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판 / 마왕귀환 / 제1060화

공유

제1060화

작가: 골든트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31 19:00:14
이도현이 약을 지어준 뒤, 노영식은 건강이 많이 회복된 아내를 부축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일을 계기로 노문호는 한의원의 전문의 자리를 이도현에게 넘겨주고 복잡한 질병은 모두 이도현이 처리하게 되었으며 노문호는 이도현이 처음 담당했던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병을 보는 역할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사건 이후로 이도현은 예전처럼 의술을 숨기지 않게 되었고 그의 손을 거치는 모든 질병은 거의 치유되었다.

이로 인해 이도현이 치료한 복잡한 질병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영제당 이선생의 명성이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고 몇몇 환자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도현을 찾아왔으며 진료소는 매일 환자로 북적였다.

이도현은 어느덧 영제당에서 거의 일 년을 보냈고 그는 처음의 단순한 직원에서 이제는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이제는 노문호도 그에게서 의술을 배우며 이도현은 묻는 모든 것에 대해 솔직히 답변하며 노문호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이어갔다.

짧은 몇 달 동안 노문호의 필기노트는 몇 권이나 차고 그의 의술도 빠르게 향상되었다.

이도현의 영향을 받아 노강인과 노영식 두 사람도 의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한의학도 전혀 몰랐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대부분의 약제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도현은 이 일 년 동안 마음가짐이 더욱 평온해졌고 마음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그는 몸 안의 음험한 기운이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느꼈다.

그는 온몸에서 편안함과 묘한 친근함을 풍기는 사람이 되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그가 얻은 성과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비록 수련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그의 내공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 미세하게나마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비록 그 성장은 작았지만 분명히 발전이 있었다.

내공이 오르는 만큼 그의 마음도 성장했지만 여전히 마음의 경지와 내공은 동일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마음의 수련을 계속해야 했다.

다행히 이도현에게는 시간이 많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마왕귀환   제1061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에게서는 무척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도현은 예전에 선인암에서 조혜영을 구할 때, 그 고분 안에서 비슷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분은 죽은 자들이 묻힌 곳이니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한 명의 멀쩡한 산 사람에게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선생님, 여기 잠시 좀 봐주세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이도현이 노문호에게 소리쳤다. “노선생님, 제가 이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이따가 와서 이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그 남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어서 다녀오세요!” 노문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도현은 그 남자와 함께 밖으로 나와 사람 없는 구석진 곳으로 갔고 그 남자는 이도현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고맙지만 전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저를 그냥 조강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선생님. 지난번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네요!” 조강은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아까 무슨 일로 절 찾으셨는지 이제 말씀해 주시죠.” 이도현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조강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에 이도현은 그와 오래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조강에 대한 인상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강이 자신의 옛 애인 조혜영과 조씨 가문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덤을 도굴하는 일이거나 도둑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도 있는 일 말이다. 이도현은 그런 사람을 싫어했다. 특히 남자는 더 싫었다. 그는 이런 일에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조혜영 가문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해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조강이 같은 일을 할 것 같다는 의심만으로도 불쾌했다. “사실 이번에 제가 이선생님을 찾은 이유는 제 병 때문입니다.” 조강이 말했다. “병이라고요? 허, 병도

