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086화

작가: 유애
나병인가 아닌가

원판이 비교적 자세히 검사하더니 희상궁의 얼굴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보고 다시 두 손의 관절을 살피고 이 외에도 먹고 마시고 배설한 것도 정확히 물은 뒤 원판이 일어나, “제가 검사한 결과 희상궁은 악질을 앓은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적국구의 얼굴이 험악해 지며, “정확히 검사 한 것이 맞는가?”

원판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병에 걸린 사람은 얼굴과 손과 신체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관절과 뼈에 변형이 오며 맥이 침착하지 못하고 어지럽습니다. 하지만 희상궁에겐 이런 정황이 없고, 맥도 상당히 안정적이며 관절과 뼈도 변형이 없고 반점이나 문드러진 부분은 더군다나 볼 수 없습니다.”

원판이 말을 마치고 잠시 후 담담하게, “희상궁은 나병 흔적이 전혀 없으며 희상궁이 나병에 걸렸다고 헛소문을 퍼트린 사람은 참으로 태자비 마마께서 말씀하신 미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만조백관이 이 말을 듣고 전부 안심한 것이 희상궁이 만약 나병에 걸린 거면 놀라 자빠질 것이 그 말은 곧 황실에 나병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희상궁은 태상황의 시중을 들던 사람이다.

적국구는 믿고 싶지 않아 희상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희상궁의 얼굴에서 분홍빛 붉은 자국이 약간 보이는 걸 발견하고 얼른 날카로운 목소리로, “아니야, 이걸 보라고, 희상궁 얼굴을 봐요, 얼굴에 반점이 있지 않습니까, 나병의 붉은 반점이랑 똑같아요, 어서 봐요.”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놀라서 쳐다봤다.

수십개의 눈이 일제히 희상궁을 뚫어지게 주목했다.

희상궁이 탁자를 치며 분노로 전신을 부르르 떨며, “쇤네는 60세로 어릴 때부터 태상황 폐하의 시중을 들며 이 나이를 먹었는데, 나이가 들어 얼굴에 반점이 생긴 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한 명씩 제 얼굴을 샅샅이 살펴야 겠습니까? 쇤네가 나병에 들었다고 하시니 절 잡아서 문둥산에 격리 시키시면 되겠습니다.”

원경릉도 화가 나서 차갑게, “나도 줄곧 희상궁을 연장자로 여겨와서 초왕부에서 희상궁에게 이토록 불경한 사람이 없었습니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087화

    희상궁의 결백주재상이 서릿발처럼 차갑게, “내의원의 원판이 어의 몇명을 데리고 함께 회진을 했으면 충분히 신중한 것이 아닌가?”적국구가 주재상의 힐문에 마음이 켕기며 갑자기 조어의가 떠올라 얼른, “초왕부에 어의가 한 명 더 있지 않습니까? 같이 불러서 여쭤보는 게 좋겠습니다.”“일단 급하지 않네.” 주재상이 손을 뻗어 앉히더니, “말해보게, 자네 오늘 상소에 희상궁이 나병에 걸렸다고 했는데 어디서 나온 소식인가? 그리고 어떤 조사를 했지? 무릇 상소를 올릴 때는 명문규정이 있기 때문이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지, 헛소리는 상소로 올릴 수 없네.”적국구가, “아니 땐 굴뚝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가름이 난 게 아니지요.”적국구는 고개를 돌려 우문호에게, “전하 송구하오나 조어의를 나오라고 해 주십시오.”우문호가 웃으며, “좋소!”우문호가 손을 들어 조어의를 불러오도록 명했다.잠시 후 조어의가 약상자를 메고 거들먹거리고 오다가 본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예를 취하더니 의심스럽게, “서일, 희상궁이 병이 나서 나더러 와서 진찰해 달라는 거 아니었어? 대인들은 왜 여기 계시지?”적국구가 조어의를 보더니 구세주를 본 것처럼 얼른 붙들고 물으며, “조어의 마침 잘 왔네, 전에 내가 자네와 술을 마실 때 희상궁이 병을 얻어 태자전하께서 집에 가둬 두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태자비께서 오셔서 문둥병에 대해 물어보셨다고? 또 태자비 마마께서 시녀를 시켜 약방에서 문둥병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약을 지어오라고 했다 하지 않았는가?”조어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습니다. 그렇게 말한 게 맞습니다.”적국구는 조어의도 배반할 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긍정하는 말을 들으니 기뻐서 대중들을 둘러보고 높은 목소리로, “만약 악질에 걸린 게 아니라면 어째서 한달이 넘도록 격리해야 했으며, 어째서 문둥병 처방을 약을 사오게 시켰을까요? 태자비 마마 설명해 주시지요.”원경릉이 보니 적국구가 수탉이 벼슬을 치켜세우고 우쭐거리는 꼴과

