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수의 작은 손이 송문수의 옷에서 나와 불을 끄려고 했다.조금 움직이자, 송문수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190이 넘는 그의 키는 그녀가 보기에 굉장히 컸다. 그에게 깔린다면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송문수의 얼굴이 하지수와 가까워졌다.그녀의 입술에 다가가는 그 순간.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피했다.송문수는 눈썹을 찡그렸다.“왜, 몸은 팔고 싶은데, 순결은 지키고 싶어?” 송문수가 비웃으며 말했다.“아이 가지는데 키스는 필요 없잖아.” 하지수가 반박했다.“그래서 우리는 지금 교배하는 거냐?”“후세를 잇는 거지.” 하지수가 듣기 좋은 말로 골라서 했다.“후세를 잇긴 개뿔.” 송문수가 화를 냈다.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했다.그는 하지수의 몸에서 일어나 말했다. “너 우리 형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애 낳고 싶으면 우리 형한테 가, 어차피 다 같은 송씨 가문 자식인데, 다 똑같잖아!”“송문수...”“하지수 내 말 잘 들어. 나 그렇게 궁하지 않아. 너같이 송장 같은 여자는 내 눈에 못 든다고. 꺼져.”하지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비록 송문수가 시도 때도 없이 화내는 것은 익숙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화난 모습이었다.하지수가 일어나지 않자, 송문수는 닭을 쫓듯 침대에서 그녀를 끌어내려 그의 방 밖으로 던져버렸다.“쾅” 하고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마치 별장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하지수는 넘어져 아픈 자신의 엉덩이를 문지르며 옷가지를 정돈했다.사실 그녀도 오늘 밤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송문수는 말이 안 통했다.그녀는 몸을 일으켰다.하얗고 깨끗한 손이 그녀의 눈앞에 보였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승우를 보며 그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섰다.“죄송해요. 깨웠네요.” 하지수가 사과했다.“시차 때문에, 못 자고 있었어요.” 송승우가 설명했다.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외국에서 지내다가, 이제야 귀국해서 연구해도 된다는 통지를 받았다.“문수랑 이렇게 오랫동안 같
하지수는 송승우를 보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는데, 돌아오면 이제는 외국으로 안 가고, 계속 장안시에 있을 거예요. 가끔 서울 본사에만 가고요.” 송승우가 이어서 설명했다.“그럼 잘 됐네요. 집에서 가깝고.” 하지수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저...”“늦었어요, 승우 오빠 일찍 주무세요.”“...네.” 송승우가 입에 맴돌던 말을 그대로 삼켰다.하지수는 침대로 돌아왔다. 분명 졸리고 힘든데 잠은 오지 않았다.눈을 감으니 머릿속에 별생각이 다 떠올라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앉아 아침식사를 했다.승승우와 그가 어젯밤 데리고 온 그 여자 성소희도 있었지만, 송문수는 없었다. 그는 보통 12시까지는 자기 때문이다.“오해했어요, 오해. 저는 승우 여자친구인 줄 알았어요.” 허영지가 농담을 했다.그래도 내심 여자친구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비록 송승우의 사업은 지지하지만, 그가 빨리 가정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저도 그러고 싶어요. 근데 승우 씨가 저한텐 아무 감정이 없나 봐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제가 더 열심히 해볼게요.”성소희는 외국에 있는 시간이 길어, 비교적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고, 말하는 것도 아주 시원시원했다.“그래요?” 허영지가 성소희의 농담에 웃음 지었다.“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겨우 20살인데, 제가 거의 삼촌 뻘이에요.” 송승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전 아저씨가 좋은데요?” 성소희가 집요하게 말했다.송승우는 답이 없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식탁에 앉아 묵묵히 밥만 먹고 있었다.식사가 끝난 뒤, 허영지는 하지수를 한쪽으로 끌고 가 말했다. “어젯밤에 문수랑 얘기했니?”“절대 반대해요.” 하지수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쓸데없는 놈.” 허영지가 참지 못하고 낮게 욕을 했다. “다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어쩜 형이랑 이렇게