  • 마왕귀환   제1062화

    “무슨 주사에 황포요? 무슨 악귀가 들린 거라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요. 과학을 믿으세요. 저는 환자가 많으니 얼른 당신 스승님을 큰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으세요.” 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더 이상 조강을 상대하지 않고 한의원 쪽으로 걸어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 며칠 왜 이렇게 얼굴이 간지럽지? 혹시 돈이 들어오는 건가? 돌아가서 책력을 한번 봐야겠네.”이도현의 뒷모습을 보며 조강 어리둥절했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도현을 급히 따라갔다. “이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한 번만 가서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말한 것처럼 귀신에 씌었든 선생님이 말한 과학을 믿는 것이든 어쨌든 병이잖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과학을 믿으라니까요. 왜 자꾸 귀신 들린 얘기를 꺼내요. 그렇게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하면 신당 찾아가서 무당이나 주술사를 부르세요. 복숭아나무 검으로 찔러주든가 찹쌀로 씻어주든가 하면 해결될 거 아니에요? 전문가에게 맡겨야 일이 쉬운 법입니다. 여기 근처에 무당이나 주술사는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돈 좀 쥐여주면 해줄 겁니다.” 이도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선생님, 제가 이렇게 찾아왔잖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가서 봐주세요.” 조강은 억지로 웃으며 간청했다. “시간 없어요. 여기 아직도 봐야 할 환자가 한가득인데 언제 귀신 씌운 것이나 연구하고 있겠어요. 우리 젊은이들끼리 과학을 믿읍시다, 과학! 알겠나요?” 이도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통 사람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한의원으로 돌아갔다. 그의 속도는 너무 빨라 사람들이 어떻게 순식간에 나타난 건지 알아채지 못했다.“이게 무슨 과학이야, 대체?” 조강은 눈을 비비며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확인했다.조강은 더 생각하지 않고 한의원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도현을 데리고 가서 스승님의 병을 보게 할 생각이었다. 그는 스승님의 병을 이도현이 틀림없이 고칠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이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한

  • 마왕귀환   제1063화

    이도현은 줄 서 있던 환자들을 모두 진료한 후에야 비로소 조강와 함께 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조강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스승은 어떤 일이든 서두르면 안 된다고 늘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의 업종에서는 더더욱 조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강이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하자면 사실은 그의 장인에게 속아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장인, 즉 그의 스승이다. 그는 대학교에 다닐 때 고고학을 전공했다. 이 전공으로 졸업하면 당연히 문화국에 들어가 일하며 고고학에 이바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그의 여자친구 역시 고고학을 전공했고 두 사람은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 때, 여자친구 부모의 허락을 받고 서로의 부모를 만난 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그는 문화국에 지원해 고고학 연구에 몸담고자 했지만 당시 여자친구가 강하게 반대했다. 여자친구는 졸업 후 결혼하고, 결혼 후에는 집과 차를 사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며 그를 설득했다. 문화국 월급으로는 집을 사고 차를 사며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기저귀는 어떻게 사고 분유는 어떻게 할 건지 이런 현실적인 질문들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현실에 굴복하여 고고학자가 되어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 후 몇몇 직장에 취직해봤지만 월급은 너무 적었고 집을 사기는커녕 벽돌 한 장도 살 수 없는 형편이었다. 고고학 전공으로는 고임금 직장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혼 날짜는 다가오는데 집조차 없는 상황에서 결혼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여자친구는 집을 빌려서라도 결혼할 수 있다고 했지만 조강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혼은 인생에서 중요한 일인데 아내를 위해 집 한 채도 마련하지 못한 채 결혼식장에

  • 마왕귀환   제1064화

    이렇게 돈이 쉽게 벌리는 느낌에 그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꿈같은 건 다 헛소리였고 돈이야말로 최고였다. 그 첫 도굴 작업 이후 그는 왜 대학에서 그 청순한 여대생들이 몸을 팔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졸업 후에는 아예 전문적인 유흥업계에 종사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돈이 빠르고 쉽게 벌리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한 달 내내 나사를 돌려봐야 100만 원, 적으면 60만 원을 버는 반면 이런 일을 하면 그냥 누워만 있어도 몇 분 동안 움직이고 나면 10만 원이고 운 좋게 돈 많은 사람을 만나면 몇 분 만에 몇십만 원을 벌 수 있었다. 조금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하룻밤에 20만 원, 많게는 몇백만 원 이상을 벌 수도 있었고 이는 공장에서 1년 동안 벌어도 못 버는 돈이었다. 이렇게 비교하고 나면 누가 공장에 가려고 하겠는가? 돈이 가져다주는 쾌락을 한 번 맛본 후에는 다른 건 다 의미 없었다. 체면이든 자존심이든 다 부질없는 것이었고 돈만이 진리였다. 조강 역시 그런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감각에 완전히 홀려버렸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한 번 경험한 후로는 이 일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국 조강은 그 일에 빠져들었고 그의 장인은 이제 스승이 되었다. 스승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저 호칭이 아니었다. 몇 년간 도굴 작업을 하며 그는 스승이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묘지를 찾는 분금정혈 방면에서는 그야말로 신통했다. 그가 대학에서 고고학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을 때 그들이 고분을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고분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발 도중 발견되거나 건축 작업 중에 발견된 것들이었고 아니면 도굴범들이 파놓은 구멍을 보고 신고를 받은 후에야 발견된 것들이었다. 그들 스스로 고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인은 달랐다. 장인은 별자리, 나침반, 산