  • 명의 왕비   제 1088화

    적위명은?적국구가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초왕부가 악질에 걸린 환자를 사적으로 감췄다고 상소했기 때문에 다음날 명원제는 조정에서 적국구에게 주의를 주고 벌로 일년의 녹봉을 감했으며 계급을 두 단계 낮추었다.녹봉을 제하거나 계급을 낮춘 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자매가 귀비로 궁에 있고 아버지가 대장군이니 승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명원제는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일 없이 오직 적국구에게만 벌을 내렸고 적위명에게는 쓴 소리 한마디 없었다.하지만 적씨 집안은 바로 알아차렸다. 주재상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을 말이다.주재상도 처음 ‘공적으로 사적인 복수를 하는’ 의미로 적위명을 태상황 앞에 끌고 가 적위명이 적국구와 같이 희상궁이 악질에 걸렸다고 모함했으며, 이는 초왕부를 격리하고 태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해 북당의 근간을 동요할 목적이었다고 했다.태상황은 자기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주재상의 언사가 격렬해, 혈압이 급격히 높아져 혈관이 터질 듯한 조짐이 보였다. 태상황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적위명은 건곤전에서 죽으면 죽으리라 배짱이다.태상황이 곤란해서 적위명에게, “봐, 이 일은 확실히 자네 부자가 잘못 했어,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적위명의 마음은 진노하고 격분하기 그지 없었다. 이 일에 죄를 묻는다면 적위명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어쨌든 이건 적운이 한 일이다.하지만 지금 태상황은 바로 그들 부자가 잘못했다고 적위명을 싸잡아 말했다.적위명이 격분하여 무릎을 꿇고, “태상황 폐하, 소신은 처음부터 이 일은 알지 못했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조정에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적운을 지지한 것은 5년전 악질이 다시 퍼지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에 세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일념으로, 생각이 짧아 초왕부의 명성에 해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소신은 절대 다른 목적이 없었으며 태자 전하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거나 국가의 근간을 흔들다니, 더더군다나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소신이 이번에 확실히 경솔

  • 명의 왕비   제 1089화

    적위명 물러나다귀영위의 사령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귀영위의 수장은 신비하기 그지 없는 군대를 통솔하는 자로, 이 군대의 능력은 가히 놀랄 정도로 침투와 전투가 모두 가능하다. 앞으로 태상황이 필요 없다고 하면 이 군대는 새로운 주인을 맞아들일 때까지 일정 기간동안 오직 수장만이 최고 존엄이 될 것이며, 그 수장이 적위명이란 사실이 안왕이 전반적인 정국을 통제하고 안정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대충 적위명을 수장의 자리에서 파면한다고?“응? 어째서 아직 성은에 감읍하지 않는 것이냐?” 태상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투에 불쾌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적위명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고개 숙여 성은에 감사하며, “소신 태상황 폐하의 성은에 감사드립니다.”주재상은 다소 달갑지 않은 지, “태상황 폐하께서는 적위명을 감싸시는데 희상궁이 폐하의 시중을 든 기간이 적위명이 폐하와 함께 한 시간보다 오랩니다. 폐하께서 이토록 적위명을 감싸시니 희상궁이 마음으로 납득하기 힘들겠습니다.”“나중에 태자비가 몇 마디 위로하면 그뿐, 희상궁도 사리가 분명한 사람이니 대장군이 나라를 세우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공을 세웠는데 과인도 당연히 아낄 수 밖에 없다는 걸 알 거야” 태상황이 아주 사적으로 정을 주는 듯한 모습으로 적위명을 보고, “자, 귀영위의 병부를 내 놓으시게.”적위명이 하마터면 피를 토할 듯 전신이 분노로 덜덜 떨렸으나 간신히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비틀거리며 귀영위의 병부를 내놓고 고개를 숙여 절한 뒤 물러났다.건곤전을 나와 비로소 자신이 맞닥뜨린 건 두 마리의 늙고 교활한 여우였으며, 사전에 아무 조짐도 없었고 심지어 귀영위 사람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병부를 뺏기듯이 내놓았다.귀영위에서의 몇 년 동안 조금의 수확도 없이 병부를 내놓고 보니 분명 나장군 놈을 수장으로 임명할 게 분명하다. 이 사람은 원래 귀영위 수장으로 소집 명령과 연락 방법을 조정할 것이 분명했다. 적위명은 다시는 귀영위를 볼 수 없

