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이 약을 지어준 뒤, 노영식은 건강이 많이 회복된 아내를 부축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일을 계기로 노문호는 한의원의 전문의 자리를 이도현에게 넘겨주고 복잡한 질병은 모두 이도현이 처리하게 되었으며 노문호는 이도현이 처음 담당했던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병을 보는 역할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이 사건 이후로 이도현은 예전처럼 의술을 숨기지 않게 되었고 그의 손을 거치는 모든 질병은 거의 치유되었다. 이로 인해 이도현이 치료한 복잡한 질병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영제당 이선생의 명성이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고 몇몇 환자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도현을 찾아왔으며 진료소는 매일 환자로 북적였다.이도현은 어느덧 영제당에서 거의 일 년을 보냈고 그는 처음의 단순한 직원에서 이제는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이제는 노문호도 그에게서 의술을 배우며 이도현은 묻는 모든 것에 대해 솔직히 답변하며 노문호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이어갔다.짧은 몇 달 동안 노문호의 필기노트는 몇 권이나 차고 그의 의술도 빠르게 향상되었다. 이도현의 영향을 받아 노강인과 노영식 두 사람도 의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한의학도 전혀 몰랐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대부분의 약제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이도현은 이 일 년 동안 마음가짐이 더욱 평온해졌고 마음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그는 몸 안의 음험한 기운이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느꼈다.그는 온몸에서 편안함과 묘한 친근함을 풍기는 사람이 되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그가 얻은 성과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비록 수련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그의 내공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 미세하게나마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비록 그 성장은 작았지만 분명히 발전이 있었다. 내공이 오르는 만큼 그의 마음도 성장했지만 여전히 마음의 경지와 내공은 동일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마음의 수련을 계속해야 했다. 다행히 이도현에게는 시간이 많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에게서는 무척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도현은 예전에 선인암에서 조혜영을 구할 때, 그 고분 안에서 비슷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분은 죽은 자들이 묻힌 곳이니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한 명의 멀쩡한 산 사람에게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선생님, 여기 잠시 좀 봐주세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이도현이 노문호에게 소리쳤다. “노선생님, 제가 이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이따가 와서 이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그 남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어서 다녀오세요!” 노문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도현은 그 남자와 함께 밖으로 나와 사람 없는 구석진 곳으로 갔고 그 남자는 이도현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고맙지만 전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저를 그냥 조강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선생님. 지난번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네요!” 조강은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아까 무슨 일로 절 찾으셨는지 이제 말씀해 주시죠.” 이도현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조강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에 이도현은 그와 오래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조강에 대한 인상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강이 자신의 옛 애인 조혜영과 조씨 가문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덤을 도굴하는 일이거나 도둑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도 있는 일 말이다. 이도현은 그런 사람을 싫어했다. 특히 남자는 더 싫었다. 그는 이런 일에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조혜영 가문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해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조강이 같은 일을 할 것 같다는 의심만으로도 불쾌했다. “사실 이번에 제가 이선생님을 찾은 이유는 제 병 때문입니다.” 조강이 말했다. “병이라고요? 허, 병도
