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령문의 장로이자 성급 정상에 도달한 그는 고무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에 속했다.그러나 지금 그는 간 떨어진 사람처럼 이도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정했다.“도련님,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저를 살려만 주신다면 이 귀령문을 도련님께 바치겠습니다. 아니... 스승님, 스승님께 받치겠습니다.”“저의 목숨을 살려만 주신다면 도련님을 스승으로 받들고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맹세합니다. 절대 도련님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대고 맹세하겠습니다.”귀령문의 장로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존엄과 체면을 다 내려놓았다. 우선 살고 봐야 할 판에 그런 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목숨이 위태로운 마당에 그깟 존엄 따위 뭐가 중요한가.게다가 지금의 경지까지 수련하면서 그들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인지라 실력이 한 사람의 존엄과 체면을 결정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네가 만약 실력이 강대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황금 미식이고 쓸데없는 말이라도 너의 입에서 나오면 진리가 된다.설사 머리 위에 개똥을 얹더라도 개성이 넘친다는 과찬을 받게 된다.너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다 깊은 뜻이 담겨있고 다른 사람이 하면 쪽팔리는 일을 네가 하면 예술감이 넘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그러나 네가 만약 실력이 없는 하찮은 인간이라면 머리 위에 황금을 얹는다고 해도 가짜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다른 사람에게 도리를 설명해도 거짓말한다고 생각할 것이다.이 고무계에서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실력이 있는 자는 모든 것을 갖게 된다. 체면이든 존엄이든 다 갖게 된다.대지혜 장로는 이 도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생명을 체면과 존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이도현은 자기 앞에 무릎 꿇은 대지혜 장로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고무계의 강자는 다시 한번 그의 인식을 뒤흔들어놓았다.이도현이 밖에서 만났던 고무계의 강자들은 하나같이 잘난체하고, 안하무인이었다.그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일반인이라는 단어를
“감사 인사는 됐어. 그런데 널 어떻게 믿지?”이도현은 냉소하며 말했다.“맹세합니다. 스승님, 저 맹세할 수 있습니다.”대지혜 장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곧바로 맹세했다.“저 오대준은 하늘에 맹세합니다. 제가 스승님을 배신한다면 날벼락을 맞을 겁니다. 그리고 딸자식을 낳는다면 큰 벌을...”“됐어... 그만 얘기해...”이도현은 충격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냥 정상적인 맹세를 하면 될 것을. 왜 저런 맹세를 해?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아직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사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저주를 하면 안 되지. 아들은 앞이 없어도 환관이라도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딸까지 들먹이는 건 너무 심했다. 살기 위해서 정말 자식까지 팔아넘기는구나.’“스승님, 저의 맹세를 끊지 말아 주십시오. 제 말은 모두 진심입니다. 믿어주십시오.”오대준은 이도현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는 오대준이 생각해낼 수 있는 제일 혹독한 맹세였다.“닥쳐. 그만 맹세해. 그러지 않고도 넌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거니까.”이도현은 어이없다는 말투로 입을 열며 손을 흔들자 은바늘 세 개가 곧장 오대준의 체내로 들어갔다.“앞으로 이 세 개의 은바늘이 쭉 너의 체내에 있을 거야. 네가 날 배신한다면 바로 처참하게 죽을 거다.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시도해 봐.”이 말을 듣자 오대준은 흠칫 놀라더니 겁에 질린 눈빛으로 대답했다.“그럴 일 없습니다. 스승님, 저는 절대 스승님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안심하십시오. 스승님을 모실 수 있는 건 저에게 너무나도 큰 영광입니다. 은바늘이 세 개가 아니라 서른 개여도 괜찮습니다. 저는 절대 스승님을 배신하지 않을 거니까요.”이 대지혜 장로는 정말 뻔뻔한 사람이었다. 살기 위해서 온갖 아부를 다 떨었다.같은 자리에 있던, 미처 도망치지 못했던 귀령문의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심지어 낯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자신
