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령문의 장로이자 성급 정상에 도달한 그는 고무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에 속했다.그러나 지금 그는 간 떨어진 사람처럼 이도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정했다.“도련님,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저를 살려만 주신다면 이 귀령문을 도련님께 바치겠습니다. 아니... 스승님, 스승님께 받치겠습니다.”“저의 목숨을 살려만 주신다면 도련님을 스승으로 받들고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맹세합니다. 절대 도련님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대고 맹세하겠습니다.”귀령문의 장로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존엄과 체면을 다 내려놓았다. 우선 살고 봐야 할 판에 그런 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목숨이 위태로운 마당에 그깟 존엄 따위 뭐가 중요한가.게다가 지금의 경지까지 수련하면서 그들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인지라 실력이 한 사람의 존엄과 체면을 결정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네가 만약 실력이 강대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황금 미식이고 쓸데없는 말이라도 너의 입에서 나오면 진리가 된다.설사 머리 위에 개똥을 얹더라도 개성이 넘친다는 과찬을 받게 된다.너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다 깊은 뜻이 담겨있고 다른 사람이 하면 쪽팔리는 일을 네가 하면 예술감이 넘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그러나 네가 만약 실력이 없는 하찮은 인간이라면 머리 위에 황금을 얹는다고 해도 가짜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다른 사람에게 도리를 설명해도 거짓말한다고 생각할 것이다.이 고무계에서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실력이 있는 자는 모든 것을 갖게 된다. 체면이든 존엄이든 다 갖게 된다.대지혜 장로는 이 도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생명을 체면과 존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이도현은 자기 앞에 무릎 꿇은 대지혜 장로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고무계의 강자는 다시 한번 그의 인식을 뒤흔들어놓았다.이도현이 밖에서 만났던 고무계의 강자들은 하나같이 잘난체하고, 안하무인이었다.그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일반인이라는 단어를
“감사 인사는 됐어. 그런데 널 어떻게 믿지?”이도현은 냉소하며 말했다.“맹세합니다. 스승님, 저 맹세할 수 있습니다.”대지혜 장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곧바로 맹세했다.“저 오대준은 하늘에 맹세합니다. 제가 스승님을 배신한다면 날벼락을 맞을 겁니다. 그리고 딸자식을 낳는다면 큰 벌을...”“됐어... 그만 얘기해...”이도현은 충격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냥 정상적인 맹세를 하면 될 것을. 왜 저런 맹세를 해?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아직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사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저주를 하면 안 되지. 아들은 앞이 없어도 환관이라도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딸까지 들먹이는 건 너무 심했다. 살기 위해서 정말 자식까지 팔아넘기는구나.’“스승님, 저의 맹세를 끊지 말아 주십시오. 제 말은 모두 진심입니다. 믿어주십시오.”오대준은 이도현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는 오대준이 생각해낼 수 있는 제일 혹독한 맹세였다.“닥쳐. 그만 맹세해. 그러지 않고도 넌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거니까.”이도현은 어이없다는 말투로 입을 열며 손을 흔들자 은바늘 세 개가 곧장 오대준의 체내로 들어갔다.“앞으로 이 세 개의 은바늘이 쭉 너의 체내에 있을 거야. 네가 날 배신한다면 바로 처참하게 죽을 거다.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시도해 봐.”이 말을 듣자 오대준은 흠칫 놀라더니 겁에 질린 눈빛으로 대답했다.“그럴 일 없습니다. 스승님, 저는 절대 스승님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안심하십시오. 스승님을 모실 수 있는 건 저에게 너무나도 큰 영광입니다. 은바늘이 세 개가 아니라 서른 개여도 괜찮습니다. 저는 절대 스승님을 배신하지 않을 거니까요.”이 대지혜 장로는 정말 뻔뻔한 사람이었다. 살기 위해서 온갖 아부를 다 떨었다.같은 자리에 있던, 미처 도망치지 못했던 귀령문의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심지어 낯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자신
