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561화

작가: 유애
드러나는 보친왕의 계획

온화하고 자애롭던 얼굴이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며, “그리고 내가 감당 못할 게 뭐 야? 재산 몰수와 일가 참수?”

마지막 말에 눈빛이 돌연 차가워 지고, 그 차가움 속에 숨겨진 화염이 불붙는데 얼굴 근육이 순간 팽팽하게 경직되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사나워졌다.

보친왕 마음 속의 증오가 ‘재산몰수 일가참수’란 8글자로 폭발하고 만 것이리라.

우문호가, “이 정도면 인정하신 거군요.”

보친왕은 우문호를 한동안 노려보다니, “원래 한해쯤 이걸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데 초왕부 개가 날 문 뒤로 우리 집에 지켜보는 사람이 붙더군. 너희들이 날 의심한다는 걸 알고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어.”

“어? 왕야의 원래 계획이 뭐 였죠? 지금 계획은 또 어떤 거고요?”

보친왕이 깔깔 웃으며, “맞춰봐!”

우문호가 차갑게, “서절 지역은 산세가 험하고 가난해서 계륵과 같은 봉토인 건 맞습니다. 황숙이 봉토에 있고 싶지 않아 경성으로 돌아와 장사를 하시는 것도 이해가 되고요. 어쨌든 왕야가 서절에 없으니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고, 왕야가 서절에서 토호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서절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건 쉽지요. 경성에서 온화한 태도로 황실의 대소사를 직접 담당하니 사람의 이목을 가리기에 편하고, 황자들이 지들끼리 싸우느라 바빠서 왕야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나 하겠습니까? 대주와 군사동맹이 아니면 대주에서 병여도를 보낼 일도 없었고, 절대로 이렇게 빨리 왕야가 드러날 리도 없었겠지요. 병여도는 이미 당신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원래 계획을 추측해 보죠. 자신이 병장기를 만들어 모반을 기도해 스스로 황제가 되려 했다.”

보친왕이 미소를 띠고 어디 한번 들어보자 하는 눈빛으로, “태자가 똑똑하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상당히 짧은 시간동안 조리 있고 깔끔하게 분석해 냈어, 하지만 절반만 맞았군.”

“그래요? 어디가 잘못 됐죠?” 우문호가 긴장한 얼굴로 보친왕을 쳐다봤다.

보친왕이, “정권을 들어 엎고 싶은 건 사실이야, 하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562화

    보친왕의 목적우문호는 이미 옷자락 떨치고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말해!”보친왕이 소매속에서 옥가락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고 천천히 돌아서서 냉담한 말투로, “이상하지 않아? 대주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병여도를 다시 보내오지 않는지?”우문호는 확실히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몇달 전에 사람을 보냈는데 보낸 자는 돌아오지 않고 아무 소식도 없어, 두번째 사람을 보냈으나 역시 소식이 없었다.“당신, 사신을 죽여버렸나?” 우문호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보친왕이 고개를 흔들며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죽었지, 하지만 나도 부질없는 짓을 했어. 병여도는 진정정의 손에만 있는데, 대주에 변고가 나고 진정정 부부에게 일이 생겨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거든. 그러니 네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보내도 병여도를 가지고 올 수 없지. 병여도는 지금 내 수중에 딱 한 부 있어. 너희와 대주가 동맹을 맺어서 이미 선비족과 북막에 미운 털이 박혔으니, 만약 너희들이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북막과 선비의 밥이 돼서 심하게 유린당할 걸. 어때 내가 북당의 생명줄을 쥐고 있지? 넌 말야, 두번째 가능성을 잘 생각해 보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서절로 보내지 말고. 그럴 필요 없어. 난 군사를 일으킬 생각도 없고 서절은 포기했거든.”“그러니까 아직 당신 목적이 뭔 지 얘기 안 했어!”“가라,” 보친왕이 하품을 하며, “난 졸려, 내일 안풍친왕이 오면 정의를 따져야 되거든. 만약 정의가 세워지면 너희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직접 앞으로 가서 우문호에게 문을 열어주며 하인을 부르더니, “태자 전하께서 가신다!”칠흑 같은 어둠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을 봤다. 고개를 숙이고 우문호에게 예를 취하며, “태자 전하 나가시지요!”우문호가 보니 아는 사람이다. 이자는 보친왕의 가신 박집(朴集)으로 보친왕의 예전 모습처럼 온화하고 자애로운 분위기지만, 지금은 검은 옷을 휘감고 싸늘한 얼굴로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고 스르륵 걸어오는 것이 상당한 무공 고