“무슨 주사에 황포요? 무슨 악귀가 들린 거라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요. 과학을 믿으세요. 저는 환자가 많으니 얼른 당신 스승님을 큰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으세요.” 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더 이상 조강을 상대하지 않고 한의원 쪽으로 걸어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 며칠 왜 이렇게 얼굴이 간지럽지? 혹시 돈이 들어오는 건가? 돌아가서 책력을 한번 봐야겠네.”이도현의 뒷모습을 보며 조강 어리둥절했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도현을 급히 따라갔다. “이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한 번만 가서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말한 것처럼 귀신에 씌었든 선생님이 말한 과학을 믿는 것이든 어쨌든 병이잖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과학을 믿으라니까요. 왜 자꾸 귀신 들린 얘기를 꺼내요. 그렇게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하면 신당 찾아가서 무당이나 주술사를 부르세요. 복숭아나무 검으로 찔러주든가 찹쌀로 씻어주든가 하면 해결될 거 아니에요? 전문가에게 맡겨야 일이 쉬운 법입니다. 여기 근처에 무당이나 주술사는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돈 좀 쥐여주면 해줄 겁니다.” 이도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선생님, 제가 이렇게 찾아왔잖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가서 봐주세요.” 조강은 억지로 웃으며 간청했다. “시간 없어요. 여기 아직도 봐야 할 환자가 한가득인데 언제 귀신 씌운 것이나 연구하고 있겠어요. 우리 젊은이들끼리 과학을 믿읍시다, 과학! 알겠나요?” 이도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통 사람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한의원으로 돌아갔다. 그의 속도는 너무 빨라 사람들이 어떻게 순식간에 나타난 건지 알아채지 못했다.“이게 무슨 과학이야, 대체?” 조강은 눈을 비비며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확인했다.조강은 더 생각하지 않고 한의원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도현을 데리고 가서 스승님의 병을 보게 할 생각이었다. 그는 스승님의 병을 이도현이 틀림없이 고칠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이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한
이도현은 줄 서 있던 환자들을 모두 진료한 후에야 비로소 조강와 함께 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조강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스승은 어떤 일이든 서두르면 안 된다고 늘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의 업종에서는 더더욱 조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강이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하자면 사실은 그의 장인에게 속아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장인, 즉 그의 스승이다. 그는 대학교에 다닐 때 고고학을 전공했다. 이 전공으로 졸업하면 당연히 문화국에 들어가 일하며 고고학에 이바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그의 여자친구 역시 고고학을 전공했고 두 사람은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 때, 여자친구 부모의 허락을 받고 서로의 부모를 만난 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그는 문화국에 지원해 고고학 연구에 몸담고자 했지만 당시 여자친구가 강하게 반대했다. 여자친구는 졸업 후 결혼하고, 결혼 후에는 집과 차를 사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며 그를 설득했다. 문화국 월급으로는 집을 사고 차를 사며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기저귀는 어떻게 사고 분유는 어떻게 할 건지 이런 현실적인 질문들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현실에 굴복하여 고고학자가 되어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 후 몇몇 직장에 취직해봤지만 월급은 너무 적었고 집을 사기는커녕 벽돌 한 장도 살 수 없는 형편이었다. 고고학 전공으로는 고임금 직장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혼 날짜는 다가오는데 집조차 없는 상황에서 결혼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여자친구는 집을 빌려서라도 결혼할 수 있다고 했지만 조강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혼은 인생에서 중요한 일인데 아내를 위해 집 한 채도 마련하지 못한 채 결혼식장에