이도현은 귀령문을 떠나 곧장 고무계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이 시국에 그는 더 이상 고무계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선학신침도 채 찾지 못한 마당에 계속 있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잃어버린 18개의 양침에서 겨우 5개 찾았을 뿐이다.하여 반드시 외계로 돌아가 나머지 선학신침을 전부 찾아야 했다.이도현은 이번 일 때문에 공작제국이 당분간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한동안 조용하게 지내면서 선학신침을 찾는데 몰두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이도현이 인심을 좋은 쪽으로 생각했던 것뿐이다. 사실 고무계의 크고 작은 세력은 그의 얘기를 전해 듣고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수많은 강자는 그를 타깃으로 삼고 달려오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이도현이 몸에 지닌 곤륜옥의 비밀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특히 공작상제가 이도현이 귀령문을 소멸했다는 얘기를 퍼뜨린 후에 이 강자들은 자발적으로 한곳에 뭉치기 시작했다.그들은 합심하여 이도현을 제패한 뒤 곤륜옥의 보물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 지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었다.그리하여 퇴마 소조가 탄생했다.그러나 이 일을 모르고 있는 이도현은 빠른 속도로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귀령문에서 옥경산에 있는 고무계 입구로 가려면 반드시 공작제국의 도성을 거쳐야 했다.이 시각 이도현 사건을 겪은 공작제국의 도성은 인심이 흉흉했고, 게다가 곤륜옥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각 세력의 강자들이 모두 도성에 몰려드는 바람에 도성은 하룻밤 사이에 강대한 무사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바로 이도현이 공작제국의 도성에 들러 몇 명의 여자한테 고무계의 희귀한 물건을 선물로 사 가려고 할 때였다.검은 그림자 한 개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이 자식아, 빨리 도망가... 도망...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빨리 가... 이곳을 떠나.”검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이도현이 막 고무계에 도착했을 때 그를 습격하던 여자였다.또한, 이도현에게 공작제국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그 여자이기도 했다.“당신?”
이도현은 여자가 단번에 병사 몇 명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냉랭하게 말했다.“좋은 말로 할 때 당장 그 여자를 풀어줘.”“이도현, 넌 네 앞가림도 못 하게 생겼는데 오지랖 그만 좀 부려. 네 앞길이나 많이 걱정해.”왕후는 거들떠보지 않고 말했다.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자네도 공작제국의 사람인가?”“맞다고 하면 어쩔 건데? 난 공작제국의 주왕이다. 감히 우리 공작제국에서 나대다니 정말로 이 공작제국에 널 혼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이 짐승 같은 놈아, 오늘 똑똑히 가르쳐 주마. 누구든 감히 공작제국의 천위를 건드리는 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선배 여러분, 손쓰시죠.”주왕의 말이 끝나자 사면팔방에서 수십 명이 불쑥 튀어나와 순식간에 이도현을 에워쌌다.거리를 거닐던 사람은 상황이 이상한 것을 보고 진작에 멀리 도망갔다. 지금 거리에 남아있는 사람은 이도현과 그를 죽이러 온 사람들뿐이었다.이 광경을 지켜본 여자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그녀는 이도현이 살려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고무계의 각 종파가 연합하여 이도현을 상대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몰래 그를 찾아가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귀띔해주고 싶었다.그러나 여전히 한발 늦을 줄이야.이도현은 지금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주변에 빼곡히 늘어선 수천 명의 무사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을 느끼며 그녀는 영혼마저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무서운 살기에 눌려 고개를 쳐들지도 못했다.이도현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수천 명의 무사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그러나 이도현은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공작제국. 허허허. 신용을 안 지키다니. 그럴 줄 알았으면 그 노스님의 말을 믿지 않고 단칼에 황제를 죽이는 거였는데.”이 말을 듣자 주왕은 버럭 화를 냈다.“이 녀석, 당장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막말하다니.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다.”“너뿐만 아니라 세속계에 있는 너의 가족 모두가