  • 명의 왕비   제 1563화

    격분“이렇게 오랜 시간 아무도 보친왕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야?”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올해 40~50정도 되지 않았어?” 이렇게 오랜 시간 잠복해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다니 보친왕이 연기를 잘한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위기 의식이 없었던 거야?”“아무도 보친왕을 대비하지 않았어. 왜냐면 봉토가 있었고 계속 경성에 있었고, 서절은 거의 가지 않았거든. 거기다 조정의 정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데다 출사할 의사도 전혀 없고 누가 이런 돈 많은 한량을 대비 하겠어?”원경릉이 생각해 봐도 그렇다. 황실 일족은 지금까지 사람 수가 많아 충분히 감독할 수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특히 조금의 허점도 드러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주목을 끌기 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병여도를 훔쳐 간 건 병기를 제조해서 모반을 일으키려고 한 거야?”우문호가, “물어봤는데, 원래는 확실히 그럴 생각이었다는 군. 나중에 다바오에게 물리고 우리의 주의를 끌면서 계획을 바꿨데.”“계획을 바꿨다고? 어떻게?” 원경릉이 천천히 생각해 보더니, “보친왕이 할머니를 납치해 간 건 당신이나 나를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분명 할머니가 병여도와 병장기를 제조하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 거야. 하지만 군사를 일으켜 모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면…… 누군가와 거래하려는 게 아닐까? 병여도와 할머니를 누군가에게 말이야?”“보친왕이 말이 진정정 부부에게 의외의 일이 생겨서 병여도는 오직 자기 거 한 부라고. 하지만 병여도만 보고 무기를 제조해 내기 어렵거든, 그래서 할머니와 병여도를 한 벌로 해서 진정한 병여도가 되는 거지. 적어도 보친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내 추측에 당신이 애기한 그 상황 아니면 안풍친왕과 거래를 하려는 게 아닐까. 만약 후자라면 이 거래는 진짜 엄청난 거지.”“진정정 부부에게 무슨 의외의 일이 일어난 거야?” 원경릉이 황급히 물었다.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아직 몰라, 그러고보니 나도 한동안 진정정의 편지를 못 받았어. 대주

  • 명의 왕비   제 1564화

    배에 탄 할머니와 눈 늑대명원제는 금군에게 보친왕부를 포위하라는 어명을 내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휘종제의 시신이 도난당한 일을 떠벌리지 못하게 했다. 만약 북당의 백성이나 다른 나라에서 알 경우 우문 왕조에 있어 씻어낼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명원제는 불같이 화가 나서 보친왕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여도 아깝지 않지만, 분을 삭이고 안풍친왕이 도착해 보친왕과 담판 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명원제는 경성에 야간 통행 금지를 명하고 성문을 출입하는 자를 면밀히 검사해 의심스러운 자가 있으면 일단 끌고가서 엄중히 조사했다.상선 한 척이 강을 따라 내려오는데 서절 방향으로 가고 있다.상선은 상당히 컸지만 선채가 깊이 잠기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배에 화물이 많이 실려 있지 않고 물결을 따라 내려가서 속도가 매우 빠르다.돛대의 돛이 바람을 받아 펄럭이고, 갑판에는 사람이 지키고 있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사방의 수면을 주시하는 것이 마치 따라오는 선박에 대비하는 듯 일반적인 상선과 비교해 상당히 수상해 보였다.더욱 수상한 점은 돛대 아래 눈처럼 흰 늑대가 엎드려 있는 것으로, 늑대의 귀가 쫑긋하고 눈은 붉은데 조용히 엎드려 움직이지 않고 두명의 선원과 대치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갑판으로 나와 눈 늑대를 흘겨보며 경계하더니 두명의 선원에게, “지켜봐, 다른 자가 쫓아 올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 오 나리!” 선원 한명이 대답했다.다른 한명이 눈 늑대를 보고, “오 나리, 어떻게 처리할 까요?”오 나리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이 배에 고수는 열명이 되지 않고 늑대와 한 시진 가까이 싸웠는데 늑대의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으니 어쩌란 말인가?“어쨌든 고작해야 들짐승인데 설마 사람을 구할 수 있겠느냐?” 오 나리가 콧방귀를 뀌며, “신경 쓰지 마라, 서절 부두에 도착하면 강에 밀어버릴 방법을 생각해서 익사 시켜.”“지금도 강에 못 빠뜨리는데 부두에 가면 더 못 건드릴 거 같은데요.”오 나리는 귀찮

