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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59화

Author: 유애
공주와 군주의 혼인

“아뇨, 희열이를 정식으로 태자비 앞에 무릎을 끓고 머리를 조아려 스승으로 모시게 할 거예요.” 기왕비가 엄숙하게 말했다.

원경릉이 하는 수 없다는 듯, “무슨 자극을 받은 거예요? 제가 군주를 보호하기를 원한다는 거 알겠어요. 하지만 희열이를 제자로 받지 않아도 보호할 거예요. 희열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태자의 조카이니까요, 또 기왕비 같은 총명한 엄마가 있으니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는 없을 게 분명해요.”

기왕비는 마침내 일어나서 원경릉에게 예를 취하며, “반드시 승낙을 해 주셔야 합니다. 오늘 희열이 아버지가 희열이의 혼사로 세력을 확장 시킬 거라고 하더군요. 기왕은 절대로 빈말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요. 앞으로 군주의 혼사는 제가 지나치게 관여할 수 없어요. 하지만 태자비가 희열이의 사부가 되면 희열이를 위해 맞서 싸울 수 있죠.”

“혼사요? 군주가 올해 아직 몇 살인데? 어떻게 혼사 얘기가 나와요? 아직 만15살 안됐죠?” 원경릉이 어이없어 했다.

기왕비가 흥분해서, “ 올해 12살이예요. 3년 뒤면 15이 되죠. 그리고 지금도 정혼은 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이 그렇게 나올 까봐 두려워요. 태자비, 희열이는 나한테 목숨인 걸 알잖아요. 정혼이라니. 가능성조차 싫어요.”

원경릉은 기왕이라는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사람을 떠올렸다. 특히 지금 번번히 좌절 당하는 마당에 돈도 떨어졌을 것이고 정말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군주를 마음대로 세도가에게 줘버릴 경우 그야말로 큰일이다.

원경릉이, “좋아요, 기왕 이렇게 하고 싶다면 기왕비 뜻대로 하죠.”

기왕비는 눈물을 머금고, “고마워요!”

원경릉이 뾰로통하게, “고맙긴 뭐가 고마워요? 2년간 날 얼마나 도와줬는데. 진짜 기왕비랑 저랑 사이좋은 동서사이가 될 줄 상상도 못했네요.”

기왕비는 눈물을 훔치고 지난 일을 떠올리는 웃음이 나서, “그러게요, 인생 진짜 아무도 모른 다니까요.”

원경릉이 희열 군주를 제자로 받았다는 사실을 기왕비는 여기저기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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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1460화

    우문령의 혼례날친왕들은 같이 여동생을 시집까지 보내기 위해 궁문에서 기다리고 있다.우문호는 붉은 색 태자 조복을 입고, 보석관을 쓰고 얼굴색은 좀 피곤하고 초췌했으며 복잡한 눈빛이다.여자 가솔들은 환송을 하지 않고 친왕들이 꽃가마가 나가는 것을 환송하는데 몇몇 친왕은 멋진 말을 타고 의장대가 길을 여는 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이리 저택으로 갔다.우문호가 말을 몰아 10m쯤 나갔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 처연한 눈빛으로 층층이 쌓인 황궁 전각의 기와지붕을 보고, 마지막으로 원경릉의 얼굴을 보더니 마치 뭐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다시 말을 몰고 갔다.날씨가 좋다. 햇살이 빛나고, 바람도 따스하게 불며 봄 느낌이 물씬 피어 오르는 것이 찬 기운이 천지에서 물러난 것 같은 느낌이다.해 그림자는 높다란 홰나무 사이에서 떨어져 얼룩얼룩한 궁의 붉은 담장을 비추었다. 궁의 담장은 사람의 마음이 산산이 흩어져도 여전히 우뚝 솟아 있다.원경릉 혼자 궁 안으로 돌아가는데 방금 우문호가 이별 앞에서 얼핏 보인 행동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부부는 일심동체라 알 수 있었다.오늘 우문령이 혼인하니 제일 기쁜 사람은 사실 경여궁의 현비라야 했다.하지만 그녀는 죽고, 다시는 이 장면을 볼 수 없다.원경릉은 경여궁으로 갔다.구사가 사람을 시켜 지키고 있고, 안에는 향도 태우지 않고 지전도 사르지 않고 아무도 안에서 지키고 있지 않은 가운데 현비의 유체는 고요히 침대에 놓여있었다.날이 차서 시체를 7~8일간 방치했으나 큰 면적의 부패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냄새가 나서 원경릉이 들어올 때 사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니 나아졌다.손등에 담녹색의 시반이 나타나고 상태를 보니 며칠 지나면 부풀어오르면서 부패가 일어날 것이다.전에 여기엔 난로가 놓여 있었고, 나중에 난로를 가져간 뒤에도 문과 창문을 닫아 두어서 바람이 통하지 않았는데 만약 날이 이렇게 춥지 않았으면 시체는 썩어서 부풀었을 것이다.시체의 외관을 아무도 수습하지 않아 현