“휴.”화면을 보니 하지수는 예수진이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한참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너 설마 잘 지내보려는 거 아니지?”“완전히 그런 건 아니야.”“그래야지.”“걔네 부모님이 송문수랑 아이를 가지래.”“그래서 넌 비위를 맞춰주고 싶어?”“송씨 집안사람들은 나한테 잘해주니까.”“너 진짜!” 예수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수도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그녀는 더 많은 일도 견뎌낼 수 있었기에, 반박할 필요가 없었다.“하도경 얘기 들었는데, 송승우 돌아왔다며.” 예수진이 갑자기 말을 돌렸다.“어젯밤에 왔어. 송문수 생일 연회에도 왔고.”“너 그 사람한테...”“식었어.” 하지수가 말했다. “거짓말 아니야.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진짜 시간이 어느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같아. 나도 언젠가 혼자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을 봐도 이상하리만큼 멀쩡해.”“진짜 시간이... 다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예수진이 하지수에게 물었다.마치 자신에게 묻는 것 같기도 했다.“어쨌든 내가 느끼기엔 그래.” 하지수는 진심으로 얘기했다.그녀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급히 글씨를 지우고 다시 써 내려갔다. “다시 돌아와서, 너 아직 내 물음에 대답 안 했어.”“이론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해…”“... 좋아.”“근데 진짜 가치 있는 걸까?”예수진은 하지수가 언젠가 송문수와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정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을 손해 보는 셈이었다.“아니.” 하지수는 예수진에게 뭔가를 숨길 줄 몰랐다.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너 왜 이렇게 스스로 힘드려고 해.”“아마 더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사실 누구든 다 괜찮았다.“그래.” 예수진은 더 이상 권하지도 않았다. “내가 이따가 괜찮은 거 몇 개 골라서 카톡으로 보내줄게.”“그래.”갑자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하 매니저님, 대표님이 찾으십니다.”“알겠습니다.”하지
카톡 4명 단톡방.하도경이 갑자기 메시지를 보냈다. “여자친구는… 왜?”10초도 안되어 메시지가 삭제되었다.그는 손이 미끄러져 송문수에게 보내려던 메시지를 단톡방에 보내 버렸다.마침 송문수가 메시지 내용을 보고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하도경, 삭제하긴 뭘 삭제해. 나 다 봤어.”하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는 뭐가 왜야? 그냥 네가 싫은 거지.” 송문수가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심지어 하도경을 여러 번 언급했다.하도경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송문수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아씨 나 잘못 보냈어, 단톡방에서 그만 좀 얘기해.”“아이고, 체면은 챙기시겠다?”“나 여자친구랑 아직 그 정도까지 안 갔어.” 하도경은 어이없다는 듯이 솔직하게 말했다.“설마? 이렇게 순진하다고? 하도경, 너 26살이야. 16살이 아니라. 이게 맞아?”“넌 우리 사랑 이해 못 해. 넌 사람들이 다 너처럼 아랫도리로만 생각하는 줄 아냐?”“중요한 건 네 여자친구가 벌써 확실하게 암시를 했다는 거지, 짐승만도 못한 놈아.”“...여자애들이 나 같은 몸 안 좋아한다며. 처음에는 좋은 이미지 남기고 싶어. 살은 좀 빼긴 했는데, 근육 선이 잘 안 보여.”“무슨 몸매까지 생각하고 있어... 됐다. 더 이상 얘기 안 할게. 어쨌든, 넌 네 여자친구랑 어떻게 보낼 지나 생각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송문수가 부추겼다.“가능해?”“가능해 완전 가능해.” 송문수가 또 날뛰었다.그는 지금 하지수의 사무실에 있었다. 그는 분명 아주 늦은 시간에 잠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아침 9시에 눈이 떠져서 잠이 오지 않았다.결국 천천히 일어나 출근을 했다.사실 그도 사무실이 있었지만 하지수에게 오고 싶었다.어젯밤 문밖에 던져버린 그녀가 서러워하는 모습과 그가 등을 돌리자마자 송승우와 같이 있던 걸 생각하면... 하,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는 하지수의 자리에 앉아, 화면에 있던 그녀와 예수진의 대화창을 보았다. 예수진이 영상을 여러 개 보내왔다. 손이 참지
