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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작가: 온유
무뢰한 인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던 진경수는 안준휘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단 교통사고부터 처리하시고 경찰서로 가서 사기 사건도 처리하시죠. 깜짝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뭐?”

벌컥 화를 내는 사위의 모습에 차화영은 엉겁결에 몸을 피하다가 문에 팔꿈치를 부딪쳤고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가까스로 떨지 않던 그녀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어미야. 내 손이...”

윤명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부딪힌 곳을 주물러주고는 그녀를 부축하여 먼저 병실을 나섰다.

진경수도 도아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같은 시각, 발걸음을 옮기던 진범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안준휘를 빤히 쳐다보았다.

집에 돌아온 뒤, 진범준은 아내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어깨에서 전해진 따뜻한 기운에 윤명희는 손을 뻗어 남편을 감싸안았다.

오랜 시간 부부로 살았으니 말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남편이 여동생에게 깊은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

한편, 배지유는 차를 성대호에게 수리를 맡긴 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배석준이 김지민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준 것을 알게 된 이후, 그녀는 퇴원하고 나서부터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빠가 사는 곳에서 함께 살 생각이었고 아무도 그녀를 쫓아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배건후를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오빠는 교통사고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으니 겁부터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심호흡하던 그녀는 떨리는 손을 애써 통제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아빠 보러 왔어요? 왜 여기 있어요? 같이 올라가요.”

배건후는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깊은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속마음을 들킨 줄 안 그녀는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조금 덥네요.”

“다리를 다쳤는데도 운전을 하는 거야?”

“왼쪽 다리를 다친 것뿐이에요. 그리고 자동 기어는 왼쪽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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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을 찍던 사람은 재빨리 진씨 가문의 대문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도아린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러다가 관을 본 순간 그녀의 눈 밑에 안타까움과 동정이 스쳐 지나갔다. 안준휘는 계속해서 관에 엎드려 울었고 도아린을 힐끗 올려다보고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돈이 우리한테는 엄청난 부담이었지만 너희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 네가 계획한 혼사에 민아가 불만을 품으니까 네가 이리 모른 척하는 거 아니니? 우리 집안이 너 때문에 풍비박산이 났어.”안준휘는 일부러 돈의 개념을 흐릿하게 만들었다.그는 이미 댓글 부대까지 구했고 일부러 사람들의 감정을 부추겼다. 돈을 사기당한 사람들은 그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의 돈만 찾고 싶을 뿐이지. 진씨 가문에서 돈을 빌려준다면 그들이 어렵게 모은 돈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자 피해자들의 분노가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다시 한번 물을게요. 고모가 정말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어요? 그래서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몇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자신을 찍는 것을 눈치챈 안준휘는 두리뭉실하게 대답했다.“진씨 가문에서 무정하게 나 몰라라 해서 그런 거잖아. 아니면 옥경이가 왜 상처를 받았겠어?”“무정하다고요? 당신 딸이 결혼하는데 우리가 왜 혼수를 해줘야 하는 거예요?”“혼수라니. 진씨 가문에서는 단 일 푼도 내놓지 않았잖아.”안준휘는 화를 벌컥 내며 주먹으로 관을 세게 내리쳤다.피식 웃던 도아린은 카메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다들 내 말 좀 들어보세요. 딸이 결혼하는데 우리한테 혼수를 요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 세상에 이런 도리가 어디 있어요?’“도아린 너...”안준휘는 달려들어 그녀가 함부로 말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도아린은 부잣집 딸 아닌가?왜 이렇게 기가 센 여편네 같지?그때, 진수혁이 안준휘를 꽉 잡았고 도아린을 밀치려 했던 안준휘의 손은 결국 그녀를 건드리조차 못하였다.뒤로 몇 걸음

