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법 장로는 갑자기 몸을 돌려 허영으로 변하더니 번개같이 황궁 밖으로 달려갔다.“헐...”자미각 호법 장로의 비열한 행동에 모든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무도 당당한 일류 종파 자미각의 호법 장로가 도망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이 일을 밖에 나가 말해도 믿을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이 순간, 자미각의 거대한 이미지는 공작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쪼그라들었다.이도현도 호법 장로의 속임수에 넘어가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줄곧 무례하고 근본 없는 사람만이 코앞에서 도망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무계의 사람도 그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그 사람은 공작제국에서 청한 구원병인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정말 뜻밖의 광경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도망친 자미각 호법 장로를 쫓아가지 않았다. 그가 이번에 고무계로 온 목적은 공작제국과 도리를 따지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건들지 않는 이상 원수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이 공작제국의 금란전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갑자기 부처의 명호가 온 궁전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아미타불. 시주, 발걸음을 거두어 주시죠. 상제의 허락 없이 당신은 저희 공작제국의 금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네.”풀이 죽어 있던 공작상제는 늙은이의 목소리를 듣고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풀쩍 뛸 뻔했다.마치 날라리들에게 둘러싸여 옷을 벗기던 여자애가 갑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울컥하고 서러운 심정 같았다. 하마터면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 드디어 오셨네요...”공작상제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듣자 하니 서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맞다. 도착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공작제국의 전임 황제 선무상제였다.선무상제는 수년간 황위를 지키다가 자기 아들 즉 지금의 공작상제에게 황위를 물려준 후 스스로 은둔하여 무도를 연구했다.그는 공작사에서 수련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공작제국의 진국종이 아홉 번 울리는 것을 들었는데 이는 제국이 위기에 처했다
이도현은 눈앞의 오능 스님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자상하면서도 천하를 제패하던 패기가 돋보이는 스님의 몸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완전히 상반되는 두 개의 그림자가 말도 안 되게 그의 눈앞에서 융합되었다.“둘째 선... 노스님, 남의 일에 참견하고 싶은 건가? 당신도 죽고 싶어?”이도현은 하마터면 이름을 잘못 부를 뻔했다.“스읍...”공작제국의 모든 사람은 이도현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쥐 죽은 듯이 있었다. 그들은 두피가 저려나고 식겁해서 죽을 것 같았다.‘헐. 이 자식 너무 날뛰는 거 아니야?’‘감히 저런 말투로 태상황제에게 대들다니? 설마 태상황제가 수십 년 전에 이미 고무계의 최강자로 손꼽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모든 사람은 어안이 벙벙한 채 얼어 있었다.그들은 이도현의 오만방자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노스님은 이도현의 건방진 말을 듣고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아미타불. 소승은 비록 시주의 내력을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이토록 내공을 쌓은 거 보면 분명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것 같네.”“자네의 자질은 무도계에서 앞길이 창창할 것인데 왜 살육에 눈이 멀어지려고 하는가?”“자네 정도의 내공이면 손에 피를 많이 묻힐수록 심경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경계를 돌파할 때 심마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거 알지 않는가? 심마는 자네의 악한 기운에 따라 강해질 거야. 그때가 되면 자칫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될 수 있다네.”“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살심을 버리고 도를 닦게.”“시주와 공작제국의 원한에 대해 소승도 요해한 바가 있어. 이 일은 공작제국이 먼저 잘못했다는 거 인정하지.”“하지만 시주도 공작제국의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가? 