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가슴이 너무 아파… 엄마, 나 죽을 것 같아….”한지음은 가슴을 붙잡고 애달픈 비명을 토해냈다.그녀의 눈, 코,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공포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무시무시했다.“지음아, 어떻게 된 거야? 엄마 놀라게 하지마, 지음아….”이경숙은 다급히 한지음을 품에 안으며 애처롭게 흐느꼈다.“엄마, 나 너무 아파.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아.”한지음의 얼굴에는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피는 끊임없이 그녀의 코와 입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야? 영호야,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아까는 다 나았다고 했잖아! 지음이 왜 이러는 거야?”이경숙은 딸을 안고 절규하듯 이영호를 찾았다.이영호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지음을 바라보며 넋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끝장이야. 내가… 실패하다니!”사실 그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침술을 시전하기 전부터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한 일이었다.구명침술이 어떤 성질을 띠고 있는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이도현이 말한 것처럼 구명침술은 기사회생의 효과가 있지만 그건 성공했을 때의 얘기고 실패한다면 처참한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고모,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내 침술이 실패하다니… 구명침술은 실패하면 되돌릴 수 없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요.”이영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횡설수설했다.“너도… 방법이 없단 얘기야? 이제 어떡해? 지음아, 정신 좀 차려봐. 조금만 참아.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엄마는 이대로 널 못 보내!”거의 기절 직전까지 간 한지음은 이영호의 말을 듣고 정신이 아득해졌다.“사모님, 도현 씨가 대표님을 살릴 수 있어요. 빨리 도현 씨한테 부탁해 봐요.”이설희가 다급히 말했다.“썩 안 꺼져? 과거에 마누라한테 기대어 사는 데릴사위였다며? 그런 인간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지음이를 살려? 저 인간 때문에 강씨 가문이 망한 거 몰라? 우리 가문도 망할 일 있어?”이경숙은 이도현에 대한 경멸과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냈다.“허,
만약 장지민이 이 병을 치료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날 새파랗게 어린 이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제자로 받아달라고 빌지도 않았을 것이다.한편 한지음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숨소리마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온몸이 경련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았다면 시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사람들은 조바심을 태우며 10여분 정도 기다렸다. 드디어 장지민이 경비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이영호는 다급히 마중을 나갔다.“어르신, 드디어 오셨네요. 빨리 우리 동생 좀 살려주세요.”장지민을 본 이경숙의 얼굴에도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 장지민은 염국에서 꽤 알아주는 명의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분명히 한지음을 살릴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장지민은 다급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다급히 한지음에게 다가갔다.잠시 후,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그녀의 상태는 현재 죽은 사람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고명한 의술을 가진 명의라고 칭송받는 그조차도 한지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박스에서 금침을 꺼내 그녀의 몸에 꽂았다.잠시 후, 한지음의 몸 곳곳에서 흐르던 피가 멎었고 경련도 잦아들었다. 호흡은 여전히 불안정했지만 아까처럼 숨 넘어갈 정도는 아니었다.“선생님, 우리 딸 이제 괜찮은 거죠?”이경숙이 다급히 물었다.“부끄럽네요. 저는 침술로 어느 정도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살리는 건 불가능합니다.”장지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선생님까지 그런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제발 우리 동생 살려주세요. 지음이만 살려주면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이영호가 옆에서 애원했다.하지만 그의 발언은 장지민의 불쾌감만 샀다. 그는 돈을 벌려고 의술을 익힌 게 아니었다. 그가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도 한지음을 살릴 수는 없었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영호는 그가 돈을 바라고 일부러 치료를 안 한다는 뉘앙스로 말했으니 이건 그의 인격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었다.“젊은 친구, 이건 돈