이도현은 귀령문을 떠나 곧장 고무계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이 시국에 그는 더 이상 고무계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선학신침도 채 찾지 못한 마당에 계속 있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잃어버린 18개의 양침에서 겨우 5개 찾았을 뿐이다.하여 반드시 외계로 돌아가 나머지 선학신침을 전부 찾아야 했다.이도현은 이번 일 때문에 공작제국이 당분간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한동안 조용하게 지내면서 선학신침을 찾는데 몰두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이도현이 인심을 좋은 쪽으로 생각했던 것뿐이다. 사실 고무계의 크고 작은 세력은 그의 얘기를 전해 듣고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수많은 강자는 그를 타깃으로 삼고 달려오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이도현이 몸에 지닌 곤륜옥의 비밀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특히 공작상제가 이도현이 귀령문을 소멸했다는 얘기를 퍼뜨린 후에 이 강자들은 자발적으로 한곳에 뭉치기 시작했다.그들은 합심하여 이도현을 제패한 뒤 곤륜옥의 보물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 지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었다.그리하여 퇴마 소조가 탄생했다.그러나 이 일을 모르고 있는 이도현은 빠른 속도로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귀령문에서 옥경산에 있는 고무계 입구로 가려면 반드시 공작제국의 도성을 거쳐야 했다.이 시각 이도현 사건을 겪은 공작제국의 도성은 인심이 흉흉했고, 게다가 곤륜옥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각 세력의 강자들이 모두 도성에 몰려드는 바람에 도성은 하룻밤 사이에 강대한 무사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바로 이도현이 공작제국의 도성에 들러 몇 명의 여자한테 고무계의 희귀한 물건을 선물로 사 가려고 할 때였다.검은 그림자 한 개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이 자식아, 빨리 도망가... 도망...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빨리 가... 이곳을 떠나.”검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이도현이 막 고무계에 도착했을 때 그를 습격하던 여자였다.또한, 이도현에게 공작제국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그 여자이기도 했다.“당신?”
이도현은 여자가 단번에 병사 몇 명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냉랭하게 말했다.“좋은 말로 할 때 당장 그 여자를 풀어줘.”“이도현, 넌 네 앞가림도 못 하게 생겼는데 오지랖 그만 좀 부려. 네 앞길이나 많이 걱정해.”왕후는 거들떠보지 않고 말했다.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자네도 공작제국의 사람인가?”“맞다고 하면 어쩔 건데? 난 공작제국의 주왕이다. 감히 우리 공작제국에서 나대다니 정말로 이 공작제국에 널 혼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이 짐승 같은 놈아, 오늘 똑똑히 가르쳐 주마. 누구든 감히 공작제국의 천위를 건드리는 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선배 여러분, 손쓰시죠.”주왕의 말이 끝나자 사면팔방에서 수십 명이 불쑥 튀어나와 순식간에 이도현을 에워쌌다.거리를 거닐던 사람은 상황이 이상한 것을 보고 진작에 멀리 도망갔다. 지금 거리에 남아있는 사람은 이도현과 그를 죽이러 온 사람들뿐이었다.이 광경을 지켜본 여자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그녀는 이도현이 살려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고무계의 각 종파가 연합하여 이도현을 상대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몰래 그를 찾아가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귀띔해주고 싶었다.그러나 여전히 한발 늦을 줄이야.이도현은 지금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주변에 빼곡히 늘어선 수천 명의 무사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을 느끼며 그녀는 영혼마저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무서운 살기에 눌려 고개를 쳐들지도 못했다.이도현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수천 명의 무사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그러나 이도현은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공작제국. 허허허. 신용을 안 지키다니. 그럴 줄 알았으면 그 노스님의 말을 믿지 않고 단칼에 황제를 죽이는 거였는데.”이 말을 듣자 주왕은 버럭 화를 냈다.“이 녀석, 당장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막말하다니.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다.”“너뿐만 아니라 세속계에 있는 너의 가족 모두가
