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 뜻대로 될까?따귀를 때린 손이 아직 내려오기도 전에 그림자 하나가 뛰어들어와서 현비의 다른 쪽 손을 물고 늘어졌다.현비는 너무 아파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따귀를 때리느라 들어올린 손 그대로 그 작은 몸을 때렸다.원경릉이 보니 찰떡이로 원래 외전에 유모와 놀고 있다가 달려온 것이다.한 대 맞고 ‘으앙’하는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찰떡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순식간에 얼굴이 보랏빛이 되도록 울어 제치는데 울다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모습이다.태후가 이 상황을 보고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찰떡이를 안고 현비에게 역정을 내며, “얘는 왜 때리는 거냐? 미쳤어? 얘를 왜 때려? 그것도 이렇게 세게 때리다니 네가 죽고 싶은 게야!”현비도 순간 찰떡이 인줄 모르고 이제서야 똑바로 보였는데 태후에게 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해서 뾰로통하게, “살짝 한대 때린 거 가지고 뭘 이렇게까지 울어요?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애가 약해 빠져서 그렇죠. 그리고 얘가 사람을 물었다고요. 못 보셨어요? 누가 가르쳤어 어 이 녀석!”현비는 마음으로 세 손자가 기쁠 수가 없는 게, 아이들이 자기와 친하지 않기 때문으로 자기를 보면 울고 얼굴을 찡그리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사람을 가리고 까탈을 부리는 게 다 제 어미를 닮아서 라고 생각했다.태후는 현비의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뭐 이 녀석? 지금 뭐라고 했어? 네가 지 엄마를 때리려고 하는데 쟤가 물면 안돼? 쟤가 이렇게 철이 들었어, 이 조그만 아가가 이렇게 철이 들다니, 넌 기뻐해야 마땅하지. 참으로 갈수록 상식에서 어긋나는 구나. 오늘 만약 우문령의 일이 아니었으면 너를 나오라고 해서는 안되는 거였어.”태후는 찰떡이를 어르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그래 그래, 착하지, 울지 마라, 이제 안 혼내, 이리 와 사탕 먹자.”말을 마치고 상궁을 불러 사탕을 가져오게 해서 찰떡이 입에 물려주니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고 비틀비틀 뒤뚱뒤뚱 사탕 하나를 꼭 쥐고 원경릉에게 오더니, 원경릉의 품에 폭 안겨 가지를
이리 나리를 노려라돈이 중요하지만 권세나 작위는 더 중요한 게, 작위야 말로 죽을 때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며, 돈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공주가 혼인하는데 어찌 가문을 보지 않을 수 있겠어?태후가 냉랭하게, “네가 동의하지 않아도 허락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너를 나오라고 한 것은 와서 혼을 내라는 게 아니라 태자비에게 진맥을 받게 하려는 거다. 네가 갑작스레 병을 앓는다고 해서, 병이 악화되어 공주가 혼례를 치르는 것을 보지 못할 까봐, 혼사를 조금 서둘러 정했다.”현비는 안색이 돌변하며, “아뇨, 동의 못해요. 이 혼사는 절대 동의 못해요. 더군다나 절 병자로 꾸며서 혼사를 서두르시려고 하다니, 돈 몇 푼에 우문령의 일생의 행복을 희생시키시는 군요, 정말 너무 하십니다.”원경릉이 비록 현비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말은 맞다고 생각했다.황제의 마음을 원경릉도 이해한다. 그러나 우문령의 마음을 황제가 이해하기는 할까? 우문령은 시집가고 싶을까?만약 가고 싶다면, 우문령이 이리 나리에게…… 원경릉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이지만 ‘아저씨와 로리타’라…… 어쩌면 어울릴 지도 모른다.그러나 태후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쌀쌀맞게, “네가 동의하든 말든 상관 안 한다. 이 일은 네가 나설 자리도 아니고, 넌 그저 태자비에게 진맥을 받고 외부에는 네 병세가 더해져 공주의 혼례를 보고자 혼기를 조금 서둘러 정한 것으로 하거라.”현비는 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원경릉에게 이를 갈며, “이거 전부 네 계획이지? 그 장사꾼을 끌어들여서 돈 벌려고 넌 네 시누이까지 희생시키는구나.”원경릉은 한 손으로 현비의 손을 잡고 손가락으로 손목을 누르며, “쉬, 어마마마는 병이 중하시니 말씀을 많이 하시면 안됩니다!”현비는 하마터면 뒷목 잡고 쓰러질 뻔!어서방에서는 명원제가 어떻게든 목여 태감을 시켜 위태부를 속여 내보내는데, 태상황 폐하께서 태부에게 장기를 두러 오라고 하셨다고 했다. 환장할 노릇으로 위태부는 그만 우문호를 떨구고 희희낙락 가버렸다.태부가 가
