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8화

Author: 나설희
‘문씨 아저씨 너무하시네.’

저녁을 가져다주고는 작은 도련님께서 집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만 남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대표님과 사모님을 방해하는 이런 곤란한 일을 그에게 맡기다니.

“문씨 아저씨가 저녁을 가져다주셨는데, 식으면 맛이 없을까 봐요.” 명진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육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명진은 급히 저녁을 병실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잘 올려두고는 바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이렇게 많은데, 같이 드세요. 저희 둘이서 다 못 먹어요.” 소이연이 이명진을 불렀다.

이명진은 대답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돌려 대표님의 얼굴을 보았다.

“낭비하면 안 되잖아.” 소이연이 말했다.

육현경은 그제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명진은 진작부터 배가 고팠다.

속으로는 사모님께서는 역시 아름다우시니 마음도 예쁘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다 먹은 뒤, 소이연은 육현경에게 돌아갈 것을 완강히 요구했다.

육민 혼자 두는 게 걱정된다는 이유였다.

육현경은 소이연의 “쫓김”에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떠났다.

소이연은 숨을 작게 내쉬었다.

육현경이 있으니, 역시 조금 자유롭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침대에 누워있으니, 회사의 여러 총감독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온라인상에서 그녀의 평판은 반등하기 시작했고, 예상외로 은하 패션의 판매도 다시 잘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확한 결과가 필요했다.

각 팀의 총감독이 그녀에게 최신 현황을 보고했다. 총감독들은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어찌 됐든 결과는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좋았고, 은하 패션의 옷은 평판이 전부 뒤집어져, 다시금 폭발적인 판매를 일으켰다. 전에 협업을 진행했던 업체들도 더 이상 빚을 독촉하지 않았고, 오히려 급하지 않다며 더 연장해도 좋다고 했다.

장사 앞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은하 그룹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었다.

소이연은 마지막 전화를 끝내고, 예수진의 SNS를 켰다.

예수진의 SNS에 그녀의 SNS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19화

    소이연은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비록 격식을 차리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캐주얼한 것도 아니었다.다만, 육현경에 비해서는 조금 대충인 듯한 느낌이었다.육현경은 그녀의 차림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높이 솟은 건물로 들어갔다.룸은 28층에 있었다.육현경이 고른 장소는, 장안시의 고위급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소이연은 육현경을 따라 웅장하고 화려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육현경이 갑자기 외투를 벗더니, 넥타이를 풀고, 흰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었다.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금 사그라들고, 소탈하고 구속받지 않는 느낌이 조금 강해졌다.“이것 좀 들어줘.” 육현경이 갑자기 입을 열며 외투와 넥타이를 소이연에게 건넸다.소이연은 받아 들었다.그리고 육현경이 느릿느릿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려 탄탄한 팔뚝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있었다.순식간에 사람이 캐주얼해보였다.그 순간, 소이연은 육현경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지 깨달았다.그는 그녀와 스타일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죄책감이 들었다.그러니까, 육현경은 그녀가 그의 생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녀가 중요시하지 않은 것까지 맞추고 있었다.소이연은 자신의 마음속에 느껴지는 감정을 무시하려 애썼다. 어쨌든 그녀는 오늘 밤 그녀만의 목적이 있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육현경은 그의 옷과 넥타이를 가져갔다. 직원들은 정중하게 그들을 맞이했고, VVIP 룸을 향해 걸어갔다.룸은 호화스러운 양문형 디자인이었다.그들이 지나가자, 문 앞에 서 있던 두 직원이 각각 한쪽 문을 열어 아주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했다.소이연은 육현경을 따라 룸으로 들어가서야 깨달았다. 사실...... 그녀와 육현경 두 사람만의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을.그녀가 알고 있는 계지원, 하도경, 송문수도 있었다.계지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육씨 가문의 의붓자식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도 모두 장안시의 유명한 재벌 2세였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0화

