍 때리고 있어?” 우문호는 원경릉의 도움없이 자기가 앉아 신발을 신었다.원경릉은 정신을 차리고, “아냐, 왕야의 흉터
검둥개를 보살피는 원경릉과 우문호의 귀가우문호가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탕양이 돌아오길 기다렸다.탕양은 전신의 옷이 찢어지고, 얼굴은 낭패한 기색으로 들어와, “왕비마마, 은인은 전부 마련하신 별채에 방을 드렸는데, 그중 하나가 죽자고 저를 따라온다고 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습니다.”원경릉은 호기심에 밖으로 나갔다. 도대체 죽자사자 따라온 게 누구야?그때 마침 서일이 털이 짧고 귀가 쫑긋한 검둥개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오는 게 보이는데 원경릉에게 잡혔다가 살아서 도망친 바로 그 강아지로, 지금 바닥에 엎드려 짧은 귀를 쫑긋하고 입을 헤 벌린 채 반점이 있는 혀를 내밀고 원경릉을 보고 있다.강아지는 온통 더럽고 상처가 있으며, 털도 피로 얼룩진 데다 채찍 자국이 전신에 나 있는데 살을 파고들어 어떤 곳은 털이 빠지고 피가 얼룩져 처참해서 볼 수가 없다.하지만 강아지는 지금 땅바닥에 엎드려 이전의 악독함이나 흉포함 대신 두 눈을 반짝이며 말똥말똥 원경릉을 보고 있다.원경릉이 한달음에 다가가, 멀쩡한 부분은 머리 뿐이라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고, “착하지.”“월월!” 검둥개는 원경릉을 보고 짖으며 꼬리를 흔드는데 결국 눈에 눈물이 맺혔다.탕양이 가고 원경릉이 돌아서며, “가루약과 뜨거운 물을 준비해라.”개가 순해서, 털을 씻기고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하나도 짖지 않고 원경릉이 하자는 대로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탕양과 서일이 도우려 했으나, 원경릉이 필요 없다며 둘을 쫓아냈다.처치를 마치고 원경릉은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나랑 같이 지내자, 궁에는 ‘푸바오’라는 애도 있어, 그러니까 넌 ‘다바오’라고 하자, 좋지?”“왕왕왕!” 다바오가 3번 짖는 걸 OK로 치기로 했다.방금 만났을 때 다바오의 첫 마디는, 심한 일을 당했다고 모든 개가 전부 심하게 맞았다고 했다.원경릉은 다바오의 말을 알아듣고, 강아지가 당한 일에 가슴이 아팠다.원경릉은 나가며 탕양에게 그 강아지한테 잘해주라고 하니 탕양이: “당연하죠.
혜정후에 대한 황제의 뜻을 전하는 우문호“어지러워, 너무 어지러워요!” 원경릉은 서둘러 우문호에게 기대며, “방금까진 몰랐는데, 이렇게 멈춰 서니 심하게 어지러워요.”“여봐라, 왕비를 방으로 모셔드려라.” 우문호가 명령했다.녹주는 얼른 앞으로 나가 원경릉을 부축하고, 원경릉은 자기보다 머리 반만큼 작은 녹주에게 연약한 모습으로 기대서 천천히 돌아갔다.목여태감은 안타까워 고개를 저으며, “가련하시구나. 고작 며칠 왕비를 뵙지 못했는데 바짝 마르셨네.”우문호는 마음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가련해? 절대 아니지, 증오스럽고 미울 뿐.목여태감을 보내고, 우문호는 직접 봉의각으로 갔다.문에 들어서자, 검둥개 한 마리가 쫓아 나오더니 길을 막고 흉악하게 으르렁거리는데 개를 무서워하는 트라우마에 다시 휩싸여 다리에 힘이 풀렸다.원경릉이 문에 기대서, “다바오, 짖지 마, 인사해, 아빠야.”“왕야가 쟤 아빠야.” 우문호가 인상을 쓰며, “누가 데려왔어? 당장 내보내.”원경릉이: “다바오, 가서 놀아.”다바오는 이 말을 듣고 꼬리를 흔들며 나갔다.“다바오? 이름도 있어?” 우문호는 화가 나서 말했다.“강아지랑 싸워서 어쩌 자는 거야?” 원경릉이 말했다.“초왕부에선 개를 키울 수 없어, 개랑 나랑 둘 중 하나야.” 우문호는 들어가며 원경릉에게 경고의 눈빛으로 매섭게 쏘아봤다.원경릉은 우문호와 함께 들어가며 화제를 전환할 겸, “일은 어떻게 됐어?”우문호가 앉더니 잘생긴 얼굴로 싸늘하게, “아바마마께서 몇일 밤을 심문하셨는데, 처음엔 그 놈이 죄를 인정하지 않고 네가 왕비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길래, 아바마마는 그렇게 너에게 전하려 했으나 마지막에 주재상이 직접 심문하니 인정했데.”“인정 했어? 그럼 어떻게 처리할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이미 감옥에 압송됐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아바마마께서 이번엔 벽력같이 진노하신 데다 그 놈이 예전에 제멋대로 날뛰며 횡포를 부려서 쉽게 용서해 주시지는 않을 거야.”원경릉은 약간 의
명원제와 태상황의 대화궁중.명원제는 종일 분노에 휩싸여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아플 지경이다.주씨 집안의 오만 방자함이 이미 명원제가 상상하는 정도를 넘어섰다.주씨 집안의 세력이 지금도 그의 황권을 압박하고 있으며, 과거는 주재상을 공경했으나, 지금은 한마디로 말해 주씨가 우문(宇文)씨의 강산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주재상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혜정후를 질책하면서 혜정후에게 이렇게 말했다. 높은 지위에서 중대한 권력을 가지고 황은을 크게 입었는데, 아랫사람이 꼬드긴다고 이런 인간 말종의 일을 저지르다니, 주씨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주씨 집안의 명예? 그럼 황실의 명예는?명원제는 장인이 얼결에 뱉은 말을 듣고,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져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주재상에게 주씨 집안의 명예가 황실의 명예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주씨 집안의 중년들은 모두 조정의 요직에 몸 담고, 젊은이들은 군에서 경력을 쌓아 군인 제후의 길을 가고있다.그러면 명원제의 아들들은 어떤가? 태자의 지위를 놓고 다투느라 누가 주씨 집안의 위협을 안중에나 두고 있을까?오직 다섯째밖에 없다.다섯째는 자신과 왕비의 명예도 신경 쓰지 않고 집요하게 혜정후를 끌어내린 것을 볼 때 다섯째는 깨어 있는 사람이다.초왕이 주명양과의 결혼을 거절했을 때 대략 이럴 거라 예상하긴 했었다. 일단 초왕과 주씨 집안을 이익으로 엮어 두면 쉽게 동화될 것이고, 동화되지 않더라도 손발을 묶어 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원제는 오래전부터 혜정후를 처리하고 싶었지만 군대로 세운 공이 혁혁해서 일반적인 죄목으론 건드릴 수가 없었는데, 죽으려고 자처해 길거리에서 초왕의 아내를 납치하다니……명원제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있자, 초왕의 아내는 왕비라 일을 보러 나갈 때 남장을 하고 혼자 갈 리가 없다.명원제는 정언의 말을 떠올리고, 이번에 만약 왕비가 눈치 빠르게 적당한 때를 봐서 도망쳐 나오지 못했으면, 초왕도 혜정후의 계략에 빠