  • 마왕귀환   제1065화

    사실 처음에는 이도현에게 그의 스승을 치료해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스승이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봐도 병명을 알아내지 못하자 어느 날 밤 그의 장모가 귀신에 씌인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그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날 밤 이도현이 그의 아내를 치료할 때 황포와 주사를 준비한 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이런 물건들이 왜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황포와 주사는 주로 음양도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도현이 방에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상태가 회복된 것을 생각하면 그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방금 이도현과의 대화 중 그가 자신의 직업을 단번에 알아채고 보인 반응은 그가 스승을 정말로 치료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한의원에서 나온 두 사람은 길 끝까지 걸어갔고 조강은 이도현에게 차에 타라고 권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차를 몰아 온성으로로 향했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밤길을 좀 자제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도현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전하던 조강이 잠시 당황하더니 물었다.“이선생님, 제 직업을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한번 말씀해 보실 수 있나요?” 조강은 자신의 직업이 발각되었을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걸 말하는 게 재미있어요?” 이도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비꼬듯 말했다.“이미 몇백 년, 몇천 년 전에 죽은 사람들인데 그걸 돈 몇 푼 때문에 굳이 파헤쳐야 해요?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그런 짓을 안 할 텐데요. 당신들 하는 일에 대해 나도 좀 아는 게 있어요. 사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인과응보를 더 잘 믿는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왜 멈추지 못하는 거예요? 적당히 벌었으면 멈추는 게 맞지 않아요?” 이도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도굴꾼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미신을 더 믿고 무덤을 도굴할 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혼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도굴한 물건 역시 전부 가져가지 않고 특히

  • 마왕귀환   제1066화

    “그 병원의 의사와 그 부자는 여전히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어요. 그 아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은 건강하게 살면서 결국 선행을 베푸는 사람으로까지 칭송받더군요. 이선생님은 그들이 양심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이 벌을 받았나요? 이 썩어빠진 사회에는 도덕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요. 도덕과 법은 오로지 평범한 사람들을 얽매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진지하게 도덕을 따지고 살면 평생 가난과 억울함 속에서 허덕일 뿐이에요! 부자는 수천억을 횡령해도 몇 년만 선고하고 가난한 사람은 도토리 하나 훔쳐도 10년 형을 받는 세상이에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조강의 말에 이도현은 할 말이 없었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 비참한 현실은 분명히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결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 대단한 인물들이 저지르는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악마임이 드러나곤 했다.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한마디만 충고하고 싶어요. 멈출 수 있을 때 멈추세요. 강가를 자주 걸으면 신발이 젖는 건 시간문제에요. 어떤 일은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그 고분들 안에 어떤 것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열 번 중 아홉 번은 무사할지 몰라도 단 한 번이라도 무언가에 걸리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 당신 가족, 당신 아내, 그리고 이제 몇 개월 된 당신 아기는 어떻게 할 겁니까? 당신이 겪은 그 일들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확신해요? 그 일들이 전혀 연관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괜히 나중에 후회할 기회조차 없어질 때까지 버티지 마세요.” 이도현의 말을 들은 조강은 한동안 침묵했고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렇게 말했다. “충고해 줘서 감사합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더