  • 명의 왕비   제 1090화

    우문호와 원경릉의 생일태상황이 멈칫하더니 곧 탁자를 치며, “맞아, 짐의 고모 경대공주(慶大公主)가 있지, 이제 98세가 되셨는데 아직 결혼을 안 하셨어, 있다가 고모를 꼬드겨 여아홍을 파내서 과인에게 가져와봐.”상선이 혀를 내밀어 술을 약간 찍어 먹더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향을 칭찬한 뒤, “태상황 폐하, 얼른 단념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경대공주 본인이 술을 좋아해서 여아홍은 벌써 파내서 다 드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있다가 궁중 창고에 가서 좀 물어봐, 경대공주가 술을 파냈는지 말이야.” 태상황이 말했다.상선이 ‘예’하고 대답한 뒤 천천히 술을 마시고 만족스럽게 나갔다.건곤전엔 두 사람 뿐으로 술잔을 내려놓고 서로 마주보며 주재상이, “이번에 태자의 계략으로 적위명에게서 수장자리를 빼앗아 적씨 가문 쪽은 진압한 셈이니 당분간 좀 여유로울 수 있겠습니다.”태상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좀 느긋한 것도 좋지, 3년가량이면 태자가 전열을 가다듬기 충분할 테고, 우리가 대주의 무기를 제련하기도 충분해. 과인이 벌써 사람을 보내 홍엽공자를 주시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경성을 떠나지 않는 게 아마도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해.”“폐하 생각엔 무슨 속셈인 거 같습니까?” 주재상이 물었다.태상황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빛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큰 애를 만나던지 넷째를 만나겠지. 이런 종류의 사람은 반드시 실속을 챙기는 법이야, 일단 호랑이 굴에 들어갔으면 빈 손으로는 안 나오거든.”주재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흠, 분석이 일리가 있네요, 태자가 일찌감치 사람을 시켜 홍엽공자를 주시하고 있던데, 보아하니 할아버지와 손자 생각이 같은 듯 싶습니다.”태상황이 물처럼 고요한 얼굴로, “이렇게 일견 태평성대인 듯 보일 때일수록 위험하지. 태자가 신중하게 구는 건 맞아, 하지만 어떨 때 보면 태자는 미숙해. 이 늙은이가 아직은 좀더 붙잡아 줘야 겠어, 다른 사람들이 걸었던 길로 가지 않게 말이야.”주재상이, “흠, 알겠습니다.”초왕부.탕양이 이날 땅

  • 명의 왕비   제 1091화

    둘만의 생일 여행?노마님은 전에 초왕부에 며칠 묵으셨다가 다시 정후부로 돌아가셨는데 도저히 우리 떡들 때문에 마음이 안 놓여서 며칠 간격으로 찾아오느라 상당히 부산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맑아져서 병은 한결 호전되었다.탕양이 돌아와 원경릉에게 생신이 추석 당일이라고 말했다.원경릉이 흠칫 놀라며, 뭐가 이렇게 공교롭지? 현대의 원경릉 생일도 추석인데.우문호는 초열흘, 원경릉은 보름, 5일 간격이니 친구들을 부르지 않고 두 사람만 사적으로 축하해야 겠다고 원경릉은 생각했다.추석연휴가 3일간 단거리 여행도 다녀올 수 있고 문둥산이나 부근의 마을에 있는 명의를 방문해 볼 수도 있다.이것은 우문호의 생각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추석연휴엔 원경릉을 데리고 서주(西洲)에 갈 생각으로 서주는 경성에서 거리도 멀지 않은데 경치가 아름답고 유명한 만불산(萬佛山)이 있어 산책하고 놀기 좋으며, 호수에서 달을 감상하기 가장 아름답고 절묘한 장소다.원경릉을 설득하려고 우문호는 서주에 수많은 저명한 의사들이 있으며 우선 서주에 가서 이틀을 노는데 하루는 의사들을 찾아가고 하루는 호수에서 배를 띄우자,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겸사겸사 문둥산을 들르자고 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스케줄을 듣고 만족해서 자신의 소원도 달성하는 것이니 동의했다.부모가 되고 보니 여행도 전처럼 자유롭지 못해서 자기가 세 아이들을 집에 떨어뜨려 놓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우문호와 원경릉이 여행을 간다는 소식이 사식이를 통해 원용의에게 전해졌고 원용의가 제왕에게 얘기해 제왕이 듣고 얼른 초왕부로 달려가서 원용의를 데리고 같이 갈 수 있냐고 물었다.우문호는 당연히 동의하지 않은 게 겨우겨우 밖으로 나가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제왕과 원용의가 따라와서 뭐하지는 거야?제왕이 징징 생떼를 부리며 ‘이번 여행으로 원용의와 감정을 깊게 만들고 싶다. 한방에 승부를 봐서 이 기회에 홀아비의 숙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우문호는 요지부동이었지만 원경릉은 설득되어

