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서 있던 자미각의 호법 장로도 깜짝 놀랐다.그는 이도현의 놀라운 실력에 심장이 두근거렸다.귀령문 태상 장로의 내공과 도행이 얼마나 강대한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과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것도.그러나 이도현은 식은 죽 먹기로 귀령문의 태상 장로를 죽였다. 이에 이도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보아낼 수 있었다.스읍...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만 멘탈이 이미 나갔다.이도현의 눈길이 느껴지자 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얼떨결에 몇 발짝 뒷걸음질 치며 이도현과 거리를 두었고 눈빛이 마주칠까 봐 눈길을 피했다.같은 시각의 공작상제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두 눈으로 직접 이도현의 막강한 실력을 보고서야 그는 드디어 이전의 불신을 모두 믿었다.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귀령문에서 가장 강대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무계라는 약육강식의 곳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종파는 모두 강대한 고수 몇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그런데 바로 그런 고수가 지금 이도현의 한 방에 맞아 죽은 것이다.‘만약 그 한 방이 내 몸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공작상제는 두피가 저렸고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고 속 썩이는 자식놈 때문에 악마 같은 이도현을 건드린 것이 매우 후회스러웠다.공작상제는 궁성의 문에 튕긴 하얀색 뇌장과 피를 보고 안절부절못했다.그는 계속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의 조상이 왔는지를 살폈다.싸움에서 밀릴 때 사람을 부르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침을 삼키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젊은 친구, 우리 앉아서 천천히 얘기 나누면 안 될까? 치고받고 하는 것이 과연 상책일까? 우리끼리 말로 풀지 못하고 꼭 이렇게 목숨 걸고 싸워서 해결해야 할 일이 뭐가 있어?”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미각 호법 장로의 말을 듣고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뭐라고 한 거야?”“헐! 내 귀에 문제가 생긴 건가? 내가 뭘 들은 거지?”“앉아서 얘기를
“너...”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는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을 뿐인데 이도현이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 몰랐다.그에게 무례하게 굴고 기술을 쓰라고 재촉하다니.어쨌든 자미각의 대부인데 이렇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면 어떡해?그는 비록 실력이 강하지만 이도현이 귀령문의 태상 장로를 죽일 수 있으면 그도 죽일 수 있었다.그는 이 나이에 죽고 싶지 않았다.고무계에서 사람들은 자미각을 존경하고, 호법 장로인 그를 더욱 우러러보며, 황제도 공손히 모시는데 이런 생활을 어찌 그만하고 싶겠는가?그는 화가 치밀어올라 이도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실력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체내의 울화를 가까스로 가라앉혔다.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어색함을 감추고는 입꼬리를 올려 프로 미소를 지었다.모든 사람은 그의 행동에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수습하려는 거 아니겠지?’“젊은 친구, 어찌 사람을 이리 달달 볶는 게야? 옛말에 미운 놈 떡 한 개 더 준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지 말고 우리 자미각과 사이좋게 푸는 게 어떨까? 이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공작제국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해도 젊은 친구가 이미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가? 그 정도면 아무리 큰 원한이라도 다 복수한 것 같은데, 이제 무고한 사람은 죽이지 말지?”“젊은 친구, 이제 그만하지. 우리 무도중인이 마음 비우는 것을 제일 중히 여기는데 이렇게까지 집착할 필요가 있나? 어린 나이에 이토록 훌륭한 내공을 쌓은 거 보면 훗날 무도계에서 길이 빛날 사람인데 왜 굳이 수련의 길을 걸으려는 건가?”“아직 돌이키기에 늦지 않았어. 젊은 친구가 자미각의 체면을 봐서 이 일은 여기서 끝내지.”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사기단의 가짜 스님처럼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는데 듣자 하니 정말 자비를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그의 태도에 이도현뿐만 아니라 공작상제 마저도 눈살을 찌푸렸다.‘이도현을 죽이라고 부른건데 여기서
호법 장로는 갑자기 몸을 돌려 허영으로 변하더니 번개같이 황궁 밖으로 달려갔다.“헐...”자미각 호법 장로의 비열한 행동에 모든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무도 당당한 일류 종파 자미각의 호법 장로가 도망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이 일을 밖에 나가 말해도 믿을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이 순간, 자미각의 거대한 이미지는 공작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쪼그라들었다.이도현도 호법 장로의 속임수에 넘어가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줄곧 무례하고 근본 없는 사람만이 코앞에서 도망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무계의 사람도 그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그 사람은 공작제국에서 청한 구원병인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정말 뜻밖의 광경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도망친 자미각 호법 장로를 쫓아가지 않았다. 그가 이번에 고무계로 온 목적은 공작제국과 도리를 따지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건들지 않는 이상 원수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이 공작제국의 금란전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갑자기 부처의 명호가 온 궁전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아미타불. 