  • 마왕귀환   제1067화

    “아니, 이선생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당황한 조강이 의아해하며 웃으며 물었다. “왜 날 부른 거죠?” 이도현이 반문했다. 조강은 더욱 당황하며 속으로 이선생님이 도대체 왜 이렇게 알쏭달쏭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제 스승의 병을 치료하려고 부른 거죠.” 이도현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아버지 병이 왜 생겼는지는 당신이 모르는 거예요? 아이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면역력이 약해요. 옛날 어르신들 말대로 아이들은 종종 불결한 것을 볼 수 있어서 쉽게 영향을 받아요. 당신 아버지가 왜 아프게 됐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당신이 아이를 이 집에 데리고 오다니. 아이까지 병들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내 말이 맞다면 요즘 당신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할 거예요. 심하면 한밤중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할 거고 아이가 정신이 없고 거의 매일 잠만 자거나 울기만 하는 상태일 거예요.” 이도현의 돌직구에 부부는 얼굴을 찌푸리며 표정이 심각해졌다. 조강의 아내가 말했다. “맞아요! 아버지가 병에 걸린 후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울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에 있을 때는 정말 얌전했거든요. 잘 울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 오자마자 계속 울어요. 며칠 전에는 열이 나서 병원에 다녀왔고 이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최근에 잠이 많아지고 힘이 하나도 없고 웃지도 않아요. 제가 아무리 장난을 쳐도 반응이 없어요. 저는 단지 열이 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혹시 아버지 때문인 건가요?” “아이가 빨리 회복되길 원한다면 이 방에서 데리고 나가고 내일 아이를 데리고 햇볕을 많이 쬐게 해보세요.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다행히 아이가 아들이라서 망정이지 만약 딸이었다면 지금쯤 울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어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도현의 말에 부부는 겁에 질렸고 아내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도 잊은 채 즉시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집과 그리

  • 마왕귀환   제1068화

    “어머니, 먼저 볼일 보세요. 제가 이선생님을 모시고 아버지 상태를 좀 볼게요.” 조강이 말하며 이도현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이도현은 냉기가 온몸을 감싸는 기이한 기운을 느꼈다. 방 전체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방 안의 침대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보았다. 노인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보였고 얼굴 전체가 검게 그을린 듯 했으며 눈은 초점 없이 창밖을 응시하며 생기가 전혀 없었다. 노인은 백발이 성성하며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 노인의 모습은 마치 사람이 아닌 듯한 기괴한 느낌을 풍겼다. 노인에게 다가가자 이도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노인의 몸에는 여러 기운이 얽혀 있었다. 원한의 기운, 죽음의 기운, 살기와 음흉한 나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는 내력을 눈에 집중해 보았다. 노인의 몸은 이 사악한 기운들에 둘러싸여 있어 그의 생명력과 양기마저 심하게 억눌려 있었다. ‘이건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잖아!’ 이도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조강아, 저자는 누구냐? 왜 우리 집에 왔어?” 노인은 언짢은 기색을 띠며 차갑게 물었다. “아버지, 이분은 제가 모신 이선생님이에요. 아버지 병을 치료해 드리려고요.” “내가 무슨 병에 걸렸다고 그래? 병 없어. 이틀만 누워 있으면 다 나아.” 노인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이틀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요? 더 누워 있다가는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할 걸요?” 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 “이 자식이, 날 저주해?” 노인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저주라니요? 제가 저주할 필요도 없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것을 만났는지 본인이 더 잘 알잖아요. 이틀만 누워 있으면 괜찮아진다고요? 혹시라도 검은 당나귀 발굽 두 개 쥐고 있으면 염라대왕도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이도현은 비꼬듯 말했다. 이도현은 노인이 품속에 두 개의 당나귀 발굽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최신 챕터

  • 마왕귀환   제1135화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 마왕귀환   제1134화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 마왕귀환   제1133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 마왕귀환   제1132화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 마왕귀환   제1131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 마왕귀환   제1130화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 마왕귀환   제1129화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 마왕귀환   제1128화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 마왕귀환   제1127화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