조금 아팠다.하지만 또 그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았다.“나랑 잘 수 있지, 지금도.” 송문수는 고의로 하지수를 괴롭혔다.그녀가 그의 앞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는 모습이 싫증 났다.하지수는 낯빛이 좋지 않았다.송문수의 악취미...그녀는 정말 그의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예수진이 개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하지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스스로 화내면 안 된다고 되새겼다.하지만 이때.갑자기 방문이 열렸다.“지수 씨... 꺄악!”성소희가 소리를 질렀다.틀림없이 무언가를 본 듯했다.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송승우가 서있었다.하지수는 급히 송문수의 다리에서 떨어졌다.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송문수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하지수가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데 반해, 송문수는 아주 평온했다.그는 시선을 돌려 문 앞의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부부가 애정 표현하는데 놀랄 게 뭐가 있어.”하지수는 옆에서 극도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변호사였다.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떳떳하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실례했네.” 송승우가 성소희를 끌고 나갔다.하지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점점 더 세게 깨물고 있었다.“따라가, 어차피 나도 익숙해.” 송문수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송승우 좋다고 졸졸 쫓아다녔잖아?”하지수는 송문수를 흘끗 보고는 곧바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송문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그 순간 하지수가 문을 잠그는 것이 보였다.송문수는 놀란 눈빛이었다.하지수가 그의 옆으로 와서 말했다. “계속해.”송문수는 심장이 약간 두근거렸다.그는 애초에 사무실에서 하지수와 뭔가를 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단지...그가 스스로 타협한 그 순간.하지수의 눈이 빨개졌다.순간 마음이 요동쳤다. “하지수, 난 일부러 너 가지고 논 거야. 네가 다 벗어도 난 관심 없어!”송문수
눈물이 한 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울지 않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나이를 먹어가면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어젯밤 송문수가 자신을 문밖으로 던져버렸을 때에도 담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정말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속에서부터 존엄성 없는 감정이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우러나왔다.그녀는 정말, 진짜 정말 송문수가 너무 싫었다.어렸을 때부터 싫었다.계지원은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오후 촬영 일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전화였다.그는 육씨 저택에서 나왔어도 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육씨 가문은 예수진에 비하면 그에게는 아주 잘해주는 편이었다.잠에서 깬 그는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단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서 힘들었다.역시 술은 좋은 게 아니구나.안 좋은 일을 잊지 않게 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서 더욱 힘들게 한다.그는 침대에 누워 하도경과 송문수의 단톡방 대화를 보고 있었다.보다 보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심지어 그는 전혀 몰랐다.오후가 되자 그는 제작진에게 가 야간 신을 촬영했다.야외 촬영.날씨가 조금 춥고 안개가 자욱해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들은 작은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계지원은 배우를 내보내고 인서트를 따고 있었다.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그녀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고, 안에는 야채가 있는 것 같았다.옷차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단단했다.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계지원은 눈빛이 흔들렸다.그녀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는 고개를 숙여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예수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던 길이었고,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거의 한 눈에 계지원을 알아봤다. 그는 옷을 많이 입고 있진 않았고, 하얀색의 얇은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사람들 틈에서도 눈에 띄었다.그녀는 더 이상 보지 않고, 계지원의 앞을 떴다.그녀 스스로 그렇게 무장한 것을 생각하니, 계지원도