시주, 발걸음을 거두어 주시죠. 상제의 허락 없이 당신은 저희 공작제국의 금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네.”풀이 죽어 있던 공작상제는 늙은이의 목소리를 듣고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풀쩍 뛸 뻔했다.마치 날라리들에게 둘러싸여 옷을 벗기던 여자애가 갑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울컥하고 서러운 심정 같았다. 하마터면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 드디어 오셨네요...”공작상제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듣자 하니 서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맞다. 도착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공작제국의 전임 황제 선무상제였다.선무상제는 수년간 황위를 지키다가 자기 아들 즉 지금의 공작상제에게 황위를 물려준 후 스스로 은둔하여 무도를 연구했다.그는 공작사에서 수련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공작제국의 진국종이 아홉 번 울리는 것을 들었는데 이는 제국이 위기에 처했다
이도현은 눈앞의 오능 스님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자상하면서도 천하를 제패하던 패기가 돋보이는 스님의 몸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완전히 상반되는 두 개의 그림자가 말도 안 되게 그의 눈앞에서 융합되었다.“둘째 선... 노스님, 남의 일에 참견하고 싶은 건가? 당신도 죽고 싶어?”이도현은 하마터면 이름을 잘못 부를 뻔했다.“스읍...”공작제국의 모든 사람은 이도현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쥐 죽은 듯이 있었다. 그들은 두피가 저려나고 식겁해서 죽을 것 같았다.‘헐. 이 자식 너무 날뛰는 거 아니야?’‘감히 저런 말투로 태상황제에게 대들다니? 설마 태상황제가 수십 년 전에 이미 고무계의 최강자로 손꼽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모든 사람은 어안이 벙벙한 채 얼어 있었다.그들은 이도현의 오만방자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노스님은 이도현의 건방진 말을 듣고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아미타불. 소승은 비록 시주의 내력을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이토록 내공을 쌓은 거 보면 분명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것 같네.”“자네의 자질은 무도계에서 앞길이 창창할 것인데 왜 살육에 눈이 멀어지려고 하는가?”“자네 정도의 내공이면 손에 피를 많이 묻힐수록 심경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경계를 돌파할 때 심마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거 알지 않는가? 심마는 자네의 악한 기운에 따라 강해질 거야. 그때가 되면 자칫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될 수 있다네.”“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살심을 버리고 도를 닦게.”“시주와 공작제국의 원한에 대해 소승도 요해한 바가 있어. 이 일은 공작제국이 먼저 잘못했다는 거 인정하지.”“하지만 시주도 공작제국의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가? 시주에게도 잘못이 있으니 이번 일은 단순히 공작제국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양쪽 모두 잘못이 있으니 이 일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게 어떤가? 시주, 지금 이곳을 떠나주게.”그 자라에 있던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들은 우리 공작제국을 나약하고 무능한 제국으로 보지 않겠어요? 황궁에 쳐들어와서 왕후까지 죽인 자의 털끝을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았을뿐더러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돌려보내면 공작제국의 체면은 바닥까지 떨어질 거예요.”“공작제국의 위세, 존엄 그리고 체면을 다 버리겠다는 겁니까?”공작상제는 마지막 말을 거의 외치듯이 말했다.그는 아버지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어릴 적부터 우러러보던 아버지의 위대하고 웅장한 형상은 한순간에 철저히 무너졌다.아들이 살해당해서 사람을 보내 복수를 시켰더니, 원수가 찾아와서 그의 병사를 죽이고 형제를 죽였다. 하여 그는 아버지를 불러 제대로 복수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복수는커녕 너의 잘못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고 화가 날 것이다.공작상제 대신 어떤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겁을 먹고 존 것이라 단정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공작제국의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다.노스님은 아들의 추궁에 잠깐 화가 났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랑 따지는 건데? 이게 다 네가 아들을 잘못 가르쳐서 생겨난 사단인데 무슨 면목으로 그런 말을 해? 네가 애초에 아들을 잘 가르쳤다면 오늘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지금이라도 너의 아들을 잘 가르쳐. 그렇지 않으면 우리 조상의 가업은 조만간 네 손에서 망할 거다!”“군자는 정무에 근면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백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나라가 한마음으로 강성해질 수 있다.”“그러나 네 밑에서 자란 자식은 온갖 횡포와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지. 소승은 전부터 너의 구황자가 국내 곳곳에서 제멋대로 굴며 백성을 억압했다고 들었다. 그런 구황자를 네가 훈계한 적이 있기는 해?”“그가 만약 보통 집안의 아이였다면 기껏해야 사람 몇 명을 해치고 그에 따르는 처벌을 받겠지. 그러나 그는 황실 사람이라 사람을 해치면 몇 명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안 돼. 이 짐승 같은 녀석, 그럴 리 절대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마. 난 잘못한 게 없어. 네가 나의 아들을 죽이고 공작제국의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지? 말도 안 돼...”노스님이 말을 하기도 전에 공작상제가 먼저 참지 못하고 말했다.공작상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도현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한 나라의 군주이고 제왕인 그가 어찌 잘못할 수 있는가? 만천하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는 잘못할 리가 없다.