시주에게도 잘못이 있으니 이번 일은 단순히 공작제국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양쪽 모두 잘못이 있으니 이 일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게 어떤가? 시주, 지금 이곳을 떠나주게.”그 자라에 있던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들은 우리 공작제국을 나약하고 무능한 제국으로 보지 않겠어요? 황궁에 쳐들어와서 왕후까지 죽인 자의 털끝을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았을뿐더러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돌려보내면 공작제국의 체면은 바닥까지 떨어질 거예요.”“공작제국의 위세, 존엄 그리고 체면을 다 버리겠다는 겁니까?”공작상제는 마지막 말을 거의 외치듯이 말했다.그는 아버지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어릴 적부터 우러러보던 아버지의 위대하고 웅장한 형상은 한순간에 철저히 무너졌다.아들이 살해당해서 사람을 보내 복수를 시켰더니, 원수가 찾아와서 그의 병사를 죽이고 형제를 죽였다. 하여 그는 아버지를 불러 제대로 복수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복수는커녕 너의 잘못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고 화가 날 것이다.공작상제 대신 어떤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겁을 먹고 존 것이라 단정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공작제국의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다.노스님은 아들의 추궁에 잠깐 화가 났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랑 따지는 건데? 이게 다 네가 아들을 잘못 가르쳐서 생겨난 사단인데 무슨 면목으로 그런 말을 해? 네가 애초에 아들을 잘 가르쳤다면 오늘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지금이라도 너의 아들을 잘 가르쳐. 그렇지 않으면 우리 조상의 가업은 조만간 네 손에서 망할 거다!”“군자는 정무에 근면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백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나라가 한마음으로 강성해질 수 있다.”“그러나 네 밑에서 자란 자식은 온갖 횡포와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지. 소승은 전부터 너의 구황자가 국내 곳곳에서 제멋대로 굴며 백성을 억압했다고 들었다. 그런 구황자를 네가 훈계한 적이 있기는 해?”“그가 만약 보통 집안의 아이였다면 기껏해야 사람 몇 명을 해치고 그에 따르는 처벌을 받겠지. 그러나 그는 황실 사람이라 사람을 해치면 몇 명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안 돼. 이 짐승 같은 녀석, 그럴 리 절대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마. 난 잘못한 게 없어. 네가 나의 아들을 죽이고 공작제국의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지? 말도 안 돼...”노스님이 말을 하기도 전에 공작상제가 먼저 참지 못하고 말했다.공작상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도현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한 나라의 군주이고 제왕인 그가 어찌 잘못할 수 있는가? 만천하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는 잘못할 리가 없다.왕이자 황제인 그가 어찌 잘못할 수 있는가? 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어.”“오능 스님, 이제 봤나?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아들이야.”“방금 아들에게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고 하더니 당신도 마찬가지네. 아버지 말을 안 듣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자식이 어디 있어? 저렇게 버럭버럭 대들 때는 바로 싸대기를 날렸어야지.”“다 오냐오냐 키워서 생긴 버르장머리야. 황제 네 놈, 똑똑히 들어. 황제는 당신의 직업일 뿐이지 신분이 아니야. 황제가 되니까 정말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본데? 참 어이가 없네.”이도현은 말을 가리지 않고 부자를 한바탕 욕했다.솔직히 말해서 황제를 욕하니까 속이 다 후련했다.비록 싹수없는 행위이지만 형수님을 대신하여 화풀이를 제대로 한 셈이다.정적.온 궁전은 다시 한번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들은 귀신 보듯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도현은 오늘 한번 또 한 번 그들의 황권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 놓았고, 금기를 깨뜨렸다.이도현은 그들이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이도현의 말을 듣고 노스님과 공작상제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문무백관과 수많은 금위군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미타불. 시주, 소승이 이렇게까지 양보했건만 꼭 사람을 궁지로 몰아붙일 생각인가? 시주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막상 싸움이 시작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