이렇게 돈이 쉽게 벌리는 느낌에 그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꿈같은 건 다 헛소리였고 돈이야말로 최고였다. 그 첫 도굴 작업 이후 그는 왜 대학에서 그 청순한 여대생들이 몸을 팔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졸업 후에는 아예 전문적인 유흥업계에 종사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돈이 빠르고 쉽게 벌리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한 달 내내 나사를 돌려봐야 100만 원, 적으면 60만 원을 버는 반면 이런 일을 하면 그냥 누워만 있어도 몇 분 동안 움직이고 나면 10만 원이고 운 좋게 돈 많은 사람을 만나면 몇 분 만에 몇십만 원을 벌 수 있었다. 조금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하룻밤에 20만 원, 많게는 몇백만 원 이상을 벌 수도 있었고 이는 공장에서 1년 동안 벌어도 못 버는 돈이었다. 이렇게 비교하고 나면 누가 공장에 가려고 하겠는가? 돈이 가져다주는 쾌락을 한 번 맛본 후에는 다른 건 다 의미 없었다. 체면이든 자존심이든 다 부질없는 것이었고 돈만이 진리였다. 조강 역시 그런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감각에 완전히 홀려버렸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한 번 경험한 후로는 이 일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국 조강은 그 일에 빠져들었고 그의 장인은 이제 스승이 되었다. 스승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저 호칭이 아니었다. 몇 년간 도굴 작업을 하며 그는 스승이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묘지를 찾는 분금정혈 방면에서는 그야말로 신통했다. 그가 대학에서 고고학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을 때 그들이 고분을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고분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발 도중 발견되거나 건축 작업 중에 발견된 것들이었고 아니면 도굴범들이 파놓은 구멍을 보고 신고를 받은 후에야 발견된 것들이었다. 그들 스스로 고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인은 달랐다. 장인은 별자리, 나침반, 산
사실 처음에는 이도현에게 그의 스승을 치료해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스승이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봐도 병명을 알아내지 못하자 어느 날 밤 그의 장모가 귀신에 씌인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그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날 밤 이도현이 그의 아내를 치료할 때 황포와 주사를 준비한 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이런 물건들이 왜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황포와 주사는 주로 음양도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도현이 방에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상태가 회복된 것을 생각하면 그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방금 이도현과의 대화 중 그가 자신의 직업을 단번에 알아채고 보인 반응은 그가 스승을 정말로 치료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한의원에서 나온 두 사람은 길 끝까지 걸어갔고 조강은 이도현에게 차에 타라고 권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차를 몰아 온성으로로 향했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밤길을 좀 자제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도현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전하던 조강이 잠시 당황하더니 물었다.“이선생님, 제 직업을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한번 말씀해 보실 수 있나요?” 조강은 자신의 직업이 발각되었을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걸 말하는 게 재미있어요?” 이도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비꼬듯 말했다.“이미 몇백 년, 몇천 년 전에 죽은 사람들인데 그걸 돈 몇 푼 때문에 굳이 파헤쳐야 해요?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그런 짓을 안 할 텐데요. 당신들 하는 일에 대해 나도 좀 아는 게 있어요. 사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인과응보를 더 잘 믿는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왜 멈추지 못하는 거예요? 적당히 벌었으면 멈추는 게 맞지 않아요?” 이도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도굴꾼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미신을 더 믿고 무덤을 도굴할 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혼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도굴한 물건 역시 전부 가져가지 않고 특히