이경숙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장지민의 대답을 기다렸다.하지만 장지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그건 저도 모릅니다.”이경숙은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었다.한껏 기대치를 높여놓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니? 대체 그럼 그 스승님 얘기는 왜 꺼냈는데?이경숙은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삼켰다.하지만 장지민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가 빌고 빌어서 이도현을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지만 이도현은 분명히 거절했다. 이 상황에 스승님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그분의 제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이경숙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장지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분이 어디 사시는지는 모르지만 연락번호가 있습니다. 번호를 드릴 테니 직접 통화하세요.”지난번에 이도현이 약재를 구매하러 왔다가 소창열의 병을 치료한 뒤, 소창열에게 연락번호를 남긴 적 있었다. 장지민은 염치 불구하고 소창열에게서 그의 연락처를 받았다.이경숙은 장지민이 건넨 메모지를 보물 다루듯이 두 손으로 받았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스승님 성함 좀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 당장 연락해서 그분을 모셔오겠습니다.”이경숙은 다시 희망에 벅차올랐다. 장지민이 스승으로 인정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분명 한지음을 살릴 방법이 있을 것이다.한씨 가문의 재력으로 그분을 모셔오는 건 문제가 아닐 것이다.하지만 이때 장지민이 다시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스승님은 이씨입니다. 여러분이 그분을 설득하길 바라야죠. 두 시간 안에 그분을 모셔와야 합니다. 이 아가씨에게 허락된 시간이 단 두 시간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염라대왕 할아버지가 와도 못 살립니다.”“장 선생,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이경숙이 정색하며 따져 물었다.“이 아가씨는 심혈관 질병입니다. 사악한 침술을 시전해서 몸의 사악한 기운을 더 증폭시켰죠. 남아 있던 생기마저 모조리 침식되었단 말입니다. 비록 내가 시간을 벌어두기는 했지만 오래 버티는 건 무리예요. 시간이 지나면 신선이 와도 못 살립니다.”이경숙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
마성의 알림음을 들은 이영호는 욕설을 퍼붓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이도현의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젠장, 저 자식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이영호는 속으로 욕설을 삼키며 그냥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장지민 선생님 추천으로 전화드렸습니다. 장 선생님의 스승님 되십니까?”이영호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기에 대고 물었다.“장지민 선생은 나도 압니다만 누구시죠?”또 같은 목소리가 양쪽에서 들려왔다.모두의 시선이 이도현의 방으로 쏠렸다. 장지민은 격앙된 심정을 참지 못하고 사람들의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달려가서 이도현의 방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모습이 보였다.장지민은 그를 보자마자 기쁨을 금치 못하며 쪼르르 그에게 달려갔다.“스승님이 어떻게 여기 계신 겁니까?”스승님 얘기가 나오자 이영호는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장지민에게 따져 물었다.“장 선생님, 저 인간을 뭐라고 불렀습니까?”이영호는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믿고 싶지 않았다.그가 무시했던 시골 의원이 장지민의 스승이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도 이건 불가능했다.“이영호, 스승님 앞에서 예를 취하지는 못할 망정!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우리 스승님 모욕하는 자는 그게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어.”장지민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장 선생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 인간이 누군지 알면 절대 그런 말씀 못하실 겁니다. 저 인간은 8년 전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였어요. 저 망나니를 왜 스승으로 모신 겁니까?”이영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두가 이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장지민 같은 인물이 무능하기로 소문난 이도현을 스승으로 모시다니!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내 스승님을 모욕하는 자는 그게 누구라도 용서 못해! 지옥이 뭔지 경험하고 싶지 않으면 그 입 다물어.”장지민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비천하고 무능한 제가 무슨 수로 귀한 따님을 살린단 말입니까? 저 때문에 가문이 망했다고 저를 저격하면 어쩌려고요?”이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서… 선생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신연주 씨를 봐서 우리 지음이 좀 부탁드릴게요. 우리 딸만 살려주신다면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이경숙은 점점 호흡이 옅어지는 한지음을 바라보며 절망에 겨워 흐느꼈다. 잠시 주저하던 그녀는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이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내가 왜 그래야 하죠? 당신이 뭔데요? 선배 얼굴을 봐서 용서해 주는 건 지난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내가 치료를 거부해도 선배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이도현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경숙처럼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고 거만을 떠는 여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돈이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절대적인 실력을 가진 존재 앞에 그녀는 한낱 벌레에 불과하다는 사실도!그들을 내쫓지 않고 내버려둔 건 신연주의 지인이라서였다. 신연주가 엮여 있지만 않았어도 아마 다리 한쪽 분질러서 내쫓았을 것이다.