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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2-07-11 16:10:37
입궁하는 길, 우문호가 증오하게 된 사연

반 주먹 정도 크기의 그 작은 함은, 다름 아닌 침대 밑에서 사라진 약 상자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약 상자가 왜 작아졌고, 어떻게 소매 속에 들어 있는 거야?

원경릉의 마비된 몸에 일순간 소름이 끼쳤다.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원경릉은 얼른 약 상자를 다시 소매속에 감췄다.

“소인이 왕비 마마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녹주가 그녀를 부축하며, “왕야께 부탁드렸어요, 마마님과 입궁할 수 있게요.”

원경릉은 마음이 혼란스러워 녹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고,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갔다.

아치형 문을 지나 회랑을 돌아 이리저리 걸어간 끝에 앞마당 입구에 도착했다.

마차는 이미 문 앞에 대기해 있고, 우문호는 마차에 타지 않고, 검은 준마를 타고 있다.

연 보라색 옷을 입고, 금옥 관모를 썼는데 얼굴빛이 날씨처럼 어둡고 눈은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녀를 힐끗 보더니 싸늘하게: “얘들아 가자.”

“왕야, 소인도 같이 입궁해도 될까요?” 녹주는 염치 불구하고 대뜸 물었다.

우문호는 녹주를 쏘아보더니: “그러든지, 태후께서 합방 건을 묻지 않으시게, 네가 있는게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초왕부 입구에 입궁을 돕는 하인만도 십여명으로 그 중엔 가신 탕양도 있었다. 우문호가 그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원경릉이 난처할까 배려해서가 전혀 아니다.

원경릉은 무표정했다. 얼굴 근육이 굳어서 아무리 난처해도 난처한 표정조차 지을 수 없다.

녹주는 원경릉이 마차에 오르도록 부축하고 마차 창문 발을 내리는 찰나, 우문호의 이글거리는 증오의 눈빛과 초왕부 하인들이 꼴 좋다며 원경릉을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챘다.

원경릉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귓가에 우문호의 말이 쟁쟁 울린다.

몸의 원래 주인은 이쁘게 생겼는데 도대체 얼마나 그녀를 싫어했길래 약을 먹고서야 겨우 합방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이게 몸의 원래 주인에게 얼마나 큰 모욕이었을까?

과연 죽음을 선택할 만 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집중하면서도 차근차근 몸의 원래 주인의 기억을 정리해 나갔다.

한참 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눈을 떴다.

우문호가 이렇게 원경릉을 미워한 데는 이유가 있었군.

몸의 원래 주인은 고집불통이란 말로도 부족할 만큼 고집이 드센데, 13살에 우문호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면 미담이 됐겠지만, 우문호가 좋아하는 사람은 주씨 가문의 주명취(周明翠)였다. 하지만 몸의 원래 주인은 자신의 목적 달성하기 위해, 공주가 베푼 연회에서 우문호가 자신을 겁탈하도록 교묘하게 함정을 팠다. 여자에겐 정절이 가장 중요한 이 시대에, 공주는 어쩔 수 없이 황제에게 연회에서 있었던 일을 아뢰야 했고, 우문호는 호색한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고 몸의 원래 주인을 아내로 맞아야만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지금의 황제는 아직 태자를 책봉하기 전으로, 우문호가 어릴 때부터 총명이 과인하고 전장에서의 공훈이 혁혁해 황제가 줄곧 눈 여겨 봐 왔으나, 겁탈 사건으로 명예가 추락하여 태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원경릉, 네가 지금 겪는 고통은 자업자득이야.

말발굽 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원경릉은 문득 마음이 아리며, 다른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에 침통한 마음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도 손을 소매속으로 뻗으니, 작게 변한 약 상자가 만져져 한 줄기 안도감을 느꼈다.

거센 바람에 창문의 발이 휘날린 탓에 말을 탄 우문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강건하고 꼿꼿한 자세에 칠흑 같은 검은 머리를 틀어 올린 금옥잠이 햇빛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반짝인다.

