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네가 데리고 온 딸이란 게 이런 녀석이야!’차화영은 이를 악물고 도아린을 노려보았다.“배씨 가문에서 네가 가문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요물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어. 네가 온 뒤로...”“짝!”찻잔이 바닥에 던져지고 그 소리에 차화영은 깜짝 놀라 퍼뜩 떨더니 고개 돌려 진경수를 보았다.진경수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는 몸을 기울여 도아린을 보호했다. 그의 얼굴은 비웃는 표정이었고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배씨 가문이 뭐라고! 제 동생은 천사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대우를 못 해줬으면서 일부러 이름에 먹칠하는 거예요!”둘째 손자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한 호랑이였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그 뒤에는 칼을 숨기고 있는 손자였는데 처음으로 얼굴을 붉혔다.“할머니께서 나이가 지긋하신데 외부 사람들과 함께 함부로 혀를 놀린다면 할머니를 치과로 보낼 수 있어요. 가서 수술해야 하면 수술하고 마취해야 하면 마취해야죠. 할머니가 병이 들었는데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불효자식이라고 얘기하겠어요.”“...”차화영은 침을 삼켰다.둘째 손자가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건가? 도를 넘었다!그녀는 반박하지 못했지만, 화가 나서 진범준의 손을 잡고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너도 내가 혀를 함부로 놀렸다고 생각해?”“엄마, 애들이랑 뭐하러 따져요.”애들이 자신을 협박하는데 자신은 따질 수도 없단 말인가?차화영이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가정부가 가서 전화를 받더니 곧 돌아왔다.“어르신, 안씨 사모님께서 급한 일이 있으시다고 찾으십니다.”차화영은 소파를 짚고 일어서 곁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다가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았다.“알겠어. 알겠어. 지금 바로 가라고 할게!”“범준아!”전화가 끊기기도 전에 차화영은 사람을 불렀다.“옥경이 방금 또 협박을 당해서 지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작은 여관에 숨어있대. 얼른 가서 봐봐. 가서 다친 데 없는지 봐봐!”진범준은 일어서서 외투를 가
진옥경은 티백을 넣은 일회용 종이컵을 둥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진범준은 주위를 둘러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마도 곧 허물 예정이었는지 여관은 오랫동안 리모델링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천장에는 벽지도 한 움큼 떨어져 있었다.다시 진옥경을 보니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날 진씨 가문을 떠날 때 입었던 옷이었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투에는 흙이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말라버린 어두운색의 얼룩이 있었다.목과 귀에 있는 상처는 거의 나았는데 손목에는 새로운 상처가 많이 생겼다.어찌 됐든 친동생이고 늘 아끼던 동생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니 마음속이 말이 아니었다.“어떻게 된 거야?”진범준의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진옥경은 고개를 떨구고 그의 맞은편 침대에 앉았다.그녀는 원래도 살집이 없었는데 지금 반팔을 입고 팔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무척 불쌍해 보였다.“오빠, 오빠가 나를 도와주기 싫어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 돈이 다 올케한테 있으니 올케가 도와주기 싫은 거겠지. 올케를 탓하지 않아. 다른 사람 자식의 빚을 갚으려고 나한테 200억을 내놓으라고 하면 나도 싫다고 할 거야.”그녀는 시선을 들어 진범준의 굳은 얼굴을 보고 찻잔을 앞으로 밀었다.“오빠, 물 마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내 일로 오빠가 외출해서 올케가 화내지 않겠지?”진범준은 집에서 차화영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차를 두 주전자나 마셔서 더는 마시지 못했다.그는 찻잔을 끌어당기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아가 자수하도록 설득해.”진옥경은 등이 굳었고 말하려던 말은 목구멍을 올라왔다가 다시 삼켜졌다.‘자수하라고? 만약 오빠 딸이 사고를 쳤다면 그래도 자수하라고 할 거야?’그때 도아린이 배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했을 때 그들 부부는 증거도 없으면서 소문만 듣고 연성으로 가서 도아린의 편을 들어주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도아린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고 배건후가 그녀에게 경기용 말을