  • 또 한 번의 거절   제633화

    그녀는 도아린의 곁으로 다가가 딸아이의 손목을 잡았다.그 순간, 도아린은 그녀의 손을 맞잡고 살짝 힘을 주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하인이 들어와서 보고하는데 집으로 돌아오던 진수혁의 차가 안준휘에 의해 가로막혔고 그가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하였다. 도아린은 윤명희를 따라 밖으로 나갔고 차화영도 잠시 고민하더니 그들의 뒤를 따라나섰다.그러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하인에게 부축해달라고 했다.“진수혁. 처음에 내가 옥경이를 살리겠다고 하자 뭐라고 했어? 진씨 가문의 사람이니 진씨 가문에서 책임지겠다고 했잖아. 오늘 아침까지도 멀쩡하던 사람이 왜 오후에 갑자기 죽은 거야? 내가 빚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 와이프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싶었어. 그러니까 똑바로 설명해 봐.”차에서 내린 진수혁은 주변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사람들을 슬쩍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안준휘를 쳐다보았다.“고모가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때, 고모부의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또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나요?”말투가 느리긴 하지만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안색이 어두워진 안준휘가 급히 해명했다.“내 딸이 남한테 협박을 당하고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어. 딸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갔던 거야.”“여자한테서 돈을 빌립니까?”그 말에 안준휘는 흠칫했다.“대표님이 여자야.”무표정한 진수혁의 얼굴은 어떤 핸드폰에서도 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유일한 흠이라면 믿기 힘들 정도로 조각상처럼 잘생겼다는 것이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돈을 빌리러 간 사람이 왜 셔츠에 립스틱 자국이 있는 겁니까? 고모부 나이에 돈 때문에 몸을 팔지는 않았을 테고.”안준휘는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감쌌다.옷깃을 움켜쥐고서야 오늘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티셔츠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셔츠는 이틀 전에 입었던 옷인데...그러나 그의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동은 라이브 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던

  • 또 한 번의 거절   제632화

    “도아린? 네가 왜 여기 있어?”“저 사람 잡아요.”그 의사를 스쳐 지나오던 안준휘는 그녀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누구? 누구를 잡으라는 거야?”도아린이 문 앞까지 쫓아왔을 때, 그 의사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차가운 눈빛으로 안준휘를 힐끗 쳐다보던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안전 통로의 뒤에는 로비였고 네 방향에 네 개의 출구가 있었다.가장 가까운 문으로 다가가니 쓰레기통에 의사의 흰 가운이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병원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의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누구를 찾고 있는 거야?”뒤따라온 안준휘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고 그를 쳐다보았고 안준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침을 꿀꺽 삼키며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중환자실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 있던 진경수가 엄청난 소식을 전했다.“조금 전에 돌아가셨어요.”“옥경아, 옥경아.”그 말에 안준휘는 울부짖으며 병실로 돌진했다.도아린은 진경수의 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방금 그 의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진경수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고모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하셨는데...”한편, 안준휘는 울고불고하며 소란을 피웠고 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구조하지 않았다고 하다가 진경수가 자신의 동의도 없이 구조를 포기했다고 난리를 쳤다.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끝날 줄 알았는데 그는 관을 들고 진씨 가문의 대문 밖으로 가서 계속해서 행패를 부렸다. 진씨 가문은 부자 동네에 살고 있었고 각 별장 사이에는 비교적 독립적인 공간이 있었다.일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안준휘는 기자들도 데리고 왔다.그는 카메라 앞에서 울며 하소연하였고 딸과 사위가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을 인정하면서 이미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진씨 가문이 우물에 빠진 그들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631화

    아빠의 건강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더 이상 회사의 힘든 일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엄마는 이미 JS 픽처스의 지분을 전부 도아린에게 넘겨주었고 만약 모건 그룹까지 엄마의 손에 들어간다면 결국은 모건 그룹조차도 도아린의 손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리된다면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것이었다. 남궁유민은 침착하게 서류 가방을 챙겨 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감옥에서 굴욕을 당하면서 죽어갈지 아니면 오빠를 고발하고 한 가닥의 희망을 붙잡을 것인지 잘 생각해 봐요.”말을 마친 그는 이내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배지유는 급한 마음에 식은땀까지 흘렸다. 전에 구치소에서 지냈던 날들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불과 며칠도 견딜 수가 없었는데 그 안에서 어떻게 몇 년을 살 수 있겠는가?방을 나서려는 그때, 그녀가 급히 입을 열었다.“20억 줘요. 적어도 감옥에서 나와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그 말에 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그가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10억이라도요.”“2억이요. 최소한 2억은 줘요.”아무 반응이 없는 그의 뒷모습에 배지유는 급히 소리쳤다.“약속할게요. 약속한다고요. 무엇이든 하라는 대로 할게요.”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던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 앉아 있던 우정윤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어떻게 됐습니까?”남궁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수고하셨습니다. 대표님을 뵈러 가시죠.”우정윤은 그를 데리고 서재로 향했고 두 사람에게 유자차를 내어준 뒤 서재를 나왔다. “지유 씨가 자수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최대한 감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배건후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짧게 대답하고는 손에 든 서류를 계속해서 훑어보았다. 그는 서류들을 검토한 뒤 우정윤에게 가져가라고 하였고 절차에 따라 진행하라고 비서실에 알리라 하였다. 그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남궁유민에게 맛보