저 사람은, 적어도 당분간, 그녀에겐 악몽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쥐었다. 이 난국을 타개하지 못하면 그녀 앞에 놓인 건 죽음 뿐, 연약하게 쩔쩔 매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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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113화

    사실 소금 사건은 겉보기엔 제왕 일행이 조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미색과 늑대파가 조사하고 있었다.미색은 이미 성공적으로 손영영과 접촉했다. 사실 손영영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회왕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미색에게 해명하려 했지만, 미색은 아예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회왕은 답답함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원경릉은 이를 보고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생각했다.‘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했겠지? 고생 좀 해봐야지.’그녀는 이 일을 다섯째에게 알렸고 다섯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섯째는 호부를 관리하고 장부를 정리하는 데는 일등이오. 지금 그를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거나 연기, 책략을 필요한 일에는 서일 만도 못 하오. 그런 주제에 미남 계를 쓰고, 셜록 홈즈를 흉내 내다니. 그냥 고생 좀 하게 두시오. 우리가 나설 필요 없소.”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렸다.“셜록 홈즈까지 알고 있다니, 대단하오!”“뭐가 대단하오? 그곳에 몇 번이나 갔는데, 이런 새로운 이야기도 내가 모를 것 같소?”“셜록 홈즈는 새로운 이야기에 속하지 않소.”“나를 비웃으려는 것이오?”우문호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원경릉은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미소 지었다.“알았소. 웃지 않겠네. 그나저나, 호랑이와 늑대도 출발했고, 사식이도 며칠 뒤에 궁으로 들어올 것이오.”“좋구먼. 이제 궁에 아이들이 있게 됐소. 사식이의 아이는 이제 몇 달이 되었네. 볼이 얼마나 말랑하고 귀여운지 아시오?”다섯째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오? 그래서 서일에게 거처를 제공하려 한 것이오?”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당연히 아이 때문이지. 서일한테서 뭘 바랄 수 있겠소? 서일은 도통 쓸모가 없소.”“그만하시오! 말을 좀 이쁘게 하시오. 서일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네.”“서일을 하루라도 놀리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하오!”“독설가가 따로 없소!”원경릉은 비록 그를 타박했지만, 사실 그녀도 사

  • 명의 왕비   제3112화

    “경험한다니? 어디에 가서 경험하는 것이오?”다섯째는 뒤따라오던 호랑이와 늑대를 돌아보았다. 녀석들은 기운 없이 두 사람을 따라오고 있었다.“밖으로 나가는 건 좋지만, 아무도 따라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소.”“아주 영리한 녀석들이라 괜찮소. 아니면 늑대파에 부탁해서 데리고 나가게 하는 게 어떻소? 석 달이든, 반년이든, 한해든 밖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소.”다섯째는 호랑이와 늑대를 부르더니 무릎을 꿇고 녀석들을 안아줬다. 그는 호랑이와 늑대의 털을 쓰다듬으며 원경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당신 말이 맞소. 이 녀석들을 계속 이 궁에 가두면 아프기라도 할 것 같소.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게 해야 하오.”“좋소!”원경릉은 안도하며 웃었다. 드디어 녀석들을 주인들에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어디로 보내야 하오?”다섯째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이며 원경릉을 바라봤다.“음, 그냥 네 개의 성으로 보내서 녀석들의 주인과 만나게 하는 건 어떻소?”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뭐요?”다섯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녕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소?”원경릉은 그를 바라보며 너무 놀라서 뭐라 대답할 말을 잃었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오?”다섯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밤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흔들었다.“이번에 집에 갔을 때, 자네 오라버니 방에서 옛 검을 하나 봤소. 자세히 살펴보니, 그 검은 남유성에서 제작된 것이었고, 검 손잡이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소. 누구 이름일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기대며 미소 지었다.“경단?”“맞소. 그 녀석은 원래 사람의 환심을 잘 사오. 형님이 옛 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만든 거요. 그 검 때문에 그들이 북쪽에 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에 그들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소. 내가 또 뭘 알았는지 알고 있소?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져갔고, 심지어 셀카도 찍었소.”원경릉의 심장이 잠시 멈춘 듯했다.