“능력에 따라 가진다면 곤륜옥의 비밀은 내 것이 되겠군.”소리와 함께 청색 도포를 입은 노자가 손에 불진을 들고 등에 보검을 멘 채 음험하고 흉악한 얼굴로 맨 앞에 걸어 나왔다.“헐... 말도 안 돼. 백손도인이잖아. 헐... 이분은 백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설마...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건가?”소문에 죽은 지 백여 년도 되는 도인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백손도인. 도사지만 바른 면과 사악한 면을 겸비한 존재, 도문의 규율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었다.절대 규칙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며, 한번 마음먹은 일은 극악무도한 일이라도 해내는 사람이었다.반대로 하기 싫은 일은 도가의 조상이 와서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쉽게 말하면 아주 철저한 고집불통이었다.남이 시키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은 또 기필코 하고 마는 성격이었다.다른 사람의 말은 쥐뿔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었다.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의 고집에 내공이 강해서 망정이지, 아니면 그는 집 문을 나서기도 전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백손도인, 자네 드디어 나왔군. 왜? 곤륜옥의 비밀 앞에서 더 이상 겁쟁이 행세를 하고 싶지 않나 봐?”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는데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뚱뚱한 노스님이었다. 그는 온몸에 금빛이 반짝이었고 손에는 석장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석장 위에는 술병이 달려 있었다. 피둥피둥 살진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을 보아하니 술과 고기를 끊지 않은 스님이었다.“주육 스님. 헐... 이 골칫덩이도 나타났어.”“젠장. 또 수많은 고무계 여자가 봉변을 당하겠네.”“듣자 하니 이 주육 스님은 평생 세 가지 취미가 있다고 해. 술, 고기 그리고 막 아이를 낳은 수유 중인 산모.”“이런 쓰레기가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다니. 하나님이 왜 눈감아주고 있는 거야.”구경꾼들 속에서 누군가가 분노하며 말했다.이 스님은 심성이 나
“지난 몇 년 동안 도대체 어디서 지냈던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난 네가 이미 저 도사 양반이랑 혼인을 맺은 줄 알았어. 자옥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자옥 여승을 본 순간, 주육 스님의 눈빛은 온통 다정함과 애틋함으로 가득 찼다. 이 순간 그의 눈에는 여승밖에 안 보이는 것만 같았다.“오라버니, 아직 살아 계셨군요... 이... 몇 년 동안 저는 줄곧 혼자였어요. 이 사람이... 계속 저를 피해 다녔어요...”주육 스님을 바라보는 여승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조금 생겨났다.“백손. 이 영감탱이. 나쁜 자식. 자옥이에게 상처를 주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여승의 말을 듣자 주육 스님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잔뜩 화난 얼굴로 백손도인을 째려보며 물었다.“빤대머리, 이건 나와 자옥의 일이지 당신이 끼어들 일 아니야. 남남인 주제에 무슨 상관이야?”백손도인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자옥아, 이 일을 설명하자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말해 줄게. 하지만 나를 꼭 믿어 줘. 나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어. 절대 너를 버리려고 한 게 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그래요. 오빠. 오빠를 믿을게요.”자옥 여승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말했다.“자옥아. 절대 이 도사 양반의 빈말에 속아 넘어가지 마. 나랑 가자.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주육 스님은 앞으로 나서서 여승의 손을 덥석 잡고는 격동하며 말했다.“빤대머리야. 얼른 자옥이의 손을 놓지 못해? 어디 감히 내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야? 죽고 싶어...”백손도인은 노스님이 여승의 손을 꽉 잡은 것을 보고 대뜸 질투가 나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너를 두려워할 것 같아? 지난번에는 자옥이를 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 반드시 자옥이를 데리고 가야겠어...”주육 스님도 성을 내며 말했다.