“능력에 따라 가진다면 곤륜옥의 비밀은 내 것이 되겠군.”소리와 함께 청색 도포를 입은 노자가 손에 불진을 들고 등에 보검을 멘 채 음험하고 흉악한 얼굴로 맨 앞에 걸어 나왔다.“헐... 말도 안 돼. 백손도인이잖아. 헐... 이분은 백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설마...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건가?”소문에 죽은 지 백여 년도 되는 도인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백손도인. 도사지만 바른 면과 사악한 면을 겸비한 존재, 도문의 규율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었다.절대 규칙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며, 한번 마음먹은 일은 극악무도한 일이라도 해내는 사람이었다.반대로 하기 싫은 일은 도가의 조상이 와서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쉽게 말하면 아주 철저한 고집불통이었다.남이 시키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은 또 기필코 하고 마는 성격이었다.다른 사람의 말은 쥐뿔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었다.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의 고집에 내공이 강해서 망정이지, 아니면 그는 집 문을 나서기도 전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백손도인, 자네 드디어 나왔군. 왜? 곤륜옥의 비밀 앞에서 더 이상 겁쟁이 행세를 하고 싶지 않나 봐?”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는데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뚱뚱한 노스님이었다. 그는 온몸에 금빛이 반짝이었고 손에는 석장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석장 위에는 술병이 달려 있었다. 피둥피둥 살진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을 보아하니 술과 고기를 끊지 않은 스님이었다.“주육 스님. 헐... 이 골칫덩이도 나타났어.”“젠장. 또 수많은 고무계 여자가 봉변을 당하겠네.”“듣자 하니 이 주육 스님은 평생 세 가지 취미가 있다고 해. 술, 고기 그리고 막 아이를 낳은 수유 중인 산모.”“이런 쓰레기가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다니. 하나님이 왜 눈감아주고 있는 거야.”구경꾼들 속에서 누군가가 분노하며 말했다.이 스님은 심성이 나
“지난 몇 년 동안 도대체 어디서 지냈던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난 네가 이미 저 도사 양반이랑 혼인을 맺은 줄 알았어. 자옥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자옥 여승을 본 순간, 주육 스님의 눈빛은 온통 다정함과 애틋함으로 가득 찼다. 이 순간 그의 눈에는 여승밖에 안 보이는 것만 같았다.“오라버니, 아직 살아 계셨군요... 이... 몇 년 동안 저는 줄곧 혼자였어요. 이 사람이... 계속 저를 피해 다녔어요...”주육 스님을 바라보는 여승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조금 생겨났다.“백손. 이 영감탱이. 나쁜 자식. 자옥이에게 상처를 주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여승의 말을 듣자 주육 스님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잔뜩 화난 얼굴로 백손도인을 째려보며 물었다.“빤대머리, 이건 나와 자옥의 일이지 당신이 끼어들 일 아니야. 남남인 주제에 무슨 상관이야?”백손도인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자옥아, 이 일을 설명하자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말해 줄게. 하지만 나를 꼭 믿어 줘. 나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어. 절대 너를 버리려고 한 게 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그래요. 오빠. 오빠를 믿을게요.”자옥 여승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말했다.“자옥아. 절대 이 도사 양반의 빈말에 속아 넘어가지 마. 나랑 가자.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주육 스님은 앞으로 나서서 여승의 손을 덥석 잡고는 격동하며 말했다.“빤대머리야. 얼른 자옥이의 손을 놓지 못해? 어디 감히 내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야? 죽고 싶어...”백손도인은 노스님이 여승의 손을 꽉 잡은 것을 보고 대뜸 질투가 나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너를 두려워할 것 같아? 지난번에는 자옥이를 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 반드시 자옥이를 데리고 가야겠어...”주육 스님도 성을 내며 말했다.