“시주, 이번 일은 확실히 우리 공작제국이 잘못했네. 소승이 공작제국을 대신해서 사과할 테니까 이쯤에서 그만 멈추지. 만약 정말로 싸운다면 양쪽 모두 크게 다칠 걸세.”“나더러 멈추라고? 이 쓰레기 황제가 사람을 시켜 일반인에게 손을 섰다니까. 내가 의술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그 친구는 이미 황천길을 걸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고작 멈추라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겠다는 거야?”이도현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이도현도 마음속으로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노스님이 방금 한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이도현은 강대하고 남 두려울 것이 없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다 그처럼 강한 것이 아니었다.그의 선배들은 세속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일지 모르지만, 고무계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노스님만 놓고 보아도 둘째 선배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그리고 다른 선배들에 비하면 노스님이 훨씬 강했다.그의 몇몇 선배도 노스님의 상대가 아닌데 한지음, 조혜영, 오민아와 같은 보통 사람은 더군다나 상대가 안 되고 노문호, 주현진과 같은 일반인은 더욱 말할 것 없었다.만약 공작제국이 정말로 그를 보복한다면 그는 마지막까지 몇 사람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이도현은 지금까지 부질없는 일을 한 것밖에 안 된다.게다가 이도현은 공작제국을 멸망시키겠다는 목적을 갖고 고무계로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 원하고 말고를 떠나서 하나의 제국을 멸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오직 한 나라의 통치자를 소멸한 뒤 그 기반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백성들이 원래의 나라를 잊게 하는 것만이 진정한 멸망이었다.“그럼 시주는 무엇을 원하는지? 바라는 보상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보시오.”노스님은 선황제로서 이럴 때일 수록 자신의 성의를 잘 표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건 당신들이 어떻게 보상해줄 건지에 달렸어. 하지만 난 많은 물건에 관심이 없고 유독 약재에 흥미가 많아. 게다가 내 친구가 하마터면 황천길을 걸을
“아바마마...”공작상제는 똥 밟은 표정으로 선무상제를 노려보았다.그 시각 그는 정말로 이 늙은이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날 도와주기는커녕 내 보물 창고와 약전에 있는 묘약을 다 이놈한테 주라고 하다니. 이럴 거면 부르지도 않았지. 이 많은 사람이 아바마마가 얼마나 겁쟁이인지 보게 하려고 한 게 아닌데.’“얼른 움직이지 못해?”선무상제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 소리에 공작상제는 바로 겁을 먹었다.공작상제는 즉위하기 이전에 선무상제 밑에서 수년 동안 압박을 당했다. 그렇게 생긴 심리적 두려움은 평생 갈지도 모른다.비록 선무상제는 지금 까까머리 스님이지만 그의 방금 한마디에 공작상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무릎까지 꿇었다.이건 모두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두려움 때문에 생긴 조건 반사였다. 모든 것은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네... 아바마마. 가서... 가서 약재를 캐오거라...”공작상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체면을 잃을 대로 다 잃었다.“오늘 내가 한 말들을 잘 기억하게. 이 일은 이렇게 넘어가기로 했으니까 앞으로 그 누구도 이 일을 꺼내지 마. 네 망나니 아들은 죽어도 싼 놈이다.”“앞으로 아들딸을 잘 가르치고 다시는 조상의 얼굴에 먹칠해서는 안 돼. 알겠어?”노스님은 또 자기 아들을 한바탕 훈계했다.“아바마마, 노여움을 푸십시오.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새겨듣겠습니다.”공작상제는 비록 화가 잔뜩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이도현을 죽도록 미워했다.‘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이도현을 산산조각내고 말 거야.’그는 속으로 이렇게 맹세했다.“노스님, 당신의 아들은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은데. 당신이 떠나고 나면 날 무조건 건드릴 것 같은데 그때 가서 나를 탓하지 마.”이도현은 자신을 향한 공작상제의 적의를 느끼고는 고의로 말했다.“아미타불. 시주, 걱정하지 말게.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야.”선무상제가 맹세했다.사실 노스님은 공작제국의 황궁
