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상제는 분노에 차 자리에서 떠나버렸다! 남겨진 문무백관들은 제자리에서 눈이 휘둥그러진 채 멍하니 공작상제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충격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방금 들은 그 무례한 말이 정말 공작상제가 한 것이라니. 그는 폐하의 아바마마이자 선황제가 아니신가. 아들로서! 제위에 오른 후계자로서 아버지한테 꺼지라고 소리치다니! 세상을 뒤엎으려는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그는 ‘고집불통 한 자는 죽여도 좋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게 자식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말이란 말인가? 얼어붙었다. 그들은 완전히 얼어버렸다! 문무백관들은 머리가 쭈뼛 서고 발끝까지 서늘한 공포가 몰려왔다. 그들의 시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태상황을 향했고 모두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 공포에 질려 있을 뿐이었다. “태상황! 진정하십시오. 방금 폐하께서 하신 말씀은 그저 이도현 때문에 분노가 극에 달해 나온 것이지 결코 태상황을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현연진은 분노로 쓰러질 듯한 태상황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하하! 참으로 못난 자식이구나! 불효자식! 공작제국의 대업은 결국 너 같은 놈의 손에서 망할 것이다!” “이런 짐승 같은 행동을 한다니. 너는 공작상제의 군왕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욕보이고 자기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니! 공작제국이 너 같은 놈에게 맡겨진다면 이 제국은 반드시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내가 어리석었다! 너 같은 놈에게 황위를 물려주다니!” “좋다! 덕이 없는 자는 상제가 될 자격이 없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라!”노스님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고함을 쳤다. 그는 뒤돌아섰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얼굴이 새하얘진 문무백관들을 내려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저 자식에게 전하라. 즉시 퇴위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공작제국의 대제 자리는 덕을 갖춘 자만이 이어받을 수 있다. 아버지를 업신여
그가 모를 리 없었다. 대제를 폐위시키는 것이 공작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하지만 이 망나니 같은 자식이 그를 너무 화나게 했다. 그러나 많은 신하의 설득에 의해 노스님은 마음속 깊은 분노를 억제하며 아까처럼 격분하지 않았다. 마음속의 불길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만하겠다! 모두 일어나라! 그놈에게 전해라. 잘 판단하라고! 제국을 멸망의 길로 이끌고 싶지 않다면 그 젊은이를 건드리지 말라고!” “만약 그가 자기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내가 직접 그를 대제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흠! 짐승 같으니. 이 불효자식! 나는 그와 같은 자식을 두지 않았다! 짐승보다 못한 놈!” 노스님은 분노를 토하며 돌아서서 황궁을 떠났다.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궁 안의 모든 문무백관은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공작제국에서 일어난 사건은 마치 바람처럼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많은 대종파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들었다. “세속 세계에서 온 자가 공작제국 황궁에 쳐들어가 수만 대군을 처치하고 공작제국의 무왕과 전왕을 죽였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확실한 소식인가?” “공작상제가 진국종을 울렸고 공작사의 스님이 내려왔단 말인가?” “뭐라고! 선무상제가 직접 하산하여 그 사람에게 사과했다는 말인가?” “자미각의 호법 장로가 전장에서 도망쳤고 귀령문 태상 장로가 죽임을 당했다고?” “공작상제와 그의 부황 선무상제가 결렬했다고?” “세속 세계에서 온 그자의 이름이 이도현인가? 그가...” 이 일련의 소식은 마치 바람처럼 고무계의 곳곳에 퍼져 나갔다. 고무계는 매우 광범위했지만 이 소식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고무계의 여러 세력은 모두 공작제국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공작제국 내부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마치 국가들 간의 첩보전처럼 각국의 간첩들이 항상 몇 명씩 잠입해 있는 것이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고무계의 크고 작은 세력,
