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088화

작가: 유애
적위명은?

적국구가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초왕부가 악질에 걸린 환자를 사적으로 감췄다고 상소했기 때문에 다음날 명원제는 조정에서 적국구에게 주의를 주고 벌로 일년의 녹봉을 감했으며 계급을 두 단계 낮추었다.

녹봉을 제하거나 계급을 낮춘 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자매가 귀비로 궁에 있고 아버지가 대장군이니 승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원제는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일 없이 오직 적국구에게만 벌을 내렸고 적위명에게는 쓴 소리 한마디 없었다.

하지만 적씨 집안은 바로 알아차렸다. 주재상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을 말이다.

주재상도 처음 ‘공적으로 사적인 복수를 하는’ 의미로 적위명을 태상황 앞에 끌고 가 적위명이 적국구와 같이 희상궁이 악질에 걸렸다고 모함했으며, 이는 초왕부를 격리하고 태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해 북당의 근간을 동요할 목적이었다고 했다.

태상황은 자기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주재상의 언사가 격렬해, 혈압이 급격히 높아져 혈관이 터질 듯한 조짐이 보였다. 태상황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적위명은 건곤전에서 죽으면 죽으리라 배짱이다.

태상황이 곤란해서 적위명에게, “봐, 이 일은 확실히 자네 부자가 잘못 했어,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적위명의 마음은 진노하고 격분하기 그지 없었다. 이 일에 죄를 묻는다면 적위명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어쨌든 이건 적운이 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태상황은 바로 그들 부자가 잘못했다고 적위명을 싸잡아 말했다.

적위명이 격분하여 무릎을 꿇고, “태상황 폐하, 소신은 처음부터 이 일은 알지 못했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조정에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적운을 지지한 것은 5년전 악질이 다시 퍼지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에 세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일념으로, 생각이 짧아 초왕부의 명성에 해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소신은 절대 다른 목적이 없었으며 태자 전하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거나 국가의 근간을 흔들다니, 더더군다나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소신이 이번에 확실히 경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089화

    적위명 물러나다귀영위의 사령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귀영위의 수장은 신비하기 그지 없는 군대를 통솔하는 자로, 이 군대의 능력은 가히 놀랄 정도로 침투와 전투가 모두 가능하다. 앞으로 태상황이 필요 없다고 하면 이 군대는 새로운 주인을 맞아들일 때까지 일정 기간동안 오직 수장만이 최고 존엄이 될 것이며, 그 수장이 적위명이란 사실이 안왕이 전반적인 정국을 통제하고 안정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대충 적위명을 수장의 자리에서 파면한다고?“응? 어째서 아직 성은에 감읍하지 않는 것이냐?” 태상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투에 불쾌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적위명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고개 숙여 성은에 감사하며, “소신 태상황 폐하의 성은에 감사드립니다.”주재상은 다소 달갑지 않은 지, “태상황 폐하께서는 적위명을 감싸시는데 희상궁이 폐하의 시중을 든 기간이 적위명이 폐하와 함께 한 시간보다 오랩니다. 폐하께서 이토록 적위명을 감싸시니 희상궁이 마음으로 납득하기 힘들겠습니다.”“나중에 태자비가 몇 마디 위로하면 그뿐, 희상궁도 사리가 분명한 사람이니 대장군이 나라를 세우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공을 세웠는데 과인도 당연히 아낄 수 밖에 없다는 걸 알 거야” 태상황이 아주 사적으로 정을 주는 듯한 모습으로 적위명을 보고, “자, 귀영위의 병부를 내 놓으시게.”적위명이 하마터면 피를 토할 듯 전신이 분노로 덜덜 떨렸으나 간신히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비틀거리며 귀영위의 병부를 내놓고 고개를 숙여 절한 뒤 물러났다.건곤전을 나와 비로소 자신이 맞닥뜨린 건 두 마리의 늙고 교활한 여우였으며, 사전에 아무 조짐도 없었고 심지어 귀영위 사람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병부를 뺏기듯이 내놓았다.귀영위에서의 몇 년 동안 조금의 수확도 없이 병부를 내놓고 보니 분명 나장군 놈을 수장으로 임명할 게 분명하다. 이 사람은 원래 귀영위 수장으로 소집 명령과 연락 방법을 조정할 것이 분명했다. 적위명은 다시는 귀영위를 볼 수 없