“그 담약들을 만들어 내기만 하면 선학 부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내공도 올라갈 수 있을 거야.”이도현은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약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극도로 만족했다. 이런 약재들은 살인하는 것보다 훨씬 값졌다.“아미타불. 시주, 약재들은 다 여기에 있어. 어때? 마음에 드나?”노스님이 말했다.“만족해. 만족하다 마다. 너무 만족해. 스님의 성의를 제대로 느꼈어. 아주 좋아. 당신 아들도 참. 당신 절반만큼만 사람 물정을 알았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노스님, 사실 난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 매번 궁지에 몰려서 하는 수 없이 죽인 거지. 분명 다른 해결 방안이 있는데 왜 손을 쓰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싸움으로는 나를 이기지 못하니까 그냥 희생당하는 거지. 참 죄악이야. 죄악.”“노스님, 이 약재들은 잘 받을게. 당신도 도행이 좀 있는 스님 같은데 내 손에 죽은 이들이 제도할 수 있도록 도경 좀 읽어줘. 당신에게 선행을 베풀 기회를 주는 거야. 나를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이만 가볼게.”이도현은 아주 얄미운 말투로 말하고는 손을 휙 저어 그의 앞의 놓인 약재들을 전부 음양탑에 거두어들였다.그러고는 표묘신공을 밟고 사람들의 앞에서 사뿐히 사라졌다.이도현이 떠나자 모든 사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황궁 안에는 오직 공작상제만 화가 나서 벌벌 떨고 있었다.그는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그는 어두운 얼굴색으로 선무상제를 쳐다보며 바닥에서 일어섰다.그는 분노가 가득 찬 눈으로 선무상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왜? 왜? 도대체 왜 그러셨습니까?”“저의 체면이 아바마마 때문에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제국의 체면도 완전히 구겨졌습니다. 저를 도와 적을 해치우는 게 싫으셨다면 오지 말았어야죠. 도대체 왜 오셨습니까?” “일이 커질까 무서우시면 공작사의 다른 선배를 보내면 됐잖습니까. 왜 오셨습니까? 저를 망신시키려고 왔습니까?”“가
공작상제는 분노에 차 자리에서 떠나버렸다! 남겨진 문무백관들은 제자리에서 눈이 휘둥그러진 채 멍하니 공작상제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충격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방금 들은 그 무례한 말이 정말 공작상제가 한 것이라니. 그는 폐하의 아바마마이자 선황제가 아니신가. 아들로서! 제위에 오른 후계자로서 아버지한테 꺼지라고 소리치다니! 세상을 뒤엎으려는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그는 ‘고집불통 한 자는 죽여도 좋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게 자식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말이란 말인가? 얼어붙었다. 그들은 완전히 얼어버렸다! 문무백관들은 머리가 쭈뼛 서고 발끝까지 서늘한 공포가 몰려왔다. 그들의 시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태상황을 향했고 모두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 공포에 질려 있을 뿐이었다. “태상황! 진정하십시오. 방금 폐하께서 하신 말씀은 그저 이도현 때문에 분노가 극에 달해 나온 것이지 결코 태상황을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현연진은 분노로 쓰러질 듯한 태상황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하하! 참으로 못난 자식이구나! 불효자식! 공작제국의 대업은 결국 너 같은 놈의 손에서 망할 것이다!” “이런 짐승 같은 행동을 한다니. 너는 공작상제의 군왕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욕보이고 자기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니! 공작제국이 너 같은 놈에게 맡겨진다면 이 제국은 반드시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내가 어리석었다! 너 같은 놈에게 황위를 물려주다니!” “좋다! 덕이 없는 자는 상제가 될 자격이 없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라!”노스님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고함을 쳤다. 그는 뒤돌아섰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얼굴이 새하얘진 문무백관들을 내려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저 자식에게 전하라. 즉시 퇴위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공작제국의 대제 자리는 덕을 갖춘 자만이 이어받을 수 있다. 아버지를 업신여