“그 병원의 의사와 그 부자는 여전히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어요. 그 아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은 건강하게 살면서 결국 선행을 베푸는 사람으로까지 칭송받더군요. 이선생님은 그들이 양심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이 벌을 받았나요? 이 썩어빠진 사회에는 도덕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요. 도덕과 법은 오로지 평범한 사람들을 얽매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진지하게 도덕을 따지고 살면 평생 가난과 억울함 속에서 허덕일 뿐이에요! 부자는 수천억을 횡령해도 몇 년만 선고하고 가난한 사람은 도토리 하나 훔쳐도 10년 형을 받는 세상이에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조강의 말에 이도현은 할 말이 없었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 비참한 현실은 분명히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결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 대단한 인물들이 저지르는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악마임이 드러나곤 했다.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한마디만 충고하고 싶어요. 멈출 수 있을 때 멈추세요. 강가를 자주 걸으면 신발이 젖는 건 시간문제에요. 어떤 일은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그 고분들 안에 어떤 것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열 번 중 아홉 번은 무사할지 몰라도 단 한 번이라도 무언가에 걸리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 당신 가족, 당신 아내, 그리고 이제 몇 개월 된 당신 아기는 어떻게 할 겁니까? 당신이 겪은 그 일들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확신해요? 그 일들이 전혀 연관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괜히 나중에 후회할 기회조차 없어질 때까지 버티지 마세요.” 이도현의 말을 들은 조강은 한동안 침묵했고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렇게 말했다. “충고해 줘서 감사합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더
“아니, 이선생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당황한 조강이 의아해하며 웃으며 물었다. “왜 날 부른 거죠?” 이도현이 반문했다. 조강은 더욱 당황하며 속으로 이선생님이 도대체 왜 이렇게 알쏭달쏭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제 스승의 병을 치료하려고 부른 거죠.” 이도현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아버지 병이 왜 생겼는지는 당신이 모르는 거예요? 아이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면역력이 약해요. 옛날 어르신들 말대로 아이들은 종종 불결한 것을 볼 수 있어서 쉽게 영향을 받아요. 당신 아버지가 왜 아프게 됐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당신이 아이를 이 집에 데리고 오다니. 아이까지 병들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내 말이 맞다면 요즘 당신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할 거예요. 심하면 한밤중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할 거고 아이가 정신이 없고 거의 매일 잠만 자거나 울기만 하는 상태일 거예요.” 이도현의 돌직구에 부부는 얼굴을 찌푸리며 표정이 심각해졌다. 조강의 아내가 말했다. “맞아요! 아버지가 병에 걸린 후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울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에 있을 때는 정말 얌전했거든요. 잘 울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 오자마자 계속 울어요. 며칠 전에는 열이 나서 병원에 다녀왔고 이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최근에 잠이 많아지고 힘이 하나도 없고 웃지도 않아요. 제가 아무리 장난을 쳐도 반응이 없어요. 저는 단지 열이 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혹시 아버지 때문인 건가요?” “아이가 빨리 회복되길 원한다면 이 방에서 데리고 나가고 내일 아이를 데리고 햇볕을 많이 쬐게 해보세요.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다행히 아이가 아들이라서 망정이지 만약 딸이었다면 지금쯤 울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어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도현의 말에 부부는 겁에 질렸고 아내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도 잊은 채 즉시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집과 그리