“방법은 아까 이미 말했잖아. 애 자수하게 보내!”진옥경은 더 붙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버럭 말했다.“좋아! 가서 자수하게 할게! 그런데 어떻게 자수해야 하는지 민아한테 방법을 생각해주자고. 지금 전화해서 바로 여기로 오게 할게. 우리 잘 얘기해보자, 응?”진범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원래는 목이 마르지 않았는데 화가 나서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아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캑캑거리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여관의 환경이 엉망이니 티백도 엉망이었다. 시고 떫고 목구멍이 찌릿한 느낌까지 들었다.진범준은 미간을 찡그리고 물을 화장실에 버리고는 주전자에서 생수를 받아먹으려고 했다.힘을 줘서 들었지만, 주전자는 텅 비어있었다.진범준은 살짝 당황했고 짜증이 올라왔다.“다른 곳으로 옮겨.”진옥경은 안민아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진범준에게 밖으로 끌려나갔다.“민아야, 네 삼촌이... 네 삼촌이 우리를 도와 방법을 생각해준대. 아, 네 삼촌이 다른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해. 이따가 주소를 보내줄게. 그래, 빨리 와.”전화를 끊고 진옥경은 진범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빠, 이 주위에서 찾아. 좋은 곳은 필요 없어. 중심지 쪽에는 사람이 많아서 민아가 가기 불편해.”진범준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꺼내 찾아보았다.그들이 여관을 떠나자마자 도아린과 진경수가 도착했다.직원은 방 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투숙객이 뭔가 놓고 간 줄로 생각했다.“이 방의 손님은요?”도아린이 물었다.“체크아웃하시고 금방 나갔어요.”도아린은 방안을 빙 둘러보았고 화장실로 갔을 때 욕실 바닥에서 티백을 보았다.“여기서 투숙객한테 무료로 제공하는 티백은 무슨 차예요?”“저희는 티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도아린은 진경수에게 눈짓했다. 진경수는 청소차에서 쓰레기 봉지를 하나 꺼내고는 일회용 컵을 접어서 냄새를 맡더니 봉지에 넣었다. 진범준의 차는 원격조종 기능이 있었다. 지금 이 차는 진경수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기에
하나, 둘, 셋...도아린은 입으로 숫자를 셌고 셋까지 셌을 때 도유준에게서 전화가 왔다.도아린은 핸드폰을 미리 무음으로 바꾸었고 바탕화면에서 바로 도유준의 이름이 떴다.그녀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받았다.“더 볼일 있어?”“누나가 돈이 충분하다는 거 알아. 근데 돈이 많다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누나가 나 도와서 신분을 바꿔주기만 하면 20억을 줄게! 나랑 아빠는 절대 다시는 누나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지금 계좌가 다 정지당했잖아. 어떻게 줄 건데.”도유준은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내가 안민아처럼 멍청한 줄 알아? 자신의 정보로...”문득 말하면 안 될 걸 말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도유준은 더 말하지 않으려 했다.“누나가 승낙하기만 하면 돈을 줄 방법은 무조건 있어.”“나는 너 안 믿어.”도아린은 진경수가 자신에게 알려 준 방 번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에 대고 말했다.“나는 현금을 받을 거야. 옥린 호텔 1306번 방으로 와. 30분 줄게. 도착 못 하면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도아린은 상대가 협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들은 1306방의 옆방에 들었다. 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을 때, 진옥경과 진범준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진옥경은 초조해서 등에 땀이 났다.그녀는 진범준이 한약에 정신을 잃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바람을 피우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준비했는데 진범준은 하품을 하면서 졸려 할 뿐이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요즘 안민아가 보낸 사람은 다 진범준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넘어오지 않으니 그들이 억지로 그림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진범준에게 약을 더 먹일 생각이었지만 여기 여관에는 티백이 없었고 커피를 주었다.“오빠, 민아가 곧 도착한다고 해. 내가 데리러 내려갈게.”“그래.”진범준은 정신을 똑바로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옥경이 나간 뒤, 진경수가 그 방으로 들어갔다