동굴 속 자미각의 태상 장로 목소리는 아주 폼이 나게 메아리 소리를 냈다. 밖에 있는 사람이 듣기에 그 소리는 마치 신선이 내는 소리와도 같았다.특히 씩씩하고 우렁찬 소리는 더욱 밖에 있는 자미각의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조상님의 출관을 축하드립니다.”“조상님의 출관을 축하드립니다.”수만 명의 사람이 다 같이 외치자 그 소리는 하늘을 찔렀다. 그건 마치 황제가 외출할 때 백성들이 길에서 만세를 외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밖에서 울리는 외침과 함께 선풍도골하고 얼굴색이 불그스름한 노자 한 분이 동굴 안에서 걸어 나왔다. 노자의 걸음걸이가 씩씩하고 늠름한 것을 봐서 딱 봐도 고수였다.“다들 일어나거라. 내가 백 년을 폐관했는데 드디어 내공을 돌파하고 장벽을 깨부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노자는 탄식하면서 말했다.그는 영급경지를 돌파하고 회도경지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건 한 개의 장벽이고 큰 격차였기에, 넘기만 하면 내공이 대폭 올라가고 수명이 늘어날 수 있었다.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백 년 동안 폐관하여 드디어 장벽을 깨부수고 영급경지에서 회도경지로 이르렀다. 그는 성역 안의 사람을 빼고 온 고무계에서 놓고 말하면 절대로 천재 강자였다.“조상님 축하드립니다.”“축하드립니다. 조상님은 신공을 이루고 천하를 놀라게 하였습니다.”“조상님께서 신공을 성공적으로 수련해낸 것을 축하드립니다.”삽시에 아래에 있던 제자들은 하나같이 아부를 떨기 시작하면서 듣기 좋은 말을 전부 꺼냈다.“하하하. 신공을 이루기는 무슨. 지금에야 깨달았어. 도를 닦는데 끝이 없듯이 무도도 똑같다. 너희들이 본 성공도 그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나는 너희들이 착실하게 수련하기를 바란다. 절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 무도의 길에는 끝이 없다.”노자는 아주 엄숙하게 얘기했다.“조상님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한바탕 아첨한 후 자미각 각주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조상님, 조상님의 복
게다가 매번 검사할 때면 밖에서부터 안까지 한 곳도 빠지지 않고 검사했다. 특히 하체 부위를 제일 많이 검사받았다.그 당시 이도현은 경험이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그런 상황에서 그런 대우를 받으니 부담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이도현이 내공이 좋고 끈기가 강해서 그렇지, 만약 다른 남자가 그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절대로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아니요... 아니요. 여섯째 선배는 자질이 타고나시고 천선처럼 아름다우며 천하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미인이세요.”이럴 때면 이도현은 좋은 말을 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헤헤. 나쁜 놈. 겁먹은 것 봐. 얘기 그만하고 얼른 가서 네 볼일이나 봐. 나랑 셋째 선배는 먼저 돌아가 볼게.”양주희는 더는 이도현을 놀리지 않고 말했다.“선배. 그래도 제가 바래다줄게요. 선배들만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이도현이 말했다.“아이고. 이 자식이 선배들을 얕잡아 보는 거야? 예전에 우리도 강호를 걸어 다니면서 혼자 다니는 것에 습관 되었어. 이번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격이지만 이런 비경에서 저놈들을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것도 저놈들이 기습해서 당한 것이다. 네 셋째 선배가 그렇게 쉽게 다칠 사람이라고 생각해?”양주희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이도현의 이마를 짚으며 혼을 냈다.“가봐. 너는 가서 네 볼일이나 봐. 우리는 별일 없을 거야.”인무쌍이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선배...”“토 달지 말고 빨리 가서 네가 해야 할 일이나 해. 그리고 돌아와서 선학신침을 정화해서 내공을 올려. 앞으로 너한테 닥칠 일들은 지금 것보다 더 크고 많을 거다. 자신의 내공을 올려야지 보장이 있어. 우리가 갈 테니 너는 네 볼일이나 봐. 나랑 여섯째가 알아서 돌아갈게.”인무쌍의 말은 반박할 구석이 없었다. 이도현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셋째 선배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그는 반박하기도 어려웠다.그 후 세 사람은 비경에서 나왔다. 인무쌍과 양주희는 태허산으로 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인무쌍과 양주희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이제 이 비경에서 나가자고 인무쌍이 말을 꺼냈다.“선배들. 제가 먼저 두 부을 호송해 드릴게요. 그 후에 자미각에 한 번 다녀와야 해요.”이도현이 말했다.“자미각에 뭐하러 가? 또 무슨 사고를 쳤어?”인무쌍이 뾰로통하게 물었다.그녀는 이도현과 부부지실이 있었기에 진작에 마음속으로 자기를 이도현의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도현이 얘기를 안 해서 인무쌍도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녀는 줄곧 마음속으로 이도현을 자기의 남자로 생각했다.“아니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렸어요. 자미각에서 사람을 시켜 저를 미행하고 제 주변의 모든 사람을 하나도 빠짐없이 꼬치꼬치 조사했어요.”“그놈들이 나쁜 마음을 먹은 게 확실해요. 그놈들이 그런 짓을 했으니 저도 그들을 편하게 지내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물어보고 싶을 뿐이에요.”이도현은 살짝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듣자 인무쌍은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그래. 가 봐. 나랑 여섯째는 알아서 집에 가면 돼. 너 혼자서 조심해.”“내 말을 꼭 명심해.