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불가능해.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 지옥 13 대전을 풀어내다니. 망령 마법은 이미 신전 되었고 오직 나만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풀어낼 리가 없어. 이건 분명 환각이야. 내가 헛것을 본 거야.” 노마법사가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이도현이 음양부채로 장내의 검은 기운들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지옥 13 대전은 그가 수년간 정성을 들여 힘들게 완성한 걸작이었다. 진법을 만들어줄 시체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심혈을 퍼부었는지 모른다.그는 거의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니면 그제야 겨우 살아생전 제국급 경지에 이른 강자들의 시체 13구를 찾아냈다.제국급 경지를 돌파한 무사들은 아주 긴 생명력을 얻게 된다. 그러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쉽게 죽지 않는다.게다가 제국급 강자 같은 경우 수명이 다하기 전에 미리 자기의 무덤을 정해둔다. 그리고 그들의 무덤은 제자들에 의해 보호되거나 혹은 대전의 보호를 받는다.제국급 강자는 살아있을 때 보통 지위가 낮지 않았기에 죽어서도 아무 데나 묻히지 않았다.그래서 제국급 강자의 시체 13구를 찾아낸 것부터가 이미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 13구의 시체는 그가 수십 년 동안의 심혈을 기울여 어렵게 수집한 것이다.망령 마법으로 그들을 조종하고 시체의 팔다리를 자기의 팔다리처럼 영활하게 조종 하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하지만 완성된 이 13구 시체의 위력을 본 순간 그는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이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13 대전을 성공적으로 수련해낸 뒤, 노마법사는 천사국 최강이라 말할 수는 없어도 최고의 권좌에 오른 것은 분명했다.특히 완성된 지옥 13 대전은 거의 무적의 경지였다. 얼마나 많은 적이 대전에 포위되어서 순식간에 기운을 흡수당했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이 13구의 시체는 다른 사람한테서 흡수한 생기를 마법사에게 전달해 주었고 그 양분 덕분에 대전의 위력은 시간이 갈수록
“그만. 그 손 멈춰. 이 나쁜 놈아... 당장 손 떼. 안돼...”노마법사는 얼른 달아가서 그 중의 시체 하나를 안고 이도현을 막으려 했다.그러나 음양부채를 상대할 힘이 없는 그는 아무리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에게 통제된 13구의 망령 시체는 끊임없이 죽음의 기운과 악의 기운을 유실하고 있었고 그 기운들은 전부 음양부채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얼른 멈춰... 제발... 이도현, 제발 그만해. 더 이상 빨아들이지 마... 제발...”“이도현... 제발 멈춰. 제발... 이도현... 아니, 이 어르신. 제발 멈춰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어르신, 제발...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노마법사는 13구의 시체를 두고 이것저것 껴안으며 하나라도 되살리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시체는 벌써 돌처럼 굳어져 버렸고 전혀 되돌릴 여지가 없었다.노마법사가 자신의 팔다리처럼 영활 하게 조종했던 시체는 그 어떤 비법에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한편으로 통곡하며 용서를 빌었고 다른 한편으로 각종 방법을 사용하여 시체를 움직이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결국, 그는 포기하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도현을 향해 무릎 꿇고 절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도현은 노마법사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는 이런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쉽게 가만두지 않았다.이도현은 기회를 줬다가 다시 세력을 손에 쥐면 제일 먼저 찾아와 복수하는 사람을 수없이 봐왔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그냥 때려죽이는 게 맞았다.게다가 이 노마법사도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매일 시체와 붙어있고 다른 사람의 시체를 파내서 자신의 싸움 무기로 만드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 없었다.그 어떤 이유에서 출발했든 다른 사람의 무덤을 파는 것은 도덕에 어긋나는 행위이고 가문이 저주받을 만큼 나쁜 행위였다.게다가 일부 도굴꾼은 무덤의 주인에 대해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않았다. 그들은 그럴듯한