수많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다 칼날 방향을 바라보았다.뒤에 있던 사람들은 다 순순히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긴 수염의 노자 한 명이 신풍도골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노자는 정신이 말짱해 보였고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마치 한 자루의 보도 같이 사람에게 무궁한 위력을 가져다주었다.“그분이다...”“정말로 그분이셔.”“그 마 같은 남자가 정말로 이 세상에 아직 있었어.”그 순간 모든 사람의 눈길은 다 이 노자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마치 눈길이 이 노자에게 단단히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형님... 이 늙은이가 누구예요? 왜 다들 이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옆에서 구경하던 한 젊은이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대박... 어떻게 이분을 몰라? 너 설마 멍청이야? 무술을 다스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분을 모를 수 있어?”옆에 있던 남자는 바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그게 아니라... 제가 무술을 늦게 시작한 데다가 2년 전에야 정식으로 파벌에 입문했어요. 이전에는 산 밑에 사는 나무꾼의 아들로 살아서 모르는 것이 많아요.”젊은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오. 그럼 그럴 수도 있지.”“이보게. 알려줄게. 이분이 바로 60여 년 전에 고무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하제일도, 마도라네.”쿵.남자의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삽시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이 시각 거의 모든 사람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고 노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했다.마도라는 사람은 정의롭다면 정의롭고 사악하다면 사악한 존재였다. 그는 마도공법을 사용하기만 하면 바로 입마 상태에 빠져 육친도 몰라보고 마귀든 신이든 만나는 족족 다 죽여버리곤 했다.듣는 말에 의하면 은퇴하기 전 마도는 자기 아들과 칼질 솜씨를 겨루던 중 부주의로 마도공법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입마 했고 그 자리에서 자기 아들을 단번에 두 동강 냈다고 한다.이 일로 마도는 후회막심했고 결국에는 은퇴하여 고무계에서 자취를 감췄
‘일반인이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어?’‘겁먹고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그런 걸 수도 있겠다. 겁에 질리면 바보같이 웃는 사람도 있다던데 이 자식이 지금 딱 그 모습이잖아.’이도현은 사람들이 자기가 강자들 때문에 겁먹고 정신을 잃은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공작제국에서 찾은 조력자들인가?”이도현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흥. 여기에 있는 선배들은 다 퇴마하려고 온 사람들이다. 모두 대의를 행하려고 온 것이야. 우리 공작제국이 아무리 선배들을 모시고 싶다고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되지는 않아. 이 선배들은 모두 능력이 세고 품위가 있으신 분들인데 오늘은 네 이 마귀를 해치우려고 온 것이다.”주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지만 아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없긴 하지. 신용이 없는 제국은 그저 한 무더기의 쓰레기에 불과해. 짐승들도 너희랑 같이 있는 걸 꺼릴 거다.”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말을 마친 뒤 그는 앞에 있는 강자들에게 눈길을 돌려 싸늘하게 말했다.“이왕 먼 걸음 오신 거 다들 죽을 각오 단단히 하시죠.”이도현의 말에 현장은 삽시에 들끓었다.“미친 거 아니야?”“방금 뭐라고 한 거야?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네. 잘난 체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지.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닐 텐데.”거의 모든 사람이 이도현의 거만한 말에 깜짝 놀랐다.여기에 있는 강자 중 어느 한 명이라도 고무계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이 죽을 각오를 하라고 한 것이다.‘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아니나 다를까 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안 그래도 주육 스님 때문에 화가 잔뜩 난 백손도인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디서 주제도 모르는 건방진 짐승 놈이. 주제를 알면 어서 빨리 곤륜옥의 열쇠를 이리 내놓거라. 그럼 황천길은 건너게 해 주지. 아니면 지옥으로 내려보낼 거다.”“그래? 그럼 당신은 지옥 갈 준비가 됐어?”이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짐승 같은 자식.
