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93화

Author: 온유
최지우는 자신과 결혼한 재벌 청년이 사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가짜인 사기꾼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연예계에서의 친구들을 그에게 투자하도록 소개해주었다. 메이크업 사업은 처음에 돈을 벌었는데 많은 연예인이 광고했기에 팬덤수가 거대했다.

최지우 부부는 결혼 전 재산 협의서를 작성했었다. 하여 그녀의 친구들이 투자하고 이익을 받는 통로가 모두 그녀의 계좌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사건이 터진 후 그녀도 사기에 참여한 사람이 되어 앞길을 망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와중에 다른 한 건의 사기 사건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지우와 스포츠 스타를 초대해 녹화를 진행했다. 그들은 최지우의 매니저를 알게 되었는데 최지우의 친동생인 하성태였다.

하성태는 그들에게 매형이 낮은 가격으로 연성의 고급 주택을 살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돌아가서 아무 생각 없이 팀 안의 다른 팀원들에게 얘기했고 결국 함께 10개의 대저택을 구매했다.

메이크업 제품 사기 사건이 터진 후 저택을 산 사람들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최지우를 찾아가 돈을 돌려달라고 했고 그녀는 그제야 동생이 그녀의 이름을 내세워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팀에 있던 그 사람들은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최지우가 다시 대중들의 앞에 나타난다면 그들은 이제 은퇴한 마당에 반드시 이 일을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낼 것이다.

얘기를 마친 최지우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녀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성태가 잘못한 일도 다 제가 감당해야 했어요. 만약 제가 거절하면 엄마는 밖에 나가서 제가 불효자식이라고, 제가 가정폭력범이라고, 제가 약을 먹는다고 얘기했어요. 이 모든 건 제 절친한 친구가 생각해낸 것이라는 걸 알아요. 그 친구만 제 상황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 세 사람은 기생충처럼 제 피를 빨아먹었고 제 기회를 뺏었고 제 커리어를 망쳤어요. 저는 너무 증오해요.”

도아린은 최지우의 신상을 찾아본 적이 있어서 그녀가 그때 은퇴하게 된 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또 한 번의 거절   제594화

    “오빠, 손이 불편해요?”“아니.”진수혁은 두 손을 무릎에 놓고 고개 돌려 그녀를 봤다.“피곤해.”“그래요.”도아린은 가족들 앞에서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다.그녀는 느긋하게 뒤로 몸을 기댔다.“잠깐 눈 좀 붙일게요. 집에 도착하면 깨워줘요.”그녀는 눈을 감고 최지우의 일에 대해 자세하게 생각했다.가장 가까운 가족과 제일 믿었던 절친이 손을 잡고 함정에 빠뜨리다니, 당시의 심정은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최지우의 몸매가 변하게 된 건 전적으로 폭식 때문이 아니라 약물 과다복용 때문에 호르몬이 불균형적으로 된 이유도 있었다.서대은이 그녀에게 준 자료에 의하면 최지우가 이혼한 뒤 최지우의 어머니는 경찰에 가서 하성태가 실종되었다고 신고하고는 그를 숨겨두었다. 배건후가 하성태로 최지우를 협박한다는 건 그는 이미 하성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배건후의 자료는 그가 스스로 조사한 것인가 육청아가 건넨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도아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진씨 가문에서는 차화영이 저녁 식사 후 또 눈물을 짜고 있다. 딸이 바닥에 나앉게 되었다고 울고 외손녀의 혼인이 불행하다고 울고 같은 식구끼리 등 돌리면 안 된다고 울었다.“아무리 그래도 네 동생이야! 빚쟁이들한테 쫓겨서 따뜻한 밥도 못 먹는데 내 마음이 정말 괴로워 죽겠어!”차화영은 가슴을 치면서 미간을 단단히 찌푸리고 있었다.“밤에 잠도 못 들겠어. 눈을 감으면 옥경이가 맞고 있는 장면이 보여. 애초에 민아가 강씨 가문의 그 자식이랑 결혼하게 동의한 건 너희들인데 지금 문제가 생기니 어떻게 모른 체할 수 있어! 예전에 너랑 명희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옥경이가 너희의 아이들을 돌봐줬잖아. 지금은 옥경이의 자식한테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가 있어!”진범준은 차를 한잔, 또 한잔 마시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진경수는 열심히 듣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차화영은 자신이 울분을 토하듯 한참을 말