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절대 자기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마.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인무쌍의 말에는 다른 뜻이 담겨있었다.“그러니까. 이놈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한테는 우리 선배들이 있어. 특히 셋째 선배들한테는 무조건 책임져야 해...”“여섯째...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 갖고 농담하지 마. 너도 피할 수 없는 일이야.”인무쌍은 볼이 붉어진 채 양주희의 말을 끊어먹었다.“헤헤. 피할 수 없으면 없는 거죠. 저는 피할 생각 없어요. 후배가 저와 결혼하길 기다리고 있었어요.”양주희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을 직설적으로 내뱉었다.말을 하는 두 여자는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았지만, 이도현은 뻘쭘하기 그지없었다. 이 일에 있어서 그는 말을 꺼내지도, 물어보지도 못했기에 그게 고개를 숙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그가 아는 선배
이도현의 말솜씨가 제법 늘어났다. 지금 말을 아주 이쁘게 잘하며 조금 전의 몇 마디에 양주희는 이미 웃음꽃이 폈다.“헤헤헤. 어린놈이 말도 예쁘게 잘하네. 쑥스럽구먼. 첫 만남인데 내가 따로 좋은 선물을 준비한 것이 없어서 이것을 만남 선물로 너에게 줄게.”“이것을 찾았으니 셋째 선배랑 나도 헛걸음을 친 게 아니지.”양주희는 말을 하면서 손을 이도현의 앞으로 내밀었다.새하얀 손바닥 위에는 붉은색 작은 침이 놓여있었다.“선학신침...”이도현은 깜짝 놀랐다.그가 온갖 고생을 하며 찾던 선학신침이 지금 여섯째 선배의 손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놀랍지? 이 선물 어때? 나 제법이지?”양주희가 웃으며 말했다.“너무 대단해요. 선학신침 양침이 어떻게 선배의 손에 있어요?”이도현이 의혹해 하며 물었다.“나도 우연한 기회에 이 비경 안에 선학신침이 하나 있다고 들었었어. 그리고 자매들한테서 네가 줄곧 선학신침을 찾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게다가 이 선학신침은 우리 사문의 전래물이기에 셋째 선배를 불러서 같이 찾아봤지. 이렇게 찾아낼 줄 생각도 못 했어.”“여섯째 선배. 선배랑 셋째 선배가 이 비경에 온 게 고작 이 선학신침을 찾기 위해서예요?”이도현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셋째 선배랑 여섯째 선배가 하마터면 죽음의 고비를 넘길 뻔한 것이 나를 위해서 선학신침을 찾으러 이곳에 온 것이라니.’“이건 사문의 물건이야. 네가 필요로 하고 또 마침 우리가 위치를 알고 있으니 내가 당연히 너를 위해 찾아줘야지.”“네가 하산을 한 이후로 나머지 선배들이 너를 도왔지 나는 바빠서 너한테 도움을 주지도 못했어. 너한테 뭐라도 해주지 않으면 내가 항상 마음에 걸려.”양주희가 말했다.“선배...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어떤 상황이든 간에 절대 목숨을 내걸지 마세요. 만약 이번에 선배들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저는 평생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할 거예요.”“제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선배 중 그 어떤 분이 다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아요.”이
“악...”“이도현... 날 죽여 줘... 젠장 담이 있으면 날 죽여... 천한 잡종 주제에, 너도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 내 아버지가 널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딱 기다려...”“아...”장선은 비명 속에서 한쪽 눈이 이도현의 은바늘에 찔려 훤히 뚫렸다.“이것이 바로 네가 내 선배를 다치게 한 결과다. 나는 너를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너는 이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 거다.”이도현은 무섭게 말을 하면서 또 은바늘을 한 개 꺼내서 장선의 나머지 한쪽 눈까지 찔렀다.장선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손으로 눈을 만지려고 했지만, 그의 팔은 이미 이도현에게 잘려서 없었다.“내 눈... 아! 내 눈이 안 보여. 이도현! 아... 너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 짐승 같은 놈. 네가 감히 내 눈을 멀게 하다니. 너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해. 지금 나를 죽이는 것이 나을 거다. 아니면 나는 네 삶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을 거다.”“기다려. 딱 기다려. 내 아버지가 나 대신 복수를 할 거다. 그때가 되면 네 선배, 네 여자가 어떤 꼴을 당할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 맹세하는데 나는 내 아버지더러 네 여자, 네 선배를 제일 더러운 곳으로 보내온 천하의 거지들, 추한 놈들한테 놀아나게 할 거다...”“아... 욱욱욱...”장선이 말을 계속하려고 할 때 이도현의 검은 곧바로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 혀를 잘라냈다. 그는 욱욱욱 하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계속 지껄여봐. 쓰레기 같은 말만 하기는. 가 죽어.”이도현은 바로 검을 휘둘러 장선의 머리를 잘라냈다.원래는 이 망나니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려고 했지만 방금 그가 한 말들이 선배들의 귀를 더럽혔기에 이도현은 그를 천천히 괴롭힐 생각이 없어졌다. 그는 깔끔하게 검을 휘둘러 바로 장선의 목숨을 종결했다.하지만 장선이 숨을 멎고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찰나, 성역 현천문의 어느 궁전에서 어떤 노자 한 분이