  • 명의 왕비   제 1565화

    눈 늑대에게 비상을?눈 늑대는 쫑긋하게 세운 귀를 천천히 늘어뜨리고 침대 곁에 엎드려 지키고 있다.이때 누가 들어왔는데 석류색으로 붉은 옷을 입은 여자로 손에는 죽과 고기가 놓인 쟁반을 받쳐들고 있다.눈 늑대는 뒤로 몸을 뻗더니 여자 앞으로 뛰어 올라 착지했다. 여자 이름은 풍야(馮若)로 보친왕부의 평범한 시녀 중 하나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신분은 자객으로 거금을 받고 보친왕부에 속한 사람이다.풍야는 방금 만두 늑대와 얽혀 싸워 봐서 능력이 어떤 지 알고 있었는데 방금 힘차게 하늘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속으로 다시 흠칫했다. 하지만 늑대 감정을 상하게 해서 대사를 그르치지 말라는 오 나리의 분부가 있었으므로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쟁반을 내밀며, “먹을 걸 가지고 왔어, 고기 먹고 싶지?”풍야는 고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생고기는 피가 뚝뚝 흐르고 약 3~4근은 돼 보이는데 생고기 표면에 흰색 가루가 발라져 있다. 만두 늑대는 상당히 배가 고파서 한 입 베어 물더니 먹기 시작했다.“안돼……”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며 고기에 묻은 가루를 보고 얼른 못 먹게 말렸지만 만두 늑대는 이미 먹기시작해 할머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서너 입에 고기를 홀랑 다 먹어 치웠다.풍야는 음산한 웃음을 짓고 죽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그래봤 자 들 짐승이지, 사람한테 덤벼 봤지?”“너…… 얘한테 독을 탄 거냐? 무슨 독이야? 해독제는?” 할머니가 다급하게 묻는데 두통이고 뭐 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 걸어오더니 풍야의 소맷자락을 잡아 끌며, “해독제 내놔, 해독제!”풍야는 할머니를 부축하며 담담하게, “노마님, 전 마님도 도와드리지 못하는데 늑대를 어떻게 돕겠어요. 살고 싶으시면 죽 드세요.”“해독제 내놔……”할머니는 흥분이 심장에 미치고 배가 흔들리는 바람에 기혈이 뒤틀리고 위장이 뒤집히면서 하마터면 토할 뻔 했다.“비상이에요. 해독제는 없어요. 이정도 양이면 화타와 편작이 같이 살아 돌아와도 늑대 못 살려내요.” 풍야는 한 손으로