“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가 주제도 모르고 귀인을 몰라봤습니다. 하지만 지음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요. 제발 우리 아이 살려주세요. 아직 서른도 안 넘긴 아이란 말입니다.”이경숙은 연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울며 애원했다. 아까 보였던 강압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허, 참!”이도현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흥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이 여자에게 자신의 의술은 무시당할 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각인시키고 싶었다.“도현 씨, 우리 대표님 살려주세요. 많이 불쾌하신 거 압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무 잘못 없잖아요. 대표님은 끝까지 도현 씨를 믿었어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가만히 있던 이설희마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사모님, 이것 하나는 짚고
손놀림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지음의 몸에 금침이 꽂혀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장지민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감격에 겨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평생 의학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고 자부했지만 이렇게 신묘한 침술은 처음이었다.여기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이런 신묘한 침술이 스승님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넘쳤다. 언젠가 저 침술을 습득한다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으리라!이영호는 자신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의술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도현의 침술은 그와 전혀 다른 경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잠시 후, 한지음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호흡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 경이로운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는 감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다 죽어가던 사람이 침술 한 번으로 이런 변화를 보이다니.다시 몇 분이 지나가자 한지음의 표정이 편안해지더니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우리 지음이 괜찮은 거죠? 이제 다 나은 거죠?”이경숙이 다그치듯 물었다.“사모님, 스승님의 실력을 의심하지 마세요. 조금 전 보여주셨던 신묘한 침술, 그건 기적에 가까운 기술입니다. 당신들이 운 좋은 줄 알아요.”장지민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도현이 시전한 침술이 무엇인지 이름은 모르지만 그 침술이 이루어 낸 기적은 옆에서 두 눈으로 목격했다.이도현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손에 약보따리를 들고나왔다. 그는 보따리를 이설희에게 건네며 말했다.“10일 동안 매일 이 약을 달여 한 대표님께 먹이세요. 열흘이 지나면 아마 완쾌되었을 겁니다. 물론, 날 못 믿겠다면 그냥 가지고 나가서 버리면 됩니다.”“이따가 한지음 씨 깨어날 텐데 정신을 차리면 데리고 나가주세요. 더 이상 당신들에게 거처를 제공할 수 없네요.”이도현은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여자랑 잘못 엮였다가 또 여자한테 빈대 붙어 사는 무능한 놈이란 말
쾅!거대한 굉음과 함께 이영호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추락했다.“개 같은 자식, 오늘은 이만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내 성질 건드리면 염라대왕 만나게 해줄게! 당장 저 녀석을 끌어내!”이도현이 충돌을 빚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살인을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아니 왜 사람한테 폭력을!”조카가 맞아서 나가떨어지자 이경숙이 당황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노려보았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의 살기 어린 눈빛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무시무시한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에 이경숙은 움찔하며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마치 저승사자를 닮은 그 눈빛은 꿈에 나올까 두려웠다.“그 입 조심해.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시 나한테 기분 나쁘게 뭐라고 지껄이면 가만 있지 않을 거야!”이도현은 싸늘하게 말을 던진 뒤, 홀로 방으로 돌아갔다.이경숙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이 남자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자존심을 무참히 깔아뭉갰다.“가자. 설희 씨는 공항에 연락해서 황성으로 가는 티켓을 예약해!”이경숙이 이를 갈며 말했다.그렇게 저택에는 이도현과 메이드복 차림의 여자 고용인들만 남게 되었다. 그는 못내 아쉬워하는 장지민도 어르고 달래서 쫓아 보냈다.그 시각, 염경.한 산 중 저택에서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수화기 너머로 부하가 전해온 소식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다.”전화를 끊은 중년 남자가 거실에 대기 중이던 한 노인을 향해 말했다.“주영이가 실패했다는군.”“창영과 노사까지 붙여줬는데 신연주 그 여자한테 얻어맞고 물러났어. 신연주는 이미 종급 경지를 돌파해서 창영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하더군. 설명을 들어보니 아마 종급 절정의 경지까지 오른 것 같아.”“고작 30대의 어린 나이로 종급 절정을 돌파하다니!