  • 명의 왕비   제3111화

    서일이 요리사들을 쫓아내자, 원경릉이 그를 수라간으로 불러들여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원경릉이 물었다.“왜 궁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느냐? 사식이가 승낙했느냐? 홀로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지 않겠느냐?”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움이 많이 필요한 시기였다.서일이 답했다.“사식도 동의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집안 지출이 꽤 늘었습니다. 야간 근무를 하면 봉급이 더 나오고, 후궁에서 근무하면 상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한해에 꽤 큰 수입을 받을 수 있습니다.”“그렇게 돈이 부족한 것이냐? 지금 너도 어엿한 조정 신하다!”원경릉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서일의 상이라는 소리에 후궁에서 제대로 된 상을 줄 상전은 그녀뿐이었다. 이건 대놓고 그녀의 돈을 노리는 것 아닌가?“부족합니다. 지금 제 직책은 봉급도 적고 일도 적습니다. 낮에 힘들지 않으니, 밤에 더 일할 수 있습니다.”원경릉은 그가 직책을 옮긴 것을 떠올렸다. 지금 그는 병부에서 여유로운 직책을 맡고 있었다. 사식이가 임신했을 때, 그녀를 잘 돌보기 위해 직책을 옮겼었다.“걱정 말거라. 원가에서 아이들에게 부족한 게 없도록 지원해 줄 것이다.”“계속 사식이의 친정에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아직 젊고 힘도 있으니, 더 일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시간이 지나면 궁에서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면 사식이와 아이들을 데려와 잠시 함께 지낼 수도 있습니다.”그건 괜찮은 생각이었다. 궁 안에는 빈 전각이 많고, 다른 후궁도 없으니 사식이가 머물 전각 하나를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사식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궁 안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궁궐의 규칙인 '외간 남자가 후궁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낡은 관습에 불과했다. 폐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좋구나. 궁 안에 거처를 마련해서 가족이 들어와 살게 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 않소? 다섯째.”원경릉은 약한 불에서 끓인 우유를 접시에 부

  • 명의 왕비   제3110화

    다섯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랏일 때문이 아니오. 이번에 집에 갔을 때, 먹었던 다과가 아직도 잊히지 않소. 또 먹고 싶은데, 아쉽게도 궁중 요리사가 그것을 만들 줄 몰랐소.”원경릉이 물었다.“무슨 다과요?”“우리가 순덕 주루에서 먹었던 우유가 들어간 것 말이오.”“푸딩이오?”우문호가 흥분하며 말했다.“맞소. 푸딩! 참 맛있었소. 또 먹고 싶어 목여 태감을 시켜 수라간에 물으니, 모른다고 하오.”원경릉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딩은 그녀가 살던 시대의 디저트로 유명했으니, 이곳의 궁중 요리사들이 알 리가 없었다.“드시고 싶으면 내가 만들어 주겠소!”원경릉이 다정하게 말했다.“원 선생이 정말 만들 수 있소?”다섯째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물론이오. 다과를 많이 만들 줄 아는 건 아니지만, 푸딩은 만들 수 있소. 비슷한 다과에 생강이 들어간 푸딩도 있소. 나는 그게 더 맛있고, 몸에 좋다고 생각하오.”우문호의 눈빛에는 행복이 가득했다.“원 선생, 이런 재능이 있는지 전혀 몰랐소. 당신은 정말 보물 같은 사람이오!”원경릉은 그의 기쁨 어린 눈빛을 보며 자신이 남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살짝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준 적 거의 없었다.“지금 당장 만들어 드리겠소. 궁중 수라간에 우유가 있을 것이오!”원경릉은 재빨리 젓가락을 내려놓고 행동에 나섰다.“좋소. 나도 같이 가겠소. 나도 배워서 원 선생에게 만들어 줄 것이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수라간으로 향했다.황제와 황후가 직접 수라간에 들어서자, 수라간 요리사들은 깜짝 놀라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다. 아무도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고, 궁중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았나 걱정하기 시작했다.“다섯째, 작은 냄비를 찾아오시오!”원경릉이 우유를 들고나오며 그에게 말했다.“알았소!”“폐하, 저희가 하겠습니다!”궁중 요리사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다급히 다가와 외쳤다. 황제가 직접 나

  • 명의 왕비   제3109화

    생각을 마친 원경릉은 더 이상 여섯째에게 말하지 않고, 다시 초왕부로 돌아갔다. 원래 화가 나 있던 미색이 방에서 머리를 손질하며 기분 좋게 있는 것을 보았다.원경릉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색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연지를 내려놓고 긴장한듯 말했다."돌아가신 줄로 알았습니다."그 표정은 회왕부에 여섯째를 만나러 갔을 때와 너무 비슷했다.원경릉은 바로 미색에게 꿍꿍이가 있음을 확신해, 자리에 앉아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말해보시오. 무엇을 숨기고 있소?""없습니다. 너무 의심이 많으시군요!"미색이 웃으며 대답했다."웃지 마시오. 말할 것이오, 말 것이오? 말하지 않으면 여섯째를 성 밖으로 보내서, 고생하게 할 것이오!"미색은 눈살을 찌푸리며 억울한 말투로 답했다."어찌 숨길 수 없다는 말입니까? 대체 왜 그렇게 똑똑하십니까?""처음엔 나도 믿었소. 하지만 사건 때문이라는 여섯째의 말을 듣고 자네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소. 알면서도 집을 떠났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오. 말하시오."미색이 자리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예. 숨길 수 없으니 그냥 바로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일을 망쳐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훼천을 대막의 늑대파에 보낼 것입니다."원경릉은 그녀의 뒤통수를 살짝 때리며 웃었다."요 부인께서 자네를 탓할 것이오.""언니를 원망할 것입니다. 제 일을 망치셔선 안 됩니다.""알았으니, 어서 말하시오. 만약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막지 않겠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미색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손영영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도강부에서 일할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몇 번 거래도 했습니다. 손영영은 15살부터 아버지를 도와 일을 했고, 늑대파에 정보를 묻기도 했습니다.""음? 그럼, 여섯째도 알고 있겠소.""물론입니다. 경성에 온 지 한 달 됐고, 여섯째도 일을 하느라 경성 안을 왔다 갔다 하니,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여섯째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호감을 전달하고 그에게