“하지만 어찌 됐든 저 사람은 나의 노복인데 이렇게 그냥 죽었다는 건 좀 보기 안 좋잖아. 이렇게 하자. 네가 저 사람한테 묘를 하나 세워주고 또 대신 상을 치러주는 거야. 효자의 신분으로 가시는 길을 배웅해주는 거지. 어때?”장선은 이런 방식으로 이도현에게 모욕을 주려고 말하면서 얼굴에 조롱의 미소를 띠었다.하지만 이도현은 말 대신 검으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한 줄기 검기가 나타나면서 장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쫙!검기가 스치면서 장선의 한쪽 팔을 단번에 잘라냈다. 순식간에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악..."비명과 함께 장선은 바닥에 쓰러졌고 아픈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이도현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냉소를 지었다.“네까짓 게 무슨 대수라고. 그리고 현천문이 또 뭐라고. 감히 내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 아무리 천왕 노인이 온다 할지라도 다 죽어야 해.”“악... 이도현 네가 어떻게 감히. 어떻게 감히 이래? 내 아버지는 현천문의 문주야. 내 아버지가 장욱이라고. 내 아버지가 장욱이야. 네가 어떻게 감히 나를 건드려?”장선은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자기가 이미 신분을 밝혔고 강대한 배경을 말했는데도 이도현이 감히 손을 써서 자기의 팔을 잘라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네가 감히 내 팔을 잘라내다니. 내 아버지가 알면 꼭 너를 죽여버릴 거다. 너 이제 끝장났다. 끝장났어. 너뿐만이 아니라 네 주변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거다. 너는 이제 단단히 찍혔어. 악...”장선은 표정이 흉악했다. 거대한 고통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보면서 소리쳤다.이도현은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또 검을 한번 휘둘렀다.푹!따라서 장선의 나머지 한쪽 팔도 뚝 떨어졌다.“악... 이도현... 개자식...”장선은 얼굴이 창백한 채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네 아버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지금은 널 구해줄 수가 없다.”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장선은 멘붕이
같은 시각, 한씨 영감은 조금 전 이도현의 공격에 겁을 잔뜩 먹었다. 지금 이도현이 또다시 공격을 발동하면서 정말 그를 죽일 것처럼 나오자 한씨 영감은 화들짝 놀랐다.특히 이도현의 음양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오고 무서운 위력을 발산하는 것을 보자 그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한 채 소리쳤다.“짐승 같은 자식. 뭐 하려고?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멈춰... 당장 멈추라고...”쿵!이도현의 보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내리쳐졌다.무서운 검기가 한순간에 한씨 영감을 뱅 둘러쌌다.그 순간 모든 소리가 다 사라졌고 모든 것이 뚝 멈췄다.검광이 흩어지면서 한씨 영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바닥에는 그저 핏자국이 자욱했으며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만 물씬했다.“한씨 영감!”젊은 도련님은 깜짝 놀랐고 안색은 극도로 창백해졌다.이도현을 본 그는 마치 귀신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눈빛에는 온통 불가사의로 가득했다.‘한씨 영감이 이놈한테 죽다니. 그것도 검 한방에 찌꺼기로 변하다니. 그럴 수가 없는데.’도련님은 현실을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마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도현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으며 눈길은 그의 몸에 떨어졌다.“너...”“너 무슨 짓을 하려고?”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이도현의 눈길에 두피가 저려나고 발밑이 시렸으며 바짝 긴장했다.이건 도련님이 담이 작아서가 아니라 이도현의 눈길이 너무나도 무서워서였다. 그의 눈길 속에는 살벌한 기운, 죽음의 기운, 피에 굶주린 것만 같은 기운들이 드러나 있었다.이도현의 주목을 받은 그는 마치 저승사자에게 찍힌 것처럼 무서웠다. 그는 죽음을 느낀 것만 같았다.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으며 마음속의 공포심이 극치에 달했다.그 순간 더이상 그의 몸에서 평상시의 오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 보이던 날뛰는 거만함과 안하무인의 도도함도 모두 사라졌다.“이도현... 함부로 나서지 마. 우리 사이에 아무런 원수를 진 적이 없는데 함부로 하지