한순간! 고무계의 크고 작은 문파들은 일제히 소란에 빠졌다. 모두가 떠올린 것은 바로 곤륜옥의 비밀과 그것을 여는 열쇠였다. 철저히 조사한 결과 이도현은 겨우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청년이었다. 서른이 채 되지 않은 그가 홀로 공작제국에 쳐들어가 강력한 원력을 다루는 두 명의 강자를 죽이고 귀령문의 장로마저 처치했다는 사실은 곧 고무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것은 확실히 두려움을 느낄 만한 실력이었다. 그들은 생각할수록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눈앞에 곤륜옥의 비밀이 드러나는 듯.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전설적인 비밀이 자신들 손안에 들어올 것만 같았다. “하하하! 하늘이 우리를 돕는구나! 곤륜옥의 비밀이 드디어 다시 나타나다니! 태허산의 후계자! 이 어린 나이에 이런 경지에 도달하다니 이건 곤륜옥의 비밀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지!” “저 녀석의 비밀만 손에 얻는다면! 우리 종파는 무림의 절대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하하! 천운이로다!” 고무계 각지 크고 작은 세력의 고위층 장로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하나같이 곤륜옥의의 비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이도현에게서 그 비밀을 빼앗아 올 지었다. 그들은 저마다 확신에 차 있었다. 이도현이 어린 나이에 지금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은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수백 년 동안 도를 닦고 갈고닦아 겨우 지금의 성과를 이룬 괴물들이었다. 그러나 갓 서른도 안 된 이도현이 감히 이런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작은 소문 하나로 고무계의 모든 세력과 그 고위층 장로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도가 높은 듯한 모습에 신선한 풍모를 자랑하던 그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의 표정은 모두 탐욕에 물들어 있었다. 눈은 빛났고 그 눈빛에는 곤륜옥의 강력한 힘이 자신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에 대
이도현의 현재 수련 경지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유령산 깊숙이 들어가며 점점 더 많은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축물의 대문은 거대한 해골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양쪽에서 녹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지옥의 귀성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귀령문 놈들아! 나와서 죽음을 받아라! 빚을 받으러 왔다!” 이도현은 해골문 앞에 서서 냉정한 목소리로 외치며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십흉공법의 강력한 기운이 터져 나갔다. 그의 주먹에서 푸른 드래건 형상이 솟아오르며 유령문의 대문을 강타했다. “쾅!” 굉음과 함께 귀령문의 해골 대문은 산산조각이 나며 가루로 부서졌다. “누구냐! 감히 귀령문에서 난동을 부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대문이 산산조각 나자 귀령문의 제자 수십 명이 분노한 표정으로 뛰쳐 나왔다. 그들은 칼을 뽑아 이도현을 향해 위협적인 눈빛을 보냈다. “물러가라! 네 놈들의 장로를 데려오라!” 이도현은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그가 방출한 압도적인 기세에 귀령문의 제자들은 버티지 못하고 그래도 무릎을 꿇었다. “넌 대체 누구냐?” “여기가 귀령문인 줄 알고도 이러는 거냐?” 귀령문 제자들은 이도현의 강력한 기세에 눌려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떨며 말했다. 그들은 뼈까지 쑤셔 들어오는 고통을 느끼며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밖에서 발생한 큰 소란으로 내부에서는 혼란스러운 움직임이 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귀령문 제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자식, 넌 누구냐? 죽으려고 환장했느냐?” 그중 한 노인이 화가 난 표정으로 이도현을 노려보며 커다란 소매를 휘둘렀다. 강력한 힘이 눌려 있던 제자들 위로 퍼지자 그들은 곧바로 압박에서 풀려났다. 압박에서 풀려난 제자들은 황급히 장로의 뒤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이도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귀령문의 장로들을 한 번 훑어본 후 냉담하게 말했다. “이도현이다.” “뭐? 이도현