  • 명의 왕비   제 1090화

    우문호와 원경릉의 생일태상황이 멈칫하더니 곧 탁자를 치며, “맞아, 짐의 고모 경대공주(慶大公主)가 있지, 이제 98세가 되셨는데 아직 결혼을 안 하셨어, 있다가 고모를 꼬드겨 여아홍을 파내서 과인에게 가져와봐.”상선이 혀를 내밀어 술을 약간 찍어 먹더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향을 칭찬한 뒤, “태상황 폐하, 얼른 단념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경대공주 본인이 술을 좋아해서 여아홍은 벌써 파내서 다 드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있다가 궁중 창고에 가서 좀 물어봐, 경대공주가 술을 파냈는지 말이야.” 태상황이 말했다.상선이 ‘예’하고 대답한 뒤 천천히 술을 마시고 만족스럽게 나갔다.건곤전엔 두 사람 뿐으로 술잔을 내려놓고 서로 마주보며 주재상이, “이번에 태자의 계략으로 적위명에게서 수장자리를 빼앗아 적씨 가문 쪽은 진압한 셈이니 당분간 좀 여유로울 수 있겠습니다.”태상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좀 느긋한 것도 좋지, 3년가량이면 태자가 전열을 가다듬기 충분할 테고, 우리가 대주의 무기를 제련하기도 충분해. 과인이 벌써 사람을 보내 홍엽공자를 주시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경성을 떠나지 않는 게 아마도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해.”“폐하 생각엔 무슨 속셈인 거 같습니까?” 주재상이 물었다.태상황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빛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큰 애를 만나던지 넷째를 만나겠지. 이런 종류의 사람은 반드시 실속을 챙기는 법이야, 일단 호랑이 굴에 들어갔으면 빈 손으로는 안 나오거든.”주재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흠, 분석이 일리가 있네요, 태자가 일찌감치 사람을 시켜 홍엽공자를 주시하고 있던데, 보아하니 할아버지와 손자 생각이 같은 듯 싶습니다.”태상황이 물처럼 고요한 얼굴로, “이렇게 일견 태평성대인 듯 보일 때일수록 위험하지. 태자가 신중하게 구는 건 맞아, 하지만 어떨 때 보면 태자는 미숙해. 이 늙은이가 아직은 좀더 붙잡아 줘야 겠어, 다른 사람들이 걸었던 길로 가지 않게 말이야.”주재상이, “흠, 알겠습니다.”초왕부.탕양이 이날 땅

  • 명의 왕비   제 1091화

    둘만의 생일 여행?노마님은 전에 초왕부에 며칠 묵으셨다가 다시 정후부로 돌아가셨는데 도저히 우리 떡들 때문에 마음이 안 놓여서 며칠 간격으로 찾아오느라 상당히 부산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맑아져서 병은 한결 호전되었다.탕양이 돌아와 원경릉에게 생신이 추석 당일이라고 말했다.원경릉이 흠칫 놀라며, 뭐가 이렇게 공교롭지? 현대의 원경릉 생일도 추석인데.우문호는 초열흘, 원경릉은 보름, 5일 간격이니 친구들을 부르지 않고 두 사람만 사적으로 축하해야 겠다고 원경릉은 생각했다.추석연휴가 3일간 단거리 여행도 다녀올 수 있고 문둥산이나 부근의 마을에 있는 명의를 방문해 볼 수도 있다.이것은 우문호의 생각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추석연휴엔 원경릉을 데리고 서주(西洲)에 갈 생각으로 서주는 경성에서 거리도 멀지 않은데 경치가 아름답고 유명한 만불산(萬佛山)이 있어 산책하고 놀기 좋으며, 호수에서 달을 감상하기 가장 아름답고 절묘한 장소다.원경릉을 설득하려고 우문호는 서주에 수많은 저명한 의사들이 있으며 우선 서주에 가서 이틀을 노는데 하루는 의사들을 찾아가고 하루는 호수에서 배를 띄우자,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겸사겸사 문둥산을 들르자고 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스케줄을 듣고 만족해서 자신의 소원도 달성하는 것이니 동의했다.부모가 되고 보니 여행도 전처럼 자유롭지 못해서 자기가 세 아이들을 집에 떨어뜨려 놓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우문호와 원경릉이 여행을 간다는 소식이 사식이를 통해 원용의에게 전해졌고 원용의가 제왕에게 얘기해 제왕이 듣고 얼른 초왕부로 달려가서 원용의를 데리고 같이 갈 수 있냐고 물었다.우문호는 당연히 동의하지 않은 게 겨우겨우 밖으로 나가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제왕과 원용의가 따라와서 뭐하지는 거야?제왕이 징징 생떼를 부리며 ‘이번 여행으로 원용의와 감정을 깊게 만들고 싶다. 한방에 승부를 봐서 이 기회에 홀아비의 숙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우문호는 요지부동이었지만 원경릉은 설득되어