수많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다 칼날 방향을 바라보았다.뒤에 있던 사람들은 다 순순히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긴 수염의 노자 한 명이 신풍도골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노자는 정신이 말짱해 보였고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마치 한 자루의 보도 같이 사람에게 무궁한 위력을 가져다주었다.“그분이다...”“정말로 그분이셔.”“그 마 같은 남자가 정말로 이 세상에 아직 있었어.”그 순간 모든 사람의 눈길은 다 이 노자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마치 눈길이 이 노자에게 단단히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형님... 이 늙은이가 누구예요? 왜 다들 이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옆에서 구경하던 한 젊은이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대박... 어떻게 이분을 몰라? 너 설마 멍청이야? 무술을 다스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분을 모를 수 있어?”옆에 있던 남자는 바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그게 아니라... 제가 무술을 늦게 시작한 데다가 2년 전에야 정식으로 파벌에 입문했어요. 이전에는 산 밑에 사는 나무꾼의 아들로 살아서 모르는 것이 많아요.”젊은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오. 그럼 그럴 수도 있지.”“이보게. 알려줄게. 이분이 바로 60여 년 전에 고무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하제일도, 마도라네.”쿵.남자의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삽시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이 시각 거의 모든 사람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고 노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했다.마도라는 사람은 정의롭다면 정의롭고 사악하다면 사악한 존재였다. 그는 마도공법을 사용하기만 하면 바로 입마 상태에 빠져 육친도 몰라보고 마귀든 신이든 만나는 족족 다 죽여버리곤 했다.듣는 말에 의하면 은퇴하기 전 마도는 자기 아들과 칼질 솜씨를 겨루던 중 부주의로 마도공법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입마 했고 그 자리에서 자기 아들을 단번에 두 동강 냈다고 한다.이 일로 마도는 후회막심했고 결국에는 은퇴하여 고무계에서 자취를 감췄
‘일반인이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어?’‘겁먹고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그런 걸 수도 있겠다. 겁에 질리면 바보같이 웃는 사람도 있다던데 이 자식이 지금 딱 그 모습이잖아.’이도현은 사람들이 자기가 강자들 때문에 겁먹고 정신을 잃은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공작제국에서 찾은 조력자들인가?”이도현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흥. 여기에 있는 선배들은 다 퇴마하려고 온 사람들이다. 모두 대의를 행하려고 온 것이야. 우리 공작제국이 아무리 선배들을 모시고 싶다고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되지는 않아. 이 선배들은 모두 능력이 세고 품위가 있으신 분들인데 오늘은 네 이 마귀를 해치우려고 온 것이다.”주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지만 아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없긴 하지. 신용이 없는 제국은 그저 한 무더기의 쓰레기에 불과해. 짐승들도 너희랑 같이 있는 걸 꺼릴 거다.”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말을 마친 뒤 그는 앞에 있는 강자들에게 눈길을 돌려 싸늘하게 말했다.“이왕 먼 걸음 오신 거 다들 죽을 각오 단단히 하시죠.”이도현의 말에 현장은 삽시에 들끓었다.“미친 거 아니야?”“방금 뭐라고 한 거야?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네. 잘난 체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지.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닐 텐데.”거의 모든 사람이 이도현의 거만한 말에 깜짝 놀랐다.여기에 있는 강자 중 어느 한 명이라도 고무계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이 죽을 각오를 하라고 한 것이다.‘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아니나 다를까 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안 그래도 주육 스님 때문에 화가 잔뜩 난 백손도인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디서 주제도 모르는 건방진 짐승 놈이. 주제를 알면 어서 빨리 곤륜옥의 열쇠를 이리 내놓거라. 그럼 황천길은 건너게 해 주지. 아니면 지옥으로 내려보낼 거다.”“그래? 그럼 당신은 지옥 갈 준비가 됐어?”이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짐승 같은 자식.