이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이고 자질이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도금 교위의 뒤를 이어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도굴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었다.어떤 무덤은 훔칠 수 있고, 어떤 무덤은 훔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엄격한 규정이 있었다. 또한 그들은 도굴할 때 결코 무덤을 파괴하지 않고 무덤의 주인을 방해하지 않으며 더욱이는 값진 부장품을 싹쓸이해가지 않는다. 무덤 주인이 제일 아끼던 보물은 절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다.조혜영네 가문이 이런 일을 종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보다 훨씬 고상했다. 조씨 가문의 도굴은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무덤에 있는 진귀한 약재와 무사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위한 것이었다.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무덤 속에 다른 값진 물건이 있다 해도 그들은 전혀 탐내지 않고 더욱이는 무덤 주인의 관을 파괴하거나 안정을 방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만약 조씨 가문 사람들도 눈앞에 있는 이 노마법사처럼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조혜영과 사귀지 않았을 것이다.“안돼. 그만... 제발 이번 한 번만 봐주십시오, 이 어르신. 제가 이 13구의 시체를 찾는데 평생의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망가뜨리면 안 됩니다. 제 나이를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이 어르신,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노마법사는 땅에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이도현에게 절을 했다. 꽝꽝거리는 소리는 성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몇 번 만에 이마가 까졌다.그의 미천한 모습은 좀 전의 기세등등했던 모습과 완전히 상반되었다. 지금의 그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노예가 주인에게 용서를 비는 것 같았다.마룡 천왕의 성채에 있는 모든 사람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들은 오늘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짜릿하고 긴장한 하루를 보냈다.먼저 이도현이 성채에 쳐들어와서 대판 살육을 벌였고 그 뒤로 소천왕이 이도현 앞에서 우쭐대다가 팔다리를 잃었으며 마룡 천왕이 와서 으름장을 놓다가 아들을 그냥 잃었다.방금 노마법사가 또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떵떵거리면서 엄청
“아... 네 이놈, 널 죽여버릴 거야. 오늘 너랑 끝장낼 거야. 네가 날 망쳤어... 전부 망쳤어...”“짐승 같은 녀석. 아... 네가 내 심혈을 망가뜨렸어. 넌 날 망쳤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나의 앞길을 망친 이상 나도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가 죽어...”노마법사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지만 이도현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음양부채는 강력한 힘으로 13구 시체에 들어있던 죽음의 기운을 전부 다 빨아들였다.조금 전까지 의식만 없을 뿐 산사람처럼 팔팔하던 13구의 시체는 지금 풀이 싹 죽었고 눈빛에 띠던 붉은 빛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노마법사의 애원 속에서 13구의 시체는 하나씩 쓰러지며 완전히 빼빼 마른 시체가 되었다.시체가 쓰러지는 순간, 노마법사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며 울부짖기 시작했다.그는 욕설을 한창 퍼붓더니 살기와 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노려보며 그와 끝장을 보겠다고 외쳤다.다음 순간 그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가장 가까운 시체를 향해 기어가더니 시체를 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그 모습이 너무도 슬퍼 마치 그가 안고 있는 것은 그의 망령 전사가 아니라 아버지 같았고 보는 사람마저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아... 안 돼. 죽지 말고 일어나. 제발 일어나 줘... 장난치지 말고 빨리 일어나... 제발... 난 너희 없이 못 살아... 그러니까 제발 다시 일어나 줘.”노마법사는 비통한 나머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땅에 있는 13구의 시체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애썼다.그러나 결국 기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13구의 시체는 땅에 고스란히 누워 있을 뿐 조금도 생기를 되찾지 못했다. 체내에 있던 죽음의 기운이 싹 빠지자 공기와 충분히 접촉한 시체는 곧 썩은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절망한 노마법사는 마지막 시체를 안고 하늘을 향해 소리치며 피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이 13구의 시체가