  • 명의 왕비   제 1092화

    손주만 사랑하는 명원제적국구와 적위명의 일로 우문호와 원경릉이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 귀영위에 내통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그들도 한시름 놨다.이 외에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조정의 일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데, 첫째 우문호가 원경릉이 너무 많은 정국에 관련된 일을 아는 걸 원하지 않지 때문이며, 둘째 원경릉이 지금 문둥산과 학교를 여는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고, 셋째 역시 원경릉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아녀자는 정치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도때문에 원 선생이 조정의 일을 묻는다는 것을 안왕 쪽에서 알게 될 경우 분명 황제에게 알릴 것이고, 알린다고 해도 무슨 큰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여행 날짜가 정해지자 명원제에게 추석에는 궁에서 보낼 수 없다고 말해야 했다. 명원제가 듣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너희들이 가고 싶은 데로 가거라, 너희들이 오고 안 오고 누가 신경 쓴다고? 손주들 오면 됐어.”우문호는 매정하기 짝이 없는 답을 듣고 상처받아서, “아바마마는 손자만 중히 여기시고 자식은 가벼이 여기십니다.”명원제가 돌직구로, “썩 물러가.”어리광을 부리고 싶던 태자는 아버지의 짜증난 얼굴을 보고, 전에 봤던 자상하고 온유한 미소는 세 꼬맹이를 대할 때만 나오고, 자신은 아버지의 기쁨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꼬리를 말고 썩 꺼지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규정에 따라 태자는 추석에 궁에 있지 않으니 반드시 전에 가솔들을 데리고 입궁해 현비 마마와 먼저 추석을 쇠야 했다. 이건 고정불변의 규정은 아니고 단지 규례가 그렇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출장을 가서 경성을 떠날 예정인데 경성에 없는 동안 명절을 맞이할 경우 사전에 입궁해야 했다.게다가 추석은 태자의 생일이니 현비 마마에게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다.북당에서는 효(孝)를 상당히 중히 여겨 지금 현비가 금족령이든 다른 어떤 상황이든 태자는 더욱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경성을 떠나기 하루 전 우리 떡들을 데리고 현비와 한자리에 모여