손왕의 초왕비 문병명원제가 일어나, ‘아바마마, 그럼 이 일은……”태상황이 자리를 뜨며, “누가 알까? 하지만 내가 듣기로 정후가 원래는 둘째딸을 혜정후의 처로 시집 보내려고 했다 던데, 이 정후란 사람이 아주 재미있어. 만약 조정의 국면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안 보일 땐, 정후 같은 사람만 보면 돼. 이 사람들이 어디에 꼬리를 흔들고 있는지, 그럼 바로 그 사람이 정확하게 가장 실세 거든.”명원제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정후에게 퉤 침을 뱉았다. 이런 인간과 사돈을 맺었 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명원제는 예를 취하고 나왔다.이번에 다녀오며 생각이 분명해 졌다.명원제는 다섯째를 낮게 평가했던 것이다.정후는 딸을 혜정후에게 시집보내려 했으나, 왕비는 동생과 자매 간의 정이 두터워 동생을 위해 책임을 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 섰고, 다섯째는 이것을 기회로 삼아 주씨 집안의 속박을 끊어버렸다.이렇게 생각하니 울분이 반으로 사그라지고 오히려 이게 최근 있었던 제일 기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명원제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초왕비에게 산해진미와 갖가지 보석을 하사도록 성지를 내렸는데 이는 초왕비가 혜정후의 손에 농락당할 뻔 했으나 여전히 순결을 지켰음을 황제가 직접 증명하는 셈이기도 했다. 명원제가 초왕비에게 상을 내리자, 초왕부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한 무리가 지나가면 또 한 무리가 와서 문안을 하고, 위로를 하는가 하면, 예물을 주고, 동시에 혜정후의 망령된 행동을 질책했다.원경릉은 줄곧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자신은 괜찮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반나절을 웃고 있었더니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지경이다.입으로 겨우 숨을 내쉬는데 다바오와 유일한 차이라면 혀를 빼고 할딱거리냐 아니냐 정도다.해가 지고 황혼이 빗기자, 겨우 접대가 끝났다.원경릉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차 한 잔을 크게 들이키더니 잠시 눈을 붙이는데,녹주가 총총히 들어오며, “왕비마마, 손왕 전하께서 납시었습니다.”원경릉은 의자 위에 뻗은 채로, 힘없이 손을 저으며,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목여 태감은 필요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사실 우문호는 그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 그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태상황을 그렇게 오랜 세월 모셨으니 그의 노고가 매우 컸고, 그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계속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한가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무공도 뛰어난 데다 신체 능력도 젊은이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갑자기 그를 쉬게 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 어서방이든 소월궁이든, 그가 비록 그곳에 있긴 했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할 때 그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매번 그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했다. 어쩌면 우문호가 그를 늙어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태감!” 원경릉이 그를 불렀다. 그러고는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늦게 주무시고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지셨네.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데, 태감이 보기에 어의를 불러 몇 해열탕을 몇 첩 지어야 할 것 같소?”목여 태감은 긴장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열이 오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어의를 불러 맥을 짚어 봐야 합니다.”“맥을 짚을 필요는 없네. 내가 보아하니 열이 오른 것 같네. 태감이 약 몇 첩을 지어 잘 달인 뒤 어서방으로 보내 주시게.” 목여 태감이 다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인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아주 바빠 보였다. 다시 활력이 생긴 것 같았다.원경릉은 몇 자 적고는 녹주를 시켜 어서방으로 보내 우문호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의정 논의가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들여보냈고, 그의 공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녹주는 쪽지를 받아 어서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어전 시위에게 전달하며 황제께 전해 드리라고 했다. 이어서 황후 마마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문호는 오늘 대신들과 아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가 이전에 발탁했던 한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