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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9화

우문호는 세상만사 세옹지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경릉을 아내로 맞이했을 때, 그는 앞으로 평생 그녀와 마주보거나 말을 섞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녀와 ‘평생’이라는 이 두 글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일어난 사건들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이 변한건지 모르겠다.

우문호는 천천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원경릉은 예전의 그녀와 완전 다른 사람이다.

갓 결혼한지 얼마 안됐을 때, 그녀는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우문호를 찾아 왔다. 옷을 만들어 선물하거나 그의 외투 주머니에 수를 놓거나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오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우문호는 그런 그녀가 귀찮다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우문호를 보며 상심하고 때로는 원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우문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혐오했다. 그래서 그녀가 온갖 수모를 겪어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결혼한지 반년이 지나자 우문호는 그녀의 유치한 각종 술책에 싫증을 느끼고 다시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입궁해서 태후에게 아직 합방도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면, 우문호와 원경릉은 지금처럼 서로 얽혀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문호는 이 변화가 합방 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는 어이가 없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정말 부부가 합방을 했다고, 상대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일까?

혼수상태에 빠진 원경릉은 다시 실험실로 돌아왔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로그인 된 위챗의 소식을 보면서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오빠에게 모두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은 예전과 같이 그녀에게 너무 과로하지 말라고 답장을 했다.

그녀는 책상 위에 엎드린 채 한없이 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실험실을 눈으로 한번 훑어보았다. 닫힌 문 손잡이에 곰인형이 하나 걸려 있었다. 작년 생일에 그녀가 조카랑 인형뽑기로 만원을 써서 뽑은 작은 곰인형이었다. 조카는 곰인형을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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