  • 명의 왕비   제 1093화

    현비의 가족 연회명원제가 있을 때는 현비는 밥상을 정리하는 등 본분에 만족하며 일가족이 화목하고 고부관계 사이도 좋았다.명원제는 가족들이 밥 먹을 때 한쪽에서 우리 떡들과 놀아주고 작은 수저를 가져 다가 떡들에게 맑은 국물을 떠먹여 주기도 하는데, 계속 젖만 먹고 사람의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 떡들은 엄청 흥분해서 제비새끼처럼 입을 쫙쫙 벌리고 분홍색 혀로 숟가락을 쪽쪽 핥는다.명원제가 넋을 잃고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더니, “천하에 가장 좋은 것도 이 작은 녀석들에게 비할 바가 아니고, 울던지 웃던지 아무런 까닭 없이 사람을 기쁘게 하니 종일 아가들과 있으면 시름할 겨를이나 있을까?”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아바마마, 호비 마마께서 얼른 황자나 공주를 낳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땐 매일 아이를 어르실 수 있습니다.”오늘밤 모두 태평함을 꾸미며 일치단결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색조와 화기애애한 모습의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족을 연출했다.그런데 원경릉의 한 마디가 이 아름다운 그림을 쫙 찢어 놓고 말았다.현비의 얼굴이 순간 싸늘해 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밥 먹으렴, 말 안 한다고 아무도 널 벙어리라고 안 한다. 말만 많이 지껄여 봤자 헛소리밖에 더 하겠니, 예의도 모르느냐?”원경릉이 당황하며 그제서야 현비가 그 일이 신경 쓰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내고,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우문호는 술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 원경릉이 억울한 걸 못 보겠기에 담담하게, “어마마마, 신경 쓰이시면 조용하라고 하시면 되지, 그렇게 엄하게 혼내실 필요 있습니까?”우문호가 말이 없을 때 그린 듯한 가족 모습으로 아직은 손 볼 여지가 있었지만, 그가 원경릉을 돕자고 나서는 순간 한 폭의 그림에 난 균열이 얼룩지다가 결국 갈가리 찢어지는 운명을 맞았다.현비가 ‘탁’하고 젓가락을 탁자에 내려놓더니 열 받아 몸을 떨며, “불효자 같으니, 지금 네 아내에게 말 한 마디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거냐? 네 눈엔 나란 어미가 있기나 하니? 아내를 얻으면 어미를 잊는다더니

  • 명의 왕비   제 1094화

    현비의 발악과 건곤전의 참사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화를 참을 수 없으나, 명원제는 일부러 우문호를 위해 모자의 정을 살펴주며 평소처럼, “다섯째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거라.”“아바마마!” 우문호가 명원제를 보니 명원제의 눈에 경고의 빛을 띠고 있어 우문호는 화를 가라앉히고, “예!”하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이 희상궁과 유모를 불러 아이들을 안게 하고 식사도 채 마치기 전에 다섯식구는 총총히 자리를 떴다.명원제가 의자에 앉아 현비를 바라봤다.현비는 고집을 부리고 서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로, “폐하께서 신첩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면 신첩을 벌하셔서 계속 금족령을 내리시면 됩니다.”명원제는 엄지 손가락에 끼고 있는 옥가락지(엄지 손가락의 옥가락지는 권력을 상징)를 돌리며 눈을 감고 있으나 날카롭고 명료하게 생각하며 얼음장 같은 말투로 쌀쌀맞게, “현비, 금족령이 두려운가?”현비는 눈물이 불쑥 터지자 닦으며 고집을 부리는데, “두려우면 어쩌겠어요? 폐하께서 신첩의 마음을 반이라도 느끼고 아파하실 수 있으십니까? 폐하께서는 신첩이 왜 그렇게 했는지 깊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기나 하신가요? 신첩도 고심했습니다. 태자는 나라의 근본으로 가볍게 사람들에게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되는데 다섯째는 지금 머리속이 온통 원경릉 생각 뿐입니다. 너무 위험해요, 원경릉을 없애야 폐하께서도 두 다리 쭉 뻗고 걱정이 없지 않으시겠습니까?”명원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얼굴이 얼음같이 차가워 지더니, “지나치게 고심했군, 고작 후궁의 일개 부녀자가 나라의 근본이 어쩌고 어째? 자네가 할 말인가? 만약 태자비가 태자의 일에 간여할 가능성이 있어도 그건 단지 가능성일 뿐이지만, 자네는 직접 태자에게 간여하고 그것도 모자라 네 친정 형제들이 관직과 작위를 도모하는데 태자를 제어하려고 들었어, 짐이 자네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이제 막 태자를 책봉했으니 태자의 체면을 봐서야, 태후 마마께서 자네에게 한 번 경고했고, 이번에는 짐이 두번째로 경고하지, 금족령 정도의 단순한 벌이 두렵지