  • 명의 왕비   제 1092화

    손주만 사랑하는 명원제적국구와 적위명의 일로 우문호와 원경릉이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 귀영위에 내통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그들도 한시름 놨다.이 외에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조정의 일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데, 첫째 우문호가 원경릉이 너무 많은 정국에 관련된 일을 아는 걸 원하지 않지 때문이며, 둘째 원경릉이 지금 문둥산과 학교를 여는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고, 셋째 역시 원경릉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아녀자는 정치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도때문에 원 선생이 조정의 일을 묻는다는 것을 안왕 쪽에서 알게 될 경우 분명 황제에게 알릴 것이고, 알린다고 해도 무슨 큰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여행 날짜가 정해지자 명원제에게 추석에는 궁에서 보낼 수 없다고 말해야 했다. 명원제가 듣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너희들이 가고 싶은 데로 가거라, 너희들이 오고 안 오고 누가 신경 쓴다고? 손주들 오면 됐어.”우문호는 매정하기 짝이 없는 답을 듣고 상처받아서, “아바마마는 손자만 중히 여기시고 자식은 가벼이 여기십니다.”명원제가 돌직구로, “썩 물러가.”어리광을 부리고 싶던 태자는 아버지의 짜증난 얼굴을 보고, 전에 봤던 자상하고 온유한 미소는 세 꼬맹이를 대할 때만 나오고, 자신은 아버지의 기쁨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꼬리를 말고 썩 꺼지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규정에 따라 태자는 추석에 궁에 있지 않으니 반드시 전에 가솔들을 데리고 입궁해 현비 마마와 먼저 추석을 쇠야 했다. 이건 고정불변의 규정은 아니고 단지 규례가 그렇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출장을 가서 경성을 떠날 예정인데 경성에 없는 동안 명절을 맞이할 경우 사전에 입궁해야 했다.게다가 추석은 태자의 생일이니 현비 마마에게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다.북당에서는 효(孝)를 상당히 중히 여겨 지금 현비가 금족령이든 다른 어떤 상황이든 태자는 더욱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경성을 떠나기 하루 전 우리 떡들을 데리고 현비와 한자리에 모여

  • 명의 왕비   제 1093화

    현비의 가족 연회명원제가 있을 때는 현비는 밥상을 정리하는 등 본분에 만족하며 일가족이 화목하고 고부관계 사이도 좋았다.명원제는 가족들이 밥 먹을 때 한쪽에서 우리 떡들과 놀아주고 작은 수저를 가져 다가 떡들에게 맑은 국물을 떠먹여 주기도 하는데, 계속 젖만 먹고 사람의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 떡들은 엄청 흥분해서 제비새끼처럼 입을 쫙쫙 벌리고 분홍색 혀로 숟가락을 쪽쪽 핥는다.명원제가 넋을 잃고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더니, “천하에 가장 좋은 것도 이 작은 녀석들에게 비할 바가 아니고, 울던지 웃던지 아무런 까닭 없이 사람을 기쁘게 하니 종일 아가들과 있으면 시름할 겨를이나 있을까?”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아바마마, 호비 마마께서 얼른 황자나 공주를 낳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땐 매일 아이를 어르실 수 있습니다.”오늘밤 모두 태평함을 꾸미며 일치단결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색조와 화기애애한 모습의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족을 연출했다.그런데 원경릉의 한 마디가 이 아름다운 그림을 쫙 찢어 놓고 말았다.현비의 얼굴이 순간 싸늘해 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밥 먹으렴, 말 안 한다고 아무도 널 벙어리라고 안 한다. 말만 많이 지껄여 봤자 헛소리밖에 더 하겠니, 예의도 모르느냐?”원경릉이 당황하며 그제서야 현비가 그 일이 신경 쓰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내고,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우문호는 술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 원경릉이 억울한 걸 못 보겠기에 담담하게, “어마마마, 신경 쓰이시면 조용하라고 하시면 되지, 그렇게 엄하게 혼내실 필요 있습니까?”우문호가 말이 없을 때 그린 듯한 가족 모습으로 아직은 손 볼 여지가 있었지만, 그가 원경릉을 돕자고 나서는 순간 한 폭의 그림에 난 균열이 얼룩지다가 결국 갈가리 찢어지는 운명을 맞았다.현비가 ‘탁’하고 젓가락을 탁자에 내려놓더니 열 받아 몸을 떨며, “불효자 같으니, 지금 네 아내에게 말 한 마디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거냐? 네 눈엔 나란 어미가 있기나 하니? 아내를 얻으면 어미를 잊는다더니