“...응.”진범준은 컵을 들고 있었는데 들고 있는 게, 마치 폭탄 같았다.아들의 말이 맞았다. 진옥경은 돌아올 때 정말 자신에게 마실 것을 사다 주었다.다음으로 동생이 자기한테 할 일을 생각한 진범준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어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얘기했다.“옥경아, 우리 어릴 때...”“우리 어릴 때 정말 고생했지.”진옥경은 드디어 화제를 찾았다.“오빠가 입어서 무릎이 해진 바지를 엄마가 잘라 내 바지로 만들어서 내가 입었잖아.”“바지?”“민소매도 있어. 오빠 민소매를 나는 치마로 입을 수 있었어.”“네가 내 민소매도 입었었어?”진범준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앞으로 발생할 일을 저지해서 동생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얘기를 꺼낸다면 만약 동생이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색해지는 것이다. 진옥경은 어릴 때 얘기를 할 때 얼굴에 웃음이 피었고 눈도 빛이 났다.추억에 잠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범준은 차를 마시기로 했다. 이따가 동생이 다음 행동을 할 때 바로 제지하면 될 것이다.진범준은 컵을 들고 크게 한 모금 빨고 삼키는 척했다.진옥경은 그의 목젖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마시는 것을 확인했고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래도 남매로 지내왔는데 결국에는...”“어지러워!”진범준은 눈이 뒤집히더니 침대에 쓰러졌다.“어지러워...”“오빠? 오빠!”진옥경은 다가가서 살짝 그를 밀었다.“오빠? 왜 그래?”아까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바로 정신을 잃는다고?“...”진범준은 말이 없었다.자세히 관찰해본다면 그의 호흡이 평소보다 급해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평소보다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옥경은 다음으로 넘어가기 급급해서 두 번 정도 부르다가 진범준이 말이 없으니 정신을 잃었다고 확신했다.“민아야, 네 삼촌이 정신을 잃었어! 이제 어떡해야
도유준은 도아린의 전화를 받고 바로 옥린 호텔로 갔다.그는 돈을 가지지 않았다.도아린이 만나자고 한 곳은 호텔 객실이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그녀와 자신이 연락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미였고 그렇다면 당연히 경호원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테니 그는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도아린이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도울 디저트의 사장일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게 두 개를 가지고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그는 도아린을 얕잡아봤다. 예전에 그녀가 배건후의 앞에서 보여주던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을 보고 그녀가 어리숙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도정국까지 함께 함정에 빠트릴 줄은 몰랐다. 도씨 가문의 가게와 부동산은 결국 도지현 그 쓸모없는 자식의 손에 들어가 버렸다.그는 불만이 가득했다.도아린은 자신이 천국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려서 제대로 짓밟아줄 것이다.여자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오명이 퍼지게 되면 강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고 다른 재벌가들도 다 역겨워할 것이다.도유준의 머릿속에는 도아린이 자신 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장면이 그려졌고 기분이 좋아진 그는 차에 속도를 가했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그는 약을 한 알 먹었다.1306번 방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어떤 여자가 그를 등지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민소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목을 주무르고 있었다.도유준은 살며시 문을 닫고 빠르게 여자의 뒤로 다가갔다.“기다리는 게 지루했어?”“당신...읍!”여자는 피할 새도 없이 당했고 상대방이 누군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옷이 벗겨졌다.“엄마, 삼촌 체력이 정말 대단하네요...”안민아는 곁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귀가 무척 빨개졌다.여자의 신음이 전체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옥경은 이마를 짚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오빠를 함정에 빠뜨린다면 오빠가 깨어났을 때는
“민재야, 도와줘...”“한 번 더 말해 봐!”도아린은 누군가에게 머리를 잡혀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뒤에 있는 남자의 싸늘한 이목구비를 본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건후 씨? 건후 씨가 왜 여기에...”남자는 안개가 자욱한 유리 벽에 도아린을 밀어붙이더니 그녀의 아래턱을 잡고 눈을 마주쳤다.“여긴 내 방이야, 누구이길 바라는데? 응?”도아린이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이거 놔요. 놓으라고요...”“날 건드렸으면 끝까지 버텨야지.”남자는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마구 더듬었다.“으악...”쿵!도아린은 차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꿈에서 깼다.