이리 나리와 우문령을?우문호는 내용을 한참을 보고 생각하더니, “소신 생각에, 이리 나리는 장사치로 야심은 없고 위협이라고 까지 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사람은 죄가 없지만, 돈을 가진 게 죄지!” 명원제의 눈에 어두운 빛이 떠오르며, “이리 나리는 야심이 없으나 다른 사람의 야심을 이뤄줄 수는 있지 않느냐.”우문호가 속으로 당황했다. 아바마마의 이 말은 이걸 빌미로 이리 나리를 모함해 죽일수도 있다는 뜻인데 이거?우문호가 바로, “아바마마, 이리 나리의 충성심이 지극한 것이 전에 조정에 은자를 헌납했었습니다. 잊으셨습니까?”명원제가 두루마리를 쥐고는 안에 글자 하나하나를 눈 앞에 떠올리고 담담하게 웃으며, “이게 바로 그게 아니냐? 그 사람 은자로 심지어 조정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지. 다섯째야, 안심해라. 짐은 그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를 사위로 삼으려고 하는 거니까. 영이를 그에게 시집 보내려고 한다.”“엑?” 우문호는 하마터면 놀라서 턱이 빠질 뻔 했다.“이 일의 진행을 너한테 맡기마, 가서 그 사람을 설득해 기쁜 마음으로 영이를 맞이하도록 말이다. 짐이 이렇게 하는 건 깊이 생각하고 또 특별히 마음을 써서 내린 결론이다. 너도 앞으로 알게 되겠지.” 명원제가 온화하게 말했다.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아닙니다, 아바마마, 소신 이 혼사에 찬성할 수 없……”명원제가 싸늘한 눈빛으로, “뭐 찬성할 수 없어? 짐이 네 의견을 물었느냐? 당장 가서 일이나 제대로 진행해. 안 그러면 짐이 널 따끔하게 다스리는 방법도 있으니까.”우문호는 명을 받들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한 집안에 두 사람이 초왕부로 돌아오고 세 쌍둥이는 다시 궁에 ‘인질’로 압송되었다. 현비가 찰떡이를 때린 것 때문에 태후가 마음이 아파서 안되겠기로 세 쌍둥이를 궁에서 오냐오냐 거둬 먹이며 예뻐 해준 뒤 출궁시키겠다는 것이다.부부가 출궁한 뒤 현비는 경여궁으로 돌려 보내졌으며 뒤에 태후가 육궁(六宫, 비빈 들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에 현비가 갑작스레 병에
이리 나리는 어떤 사람?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이리 나리라는 사람은 말이야, 일 처리 능력은 굉장히 뛰어나, 안 그러면 이리 집안의 산업이 그렇게 가는 곳마다 눈부시게 발전했을 리가 없지. 그리고 늑대파도 오늘의 명성을 쌓았을 리 없고, 본인의 품행은…… 뭐라고 할까 이 사람은 행동은 좀 괴상하지만 마음엔 정의가 자리잡아 충성과 의리를 알지. 부드럽고 착하면서도 충의를 양립할 수 있는 애국 상인이지.”“그럼 공주를 혼인 시킬 때, 대부분 어떤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나?”“제후, 공작, 명문 세가의 자제들이지.”“그런 사람들과 이리 나리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명문세가의 자제들 중엔 뛰어난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대다수가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들이라 평생을 조상의 공로로 먹고 살지. 풍류나 읊으며 진취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순진하고 멋모른 채 평생을 사니까.”냉정언이 웃으며 손을 놓고, “답 나왔네!”“나이가 너무 많아!” 우문호는 정말 단점 찾기 대마왕이다.“하지만 잘 생겼지, 앞으로 네 조카들이 전부 피부가 하얀 조각 미남으로 네 옆에서 알짱거린다고 생각해 봐, 좋아 안 좋아?”우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그 장면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이 피어나는 게, “좋네, 좋아!”냉정언 임무 달성!우문호는 이 원하지 않는 결정이 마지막에 그를 돕는 신의 한수가 될 거라는 사실을 이때는 미처 몰랐다!그리고 이리 나리가 아기 늑대들을 데리고 수도권으로 돌아가서 바로 사람을 시켜 초왕부에 은자20만냥을 보냈는데 세 마리 아기 늑대를 몇 십년 데리고 놀겠다는 것으로 매년 대여료 10만냥을 내고 올해는 일단 미리 1년치를 성의로 먼저 낸다는 것이다.지난 번을 교훈으로 삼아 이번엔 세 개의 큰 철재 우리를 만들게 해서 늑대를 가둬 두었다. 늑대가 제아무리 길을 알고 집을 찾아가는 본능이 있지만 나가지 못하면 경성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이리 나리는 며칠간 계속 질 좋은 고기를 먹였는데 처음 이삼 일은 늑대들이 좋다
