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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작가: 온유
“당장 멈춰.”

안민아는 다짜고짜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간 진옥경은 망측한 그 광경에 다시 한발 물러났다.

방을 나오면서 화장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진범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거지?

이때, 도유준이 안민아의 팔을 잡고는 그녀를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뭐가 이리 급해? 다음은 네 차례인데.”

“도유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너 때문에 난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있는데. 넌 밖에서 여자랑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안민아는 외삼촌을 해치려 했던 일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평소에 자신과 했던 스킨십을 그가 똑같이 다른 여자에게 하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가 도유준을 더 자극했고 그는 이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절정에 달했다.

그의 품에 안긴 여인은 온몸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선명했고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도유준은 이불을 젖히고 그 여인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

“너 도아린을 제일 미워하잖아. 내가 너 대신 혼내줬으니까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가 안민아의 턱을 쥐고 한마디 내뱉었다.

“언니? 아린 언니랑 무슨 상관이야?”

안민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도아린이 먼저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하겠냐?”

그가 안민아의 머리카락을 잡고 아래로 누르자 안민아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예상하고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 방은 분명히 외삼촌을 해치려고 준비한 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방에서 도아린과 도유준이 만나기로 한 건지?

뭐라 변명하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버렸다.

약 때문에 한껏 흥분된 상태인 도유준은 들끓는 욕망을 풀어낼 생각밖에 없었다.

한편, 경찰차는 이미 아래층에 주차되어 있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1306호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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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배건후의 차를 알고 있는 경비원이 허리 굽혀 인사했다.“대표님, 아린 씨도 자주 농땡이 치는 건 아니에요. 근데 다른 도우미로 바꾸고 싶다면 소개해드릴게요...”관리사무소 팀장은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배씨 가문의 도우미들은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썼다. 게다가 월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재벌 2세를 만날 기회가 많기에 도아린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많았다.배건후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카리스마는 모두를 압도해 버렸다.환하게 웃던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연성의 7월은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지만 사람들은 마치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1분 후, 유리창이 서서히 내려오면서 배건후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할 일 다 하고 여기서 수다질이야? 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꺼져.”관리사무소 팀장은 놀란 나머지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고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배건후의 언행은 상업계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런 그가 관리사무소를 내쫓는다면 관리사무소는 연성에서 더는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배건후의 날카로운 시선이 도아린에게 머물렀다.“타.”“난 할 일이 있어서요...”그러자 배건후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도아린은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배건후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차 문 쪽에 최대한 붙어 앉았다.마이바흐가 맨션을 나간 후 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싸늘하게 말했다.“평소에는 기고만장하다가 침대 위에서는 힘 한 번 쓰지 못하는 남자?”“...”도아린은 시선을 내리깔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배를 다 피운 배건후가 서류를 툭툭 두드렸다.“이거 무슨 뜻이야?”도아린이 힐끔 쳐다보니 그녀가 작성한 이혼 합의서였다.“이혼하고 싶어요.”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숨 막힐 듯이 답답해졌다.운전기사 조수현은 당장이라도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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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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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604화

    “할 말이 있어.”어디론가 전화를 건 성대호는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화기 맞은편, 그의 목소리를 눈치챈 배건후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젠 안 피해 다녀?”“응, 숨지 않으려고.”성대호는 고개를 들고 웃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구경 좀 하려고 돌아온 거야. 모두가 부러워하는 연성의 배씨 가문. 너희 아버지는 병들고 네 동생은 불구가 되고 넌 이혼까지 하고... 어떤 기분이냐?”남의 속을 긁으러 온 모양이군.배건후는 기분이 역겨웠다.미간을 찌푸리던 그가 의자에 기대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배씨 가문에서 아린이한테 잘못한 거야. 난 최선을 다해 만회할 생각이고.”성대호는 웃음이 터진 듯 깔깔대고 웃었다.“그전에는 네가 그렇게 말하면 믿었겠지만 지금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시간 전이라면 너한테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무슨 뜻이야?”배건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가로수길 사거리에서 지유가 차를 몰고 가다가 도아린의 고모를 치고 도망쳤어. 전에도 지유를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써서 도아린한테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강요했었잖아.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거야.”그 순간, 도아린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성대호는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구경꾼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배건후, 넌 대단한 인간이잖아. 도아린을 되찾으려는 거 아니야? 어디 한번 두고 봐. 아내의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하고 어떻게 만회할 수 있는지...이 세상에서 깨진 거울이 다시 붙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깨졌으면 깨진 거지 원래대로 복구가 되겠어?난 배지유한테 농락당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데 배건후 너만 잘되라는 법 없잖아. 한편, 진옥경의 상황은 매우 안 좋았고 수술 동의서에 가족의 사인이 필요했지만 안준휘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윤명희가 차화영을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와 수술 동의서에 사인했다. 수술하는 동안 병원 측에 병세가 위급하다는 통보를 두 번이나 받게 되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03화