  • 명의 왕비   제 1461화

    조용한 결혼 피로연궁에서는 피로연이 열렸고 황실의 종친들을 초대했는데 원경릉은 피로연을 즐길 기분이 아니라 대충 먹고 초왕부로 돌아왔다.초왕부로 돌아오니 할머니는 복도에 앉아 햇볕을 쬐고 계신데, 원경릉은 할머니 발치에 앉아 할머니 무릎에 기어가서 들릴 듯 말듯, “할머니, 피붙이 사이에서 왜 계산이 넘쳐나야 하는 거예요?”“그건 다른 얘기야!” 할머니는 세상을 꿰뚫어 보고 원경릉의 심정을 훤히 알고 계시기에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시며, “천하에 부모자식 간의 사랑은 대부분 아름답지.”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할머니의 온유한 눈빛을 보고 시공을 넘어 자기에게 온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것은 이런 사랑이다.원경릉은 우문호에 비해 너무 너무 행운이었다.“인생이란 게 그래.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나면 따스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지. 사람은 다 그래. 길 거리의 거지도 온갖 질시를 받고 초라하고 궁핍하지만 결국 연민을 얻게 될 때가 오는 법이거든.”원경릉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의 이 저기압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이리 저택은 분명 흥청거릴 것이다. 하지만 원경릉은 그 떠들썩함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서 사람을 보내 우문호를 지켜 보기만 했다.우문호는 어쩌면 취했을 것이다. 지금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마취시키려고 말이다. 오늘밤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자. 우문호도 자신을 놔줘야 하니까.원경릉은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준 뒤 소월각으로 돌아갔다.우문호가 늦게 서야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제 막 해시를 지났을 뿐인데 초왕부로 돌어왔다.심지어 술기운도 하나 없다.원경릉이 우문호의 망토를 벗겨주며, “술 안 마셨어?”우문호가 원경릉을 안고 턱으로 원경릉의 뺨을 누르는데 턱이 무척이나 차갑다. “안 마셨어, 마시면 감정을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원경릉은 가슴이 아팠다. 우문호와 같이 앉아 뜨거운 차를 따라주고 그윽한 눈빛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오늘 꽃가마가 나가고 어마마마를 뵙고 왔어.”“고마워!”

  • 명의 왕비   제 1462화

    우문령의 근친며칠이 지날 동안 우문호는 계속 이 문제를 묻지 않았다.묻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속으로 직감했던 것이다. 아마도 좋은 말이 아닐 거라는 사실을. 만약 좋은 소리였다면 죽임을 당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영아의 혼사라는 기쁨이 슬픔을 조금은 희석시켜 마음 속에 작은 희망이 생겨났고,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원경릉은 우문호의 눈에 반짝이는 기대를 보고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 유언이 없었다고 하면 너무 잔인한 말이라 우문호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게 틀림없다.한두마디 대충 지어서 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우문호가 믿을까?원경릉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작은 소리로, “미리 얘기해 두는데 별로 좋은 얘기 아니야, 하지만 내가 돌아 나올 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어. 돌아보니 울고 있더라.”우문호의 손이 살짝 떨리며, “그럼…… 후회하는 말은 못 들었지?”원경릉이, “그랬는지 아니었는지 몰라, 내가 나갈 때 전처럼 그렇게 비명을 지르지 않고 차분해졌으니까.”우문호는 찻잔을 손에 들고 작게, “어쩌면 마지막 순간엔 알았을지도 몰라.”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 없이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우문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현비가 마지막 순간 정말 깨달음을 얻었기를 원경릉은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공주가 혼인 후 삼일 째가 되어 근친을 오는 날 원경릉은 미색과 같이 입궁했다.공주는 전보다 행복해 보였고 각 궁에 인사를 마치고 합덕전에서 황귀비, 원경릉 등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황귀비는 궁인들을 다 내보내고 공주의 손을 잡더니 작은 소리로, “너한테 잘 하니?”공주가, “딱 2번 봤는데 좋았어요.”황귀비가 놀라며, “고작 2번 봤다고?”“그래요, 처음은 신혼 첫날로 방에 들어와서 면사포를 벗겨주고 몇 마디 하더니 갔어요. 그리고 나머지 한번은 오늘 친정에 오면서 저랑 같이 입궁한 거.”황귀비는 그동안 공주를 아이 취급했어도, 이제 혼인을 했건만 아직 부마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하니 묻기가 애매했다.원경