동굴 속 자미각의 태상 장로 목소리는 아주 폼이 나게 메아리 소리를 냈다. 밖에 있는 사람이 듣기에 그 소리는 마치 신선이 내는 소리와도 같았다.특히 씩씩하고 우렁찬 소리는 더욱 밖에 있는 자미각의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조상님의 출관을 축하드립니다.”“조상님의 출관을 축하드립니다.”수만 명의 사람이 다 같이 외치자 그 소리는 하늘을 찔렀다. 그건 마치 황제가 외출할 때 백성들이 길에서 만세를 외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밖에서 울리는 외침과 함께 선풍도골하고 얼굴색이 불그스름한 노자 한 분이 동굴 안에서 걸어 나왔다. 노자의 걸음걸이가 씩씩하고 늠름한 것을 봐서 딱 봐도 고수였다.“다들 일어나거라. 내가 백 년을 폐관했는데 드디어 내공을 돌파하고 장벽을 깨부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노자는 탄식하면서 말했다.그는 영급경지를 돌파하고 회도경지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건 한 개의 장벽이고 큰 격차였기에, 넘기만 하면 내공이 대폭 올라가고 수명이 늘어날 수 있었다.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백 년 동안 폐관하여 드디어 장벽을 깨부수고 영급경지에서 회도경지로 이르렀다. 그는 성역 안의 사람을 빼고 온 고무계에서 놓고 말하면 절대로 천재 강자였다.“조상님 축하드립니다.”“축하드립니다. 조상님은 신공을 이루고 천하를 놀라게 하였습니다.”“조상님께서 신공을 성공적으로 수련해낸 것을 축하드립니다.”삽시에 아래에 있던 제자들은 하나같이 아부를 떨기 시작하면서 듣기 좋은 말을 전부 꺼냈다.“하하하. 신공을 이루기는 무슨. 지금에야 깨달았어. 도를 닦는데 끝이 없듯이 무도도 똑같다. 너희들이 본 성공도 그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나는 너희들이 착실하게 수련하기를 바란다. 절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 무도의 길에는 끝이 없다.”노자는 아주 엄숙하게 얘기했다.“조상님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한바탕 아첨한 후 자미각 각주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조상님, 조상님의 복
게다가 매번 검사할 때면 밖에서부터 안까지 한 곳도 빠지지 않고 검사했다. 특히 하체 부위를 제일 많이 검사받았다.그 당시 이도현은 경험이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그런 상황에서 그런 대우를 받으니 부담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이도현이 내공이 좋고 끈기가 강해서 그렇지, 만약 다른 남자가 그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절대로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아니요... 아니요. 여섯째 선배는 자질이 타고나시고 천선처럼 아름다우며 천하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미인이세요.”이럴 때면 이도현은 좋은 말을 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헤헤. 나쁜 놈. 겁먹은 것 봐. 얘기 그만하고 얼른 가서 네 볼일이나 봐. 나랑 셋째 선배는 먼저 돌아가 볼게.”양주희는 더는 이도현을 놀리지 않고 말했다.“선배. 그래도 제가 바래다줄게요. 선배들만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이도현이 말했다.“아이고. 이 자식이 선배들을 얕잡아 보는 거야? 예전에 우리도 강호를 걸어 다니면서 혼자 다니는 것에 습관 되었어. 이번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격이지만 이런 비경에서 저놈들을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것도 저놈들이 기습해서 당한 것이다. 네 셋째 선배가 그렇게 쉽게 다칠 사람이라고 생각해?”양주희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이도현의 이마를 짚으며 혼을 냈다.“가봐. 너는 가서 네 볼일이나 봐. 우리는 별일 없을 거야.”인무쌍이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선배...”“토 달지 말고 빨리 가서 네가 해야 할 일이나 해. 그리고 돌아와서 선학신침을 정화해서 내공을 올려. 앞으로 너한테 닥칠 일들은 지금 것보다 더 크고 많을 거다. 자신의 내공을 올려야지 보장이 있어. 우리가 갈 테니 너는 네 볼일이나 봐. 나랑 여섯째가 알아서 돌아갈게.”인무쌍의 말은 반박할 구석이 없었다. 이도현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셋째 선배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그는 반박하기도 어려웠다.그 후 세 사람은 비경에서 나왔다. 인무쌍과 양주희는 태허산으로 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인무쌍과 양주희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이제 이 비경에서 나가자고 인무쌍이 말을 꺼냈다.“선배들. 제가 먼저 두 부을 호송해 드릴게요. 그 후에 자미각에 한 번 다녀와야 해요.”이도현이 말했다.“자미각에 뭐하러 가? 또 무슨 사고를 쳤어?”인무쌍이 뾰로통하게 물었다.그녀는 이도현과 부부지실이 있었기에 진작에 마음속으로 자기를 이도현의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도현이 얘기를 안 해서 인무쌍도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녀는 줄곧 마음속으로 이도현을 자기의 남자로 생각했다.“아니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렸어요. 자미각에서 사람을 시켜 저를 미행하고 제 주변의 모든 사람을 하나도 빠짐없이 꼬치꼬치 조사했어요.”“그놈들이 나쁜 마음을 먹은 게 확실해요. 