“이도현, 난 태허산 선배들의 체면을 봐서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거지, 네가 두려워서 그랬던 게 아니야.”“자미각이 정말 너처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을 무서워할 것 같아?”틀린 말이 아니었다. 회도 경지에 이른 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그가 이도현에게 거듭 양보하는 이유는 이도현이 태허산의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태허산이지 이도현이 아니었다.“하하하. 그럼 지금 똑똑히 말하지. 그쪽은 태허산의 체면을 전혀 살려주지 않아도 되고 우리 태허산 선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분명히 말하는데 이 모든 일은 내 개인적인 일이지 태허산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러니까 모든 결과는 내가 스스로 책임질 거야.”“당신도 이제 거리낌 없이 나에게 덤벼...”이도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태상 장로는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그는 이도현이 가문에서 오냐오냐 키워서 이렇게 방자한 줄 알았다. 마치 어릴 때부터 가문에서 횡포를 부리던 대가족의 제자들이 밖에 나와서도 집안 배경 때문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자, 자신이 너무 잘나서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태상 장로의 눈에 이도현이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천하무적인 줄 알고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이도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이가 어린 이상 성장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하하하. 이 자식, 허풍도 정도껏 해야지?”“배후에 태허산이 없다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난 손가락 하나로 널 거뜬히 죽일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사람을 놓아주고 이곳을 떠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널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그리고 우리 자미각이 절대 너와 맞서지 않겠다고 약속하지.”태상 장로는 냉랭하게 말했다.이도현에게 목을 조르고 있는 자미각 각주는 분노하며 말했다.“당장 날 놓지 못해? 죽고 싶어?”짝.맑은 뺨따귀 소리가 자미각 각주의 얼굴에서 울려 퍼졌다. 이도현이 각주의 뺨을 때린 것이다.“지금
이도현은 태상 장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자미각과 원한을 맺은 이상, 그는 오늘 이곳에서 물러서면 반드시 공작제국에 당했던 것처럼 뒤통수를 맞을 것이었다.게다가 자미각은 공작제국보다 더 얍삽하게 처음부터 그의 주변 사람을 조사했다. 만약 이도현이 오늘 자미각을 놓아준다면 내일 그의 주변 사람들은 자미각에 박해당할 것이 분명했다.그렇기에 이도현은 이 일을 이쯤에서 넘기라는 태상 장로의 말을 듣지 않았다.“끝내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오늘 자미각을 놓아준다면 당신들은 내일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릴 거잖아.”“난 절대 사람을 먼저 건드리지 않아. 내가 공작제국을 상대할 때 너희 자미각에서 억지로 끼어들었다가 실력이 부족해서 도망친 거지. 그 일은 내가 깊이 파고들지 않았어.”“그런데 너희들이 나를 조사하고 위험에 빠뜨리게 했어. 인제 와서 나더러 그만하라고? 그게 가능할 것 같아?”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이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자네는 뭘 원하는데?”“뭘 원하냐고? 좋아, 물었으니까 대답하지. 난 이 일에 관여한 사람들이 모두 죽길 바라지...”이도현이 또박또박 말했다.“뭐라고?”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자미각은 순간 들끓었다.‘이도현, 말이 너무 건방지고 방자해.’‘이번 일에 참여했던 사람이 모두 죽기를 원한다고 말하다니, 그럴 거면 차라리 자미각을 멸망시키겠다고 말하지.’알아야 할 것은, 자미각이 하는 모든 일은 각주와 모든 장로가 상의 끝에 내린 결정들이다.이도현의 말대로 이 일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죽어야 한다면 자미각의 각주와 호법 장로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죽어야 한다.자미각의 고수가 모두 죽는다면 종파가 멸망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이도현의 말에 자미각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그들은 이도현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듣고 모든 불만이 한꺼번에 용솟음쳤다.“이도현,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네가 뭔데.”“무슨 용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좋은 말로 하니까 우리 자
“우리 자미각 각주의 팔도 잘랐겠다. 이 정도면 화가 풀리지 않았어? 그만하게.”“난 자네가 태허산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태허산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계속 나서지 않고 분풀이할 때까지 내버려 뒀던 거야.”“이제 그만할 때도 됐어. 손 놓으시게.”이 말을 듣자 자미각의 수만 명 제자뿐만 아니라 장로와 각주 그리고 잡일을 도맡은 일반 제자까지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놀라운 얼굴로 조상을 바라보았다.그들은 방금 출관한 조상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믿겨 지지 않았다.더욱이는 자미각의 태상 장로, 회도 경지를 돌파한 강자의 입에서 이런 멍청한 말이 나올 줄 몰랐다.