    “안녕하세요, 이연 아가씨. 이름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뵙는 게 낫죠. 저번 기자회견 때 보다 더 예뻐지셨네요.” 송문수는 진심으로 칭찬했다.“칭찬 감사합니다.” 소이연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쪽도 멋지시네요.”송문수는 의기양양한 듯 웃었다. 마치 미간으로 육현경을 도발하는 듯했다.육현경은 못 본 체했다.그는 소이연에게 의자를 끌어다 주어 앉히면서 말했다. “다 내 소꿉친구들이야. 근데 내가 해외에 있는 시간이 많고, 자주 돌아오지 않으니까, 올해가 장안시에서 보내는 첫 생일이야. 그래서 애들이 축하해 주고 싶대.”이건 원래 그녀와 단둘이 생일을 보내려고 했다는 뜻인데, 왜 이 자식들이 아직도 붙어있냐는 것이다.“편하게 해, 쟤네들 신경 안 써도 돼.” 육현경은 그녀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녀를 아주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육현경의 생일은 당연히 그가 하고 싶은 것 위주였다.다만...... 그녀가 오늘 저녁 준비한 많은 말들을 전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이때.갑자기 룸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입구에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아직 도착 안 했는데, 벌써 먹고 있어? 기다려주지도 않고!”소이연은 고개를 돌려 예수진이 꽃다발을 들고 친근하게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연예인이 안 왔는데, 누가 감히 젓가락을 들어!” 하도경이 일부러 장난을 쳤다.“역시 뭘 좀 안다니까.” 예수진이 한번 웃고는, 바로 육현경을 향해 걸어가, 다정하게 그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 “생일 축하해.”육현경은 조금 과장되기까지 한 꽃다발을 흘끗 보더니 굉장히 불쾌한 티를 냈다. “이게 그 SNS 게시물에서 팬들까지 동원해서 준비한 생일 선물이야?”“나 엄청 신경 썼어.” 예수진이 있는 힘을 다해 변명했다. “이거 다 내가 한 송이 한 송이 골라서 포장까지 직접 한 거야.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어. 마치 너에 대한 내 마음처럼.”“연기하는 데 재미 들었네.” 하도경이 놀리며 말했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1화

    ”참, 지수는 왜 안 왔어?”예수진이 송문수에게 물었다.송문수가 대답하기 전에 하도경이 끼어들었다.“문수가 있는 자리에 하지수가 오는 걸 봤어?”“그럼 왜 지수와 결혼했어?”예수진이 못마땅해하며 물었다.“그건 본인한테 물어봐.”하도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저도 모른다는 태도를 표시했다.송문수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정략결혼이다. 이제 알겠어?”“남자는 다 개자식이야.”예수진은 대놓고 경멸했다.사촌 오빠 덕분에 몇몇 사람과 꽤 사이 좋게 지냈다. 하지만 하지수와 송문수의 결혼에 있어 전적으로 하지수 편에 섰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하도경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바로잡았다.“우리 셋은 그런 남자가 아니야. 현경은 비록 아들이 있지만 그동안 여자한테 얼씬도 하지 않아서 몸이 아주 깨끗해. 지원은 더 말할 것도 없지. 그 흔한 여친도 없으니 순결하기 짝이 없고, 이 도련님은 겉보기엔 주변에 여자들이 많아도 감히 이 오빠를 감당할 여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단다.”“뭐래!”예수진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예수진, 너 점점 이 오빠들을 우습게 본다?”하도경이 꾸짖었다.“술도 이기지 못하면서!”“요것 봐라!”예수진의 도발에 하도경은 뚜껑이 열렸다.“오늘 밤에 취하면 이 오빠가 괴롭혔다고 탓하지 마.”“꿈 깨. 평소에도 이기지 못했으면서, 오늘은 이연 언니가 내 옆에서 흑기사 해줄 거니까 일찌감치 포기해.”“이연은 술 안 마실 거야.”육현경이 불쑥 말을 던지자 예수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아무튼 마시면 안 돼. 마시고 싶으면 너희들끼리 마셔.”예수진은 너무나 불쾌했다.소이연은 옆에서 조금 난처했다. 예수진과 몇몇 남자들 사이가 좋은 것이 눈에 확 띄었다. 육현경이 예수진을 데리고 종종 친구들과 놀았던 것 같다. 그런 육현경이 갑자기 자신을 두둔해 나서니 예수진이 불쾌한 건 당연하다 여겼다.소이연이 다급하게 해명했다.“내가 귀를 다쳐서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 술을 끊으라고 했어요.”“귀를 다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2화