“이 모든 가설이 성립한다면 우린 귀찮은 일에 휘말린 거야.”“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서북후는 자네를 위해 일하던 녀석이 아닌가. 서북후가 살해당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염국에서 신영성존의 위신이 바닥에 처박힐 거잖아. 누가 널 위해 일하려 하겠어.”노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맞아. 그 녀석을 제거해야 해.”신영성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널 보냈으면 해. 내가 나서면 일이 너무 커지니까. 너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그러니까 넌 태허산을 건드리기 꺼림직하니까 날 풀어줬다는 거 아니야?”노인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이번 임무만 수행하면 이도현이 죽었든 살았든 넌 자유의 몸이야. 어디든 가도 좋아.”신영성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괜찮은 거래로군. 20년 전에 난 어리석은 약속 때문에 자발적으로 너한테 잡혔지. 이도현을 죽인 뒤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땐 죽여버릴 거야!”노인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한편, 그렇게 며칠 동안 이도현은 집에서 수련을 하고 부모님의 위패에 제를 올리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단조롭지만 평안한 시간들이었다.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면 신연주가 고용한 고용인들이 매일 메이드복을 입고 일을 하면서도 그를 힐끔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녀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쳐다볼 때마다 그는 온몸이 간지럽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게다가 육감적인 몸매에 복장마저 이상한 걸 입고 있으니 그냥 스치듯 보아도 몸 속의 사악한 기운이 꿈틀거렸다.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들은 일부러 그를 스쳐지나거나 할 때마다 큰 가슴으로 그의 팔을 툭 치고 지나갔다.이도현이 그녀들을 가만히 내버려둔 건 일말의 양심 때문이었다. ‘대체 남자를 뭐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과감하게 행동하는 거야?’물론 여자들에게 화풀이할 수 없으니 그는 애먼 분신에게 화풀이를 해댔다.“지조도 없는 녀석! 너 여자만 보면 꿈틀하더라? 그냥 팔에 스친 것뿐인데 신이 나가지고
같은 시각, 한씨 영감은 조금 전 이도현의 공격에 겁을 잔뜩 먹었다. 지금 이도현이 또다시 공격을 발동하면서 정말 그를 죽일 것처럼 나오자 한씨 영감은 화들짝 놀랐다.특히 이도현의 음양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오고 무서운 위력을 발산하는 것을 보자 그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한 채 소리쳤다.“짐승 같은 자식. 뭐 하려고?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멈춰... 당장 멈추라고...”쿵!이도현의 보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내리쳐졌다.무서운 검기가 한순간에 한씨 영감을 뱅 둘러쌌다.그 순간 모든 소리가 다 사라졌고 모든 것이 뚝 멈췄다.검광이 흩어지면서 한씨 영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바닥에는 그저 핏자국이 자욱했으며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만 물씬했다.“한씨 영감!”젊은 도련님은 깜짝 놀랐고 안색은 극도로 창백해졌다.이도현을 본 그는 마치 귀신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눈빛에는 온통 불가사의로 가득했다.‘한씨 영감이 이놈한테 죽다니. 그것도 검 한방에 찌꺼기로 변하다니. 그럴 수가 없는데.’도련님은 현실을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마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도현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으며 눈길은 그의 몸에 떨어졌다.“너...”“너 무슨 짓을 하려고?”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이도현의 눈길에 두피가 저려나고 발밑이 시렸으며 바짝 긴장했다.이건 도련님이 담이 작아서가 아니라 이도현의 눈길이 너무나도 무서워서였다. 그의 눈길 속에는 살벌한 기운, 죽음의 기운, 피에 굶주린 것만 같은 기운들이 드러나 있었다.이도현의 주목을 받은 그는 마치 저승사자에게 찍힌 것처럼 무서웠다. 그는 죽음을 느낀 것만 같았다.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으며 마음속의 공포심이 극치에 달했다.그 순간 더이상 그의 몸에서 평상시의 오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 보이던 날뛰는 거만함과 안하무인의 도도함도 모두 사라졌다.“이도현... 함부로 나서지 마. 우리 사이에 아무런 원수를 진 적이 없는데 함부로 하지