설사 강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눈앞에서 가족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무기를 들고 적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의 강한 내공을 가진 태상 장로는 가문 사람이 죽어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상대에게 화가 풀렸으면 그만하라고 타이르며 그와 원수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그들은 조상의 반응에 어이가 없어 혀를 찰 지경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머릿속에 멍청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조상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이 짐승 놈이 자미각의 장로 여덟 명을 죽이고 각주의 팔까지 잘랐습니다. 저희 자미각에 이토록 큰 모욕을 안겨주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까?”“그냥 넘어가면 저희 자미각을 어떻게 여기겠습니까? 동네북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패기 넘치는 제자 한 명이 못마땅하여 큰소리로 따졌다.혈기 왕성한 젊은이는 남에게 업신여기는 것을 두고 볼 리가 없었다.지금 집 안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 조용히 넘어가라고?만약 체면이 깎여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존엄이 짓밟혀도 반항하지 않는다면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젊은이의 눈에는 체면이 제일 중요하고 심지어 목숨보다 중요했다.태상 장로는 젊은 제자의 질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룻강아지 주제에 뭘 안다고... 아직 시련을 겪어보지 못해
“이도현... 네가 감히... 너... 너 무슨 배짱으로... 자미각에서 이 각주의 팔을 잘라... 오늘 살아서 자미각을 걸어 나갈 생각, 꿈도 꾸지 마...”자미각 각주는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안색이 창백했고 통증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으며 이도현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조상님, 왜 아직도 손을 쓰지 않는 겁니까? 정말 눈 뜨고 자미각 각주인 제가 이렇게 모욕당하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을 겁니까?”“정말로 천년을 이어받은 자미각의 가업이 이놈의 손에 망치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을 겁니까? 각주가 모욕당하고 자미각이 모욕당하는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겁니까?”“조상님, 저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 자미각의 천년 명성만은 지켜주십시오. 오늘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 짐승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 자미각은 앞으로 고무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공작제국보다 더 심하게 놀림당할 것입니다.”자미각 각주는 조상에게 실망하여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상을 살짝 원망하기도 했다. 폐관 수련을 끝내고 막 관문을 나선 조상은 내공이 회도경지에 도달했기에 손을 거들기만 하면 이도현을 단숨에 죽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상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눈을 뜨고 이도현이 여덟 명의 자미각 장로를 죽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심지어 지금 각주인 그가 이도현에게 목을 조르고 팔을 베여도 꿈쩍하지 않았다. ‘정말 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맞고 내가 알던 자미각의 조상님이 맞아?’이 상황은 외부인이거나 자미각의 친구가 봐도 나서서 도와주었지 손 놓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자미각의 태상 장로, 자미각에서 조상으로 불리는 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곳에 서서 이도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어떻게 자미각의 제자를 남몰라 할 수 있어? 이러고도 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될 자격이 있어? 무슨 자격으로?’“허허허. 오늘은 하느님이 와도 널 지킬 수 없어. 유언 남길 기회를 줄 테니까 말해봐.”이도
“너... 너 잘 생각해... 여기는 자미각이야...”“날 죽인다면 우... 우리 자미각 수천수만 명의 제자는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은 거야...”자미각 각주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힘겹게 협박의 말을 내뱉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겁먹은 게 분명했다.그 자리에 있던 자미각 제자들은 이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자미각에서 그들의 각주, 자미각에서 황제와 같은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목을 조르고 있다.‘미친 거 아니야?’‘이 이도현이란 자, 간덩이가 부은 건가? 아니면 정말 피 터지게 싸울 작정인가?’이도현이 자미각 각주를 함부로 대할 때부터 그들의 원한 관계는 이미 맺어졌다.이도현이 각주를 죽이지 않더라도 각주는 체면을 잃었기에 모든 것을 걸고 이도현을 죽여 자신의 치욕을 씻을 것이다.만약 이도현이 각주를 죽인다면 자미각의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각주가 눈앞에서 살해당했는데 구성원이 손 놓고 가만있으면 자미각의 명예도 완전히 실추되기 때문이다.