이도현이 차갑게 웃었다.“놀랍지? 너희가 이런 허접한 수로 나를 붙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아까는 그저 이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하려고 가만히 있은 거니까.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에 이곳을 엎어버렸을 거야. 하하. 다들 겁을 먹었네? 왜 그래? 아까까지만 해도 아주 자신만만하지 않았어? 내가 멀쩡하게 나왔으니... 이제는 너희들 차례야.”말을 마친 이도현이 음양검을 꺼내 들었다.음양검의 강렬한 기운이 하늘을 뒤덮듯 다가왔다. 이윽고 이도현이 태양신전의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죽어.”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의 목소리 같았다.음양검에서도 흉흉한 기운이 나오고 있었다.강렬한 기운에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도현이 바로 검을 휘둘렀다.“이런 위력을 갖고 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저게 진짜 사람 맞아?”“사람이 어떻게 이런 검술을... 너무 무서워!”“오마이갓, 얼른 피해야 해.”“오마이갓, 이런 괴물이 존재한다니... 이렇게 강한 사람이...”태양신전의 사람들은 얼른 음양검을 피하려고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응이 느려서 이미 검기에 짓눌려 핏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이도현은 한방에 태양신전의 몇십 명 장로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닥에도 깊은 검자국이 생겼다. 그 한방에 태양신전 사람들은 놀라서 굳어버렸다.“얼른 막아!”“달려들어 죽여라! 얼른 저자를 죽여!”태양왕이 놀라서 도망치면서 소리를 질렀다.이도현이 검을 휘둘렀을 때, 태양왕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본인이 이도현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말이다.만약 이도현과 싸운다면 검 한 방에 죽을지도 모른다.“이 자식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태양신전의 대호법으로 명하겠다. 바로 태양신전의 2인자가 되는 거다! 그러니 얼른 죽여라!”태양왕은 겁을 잔뜩 먹은 채 소리를 질렀다.대호법이라니.그건 태양신전의 2인자 자리였다. 바로 태양왕 이외의 모든 사람보다 권력이 많다는 뜻이다.오래전 태양신전에
모두 조급해할 때 커다란 소리가 또 이어져 왔다.태양신전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태양대전의 또 다른 한쪽 제단이 폭파했다.제단이 터지자 하늘에 떠 있던 불도 사라졌다. 태양 그림도 순식간에 정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아까까지만 해도 흉흉한 불을 뿜어내던 진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늘을 치솟을 듯한 불기둥도 모두 사라졌다.바닥에 그려진 태양 그림도 산산조각이 났다. 허공에 떠 있는 이도현은 정을 천천히 내려놓고 자세히 관찰했다.강렬한 영의 의식이 이도현의 머릿속에서 느껴졌다. 정이 이도현에게 말하고 있었다.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더 먹고 싶다고 말이다.이도현은 입을 비죽 내밀고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이 정은 끊임없이 흡수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을 모두 흡수해 버리고 제단까지 폭파했으면서도 아직 배고프다니.하지만 불을 많이 흡수할 탓인지 확실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정의 색깔도 더욱 밝아졌고 딱 보았을 때에도 더욱 신성해 보였다.이도현은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순식간에 어른이 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이윽고 이도현은 그 정을 음양탑 속으로 넣고 빠르게 날아올라 태양신전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그 순간 태양신전의 사람들은 놀라서 마른침을 삼켰다. 정색한 표정의 그들은 이도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다들 이도현의 기운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손가람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채 몸을 바르르 떨었다.같은 동양인, 염국인으로서 손가람은 진법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손가람은 태양대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영급 고수가 들어가도 살아나오지 못할 곳에서, 이도현은 멀쩡하게 돌아왔다. 그것도 태양대전을 부수고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도현을 붙잡아두려고 애썼는데 이도현은 힘을 얼마 쓰지 않은 듯 여전히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렇다면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첫 번째는 이도현의 정이 조건 없이 발동되어 자동으로 눈앞의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태양왕은 지금처럼 편하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태양왕은 사치스럽고 아부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머리는 총명했다. 그는 본인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권력에서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태양신전이 짓밟히게 되면 태양왕 또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태양대전이 파괴되었습니다. 큰일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놀란 눈으로 부서진 제단을 보면서 소리 질렀다.