이도현은 겁을 하나도 먹지 않고 바로 검을 휙 휘둘렀다.꽈당.아주 맑고 쟁쟁한 소리와 함께 장창과 음양검이 한데 마주쳤다. 장창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허공에서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서 손에 든 반쪽짜리 장창을 보면서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떤 보검이길래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내 장창도 보기 드문 귀한 신기인데 어떻게 이걸 끊어낼 수가 있지?”“너... 네 보검은 도대체 무슨 보검이야? 어떻게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이도현을 보며 물었다.“지옥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물어봐. 죽어...”이도현이 소리쳤다.음양검을 한번 휘두르자 오색의 검기가 곳곳이 한씨 영감을 향해 내려졌다.한씨 영감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비록 그는 일 계 노복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누구의 노복인지를 봐야 했다. 황제의 노복이면 아무도 그를 노복이라 부를 수 없었다.그런 신분인 영감이 지금 뜻밖에도 어린놈한테 욕을 먹고 있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으려고 안달이 났구나. 가 죽어라.”한씨 영감은 고함을 지르면서 끊임없이 체내의 원력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폭발했다.그의 장창 두 개가 모두 이도현 때문에 망가졌기에 그는 하는 수없이 맨주먹으로 이도현에게 달려들었다.그는 강대한 혈육의 몸을 이용하여 이도현의 음양검을 막아내려고 했다.하지만 이도현의 음양검이 결코 일반적인 병기가 아니며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씨 영감이 알 리가 없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거라.”영감의 주먹은 이도현의 음양검에 떨어졌다.주먹이 검과 맞닿은 순간, 한씨 영감은 강대한 음양의 힘을 느꼈다. 그 속에는 오행의 힘이 섞여 있었고 주먹을 통해 그의 체내로 흘러들었다.순식간에 그는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체내의 원기가 하마터면 착란할 뻔했다.한씨 영감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그
“무례하다. 뭐 하는 놈이길래 감히 오지랖을 부리는 거냐? 죽으려고...”젊은 도련님은 버럭 화를 내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도현이다!”이도현은 살기가 가득한 말투로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네가 바로 이도현이야?”도련님은 깜짝 놀랐다. 오는 길 내내 그가 제일 많이 들었던 이름이 바로 이도현이었다.“그래. 나다. 감히 내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 두 사람은 오늘 다 죽었어. 당장 가 죽어...”이도현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진하였다.셋째 선배 인무쌍의 팔이 피범벅인 것을 본 순간, 이도현은 분노가 속 안에서 확 터져버렸다. 그는 가슴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선녀처럼 아름다운 미인인 선배를 이토록 심하게 다치게 했으니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이도현은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도 않고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실수로 사람을 막 죽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다.항상 타인이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고 그를 죽이려고 들어서 그렇지 그가 주동적으로 사람을 찾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승님의 가족을 죽인 사람들 빼면 그가 주동적으로 말썽을 피운 적도 없다.하지만 사람들은 한번 또 한 번이고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었다. 지금은 그의 선배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거의 부서질 정도로 괴롭혔다.상대가 누구든 간에 모두 이 일을 위해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도현이 발을 한 발짝 내디디자 그의 살기는 거의 실태 화가 되었다.두 주먹 위에는 십흉의 허영이 나타났고 용과 범의 허영이 두 주먹을 감싸 안았다. 그는 주먹을 쥐고는 곧바로 도련님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개자식. 잡종 놈 주제에 감히 나한테 공격을 날리다니. 죽고 싶은 게야?”“한씨 영감. 이놈을 죽여버려. 난 이놈이 죽는 걸 봐야겠어.”도련님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도련님은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줄곧 그가 남을 때렸었지 남한테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이렇게 세속계의 젊은 놈한테 도발을 받으니 전혀