  • 또 한 번의 거절   제595화

    “잘 봐. 네가 데리고 온 딸이란 게 이런 녀석이야!’차화영은 이를 악물고 도아린을 노려보았다.“배씨 가문에서 네가 가문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요물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어. 네가 온 뒤로...”“짝!”찻잔이 바닥에 던져지고 그 소리에 차화영은 깜짝 놀라 퍼뜩 떨더니 고개 돌려 진경수를 보았다.진경수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는 몸을 기울여 도아린을 보호했다. 그의 얼굴은 비웃는 표정이었고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배씨 가문이 뭐라고! 제 동생은 천사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대우를 못 해줬으면서 일부러 이름에 먹칠하는 거예요!”둘째 손자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한 호랑이였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그 뒤에는 칼을 숨기고 있는 손자였는데 처음으로 얼굴을 붉혔다.“할머니께서 나이가 지긋하신데 외부 사람들과 함께 함부로 혀를 놀린다면 할머니를 치과로 보낼 수 있어요. 가서 수술해야 하면 수술하고 마취해야 하면 마취해야죠. 할머니가 병이 들었는데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불효자식이라고 얘기하겠어요.”“...”차화영은 침을 삼켰다.둘째 손자가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건가? 도를 넘었다!그녀는 반박하지 못했지만, 화가 나서 진범준의 손을 잡고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너도 내가 혀를 함부로 놀렸다고 생각해?”“엄마, 애들이랑 뭐하러 따져요.”애들이 자신을 협박하는데 자신은 따질 수도 없단 말인가?차화영이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가정부가 가서 전화를 받더니 곧 돌아왔다.“어르신, 안씨 사모님께서 급한 일이 있으시다고 찾으십니다.”차화영은 소파를 짚고 일어서 곁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다가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았다.“알겠어. 알겠어. 지금 바로 가라고 할게!”“범준아!”전화가 끊기기도 전에 차화영은 사람을 불렀다.“옥경이 방금 또 협박을 당해서 지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작은 여관에 숨어있대. 얼른 가서 봐봐. 가서 다친 데 없는지 봐봐!”진범준은 일어서서 외투를 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596화

    진옥경은 티백을 넣은 일회용 종이컵을 둥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진범준은 주위를 둘러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마도 곧 허물 예정이었는지 여관은 오랫동안 리모델링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천장에는 벽지도 한 움큼 떨어져 있었다.다시 진옥경을 보니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날 진씨 가문을 떠날 때 입었던 옷이었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투에는 흙이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말라버린 어두운색의 얼룩이 있었다.목과 귀에 있는 상처는 거의 나았는데 손목에는 새로운 상처가 많이 생겼다.어찌 됐든 친동생이고 늘 아끼던 동생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니 마음속이 말이 아니었다.“어떻게 된 거야?”진범준의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진옥경은 고개를 떨구고 그의 맞은편 침대에 앉았다.그녀는 원래도 살집이 없었는데 지금 반팔을 입고 팔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무척 불쌍해 보였다.“오빠, 오빠가 나를 도와주기 싫어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 돈이 다 올케한테 있으니 올케가 도와주기 싫은 거겠지. 올케를 탓하지 않아. 다른 사람 자식의 빚을 갚으려고 나한테 200억을 내놓으라고 하면 나도 싫다고 할 거야.”그녀는 시선을 들어 진범준의 굳은 얼굴을 보고 찻잔을 앞으로 밀었다.“오빠, 물 마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내 일로 오빠가 외출해서 올케가 화내지 않겠지?”진범준은 집에서 차화영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차를 두 주전자나 마셔서 더는 마시지 못했다.그는 찻잔을 끌어당기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아가 자수하도록 설득해.”진옥경은 등이 굳었고 말하려던 말은 목구멍을 올라왔다가 다시 삼켜졌다.‘자수하라고? 만약 오빠 딸이 사고를 쳤다면 그래도 자수하라고 할 거야?’그때 도아린이 배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했을 때 그들 부부는 증거도 없으면서 소문만 듣고 연성으로 가서 도아린의 편을 들어주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도아린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고 배건후가 그녀에게 경기용 말을