진정으로 강한 것은 이 촉수 속에 숨겨진 신기의 공격이었다.망령 마법사는 신기를 제일 잘 다스렸기에 그들의 모든 공격은 강력한 신기를 에워싸고 이루어졌다.이것 또한 망령 마법사가 드문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망령 마법사를 수련하려면 우선 강대한 신기를 지녀야 했다.망령 마법사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강대한 망령 마법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수련에 성공한 뒤 실력을 부단히 키우기만 하면 망령 마법사는 엄청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왜냐하면 그들은 신기로 공격하기에 항상 예측 불가하고 신출귀몰하기 때문이다.동급 무사들 사이에서 망령 마법사의 신기는 보통 다른 무사보다 훨씬 강대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망령 마법사의 신기 공격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노마법사의 신기는 충분히 강했다. 그렇지 않고서 동시에 13구의 시체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가 지금의 이 거대한 촉수로 다른 사람을 공격했다면 상대를 식은 죽 먹기로 죽였겠지만, 하필 그의 상대는 이도현이었다.이도현의 신기가 얼마나 강대한지 아마 본인도 정확히 모를 것이다. 그는 그저 신기를 펼쳤을 때 마룡 천왕의 성채 전체가 모두 그의 신기에 뒤덮일 수 있다는 것만 알았다.게다가 그는 신기를 상대하는 치트키, 멸신침도 갖고 있었다.그는 이미 멸신침의 위력을 테스트해봤다. 그 당시 이도현이 제때 멸신침을 거두지 않았다면 멸신침은 상대의 신기를 따라 의식 바다로 들어가서 완전히 파괴했을 것이다.마침 노마법사의 신기도 충분히 강대하니, 이도현은 이번 기회를 빌려 멸신침의 위력을 철저히 검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짧디짧은 사이에 노마법사가 통제하는 거대한 촉수는 이미 이도현의 지척에 다다랐다.이도현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겁에 질려 멍청해진 걸까요? 왜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거죠?”“그럴 리가요. 이 정도 갖고 겁에 질렸을 것 같아요? 방금 얼마나 강대한지 보고도 잊은 거
“뭐죠? 어떻게 된 일이에요?”“노마법사님이 왜 저러시죠? 자아 침식이 일어난 건가요? 왜 저러는 거죠?”“설마 저 동양인이 요술을 부린 건 아니겠죠? 저 동양인은 저기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노마법사님이 어떻게 큰 타격을 받았을까요?”“오 마이 갓. 설마 은바늘 두 개 때문은 아니겠죠? 어머나. 너무 불가사의해요...”“설마요. 그 두 개의 작은 바늘이 어떻게 이런 위력을 낼 수 있겠어요?”땅바닥을 뒹구는 노마법사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노마법사가 왜 저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거대한 촉수를 꺼내서 이도현과 끝장을 보겠다고 하던 노마법사의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 비참하게 땅을 뒹굴고 있었다.결국 사람들은 이도현이 사용한 은바늘 두 개에 의심을 가졌지만 모든 것이 너무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두 개의 코딱지만 한 은바늘이 어떻게 이런 위력을 낼 수 있지?’“당신들이 동방의 신비로움을 몰라서 그래요. 특히 동방의 염국이라는 나라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늘 신비로움이 가득 차 있어요.”“어떠한 불가능한 일도 그 나라의 사람이라면 해낼 수 있어요.”염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노자 한 명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아... 이도현...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뭘 했길래... 이렇게 아픈 거야... 아파 죽겠어. 뭘 한 거야...”“이도현 씨, 제가 잘못했어요. 아니, 이 어르신,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이 어르신...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아... 너무 아파요... 제가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노마법사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는 머릿속에 수많은 개미가 기어들어 와서 대뇌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이는 멸신침이 그의 의식 바다로 들어가서 신기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노마법사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죽어. 그리고 다음 생에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실력이 부족하면 절대 나서지 마...”이도현은 조롱의 말을 남기고 손을 휙 저었다. 그는 신기로 멸신침을 공제해 치명타를 날렸다.노마법사의 의식 바다에 있던 멸신침은 순간 빛을 확 뿜어내더니 붉은빛과 함께 노마법사의 모든 신기를 순식간에 없애버렸다.“아...”노마법사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 나서 눈빛이 흐릿해지더니 곧바로 땅에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죽었어요... 노마법사님이 죽었어요...”모든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바닥에 쓰러져 목숨을 잃은 노마법사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에이... 설마요... 이럴 리가요?”“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이 동양인이 정말 요술을 부릴 수 있단 말이에요?”“이게 말이 돼요?”사람들의 의아한 눈빛 속에서 이도현은 또 손을 휙 저었다. 그러자 두 개의 은바늘이 노마법사의 머리에서 나와 이도현의 손바닥에 떨어졌고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저것 보세요. 