귀령문 강자들이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들의 기운이 거세게 뿜어져 나오며 한순간에 이도현을 감쌌다. 이도현은 차분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도 무시무시한 기세가 치솟았다. 다섯 번째 학신침을 완전히 정화하며 얻은 힘이 이제야 그의 손끝에서 깨어났다. 지금 이 순간 이건 전투이자 한차례 시험이다. 그는 자신이 어디까지 강해졌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마침 귀령문의 문주와 장로들은 완벽한 시험 대상이었다. 강력한 기운이 폭발하고 붉은 혈광이 이도현의 몸을 감싸며 퍼져나갔다. 그 광채 속에는 어렴풋이 한 마리 붉은 이무기가 꿈틀거리는 환영이 나타났다. 이 순간 귀령문 주변 전체가 어마어마한 기운으로 뒤덮였고 마치 재앙이 강림한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귀령문의 제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마치 심장을 관통당한 것처럼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 순간 귀령문의 문주가 급히 외쳤다. “모두 공격하라! 놈을 폐인으로 만들어라!” “이 괴물을 살려둘 수 없다! 먼저 놈의 사지를 잘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라!” “놈의 목숨은 살려두거라. 곤륜옥의 비밀은 반드시 우리가 가져야 한다. 당장 덤벼라!” 외침이 끝나고 귀령문 문주는 먼저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몸을 휘감은 검은 안개는 마치 지옥의 망령들이 몰려드는 듯 섬뜩한 기운을 풍겼다. 뒤이어 다섯 장로가 그를 따랐다. 그들 모두 같은 공법을 사용하며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 음험하고 기괴한 기운이었다. 순식간에 이도현은 여섯 사람에게 둘러싸였고 방출된 검은 안개는 그를 마치 수천의 악령이 사지를 찢으려 하는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듯했다. “사악한 놈들! 네놈들 모두 죽어 마땅하다.” “죽어라!”이도현의 목소리가 울린 순간 그의 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귀령문 장문의 목을 움켜쥐고 나타났다. “문주님, 피하세요!” 장로 중 한 명이 경악하며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귀령문 장문은 차가운 눈빛에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하찮은 놈이!
귀령문의 문주는 성급의 강체를 지녔다. 웬만한 칼이나 검으로는 상처 하나 낼 수 없던 그의 육체가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꿰뚫렸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 눈앞에 닥쳐온 순간에도 왜 자신이 이렇게 쉽게 쓰러졌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문주 님!” 귀령문의 제자들과 장로들이 경악의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은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소름 끼치게 끔찍했다. 성급의 강자가 단 한 번의 주먹에 목숨을 잃었다. 한 방에! 그의 몸은 몸부림도 치지 못한 채 그대로 죽어버렸다! 최소한 몇 번이라도 발버둥을 치고 죽음을 맞이하면 사람들은 납득할 수 있을 텐데 발버둥 한번 없이 고요히 죽어버리니 그들이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문주 님이 일부러 봐준 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귀령문의 장로들은 땅에 쓰러져 가만히 있는 문주를 바라보며 그제야 깨달았다. 이도현이 왜 공작제국을 쳐들어갈 수 있었고 선무대제와 공작제국을 머리 숙이게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게 바로 실력이었다! 그들도 성급 강자 하나를 주먹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면 당연히 공작제국에 쳐들어갔을 것이다. “이 자식 도대체 뭐야? 왜 이렇게 강한 거냐?” “우리는 대체 어떤 괴물을 건드린 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귀령문의 제자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극한의 공포가 밀려왔다. 그들의 문주마저 죽였는데 그들을 살려줄 리 없었다. 그 순간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그들의 마음을 지배했다. 이도현을 둘러싼 몇 명의 귀령문 장로들은 얼굴에 음산함을 띠며 이도현을 노려봤다. 그들의 눈에는 피로 가득 차 있었다. “다 함께 들어간다! 기회를 주지 마!” “이상한 놈이야. 아마도 힘을 강화하는 비법을 쓴 거같아. 우리는 그를 지치게 해야 한다!” 한 장로가 분석했다. 그 말에 다른 장로들이 동의하며 답했다. “맞는 말이야.