  • 명의 왕비   제 1463화

    현비의 장례황귀비는 ‘흥’하고 웃으며 혼내길, “날 왜 쳐다보는 것이냐? 좀 정숙해야지 날라리씨.” 미색은 이 여자들은 정말 부끄러움이 많다고 생각하며, “이게 뭐요? 여자들끼리, 얘기 좀 하면 어때요? 제 얘기는 여섯째가 몸이 좀 약하지만 그……”“조용해!” 원경릉이 미색에게 눈을 부라리며, “어떻게 공주 마마 면전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있어?”공주는 아직 이리 나리와 그렇고 그런 적이 없다고.원경릉은 당시 우문호와 같이 잠자리를 한 뒤로 우문호도 온 세상에 자기들 침대 사정을 떠벌렸던 걸 기억하고, 보아하니 미색도 그런 사람이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미색이 공주를 보니 공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사실 원경릉은 저들이 합방하지 않은 걸 대략 눈치채고 있었다. 이리 나리의 유유자적한 성격으로 미루어 보면 고작 두 세번 만났다고 한침대에서 잘 만큼 친분이 쌓였을 리 없다.이리 나리는 천천히 친해지는 스타일이다.그래도 미색이 자세히 얘기하려 하자 원경릉이 못하도록 말리고, “됐어요, 이 얘기는 그만해요. 본론을 얘기하죠.”“본론이 뭔 가요?” 미색이 원경릉을 쳐다봤다.원경릉은 짐짓 화제를 딴 데로 돌리며, “의원 찾는 걸 도와 주기로 했는데, 좀 찾았어요?”“그야 식은 죽 먹기죠, 태자비 마마께서 문둥산의 병자들을 낫게 한 뒤로 태자비 마마의 이름을 사모하는 의원들이 줄을 섰어요. 부르러 오실 필요도 없이 태자비 마마께서 한 마디만 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데요.” 미색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이 일은 상당히 시간을 끌었기 때문에 빨리 매듭 짓기를 원했다.이리 나리는 어서방에서 장인 어른과 얘기하는데 대략 두어 시진(4시간)을 얘기했더니 식사시간이 되었는데도 명원제는 놔주지 않았다.어서방에는 친왕들도 있었는데 명원제가 민생에서 치수 프로젝트, 국고에서 내탕고 지출까지 전체를 아울러 한 단어로 표현했는데 조정은 지금 상당히 ‘힘들다’고 말이다.명원제는 얘기가 진행