  • 명의 왕비   제3108화

    원경릉은 미색과 함께 저녁까지 있다가, 여섯째가 회왕부로 돌아갔다고 생각이 들어 바로 회왕부로 향했다.역시나 여섯째는 이미 돌아와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원경릉을 보자마자 달려와 큰어머니라 불렀다.미색의 쌍둥이 아이들은 미색과 여섯째의 장점이 섞여 있어 참 예쁘게 생겼다. 원경릉은 매우 좋아하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몇 마디 나눈 뒤, 아이들에게 놀러 가라고 했다.여섯째가 다가와서 민망한 듯 입을 열었다."형수가 왜 오셨습니까?""물어볼 게 있소!"원경릉은 그가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렸다."여섯째, 정말 밖에서 여인을 만나는 것이오?"여섯째가 시무룩하게 말했다."형수, 저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런 일 없어요. 미색이 오해한 것입니다.""그럼, 대체 무슨 일이오? 미색이 본 여인은 대체 누구요?"원경릉이 물었다.여섯째는 그녀를 안으로 청하며 시선을 피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십시오."원경릉은 그를 따라 들어갔고, 회왕이 자리에 앉아, 하인들을 내보낸 후 물었다."초왕부에서 오셨습니까? 미색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화가 난 것입니까?""당연히 화가 나지. 왜 미색에게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오? 오해라면 왜 풀지 않는 것이오?"원경릉이 말했다.여섯째가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아직도 화를 내는 것입니까? 저는 미색의 화가 가라앉고 설명하려 했습니다. 미색의 성격이 급한 것을 알지 않습니까? 화가 나면 제가 뭐라고 해도 들을 리가 없습니다. 며칠 조용히 있으면 화가 풀릴 줄 알았습니다."원경릉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런 일일수록 설명하지 않으면 더 화가 나는 법이네. 어떻게 차분해질 수 있겠소? 오해면 설명해야 하오. 내가 궁금한 건, 대체 왜 여인과 단둘이 술을 마신 것이오?"여섯째가 솔직히 말했다.사실 그 여인은 바로 염철사 장유강의 양녀, 즉 도강부 염차사 손기의 장녀인 손영영이었다. 경조부 제왕과 그는 함께 사설 소금 사건을 조사했는데, 마침

  • 명의 왕비   제3107화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며칠 전부터 그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하루 종일 집 밖에서 지내며, 쉬는 날에도 아이들과 집에 있지 않았습니다. 밤 해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 처음엔 일이 많아서 바쁜 줄 알았는데, 관아 사람에게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저 여유를 즐기며 사람들과 경치 구경을 하러 놀러 다닌 것입니다. 그날 밤, 해시가 되어도 돌아오시지 않길래 하인을 시켜 그의 행방을 알아보았습니다. 그가 주루에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찾아갔지요. 주루의 방을 열었더니 여자가 함께 아무도 없는 방에서 둘이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원경릉은 애써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그냥 술을 마셨을 뿐, 다른 일은 없지 않았소? 자네가 오해한 것이 아니오?"미색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폐하가 다른 여인과 단둘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해도, 그저 오해라고 말하실 수 있습니까?"원경릉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그 모습을 자네가 보고 난 후, 여섯째는 무슨 말을 했소?"원경릉이 물었다.미색은 화를 내며 말했다."그 여인에게 내가 그의 동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뭐?"원경릉은 깜짝 놀랐다.‘동생이라니? 그 여자는 회왕이 이미 결혼한 걸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그래서 그렇게 화를 낸 것이오?"원경릉은 미색이의 성격상 밥상까지 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동생이라고 말했으니, 저도 그저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나갔습니다. 그런 염치없는 남자 때문에 화를 내다니? 회왕부로 돌아가자마자 저는 짐을 싸서 떠났습니다. 아이들도 두고 갔지요."미색이 냉정하게 말했다.원경릉이 물었다."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시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여자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녕 사정이 있었다면, 초왕부에 온 지 3일 동안 어찌 한 번도 설명하러 오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노태비도 오셨는데