그놈들이 그런 짓을 했으니 저도 그들을 편하게 지내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물어보고 싶을 뿐이에요.”이도현은 살짝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듣자 인무쌍은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그래. 가 봐. 나랑 여섯째는 알아서 집에 가면 돼. 너 혼자서 조심해.”“내 말을 꼭 명심해.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절대 자기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마.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인무쌍의 말에는 다른 뜻이 담겨있었다.“그러니까. 이놈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한테는 우리 선배들이 있어. 특히 셋째 선배들한테는 무조건 책임져야 해...”“여섯째...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 갖고 농담하지 마. 너도 피할 수 없는 일이야.”인무쌍은 볼이 붉어진 채 양주희의 말을 끊어먹었다.“헤헤. 피할 수 없으면 없는 거죠. 저는 피할 생각 없어요. 후배가 저와 결혼하길 기다리고 있었어요.”양주희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을 직설적으로 내뱉었다.말을 하는 두 여자는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았지만, 이도현은 뻘쭘하기 그지없었다. 이 일에 있어서 그는 말을 꺼내지도, 물어보지도 못했기에 그게 고개를 숙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그가 아는 선배
이도현의 말솜씨가 제법 늘어났다. 지금 말을 아주 이쁘게 잘하며 조금 전의 몇 마디에 양주희는 이미 웃음꽃이 폈다.“헤헤헤. 어린놈이 말도 예쁘게 잘하네. 쑥스럽구먼. 첫 만남인데 내가 따로 좋은 선물을 준비한 것이 없어서 이것을 만남 선물로 너에게 줄게.”“이것을 찾았으니 셋째 선배랑 나도 헛걸음을 친 게 아니지.”양주희는 말을 하면서 손을 이도현의 앞으로 내밀었다.새하얀 손바닥 위에는 붉은색 작은 침이 놓여있었다.“선학신침...”이도현은 깜짝 놀랐다.그가 온갖 고생을 하며 찾던 선학신침이 지금 여섯째 선배의 손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놀랍지? 이 선물 어때? 나 제법이지?”양주희가 웃으며 말했다.“너무 대단해요. 선학신침 양침이 어떻게 선배의 손에 있어요?”이도현이 의혹해 하며 물었다.“나도 우연한 기회에 이 비경 안에 선학신침이 하나 있다고 들었었어. 그리고 자매들한테서 네가 줄곧 선학신침을 찾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게다가 이 선학신침은 우리 사문의 전래물이기에 셋째 선배를 불러서 같이 찾아봤지. 이렇게 찾아낼 줄 생각도 못 했어.”“여섯째 선배. 선배랑 셋째 선배가 이 비경에 온 게 고작 이 선학신침을 찾기 위해서예요?”이도현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셋째 선배랑 여섯째 선배가 하마터면 죽음의 고비를 넘길 뻔한 것이 나를 위해서 선학신침을 찾으러 이곳에 온 것이라니.’“이건 사문의 물건이야. 네가 필요로 하고 또 마침 우리가 위치를 알고 있으니 내가 당연히 너를 위해 찾아줘야지.”“네가 하산을 한 이후로 나머지 선배들이 너를 도왔지 나는 바빠서 너한테 도움을 주지도 못했어. 너한테 뭐라도 해주지 않으면 내가 항상 마음에 걸려.”양주희가 말했다.“선배...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어떤 상황이든 간에 절대 목숨을 내걸지 마세요. 만약 이번에 선배들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저는 평생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할 거예요.”“제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선배 중 그 어떤 분이 다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아요.”이
“악...”“이도현... 날 죽여 줘... 젠장 담이 있으면 날 죽여... 천한 잡종 주제에, 너도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 내 아버지가 널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딱 기다려...”“아...”장선은 비명 속에서 한쪽 눈이 이도현의 은바늘에 찔려 훤히 뚫렸다.“이것이 바로 네가 내 선배를 다치게 한 결과다. 나는 너를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너는 이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 거다.”이도현은 무섭게 말을 하면서 또 은바늘을 한 개 꺼내서 장선의 나머지 한쪽 눈까지 찔렀다.장선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손으로 눈을 만지려고 했지만, 그의 팔은 이미 이도현에게 잘려서 없었다.“내 눈... 아! 내 눈이 안 보여. 이도현! 아... 너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 짐승 같은 놈. 네가 감히 내 눈을 멀게 하다니. 너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해. 지금 나를 죽이는 것이 나을 거다. 아니면 나는 네 삶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을 거다.”“기다려. 딱 기다려. 내 아버지가 나 대신 복수를 할 거다. 그때가 되면 네 선배, 네 여자가 어떤 꼴을 당할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 맹세하는데 나는 내 아버지더러 네 여자, 네 선배를 제일 더러운 곳으로 보내온 천하의 거지들, 추한 놈들한테 놀아나게 할 거다...”“아... 욱욱욱...”장선이 말을 계속하려고 할 때 이도현의 검은 곧바로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 혀를 잘라냈다. 그는 욱욱욱 하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계속 지껄여봐. 쓰레기 같은 말만 하기는. 가 죽어.”이도현은 바로 검을 휘둘러 장선의 머리를 잘라냈다.원래는 이 망나니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려고 했지만 방금 그가 한 말들이 선배들의 귀를 더럽혔기에 이도현은 그를 천천히 괴롭힐 생각이 없어졌다. 그는 깔끔하게 검을 휘둘러 바로 장선의 목숨을 종결했다.하지만 장선이 숨을 멎고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찰나, 성역 현천문의 어느 궁전에서 어떤 노자 한 분이