  • 명의 왕비   제 1094화

    현비의 발악과 건곤전의 참사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화를 참을 수 없으나, 명원제는 일부러 우문호를 위해 모자의 정을 살펴주며 평소처럼, “다섯째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거라.”“아바마마!” 우문호가 명원제를 보니 명원제의 눈에 경고의 빛을 띠고 있어 우문호는 화를 가라앉히고, “예!”하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이 희상궁과 유모를 불러 아이들을 안게 하고 식사도 채 마치기 전에 다섯식구는 총총히 자리를 떴다.명원제가 의자에 앉아 현비를 바라봤다.현비는 고집을 부리고 서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로, “폐하께서 신첩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면 신첩을 벌하셔서 계속 금족령을 내리시면 됩니다.”명원제는 엄지 손가락에 끼고 있는 옥가락지(엄지 손가락의 옥가락지는 권력을 상징)를 돌리며 눈을 감고 있으나 날카롭고 명료하게 생각하며 얼음장 같은 말투로 쌀쌀맞게, “현비, 금족령이 두려운가?”현비는 눈물이 불쑥 터지자 닦으며 고집을 부리는데, “두려우면 어쩌겠어요? 폐하께서 신첩의 마음을 반이라도 느끼고 아파하실 수 있으십니까? 폐하께서는 신첩이 왜 그렇게 했는지 깊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기나 하신가요? 신첩도 고심했습니다. 태자는 나라의 근본으로 가볍게 사람들에게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되는데 다섯째는 지금 머리속이 온통 원경릉 생각 뿐입니다. 너무 위험해요, 원경릉을 없애야 폐하께서도 두 다리 쭉 뻗고 걱정이 없지 않으시겠습니까?”명원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얼굴이 얼음같이 차가워 지더니, “지나치게 고심했군, 고작 후궁의 일개 부녀자가 나라의 근본이 어쩌고 어째? 자네가 할 말인가? 만약 태자비가 태자의 일에 간여할 가능성이 있어도 그건 단지 가능성일 뿐이지만, 자네는 직접 태자에게 간여하고 그것도 모자라 네 친정 형제들이 관직과 작위를 도모하는데 태자를 제어하려고 들었어, 짐이 자네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이제 막 태자를 책봉했으니 태자의 체면을 봐서야, 태후 마마께서 자네에게 한 번 경고했고, 이번에는 짐이 두번째로 경고하지, 금족령 정도의 단순한 벌이 두렵지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253화

    원경릉은 도무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훼천이 자네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심지어 이 아이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안다고 하는데, 어찌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인가? 자네가 없는 세상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그에게 이 아이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네."그들은 혼사 후 줄곧 행복하게 지냈다. 아이가 없어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만약 그녀의 몸이 견딜 수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 이제 막 임신한 상태에기에 벌써 출혈이 생겼다. 게다가 이후에 그녀가 말하지 않은 다른 증상이 생길 가능성도 높았다.그러면 너무 위험해진다.요 부인이 아랫배를 어루만졌는데, 얼굴에는 모성애가 감돌고 있었다."처음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도 이 아이를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네. 내 몸이 임신과 출산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이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네. 난 간절하게 그와의 아이를 갖고 싶네. 너무 이기적인 걸 알지만, 그 바람이 나를 흔들었네. 그가 아버지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네.""그는 이미 아버지네. 훼천은 언제나 희열과 희성을 친자식처럼 여겼네."원경릉이 말했다."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고, 심지어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더욱 미안한 것이네. 다른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했더라면, 자식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나를 선택한 탓에,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없네. 그도 정말 아이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아이를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원한 적은 없네. 임신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할 용기가 없다는 건, 그도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네."요 부인의 얼굴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나도 알지만... 참 아쉽네."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혼사를 올렸을 때, 그도 아이를 더 가질 필요 없이 희열과 희성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네. 하지만 두 딸은 그의 성을 따를 수 없네. 임신한 적