엥겔스 마법사는 태양대전을 만들어준 그 염국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태양대전의 제단이 무너지면 태양대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그러니 제단이 무너지면 똑같은 재료로 똑같게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이도현이 만약 이 태양대전을 파괴한다면 그다음으로는 태양신전을 난장판으로 만들 텐데. 제단의 원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이곳은 다 먼지로 변해버릴 것이다.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지금 당장 제단을 복구시켜 이도현을 계속 잡아둘 수 없는 법이다.게다가 태양대전을 만든 사람이 이곳에 없었다.태양신전의 보물인 태양대전을 만든 사람이 태양신전의 사람이 아니라니.얼핏 들으면 웃긴 얘기였다.“얼른, 얼른 방법을 대서 이 동양인을 죽여버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다 죽은 목숨이야. 얼른...”정신을 차린 엥겔스 마법사가 소리를 질렀다.“맞아! 이 동양인이 아직 제단에 묶여있을 때 죽여야 해. 모든 사람들은 힘을 다해서 저 구멍을 막아. 그리고 동양인에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줘! 버러지 같은 놈. 저놈 때문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이 무너졌어. 그러니 무조건 본때를 보여줘야 해! 죽여라!”분노한 태양왕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도현을 향해 외쳤다.“네, 전하!”태양왕의 명령을 받은 태양신전의 장로들과 마법사들은 얼른 날아가서 무너진 구멍 앞에서 서서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어느새 이도현의 머리 위는 오색찬란한 빛이 가득했다. 그건 장로들과 마법사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공격들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본인의 공격이 진법에 닿는 순간 그 속의
태양왕이 에릭의 아부에 기뻐하며 미소를 짓던 찰나,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태양대전에서 들려왔다.쿵.커다란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 태양대전을 쳐다본 순간 태양신전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태양왕도, 에릭도, 엥겔스 마법사도 똑같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아까까지만 해도 활활 잘 타오르던 건물에 갑자기 구멍이 생긴 것이었다.제단도 그와 함께 폭파되어 원모양을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제단이 무너지자 태양대전의 힘도 순식간에 줄어들어 불이 점차 작아졌다.이도현은 여전히 허공 속에 서서 두 손으로 정을 들고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하고 있었다.정이 불을 흡수할수록 정에서 보내오는 영의 의식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 뜻인즉슨 이 진법의 불이 정에게는 그저 식사일 뿐이라는 것이다.이도현은 그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또 기대되기도 했다. 이 정의 영의 의식이 각성하면 어떻게 될지 말이다.정말 신화 속에서 듣던 것처럼 될까?솔직히 궁금했다.그래서 제단이 무너졌지만 이도현은 도망치지 않고 계속 정을 들고 서 있었다. 이도현은 이 태양대전의 불을 이용해 정을 각성시키고 싶었다. 만약 정말 각성한 보물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니까 말이다. 이건 의례없는 성물이다. 만약 이 정이 영의 의식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전투력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싸울 때마다 정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삼켜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이도현은 이 정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만약에 이 정이 각성하여 소설 속의 여의봉처럼 크기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 정은 세계 최고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작게 만들어서 상대에게 넣어버린 후 갑자기 크게 만들면 상대는 정에 깔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정 하나로 움직이지도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너무 기분이 묘했다.게다가 크기 조절도 가능하다면 더욱 금상천화다. 손오공의
“우리 태양신전에 이렇게 위대한 진법이 있는데, 누가 감히 우리와 싸우려고 들겠나! 하하하. 이 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자만과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위대한 태양신전, 영원하리라! 위대한 태양왕 전하 또한 영원하리라!”에릭이 아부를 하면서 얘기했다.“전하, 아직 방심하긴 이릅니다. 저 동양인은 괴이한 점이 많으니 좀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 동양인이 들고 있는 정은 더욱 괴이합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진중한 눈빛으로 태양대전을 지켜보면서 얘기했다.태양대전의 출력을 최대로 올렸기에 큰불이 건물을 모조리 감싸버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다.“엥겔스 마법사님, 억측입니다.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동양인이 무슨 재주가 있다고 태양대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위대한 태양왕 전하 앞에서 저 동양인은 그저 쓰레기만도 못한 먼지입니다. 