계지원은 그렇게 예수진의 다급한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쓸쓸하게 웃으면서.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뿐이었다.그는 몸을 일으켰다.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그는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귀신이 들린 듯, 예수진의 뒤를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갔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날씨도 이렇게 춥고, 길에 사람들도 거의 없는데, 예수진 혼자, 혼자는... 위험하니까.그는 그렇게 거리를 유지하며 예수진의 뒤를 따라갔다.예수진은 정말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떡볶이만 빨리 먹고 돌아갈 생각뿐이었다.빠른 걸음으로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 1인분을 외쳤다.사장님은 그녀와 수다도 떨었다. “오늘은 왜 남자친구랑 안 왔어?”“일이 있어서요.”예수진은 자신의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비록 꽁꽁 둘러 싸맸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으니, 들키고 싶지 않았다.“남자친구가 엄청 잘해주던데. 저번에 와서 너 준다고 떡볶이 사 가는데, 식을까 봐 옷 속에 품고 가더라. 방금 나온 떡볶이가 얼마나 뜨거운 지 아니?”예수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떨 때는 그녀가 밖에 나오고 싶지 않아서 하도경이 사다 주었다...진작 알았으면 일찍이 하도경이랑 사귀는 거였다.도대체 그때는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끙끙 앓았을까.“천천히 먹어, 뜨거워.” 사장님이 그녀에게 떡볶이를 건네주며 말했다.“감사합니다.”예수진은 떡볶이를 먹으며 하도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는 물론 심지어 방금 사장님과 예수진의 대화까지도 계지원은 다 들었다.그는 사실 정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떡볶이를 다 먹고, 예수진은 자신을 다시 꽁꽁 싸매고 자리를 떴다.역시 하도경과 계속 통화하고 있었다.이때 하늘에서 갑자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올해 장안시의 첫눈이었다.예수진은 조금 흥분해서 말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하도경과 기쁨을 나누면서 길을 건너고 있었다.“끼익
계지원은 찰과상을 입었다.기사가 브레이크를 제때에 밟아서 너무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바닥에 마찰할 때 피를 꽤 많이 흘렸지만 다른 치명상은 없었다.그래도 혹시나 후유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입원하며 관찰해 보기로 했다.의사가 설명을 마친 후 병실에 계지원과 예수진만 남게 되었다.예수진은 입원 수속을 하면서 받은 영수증과 약을 병상 옆 서랍장에 올려 놓았다.“이건 영수증이고 이건 약과 교체할 약들이에요. 여기 놓을게요. 휴대폰 혹시 고장 났어요?”계지원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담담하고 낯설게 대했다.“아니면 내 휴대폰으로 육씨 저택에 전화할래요?”예수진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필요 없어.”계지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도 강요하지 않았다.아무튼 계지원은 육씨 가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걸 싫어했다.필경 육씨 식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니 절대 먼저 육씨 가문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내가 간호사 불러올까요?”예수진이 또 물었다“됐어.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야.”계지원이 거절했다.“알았어요.”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갈게요.”예수진이 돌아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수진아.”계지원이 불러서 그녀가 뒤돌아보았다.“손바닥 상처는 치료하고 가.”계지원이 말했다. 당시 그가 밀쳐낼 때 예수진이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바닥에 마찰했다.그 바람에 손바닥에 핏자국이 났다.“알아요.”“너 지금…”그때 마침 예수진의 휴대폰이 울렸다.계지원이 하던 말을 삼켜버렸다.“도착했어?”예수진이 물으면서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계지원을 대하는 태도와 완전 하늘과 땅 차이었다.그가 시선을 돌려버리고 그녀가 전화하는 소리만 들었다.통화를 마치고 예수진이 휴대폰을 내리며 그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아니야.”계지원이 고개를 저었다.그 말에 예수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늦은 시간이라서 돌아갈 때 조심하라고.”계지원이 말하자 예수진이 바로 직언했다.“내 남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