  • 명의 왕비   제3252화

    과거에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미색은 풍부한 출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훼천은 그녀의 경험이 필요했다.훼천은 미색을 한 대 쥐어박으려 튀어나오려는 손을 억누르며 원경릉에게 다가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황후 마마, 부디 맥을 짚어 상태를 확인해 주시옵소서."원경릉이 물었다."이미 의원에게 진맥을 받지 않았는가? 회임이 확실한 것인가?""몸이 좋지 않다고 하니, 그제 돌아온 희열이가 맥을 짚어 보고는 임신했다고 했네. 나도 잘 모르겠네."요 부인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이 나이에 임신이라니, 정말 부끄러웠다.그녀는 원경릉을 불러 가까이 오라고 부르더니, 조용히 속삭였다."사실 아닐 수도 있네. 몇 달째 월경을 하지 않아서...""몇 달 동안 하지 않았다니요? 그럼… 임신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내력이 깊은 미색은 요부인이 원경릉에게 바짝 다가가 낮게 말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리고 미색은 바로 입 밖으로 말을 꺼냈다."조용히 하거라!"원경릉이 웃으며 그녀를 나무랐다.‘미색도 참...’"정말 임신한 것인지, 어서 확인해 보게나."손 왕비가 말했다."그럼, 방으로 가세."원경릉은 요 부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미색도 따라가려 했지만, 훼천이 그녀를 막았다."여기서 기다리시지요. 어차피 의술도 모르잖습니까.""나도 도우려는 것이다. 훼천아, 너도 참... 호의를 몰라주는구나."미색은 목을 길게 빼고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제일 먼저 알아내야 했다. 그러자 원용의가 그녀를 붙잡았다."그냥 앉아서 기다리시지요. 임신이 맞는다면 원 언니가 곧 알려줄 것이니."미색에는 다시 훼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 어찌 임신을 막는 약을 쓰지 않은 것이냐?"훼천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지금 너무 걱정되었다.이 나이에 아이를 가지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희열과 희성도 효심이 깊었고, 외손자까지 얻었기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명의 왕비   제3251화

    이리 나리가 말했다."훼천이 집으로 왔는데,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소. 그래서 물으니 다 말해주었소. 석 달 동안 비밀로 하려 했지만, 그래도 사전에 검사도 하고 미리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황후에게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소."목여 태감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원경릉을 찾아갔다.원경릉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요 부인이 임신했다는 목여 태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실험 도구를 급히 내려놓으며 물었다."정말인가?""부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목여 태감이 대답하자, 원경릉이 말을 이었다."정말 큰 일이네. 요부인의 건강 상태가 원래 좋지 않았는데, 이제야 임신하다니. 그래도 큰 경사니, 내일 당장 찾아가야겠소."지금은 이미 오후였기에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았다.저녁이 되어 우문호가 궁으로 돌아오자, 원경릉이 말했다."내일 요부인을 만나러 갈 것이오. 아마 밤늦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오.""다녀오시오."우문호가 말했다.그는 겉옷을 벗으며 물었다."이 나이에 임신해도 괜찮소?""아직 쉰 살은 안 됐지만, 고령 임산부인 건 맞소. 게다가 건강 상태가 원래부터 좋지 않아서 나도 좀 걱정되오.""그럼 당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시오."우문호가 배려하며 말했다.그는 오래전부터 어디서든 원경릉의 도움이 필요하면 무조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 여섯째도 궁에 왔소. 그래서 이 소식을 전했으니, 아마 내일 미색도 갈 것이오."우문호가 말했다."미색이 알게 됐다면 내일 아주 많은 사람이 몰리겠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미색은 비록 수다스럽지는 않았지만, 기쁜 일에는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이른 아침부터 약상자를 들고 출발했다.요부인의 저택 앞에 도착하니, 역시 미색의 마차뿐만 아니라 원용의와 손 왕비의 마차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문을 들어서자마자 미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제부터입니까? 대체 언제부터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있었던

  • 명의 왕비   제3250화

    특히 황제가 된 지금, 그는 평화가 있어야만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았다. 각자 자신의 신념과 소망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이틀 후, 이리 나리가 궁에 찾아와 다섯째와 함께 경단이 경성으로 돌아오는 일을 의논했다.그러자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돌아오다니? 난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어젯밤에도 교류했지만, 귀경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지금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쯤 불러들일 생각인지 묻는 것입니다.""한두 해는 지나고 부를 셈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계획을 세울 생각입니다."이리 나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1~2년이라면 금방 지나가겠군.’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속셈입니까?""전에 말했잖습니까? 경단이는 내 가업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제자가 그럴 능력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제자의 자식을 탐낼 수밖에요."이리 나리의 제자 원경릉은 장사에 소질이 없었기에 그저 냉가의 가업을 그녀에게 맡길 수 없었다.이리 나리는 전부터 경단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만두는 경성으로 돌아와 군무를 배우고 있으니, 경단도 그의 가업을 이어받아야 할 때였기 때문이다. 한두 해 뒤에 돌아오면, 몇 년만 더 가르치면 대성할 것이었다.그러자 우문호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진심이십니까? 냉가의 산업을 몽땅 삼켜버릴까 봐 걱정되지 않습니까?"하지만 이리 나리는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우선 몇 년 동안 가르칠 것입니다. 먼저 배울 것이 바로 부친의 뻔뻔한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입니다."우문호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내 아들을 데려가면서, 어찌 이득도 못 보게 하는 것입니까?!""이득은 무슨, 이건 그야말로 통째로 삼켜버리는 거잖습니까? 욕심이 너무 크십니다."이리 나리는 옷소매를 휘날리며 자리에 앉은 후,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황후에게 가서 전하시오. 할 일이 생겼다고."목여 태감은 어리둥절했다."부마, 황후 마마께서 무슨 일을 하셔야