“후배. 나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잠시 후에 내가 비법으로 진법을 확대해서 저 두 사람을 막고 있을 테니 넌 빨리 도망가.”양주희는 두 눈이 새빨갛게 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안 갈 거예요. 선배가 심하게 다쳤는데 도망간다고 해도 선배가 가야죠. 제가 저 두 놈을 막고 있을 테니 선배가 도망가세요.”“어리광부리지 마. 난 정신력도 심하게 다쳐서 이미 힘이 다 빠졌어. 내가 도망간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잡힐 거야. 넌 그래도 경하게 다쳤으니 내가 목숨을 걸고 시간을 조금 더 벌어주면 넌 반드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빨리 가...”인무쌍이 힘겹게 말했다.“안 돼요. 저 안 가요. 선배. 가려면 같이 가요. 저는 절대 선배를 혼자 내버려 두고 도망갈 수가 없어요.”양주희가 울면서 말했다.“가라고. 선배의 말을 이제 귓등으로 듣는 거야? 빨리 가...”인무쌍이 허약한 목소리로 외쳤다.지금 그녀의 얼굴은 혈색 없이 창백했고 숨결도 매우 약해졌다. 이 말은 마치 그녀의 모든 기운을 다 뽑아 간 것처럼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그녀를 비틀비틀하게 했다.“쯧쯧쯧. 두 자매가 정이 깊어 보이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지. 왜냐하면, 둘은 누구도 떠날 수 없어.”“만약 두 사람이 내 앞에서 도망치게 놔둔다면 앞으로 내 체면은 어떻게 하라고?”젊은 도련님은 콧방귀를 뀌면서 조롱하였다.“한씨 영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마. 놀이도 이제 질렸고 저 두 여자한테도 흥미가 떨어졌으니 바로 해결해 버려. 그리고 영혼을 수색해보면 되잖아.”젊은 도련님은 철저하게 인내심을 잃어버렸다.한씨 영감도 도련님과 연기놀이를 한바탕 해주면서 인내심을 잃은 지 오랬다. 도련님의 말을 듣자마자 그는 흉악무도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네. 도련님!”“죽거라.”말을 마치자 한씨 영감의 손에 든 장창이 삽시에 빛을 번쩍 내뿜었다. 장창은 마치 긴 용처럼 그의 손에서 다투어 나타났다.곧바로 노자는 힘을 꾹 쓰면서
이도현은 속이 바글바글 타들어 갔기에 죽을힘을 써서 체내의 원력을 끌어내 자신의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그는 이미 순간이동의 정도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늦다고 느껴졌다.“조금 더 빨리. 이도현, 조금 더 빨리 가야 해. 선배가 위험하기에 조금 더 속도를 올려야 해.”이도현은 조바심이 났고 당장이라도 두 선배의 앞으로 순간이동 했으면 싶었다.그는 가족이 없기에 그의 여자와 선배들이 곧 그에게는 제일 친한 가족들이었다.특히 그의 선배들은 줄곧 그를 친가족처럼 대하고 아꼈으며 언제든지 그가 위험에 처했을 때면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고 바로 그에게 달려왔다.매번 이도현이 위험에 처했을 때, 항상 선배 한 분이 나타나 그를 위험에서 구해주곤 하였다.게다가 선배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여자로서 제일 중요한 것을 그에게 내주었다. 지금 선배의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그가 선배를 구해내지 못한다면 평생토록 마음의 가책을 느끼며 절대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이도현은 가슴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눈이 새빨개졌으며 몸에서 점점 더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셋째 선배, 여섯째 선배. 반드시 버티고 있어야 해요. 절대 잘못되면 안 돼요. 꼭 견뎌내세요.”“저를 기다려주세요. 꼭 제가 오기까지 버텨주세요. 제가 반드시 구해주러 갈게요...”“아...”이도현은 크게 고함을 지르며 마음속의 분노를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속도를 높여 미친 듯이 고무계의 동남 방향으로 달려갔다.불과 몇 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이도현은 마치 몇천 년이 지난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동남쪽에 다가갈수록 이도현은 자신의 신기를 넓히면서 선배가 남긴 기운을 수색했다.강대한 신기는 거의 사방 수십 리 되는 곳까지 감쌀 수 있었다.기운을 따라 쭉 찾은 결과 이도현은 큰 산 안에서 셋째 선배의 특수한 기운을 느꼈다.“찾았다. 바로 여기야...”이도현은 기뻐하면서 재빨리 셋째 선배의 기운을 향해 달려갔다.기운을 쭉 따라가면서 이도현은 마치 화가 난 맹수처럼