  • 명의 왕비   제3106화

    백옥 바닥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우문호의 모습이 보였다.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눈을 뜨기도 전에 먼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왔소?"오랫동안 함께 지내니, 발소리만으로 부인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원경릉이 그의 관자놀이를 천천히 만져주며 물었다."피곤하오?"우문호는 부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압력을 즐기며 답했다."피곤한 건 아니지만, 마음이 복잡하오.""무슨 일이오?"원경릉이 물었다. 만약 나라의 일로 걱정이 된다면, 회왕의 일은 알려주지 않는 것이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걱정거리를 늘이고 싶지 않았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설 소금이 넘쳐나고 품질도 고르지 않아서, 몇몇 지역의 백성들이 병에 걸리고 있소. 게다가 조사 결과, 염철사와 장옥금이 사설 소금 밀매상들과 결탁해서, 세를 피하려고 몰래 소금을 팔았다는 의혹도 있소."원경릉은 소금세가 국가 세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북당의 소금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았고, 게다가 세수는 몇십 년 전보다 많이 낮아졌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설 소금이 넘쳐나면 나라의 소금업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게다가 나라의 염철사와 사설 소금 밀매상이 결탁했다면, 숨겨진 문제가 얼마나 많겠는가."확실하게 결탁한 것이오?"원경릉이 물었다."아직 조사 중이오. 최근에 장옥강의 의녀가 경에 왔소. 그녀는 도강부에서 염차사를 맡고 있는 손기의 장녀요. 이전에 일곱째가 손기와 사설 소금 밀매상들의 사이가 깊다는 제보를 받았소. 하지만 아직 그들이 결탁했다는 증거는 없소."원경릉은 사설 소금의 해로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사설 소금의 대부분은 광산에서 채굴한 소금으로, 유해한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었다. 이런 광산 소금을 장기간 섭취하면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사설 소금의 만연은 나라 소금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틀림없었기에 다섯째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우문호가 잠시 멈

  • 명의 왕비   제3105화

    아버지가 돌아간 후, 다섯 아이도 짐을 싸서 돌아갈 준비를 했다.만두는 맏이로서 위엄을 갖추어 떠나기 전 동생들에게 당부했다."너희들,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속상하게 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형의 권한을 행사해서 너희들을 혼낼 것이다!"물론, 이 말은 네 명의 동생들을 향한 것이었고, 여동생에게는 아쉬운 마음으로 여러 번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그리고 일이 끝난 후, 바로 그녀가 있는 약도성으로 가서 그녀를 돕겠다고 약속했다.택란이 귀엽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오라버니, 빨리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그러자 만두가 여동생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그래. 약속하마. 곧 너를 도우러 가마."택란은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남은 채로 꼬마 봉황을 데리고 떠났다. 그리고 네 명의 오라버니도 위풍당당하게 떠났다.다섯째와 원경릉은 궁에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조금 걱정되는 일이 생겼다.여섯째가 바람이 났다.물론, 미색의 말은 달랐다. 미색은 그가 밖에 있는 여우에게 마음을 뺏겼고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었다고 했다.원용의가 궁으로 들어왔을 때, 미색이 이미 초왕부로 이사 갔고, 아이들까지 두고 떠났다고 했다.일이 심각해졌지만 원경릉은 여섯째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돌릴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색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니 말이다. 대체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히 알아보기도 전에, 노태비가 궁에 찾아왔다.노태비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끌고 화를 내며 말했다."당장 다섯째에게 여섯째를 혼내라고 하거라. 정말 양심도 없지. 미색이 혼수까지 들고 와서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찌 그 여자한테 이렇게 미쳐있다는 말이냐? 그 여인과 밤을 보내다가 미색에게 바로 들켜 버렸다."원경릉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예? 침대에서 잡은 것입니까?"태비는 화가 나서 대답했다."그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두 사람이 다정하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붙어있었다고 하더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참 속상하구나."원경릉은 방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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