  • 명의 왕비   제3249화

    우문호는 종일 바빴다. 그는 차 한 잔을 들고 멀리 있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 그저 밥은 먹었는지, 무엇을 먹었고 내일 무엇을 할 셈인지 묻는 것 뿐이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요즘 잘 지내는지, 무슨 책을 읽고 있느지에 대해서도 물었다.마치 처음으로 전화기를 접한 시골 사람처럼 신기해했지만 그는 마땅한 대화 주제를 찾지는 못했다.한편 원경릉은 홀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문호는 이미 능숙해진 듯 보였고, 심지어 목욕하러 가면서도 아이들에게 말을 남겼다.그가 목욕하러 가자, 원경릉은 곧장 아이들과 교감하며 이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다섯째는 지금 억제제를 맞은 상황이었다.아이들은 잔뜩 흥분한 채 앞으로 언제든 아버지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의식으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말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를 미친 사람으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목욕을 마친 우문호는 마치 의기양양한 수탉처럼 걸음걸이조차 전보다 더 당당해 보였다."원 선생, 계란이가 그곳이 이곳보다 훨씬 덥고, 과일도 적다고 하오. 과일을 말려, 아이들에게 나누어 보내는 것이 어떻소?"그러자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좋소. 그럼 내일 함께 말리는 것이 어떻소?""좋소! 아, 그리고 만두한테도 물어야겠소. 깜빡하고 어디까지 갔는지 묻지를 못했소."우문호는 앉아서 머리를 수건으로 닦은 뒤 다시 눈을 감고 우문예와 대화를 시도했다.그 모습을 보며 원경릉은 차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침대에 누워서도 우문호는 여전히 흥분 상태였다. 그는 두 손을 베고 말했다."원 선생, 당신이 없었으면, 정말 많은 재미를 놓쳤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걸 배울 수도 없었을 것이오.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소. 우리가 경험한 일들이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조차 믿기 어렵소.""알겠소."원경릉은 그의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당신이 살던

  • 명의 왕비   제3248화

    "그래, 좋구나. 죽여서 천도를 꼭 바로잡아야 한다!"우문호가 말했다."천도?""법이다! 죽여서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냉정언이 꼬투리를 잡자, 우문호가 급히 정정하며 억울한 표정으로 까다로운 그를 바라보았다.천도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는 요즘 천도를 따르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저녁 무렵 소월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흥분한 얼굴로 원 선생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 하지만 미간을 찌푸린 채 사색에 잠겨 한쪽에 앉아 있는 원경릉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가 돌아온 것도 모르는 듯했다."원 선생...?"우문호가 그녀를 부르며 다가갔다.원경릉은 아이들과 교감할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며 넋을 잃고 있다가, 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다급히 일어나 말했다."돌아왔소? 곧 저녁을 올릴 테니, 손 씻고 오시오."그가 괜히 입맛을 잃을 수도 있으니, 그녀는 일단 배를 채우고 이야기하려 했다.하지만 우문호는 신이 나서 앉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급할 거 없소. 할 말 있소."원경릉이 그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따라 웃었다."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어찌 이렇게 기뻐하는 것이오?"우문호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계란이와 연락이 닿았소.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소."그러자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정말이오? 목소리를 들었소? 뭐라고 했소?"순간 우문호의 얼굴에 빛이 나는 듯했다."밥 먹었냐고 물으니, 먹었다고 답하며 나한테 식사를 했는지 물었소. 그래서 굴비를 먹었다고 말했네.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고, 조만간 우리를 보러 오겠다고 했소."원경릉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 헷갈렸다. 그와 아이들이 교감할 수 있는 것은 자기장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다섯째는 그들과 다른 상황이라 교감이 가능할 리가 없었지만 기쁨에 가득 찬 그의 표정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듯했다."말을 한 것이오?"원경릉이 다시 묻자, 우문호가 이내 고개를