“이놈아! 죽어라!” 수많은 세월을 함께한 동료가 순식간에 불태워져 재가 되어버린 모습을 지켜본 나머지 귀령문 장로 네 명은 모두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에게 돌진했다. 그들은 반드시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결심한 채 네 방향에서 그를 향해 강렬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모든 무공과 무기는 이도현의 주요 부위를 향해 거침없이 날아갔다. 이도현은 마치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처럼 공중에 가만히 서 있었다. 강렬한 공격들이 그의 몸을 덮쳐 오는데도 그는 일체 움직임이 없었고 네 명의 장로들의 공격을 그대로 맞으려는 듯 보였다. 그들은 이도현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기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죽어! 이젠 끝이다!” “감히 귀령문을 건드리다니. 나는 네 영혼을 제련해 영원히 구속해 두겠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들은 거의 이도현의 죽음을 확신하며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이제 그들에겐 이도현이 가루처럼 부서지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도현의 차가운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너희들이 감히?” 이도현이 입을 여는 동시에 그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다시 그의 모습이 보였을 때 그는 이미 한 장로의 뒤에 서 있었다. “죽어라!” 이도현이 단호하게 한 번 휘드르자 음양검에서 나온 검기가 그 장로의 목을 스치며 지나갔다. 바로 다음 순간 그 장로의 머리가 공중으로 솟구쳤고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혈액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그 피는 귀령문 제자들의 몸과 얼굴, 머리 위에 떨어지며 끔찍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한 명의 성급 정상 강자가 단 한 번의 칼로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 장로는 죽는 순간까지 몸을 돌려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왕 형님! 아!” “네 이놈! 죽여 버릴 거야.” “내가 너를 산 채로 찢어 놓을 것이다!” 남은 세 명의 장로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수많은 시간 동안 함께 싸우고 말다툼하며 같이 수련했는데! 그런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은 빠르게 세 방향으로 도망쳤다. “도망쳤나?” 귀령문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완전히 멍해졌다. 그들이 평소에 그토록 신뢰하고 위엄 있는 존재로 여겼던 장로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도현에게 살아있는 채로 찢어 놓겠다며 소리쳤던 그들이 불과 한순간에 바로 도망쳐버리다니. 이게 뭐지? 도망친다고? 그럼 우리는 어쩌라고! 도망치려면 우리에게라도 미리 말해줘야지! 준비라도 할 수 있잖아! 이렇게 다 도망쳐 버리면 이제 우리는 어떡하라고! 이도현은 세 사람의 급작스러운 도주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고무계의 대부들은 자주 그런 식으로 도망쳤고 죽는 걸 두려워했다. 그 또한 이젠 익숙한 일이었다. 자미각의 대부도 그랬고 공작제국의 노스님도 그랬고 귀령문의 장로들이 도망쳤다 해도 그건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도망치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귀령문 사람들만큼은 절대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귀령문의 전인이 조혜영을 해친 순간 그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남자로서 자기 여자조차 보호하지 못하면 그게 남자라고 할 수 없지! 그런 남자는 차라리 궁으로 들어가 궁녀나 하는 게 낫지. 쓸데없이 그걸 가지고 뭐할 거냐! 이도현은 그들이 도망치는 방향을 보며 한마디 했다. “인제야 도망가려고? 너무 늦지 않았나?” 말이 끝나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이도현은 한 장로의 뒤를 쫓았다. 거의 눈을 깜빡일 사이에 이도현은 이미 그 장로의 뒤에 나타났다. 이도현을 말없이 그의 뒤통수를 발로 차버렸다. 도망가던 장로는 이도현이 그를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갑자기 등에서 얼어붙는 기운을 느낀 장로는 아직 뒤돌아보지 못했다. 그때 참혹한 고통이 등 뒤로부터 밀려왔다! “펑!” 한마디 비명도 지를 새 없이 그 장로의 몸은 이도현의 발차기로 산산조각이 나며 하늘로 흩어졌다. 피와 살덩어리가 난잡하게