앞에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버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길가의 배수구에 빠지면서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버스 안에는 온통 욕하는 사람들과 우는 사람들뿐이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3년 전 그날 밤의 사고에 비하면 이번 사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아린은 그 사고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날 밤 그녀는 배건후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되었고 그러다가 배씨 가문 사모님이 되어 위기들을 해결하긴 했지만...“죽고 싶어요? 얼른 밖으로 기어 나와요!”누군가의 재촉에 도아린은 이미 망가진 케이크를 버리고 선루프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구급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도아린은 구급차가 멀지 않은 곳의 아우디 밴 옆에 멈춰 있는 걸 발견했다.의료진들이 구급차에서 내려 차 안의 다친 환자를 부축했다. 그때 훤칠한 키의 한 남자가 상체를 숙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여자를 안고 나온 후 구급차에 태웠다.찰나였지만 도아린은 그 남자가 바로 결혼한 지 3년 된 남편이라는 걸 알아봤다. 그리고 남편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는 늘 잊지 못했던 그의 첫사랑이었다. 그는 유학 간 그녀를 줄곧 잊지 못했다.도아린은 팔이 아픈 것도 참아가며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휴대전화 너머로 남자의 싸늘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용건만 간단히.”“오늘 집에 들어와
“대표님!”배건후의 차를 알고 있는 경비원이 허리 굽혀 인사했다.“대표님, 아린 씨도 자주 농땡이 치는 건 아니에요. 근데 다른 도우미로 바꾸고 싶다면 소개해드릴게요...”관리사무소 팀장은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배씨 가문의 도우미들은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썼다. 게다가 월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재벌 2세를 만날 기회가 많기에 도아린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많았다.배건후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카리스마는 모두를 압도해 버렸다.환하게 웃던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연성의 7월은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지만 사람들은 마치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1분 후, 유리창이 서서히 내려오면서 배건후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할 일 다 하고 여기서 수다질이야? 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꺼져.”관리사무소 팀장은 놀란 나머지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고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배건후의 언행은 상업계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런 그가 관리사무소를 내쫓는다면 관리사무소는 연성에서 더는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배건후의 날카로운 시선이 도아린에게 머물렀다.“타.”“난 할 일이 있어서요...”그러자 배건후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도아린은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배건후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차 문 쪽에 최대한 붙어 앉았다.마이바흐가 맨션을 나간 후 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싸늘하게 말했다.“평소에는 기고만장하다가 침대 위에서는 힘 한 번 쓰지 못하는 남자?”“...”도아린은 시선을 내리깔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배를 다 피운 배건후가 서류를 툭툭 두드렸다.“이거 무슨 뜻이야?”도아린이 힐끔 쳐다보니 그녀가 작성한 이혼 합의서였다.“이혼하고 싶어요.”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숨 막힐 듯이 답답해졌다.운전기사 조수현은 당장이라도 도망
도유준은 도아린의 전화를 받고 바로 옥린 호텔로 갔다.그는 돈을 가지지 않았다.도아린이 만나자고 한 곳은 호텔 객실이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그녀와 자신이 연락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미였고 그렇다면 당연히 경호원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테니 그는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도아린이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도울 디저트의 사장일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게 두 개를 가지고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그는 도아린을 얕잡아봤다. 