아까 그 은바늘 두 개 아니에요?”“세상에. 이게 꿈이에요, 생시에요. 저 두 개의 은바늘이 언제 노마법사님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거죠?”“세상에. 너무 무서워요.”“신비로운 나라, 너무 무서워요. 작은 바늘 두 개가 그들의 손에서 살인 무기가 되다니.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워요.”“어머나. 방금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이제 절대 함부로 동양인을 건드리면 안 되고 특히 신비로운 염국인을 건드려서는 안 되겠어요. 너무 무서워요.”“무섭네요... 어떻게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강할 수 있죠?”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도현의 기술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동방 염국인의 신비로운 실력에 대해 더 많은 두려움을 느꼈다.팔이 부러진 마룡 천왕은 이도현의 시선이 다시 한번 자신에게 떨어진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이... 이도현... 말로 풀자. 내가 언제 너의 선배와 친구들을 구
“아... 그게... 오늘 제가 결혼하는 날이라 성채를 한번 예쁘게 꾸며 봤습니다.”마룡 천왕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말을 이었다.“이 어르신, 남아서 혼례주라도 한잔 마셔요. 본왕이 반드시 높이 모시겠습니다.”이도현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쳤지만 마룡 천왕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이도현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기까지 했다.정말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었다.“천왕님... 그만... 그만 얘기하세요... 천왕님.”한 호위무사가 보다 못해 마룡 천왕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수차례 눈짓을 보냈다.사실 이도현이 방금 한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이들은 이도현의 선배가 바로 마룡 천왕과 결혼할 여자라는 것을 눈치챘다.그러나 마룡 천왕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뿐더러 이도현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기까지 했다. 정말 반응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혼례주? 호호호. 좋지... 그러면 너에게 감사 인사라도 올려야 하는가?”이도현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이 개 같은 자식이... 나더러 너와 선배의 혼례주를 마시라고? 그게 가당키나 해? 나보고 사람을 죽이라는 거야 뭐야.’“혼례주를 마시면 너에게 축하 선물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도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축하 선물은 필요 없습니다. 이 어르신께서 저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입니다. 이따가 천사 황제도 오신다니 제가 어르신을 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아차. 하마터면 중요한 말씀을 깜빡할 뻔했습니다. 이번에 저와 결혼할 여자도 이 어르신과 같은 동양인입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마룡 천왕은 얼굴이 확 굳어졌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제자리에 굳어버린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이도현의 얼굴도 시뻘게졌다.천왕은 그제야 자신과 결혼할 네 명의 여자가 바로 이도현의 선배와 친구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사람을 찾으러 온 이도현한테 혼례주를 대접하겠다고 했으니, 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이... 이 어르신, 오해
결국, 이도현은 혼자서 떠나기로 했다. 윤선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따라서 선배들은 걱정이 앞서도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그녀들이 이도현과 함께 간다면 오히려 이도현에게 해가 될 수도 있었다.이도현은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기에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선배들이 따라간다면 도망칠 기회가 확 줄어들 게 분명했다.이도현은 떠나기 전 천사국에서 찾은 학선신침을 정제하여 자신의 내공을 한 단계 더 올리려 했다.“다섯째 선배, 어디 조용한 곳 없나요? 떠나기 전에 방금 얻은 선학신침을 정제하고 싶어요.”이도현이 솔직하게 물었다.“있어. 내 방 안에 밀실이 있어. 안내해 줄게.”기화영이 대답했다.그 후 기화영은 모두를 데리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침대 머리 위, 아주 은밀한 곳에 장치 하나가 있었다. 기화영이 그 장치를 돌리자, 침대와 침대 뒤의 벽이 함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리고 방금 침대가 놓여있던 자리의 벽에 갑자기 문 하나가 생겼다.“다섯째 선배, 대단하시네요. 밀실을 침대 뒤에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연진이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해야 좀 더 안전할 것 같더라고. 