“대진제국? 그렇게 대단한가?”이도현이 싸늘하게 웃었다.“정말 대단하다고 해도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다. 하지만 나를 건드린다면 그게 사황자든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죽여버릴 것이다.”“이도현! 너... 너 정말 간덩이가 부어버렸구나! 감히... 감히 어떻게 사황자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너... 너는 죽은 목숨이다. 이건 대역죄야!”자미각의 각주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하하하. 정말 충성스러운 개구나. 본인이 죽을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위해 변호하려 하다니! 정말 충직한 개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도 실력이 있어야지. 너 같은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개조차 될 수 없다. 죽어라!”말을 마친 이도현이 들고 있던 보검을 빠르게 휘둘렀다.자미각 각주는 비명 속에서 음양검에 의해 목이 잘렸다.머리는 땅바닥을 구르며 자미각 제자들의 발 앞에 멈춰 섰다.이도현은 쳐다보지도 않고 겁에 질린 자미각 사람들을 쓱 훑어볼 뿐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다.“오늘은 너희들을 죽이지 않겠다. 하지만 기억해라! 다시는 나를 건드리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너희 모두를 저승으로 보내 염라대왕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아까 말한 사황자에게 전해라! 주제를 알고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만약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역시 죽일 것이다. 똑똑히 기억하고 전해라. 그 사람을 죽이는 건 개를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대진제국이든 뭐든 내 눈ㄴ에는 아무것도 아니니 알아서 잘 판단해.”말을 마친 이도현은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미각이 있는 산 밖으로 향했다.산 어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이도현은 갑자기 멈춰서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흥! 구경 다 했으면 꺼져라! 너희도 마찬가지야. 나를 먼저 건드리지 마. 아니면 오늘 자미각의 최후가 너희의 최후가 될 것이니. 꺼져라!”이도현이 칼을 휘두르자 거대한 검기가 발사되었다.쾅!멀리 떨어진 산 하나가 폭발하
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신공을 연마하고 경지를 뚫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자미각이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했다.그 후에는 고무계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떨치며 고무계에서 손꼽히는 대종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회도경지의 강자가 지키는 종파라면 강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태상 장로가 죽었다.모두의 기대를 받던 자미각의 수호자, 태상 장로가 한순간에 비참하게 죽었다.이도현의 한 검에 의해 반으로 잘린 태상 장로는 시신조차 온전한 형태를 남기지 못했다.수련을 끝내고 나온 태상 장로는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제일 휘황찬란한 시기를 만끽해야 했지만 오히려 출관이 불행이 되어버렸다.하필 자미각의 불효 자손들이 이도현을 건드렸고 또 마침 태상 장로가 출관한 날 이도현이 자미각을 찾아와 사전 예고도 없이 싸움을 시작했다.태상 장로는 자신의 절기를 펼치지도 못하고 백여 년간 폐관 수련하며 얻은 깨달음을 시전할 틈도 없이 이도현에게 패배하여 죽음을 맞이했다.그의 출관부터 죽음까지는 불과 두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는 밥 한 끼 먹을 시간 만에 죽어버린 것이다.그렇게 생각해 보면 태상 장로는 정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셈이었다.자미각의 자손들이 벌인 일을 그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태상 장로는 폐관 수련을 하느라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도 없었고 다른 사람의 신경을 건드릴 틈도 없었다. 그저 자미각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솔직히 말하면 죽은 태상 장로는 저승에 가서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오늘 폐관을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동부에서의 수련이 지루하긴 했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조상님...”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에서 벗어난 자미각의 다른 장로들과 제자들이 두 조각 난 태상 장로의 시신을 보며 비통하게 외쳤다.“조상님...”자미각의 각주는 그만 겁에 질려 그대로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사시나무 떨리는 몸을 떨고 있는 각주는 이미
족히 수십 미터의 길이로 형성된 보라색 검기는 하늘에서 거대한 작두가 떨어지는 것처럼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그때 이도현의 몸 안에는 이미 음양탑의 힘이 가득 차 있었고 음양탑이 힘은 그의 원력과 함께 음양검에 계속해서 주입되었다.강력한 힘이 음양검에서 폭발하였다.음양검 위로 검붉은 빛이 교차하며 이도현이 있는 곳을 비추었다.강렬한 빨간색 빛은 불꽃처럼 뜨겁고 검은색 빛은 마치 지옥에 있는 얼음처럼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빛났다.음양이 교차하면서 또 다른 검기가 형성되었고 순식간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미검의 검기와 충돌했다.두 강대한 검기가 충돌하며 쾅 하는 폭음을 냈다.천지를 뒤흔들만한 힘이 공중에서 폭발하였고 그 순간 날아오른 검기는 자미각의 천년 된 고궁인 자미대전을 반으로 쪼개고 대전의 절반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렸다.하늘에 떠 있던 태상 장로는 강력한 검기의 충격을 받아 수백 미터를 날아갔다가 겨우 멈췄다.그의 수중에 있던 자미보검은 기존의 빛을 잃었고 보라색의 검신에는 이미 균열이 가득했다.