  • 명의 왕비   제 1464화

    모지리 서일우문호는 산에서 원경릉이 병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돕는데 문둥산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 적합한 장소였다. 살고자 하는 갈망으로 가득한 얼굴을 보며 자기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거움을 새삼 느끼고 슬픔을 떨쳐 내기 시작했다.산을 내려올 때 바람이 살을 에일 듯 추워서 일행은 전부 오들오들 떨고 서일이 앞으로 달려가며 고개를 돌려 뒤따라 오는 일행들에게, “달리니까 좀 덜 추워요!”서일은 헉헉거리며 열심히 달리는데 콧물이 주룩 흐르자 소매로 쓱 닦고 고개를 돌려 씩 웃는데 동네 하나씩 있는 바보 형 같다. 사식이가 눈뭉치를 만들어 서일에게 던지며, “더럽지도 않아요, 진짜?”서일이 몸을 피하며 머리끝까지 시뻘게지며 나무라길, “그래요 저 더러워요 왜, 더러우면 제 근처에 안 오면 될 거 아닙니까?”사식이가 싫다는 듯, “당신 근처에 가기 싫거든요.”“거짓부렁, 맨날 저한테 붙어 있으면서.” 서일이 콧방귀를 뀌었다.“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마요!” 사식이가 열 받아 얼굴이 빨개져서, “내가 언제 찰싹 붙어있었다고 그래요?”서일이 은근한 눈길을 주며 방탕한 상남자 표정으로, “저 좋아한다고 인정한 겁니다!”사식이가 서일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다시 한번만 지껄여 봐요, 머리를 쳐서 눈 늑대 밥으로 줘버릴 테니까.”서일이 부리나케 돌아서며, “와 살벌하다. 앞으로 누가 데려갈 건지……”서일은 앞에 나무에 부딪히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 나무에 부딪히며, 나무가 흔들리더니 가지에 쌓인 눈이 우수수 떨어지고 서일도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는데, 코에서 또 콧물이 나오는 거 같아 쓱 훔쳤더니 피다. 입도 아파서 손으로 감싸니 손에 앞니 하나가 빠져 있다.사식이가 깔깔 웃으며, “넘어져도 싸지,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더라니!”서일이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하고 반쯤 떨어져 나온 다른 앞니 하나를 꾹 밀어 넣으며 사식이에게 눈을 흘겼다.원경릉과 우문호는 서일 이 모지리를 가리키며 웃으라 눈물이 다 났다.서일은 이 세상은 자기에게 악의가 충만하다며 투덜

  • 명의 왕비   제 1465화

    이초의 아들기왕비가 증오심에 차서, “하여간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그 쌍놈의 자식이 진짜 희열이를 써먹으려고 해요. 공주의 혼인날 신부 배웅을 간다는 핑계로 불순한 마음을 품고 희열이의 상대를 물색하러 갔던 거예요. 이번에 이리 나리 댁 피로연에 참석한 강남의 부유한 상인 이초(李超)는 포목점으로 집안을 일으켜 재산이 많은데, 쌍놈의 새끼가 글쎄 이초에게 사돈을 맺자고 했어요.”원경릉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사돈을 맺자고 하면 그냥 맺어지는 겁니까? 군주의 혼사인데 궁중에서 주관하지 않나요?”“아바마마께서 지금 상인들을 구슬리는 중으로 아마 반대는 하지 않으실 게 분명해요. 기왕이 힘을 써서 수작을 부리면 아바마마께서도 동의하지 않으실 수 없을 겁니다.” 기왕비는 주먹으로 차탁을 치며 눈을 부라렸다. “희열이는 이제 고작 12살이예요, 그 놈은 정말 미친 거라고요.”“맞아요, 희열이는 이제 겨우 12살이니 정혼을 했다고 한들 뭐 할 수 있겠어요?” 원경릉은 정말로 기왕이 무슨 속셈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기왕비가 차갑게, “제가 오늘의 인맥을 가진 건 돈으로 만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지금 기왕을 지지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어요, 전부 기왕이 황제의 장자라는 신분 때문인데……” 기왕비는 밖을 살펴보고 목소리를 낮춰, “병사를 모으고 말을 사고, 문하에 책사와 능력 있는 사람들을 두려면 역시 돈을 써야 하니까,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 다 쓰려는 거예요, 자신이 대사를 치르기 위해.”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어디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지? 의미가 있나? 풀려나니 여전히 반성할 줄을 모르고 여전히 가족을 괴롭히는 이런 종류의 인간은 정말 개돼지만도 못해요.”원경릉은 마음속으로 열불이 치밀었다. 지금 기왕이 하는 꼬라지가 꼭 자신의 못난 아버지 정후 같기 때문이다. 여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딸을 팔아서 라도 권세를 원하는 부류.기왕비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몰래 이 일을 꾸미면서 원래는 내 눈을 속이고 태후께 가서 아바마마