  • 명의 왕비   제 1566화

    장한 늑대와 안풍친왕눈 늑대는 천천히 바닥에 엎드려 눈에 붉은 불꽃도 사라지고 대신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순둥이로 돌아와 있었다.할머니는 풍야의 몸에서 나는 피비리내를 맡고 힘겹게, “날 놔줘요. 어서 가서 지혈하게. 피를 많이 흘리면 죽을 수도 있어요.”늑대한테 입은 상처라니 풍야의 일생 최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눈 늑대가 지금 엎드려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꽉 붙잡고 자신이 나가는 걸 엄호하게 한 뒤에 할머니를 선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풍야는 가리개 밖에서 눈 늑대를 노려보고 살의를 번뜩이며 왜 아직 독이 발작하지 않는지 의혹이 들었다.좋아, 조금 더 살게 해 주지. 독으로 죽지 않아도 널 죽일 테니까. 풍야는 이를 갈며 바로 지혈하러 갔다.할머니는 몸을 일으켜 눈 늑대를 끌어안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긴장도 돼서, “중독됐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 비상이 엄청 많던데 진짜 목숨이 위태로워.”하지만 눈 늑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바닥에 앉아 앞발을 할머니 어깨에 올리고 의기양양한 것이 전혀 중독된 모습이 아니다.할머니는 이상하단 생각에 눈 늑대의 머리를 안고 눈을 들여다 보고, 심장 소리를 들어봐도 전혀 중독된 것 같지 않다.“너 진짜 대단하구나!” 할머니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눈 늑대는 머리를 쳐들고 칭찬해 달라는 포즈를 취했다.“하지만 다시는 사람을 물어서는 안돼. 만약 또 사람을 물면 저들이 전력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야. 그럼 우리 처지는 비참해진단다.” 눈 늑대는 바닥에 엎드려 ‘우우’하고 우는 게 당연히 알고 있다며 안 그랬으면 아까 여자를 물어 죽였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만두 늑대는 사람을 물어 죽이면 강 한가운데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만큼 지혜로웠다.풍야는 오 나리에게 눈 늑대에게 독을 먹였으나 소용없어서 독이 발작하는 대신 자기를 물었다고 알렸다.오 나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독에 안 죽었다고? 일반적인 늑대는 아니군. 넌 괜히 늑대 건드려서 쓸데없

  • 명의 왕비   제 1567화

    안풍친왕과 유친왕안풍친왕이 평소처럼, “이 일이 있은 뒤 조정과 후궁에 함구령을 내리고 실록에도 싣지 못하게 해서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다 보니 잘못된 부분이 생긴 모양이야. 당시 헌제께서 아직 붕어하지 않으셨고 정신도 또렷하셨지. 성지를 내리실 때 나이 든 신하 두셋이 그 자리에 있었고 황실 사람도 누군가 있었어.”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기고, “전하의 말씀에 따르면 휘종제께서는 오히려 유친왕을 위해 누명을 벗겨 주신 셈인데 보친왕은 왜 휘종제 무덤을 파내야 했을까요?”‘복수를 위해서라면 헌제께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아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내가 방금 말한 대로 많은 사람들이 휘종제의 생각이라고 오해하고 있어. 휘종제께서 등극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유친왕 전하의 누명이 벗겨졌으니 다들 휘종제께서 짐짓 태평한 척, 자신이 숙부를 살해한 죄를 덮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거지. 휘종제께서 더러운 면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신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황실을 위해서 였어. 당시 유친왕은 역심을 품고 모반을 하려 했거든.”우문호가 깜짝 놀라, “정말 모반을?”“그래, 재산몰수와 일가 참수는 확실히 중한 벌이지. 하지만 유친왕은 조금도 억울하지 않아. 억울한 걸로 치면 그와 같이 죽은 가족과 신하들이지. 이 일은 당시 많은 것에 연루되어서 유친왕 외에 십여명의 조정 관리의 목이 떨어졌는데 그들은 다 임금의 자리를 찬탈하는데 가담한 자들이야.”“그렇게 심각했나요?” 우문호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십여명의 관원이 같이 목이 날아갔다는 건 북당 왕조가 생긴 이래 가장 심각한 사건이나 이 일은 뜻밖에도 감춰진 채로 실록에는 간단하게 약술되었고 마지막엔 심지어 억울한 누명을 벗겨준 것으로 되어 이 사건은 억울하게 모함을 당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그렇게 심한 죄를 어떻게 누명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까? 누명이라고 치부한다는 건 곧 헌제께서 잘못 판결하신 셈이 되지 않습니까?” 원경릉이 옆에서