  • 또 한 번의 거절   제630화

    배지유는 그 사람을 보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부릅떴다.“내 일 때문에 해남에 온 거예요?”남궁유민은 모건 그룹의 변호사였고 그가 맡은 사건들은 모두 몇백억이 넘는 사건들이었다. 설마 오빠가 내 사건에 남궁 변호사를 붙여준 거야?하지만 아무리 남궁유민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죽었으니 그녀는 감옥에 가는 걸 피할 길이 없었다. “안 가요. 누가 변호를 해줘도 난 경찰서에 안 간다고.”“우 비서님, 아가씨랑 단둘이 얘기 좀 했으면 합니다.”양복 차림의 그는 조금도 지쳐 보이는 내색이 없이 프로패셔널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우정윤은 자리를 뜨면서 그녀에게 이제 그만 억지를 부리라는 눈빛을 보냈다. “긴말 필요 없어요. 아무리 설득해도 난 절대 자수할 생각 없어요.”그녀는 고개를 한쪽으로 휙 돌렸다. 말은 그리 당당하게 했지만 마음속으로 너무 불안했다. 오빠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를 경찰서에 보내기로 결정한 이상 손발을 묶어서라도 끝내 데리고 갈 것이다.“난 지유 씨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에요.”남궁유민은 의자를 끌어다가 침대 옆에 앉았다.그녀는 이불을 꽉 움켜쥐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날 돕고 싶다면 나 대신 벌을 받을 사람을 찾아와요. 대호 오빠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우리 오빠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예요. 오빠가 나선다면 상대방 쪽에서 얼마를 원해도 다 들어줄 수 있을 거예요.”남궁유민이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가방에서 서류들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그녀는 서류들을 한 번 흘겨보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가 서류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 구석에 있는 CCTV를 힐끗 쳐다보았다.방안에 CCTV가 있는 것을 보니 그녀가 자살이라도 할까 봐 걱정되기보다는 도망갈까 봐 감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그녀는 서류를 천천히 들고 CCTV에 서류의 내용이 찍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내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29화