  • 명의 왕비   제 1466화

    희열이의 정혼원경릉의 걱정이 바로 그것으로 맥이 빠진 채, “왜 북당은 이렇게 가난해진 걸까요?”이리 나리가, “백성들은 그래도 괜찮아, 그런데 조정은 치수다, 관계사업이다, 북방 비적 토벌과 북막과의 전쟁에 너무 많은 은자를 썼지. 거기에 요 몇 년 서북쪽은 가뭄이 들었고, 강남은 수재가 많이 발생해 폐하께서 등극하신 이래 나라가 잠잠할 날이 없었어. 하지만 태상황께서 다스리던 시절부터 이미 점진적으로 상황이 급박해지긴 했어, 태상황 폐하께서 퇴위하시기 몇 년 전부터 중농억상 정책을 실시했지만 계속 실패했지. 조정은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생을 구호하고 보조해야 했어. 그나마 폐하께서 힘을 다해 나라를 다스렸으니 이정도지, 그렇지 않았으면 쇠락 일변도로 북당은 오늘의 모습조차 없었어.”원경릉은 이리 나리에게 경탄이 절로 나왔다. “바늘땀 같은 좁은 틈을 뚫고 사업을 이렇게 크게 일궈 내다니 대단하셔요.”이리 나리가, “북당은 전에 인구가 많고 물자가 풍부해 백성들도 부를 축적했고, 거상과 후작들은 가문의 재산을 두둑하게 모아뒀어. 거기에 인구가 많으니 각종 수요가 많아. 조정에 호재가 되는 조치가 없었을 뿐이지 만약 생긴다면 상업은 크게 발전하고 북당은 일찌감치 번영하기 시작할 거야. 태자가 이번에 제출한 상업을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길이야. 하지만 일정부분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지.”원경릉이, “ 누가 그 희생이 되고 싶겠어요?”“팔자가 기구한 사람이? 희열 군주처럼 좋은 않은 아비를 타고 태어난 경우처럼. 이 천벌 받아 마땅한 인간!”원경릉은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더 안 좋아졌다. 희열이는 자신을 선생님으로 모신 이래 매번 와서 안부인사를 하는 착하고 철든 아이다.그리고 기왕비가 원래 지혜롭고 계획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번에 마주한 건 외부의 속고 속이는 계략과 음모가 아니라 현 황제의 정책이다.이건 기왕비 혼자의 힘으로 반항할 수 없다.“방법이 없나요?” 이리 나리가 고양이를 내려놓고, “사실 황실의

  • 명의 왕비   제 1467화

    부자의 수라저녁 수라는 괜찮은 편이었다. 국 하나에 반찬이 4개, 밥은 알아서 먹고 싶은 만큼이다.4가지 반찬 중 2가지는 고기 요리이고 2가지는 채소 요리, 국은 닭개장으로 양은 많지 않았지만 소담하고 정갈하게 담았다.명원제가, “술 마실래?”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소자 최근 절주 중입니다. 원 선생이 싫어해요.”“네 건강을 생각해서 그렇지.”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분위기가 적막한데 부자가 허물없는 얘기를 한 적이 별로 없고 예전에 같이 식사할 때는 전부 일 얘기로, 취지는 같이 밥을 먹으며 일상사나 나누자는 것이었지만 막상 할 말이 없다.왜냐면 그 일상사가 동시에 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명원제는 아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있는데 아들의 어마마마를 죽인 것 외에도 가장 관심을 가지고 아껴주지 못한 아들이 우문호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장자도 아니고 적자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철이 빨리 들어서 어디다 둬도 손이 별로 가지 않는 아이였다. 잘못 자랄 리도 없는 지라 어른스러운 아이는 부모가 덜 신경쓰기 마련이고 또 그래서 마음이 덜 가기도 했다.지금 우문호는 한 사람의 몫을 감당하고 있고 명원제는 나날이 골치 아픈 정무에 시달리며 지치고 힘들어 때론 아들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식사를 마치고 명원제가 젓가락을 놓더니 주변에 사람들을 물리고, “어마마마 일로 아바마마를 원망했지?”우문호가 손을 닦으며 눈을 내리깔고, “아뇨, 어마마마는 자업자득이셨습니다.”“짐은 현비에게 많은 기회를 줬어.” 명원제의 목소리에 한숨이 베어 있다. “그런데 잡지 않았지. 네 말이 맞다. 자업자득이야.”우문호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이 일은 줄곧 마음 한 켠에 있던 얘기로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 계속 덮어두면 시간에 묻혀 천천히 잊혀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 아바마마께서 이 얘기를 꺼내니 마음 속의 괴로움이 다시 되살아났다.이 순간 우문호는 갑자기 일곱째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일곱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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