예전에 그녀가 배건후의 앞에서 보여주던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을 보고 그녀가 어리숙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도정국까지 함께 함정에 빠트릴 줄은 몰랐다. 도씨 가문의 가게와 부동산은 결국 도지현 그 쓸모없는 자식의 손에 들어가 버렸다.그는 불만이 가득했다.도아린은 자신이 천국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려서 제대로 짓밟아줄 것이다.여자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오명이 퍼지게 되면 강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고 다른 재벌가들도 다 역겨워할 것이다.도유준의 머릿속에는 도아린이 자신 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장면이 그려졌고 기분이 좋아진 그는 차에 속도를 가했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그는 약을 한 알 먹었다.1306번 방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어떤 여자가 그를 등지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민소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목을 주무르고 있었다.도유준은 살며시 문을 닫고 빠르게 여자의 뒤로 다가갔다.“기다리는 게 지루했어?”“당신...읍!”여자는 피할 새도 없이 당했고 상대방이 누군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옷이 벗겨졌다.“엄마, 삼촌 체력이 정말 대단하네요...”안민아는 곁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귀가 무척 빨개졌다.여자의 신음이 전체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옥경은 이마를 짚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오빠를 함정에 빠뜨린다면 오빠가 깨어났을 때는
“...응.”진범준은 컵을 들고 있었는데 들고 있는 게, 마치 폭탄 같았다.아들의 말이 맞았다. 진옥경은 돌아올 때 정말 자신에게 마실 것을 사다 주었다.다음으로 동생이 자기한테 할 일을 생각한 진범준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어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얘기했다.“옥경아, 우리 어릴 때...”“우리 어릴 때 정말 고생했지.”진옥경은 드디어 화제를 찾았다.“오빠가 입어서 무릎이 해진 바지를 엄마가 잘라 내 바지로 만들어서 내가 입었잖아.”“바지?”“민소매도 있어. 오빠 민소매를 나는 치마로 입을 수 있었어.”“네가 내 민소매도 입었었어?”진범준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앞으로 발생할 일을 저지해서 동생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얘기를 꺼낸다면 만약 동생이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색해지는 것이다. 진옥경은 어릴 때 얘기를 할 때 얼굴에 웃음이 피었고 눈도 빛이 났다.추억에 잠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범준은 차를 마시기로 했다. 이따가 동생이 다음 행동을 할 때 바로 제지하면 될 것이다.진범준은 컵을 들고 크게 한 모금 빨고 삼키는 척했다.진옥경은 그의 목젖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마시는 것을 확인했고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래도 남매로 지내왔는데 결국에는...”“어지러워!”진범준은 눈이 뒤집히더니 침대에 쓰러졌다.“어지러워...”“오빠? 오빠!”진옥경은 다가가서 살짝 그를 밀었다.“오빠? 왜 그래?”아까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바로 정신을 잃는다고?“...”진범준은 말이 없었다.자세히 관찰해본다면 그의 호흡이 평소보다 급해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평소보다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옥경은 다음으로 넘어가기 급급해서 두 번 정도 부르다가 진범준이 말이 없으니 정신을 잃었다고 확신했다.“민아야, 네 삼촌이 정신을 잃었어! 이제 어떡해야
하나, 둘, 셋...도아린은 입으로 숫자를 셌고 셋까지 셌을 때 도유준에게서 전화가 왔다.도아린은 핸드폰을 미리 무음으로 바꾸었고 바탕화면에서 바로 도유준의 이름이 떴다.그녀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받았다.“더 볼일 있어?”“누나가 돈이 충분하다는 거 알아. 근데 돈이 많다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누나가 나 도와서 신분을 바꿔주기만 하면 20억을 줄게! 나랑 아빠는 절대 다시는 누나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지금 계좌가 다 정지당했잖아. 어떻게 줄 건데.”도유준은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내가 안민아처럼 멍청한 줄 알아? 자신의 정보로...”문득 말하면 안 될 걸 말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도유준은 더 말하지 않으려 했다.“누나가 승낙하기만 하면 돈을 줄 방법은 무조건 있어.”“나는 너 안 믿어.”도아린은 진경수가 자신에게 알려 준 방 번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에 대고 말했다.“나는 현금을 받을 거야. 옥린 호텔 1306번 방으로 와. 30분 줄게. 도착 못 하면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도아린은 상대가 협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들은 1306방의 옆방에 들었다. 