‘이렇게 강력한 보검이 파괴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럴 리가 없어!’태상 장로는 자미검에서 계속해서 번지는 균열을 바라보며 동공을 좁힌 채 몸을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이럴 리가 없어! 자미검은 고전 무기란 말이야! 무적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검을 부숴! 이럴 수는 없다고! 너... 너 그 검은 대체 무슨 검이야. 왜 이렇게 강력한 거냐! 어떻게 구했느냐?”태상 장로는 공포에 떨며 이도현이 손에 쥔 음양검을 보고 경악의 눈빛을 보냈다.“죽어서 저승에 가 저승 사자에게 물어봐. 베어라!”이도현이 외치며 수중에 든 음양검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강력한 검기가 순식간에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며 대지를 갈라놓을 듯한 위압감을 품은 채 태상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강력한 검기는 대지조차 떨게 했다.태상 장로는 반격을 시도했지만 도망칠 수조차 없음을 깨달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오색의 검기가 그의 앞에 도달했고 저
“이 검은 자미검이다! 자미상제가 승천할 때 인간 세계에 남긴 보검이라고 알려졌지! 자미각 비경에서 찾은 후 피로 길러왔다. 오늘 천재 소년의 피로 한번 제련해 보자! 이 자미검은 강자의 피를 즐겨 마시고 특히 천재의 피를 더 좋아할 것이라 믿는다!”태상 장로는 말하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손에 쥔 보라색 보검을 조심스럽게 보며 만졌다.그의 움직임은 매우 부드럽고 온화했는데 검이 아닌 마치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했다.그의 손길에 따라 보라색 보검에서 보라색 빛이 계속해서 반짝이며 마치 태상 장로의 손길에 반응하는 듯했다.이도현은 이 장면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확실히 보검이야. 음양 부채처럼 영혼이라도 깃든 것 같네.’이도현의 시선 속에서 태상 장로의 자미검은 끊임없이 강력한 힘을 모으고 있었고 보라색의 빛은 눈부시게 빛나며 마치 살아나는 듯했다.“소년이여. 기회를 줬는데 저절로 차버렸으니 이제 내 탓은 아니다. 자미검 아래 죽는 것도 네 운명이겠지.”태상 장로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럽고 차분했다.이전의 두려움이나 충격은 사라지고 자미검이 그의 손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듯한 자신감이 느껴졌다.태상 장로는 여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어쩌면 보검이 그에게 자신감을 부여해 준 듯했다.예전에 누군가가 일부 병기는 주인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주인의 경지가 부족하면 신병 무기를 다룰 수 없다고 했다.강제로 신병 무기를 소유하면 사람이 신병 무기를 다루는 것이 아닌 신병 무기가 사람을 다루는 상황이 될 것이었다.보물은 덕이 있는 자가 다스린다는 말이 괜히 생긴 건 아니었다.이도현이 보기에는 태상 장로가 신병 무기에 잡아먹힌 사람 같았다.보검의 의지는 이미 태상 장로의 의지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태상 장로를 마주하며 이도현도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회도 경지의 고수에 보검이라는 무기까지 있기에 그의 도행으로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내면의 음양탑을 불러내어 그 힘을 빌려 대응
“흥미롭군...”이도현은 말하면서 눈빛이 싸악 차가워졌다. 그러고는 수중의 음양부채를 다시 음양검으로 바꾸고 회오리바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쿵.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검기는 오색 빛을 띠며 회오리바람을 단번에 잘라버렸다.오색 검기는 회오리바람 속의 검기와 부딪히며 수천수만 명의 고수가 싸우는 듯한 소리를 냈다.두 개의 서로 다른 검기는 충돌하면서 사방으로 튕겨 순식간에 주변의 집과 초목을 잿더미로 만들었다.자미각 대전의 지붕도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기왓장들은 모두 망가져 모래흙이 되었다.강대한 힘으로 인해 태상 장로와 이도현은 모두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그들이 싸웠던 곳은 폭발 현장처럼 거대하고 깊은 구덩이가 생겼고 주변에는 엄지손가락 굵기의 균열이 사방으로 퍼지기까지 했다.이도현은 마침내 태상 장로의 공포스러운 실력을 느꼈다.방금 자미각의 사람들은 태상 장로가 회도 경지의 고수라고 했다.이도현은 비록 회도 경기가 어떤 경지인지 모르지만, 방금의 싸움을 놓고 보면 태상 장로는 자미각 각주와 같은 강자 수십 명을 거뜬히 죽일 수 있는 실력이었다.“젊은 친구, 아직 늦지 않았네. 지금 멈춘다면 노부는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자네를 안전하게 내보내지. 그리고 자미각이 앞으로 절대 너와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네. 어때?”태상 장로는 보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확신해?”이도현이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실력 있다는 거 인정해. 당신은 내가 여태까지 본 고수들보다 강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난 떠날 수 있어. 하지만 전에 말했던 것처럼 내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는 일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다 죽어야 떠날 거야.”