  • 명의 왕비   제 1095화

    백년된 여아홍은 누가 훔쳐갔나?몰래 튀려고 했는데 우문호가 이렇게 부르니 안에 있던 경대공주가 명원제를 보고 순간 짚고 있던 지팡이로 문턱을 두드리며 소리를 꽥 지르는데, “황제 폐하가 오셨군, 잘 오셨네, 어서 와서 고모 할머니의 억울함을 풀어 주시게.” 명원제가 우문호를 죽일듯이 째려보더니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 백발이 성성한데 광광 대며 화를 내는 경대공주에게 예를 올렸다.태상황은 구린 얼굴로 앉아 있는 게 억울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명원제가 가서 예를 취한 뒤 목소리를 낮춰 작은 소리로, “아바마마, 가져 가신 거예요 아니예요? 가져가신 거면 돌려드리세요, 제가 다시 마련해 드릴 테니까.”태상황이 몰래 경대공주를 째려보는데 경대공주가 문밖에 우문호와 원경릉을 발견한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는지 손을 펼쳐, “과인이 술을 탐하는 사람도 아니고, 경대공주의 여아홍을 어디다 쓰려고 원한단 말이야? 과인이 이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술이나 훔쳐 마시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인가?”명원제가 상선을 보니 상선도 감출 수 없는지 명원제를 감히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빛이 어지럽고 두 손으로 소매를 쥐고는 돌돌 말고 있다.명원제가 생각이 있어 계속 작은 목소리로, “아바마마, 그만 하시고 돌려주세요, 안 그러면 평안하긴 글렀다고요.”태상황이 순식간에 탁자를 치고 명원제를 가리키며, “알고 보니 네가 가져간 것이구나? 왜 미리 얘기를 안 해? 결국 네 고모 할머니가 여기서 반나절을 소리소리 지르셨지 않느냐, 과인이 가져간 줄 알고 말이다.”명원제는 어이가 없고 자기 아버지라는 걸 믿을 수가 없는데 아직 변명의 말도 꺼내기 전에 경대공주의 지팡이 소리가 재촉하며 울렸다.명원제는 천천히 뒤로 돌아 미소를 그려 붙이고는 경대공주의 분노한 얼굴을 뒤로 한 채 우문호에게 걸어가려고 했다.우문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명원제의 눈빛을 봤는데, 우문호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으며, 안돼!과연 친애하는 아바마마께서 우문호를 가리키며 종소리가 울리듯

  • 명의 왕비   제 1096화

    경대공주(慶大公主)는 나이도 많고 정신도 온전치 않아서 이것이 진짜 우문호가 찾아낸 것이라고 생각하여 탄식했다. “됐다 됐어! 아직 어려서 철이 들지 않은 게야. 오늘 돌려주면 그만이다.”명원제는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보며 손을 저었다. “빨리 물러가지 못할까?”우문호는 실망한 표정으로 원경릉과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마차에 올라탄 원경릉은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경대공주의 존재를 지금까지 몰랐네? 저렇게 나이가 많은 노인이 황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어. 여아홍(女兒紅)을 아직 있는 걸 보니…… 설마 아직 시집을 가지 않으신 거야?”희상궁은 웃으며 원경릉을 보았다. “아직 미혼이십니다. 젊었을 때 수양딸을 얻으셨는데 그게 바로 수씨 집안의 셋째 아가씨입니다.”“루신(落神)이라는 말씀이십니까?”원경릉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희상궁에게 물었다. “소요공의 사부이며, 태상황님의 짝사랑 상대인데다 경대공주의 수양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루신께서는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길래 하나도 하기 힘든 걸 세 가지나…… 한 번 만나 뵙고 싶네요.”“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희상궁이 웃었다. “그럼 그 루신께서 어디에 계신지 아는 사람은 없나요?”우문호는 원경릉과 희상궁의 대화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황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서러움에 고개를 돌리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우문호, 루신께서 어디에 있는지 너도 몰라?”“몰라.”원경릉은 축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 걱정이 됐다. “너 괜찮아……?”“응. 그냥 모비의 말이 생각나서 그래.”잠시 후,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경릉아, 너무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해. 이제부터 별일 아니면 모비를 뵈러 가지 마.”“에이, 난 또 뭐라고! 20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아들인데 그런 아들을 며느리가 가져갔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괜찮아. 난 네 생각보다 속 좁지 않거든.”원경릉 역시 현비를 싫어했지만, 피로 이어진 모자 관계를 어떻게 끊어내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71화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 명의 왕비   제3170화