이도현은 태허노도가 이렇게 허둥지둥 조급해하는 것을 처음 본다. 셋째 선배와 여섯째 선배의 상황이 정말 위급한 게 아닌 이상 줄곧 침착하던 스승님이 이렇게 나올 리가 없다.“알겠어요. 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셋째 선배와 여섯째 선배를 안전하게 데려올게요.”말을 마친 뒤 이도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선배. 저 고무계에 한 번 다녀올게요. 선배는 지음이를 데리고 다섯째 선배네 용팀 기지로 가서 며칠 지내세요.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선배들도 돌아오지 마세요.”이도현은 말하면서 품에서 담약 몇 병을 꺼냈다. 모두 그가 조금 전에 제련해낸 내공을 높이는 담약들이다.“이건 제가 만들어낸 내공과 도행을 높이는 조화담이에요. 이걸 복용하면 내공 경지가 제고될 거예요. 아무런 부작용도 없어요. 선배가 잘 챙기세요.”“다섯째 선배네 기지에 도착하면 민민도 그쪽으로 데려가세요. 제가 없으면 분명 시비를 거는 사람이 생길까 봐 그래요.”이도현은 자기 말만 한 뒤 연진이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밖으로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셋째와 여섯째 선배의 목숨이 위급한 지금 이도현이 1초를 앞당기면 두 선배의 목숨도 그만큼 더 보장이 생기는 것이기에 그는 1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후배. 몸조심하고 얼른 다녀와. 우리가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빨리 돌아와야 해. 집은 걱정하지 마. 꼭 네가 말한 대로 할게.”달려나가면서 소리치는 연진이의 눈빛에는 온통 걱정으로 가득 찼다.“알겠어요. 선배. 얼른 가서 짐 정리하세요. 제가 신영성존보고 선배들을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오늘 바로 이곳을 떠나세요.”이도현의 대답 소리가 들렸지만,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하산하는 길에 이도현은 신영성존에게 전화를 걸어 그더러 비행기를 보내서 자신을 마중하게 했다.신영성존은 재빨리 비행기를 몰고 도착했다.“주인님.”“나를 태허산 부근으로 데려가 줘. 그리고 너는 얼른 사람을 시켜 비행기를 대기시켜 둬. 선배들이 짐 정리가 끝나면 비행기로 그녀들을 용
같은 시각 이도현은 이미 지하실에 3일이나 박혀있었다. 이 3일 동안 그는 쉬지 않고 담약만 제련하였기에 수량이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의 앞에 수많은 옥병이 놓여 있고 안에는 여러 가지 담약들이 잔뜩 들어있다.“수거.”이도현은 눈을 뜨고 두 손으로 담결 매듭을 지었다. 이어서 두 손의 담결이 끊임없이 바뀌더니 향로의 뚜껑이 툭 튀어 올랐다.뚜껑이 열리는 순간 그윽한 향기가 확 퍼져 나왔다.별안간 금황색의 담약이 향로 안에서 튀어나왔으며 이도현이 손으로 탁 잡았다.“좋아. 또 현급 상품 담약이네. 내 담약을 만드는 기술은 정말 으뜸가는 정도라니까. 다른 사람들이 비할 수가 없어.”“무술도 높고 재능도 좋고 자원도 넉넉하고 운수도 좋으며 여자도 예쁜 데다가 담약 만드는 기술까지 뛰어난 사람이 바로 나지. 이렇게 훌륭한 것이 말이 돼? 이러다가 날 벼락 맞는 거 아니야?”“천선자. 만약 천선자가 있다면 나 빼고 또 알맞은 사람이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지. 내가 바로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니까.”이도현은 몸을 일으켜 앉고는 한편으로 담약을 거두며 한편으로 자아도취에 빠졌다. 잘난 체하는 표정은 정말 아주 꼴 보기 싫은 정도였다.문득 그는 갑자기 마음이 뒤숭숭하고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두렵고 긴장한 느낌이 들었다.“대박. 설마 잘난 체를 너무 해대서 하나님마저 봐줄 수가 없어 나에게 경고를 하는 건가?”이도현이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했다.“그러지 마시죠. 그저 아무 말이나 해봤을 뿐이에요. 잘난 체 좀 해봤어요. 나 같은 어린놈이랑 똑같이 굴지 마시죠. 잘난 체한 것이 뭐 법에 어긋난 것도 아니잖아. 천하만사를 보살펴야 하는 하나님께서 저 같은 놈 하나를 주시하고 경고하는 건 좀 너무 과한 거 아닌가?”“하나님은 얼른 가서 해야 할 일이나 하시죠. 날벼락을 맞아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놈들이나 찾아가시죠. 날 주시해서 뭐하나? 나처럼 착한 사람이 천하를 망치는 짓을 하기라도