“하지만 어찌 됐든 저 사람은 나의 노복인데 이렇게 그냥 죽었다는 건 좀 보기 안 좋잖아. 이렇게 하자. 네가 저 사람한테 묘를 하나 세워주고 또 대신 상을 치러주는 거야. 효자의 신분으로 가시는 길을 배웅해주는 거지. 어때?”장선은 이런 방식으로 이도현에게 모욕을 주려고 말하면서 얼굴에 조롱의 미소를 띠었다.하지만 이도현은 말 대신 검으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한 줄기 검기가 나타나면서 장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쫙!검기가 스치면서 장선의 한쪽 팔을 단번에 잘라냈다. 순식간에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악..."비명과 함께 장선은 바닥에 쓰러졌고 아픈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이도현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냉소를 지었다.“네까짓 게 무슨 대수라고. 그리고 현천문이 또 뭐라고. 감히 내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 아무리 천왕 노인이 온다 할지라도 다 죽어야 해.”“악... 이도현 네가 어떻게 감히. 어떻게 감히 이래? 내 아버지는 현천문의 문주야. 내 아버지가 장욱이라고. 내 아버지가 장욱이야. 네가 어떻게 감히 나를 건드려?”장선은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자기가 이미 신분을 밝혔고 강대한 배경을 말했는데도 이도현이 감히 손을 써서 자기의 팔을 잘라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네가 감히 내 팔을 잘라내다니. 내 아버지가 알면 꼭 너를 죽여버릴 거다. 너 이제 끝장났다. 끝장났어. 너뿐만이 아니라 네 주변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거다. 너는 이제 단단히 찍혔어. 악...”장선은 표정이 흉악했다. 거대한 고통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보면서 소리쳤다.이도현은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또 검을 한번 휘둘렀다.푹!따라서 장선의 나머지 한쪽 팔도 뚝 떨어졌다.“악... 이도현... 개자식...”장선은 얼굴이 창백한 채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네 아버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지금은 널 구해줄 수가 없다.”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장선은 멘붕이
같은 시각, 한씨 영감은 조금 전 이도현의 공격에 겁을 잔뜩 먹었다. 지금 이도현이 또다시 공격을 발동하면서 정말 그를 죽일 것처럼 나오자 한씨 영감은 화들짝 놀랐다.특히 이도현의 음양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오고 무서운 위력을 발산하는 것을 보자 그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한 채 소리쳤다.“짐승 같은 자식. 뭐 하려고?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멈춰... 당장 멈추라고...”쿵!이도현의 보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내리쳐졌다.무서운 검기가 한순간에 한씨 영감을 뱅 둘러쌌다.그 순간 모든 소리가 다 사라졌고 모든 것이 뚝 멈췄다.검광이 흩어지면서 한씨 영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바닥에는 그저 핏자국이 자욱했으며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만 물씬했다.“한씨 영감!”젊은 도련님은 깜짝 놀랐고 안색은 극도로 창백해졌다.이도현을 본 그는 마치 귀신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눈빛에는 온통 불가사의로 가득했다.‘한씨 영감이 이놈한테 죽다니. 그것도 검 한방에 찌꺼기로 변하다니. 그럴 수가 없는데.’도련님은 현실을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마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도현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으며 눈길은 그의 몸에 떨어졌다.“너...”“너 무슨 짓을 하려고?”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이도현의 눈길에 두피가 저려나고 발밑이 시렸으며 바짝 긴장했다.이건 도련님이 담이 작아서가 아니라 이도현의 눈길이 너무나도 무서워서였다. 그의 눈길 속에는 살벌한 기운, 죽음의 기운, 피에 굶주린 것만 같은 기운들이 드러나 있었다.이도현의 주목을 받은 그는 마치 저승사자에게 찍힌 것처럼 무서웠다. 그는 죽음을 느낀 것만 같았다.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으며 마음속의 공포심이 극치에 달했다.그 순간 더이상 그의 몸에서 평상시의 오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 보이던 날뛰는 거만함과 안하무인의 도도함도 모두 사라졌다.“이도현... 함부로 나서지 마. 우리 사이에 아무런 원수를 진 적이 없는데 함부로 하지