    방금 하도경과 너무 급하게 마셔서 속이 울렁거렸다.계속 이렇게 마시다간 무슨 실수를 할지 상상이 안 되었다.“괜찮아요?”소이연이 걱정스럽게 물으며 따뜻한 물을 건넸다.“급하게 마시면 위가 나빠져요.”“고마워요.”예수진이 물컵을 받았다.소이연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감동하여 저도 모르게 진심을 말해버렸다.“소이연 언니, 정말 좋아해요.”그 말에 소이연의 가슴이 움찔했다.“하지수라고 알아요?”“알아요, 저번에 같이 밥 먹었잖아요.”“내 절친 중 한 명이에요.”예수진이 진지하게 말했다.“오늘부터 내게 절친 한 명이 더 생겼어요.”소이연이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라 애먼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예수진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복잡하고 고민이 되었다.소이연이 시선을 돌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육현경을 바라보았다.더는 미루지 말고 오늘 저녁에 다 말할 작정이다.식사가 끝난 뒤에도 흥이 쉽게 가시지 않는지 하도경이 한사코 노래방으로 가자고 난리를 쳐서 16층 노래방으로 갔다.VIP 룸을 잡고 일행이 들어갔다. 대여섯 명이 놀기엔 좁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롭지도 않았다. 그저 인테리어만 과하게 화려했다.하도경은 워낙 외향적인 데다 술까지 마셔서 더욱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예수진도 술김에 흥이 나서 하도경의 마이크를 빼앗으며 노래를 불렀다.두 사람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정신없이 뛰며 놀았다.“재미없으면 먼저 데려다 줄게.”육현경이 술 냄새를 풍기며 말했다.“아니야.”소이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다들 한창 흥이 나서 놀 때 주인공인 육현경이 자신과 나가버리면 분위기가 썰렁해질 것이 뻔했다.“가고 싶으면 얘기해. 내가 데려다줄게.”육현경이 중얼거리듯 계속 말했다.“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소이연은 가슴이 뜨끔했다.육현경이 몸을 일으켜 계지원 옆으로 걸어갔다.남자들끼리 또 마시기 시작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3화

    음악이 흘러나오자 소이연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그 순간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소이연의 노랫소리에 전부 행동을 멈추었다.소이연의 노래 실력에 다들 깜짝 놀랐다.예수진이 귀를 어루만졌다.“가수해도 되겠어. 나보다 더 잘 부르는데?”“너 연기과 아니었냐?”하도경이 일깨워주었다.“멀티로 발전하면 안 되나?”“노래는 잘 부르는데… 가사가 좀…”하도경이 육현경에게 물었다.“뭘 암시하는데?”육현경이 눈을 질끈 감았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냥 노래야. 설마 우리 오빠가 제3자라고?”예수진은 어이가 없었다.“…”하도경이 급하게 선을 그었다.“난 아무 말도 안 했어.”한 곡이 끝나자 다들 박수를 보냈다.소이연은 노래에만 집중하느라 옆에서 다들 열심히 듣고 있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박수소리에 왠지 쑥스러워 부랴부랴 마이크를 놓고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친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어쨌든 마음 놓고 부를 수 없었다.게다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육현경에게 확실하게 말한 뒤 이들과 더는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소이연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문 앞에 육현경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집에 데려다 줄게.”자신이 어색하고 불편한 걸 눈치챈 모양이다.“육현경.”소이연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할 말이 있어.”“응?”육현경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술을 마신 탓인지 눈 앞이 흐려서 왠지 평소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다.“우리 헤어지자.”소이연이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육현경의 늘어뜨린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무뚝뚝한 얼굴에서 왠지 한기가 느껴졌다.하지만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뭘 잘못했어?”너무 갑작스러웠다.내가 뭘 잘못했지?내 친구들이 마음에 안 들었나? 아니면 내 생활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나?소이연이 더는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하도경이 축하해 주겠다고 할 때 허락한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4화

    육현경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말 몰랐다.“당신과 예수진, 둘이 사귀는 사이지?”소이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계속 얽히게 되니까.전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다 큰 어른들끼리 적이 아닌 이상 서로 난처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몇 번이나 거절해도 말 길을 알아듣지 않으니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순간 육현경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소이연이 계속 말했다.“내가 아는 예수진은 좋은 여자야. 성격이 털털해서 걱정이긴 하지만 마음씨가 착하고 순수해. 두 사람 사이에 정확히 무슨 사연이 있는지 난 잘 몰라. 어쩌면 그저 각자의 수요에 의해 만날 뿐,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 같은 건 필요치 않은 사이일 수도 있지. 난 수진이가 너한테 좋은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여자라고 생각해. 만약 가정을 이루어서 육민에게 엄마를 찾아주고 싶다면 수진은 괜찮은 선택일 거야.”“괜찮긴 하지.”육현경이 인정했다.소이연은 가슴이 조여오듯 괴로웠다.하지만 무시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산전수전을 겪고 났더니 감정 때문에 받은 상처에 이젠 면역력이 생긴 모양이다.게다가 자신과 육현경 사이는 죽고 못 사는 사이까진 발전하지 않았다.“그래서 당신이 물러나겠다?”육현경이 물었다.“그 때문이 아니야. 그저 두 사람이 잘 어울려서 진심으로 축복해 주고 싶어.”소이연이 진심을 털어놓았다.“우리 둘, 그리고 수진이까지. 앞으로도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어.”“내가 친구가 부족해 보여?”육현경이 되물었다.“그럼 앞으로 안 보면 되겠네.”소이연이 마지막 말을 던지고 돌아섰다.육현경이 마른 침을 삼키며 싸늘하게 말했다.“소이연, 정말 대범하네.”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솔직히 놓아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특히 육민,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아쉬운 건 육민 뿐이었다.“그렇게 내가 싫어?”육현경이 갑자기 소이연의 손목을 잡았다.소이연이 깜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5화

