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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65화

작가: 유애
차였어

제왕은 한 소리 듣고 몹시 부끄러운지 퉁명스럽게, “누가 포기 못한데요? 마음 속에 그녀가 있었던 적 한번도 없거든요.”

“이 닭대가리가!” 우문호가 한대 갈기며, “남의 약혼자를 헐뜯으면서 마음속에 그녀가 없어? 넌 자신의 생각도 인정하질 못하냐? 말 좀 겸손하게 하는게 그렇게 어려워? 죽이기라도 한데?”

제왕이 술 한주전자를 마시고 약간 어지러우면서도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이건 고집 문제가 아니라 전 그냥 그녀가 좀 더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고 닥치는 대로 무관을 고르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좋은 사람을 찾으면 저도 분명 축복할 거라고요.”

우문호가 제왕을 보고 절망하며 오늘밤 자기는 노숙 당첨임을 직감했다.

“가자!” 우문호가 화가 나서, “다들 가자, 술 더 안 마셔.”

제왕이 술 주전자를 잡고, “ 왜 안 마십니까? 계속 마셔요!”

구사처럼 둔해 빠졌어도 눈치를 챈 게 뒤쪽 병풍을 흘끔 보니 아래 꽃신 두 켤레가 보였다.

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어휴, 넌 평생 혼자 살아도 마땅해.”

말을 마치고 냉정언과 같이 일어나 나갔다.

“다들 왜 가십니까? 더 마셔요!” 제왕이 고함을 쳤다.

우문호는 술 한잔을 제왕의 얼굴에 끼얹고, “마셔, 마시고 죽어라. 아내도 없는데 마셔.”

제왕이 일어나서 좀 화가 나는지, “맞아요, 전 아내가 없어요. 죽었어요. 다 아는 얘기 아닌가요? 왜 제 상처에 소금을 뿌려요?”

병풍 뒤에서 원경릉이 허탈하다는 듯 원용의를 부축하고 나왔다. 사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은 것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될까 봐서 였다. 제왕이 다른 건 뭐 특별한 게 없는데, 고집불통에 말을 꼭 저딴 식으로 한다.

제왕이 원용의를 얼핏 보고 얼굴이 새하얘지더니 순간 굳어서 웅얼거리듯, “당……당신이 왜 여기?”