    원경릉은 원가에서 이 혼사를 분명히 찬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노태군이 일곱째 아가씨를 시집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에서 혼담을 꺼내는 것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원가의 유일한 문제는 일곱째 아가씨 본인이었는데,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이다.역시나, 다음 날 탕양과 함께 원가로 향한 원경릉은 원가에서 심지어 점쟁이까지 청해 두 사람의 사주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의 사주를 본 점쟁이는 한참 확인하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두 사람의 사주가 다소 상충합니다.”원 노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가 상충하는가?”“한 사람은 닭띠, 한 사람은 개띠입니다. 이는 닭과 개가 편치 않은 사주라, 혼사를 치른 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노태군은 탁자를 쾅 치며 말했다.“그럼 바꾸면 되지! 이제 보니 우리 딸은 말띠다. 방금 헷갈렸었다.”“말띠요? 말띠라면 괜찮습니다. 말띠는 올해 연분이 따르는 해 입니...”노태군은 점쟁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괜찮다니 됐다. 이제 길일을 골라주게.”그러자 점쟁이는 다시 손을 펴고 계산하더니 말했다.“올해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연말쯤이어야...”“좋다. 이번 달 15일로 하지.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도 오붓이 모이는 날이니, 좋지 않겠나?”점쟁이가 책자를 닫고,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예.”혼사는 원가에서 준비하니, 제시간에만 준비 된다면 안 될 것도 없었다.15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원가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일을5일 안에 끝낼 수 있을까 걱정 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아직 부족했는데, 혼례복을 만드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원가는 이미 일곱째 아가씨를 위해 혼례복을 준비해 두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새로 만들었기에, 지금껏 서랍 속에 쌓여 있는 혼례복만 해도 7~8벌이나 되었다.혼수도 일찌감치 마련해 두고, 혼담을 꺼낼 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

  • 명의 왕비   제3169화

    사식이는 다들 일곱째 고모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의아해하며 물었다.“일곱째 고모께서 편지를 보내신 겁니까?”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편지가 왔단다. 며칠 놀다가 곧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구나.”사식이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일곱째 고모께서 돌아오고 나서 혼담을 꺼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곱째 고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이 난감해질 텐데요.”노태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모든 일을 저질렀느넫 이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니? 감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목을 매겠다!”노태군은 일곱째 고모가 열여덟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의 혼사를 기다려 왔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미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혼인 기약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혼사를 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다.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곱째 아가씨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라고 이씩 때문에, 이 일은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사식아, 네 고모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거의 죽게 생겼다고 전해라!”노태군이 단호히 명령했다.딸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저주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정말 독한 늙은이었다.서일은 탕양을 데리고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 중매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바로 황후를 찾아가야 했다.소월궁에서 우문호 부부는 탕양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짐이 보기엔, 일찍 일곱째 아가씨에게 네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리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탕양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안에 휩싸여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폐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 그녀가 어디 있는지

  • 명의 왕비   제3168화

    오래전의 악몽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나, 탕양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녀가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스스로 뺨을 몇 대 때리고는 다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를 따라잡으려 죽자고 달려도, 끝내 그녀를 볼 수 없었다.그렇게나 빨리 도망간 건가?그렇게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쉬지도 않고 곧장 원가로 달려갔다.마침 서일과 사식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와 있던 참이었는데, 대문 앞에 도착하니, 탕 대인이 거지처럼 문지기 앞에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아 먼지투성이의 얼굴에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문지기의 옷깃을 움켜쥔 채 다급히 묻고 있었다. “일곱째 아가씨는? 너희 일곱째 아가씨는 대체… 어디 있느냐?”그러자 문지기는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나 사나운 탕 대인을 본 적이 없어 더듬거리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일곱... 일곱째 아가씨께서... 탕 대인과 함께 약도성에 가신 거 아니셨습니까…?”“그럼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탕양이 소리쳤다.“아직... 아직 못 뵈었습니다…!”바로 그때, 서일이 다가와 문지기한테서 탕 대인을 떼어놓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십니까?! 우선 손부터 놓으십시오. 옷이 다 찢어지겠습니다.”탕 대인은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며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큰일이야… 내가 그녀를 망쳐 버렸네! 죽어도 이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네…!”“무슨 일입니까? 저희 고모께서 지금 어디 계십니까?”사식이가 다급히 물었다.“그녀는...“탕 대인은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 투성이가 된 얼굴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르네… 나는 돌아온 줄 알고 있었네...”바로 그때,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원가의 노태군이 부축을 받으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탕양이 고개를 들자, 노태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탕