위대한 태양왕 전하께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죽일 수 있는 존재라고요. 최대 출력인 태양대전 안에서 저 애송이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웃기지 마세요. 저 애송이가 정말 살아서 나온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 태양대전이 아니더라도 태양왕 전하가 나서기만 하면 저 애송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고 도망갈 거라고요. 엥겔스 마법사님, 조심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상대를 봐가면서 얘기해야죠. 조그마한 동양인 주제에 뭘... 엥겔스 마법사님, 너무 신중한 것도 좋지 않아요.”에릭이 나서서 얘기하면서 또 태양왕의 위대함을 늘어놓았다.“엥겔스 마법사, 에릭의 말이 맞아. 상대를 너무 신격화시키지 마. 조그마한 동양인일 뿐이야. 그저 태양대전 속에서 얼마 정도 버티다가 죽을 목숨이야. 저 정만 없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야. 우리도 최대 출력으로 올릴 필요 없었고.”태양왕은 엥겔스 마법사의 말에 흥이 식었다. 그래서 속으로 엥겔스를 고집 센 늙은이라고 욕했다.다른 장
이도현은 정에서 익숙하고도 수상한 기운의 파동을 느꼈다. 이런 파동은 느껴본 적이 있었다. 바로 음양부채가 부정적인 기운을 많이 흡수했을 때 주던 파동과 비슷했다.그때 이도현은 알 수 있었다. 그건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이라고 말이다. 아마 음양부채 속 영의 의식이 깨어나서 기운을 내뿜으며 그러한 파동을 일으킨 것 같았다.지금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은 다시 잠들었다. 아마 다시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을 깨우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힘이 나올 것이라고 이도현은 믿고 있었다.“설마 이 정에도 영의 의식이 있는 건가? 에이, 설마. 음양검에도 없는걸...”이도현은 못 믿겠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리고 그 말을 이해한 것인지, 정은 불을 흡수하더니 이내 또 파동을 내보냈다. 마치 이도현이 아까 중얼거린 말이 불만스럽다는 듯 말이다.“어...”이도현은 약간 놀랐다.이 정에 이런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화까지 내다니.“흠, 미안해. 난 그저 이 상황이 놀라워서 그래. 역시 음양검과 음양부채보다 네가 더욱 대단한 것 같아.”이도현이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에 정에서 또 새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아까의 기운과는 다른 기운이었다. 이도현은 그 기운이 용서를 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런... 대체 이게 뭐야.”이도현은 이 일이 끝난 후 이 정에 대해서 잘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진정한 성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태양왕의 명령에 진법을 제어하던 장로와 마법사들은 금세 태양대전의 위력을 최대로 올렸다.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은 아까보다 더욱 굵고 강력했다. 그리고 그 불기둥은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포효하면서 허공에서 불을 키워갔다.그러자 작아졌던 불구덩이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치솟으며 커다랗게 번졌다.그 불은 더욱 뜨겁고 더욱 밝게 빛나더니 작아진 태양 그림 위에 닿았다.쿵.태양 그림에서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정말 살아있는 태양처럼 빛과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그러
그 정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많은 불을 삼켜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를 뿜어내던 불은 점점 작아졌다. 육각형 건물에서 쏘아져 나오던 불빛도 모두 정 안으로 흡수되었다.이도현을 밀어붙이던 그 태양 그림도 점점 작아지더니 점점 정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태양대전 밖의 태양신전 사람들은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태양왕과 에릭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그렇게 크지도 않은 정이 태양대전의 커다란 불을 다 흡수해 버렸다니. 게다가 진법의 위력까지 줄어들게 만들다니.“오마이갓... 저건 뭐야! 정이 어떻게 불을 흡수할 수가... 이럴 수가! 이게 설마 동양 전설 속의 그 성물이야?”“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오마이갓... 정말 너무 무서운 녀석이야! 정말 무서워... 도대체 뭐 하는 놈인 거야.”“동양은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염국은 참 신비로운 나라야... 이런 신비한 힘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전하, 이제 어떡하죠? 이러다가는 태양대전이 무너질 겁니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끝장입니다. 얼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 누가 좀 얘기해 봐. 저 동양인 손에 든 물건이 대체 뭔지! 왜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할 수 있는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설마...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 거야? 염국의 그 신화들이 정말 실제 이야기인 거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태양왕은 정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행동에 겁을 먹고 말았다. 