밀실 안에는 전부 용팀의 기밀문서야.”“그... 그럼 제가 들어가도 괜찮을까요?”이도현이 물었다.“안 괜찮을 게 뭐 있어. 대선배도 너를 믿으시는데 내가 못 믿을 리 없지. 용팀은 너에게 숨길 게 없어. 편하게 사용해. 안에 불빛, 음식, 물 다 있으니까 안심하고 선학신침이나 정제해. 우리 선배들이 밖에서 호법을 만들어줄 거야.”“보안은 진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밀실은 이 하나의 입구만 있고 깊숙한 산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어떤 무기도 이곳까지 폭파할 수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이 문만 지키고 있으면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못할 거야.”기화영이 웃으며 말했다.“선배들, 마음만 받을게요. 제가 반나절 정도 걸릴 거니까 선배들은 그동안 편히 쉬고 있어요.”“우릴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네 할 일이나 해.”윤
“너희들이 후배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 그래야 후배가 제일 안전할 거야.”윤선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선배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 별일 없을 거예요. 제가 목숨만큼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데요. 그리고 죽는 게 무서워서 함부로 죽지도 못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네가 언제부터 목숨을 아꼈다고. 목숨을 아끼는 사람이 어떻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에게 골수를 주고 목숨까지 바친 건데? 정말 바보가 따로 없더구먼.”인무쌍이 뾰로통해서 말했는데 말투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이는 이도현의 과거 일에 질투심이 폭발한 게 틀림없다.“맞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한테 반해서 목숨까지 내어줄 뻔했잖아. 따지고 보면 이런 행동도 아무 남자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걸. 우리 보배 같은 후배라서 가능했던 거지. 참 순정하다니까. 후배 같은 남자를 어디서 찾아.”연진이가 은근히 비꼬며 이도현의 과거를 들춰냈다.특히 이도현의 여자인 셋째 선배와 열째 선배가 이렇게 이도현의 과거를 들춰내자 그는 안절부절못했다.“선배... 그... 다 지나간 일이에요. 그때는 사회에 금방 발을 붙인 때라 경험이 부족해서 사람을 구하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절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선배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어요.”“흥. 우리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만약 네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 못생긴 여자거나 남자였다면, 과연 도와줬을까?”인무쌍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여자란 원래 다 똑같다. 고수든 일반인이든 모두 사랑 앞에서 이기적으로 변하고 남자의 과거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과거에 대해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서는 막상 얘기하면 화를 낸다. 그리고 때때로 들춰내서 거들먹거리기도 한다. 즉 생각날 때마다 화를 내고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얘야, 이제 그만해. 그때는 후배가 너를 모를 때였어. 그만 질투해. 지금 후배가 너희에게 잘하고 있으면 됐지. 과거에 연연한 건
“선배들, 이번엔 저 혼자 갈게요. 선배들은 여기서 저를 기다려 주세요.”이도현이 말했다.“안돼. 성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널 절대 혼자 보낼 수 없어.”“맞아. 성역은 고무계의 강자들만 모여 있는 곳이야. 그곳의 강자는 네가 천사국에서 만났던 강자들보다 훨씬 더 강하단 말이야. 우리가 만났던 족제비처럼 강한 사람이 성역에 널리고 널렸다고. 그런데 어떻게 널 혼자 보내? 우리가 널 혼자 보내고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어?”윤선아가 말했다.“이 녀석아, 이번에는 꼭 우리의 말을 들고 절대로 혼자 가지 마. 우리는 다시 끝없는 불안에 떨고 싶지 않아.”여러 선배가 이도현이 혼자 가는 것을 결사반대했다.“선배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어요. 둘째 선배도 알잖아요. 제가 일곱째 선배에게 목숨을 지키는 보물을 줬듯이 저에게도 그런 보물이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윤선아는 계속 설득하려다가 이도현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이도현이 서명월에게 준 그 작은 향로가 떠올라 순간 마음이 놓였다.그때 이도현은 그런 보물을 한 개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그에게 감히 사용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부채도 있었다.그런 보물들을 갖고 있는 한 이도현이 스스로 목숨을 보전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선배들이 따라가는 게 이도현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다.