    차 앞까지 쫓아온 진옥경은 진범준 쪽의 문고리를 잡고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정말 안 도와줄 거야? 오빠가 모른 척하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어버릴 거야.”그가 차창을 내리고는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진옥경, 우리 남매 사이는 네 손으로 망친 거야. 네가 날 상대로 이런 짓까지 벌이지 않았다면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겠지.”“그래서 정말 안 도와줄 거야?”...진범준은 아무 말도 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고 옆에서 보고 있던 진경수는 아버지가 또 마음이 약해질까 봐 걱정되어 단칼에 거절하려고 하였다.그런데 이때, 진범준이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나도 방법이 없어.”“그래? 정말 나보고 죽으란 소리네? 오빠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진옥경은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전봇대에 부딪히면 큰 상처를 입기는커녕 머리만 아플 것이다. 진범준이 죄책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상처를 입어야 차화영이 아들한테 압력을 가하지 않겠는가?아무리 둘러봐도 근처에 경상을 입을 만한 것이 없었다. 이때,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이내 결심을 내렸다. 진옥경이 뒤돌아서자 진경수는 차에 시동을 걸었고 막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진옥경이 사거리로 돌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빨간 람보르기니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는데 그녀가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펑!람보르기니에 부딪힌 진옥경은 높이 날아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차량 앞부분에 떨어지더니 차량 지붕에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차를 운전하고 있던 자는 아마 누군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들 줄 몰랐던 것 같았다.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사람을 치고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도로를 질주했다. 진경수는 멀지 않은 곳에 급히 차를 세우고는 지나가는 차량이 진옥경에게 2차 피해를 줄까 봐 바로 119에 신고했다. 한편, 도아린은 빨간 람보르기니가 가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번호판은 잘 보이지가 않았다.그러나 왠지 낯익은 숫자와 차량 모델, 우연의 일치일까?그 차는 바로 손보미의 차량

  • 또 한 번의 거절   제602화

    “오빠.”어두운 진범준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다리에 힘에 빠져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오빠, 그런 게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진옥경, 정말 너한테 실망이야.”진옥경?오빠가 나한테 진옥경이라고 한 거야? 왜 이렇게 서먹하게 불러?설마 나랑 연을 끊으려는 걸까?안돼, 절대 그럴 수는 없어.진범준이 그녀한테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안씨 가문에서 그녀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오빠.”그를 향해 팔을 뻗는데 진범준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그 여자, 아빠한테 꼬리치라고 고모가 시킨 거죠. 아빠가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나게 하려고요. 내가 직접 봤는데 그래도 변명할 거예요?”도아린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옥경을 쳐다보았다. “어른이 말하는데 네가 왜 끼어들어?”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진옥경은 모든 것을 도아린의 탓으로 돌렸다. 도아린이 도유준을 불러내지 않았다면 경찰들이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잡아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진범준의 약점을 잡아 도움을 강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 모든 건 도아린의 탓이었다. “오빠, 일단 들어와. 내가 다 설명할게.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민아한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어. 나도 마찬가지고...”진범준은 그녀의 손길을 뿌리쳤고 방에 들어가는 것도 거절했다.“내 눈으로 직접 봤고 내 귀로 직접 들었어. 민아와 도유준이 내 딸을 노리고 있다는걸. 그리고 어떻게 감히 날 상대로 그런 짓을 꾸며?”진범준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처음 본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오빠, 민아가 잡혀갔어. 오빠가 대신 돈 안 갚아주면 우리 민아 정말 감옥에 갈지도 몰라. 민아는 나한테 하나뿐인 딸이야. 제발 부탁이야 오빠, 이번 한 번만 나 좀 도와줘.”말을 하면서 그녀는 무릎을 꿇었고 진경수는 도아린을 끌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진옥경