“태자 전하께서, “ 원용의는 서늘한 눈빛으로 마치 마지못해 냉정하게 예의를 차린 얼굴로, “저에게 여기서 왕야의 진심을 들어보라고 하셨어요. 듣고 나니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잘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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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심한 원용의우문호가 제왕을 연무장으로 끌고 가며, “가자, 형이랑 대련하자.”“안가!” 제왕이 몸부림치며, “이거 놔, 난 형의 적수가 아닐 뿐더러 형의 모래주머니 노릇도 하기 싫어. 서일이랑 해.”우문호는 제왕을 다짜고짜로 연무장에 끌고 가서, 그대로 아주 떡이 될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패더니 정신 못 차리는 제왕에게, “넌 지금 아직도 주명취 생각이야?”제왕이 땅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며 억지로 눈을 뜨려고 애쓰는데 간신히 실눈을 떠 우문호의 파랗게 질린 얼굴을 봤다.형은 조금도 힘든 기색이 없잖아.“형,” 제왕이 한손으로 우문호를 잡아당기며, “누워 봐, 물어볼 게 있어.”우문호가 앉아서 한 발로 머리를 차고, “물어도 되는데 말 같은 소리를 물어봐라.” 제왕이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는데 자기 입가에 피가 베어 나와있다. “즐거워?”“안 즐거워!” 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내가 묻는 건 형은 형수랑 같이 있으면 즐겁냐고?” 우문호의 비자금 주머니가 반쯤 밖으로 삐져나오는 걸 보고 제왕이, “비자금까지 숨겨야 되고, 밥 한번 사려면 벌벌 떠는데 즐거워?”“넌 몰라 임마,” 우문호가 헤벌쭉 웃더니, “이건 부부 사이의 감정이야. 그리고 뭔 재주로 내가 밥 사게 만들 건데? 네가 나보다 한참 부자잖아.”“여유는 다른 얘기고, 내 말은 형이 별로 잘 못 지내는 거 같아서.”“그건 너지. 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새끼에, 내가 못 지낼 게 뭐가 있냐?” 우문호가 코웃음을 쳤다.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새끼라고? 제왕은 멍하니 입가에 피를 닦으며, “그래, 평범한 백성들이 추구하는 게 그거지? 전에 주명취와 같이 있을 때 바란 것도 그거였어.”우문호는 제왕을 한 대 더 때리고 한숨을 쉬며 제왕 일은 상관 않기로 하고, “가자,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 앞으론 너 상관하나 봐라.”이 돌대가리, 제왕이 알아듣게 하려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도 모자라겠다.제왕은 팔베개를 하고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보며, 달달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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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호스 유민 현주원경병은 구사에게 시집간 이래 초왕부에 원경릉을 보러 오는 일이 적었다. 이도 당연한 것이 새신부는 시댁의 법도도 익혀야 하고 구씨 집안은 대가족에, 시어머니는 군주로 비록 상당히 살갑다고는 하나 집안의 법도가 엄격한 것이 규방과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원경릉은 동생이 예전보다 통통하고 피부가 좋아진 데다 혈색도 발그레하며 윤기가 나는 것이 잘 지내고 있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자매는 온돌방에서 수다를 떨고 원경릉이 원경병의 손을 잡아 끌더니, “구씨 집안 사람들이 너한테 잘해줘?”원경릉은 구사가 원경병에게 잘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게 구사를 몇 번 봤는데 눈빛이 온통 기쁨으로 출렁이는 것이 결혼생활이 엄청 만족스러운 게 분명했다.원경병은, “잘해 주세요. 시아버지, 시어머니 두분 다 잘해 주시고, 크고 작은 집안 일은 전부 내가 신경 쓸 필요 없지 뭐예요.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앞으로는 집 안팎의 일을 이어받아 관리해야 한다고, 손을 잡고 일일이 장부 보는 법,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고, 짬을 내서 절 데리고 나가서 사람을 응대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이제는 아는 사람이 꽤 많아졌어요.”원경병이 말하면서 웃었다.원경릉은 동생이 이런 생황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지 않았다. 동생은 성격이 강직하고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아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수완이 뛰어난 안방 마님이 될 게 틀림없다.“하지만……” 원경병이 약간 미간을 찌푸리더니, “구씨 집안 사람들이 다 좋은데 딱 한사람 다섯째 아가씨는 아마도 저한테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다섯째 아가씨?”원경병이 속이 답답한 지, “그래요, 둘째 부인의 딸인데, 다섯째 아가씨 구정민(顧貞敏)의 어머니는 주명양 모친의 사촌 여동생이라 구정민과 주명양도 사촌자매 사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어쩌면 그래서 그런지 저한테 상당히 신랄하고 까칠하게 굴어요. 심지어 둘째 부인까지 나한테 고깝게 구는데 만약 정후부였으면 아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겠지만 이제 시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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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3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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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친 우문호원경릉이. “자기가 재물에 대한 관념이 없는 거야, 한달동안 쓸 비용을 술자리 한번에 싹 없애면 은자 10냥이든 100냥이든 자기한테 주면 여전히 한 달을 못 버틸 걸. 아, 맞다. 이번에 출장 가서 무슨 일이 있었어? 혹시 누군가 만나지 않았어?”원경릉은 유민 현주와 구씨 집안의 다섯째 아가씨가 회주로 갔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만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가 외부에 간지 보름, 돌아오자마자 바로 원경릉을 안고 키스하지도 않고 오히려 들어오자마자 비자금을 가져가서 자기를 굶게 했다고 화를 냈다. 우문호는 보통 켕기는 게 있을 때 이렇게 선수를 치곤 했다.하지만 원경릉은 우문호 머리 꼭대기에 있다.아니나 다를까, 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게 딱 봐도 켕기는 모습이다.“별……별일 있지는 않고, 만났……지 않았어. 악간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대세엔 지장 없었어.” 우문호는 탁자에 던진 얼린 감을 다시 집어 들고 ‘와구와구’ 베어 무는게 당황했네 당황했어.원경릉도 따져 묻지 않고 우문호 앞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로 우문호를 쳐다봤다.우문호는 원경릉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불안해서 헛웃음을 지으며,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분명 찾아올 거거든.”원경릉이 위험한 눈빛으로,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찾아오기 전에 무슨 일이 생겼었는지 내가 알아야 되지 않을까?”우문호가 심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순진무구한 얼굴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이 알아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옹정 군주가 왔을 때 어떻게 싸우겠어.”“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인데?”우문호가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하고 더할 나위없이 맑고 깨끗한 눈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내가……양가집 규수의 정절을 더럽혔어.”원경릉이 곧 태풍이 불어 닥칠 것 같은 눈빛이 되자 우문호가 허겁지겁 변명하며, “아니 더럽힌 거 그 뜻이 아니고, 내가 더럽힌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더럽혔는데, 나하고 약간 관련이 있어서.”“똑바로 말 해!” 원경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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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 명의 왕비   제3174화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 명의 왕비   제3173화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 명의 왕비   제3172화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 명의 왕비   제3171화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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