    오빠?소이연이 움찔했다.육현경이 품에 안긴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했다.“이리 와.”육현경이 부르자 예수진이 우물쭈물하며 다가왔다.술을 거하게 마셔서 얼굴이 빨개진 데다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렸다.예수진은 은근히 두려웠다. 그 모습은 마치 잘못을 저질러서 부모님한테 혼날까 봐 잔뜩 겁을 먹은 어린아이 같았다.“오빠, 난 절대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을 훔쳐보려고 온 게 아니야. 그냥 쉬가 마려워서.”그녀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소이연은 원래 육현경의 입술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쳤었다.그런데 이 순간 너무나도 난처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차마 얼굴을 들 수 없어 육현경의 가슴을 점점 파고들었다.육현경이 소이연의 난처함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있으면서 또 물었다.“너 내 할아버지를 어떻게 부르지?”“오빠, 무섭게 왜 이래?”예수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떴다.헐, 무슨 연애를 IQ까지 버려가면서 하냐?하지만 육현경의 따가운 시선에 고분고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외할아버지.”“이연 씨, 이제 나와 예수진의 관계를 알겠지?”육현경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소이연에게 물었다.방금 육현경이 깨물었던 귓불이 아까보다 더 빨개졌다.소이연은 얼굴을 묻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내가 가족증명서까지 보여줄까?”소이연이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예수진이 이상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오빠, 왜 그래?”“아니야, 어떤 사람이 글쎄 내가 양다리…”육현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소이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소이연이 눈빛으로 더는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이렇게 창피한 일을 육현경 외 제3자가 아는 걸 원하지 않았다.육현경이 눈웃음을 쳤다.손바닥에서 육현경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 느낌이 마치 따뜻한 입술이 몸에 입맞춤하는 것 같아 얼른 손을 떼었다.두 사람의 엉뚱한 모습을 지켜보던 예수진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대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6화

    ”궁금해서 그래. 어떻게 나와 예수진이 사귄다고 생각하는지 말이야.”육현경이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소이연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좀 풀렸다.소이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문서인이 잘못 알려줘서 오해했다고 말하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다.“더 궁금한 건, 정말로 내가 수진과 사귀면서 이연 씨까지 불러, 두 여자를 한 곳에서 만났다고 생각했어? 내가 그렇게 무책임하고 양심 없는 인간으로 보였어?”소이연은 반박하지 못했다.평소 그녀의 냉철한 판단력으로 따져봤어도 절대 의심할 부분이 아니었다.그런데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해버렸다. 이제 생각해 보니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설마 문서인한테서 멍청이 바이러스가 감염된 건가?아니면…소이연의 가슴이 움찔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에 너무 신경을 쓰면 오히려 가장 원시적인 판단을 잊게 된다.“그래서 그동안 내게 애매한 태도를 보인 거야?”육현경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또 질문을 던졌다.“그게 나를 거절했던 이유야? 심지어 오늘 내 생일인데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어?”그 말에 소이연이 고개를 들었다.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생일 선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다.그걸 가슴에 묻고 여태 말을 안 한 거야?육현경의 말에 소이연은 부끄러웠다. 용기를 내서 사과하려고 할 때.“됐어.”지금껏 물아붙이던 육현경이 갑자기 따지는 걸 포기해 버렸다.소이연이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솔직하게 말했으니 됐다고.”육현경은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한숨을 내쉬었다.충분히 알았으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그리고 더는 화를 내지 않았다.소이연은 육현경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마음이 넓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아껴주는 것인지, 아무튼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한 번 만난 인연으로 육현경이 이 정도로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자신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그래도 오늘

Latest chapter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4화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3화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2화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