  • 또 한 번의 거절   제601화

    “당장 멈춰.”안민아는 다짜고짜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간 진옥경은 망측한 그 광경에 다시 한발 물러났다. 방을 나오면서 화장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진범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간 거지?이때, 도유준이 안민아의 팔을 잡고는 그녀를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뭐가 이리 급해? 다음은 네 차례인데.”“도유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너 때문에 난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있는데. 넌 밖에서 여자랑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안민아는 외삼촌을 해치려 했던 일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평소에 자신과 했던 스킨십을 그가 똑같이 다른 여자에게 하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가 도유준을 더 자극했고 그는 이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절정에 달했다. 그의 품에 안긴 여인은 온몸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선명했고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도유준은 이불을 젖히고 그 여인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 “너 도아린을 제일 미워하잖아. 내가 너 대신 혼내줬으니까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가 안민아의 턱을 쥐고 한마디 내뱉었다.“언니? 아린 언니랑 무슨 상관이야?”안민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도아린이 먼저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하겠냐?”그가 안민아의 머리카락을 잡고 아래로 누르자 안민아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아니야, 이건 아니라고.”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예상하고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 방은 분명히 외삼촌을 해치려고 준비한 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방에서 도아린과 도유준이 만나기로 한 건지?뭐라 변명하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버렸다.약 때문에 한껏 흥분된 상태인 도유준은 들끓는 욕망을 풀어낼 생각밖에 없었다. 한편, 경찰차는 이미 아래층에 주차되어 있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1306호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00화

    도유준은 도아린의 전화를 받고 바로 옥린 호텔로 갔다.그는 돈을 가지지 않았다.도아린이 만나자고 한 곳은 호텔 객실이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그녀와 자신이 연락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미였고 그렇다면 당연히 경호원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테니 그는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도아린이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도울 디저트의 사장일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게 두 개를 가지고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그는 도아린을 얕잡아봤다. 예전에 그녀가 배건후의 앞에서 보여주던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을 보고 그녀가 어리숙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도정국까지 함께 함정에 빠트릴 줄은 몰랐다. 도씨 가문의 가게와 부동산은 결국 도지현 그 쓸모없는 자식의 손에 들어가 버렸다.그는 불만이 가득했다.도아린은 자신이 천국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려서 제대로 짓밟아줄 것이다.여자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오명이 퍼지게 되면 강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고 다른 재벌가들도 다 역겨워할 것이다.도유준의 머릿속에는 도아린이 자신 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장면이 그려졌고 기분이 좋아진 그는 차에 속도를 가했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그는 약을 한 알 먹었다.1306번 방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어떤 여자가 그를 등지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민소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목을 주무르고 있었다.도유준은 살며시 문을 닫고 빠르게 여자의 뒤로 다가갔다.“기다리는 게 지루했어?”“당신...읍!”여자는 피할 새도 없이 당했고 상대방이 누군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옷이 벗겨졌다.“엄마, 삼촌 체력이 정말 대단하네요...”안민아는 곁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귀가 무척 빨개졌다.여자의 신음이 전체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옥경은 이마를 짚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오빠를 함정에 빠뜨린다면 오빠가 깨어났을 때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599화

    “...응.”진범준은 컵을 들고 있었는데 들고 있는 게, 마치 폭탄 같았다.아들의 말이 맞았다. 진옥경은 돌아올 때 정말 자신에게 마실 것을 사다 주었다.다음으로 동생이 자기한테 할 일을 생각한 진범준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어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얘기했다.“옥경아, 우리 어릴 때...”“우리 어릴 때 정말 고생했지.”진옥경은 드디어 화제를 찾았다.“오빠가 입어서 무릎이 해진 바지를 엄마가 잘라 내 바지로 만들어서 내가 입었잖아.”“바지?”“민소매도 있어. 오빠 민소매를 나는 치마로 입을 수 있었어.”“네가 내 민소매도 입었었어?”진범준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앞으로 발생할 일을 저지해서 동생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얘기를 꺼낸다면 만약 동생이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색해지는 것이다. 진옥경은 어릴 때 얘기를 할 때 얼굴에 웃음이 피었고 눈도 빛이 났다.추억에 잠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범준은 차를 마시기로 했다. 이따가 동생이 다음 행동을 할 때 바로 제지하면 될 것이다.진범준은 컵을 들고 크게 한 모금 빨고 삼키는 척했다.진옥경은 그의 목젖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마시는 것을 확인했고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래도 남매로 지내왔는데 결국에는...”“어지러워!”진범준은 눈이 뒤집히더니 침대에 쓰러졌다.“어지러워...”“오빠? 오빠!”진옥경은 다가가서 살짝 그를 밀었다.“오빠? 왜 그래?”아까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바로 정신을 잃는다고?“...”진범준은 말이 없었다.자세히 관찰해본다면 그의 호흡이 평소보다 급해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평소보다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옥경은 다음으로 넘어가기 급급해서 두 번 정도 부르다가 진범준이 말이 없으니 정신을 잃었다고 확신했다.“민아야, 네 삼촌이 정신을 잃었어! 이제 어떡해야