젊은 도련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본적이 없다고? 본적이 없어도 괜찮아. 아가씨 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결혼하셨는지?”이놈은 바로 주제를 바꾸었으며 중매쟁이 말투로 변했다.“흥...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인데?”인무쌍에게 치료를 해주던 여자가 분노하며 물었다.이 여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태허산의 제자이자 이도현의 여섯째 선배 양주희였다.“미인이라도 그렇지. 난 이런 사람이 제일 싫어. 지금은 도련님인 내가 당신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이지 네가 나한테 질문하는 시간이 아니야. 내 말을 끊어먹는 게 얼마나 예의가 없는 행동인지 알아?”젊은 도련님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이 궁전 안만 빼고 나머지 곳은 우리가 다 찾아봤습니다. 고서적에서 기재한 데 따르면 음양탑은 이 비경 안에 있습니다. 이 두 여자 몸에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아니면 소인이 현혹대법을 써서 두 여자더러 고분고분 말하게 할까요?”노자가 말참견하였다.“미인들, 들었죠? 내 부하는 나처럼 여자를 아끼지는 않아. 엄청나게 거칠어. 현혹대법이 무엇인지 알아? 저자의 명령을 듣게 두 사람의 영혼을 공제하는 거지. 공제를 당하면 저자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될 거야. 저자가 옷을 벗으라고 하면 둘은 스스로 옷을 벗을 거야. 어때? 한번 체험해볼래?”젊은 도련님의 음탕한 눈길은 단 한 번도 인무쌍과 양주희의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19금 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그러는 것이야?”양주희가 화를 내며 말했다.“아니지. 아니지. 난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필요가 없어.”젊은 도련님은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왜냐하면,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든, 어떤 세력이든, 어떤 파벌이든 내 앞에서는 다 쓰레기에 불과해.”“솔직히 말해서 난 두 사람 같은 미인에게 현혹대법을 써서 내가 원하는 걸 말하는 것보다 미인들이 주동적으로 말하는 걸 바라지.”젊은 도련님은 전혀 도리를 따지지 않
등자월이 나간 뒤 이도현은 또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생각할수록 도대체 왜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결국 그는 생각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등자월의 말처럼 그렇든 아니든지 그에게는 다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고 아니어도 상관이 없었다.그냥 서프라이즈로 생각하기로 했다.이렇게 생각을 바꾸자 이도현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그는 지하실의 문을 닫고는 붉은색 향로를 꺼내 들어 담약을 만들 준비를 했다....같은 시각, 고무계의 어느 은밀한 곳에서 인무쌍과 한 여자가 궁전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이때 느닷없이 궁성의 문밖에서 에너지 파동이 느껴졌다.“선배. 누군가가 우리가 설치해놓은 진법을 공격하고 있어요.”“일단 상관하지 마. 우리는 선학신침부터 찾아야 해. 만약 저 사람들이 죽으려고 달려들면 바로 죽여버려.”인무쌍이 차갑게 말했다.“네.”여자가 인무쌍의 말에 대답한 뒤 두 사람은 또다시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밖에서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궁전의 대문이 아예 폭격하여 날아갔다.곧바로 노자 한 분이 손에 장창을 든 채 살벌하게 뛰쳐 들어왔다.“꺼져. 아니면 죽인다.”인무쌍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어린 계집애가 감히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냐? 죽으려고.”노자가 싸늘하게 말했다.“아이고. 이 두 미인이 괜찮아 보이네. 한씨 영감, 아니면 이 두 여자를 죽이지 말고 제압해. 이 두 여자가 마음에 들어.”장창을 든 노자는 허리를 굽신하더니 명을 받들었다.“네.”노자는 곧바로 날아올라서 손에 든 장창을 들고 두 여자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노자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손에 든 장창은 순식간에 독룡으로 변했으며 강대한 기운은 삽시에 두 여자를 안에 감쌌다.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고수인 인무쌍도 전혀 대처할 시간이 없었으고 검을 뽑을 시간조차 없었다.강대한 기세는 두 사람의 방어벽을 깨부쉈다. 인무쌍은 바로 다른 한 여자의 앞을 가로막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