왕이자 황제인 그가 어찌 잘못할 수 있는가? 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어.”“오능 스님, 이제 봤나?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아들이야.”“방금 아들에게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고 하더니 당신도 마찬가지네. 아버지 말을 안 듣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자식이 어디 있어? 저렇게 버럭버럭 대들 때는 바로 싸대기를 날렸어야지.”“다 오냐오냐 키워서 생긴 버르장머리야. 황제 네 놈, 똑똑히 들어. 황제는 당신의 직업일 뿐이지 신분이 아니야. 황제가 되니까 정말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본데? 참 어이가 없네.”이도현은 말을 가리지 않고 부자를 한바탕 욕했다.솔직히 말해서 황제를 욕하니까 속이 다 후련했다.비록 싹수없는 행위이지만 형수님을 대신하여 화풀이를 제대로 한 셈이다.정적.온 궁전은 다시 한번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들은 귀신 보듯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도현은 오늘 한번 또 한 번 그들의 황권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 놓았고, 금기를 깨뜨렸다.이도현은 그들이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이도현의 말을 듣고 노스님과 공작상제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문무백관과 수많은 금위군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미타불. 시주, 소승이 이렇게까지 양보했건만 꼭 사람을 궁지로 몰아붙일 생각인가? 시주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막상 싸움이 시작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
“시주, 이번 일은 확실히 우리 공작제국이 잘못했네. 소승이 공작제국을 대신해서 사과할 테니까 이쯤에서 그만 멈추지. 만약 정말로 싸운다면 양쪽 모두 크게 다칠 걸세.”“나더러 멈추라고? 이 쓰레기 황제가 사람을 시켜 일반인에게 손을 섰다니까. 내가 의술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그 친구는 이미 황천길을 걸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고작 멈추라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겠다는 거야?”이도현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이도현도 마음속으로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노스님이 방금 한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이도현은 강대하고 남 두려울 것이 없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다 그처럼 강한 것이 아니었다.그의 선배들은 세속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일지 모르지만, 고무계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노스님만 놓고 보아도 둘째 선배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그리고 다른 선배들에 비하면 노스님이 훨씬 강했다.그의 몇몇 선배도 노스님의 상대가 아닌데 한지음, 조혜영, 오민아와 같은 보통 사람은 더군다나 상대가 안 되고 노문호, 주현진과 같은 일반인은 더욱 말할 것 없었다.만약 공작제국이 정말로 그를 보복한다면 그는 마지막까지 몇 사람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이도현은 지금까지 부질없는 일을 한 것밖에 안 된다.게다가 이도현은 공작제국을 멸망시키겠다는 목적을 갖고 고무계로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 원하고 말고를 떠나서 하나의 제국을 멸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오직 한 나라의 통치자를 소멸한 뒤 그 기반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백성들이 원래의 나라를 잊게 하는 것만이 진정한 멸망이었다.“그럼 시주는 무엇을 원하는지? 바라는 보상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보시오.”노스님은 선황제로서 이럴 때일 수록 자신의 성의를 잘 표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건 당신들이 어떻게 보상해줄 건지에 달렸어. 하지만 난 많은 물건에 관심이 없고 유독 약재에 흥미가 많아. 게다가 내 친구가 하마터면 황천길을 걸을
“아바마마...”공작상제는 똥 밟은 표정으로 선무상제를 노려보았다.그 시각 그는 정말로 이 늙은이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날 도와주기는커녕 내 보물 창고와 약전에 있는 묘약을 다 이놈한테 주라고 하다니. 이럴 거면 부르지도 않았지. 이 많은 사람이 아바마마가 얼마나 겁쟁이인지 보게 하려고 한 게 아닌데.’“얼른 움직이지 못해?”선무상제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 소리에 공작상제는 바로 겁을 먹었다.공작상제는 즉위하기 이전에 선무상제 밑에서 수년 동안 압박을 당했다. 그렇게 생긴 심리적 두려움은 평생 갈지도 모른다.비록 선무상제는 지금 까까머리 스님이지만 그의 방금 한마디에 공작상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무릎까지 꿇었다.이건 모두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두려움 때문에 생긴 조건 반사였다. 모든 것은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네... 아바마마. 가서... 가서 약재를 캐오거라...”공작상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체면을 잃을 대로 다 잃었다.“오늘 내가 한 말들을 잘 기억하게. 이 일은 이렇게 넘어가기로 했으니까 앞으로 그 누구도 이 일을 꺼내지 마. 네 망나니 아들은 죽어도 싼 놈이다.”“앞으로 아들딸을 잘 가르치고 다시는 조상의 얼굴에 먹칠해서는 안 돼. 알겠어?”노스님은 또 자기 아들을 한바탕 훈계했다.“아바마마, 노여움을 푸십시오.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새겨듣겠습니다.”공작상제는 비록 화가 잔뜩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이도현을 죽도록 미워했다.‘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이도현을 산산조각내고 말 거야.’그는 속으로 이렇게 맹세했다.“노스님, 당신의 아들은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은데. 당신이 떠나고 나면 날 무조건 건드릴 것 같은데 그때 가서 나를 탓하지 마.”이도현은 자신을 향한 공작상제의 적의를 느끼고는 고의로 말했다.“아미타불. 시주, 걱정하지 말게.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야.”선무상제가 맹세했다.사실 노스님은 공작제국의 황궁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