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을 때, 진옥경과 진범준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진옥경은 초조해서 등에 땀이 났다.그녀는 진범준이 한약에 정신을 잃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바람을 피우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준비했는데 진범준은 하품을 하면서 졸려 할 뿐이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요즘 안민아가 보낸 사람은 다 진범준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넘어오지 않으니 그들이 억지로 그림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진범준에게 약을 더 먹일 생각이었지만 여기 여관에는 티백이 없었고 커피를 주었다.“오빠, 민아가 곧 도착한다고 해. 내가 데리러 내려갈게.”“그래.”진범준은 정신을 똑바로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옥경이 나간 뒤, 진경수가 그 방으로 들어갔다
“방법은 아까 이미 말했잖아. 애 자수하게 보내!”진옥경은 더 붙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버럭 말했다.“좋아! 가서 자수하게 할게! 그런데 어떻게 자수해야 하는지 민아한테 방법을 생각해주자고. 지금 전화해서 바로 여기로 오게 할게. 우리 잘 얘기해보자, 응?”진범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원래는 목이 마르지 않았는데 화가 나서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아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캑캑거리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여관의 환경이 엉망이니 티백도 엉망이었다. 시고 떫고 목구멍이 찌릿한 느낌까지 들었다.진범준은 미간을 찡그리고 물을 화장실에 버리고는 주전자에서 생수를 받아먹으려고 했다.힘을 줘서 들었지만, 주전자는 텅 비어있었다.진범준은 살짝 당황했고 짜증이 올라왔다.“다른 곳으로 옮겨.”진옥경은 안민아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진범준에게 밖으로 끌려나갔다.“민아야, 네 삼촌이... 네 삼촌이 우리를 도와 방법을 생각해준대. 아, 네 삼촌이 다른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해. 이따가 주소를 보내줄게. 그래, 빨리 와.”전화를 끊고 진옥경은 진범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빠, 이 주위에서 찾아. 좋은 곳은 필요 없어. 중심지 쪽에는 사람이 많아서 민아가 가기 불편해.”진범준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꺼내 찾아보았다.그들이 여관을 떠나자마자 도아린과 진경수가 도착했다.직원은 방 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투숙객이 뭔가 놓고 간 줄로 생각했다.“이 방의 손님은요?”도아린이 물었다.“체크아웃하시고 금방 나갔어요.”도아린은 방안을 빙 둘러보았고 화장실로 갔을 때 욕실 바닥에서 티백을 보았다.“여기서 투숙객한테 무료로 제공하는 티백은 무슨 차예요?”“저희는 티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도아린은 진경수에게 눈짓했다. 진경수는 청소차에서 쓰레기 봉지를 하나 꺼내고는 일회용 컵을 접어서 냄새를 맡더니 봉지에 넣었다. 진범준의 차는 원격조종 기능이 있었다. 지금 이 차는 진경수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기에
진옥경은 티백을 넣은 일회용 종이컵을 둥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진범준은 주위를 둘러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마도 곧 허물 예정이었는지 여관은 오랫동안 리모델링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천장에는 벽지도 한 움큼 떨어져 있었다.다시 진옥경을 보니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날 진씨 가문을 떠날 때 입었던 옷이었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투에는 흙이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말라버린 어두운색의 얼룩이 있었다.목과 귀에 있는 상처는 거의 나았는데 손목에는 새로운 상처가 많이 생겼다.어찌 됐든 친동생이고 늘 아끼던 동생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니 마음속이 말이 아니었다.“어떻게 된 거야?”진범준의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진옥경은 고개를 떨구고 그의 맞은편 침대에 앉았다.그녀는 원래도 살집이 없었는데 지금 반팔을 입고 팔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무척 불쌍해 보였다.“오빠, 오빠가 나를 도와주기 싫어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 돈이 다 올케한테 있으니 올케가 도와주기 싫은 거겠지. 올케를 탓하지 않아. 다른 사람 자식의 빚을 갚으려고 나한테 200억을 내놓으라고 하면 나도 싫다고 할 거야.”그녀는 시선을 들어 진범준의 굳은 얼굴을 보고 찻잔을 앞으로 밀었다.“오빠, 물 마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내 일로 오빠가 외출해서 올케가 화내지 않겠지?”진범준은 집에서 차화영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차를 두 주전자나 마셔서 더는 마시지 못했다.그는 찻잔을 끌어당기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아가 자수하도록 설득해.”진옥경은 등이 굳었고 말하려던 말은 목구멍을 올라왔다가 다시 삼켜졌다.‘자수하라고? 만약 오빠 딸이 사고를 쳤다면 그래도 자수하라고 할 거야?’그때 도아린이 배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했을 때 그들 부부는 증거도 없으면서 소문만 듣고 연성으로 가서 도아린의 편을 들어주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도아린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고 배건후가 그녀에게 경기용 말을