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녀들도 한때는 세상을 호령하던 존재였고, 세속계와 고무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었지만, 고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녀들도 이제는 더 이상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존재가 아니었다.“알겠어. 그럼 그렇게 해. 그런데 한 가지를 꼭 약속해줘.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늘 자신부터 지켜야 해. 네가 안전해야 뭐든지 할 수 있어. 알겠지?”윤선아가 진지하게 말했다.“둘째 선배... 어떻게... 후배를 혼자 보낼 수 있어요? 후배가 얼마나 충동적인 사람인데요. 혼자 가면 무슨 일이
“다섯째 선배, 또 저를 놀리는 거죠. 초면도 아닌데 그만 좀 놀리세요.”한지음이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대범하게 모두에게 술을 따랐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민아 씨, 혜영 씨, 다섯째 선배가 입을 열었으니, 우리 셋이 선배들에게 술을 올리죠. 우리가 모두 도현 오빠의 여자인 만큼 마땅히 선배들께 술을 따라드려야 해요.”“알겠어요. 지음 언니.”한지음, 오민아 그리고 조혜영은 세상 물정을 많이 겪어본 사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숙한 소녀들처럼 쑥스러워하지는 않았다.그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고 윤선아 앞으로 다가갔다.“둘째 선배, 저희가 술을 올리겠습니다. 한 잔 받으세요.”“호호. 어서 앉아요. 다섯째 후배가 장난친 거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다 한 식구인데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나요.”윤선아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술잔을 받았다.“물론입니다. 둘째 선배.”그 후, 세 여자는 홍조가 띤 얼굴로 다른 세 명의 선배들에게도 차례대로 술을 올렸다. 그렇게 술을 올린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이도현은 전반 과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깊은 감회를 느꼈다.‘이게 진정으로 가정을 이룬 기분일까?’하지만 식사를 하면서도 이도현은 조금 전 윤선아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이도현은 이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몇몇 선배들의 눈빛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을 읽었지만, 선배들 역시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냈다.그렇게 식사가 끝난 후 이도현은 세 여자를 방으로 데려다주었고, 자신이 곧 나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위험할지도 모르니 당분간은 여기에 머무르라고 했다.몇 가지 일을 더 당부한 후, 이도현은 세 여자와 각각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세 여자의 걱정 어린 눈빛을 뒤로한 채 방을 나섰다.다시 선배의 방으로 돌아갔을 때, 선배 네 명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차 있
방으로 들어간 후, 세 여자는 이도현에게 차를 따라주는가 하면 과일을 깎아주고 간식을 가져오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다.그리고 이도현 앞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세 여자가 이도현 앞에서 대놓고 옷을 갈아입으며 성숙한 몸매를 드러내자, 이도현은 열째 선배 연진이의 말이 떠올랐다.여기가 다섯째 선배의 거처여서 다행이지, 만약 이도현의 집이었다면 벌써 세 사람을 덮쳤을지도 모른다.이도현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욕망이 들끓었다.만약 그가 아직 순진한 소년이었고 여자와 놀아보지 못한 상태였다면, 그나마 참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맛을 이미 체험해 본 이상 이도현은 참기 너무 힘들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세 여자를 끌어안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정말이지 그의 뛰어난 자제력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선배들에게 놀림당하기 싫은 것이 아니었다면 이도현은 이미 덮쳤을 것이다.게다가 세 사람 모두 이도현의 아내이니 문제 될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선배 여러 명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러지 않은 것뿐이다.세 여자는 이도현이 보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미 관계도 맺었고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줬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의 욕망이 이성을 제패하기 일보 직전, 세 여자가 옷을 다 갈아입었고 이도현도 드디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그 후 네 사람은 기화영의 방으로 갔다.기화영의 방에는 이미 술과 음식이 준비된 채 이도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선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 괜찮아. 반나절 기다려야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네. 이 녀석이 나쁜 짓을 안 했나 봐. 잘했어...”“자, 동생들, 제가 소개해 줄게요. 이분은 우리의 둘째 선배예요. 다들 본 적 있죠?”연진이는 웃으며 윤선아를 가리켰다.“둘째 선배, 안녕하세요.”세 여자가 공손히 인사했다.그녀들은 이미 이도현과