태양왕은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물건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그마한 정이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다니. 정말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정은 결국 블랙홀처럼 태양대전의 모든 불을 다 삼켜버렸다. 그러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하, 지금은 놀랄 때가 아닙니다. 얼른 수단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대전이 파괴되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넌 내가 이 태양대전 안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해? 이 태양대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면서 물었다.“오마이갓. 지금 이 멍청한 원숭이가 뭐라는 거야.”태양왕이 과장한 액션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벌레만도 못한 주제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는 거야? 오마이갓. 농담도 참. 엥겔스 마법사, 들었어? 이건 내가 올해 들은 가장 웃긴 농담이야. 하하하.”태양왕은 웃으면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그 표정과 동작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건 제가 들은 가장 웃긴 농담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다만 말투는 약간 어쩔 수 없이 대답하듯 가식적이었다.왜냐하면 엥겔스는 진법에 대해서는 염국인들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진법은 애초에 염국에서 시작되기도 했고 실력과 이해 또한 염국이 가장 뛰어나니까 말이다.그리고 이 태양대전도 사실은 아주 오래전 염국인이 만든 진법이었다.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염국인인 이도현이 그들보다 진법에 능통하여 태양대전을 풀어버릴까 봐서였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태양신전은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하지만 이내 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 일어났다.태양대전 속의 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내가 너희들이 아끼는 태양대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말을 마친 이도현은 정을 하나 꺼내 들었다. 정은 염국인들의 성물이었다. 왜냐하면 염국인들의 이해에 따르면, 정에는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염국에는 정과 얽힌 신화들도 많았다.이도현은 음양탑에서 이 정을 얻은 후 딱 한 번 사용했다. 그것도 연단을 하기 위해서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을 받을 때, 이도현은 이 정의 특점을 기억했었다. 이것은 전 세계의 어떠한 불도 집어삼키는 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태양대전의 불을 삼키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이... 이
손가람은 진법에 갇힌 이도현을 보면서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밖에 앉은 손가람은 큰 소리로 웃으면서 아까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어때? 그 자식이 진법에 갇혔나?”손가람이 화를 풀고 있을 때 태양왕이 태양신전의 장로들을 데리고 도착했다.“태양왕 전하를 뵙습니다. 이도현은 이미 진법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손가람이 공경하게 얘기했다.“하하하, 잘됐네. 수고했어, 손 장로. 이 공은 내가 잊지 않으리. 누구든지 이 태양진법 안에 갇히게 되면 저절로 고분고분해질 거야. 하하하.”태양왕이 흥분해서 얘기했다.“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축하드립니다!”에릭이 얼른 아부하면서 입을 열었다.“하하하, 좋아. 얼른 가서 다른 장로와 마법사들에게 알려라. 진법을 잘 제어하라고. 이 동양인에게 살 희망조차 주지 말라고 말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충신인 이 에릭이 지금 당장 명령을 전하겠습니다.”에릭은 태양왕의 개처럼 바로 시키는 일을 하러 갔다.개노릇도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숙련된다. 에릭은 태양왕의 개로 오랜 시간 일하며 이미 이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태양왕은 불에 휩싸인 이도현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이도현, 나는 태양신전의 왕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유감이군. 너를 이곳에 가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널 해치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너한테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만약 네가 가만히 있어 준다면 너를 꺼내주지.”진법 안의 이도현은 날아오는 공격들을 피하면서 물었다.“무슨 얘기지? 한 번 들어나 보자.”“그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아. 나는 너처럼 단도직입적인 사람이 좋아. 그러니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겠어. 칠색 동백꽃을 내놔. 그리고 곤륜옥에서 얻은 모든 물건을 다 나한테 내놔! 네가 모든 비책과 보물들을 꺼내놓는다면, 그리고 곤윤옥의 신비한 힘도 꺼내놓는다면 널 살려주도록 하지. 어때?”태양왕이 큰 소리로 물었다.진법 안의 이도현은 불빛을 상대하면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