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태상 장로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말했다.태상 장로가 놀라울 정도로 강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도현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누구나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들이 있다. 이도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너무 경이로운 장면이라 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자미각의 각주, 고무계에서 손꼽히는 대종파의 두목이 죽이 되도록 처맞은 것은 받아들이기 힘은 일이었다.설사 자기 눈으로 직접 봤다고 해도 믿기 힘들었다.한 노자는 눈을 한참 비비더니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집니까? 이놈 대체 무슨 괴물이길래... 어떻게 윗세대의 강자인 자미각 태상 장로를 상대하죠? 말이 안 됩니다.”“이도현, 이 자가 바로 이도현입니다. 이전에 공작제국에서 10대 강자를 전부 죽였고 공작사의 강자는 겁에 질려 사찰의 보물인 칠색동백꽃을 내주었다고 들었습니다. 믿지 않았는데 지금 보아하니 모두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저 부채 방금 보셨습니까? 이도현이 들고 있는 저 부채 수상하면서 강대합니다. 저는 저런 무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이 몇 사람은 숨어서 이도현의 손에 들고 있는 음양부채를 지켜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서른 살도 안 되는 청년이 자미각의 태상 장로를 물리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는 이도현이 부채 하나로 회도경지에 이른 강자의 무기를 망가뜨렸으니 말이다.“다들 이놈이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봅니다. 곤륜옥의 비밀을 얻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겠어요? 그리고 지금 들고 있는 이 부채와 방금 사용했던 보검도 본 적이 없는 무기들입니다.”“답은 하나입니다. 바로 태허산에서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고 강력한 힘과 보물을 얻은 것입니다. 이 두 무기가 바로 곤륜옥의 힘입니다.”“맞습니다. 이도현의 보검과 부채는 모두 우리의 인식을 초월한 신병 무기입니다. 이 무기들을 얻는다면 우리도 실력이 지금보다 몇 배 더 강해질 것입니다.”이 말을 듣자 사람들의 눈빛에 탐욕이 스쳤다. 그들은 뜨거운 눈빛으로 이도현의 음양검과 음양부채를 바라보며 그의 무기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싶어 했다.‘한 사람의 실력을 향상해줄 수 있는 신병 무기, 누가 안 갖고 싶겠어?’‘만약
“너...”태상 장로는 괴물 보듯 놀란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도현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 몰랐다. 한 번 맞붙은 데로부터 이도현이 그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러나 그는 방금 그 강력한 음양의 힘이 이도현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온 것인지 아니면 손에 들고 있던 무기에서 나온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그는 이도현의 음양검을 한참 동안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방금 그를 물리친 음양의 힘이 이도현의 무기에서 솟아난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러자 그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태상 장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도현이 자신보다 강할까 봐 두려웠다. 그는 이도현 본인이 그렇게 강한 것이 아니라 병기 때문에 그런 공격을 날릴 수 있기를 바랐다.만약 그것이 이도현 본인의 실력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서른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이가 수많은 세월을 수련한 그보다 강하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었다.“자네... 자네 이 부채는 도대체 무슨 병기지? 등급이 어떻게 되길래...”태상 장로는 어설픈 목소리로 물었다.비록 이도현 본인의 실력이 아닌 것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부채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부채는 무서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특히 음과 양 두 가지 상극되는 힘이 하나의 부채에 기묘하게 융합되었으니 말이다.부채에서 나오는 음양의 힘은 상대방에게 막을 시간,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좋은 병기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냥 평범한 부채일 따름이야. 그런데 태상 장로도 생각했던 만큼 강한 것이 아니네. 도도한 척 오지게 해서 아주 강한 줄 알았는데 당신도 변변치 않네.”이도현의 말에 태상 장로는 화가 나서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는 강대한 태허산이 두려워서 손을 쓰지 않았던 것뿐인데 이도현의 눈에는 도도하고 잘난 척하는 것이 되어버렸다.“너...”태상 장로는 화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건방진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 그들도 일 계 고수지만 이렇게 강력한 살의를 느껴본 적이 없다.