    그날 ‘찬란한 인생’의 홍보 영상이 공개되었고 영상 속 최지우가 연기한 여주인공은 친한 친구에게 속아 대출을 받아서 대량의 화장품을 구입하여 삶을 역전시키려고 하였다. 영상이 공개된 후, 그날 밤 최지우는 어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려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기자들이 병원을 지키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녀의 어머니는 언론에 그녀가 불효한 자식이라고 폭로할 거라고 했다.새벽 두 시가 되어 촬영이 끝난 그녀는 화장도 지우지 못한 채 병원으로 달려갔다. 촬영장을 떠나 시내에 들어서기도 전에 한적한 도로서 통제 불능의 대형 트럭이 정면으로 충돌해 왔다.일북은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며 방향을 틀었고 차는 이내 길가에 멈춰 섰다. 통제 불능 상태인 대형 트럭은 화물칸 전체가 도로에서 마찰을 일으켰고 차량 앞부분이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두 차량이 충돌할 때쯤 일북은 급히 후진하여 백 미터 뒤로 물러섰고 안에 있던 운전기사는 운전자석에서 뛰어나와 산비탈로 떨어졌다. 조수석에 있던 최지우는 차에서 내려 울타리 쪽으로 걸어가서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걸 예상했다는 듯이 차에서 뛰어내린 운전기사를 쳐다보았다. 운전기사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데 이내 엄청난 힘에 의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당신...”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밟고 있는 최지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힘이 매우 셌고 운전기사의 팔을 잡고 뒤로 누르자 이내 운전기사의 팔이 빠졌다.“아악.”“당신은 알 거 없어.”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곧이어 운전기사의 다른 한쪽 팔도 부러뜨렸다. 남자는 치마를 벗고 가짜 살갗을 드러내고는 치마로 운전기사의 발을 묶은 뒤 고개를 들어 일북을 불렀다.“나 좀 끌어올려 줘.”그를 끌어 올리는 일북의 얼굴에 싫은 표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답답하고 더워죽는 줄 알았네. 배우들은 이런 분장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일남은 뒤돌아서 일북에게 지퍼를 열어달라고 했다. 잠시 후, 경찰들이 와서 운전기사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28화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배건후도 뒤돌아보지도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화가 난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힘껏 두드렸고 손이 아파서 이를 꽉 악물었다.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지만 진짜로 죽는 건 또 싫었다. 배건후에게 겁을 주고 싶었지만 방을 둘러보니 크게 다치지 않을 만한 물건을 찾지 못하였다. 옆방, 배건후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의사는 미리 준비한 주사를 그에게 놓아주었다.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있는 그는 계속 미열이 나고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링거를 거의 다 맞을 때쯤, 우정윤이 들어와서 바늘을 뽑아줬다.“아가씨한테 도시락을 챙겨줬지만 다 쏟아버렸습니다.”“그냥 내버려둬.”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지금 하고 있는 일 인수인계 하고 해남 쪽으로 건너와.”...다음날, 도아린이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복잡한 눈빛으로 강재희를 쳐다보던 그녀의 모습을 강재민을 쳐다보는 것처럼 누군가 영상을 편집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연애 사실이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영상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었다. 지난 결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도아린이 그 영상을 봤을 때는 이미 리트윗이 백만을 넘어선 상태였다. 이때, 서대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두 사람 진짜 사귀는 거야?”“만나보기로 했어. 서로 마음이 맞을지도 모르잖아.”그녀는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책상에 앉아 대본을 수정했다.“배지유가 구조되었어. 주변 CCTV를 확인해 봤는데 배건후 씨의 흔적은 없었어.”서대은은 도아린의 문자를 받고 사람들을 보내 그 창고를 감시하고 있었다.“하지만 배건후 씨를 제외하고 누가 그렇게 배지유를 구해갈 수 있을까?”“배지유를 가둔 사람이 무슨 목적인지 생각해 봤어?”도아린은 피식 웃었다.전날 배지유가 욕설을 퍼붓는 걸 듣고 그녀는 누군가 배지유와 배건후의 관계를 이간질하려 한다는 걸 알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627화

    “뭐라고?”“모르는 척할 거예요? 다 알고 있어요. 오빠가 그놈들한테 날 혼내라고 한 거”배지유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말을 이어갔다.“사람을 친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 여자가 스스로 뛰어든 거라고요. 난 녹색 신호등에 정상적으로 운전한 건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요?”“그 여자가 도아린의 고모라서 나한테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거예요? 그래서 싫다고 하는 나한테 그놈들을 보내 날 괴롭힌 거냐고요? 난 오빠 동생인데 어떻게 도아린 때문에 나한테 이리 못되게 굴어요?”그녀는 미친 듯이 침대를 두드리며 손에 잡히는 대로 모두 바닥에 던져버렸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얼굴 표정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배건후는 우뚝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그녀를 구했을 때, 그는 이미 그녀가 겪은 일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성대호에게 끌려간 사람이 왜 이런 지경까지 된 것인지?침대 옆에 우뚝 서 있던 그는 배지유가 힘이 빠져 조금 진정되자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해도 도망가지 말았어야지. 네가 현장을 떠나기만 하면 그 책임은 너한테 있는 거야.”배지유는 그 말에 불복하며 그를 노려보았다.“그 사람이 도아린의 고모가 아니어도 오빠가 이 일에 참견했을까요?”남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누구든 네가 잘못한 건 사실이잖아.”“거짓말! 도아린의 고모가 아니었다면 오빠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쏘아붙였다.“전에 사고가 났을 때는 왜 참견하지 않았어요? 전에 사람을 때렸을 때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잖아요. 왜 도아린하고 엮이기만 하면 정의감이 생기는데요? 가식적이네요. 오빠는...”철썩!그녀의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에서 피 냄새가 나고 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놈들이 배건후가 시킨 짓이라고 했을 때 그녀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오빠가 나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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