이도현은 겁을 하나도 먹지 않고 바로 검을 휙 휘둘렀다.꽈당.아주 맑고 쟁쟁한 소리와 함께 장창과 음양검이 한데 마주쳤다. 장창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허공에서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서 손에 든 반쪽짜리 장창을 보면서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떤 보검이길래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내 장창도 보기 드문 귀한 신기인데 어떻게 이걸 끊어낼 수가 있지?”“너... 네 보검은 도대체 무슨 보검이야? 어떻게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이도현을 보며 물었다.“지옥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물어봐. 죽어...”이도현이 소리쳤다.음양검을 한번 휘두르자 오색의 검기가 곳곳이 한씨 영감을 향해 내려졌다.한씨 영감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비록 그는 일 계 노복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누구의 노복인지를 봐야 했다. 황제의 노복이면 아무도 그를 노복이라 부를 수 없었다.그런 신분인 영감이 지금 뜻밖에도 어린놈한테 욕을 먹고 있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으려고 안달이 났구나. 가 죽어라.”한씨 영감은 고함을 지르면서 끊임없이 체내의 원력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폭발했다.그의 장창 두 개가 모두 이도현 때문에 망가졌기에 그는 하는 수없이 맨주먹으로 이도현에게 달려들었다.그는 강대한 혈육의 몸을 이용하여 이도현의 음양검을 막아내려고 했다.하지만 이도현의 음양검이 결코 일반적인 병기가 아니며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씨 영감이 알 리가 없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거라.”영감의 주먹은 이도현의 음양검에 떨어졌다.주먹이 검과 맞닿은 순간, 한씨 영감은 강대한 음양의 힘을 느꼈다. 그 속에는 오행의 힘이 섞여 있었고 주먹을 통해 그의 체내로 흘러들었다.순식간에 그는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체내의 원기가 하마터면 착란할 뻔했다.한씨 영감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그
“무례하다. 뭐 하는 놈이길래 감히 오지랖을 부리는 거냐? 죽으려고...”젊은 도련님은 버럭 화를 내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도현이다!”이도현은 살기가 가득한 말투로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네가 바로 이도현이야?”도련님은 깜짝 놀랐다. 오는 길 내내 그가 제일 많이 들었던 이름이 바로 이도현이었다.“그래. 나다. 감히 내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 두 사람은 오늘 다 죽었어. 당장 가 죽어...”이도현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진하였다.셋째 선배 인무쌍의 팔이 피범벅인 것을 본 순간, 이도현은 분노가 속 안에서 확 터져버렸다. 그는 가슴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선녀처럼 아름다운 미인인 선배를 이토록 심하게 다치게 했으니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이도현은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도 않고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실수로 사람을 막 죽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다.항상 타인이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고 그를 죽이려고 들어서 그렇지 그가 주동적으로 사람을 찾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승님의 가족을 죽인 사람들 빼면 그가 주동적으로 말썽을 피운 적도 없다.하지만 사람들은 한번 또 한 번이고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었다. 지금은 그의 선배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거의 부서질 정도로 괴롭혔다.상대가 누구든 간에 모두 이 일을 위해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도현이 발을 한 발짝 내디디자 그의 살기는 거의 실태 화가 되었다.두 주먹 위에는 십흉의 허영이 나타났고 용과 범의 허영이 두 주먹을 감싸 안았다. 그는 주먹을 쥐고는 곧바로 도련님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개자식. 잡종 놈 주제에 감히 나한테 공격을 날리다니. 죽고 싶은 게야?”“한씨 영감. 이놈을 죽여버려. 난 이놈이 죽는 걸 봐야겠어.”도련님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도련님은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줄곧 그가 남을 때렸었지 남한테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이렇게 세속계의 젊은 놈한테 도발을 받으니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