  • 명의 왕비   제3167화

    냉정언은 자기도 모르게 죄책잠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이번에 정말 큰일을 저지른 것인가?’그는 그저 탕양에게 술을 먹여 일곱째 아가씨에게 진심 어린 말을 꺼낼 용기를 주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동안 탕양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황제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었고, 다들 그를 안타까워했었다.탕양은 다섯째가 초왕이었을 때부터 초왕부와 다섯째, 그리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그렇게 반평생을 북당을 위해 헌신했으나, 그를 진정으로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과거에 자신도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탓에 평생을 스스로도 용서하지 못한채, 조정을 위해 뛰어난 공을 세우고도 관직이나 봉록을 거절하며 죄를 속죄하듯 살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는 법이니까. 탕양은 이미 그 누구보다 훌륭히 잘해왔고, 게다가 정과 의리에 발목 잡힌 것은 많은 영웅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였다. 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결코 그 혼자만이 저지른 행동이 아니었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와 벗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술에 취하지 않은 이상, 맑은 정신으로는 절대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을 것이기에, 술에 취하게 하면, 경성이 아닌 변방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몇 마디 속마음 정도는 털어놓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하지만 예상외로, 탕 대인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쌓였던 건지... 만취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대체 이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품었던 것일까?상황이 아주 복잡해졌다.‘탕 대인 아주 못 쓰겠구먼! 이를 어찌 마무리 짓는단 말이냐…?!’원가의 상대하기 쉽지 않은 여장군들을 떠올리니, 냉정언은 순간 뒷골이 땡겨 머리를 쥐어뜯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리니, 냉명여가 눈 앞에 서 있었다. 냉명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지, 탕 대인은 어찌 일곱째 아가씨와 그런 일을 벌인

  • 명의 왕비   제3166화

    탕양은 지금까지 살면서 술에 취해 저지른 잘못이 단 하나뿐이었다. 비록 그 일도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지만, 그 일로 그는 술에 취하면 정말로 이성과 기억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렇기에 그 후로 술을 마시더라도 되도록이면 취하지 않게 애썼다. 하지만 어젯밤은 예외였다. 그는 이곳 사람 모두를 믿고 있었기에 경계를 풀었던 것이다.남녀 간의 일도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어서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의부님! 의부님!"바로 그때, 문밖에서 호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탕양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호통쳤다."일단 들어오지 말거라!"그는 급히 이불을 걷어내고, 바닥에서 옷을 찾아 황급히 입은 후, 이마를 문지르며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야 문을 열어 주었다.문밖에서 호명이 물었다."이제 막 일어나신 겁니까? 아직도 취기로 힘드십니까?"탕양은 머릿속이 어지럽고 복잡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괜찮다. 무슨 일이더냐?""식사하시라고 부르러 왔습니다. 아! 일곱째 아가씨께서 경성으로 돌아간 것을 알고 계십니까? 같이 가실 줄 알았는데 먼저 떠나셨더군요.""… 돌아갔다고?!"탕양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예!"호명이 그의 얼굴을 보다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의부님… 혹시 어젯밤 누구에게 맞으셨습니까?"탕양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져 보았는데, 그제야 얼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황급히 동경을 찾아 얼굴을 비춰보았는데, 왼쪽 뺨에 여러 개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누군가에게 뺨을 맞은 것 같았다.그러자 어렴풋이 한 여인이 세게 뺨을 때리며 욕설을 퍼붓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떠올랐다.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 창백해진 안색으로 생각에 잠겼다.‘설마 내가 취기를 빌어... 그래서 떠난 것이었구나...’이번 사건은 목숨을 내놓고 속죄해도 부족할 정도였다."말을 준비하거라! 어서!"탕양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소리