  • 명의 왕비   제 1568화

    안풍친왕 부부가 말하는 진실우문호는 안풍친왕 부부가 말년에도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부러웠으나 원경릉은 의미심장하게 안풍친왕을 흘깃 봤다.안풍친왕비의 눈빛이 원경릉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 담담하게, “네가 생각하는 그렇게 멋진 얘기 아니야.”원경릉이 바로 ‘깨갱’하며, “알겠습니다!”“무슨 멋진?” 우문호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물었다.원경릉이 목청을 가다듬더니, “일단 왕비 마마 말씀을 들어보자.”우문호는 안풍친왕비가 계속 얘기하길 기다렸다.“그들 모자를 구한 뒤 먼저 안전하게 숨겨뒀다가 일이 잠잠해지면 경성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보친왕의 어미는 조정 사람이 자신을 찾아낼 까봐 두려워서 날이 어두울 때 몰래 상인들 틈에 섞여 성에서 도망쳤어. 걔를 별장에 남겨두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사람들에게 아이를 하나 주웠다고 하고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직접 키웠지. 걔는 내 품에서 자랐는데 당시 이 사건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져 있어서 걔 앞에서 언급하는 자가 없었지. 휘종제께서 이 사건의 누명을 벗겨 줄 때까지 말이야. 그제서야 내가 대략의 과정을 걔에게 얘기해 줬고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았어. 어쨌든 그 속엔 더럽고 잔인한 일이 많으니. 걔는 당시 아직 어려서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았었는데 금방 다시 회복 했어. 모반이 대역죄라는 걸 알고 비록 연루된 가족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휘종제는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지은 모반의 오점을 말끔히 씻어주어서 그 아이를 원래 부모에게 입적 시켜 주셨지. 그래서 조정에 원한이 없었는데 오랫동안 은밀하게 계획을 세웠 다니 믿을 수가 없어. 북당이 그동안 수차례의 위기를 겪어왔는데, 복수하자면 좋은 기회가 벌써 있고도 남았어. 왜 미적미적 행동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야?”“그럼 마마께서 생각하시기엔 그가 언제부터 원한을 품기 시작했을까요?” 우문호가 물었다.왕비가, “분명 최근일 거야. 속일 수 없겠네, 지난 몇 년간 우리 부부는 계속 서절에 있었어. 2년전 경성으로 돌아와 매화 산장에서 살았지만. 우리가 서절

  • 명의 왕비   제 1569화

    보친왕을 편드는 안풍친왕비우문호는 원경릉과 태후의 일을 상의했던 게 생각나서,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 있는데, 보친왕이 왕릉에 수작을 부려 고의로 우리가 휘종제의 시신을 도난 당했다는 것을 알게 했다면 그는 황조모께서 붕어하실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그가 설마……”왕비는 바로 우문호의 생각을 부정하고, “아니, 그냥 우연일 뿐이야, 태후 마마께서 병으로 서거하지 않으셨어도 다른 방법으로 너희에게 알렸을 테니까. 걔는 모반을 하려는 게 아니고 우문씨 집안의 강산을 못 쓰게 만들 생각도 없어. 그저 마음이 달갑지 않아서 아버지를 위해 정의를 되찾아 드리고 싶은 거지. 그래서 휘종제의 시신을 훔쳐간 거고, 병여도도……”왕비가 여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미간을 서서히 찌푸렸다.우문호는 왕비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뭔가 떠오르신 건 아닌가요?”왕비가 고개를 흔들며, “아니, 내가 잘못 봤을 리 없다고 믿어. 어쨌든 내가 키운 아이니까. 걔는 천성이 나쁜 사람이 아닌 걸 알아.”우문호는 안풍친왕비가 과단성이 있고 똑똑한 데다 공평무사하다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기른 정에 이끌려 객관성이 떨어진다.안풍친왕 표정이 일관되게 엄숙하고 냉정한 것이 왕비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못하는 한 가닥 찜찜함이 느껴졌다.그래서 우문호는, “왕야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안풍친왕은, “일단 서둘러 결론을 내릴 필요 없이 내가 걔와 만나고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우문호가 바로, “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안풍친왕이 느긋하게, “서두를 필요 없네. 일단 이 삼일 뒤에 가도 늦지 않아.”우문호가 급해서, “이틀을 더 기다려요? 못 기다릴 것 같습니다. 보친왕이 노마님을 납치해 갔어요. 노마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험한 꼴을 견디지 못하십니다.”원경릉도 애가 타서 간절하게, “왕야, 조만간 그를 만나실 건데 조금 일찍 만나시면 안 될까요?”안풍친왕이 금빛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자 호랑이가 천천히 일어나 앞발을 앞으로 쭉 뻗어 위세가 등등한 자세를 지었다.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 명의 왕비   제3182화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