이도현을 죽이지 않는다면 자미각은 앞으로 고무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조상님, 빨리 사람을 구하십시오. 빨리 각주님을 구하십시오.”장로들은 다급히 소리쳤다.그러나 태상 장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도현을 보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을 뿐 손쓸 생각이 없었다.사람들은 조상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결국, 호법 장로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도현. 건방진 놈. 당장 각주님을 놓아주지 못해? 정말 우리 자미각과 맞서 싸우겠다는 건가?”“시끄러워.”이도현은 화를 내며 그 장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수중의 음양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색 검기는 장로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퍽.묵직한 소리와 함께 장로는 폭파하여 피안개로 되었고 즉석에서 목숨을 잃었다.“이도현, 네가 감히...”“너 이미 우리 장로 여덟 명을 죽였어. 뭘 더 어쩌자는 거야? 우리 자미각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꼭 너의 모든
“짐승 같은 놈. 죽음을 자초하네.”자미각의 기타 장로들이 화를 번쩍 냈다.“죽어라.”몇 명의 장로는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지 못해서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다.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자미각 장로 호법이 사면 팔방에서 나와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장로들은 제각기 곧바로 병기를 내세웠고 모두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죽어...”이도현도 그들을 봐주지 않고 음양검을 손에 들었으며 검을 한번 휙 휘두르자 다섯 갈래의 검기가 오색의 빛을 내뿜으면서 여러 장로를 향해 베어졌다.쿵쾅.커다란 소리와 함께 이도현을 중심으로 오행의 힘이 쾅 하고 자미대전의 문 앞에 터져 나왔다.강대한 위력 아래에 자미각의 여러 장로는 이 힘 때문에 옆으로 날아갔으며 저 멀리 땅에 떨어지면서 거대한 소리를 냈다.쿵, 쿵, 쿵.몇 명의 장로의 몸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딱딱한 바닥 때문에 박살이 났다. 그들은 오장육부가 순식간에 위치가 변한 것처럼 아팠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너...”“어떻게 이럴 수가...”“악...”장로들은 잔뜩 놀란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곧이어 많은 사람의 놀란 눈빛 아래서, 장로들의 몸에 갑자기 피 구멍이 군데군데 자라났다. 그리고 피 구멍에서 검기가 한 줄기씩 나타나더니 피범벅이 되었다. 몹시 무서운 광경이었다.비명 속에서 자미각의 장로들은 축 쓰러졌고 잠시 발버둥 치더니 바로 숨을 거두었다.그저 채 딱딱해지지 않은 몸뚱이만 남긴 채 계속 피를 뿜으면서 바닥을 빨간색으로 물들였다.“스읍...”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냉기를 들이마셨다.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도현이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자마자 바로 사람을 죽이며 전혀 기회를 주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도현은 단번에 자미각의 몇몇 장로 호법을 베어 죽였다. 그것도 자미각 사람들의 보는 앞에서, 자미각 각주, 태상 장로와 모든 장로 호법 그리고 수만 명의 제자 앞에서 사람을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한 제자가 허둥지둥 달려오며 크게 소리쳤다.“각주님. 큰일 났습니다. 각주님. 쳐들어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쳐들어왔습니다.”이 말을 듣자 태상 장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젠장. 도대체 어느 간덩이가 부은 놈이야. 나가 보자...”자미각의 각주가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어느 눈치 머리가 없는 놈이 감히 자미각까지 쳐들어오는 거야? 우리 자미각 태상 장로가 오늘 출관했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다 같이 나가 봐봐.”태상 장로가 말하면서 앞장서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조상님이 나갔으니 나머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나갔다.뭇사람들이 대전 밖으로 나갔을 때, 젊은 청년이 맨주먹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밖에서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나서서 그를 말리던 제자들은 그의 곁에 다가가지도 못했는데 작은 빛발에 날려갔다.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빛발은 다름이 아니라 뜻밖에도 작은 은바늘이었다.“이도현. 각주님, 저놈이 바로 이도현입니다.”자미각에서 유일하게 이도현을 뵌 적이 있는 사람은 바로 그때 공작제국에서 이도현에게 겁을 먹고 달아난 호법 장로였다. 그가 겁을 먹으면서 말했다.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이도현은 이미 그들 앞에 있는 계단에 도착했다.“내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설명을 들으려고 왔어. 나와 자미각은 아무런 원수를 진 적이 없는데 왜 나를 상대로 뒷조사를 하고 미행을 하며 내 주변 사람들의 뒷조사까지 하는지 알아내려고. 당신들은 오늘 나한테 설명을 하는 것이 좋을 거다. 아니면 오늘 이후로 자미각이 존재할 필요가 없게 될지도 몰라.”건방졌다.아주 건방졌다.그는 혼자서 남의 자미각 대전 앞에서, 자미각 수천수만 명의 제자들 앞에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였다. 아니면 자미각이 존재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자미각은 천년이나 이어왔다. 단 한 명도 감히 자미각의 대전 앞에서 자미각을 소멸하겠다고 큰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이도현이 말을 내뱉은 순