“잘 봐. 네가 데리고 온 딸이란 게 이런 녀석이야!’차화영은 이를 악물고 도아린을 노려보았다.“배씨 가문에서 네가 가문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요물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어. 네가 온 뒤로...”“짝!”찻잔이 바닥에 던져지고 그 소리에 차화영은 깜짝 놀라 퍼뜩 떨더니 고개 돌려 진경수를 보았다.진경수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는 몸을 기울여 도아린을 보호했다. 그의 얼굴은 비웃는 표정이었고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배씨 가문이 뭐라고! 제 동생은 천사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대우를 못 해줬으면서 일부러 이름에 먹칠하는 거예요!”둘째 손자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한 호랑이였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그 뒤에는 칼을 숨기고 있는 손자였는데 처음으로 얼굴을 붉혔다.“할머니께서 나이가 지긋하신데 외부 사람들과 함께 함부로 혀를 놀린다면 할머니를 치과로 보낼 수 있어요. 가서 수술해야 하면 수술하고 마취해야 하면 마취해야죠. 할머니가 병이 들었는데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불효자식이라고 얘기하겠어요.”“...”차화영은 침을 삼켰다.둘째 손자가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건가? 도를 넘었다!그녀는 반박하지 못했지만, 화가 나서 진범준의 손을 잡고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너도 내가 혀를 함부로 놀렸다고 생각해?”“엄마, 애들이랑 뭐하러 따져요.”애들이 자신을 협박하는데 자신은 따질 수도 없단 말인가?차화영이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가정부가 가서 전화를 받더니 곧 돌아왔다.“어르신, 안씨 사모님께서 급한 일이 있으시다고 찾으십니다.”차화영은 소파를 짚고 일어서 곁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다가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았다.“알겠어. 알겠어. 지금 바로 가라고 할게!”“범준아!”전화가 끊기기도 전에 차화영은 사람을 불렀다.“옥경이 방금 또 협박을 당해서 지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작은 여관에 숨어있대. 얼른 가서 봐봐. 가서 다친 데 없는지 봐봐!”진범준은 일어서서 외투를 가
“오빠, 손이 불편해요?”“아니.”진수혁은 두 손을 무릎에 놓고 고개 돌려 그녀를 봤다.“피곤해.”“그래요.”도아린은 가족들 앞에서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다.그녀는 느긋하게 뒤로 몸을 기댔다.“잠깐 눈 좀 붙일게요. 집에 도착하면 깨워줘요.”그녀는 눈을 감고 최지우의 일에 대해 자세하게 생각했다.가장 가까운 가족과 제일 믿었던 절친이 손을 잡고 함정에 빠뜨리다니, 당시의 심정은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최지우의 몸매가 변하게 된 건 전적으로 폭식 때문이 아니라 약물 과다복용 때문에 호르몬이 불균형적으로 된 이유도 있었다.서대은이 그녀에게 준 자료에 의하면 최지우가 이혼한 뒤 최지우의 어머니는 경찰에 가서 하성태가 실종되었다고 신고하고는 그를 숨겨두었다. 배건후가 하성태로 최지우를 협박한다는 건 그는 이미 하성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배건후의 자료는 그가 스스로 조사한 것인가 육청아가 건넨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도아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진씨 가문에서는 차화영이 저녁 식사 후 또 눈물을 짜고 있다. 딸이 바닥에 나앉게 되었다고 울고 외손녀의 혼인이 불행하다고 울고 같은 식구끼리 등 돌리면 안 된다고 울었다.“아무리 그래도 네 동생이야! 빚쟁이들한테 쫓겨서 따뜻한 밥도 못 먹는데 내 마음이 정말 괴로워 죽겠어!”차화영은 가슴을 치면서 미간을 단단히 찌푸리고 있었다.“밤에 잠도 못 들겠어. 눈을 감으면 옥경이가 맞고 있는 장면이 보여. 애초에 민아가 강씨 가문의 그 자식이랑 결혼하게 동의한 건 너희들인데 지금 문제가 생기니 어떻게 모른 체할 수 있어! 예전에 너랑 명희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옥경이가 너희의 아이들을 돌봐줬잖아. 지금은 옥경이의 자식한테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가 있어!”진범준은 차를 한잔, 또 한잔 마시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진경수는 열심히 듣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차화영은 자신이 울분을 토하듯 한참을 말