이도현은 지금 딱 여자들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 같았다. 하지만 웃긴 건, 그는 전혀 여자한테 도움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만약 과거에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이도현은 이렇게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와...”이도현은 속으로 깊은 감회를 느꼈다.‘내가 보잘것없던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은 다 나쁜 놈들이었어. 심지어 목숨을 구해준 사람마저 나에게 뒤통수를 쳤지. 하지만 성공해서 정상에 오르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이지 뭐야.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데다가 돈도 많고, 나에게 아낌없이 베풀려고 해.’그렇다. 사람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우여곡절 하던 운명을 한탄한 후, 품에 안겨 있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좋아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나면 우리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은퇴해 살아요. 세 사람이 저를 먹여 살리고, 저는 맘 편히 얹혀살 거예요.”“우리가 남편을 돌보는 건데 그게 왜 얹혀사는 거예요? 우리는 도현 씨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얹혀산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되죠.”“맞아요. 우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라버니 덕분이에요.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아마 지음 언니 빼고 저와 혜영 씨 두 사람은 벌써 가문의 요구에 따라 정략결혼을 했을 거예요.”“그럼요.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우리 가문은 이미 몰락하거나 망했을 거예요. 저 역시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조혜영과 오민아는 감개무량하게 말하며 이도현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이게 곧 운명이죠. 자, 이제 들어가서 얘기해요. 잠시 후 다섯째 선배가 오기로 했으니까 다들 준비하고 같이 가요.”세 여자는 마지못해 손을 놓고 이도현을 끼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세 여성 중 조혜영만 무공을 조금 할 줄 알았고 이도현이 준 단약 덕분에 현재 내공이 많이 제고되었다.오민아와 한지음은 원래 평범한 여자들이었지만 이도현이 준 주안단을 복용한 후 얼굴이 열입곱살 소녀처럼 생기 넘치고 어여쁘게 변했다.
이도현은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와 용팀소속 여성 구성원의 안내를 받아 한지음 일행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용왕님, 들어가시죠. 세 사모님이 머무르고 계시는 방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 저희는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조용히 물러났다.문 앞에 다다르자 이도현은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한 명도 아니고 셋이나 되는 여인들이 한 방에 있다니, 지금처럼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사회에서 그의 행동은 그가 봐도 양심 없어 보였다.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만난 적도 있었지만 셋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 방에 자기가 직접 찾아 들어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뻘쭘했다.이도현도 미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선을 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굳이 이렇게 눈치 볼 일도 없었다.한 번 숨을 고른 이도현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도현 오라버니...”문을 연 여자는 이도현을 보자 놀란 듯 잠깐 숨을 고르더니 곧장 그의 품에 안겼다.“혜영아.”이도현은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도현 오빠!”“오빠...”조혜영의 목소리를 들은 한지음과 오민아도 방 안에서 뛰쳐나왔다. 두 사람 모두 이도현을 보는 순간 말도 없이 달려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순식간에 이도현은 세 여인을 품에 안았다. 앞뒤좌우로 거대한 압박에 짓눌린 그는 그 사이에서 반항할 용기조차 없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빠,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겠어요.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한지음은 이도현의 가장 오래된 아내로 가장 먼저 관계를 맺은 사람이었다.사실상 언니 같은 존재로 모두가 그녀를 중심으로 따르고 있었다.오민아와 조혜영 같은 당찬 여인들조차 한지음 앞에선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렀다.“그날 이 선생님이 데리러 오셨을 때 오라버니가 우리더러 다섯 번째 선배님이 계신곳에 있으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는 말씀 안 하셨지만 또 무슨