  • 명의 왕비   제3165화

    연회는 계속 진행되었고, 냉정언은 술잔을 들고 계속 탕양에게 술을 권했다. 잔을 몇 번이나 주고 받자, 탕양은 머리가 머리가 어지러워져 말조차 똑바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연회가 끝난 후, 냉정언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말했다."술을 꽤 마셨다 보니, 탕양이 좀 취한 것 같네. 정원에 나가 산책을 조금 하면서 술기운을 가시는 것이 어떻소?"일곱째 아가씨도 약간 취한 상태였기에, 바람을 쐬며 땀을 내면 술이 깰 것 같다며 동의했다."예. 그럼 다들 돌아가서 쉬시지요. 제가 호명과 함께 탕 대인을 돌보겠습니다.""좋소. 수고하시게나!"냉정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자, 어서 돌아가시게!"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새가 흩어지는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일곱째 아가씨는 호명과도 함께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는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탕양의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물었다."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탕양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는데, 술에 많이 취한듯 몸을 심하게 휘청거렸다."어찌 못 걷겠습니까? 취하지 않았습니다!""예. 그럼, 몇 걸음 더 걸어보시지요. 정말 못 걸으시겠으면 방으로 돌아가 쉬시고요. 취기를 덜어줄 탕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그러자 탕양은 허리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곧게 뻗은 직선을 그리며 터벅터벅 걷고는 뒤돌아 일곱째 아가씨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보시지요. 얼마나 똑바로 걷는지! 안 취했습니다. 이제 믿을 수 있습니까?"일곱째 아가씨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하. 예, 안 취하셨네요. 그럼 이만 나가서 함께 산책하시지요."그녀는 그가 오래 걷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기로 했다.역시나 문을 나서자마자 탕양은 난간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하도 휘청거리는 탓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했다.그러자

  • 명의 왕비   제3164화

    "탕 대인이 저를 예쁘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그러니 일곱째 아가씨께도 예쁘다고 말해 보십시오. 분명히 기뻐하실 것입니다!"하지만 탕 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를 겁니다. 일곱째 아가씨는 이제 그런거에 좋아할 나이를 지났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그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어찌 그럴 리 있습니까? 누구나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탕 대인, 대인께서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탕 대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 하하하. 그렇습니까?""예! 모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탕 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지었다."과찬입니다.""기분 좋으십니까?"택란이 묻자 탕 대인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멈칫하며 말했다."이 녀석!"택란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탕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꼭 사랑받으시길 바랍니다."탕 대인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해서 택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예. 고맙습니다."저녁엔 계약이 성공한 기념으로 연회가 열렸다.소박한 술자리긴 했지만, 커다란 술통들이 준비되어 있어 모두 마음껏 마시며 즐길수 있었다.택란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주 아가씨가 매실청을 대신 준비해 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택란의 마음에 쏙 들었다.술잔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모두 패기 있게 약도성을 북당에서 제일가는 도성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벌써 독산을 어떻게 개발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독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각자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경치를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다.반면, 택란은 새로운 생각을 제안했다. 독산에 온천이 있으니 오두막을 지어 온천을 끌어들여 돈을 받고 여러 개의 탕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고 제의하였다.택란의 생각은 이 시절

  • 명의 왕비   제3163화

    탕양은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자부했었다. 특히 일곱째 아가씨처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하기에 굳이 자신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그의 큰 착각이었다.여인의 마음은 늘 갈대처럼 변덕스럽고,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다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아가씨는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왔는데, 중년에 접어들며 그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누군가 곁에 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물론 잘못된 연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원가의 가훈은 항상 군주에게 충실하며, 엄청난 용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가에서 키운 닭조차 남의 집의 닭보다 더욱 용감할 정도였다.하지만 한 번의 좌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 일까?물론 그녀가 반드시 탕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탕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말한다면, 그녀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여태껏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탕양뿐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시도해 봐야만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탕양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경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탕양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공개적으로 구혼에 나설 생각이었다. 한편, 택란이 주 아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탕 대인이 왜 나쁜 사람인 것이오?""여인을 훔쳐봤습니다.""탕 대인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소? 어찌 못 보는 것이오?"주 아가씨는 택란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공주에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가 여인을 사모하면 상대의 시선을 바라보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탕 대인은 일곱째 아가씨를 사모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