태상 장로는 애써 침착하면서 자기의 분노를 억눌렀다. 어찌 됐든 그는 태상 장로이긴 하지만 지금은 자미각의 관리층이 아니었다.하지만 자미각이 한 짓은 정말 너무했다.‘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 개자식이 어떻게 태허산이 몰락했다는 말을 할 수 있지? 어디 이게 말이야 방귀야? 태허산이 몰락했다는 말을 꺼내다니. 참말로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어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지?’태허산이 얼마나 강한지 그는 격하게 체험한 적이 있다. 그가 어렸을 때 수많은 고수가 태허산의 계승자를 에워싼 적이 있었다. 결국, 태허산의 노도를 분노하게 했고 노도는 검을 메고 혼자 하산하여 고무계의 고수들을 거의 한바탕 해치웠다.그때의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세대의 걸출한 천재를 거의 다 죽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감히 태허산이 몰락했다는 말을 내뱉다니.“어리석다. 태허산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희들은 영원히 모를 거다. 아무런 우리 자미각이 몰락했다고 해도 태허산은 절대 몰락하지 않아.”“얘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다. 어찌 됐든 여기에 있는 자네들이야말로 자미각의 각주이고 장로니까. 하지만 아직 만약 태허산의 제자랑 관계가 틀어지기 전이라면 얼른 그자와 화해하기를 바란다. 아니면 진짜로 자미각에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다.”태상 장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이 말을 듣자 자미각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만약 이도현을 상대하지 않는다면 대진제국의 노여움을 감당해야 했다.태허산의 이도현에 비할 때 그들이 더욱 감당하기 싫은 건 성역의 대진제국과 대항하는 것이었다.잠깐 고민을 한 뒤 자미각의 각주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조상님.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예전이랑 다르며 우리 자미각은 예전의 자미각이 아닙니다. 태허산도 조상님이 생각하던 그런 태허산이 아닙니다.”“만약 이번에 태허산의 제자가 고무계로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전 고무계는 이 천하에 태허산이
“이도현이 저더러 각주님에게 말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자미각이 멸문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합니다.”제자의 말에 유쾌하던 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래. 알겠으니까 일단 내려가 봐.”자미각 각주가 급하게 말했다.그는 이일을 태상 장로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면으로 흥을 깨기도 하고 다른 한 면으로 이도현의 일에 있어서 각주가 불미스러운 것도 있었다. 어찌 됐든 자미각의 각주가 되는 사람이 이도현의 개 노릇을 한다는 것을 어르신이 알게 되면 체면이 안 서기도 했다.하지만 방금 제자가 한 말을 태상 장로는 아주 똑똑히 들었다. 기타 일은 안 묻고 그냥 지나칠 수 있어도 누군가가 자미각을 없애겠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는 순간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미각은 누가 뭐래도 고무계에서 손에 꼽히는 세력이었다. 감히 큰소리를 하면서 없애겠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자미각은 천백 년의 역사를 이어왔고 감히 자미각을 멸망시키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감히 이런 큰소리를 치는 자가 있다니. 예전에도 자미각은 그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장로가 회도 경지까지 돌파했으니 이런 큰소리를 내뱉는 사람을 보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누가 담이 이렇게 큰소리를 내뱉는 거야? 우리 자미각을 없애겠다고? 내가 들어나 보게 얘기해봐.”“조상님, 별거 아닙니다. 그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짐승 놈이 하나 있는데 우리 자미각이랑 맞서고 있습니다.”자미각 각주가 말했다.“짐승 같은 놈? 허허. 일이 이렇게 간단하다니. 각주. 너는 내가 늙어서 노망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태상 장로는 각주의 얼렁뚱땅한 말이 무척 맘에 들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조상님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사실 정말 별거 아닙니다. 태허산의 제자가 출산했는데 전에 공작제국에서 대판 싸웠다가 공작사의 보물 칠색동백꽃을 빼앗아갔습니다.”“하지만 성역 안 대진제국의 넷째 황자가 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