  • 명의 왕비   제3247화

    점심을 먹은 후, 그녀는 혼자 산꼭대기로 올라가 먼 곳에 있는 금나라의 도성을 바라보았다. 거세게 부는 바람을 느끼며, 그녀는 문득 스승님이 금나라로 돌아갔는지 궁금해졌다.그녀는 스승님이 며칠 더 머물기를 바랐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히 금나라로 떠났다. 그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일은 좀처럼 없었기에 이상했다.방금 들린 낮은 목소리를 떠올리며, 그녀는 순간 스승님이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려,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아버지의 정신력이 이렇게 먼 곳까지 전달될 수 있는 걸까?그녀는 마음을 집중해 답해 보았다.“아바마마, 저는 식사를 했습니다. 아바마마는 드셨습니까?”한편, 경성 황궁 어서방에서 냉수보, 이리 나리, 탕양, 그리고 몇몇 친왕과 중신들이 과거 시험 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이리 나리가 자신의 의견을 차근차근 얘기하고 있었고 모두가 집중해서 듣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문호가 갑자기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이내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기쁨에 찬 얼굴로,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먹었어, 먹었다. 굴비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구나."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탁자를 세게 내리치는 바람에 잔이 앞으로 날아가, 열변을 토하던 이리 나리의 얼굴을 강타해 버렸다. 이리 나리는 코를 맞은 것도 모자라, 온몸이 흠뻑 젖고 말았다.이리 나리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옷을 털어내고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사과와 해명을 하시지요."그러나 우문호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그는 이리 나리의 어깨를 붙잡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듣고 있으니, 어서 계속 이야기 하십시오. 나리의 의견이 너무 뛰어나,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나리는 정녕 전무후무한 북당 최고 부자입니다! 훌륭합니다!"냉수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북당의 수보는 접니다만."이때, 목여 태감이 황급히 달려와 걱정스러운 얼

  • 명의 왕비   제3246화

    같은 균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었기에, 이제 양여혜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원경릉은 귀영위 나장군과, 경천의 일을 담은 편지를 써 양여혜에게 보내면서, 혹시 해결책이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주변 나라의 안정은 북당에게 중요한 일이다. 특히 두 나라는 이제 막 협력을 시작한 상황이었기에, 주변 나라의 안정은 북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우문호는 어서방에서 신하들과 함께 국사를 논하며 식사하고 있었다.즉위한 이후부터 그는 늘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간소한 식사를 해왔다. 사적으로 모임을 가질 때는 이리 나리가 따로 준비하기에 밥상은 꽤나 풍성했다.우문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신하들과 모여 식사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는 취한 신하들이 거리낌 없이 말하기도 했지만, 실언으로 황제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을 알고 자유로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그 덕분에 군신 간의 관계는 유례없이 돈독해질 수 있었다.오늘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우문호는 어제처럼 화를 내지 않고, 차근차근 일을 처리하게 명을 내렸다. 그리고 만두도 서일과 함께 보내어, 실무를 배우게 했다.식사를 마치자마자 신하들은 너도나도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며 소화를 시켰다.우문호는 궁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오가는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원 선생이 실험실에 있을 테니,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어서방에 있는 연탑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는 다시 계란이와 교감을 시도했다.그는 안에 있던 시종들을 모두 내보냈고, 심지어는 목여 태감도 물러나게 했다.그는 원 선생이 말한 대로 잡념을 비우고 오로지 계란이와의 교감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계란아, 밥은 먹었느냐?"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의심스러워했지만, 천천히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질 것이니, 걱정은 하지 않았다. 똑똑하며, 타고난 재능까

  • 명의 왕비   제3245화

    점심때가 되자 희 상궁은 궁을 떠났고, 사식이도 아이를 돌보러 돌아갔다. 원경릉이 실험실로 가려고 할 때, 목여 태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왔다. 원경릉이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그가 다급히 소리쳤다."마마,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원경릉은 그의 다급한 모습에 깜짝 놀라 물었다."무슨 일인가?! 어서방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목여 태감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치라도 보는듯, 계속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문득 녹주와 기라가 전각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다들 일을 보거라. 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다."녹주와 기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눈치채고 공손히 예를 올리며 물러났다.목여 태감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원경릉도 덩달아 긴장되었다. 그녀는 그를 전각 안으로 불러 앉히며 말했다."태감, 대체 무슨 일인가?"목여 태감은 조회에 따라갔을 때부터 이 말을 꺼내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황제가 어서방에서 대신들과 함께 식사하는 틈을 타 급히 마마를 찾아온 것이었다. 전각에 들어온 그는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서둘러 말했다."마마, 오늘 축시쯤에 일찍 일어나 폐하의 시중을 들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제야 폐하께서 전각 밖에서 혼잣말하고 계신 것을 보았지요. 공주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르시는 것으로 보아, 공주를 너무 그리셔서 넋을 잃으신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폐하께는 감히 여쭤볼 수가 없기에, 이렇게 마마께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폐하께 약이라도 지어 드리는 건 어떤지요?""전각 밖에서 혼잣말을 했다니?!"원경릉은 그만 깜짝 놀랐다. 며칠 동안 바삐 움직였고, LR과 어린 황제의 일로 고민이 깊어진 터라, 어젯밤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기에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예. 공주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르셨습니다."그는 원경릉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황제의 모습을 흉내 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계란아, 계란아, 자고 있느냐?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