“그래도 이렇게 돌아왔잖아요!”“울긴 왜 울어 남들이 보면 웃겠다. 얼른 들어가자.”윤선아는 귀엽다는 듯 후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들 중 셋째 인무쌍을 제외한 나머지 후배들은 모두 윤선아가 어릴 때부터 함께하며 키우다시피 한 사이니 그 정이야말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알겠어요. 선배,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이도현은 겉으로 보기엔 말 잘 듣는 후배처럼 보였지만 막상 일을 처리할 땐 언제나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순한 척 웃고 있지만 속은 반항심으로 가득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선배가 기뻐하는 일이었다.“자연아, 간단한 안주 몇 가지랑 도수 낮은 술 한 병만 준비 해달라고 전해줘. 오랜만에 우리끼리 조용히 한잔하려고.”기화영이 자연이에게 조용히 일렀다. “네. 팀장님.”자연이는 짧게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사실 자연이는 이도현과 선배들 사이의 관계가 부러웠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진짜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고 어떤 사심도 없이 늘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괜히 뭉클하게 느껴졌다. “갑시다. 안으로 들어가요, 우리.”“참, 도현아. 지음 씨랑 다른 친구들도 좀 보고 와.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꼭 데리고 와. 우리 다 같이 모여야지. 앞으로는 진짜 한 가족이잖아.”기화영은 다정하게 당부했다. “알겠어요. 선배.”이도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난꾸러기, 또 무슨 짓 하려는 거야? 밤엔 시간 많으니까 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 만들지 말고.”막 자리를 뜨려던 이도현에게 열 번째 선배 연진이가 짓궂게 웃으며 한마디 던지자 이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하, 이 녀석. 나쁜 짓 할 땐 그렇게 당당하더니 이제 와서 부끄럽대?”가화영도 한마디 보태며 웃었다.“둘이 또 도현이 갖고 장난치지 마. 얼굴 새빨개졌잖아. 이제 그만해.”인무쌍은 이도현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조용히 분위기를 정리했다. “세 번
병사는 한동안 넋 놓고 두 사람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 가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이도현, 동해용왕? 설마... 그분?”“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치자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가 떠 올린건 다름 아닌 무사들 사이에서 끝없이 회자되던 전설 같은 존재였다.그는 윗선에서도 철저히 숨기려 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들끓었고 그의 업적은 무사로 갓 입문한 자신에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미치지 않고서야 평생 한 번이라도 만나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눈앞에 있었는데 내가 이런 멍청한 짓을 했다고? 한심한 놈, 니 그릇이 딱 거기까지인 거야. 너는 맞아도 싸.”병사는 자기 뺨을 쉴 새 없이 내리쳤다. 처음엔 씹어 삼킬 듯이 욕을 퍼부었지만 나중엔 말도 안 나왔다. 그저 입만 달싹이는데 그 속에서 뱉고 있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자연이가 길을 트자 그 누구도 감히 이도현을 막지 못했다. 덕분에 기화영의 거처까지 단번에 도착할 수 있었다.“팀장님, 동해용왕님과 대인 한 분이 오셨습니다.”“뭐? 누가 왔다고?”안쪽에서 무언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전자장치 특유의 찌직거리는 기계음이 울렸다. 곧이어 누군가 문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세차게 열렸다. 곧바로 세 명의 여성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둘째 선배! 이도현 이 바보야!”“도현 후배...”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달려와 윤선아와 이도현을 와락 안았다. 그렇게 다섯 명은 하나로 포개져 서로를 꼭 껴안았다.너무 세게 껴안는 바람에 이도현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이 감각이 결코 낯설진 않았다. 어딘가 오래된 기억처럼 익숙했다.간신히 고개를 빼낸 이도현은 자신을 꽉 껴안고 있던 사람이 셋째 선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세 번째 선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눈에 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