이도현은 겁을 하나도 먹지 않고 바로 검을 휙 휘둘렀다.꽈당.아주 맑고 쟁쟁한 소리와 함께 장창과 음양검이 한데 마주쳤다. 장창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허공에서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서 손에 든 반쪽짜리 장창을 보면서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떤 보검이길래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내 장창도 보기 드문 귀한 신기인데 어떻게 이걸 끊어낼 수가 있지?”“너... 네 보검은 도대체 무슨 보검이야? 어떻게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이도현을 보며 물었다.“지옥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물어봐. 죽어...”이도현이 소리쳤다.음양검을 한번 휘두르자 오색의 검기가 곳곳이 한씨 영감을 향해 내려졌다.한씨 영감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비록 그는 일 계 노복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누구의 노복인지를 봐야 했다. 황제의 노복이면 아무도 그를 노복이라 부를 수 없었다.그런 신분인 영감이 지금 뜻밖에도 어린놈한테 욕을 먹고 있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으려고 안달이 났구나. 가 죽어라.”한씨 영감은 고함을 지르면서 끊임없이 체내의 원력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폭발했다.그의 장창 두 개가 모두 이도현 때문에 망가졌기에 그는 하는 수없이 맨주먹으로 이도현에게 달려들었다.그는 강대한 혈육의 몸을 이용하여 이도현의 음양검을 막아내려고 했다.하지만 이도현의 음양검이 결코 일반적인 병기가 아니며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씨 영감이 알 리가 없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거라.”영감의 주먹은 이도현의 음양검에 떨어졌다.주먹이 검과 맞닿은 순간, 한씨 영감은 강대한 음양의 힘을 느꼈다. 그 속에는 오행의 힘이 섞여 있었고 주먹을 통해 그의 체내로 흘러들었다.순식간에 그는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체내의 원기가 하마터면 착란할 뻔했다.한씨 영감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그
“무례하다. 뭐 하는 놈이길래 감히 오지랖을 부리는 거냐? 죽으려고...”젊은 도련님은 버럭 화를 내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도현이다!”이도현은 살기가 가득한 말투로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네가 바로 이도현이야?”도련님은 깜짝 놀랐다. 오는 길 내내 그가 제일 많이 들었던 이름이 바로 이도현이었다.“그래. 나다. 감히 내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 두 사람은 오늘 다 죽었어. 당장 가 죽어...”이도현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진하였다.셋째 선배 인무쌍의 팔이 피범벅인 것을 본 순간, 이도현은 분노가 속 안에서 확 터져버렸다. 그는 가슴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선녀처럼 아름다운 미인인 선배를 이토록 심하게 다치게 했으니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이도현은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도 않고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실수로 사람을 막 죽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다.항상 타인이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고 그를 죽이려고 들어서 그렇지 그가 주동적으로 사람을 찾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승님의 가족을 죽인 사람들 빼면 그가 주동적으로 말썽을 피운 적도 없다.하지만 사람들은 한번 또 한 번이고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었다. 지금은 그의 선배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거의 부서질 정도로 괴롭혔다.상대가 누구든 간에 모두 이 일을 위해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도현이 발을 한 발짝 내디디자 그의 살기는 거의 실태 화가 되었다.두 주먹 위에는 십흉의 허영이 나타났고 용과 범의 허영이 두 주먹을 감싸 안았다. 그는 주먹을 쥐고는 곧바로 도련님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개자식. 잡종 놈 주제에 감히 나한테 공격을 날리다니. 죽고 싶은 게야?”“한씨 영감. 이놈을 죽여버려. 난 이놈이 죽는 걸 봐야겠어.”도련님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도련님은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줄곧 그가 남을 때렸었지 남한테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이렇게 세속계의 젊은 놈한테 도발을 받으니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