  • 또 한 번의 거절   제598화

    하나, 둘, 셋...도아린은 입으로 숫자를 셌고 셋까지 셌을 때 도유준에게서 전화가 왔다.도아린은 핸드폰을 미리 무음으로 바꾸었고 바탕화면에서 바로 도유준의 이름이 떴다.그녀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받았다.“더 볼일 있어?”“누나가 돈이 충분하다는 거 알아. 근데 돈이 많다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누나가 나 도와서 신분을 바꿔주기만 하면 20억을 줄게! 나랑 아빠는 절대 다시는 누나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지금 계좌가 다 정지당했잖아. 어떻게 줄 건데.”도유준은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내가 안민아처럼 멍청한 줄 알아? 자신의 정보로...”문득 말하면 안 될 걸 말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도유준은 더 말하지 않으려 했다.“누나가 승낙하기만 하면 돈을 줄 방법은 무조건 있어.”“나는 너 안 믿어.”도아린은 진경수가 자신에게 알려 준 방 번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에 대고 말했다.“나는 현금을 받을 거야. 옥린 호텔 1306번 방으로 와. 30분 줄게. 도착 못 하면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도아린은 상대가 협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들은 1306방의 옆방에 들었다. 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을 때, 진옥경과 진범준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진옥경은 초조해서 등에 땀이 났다.그녀는 진범준이 한약에 정신을 잃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바람을 피우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준비했는데 진범준은 하품을 하면서 졸려 할 뿐이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요즘 안민아가 보낸 사람은 다 진범준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넘어오지 않으니 그들이 억지로 그림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진범준에게 약을 더 먹일 생각이었지만 여기 여관에는 티백이 없었고 커피를 주었다.“오빠, 민아가 곧 도착한다고 해. 내가 데리러 내려갈게.”“그래.”진범준은 정신을 똑바로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옥경이 나간 뒤, 진경수가 그 방으로 들어갔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597화

    “방법은 아까 이미 말했잖아. 애 자수하게 보내!”진옥경은 더 붙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버럭 말했다.“좋아! 가서 자수하게 할게! 그런데 어떻게 자수해야 하는지 민아한테 방법을 생각해주자고. 지금 전화해서 바로 여기로 오게 할게. 우리 잘 얘기해보자, 응?”진범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원래는 목이 마르지 않았는데 화가 나서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아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캑캑거리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여관의 환경이 엉망이니 티백도 엉망이었다. 시고 떫고 목구멍이 찌릿한 느낌까지 들었다.진범준은 미간을 찡그리고 물을 화장실에 버리고는 주전자에서 생수를 받아먹으려고 했다.힘을 줘서 들었지만, 주전자는 텅 비어있었다.진범준은 살짝 당황했고 짜증이 올라왔다.“다른 곳으로 옮겨.”진옥경은 안민아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진범준에게 밖으로 끌려나갔다.“민아야, 네 삼촌이... 네 삼촌이 우리를 도와 방법을 생각해준대. 아, 네 삼촌이 다른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해. 이따가 주소를 보내줄게. 그래, 빨리 와.”전화를 끊고 진옥경은 진범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빠, 이 주위에서 찾아. 좋은 곳은 필요 없어. 중심지 쪽에는 사람이 많아서 민아가 가기 불편해.”진범준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꺼내 찾아보았다.그들이 여관을 떠나자마자 도아린과 진경수가 도착했다.직원은 방 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투숙객이 뭔가 놓고 간 줄로 생각했다.“이 방의 손님은요?”도아린이 물었다.“체크아웃하시고 금방 나갔어요.”도아린은 방안을 빙 둘러보았고 화장실로 갔을 때 욕실 바닥에서 티백을 보았다.“여기서 투숙객한테 무료로 제공하는 티백은 무슨 차예요?”“저희는 티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도아린은 진경수에게 눈짓했다. 진경수는 청소차에서 쓰레기 봉지를 하나 꺼내고는 일회용 컵을 접어서 냄새를 맡더니 봉지에 넣었다. 진범준의 차는 원격조종 기능이 있었다. 지금 이 차는 진경수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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