최지우는 자신과 결혼한 재벌 청년이 사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가짜인 사기꾼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연예계에서의 친구들을 그에게 투자하도록 소개해주었다. 메이크업 사업은 처음에 돈을 벌었는데 많은 연예인이 광고했기에 팬덤수가 거대했다.최지우 부부는 결혼 전 재산 협의서를 작성했었다. 하여 그녀의 친구들이 투자하고 이익을 받는 통로가 모두 그녀의 계좌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사건이 터진 후 그녀도 사기에 참여한 사람이 되어 앞길을 망치고 말았다.다른 사람들은 이 와중에 다른 한 건의 사기 사건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지우와 스포츠 스타를 초대해 녹화를 진행했다. 그들은 최지우의 매니저를 알게 되었는데 최지우의 친동생인 하성태였다.하성태는 그들에게 매형이 낮은 가격으로 연성의 고급 주택을 살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돌아가서 아무 생각 없이 팀 안의 다른 팀원들에게 얘기했고 결국 함께 10개의 대저택을 구매했다.메이크업 제품 사기 사건이 터진 후 저택을 산 사람들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최지우를 찾아가 돈을 돌려달라고 했고 그녀는 그제야 동생이 그녀의 이름을 내세워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 팀에 있던 그 사람들은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최지우가 다시 대중들의 앞에 나타난다면 그들은 이제 은퇴한 마당에 반드시 이 일을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낼 것이다.얘기를 마친 최지우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그녀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성태가 잘못한 일도 다 제가 감당해야 했어요. 만약 제가 거절하면 엄마는 밖에 나가서 제가 불효자식이라고, 제가 가정폭력범이라고, 제가 약을 먹는다고 얘기했어요. 이 모든 건 제 절친한 친구가 생각해낸 것이라는 걸 알아요. 그 친구만 제 상황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 세 사람은 기생충처럼 제 피를 빨아먹었고 제 기회를 뺏었고 제 커리어를 망쳤어요. 저는 너무 증오해요.”도아린은 최지우의 신상을 찾아본 적이 있어서 그녀가 그때 은퇴하게 된 건
진수혁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그녀의 손을 한번 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했어.”“아.”변슬기는 뒤로 한발 물러섰다. 진수혁이 엘리베이터 문을 닫지 않고 계속 그녀를 보고 있자 의아하게 물었다.“네?”“안 가?”“... 가요.”하지만 이건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였다.‘나도 함께 탈 수 있는 건가?’변슬기는 잠시 망설이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진수혁은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고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갔다.“아까 거짓말을 할 때 들통날까 봐 두렵지 않았어?”“...”변슬기는 또 손을 꼬집기 시작해 손톱자국이 흔적을 여러 개 남겼고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너무 선을 넘은 말들이었어요. 저는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때린 거예요. 그러니 그렇게 선을 넘은 말을 그 사람들은 대표님께서 듣기를 원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그녀는 말을 마치고 훈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오래도록 진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변슬기는 살짝 고개를 들어 진수혁의 시선이 끊임없이 변하는 숫자를 향해 있는 것을 보고 침을 삼키고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그들을 자극하려고 했어요. 그들이 떳떳하지 못하니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입니다.”딩동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진수혁은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걸어 나갔다.변슬기는 어리둥절해서 따라 나갔는데 지하주차장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다급히 엘리베이터로 되돌아갔다.그녀는 돌아가서 1층을 눌렀는데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는 카드와 지문 없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나와서 계단으로 올라갔다.진수혁은 안전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봤지만, 변슬기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도아린이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최지우는 금방 앞부분의 촬영을 마쳤다.두 사람은 캠핑카에서 휴식을 취했고 최지우는 비서가 준비한 야채즙을 마시고 있었다.“저의 이혼에 관해서는 인터넷에서 다 찾아볼 수 있을 텐데 도 팀장님은 어떤 부분이 알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