부부의 꼬시기 작전이리 나기는 경성으로 돌아와 이번엔 저자세로 초왕부에 나타났다. 게다가 식구까지 달고 왔는데 수도권에 있던 회색 늑대 두 마리를 초왕부로 데리고 와 여기서 새해를 맞겠다고 했다.우문호가 이제 이리 나리를 보는 눈빛이 총체적으로 대도라는 느낌이다. ‘돈을 바치는 버릇이 든 대도’말이다.이리 나리는 소월각 마당에 가까운 곳에 묵기로 했는데, 왜냐면 세 꼬맹이도 소월각에 살고 눈늑대도 소월각에 살아서 이리 나리는 대놓고 눈늑대를 잡을 속셈이었다.가질 수 없는 것일 수록 마음을 다해 갖고 싶어 진다.그날 냉정언, 구사 등이 와서 왁자지껄하게 농담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세 쌍둥이 얘기가 나와서 모두 입을 모아 태자가 대단하다며 의외로 태자비가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말이다.구사가 술잔을 쥐고 가볍게 한 마디 던지는데, “가족은 유전이니, 앞으로 어쩌면 공주 마마께서도 세 쌍둥이를 낳으실 지 모르겠어. 맞아, 공주 마마께서 올해 혼담을 넣으신다 던데 마땅한 부마감이라도 있는 건가?”“아직 없어!” 우문호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이리 나리를 째려보니, 그가 막 고개를 돌리고 약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밑밥은 깔았다. 다들 이 얘기는 안하고 계속 술을 마시는데 이리 나리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우문령 쪽으로는 태후가 기왕비와 원경릉을 같이 입궁해 얘기하도록 했다.현비는 중병을 앓는 것으로 진단을 받은 이후로 우문령이 가서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적어도 출가 전에는 우문령이 현비에게 요상한 소리를 듣게 해서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원경릉과 기왕비가 입궁할 때 두 사람은 우문령의 의사를 물어보기만 하기로 결정하고, 만약 우문령이 원하지 않으면 둘은 우문령의 편을 들어 주기로 했다.기왕비는 사실 우문령에 관심이 없는 게 전에 그녀와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은 당연히 전부 1년 전 일로 그 1년 사이 기왕비와 원경릉은 서로 사이가 좋아져서 우문령의 기왕비에 대한 태도도 어느덧 바뀌어 있지만
누가누굴 설득해?“영이 아가씨…… 그 사람 좋아해요?” 원경릉은 너무 의외였다. 원래 상인에게 시집가라고 하면 마음에 들지 않을 게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단숨에 동의할 줄 전혀 몰랐다.우문령이 약간 멍하게, “누구를 좋아한다고요?”“이리 나리요!”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우문령이 ‘어’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아요. 어쨌든 혼인은 해야 하는 거고, 제 혼사는 제가 나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누구에게 시집가든 다 마찬가지예요. 아바마마와 황조모가 고른 배필이라면 됐어요. 두 분은 절 망칠 분이 아니시거든요.”이런 각오…….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기왕비도 잠시 말을 잊은 게 우문령의 말도 맞기 때문으로, 황제가 고른 사람은 우문령이 원하지 않아도 결국 순종해야 하므로 적어도 그녀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다.원경릉이, “만약 정말 그 사람에게 시집가기 싫으면 저랑 기왕비가 대신 잘 말해볼 게요.”“왜 시집가기 싫어요?” 우문령은 이상하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전 이미 16살이고 혼담이 오갈 나이예요. 이리 나리는 괜찮은 사람이고, 잘 생겼고 돈도 있고 사업이 천하에 퍼져 있으니, 제가 시집간 뒤에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면 되고 이 후궁에 묶여 있을 필요 없이 고개를 들고 거침없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데 얼마나 자유로워요.” 원경릉이 죽상으로, “그거 때문이예요? 하지만 이건 꼭 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아니잖아요. 누구한테 가든 후궁을 떠나 바깥 세계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기왕비도 뇌회로가 이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느끼고, 단지 후궁을 벗어나기 위해 혼인하는 거라면 경솔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그래요 공주, 혼인은 인륜지대사로, 역시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요. 태자비 말이 일리가 있네요. 만약 원하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이 공주 대신 아바마마께 말씀드릴 수 있어요.”우문령 본인은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저한테 혼인하지 말라고 설득하러 오신 거예요?”두 사람은