방금 한순간 그들은 고전 저승사자의 살의를 느낀 것 같았다. 발밑에서 몸서리치는 냉기가 올라왔고 죽음의 기운이 서서히 다가오는 듯했다.장로들이 발길을 멈추었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빛을 반짝이는 푸른색 은바늘을 날려 보냈다.은바늘의 속도는 맨눈으로 보아내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푸른 빛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허겁지겁 병기를 꺼내 막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푸른 빛을 띤 은바늘은 놀랍게도 그들의 무기를 단번에 뚫어버렸다.장로들은 미간이 따끔거렸고 곧 머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뒤이어 우르릉 소리와 함께 장로들의 머리는 피안개로 변했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가 반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머리 없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깊은 두려움에 빠졌다.화가 단단히 난 태상 장로는 몸을 부르르 떨며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도현, 자네 정말 죽고 싶은 건가.”“날뛰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노부는 여태까지 살면서 자네처럼 무례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오늘 태허산의 고수가 온다고 해도 노부는 자네를 죽이고 말겠어.”“죽어라...”태상 장로는 포효하며 제자리에서 순간 이동해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기운이 순식간에 자미각 대전 전체를 뒤덮었다.같은 시각 태상 장로는 손에 검은 부채를 거머쥐고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이도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이도현의 차가운 눈동자에 빛이 반짝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음양검이 사라지고 대신 부채 한 개가 나타났다.바로 음양탑에서 계속 수리를 받던 음양부채였다.지금, 이 순간 음양부채에 음양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강력하고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원래 파손되었던 부채 면이 복원된 음양부채는 이전보다 많이 강해졌다. 부채의 양면은 진정한 황금빛 태양처럼 뜨거운 빛을 발산했고 음면은 푸른 기운을 풍기며 사람에게 서늘하고 섬뜩한 느낌
짝짝짝.뺨 때리는 소리가 자미대전에 울려 퍼졌다. 이도현은 양손으로 자미각 각주의 얼굴을 번갈아 후려 패자 얼마 안 되어 각주의 얼굴은 호빵처럼 팅팅 부어올랐다.“아... 이도현. 널 죽일 거야... 널 죽이겠어...”자미각 각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소리치며 이도현과 싸우려고 발버둥 쳤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영급 강자인 그는 이도현에게 목이 졸려 체내의 원력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이도현에게 잡힌 그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일반인처럼 전혀 반항할 수 없었다.짝.“어디서 대들어. 고작 뺨 때린 것뿐인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나를 물 힘도 없으면서.”이도현은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짐승 놈... 널 죽일 거야...”짝.이도현이 또 한 뺨을 날렸다.“아... 이놈, 널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짝.이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또 한 뺨 갈겼다.“이놈, 차라리 날 죽여. 그렇지 않으면 오늘 내가 받은 치욕을 태허산 전체에서 갚게 할 거야...”짝.짝짝짝.자미각 각주의 얼굴은 이미 형편없이 부어올라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비명만 낼 뿐이었다.심지어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는데 울화 때문인지 구타 때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자미각의 모든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고 반나절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들은 자미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눈앞에서 각주가 이도현에게 뺨 맞는 장면, 게다가 한 번 맞는 것도 아니고 수백 번 맞았으니 말이다.그들은 눈앞의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자기들이 평소에 그토록 우러러보던 각주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남에게 뺨을 맞았기 때문이다.“이도현, 너 정말 죽고 싶어.”이도현이 자미각 태상 장로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자 태상 장로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태상 장로가 좋은 말로 타일렀건만 이도현은 물러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서 자미각 각주의 뺨을 때렸다. 이것은 누가 봐도 적나라한 도달이었다.“마지막으로 충고한다. 각주를 놓아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