이리 나리의 결정이리 나리 본명은 이리율(李理律)이다.그는 평생 이름이 엄청 많았는데, 전에는 새로운 업종을 시작하면 이름을 바꿨지만, 이제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성이 ‘이리’고, 재산이 많아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나리’라는 존칭으로 불렸다.다들 이리 나리는 돈은 많은데 사람이 어딘가 모자란다고 알고 있지만, 이리 나리와 장사를 해본 사람은 그가 여우처럼 명민하다는 것도 잘 안다.장사에서는 정한 가격 그대로 한 푼의 에누리도 없었다.이리 나리는 원칙이 분명한 사람으로 장사를 할 때 자신이 정한 원칙을 결코 저촉해서는 안되었다. 일례로 자기 스스로 천만금을 기꺼이 바칠 지언 정 늑대파의 규칙을 지켜 내고 말았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리 나리와 장사하기를 원했다. 이리 나리는 사람을 속이지 않고, 상인의 명석함은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 탐내고 계산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리 나리는 생활 쪽으론 바보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일에는 기꺼이 돈을 냈다. 물론 물질에 국한된 것으로 물질은 내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에 그다지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것에 대해선 이리 나리는 상당히 인색하다.예를 들면 애정.이리 나리는 사람을 쉽게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은 원경릉을 좋아하지만 예전엔 그의 눈에 청산해 버려야 할 적폐 그 자체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였다.만약 문둥산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사신에게서 빼앗아 돌아오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여전히 원경릉을 죽이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대신 이리 나리는 한 사람을 좋아하면 전심을 다해 목숨을 걸고 그 사람을 위한다.원경릉의 목숨을 살려 두기 위해 이리 나리는 자신에게 하나밖에 없는 제자의 명분을 원경릉에게 주었다.이리 나리는 확실히 차가운 외모에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그런 이리 나리가 평생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이 바로 자신에게 속한 눈 늑대다.사람이 물질생활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한 단계 위의 것을 추구하게 되는데, 바로 물질에서 정신으로
공주의 혼수명원제는 깊은 밤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경제가 번영하기 시작하면 세금이 끊임없이 국고에 흘러 들어갈 것이므로 드디어 ‘알거지 황제’란 오명과 안녕이다!’현비의 병세가 위중해 명원제는 공주의 혼사를 최대한 빨리 정월 안에 치르고자 하니 예부 사람들은 바빠서 돌아가실 지경이다.다행히 업무 효율은 돈이 얼마냐 와 비례하는데, 이리 나리는 가진 게 돈이라 일하는 사람이 많고 업무 효율도 자연스레 올라갔다.혼례는 정월 보름으로 정해져 말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하는데도 있어야 할 건 다 준비되었고 심지어 상당히 성대하기까지 하다.호부와 내무부는 당일 공주가 시집갈 때 가져가는 혼수 예단을 정리해 명원제가 살펴 볼 수 있도록 올렸다.명원제가 본 뒤 눈살을 찌푸리며, “왜 이렇게 궁상맞아?”내무부 총관(總管)이 두 손을 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쌀없이 밥은 못 만듭니다. 폐하, 지금은 연말이라 도처에 은자가 들어야 할 일 투성이입니다. 각 궁 마마님들께 드릴 연말 전례 은자, 비단, 보석과 장신구, 연지분과 화장품, 기름과 초, 거기에 제야 궁중 연회에 필요한 것들도 전부 큰 규모의 지출입니다.”명원제는 사실 공주에게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으나, 주머니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방법이 없다.잠시 생각하더니, “됐다. 일단 이렇게 정하도록 하지. 짐이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마.”다음날 모든 왕야를 궁으로 소집했다.명원제의 말은 간단했다. 동생이 시집을 가니 오빠 된 도리로 축의금을 내라는 것이다.회왕이 혼인할 때도 초라했는데 이제 공주도 시집을 가게 된 마당에 마침 연말연시라 낼 수 있는 은자가 정말 별로 안 될 거라고 원경릉이 미리 예상했다.그래서 오늘 황제가 왕야들을 궁으로 불러들인 이유가 혼수와 축의금 때문임을 알고 황제는 10만냥을 공주의 혼수로 주라고 우문호에게 말했다. 우문호가 10만냥을 품에서 꺼내고, 회왕도 바로 10만냥을 준다고 했다.기왕과 안왕은 회왕을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