  • 또 한 번의 거절   제597화

    “방법은 아까 이미 말했잖아. 애 자수하게 보내!”진옥경은 더 붙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버럭 말했다.“좋아! 가서 자수하게 할게! 그런데 어떻게 자수해야 하는지 민아한테 방법을 생각해주자고. 지금 전화해서 바로 여기로 오게 할게. 우리 잘 얘기해보자, 응?”진범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원래는 목이 마르지 않았는데 화가 나서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아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캑캑거리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여관의 환경이 엉망이니 티백도 엉망이었다. 시고 떫고 목구멍이 찌릿한 느낌까지 들었다.진범준은 미간을 찡그리고 물을 화장실에 버리고는 주전자에서 생수를 받아먹으려고 했다.힘을 줘서 들었지만, 주전자는 텅 비어있었다.진범준은 살짝 당황했고 짜증이 올라왔다.“다른 곳으로 옮겨.”진옥경은 안민아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진범준에게 밖으로 끌려나갔다.“민아야, 네 삼촌이... 네 삼촌이 우리를 도와 방법을 생각해준대. 아, 네 삼촌이 다른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해. 이따가 주소를 보내줄게. 그래, 빨리 와.”전화를 끊고 진옥경은 진범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빠, 이 주위에서 찾아. 좋은 곳은 필요 없어. 중심지 쪽에는 사람이 많아서 민아가 가기 불편해.”진범준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꺼내 찾아보았다.그들이 여관을 떠나자마자 도아린과 진경수가 도착했다.직원은 방 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투숙객이 뭔가 놓고 간 줄로 생각했다.“이 방의 손님은요?”도아린이 물었다.“체크아웃하시고 금방 나갔어요.”도아린은 방안을 빙 둘러보았고 화장실로 갔을 때 욕실 바닥에서 티백을 보았다.“여기서 투숙객한테 무료로 제공하는 티백은 무슨 차예요?”“저희는 티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도아린은 진경수에게 눈짓했다. 진경수는 청소차에서 쓰레기 봉지를 하나 꺼내고는 일회용 컵을 접어서 냄새를 맡더니 봉지에 넣었다. 진범준의 차는 원격조종 기능이 있었다. 지금 이 차는 진경수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기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598화

    하나, 둘, 셋...도아린은 입으로 숫자를 셌고 셋까지 셌을 때 도유준에게서 전화가 왔다.도아린은 핸드폰을 미리 무음으로 바꾸었고 바탕화면에서 바로 도유준의 이름이 떴다.그녀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받았다.“더 볼일 있어?”“누나가 돈이 충분하다는 거 알아. 근데 돈이 많다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누나가 나 도와서 신분을 바꿔주기만 하면 20억을 줄게! 나랑 아빠는 절대 다시는 누나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지금 계좌가 다 정지당했잖아. 어떻게 줄 건데.”도유준은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내가 안민아처럼 멍청한 줄 알아? 자신의 정보로...”문득 말하면 안 될 걸 말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도유준은 더 말하지 않으려 했다.“누나가 승낙하기만 하면 돈을 줄 방법은 무조건 있어.”“나는 너 안 믿어.”도아린은 진경수가 자신에게 알려 준 방 번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에 대고 말했다.“나는 현금을 받을 거야. 옥린 호텔 1306번 방으로 와. 30분 줄게. 도착 못 하면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도아린은 상대가 협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들은 1306방의 옆방에 들었다. 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을 때, 진옥경과 진범준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진옥경은 초조해서 등에 땀이 났다.그녀는 진범준이 한약에 정신을 잃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바람을 피우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준비했는데 진범준은 하품을 하면서 졸려 할 뿐이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요즘 안민아가 보낸 사람은 다 진범준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넘어오지 않으니 그들이 억지로 그림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진범준에게 약을 더 먹일 생각이었지만 여기 여관에는 티백이 없었고 커피를 주었다.“오빠, 민아가 곧 도착한다고 해. 내가 데리러 내려갈게.”“그래.”진범준은 정신을 똑바로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옥경이 나간 뒤, 진경수가 그 방으로 들어갔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599화

    “...응.”진범준은 컵을 들고 있었는데 들고 있는 게, 마치 폭탄 같았다.아들의 말이 맞았다. 진옥경은 돌아올 때 정말 자신에게 마실 것을 사다 주었다.다음으로 동생이 자기한테 할 일을 생각한 진범준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어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얘기했다.“옥경아, 우리 어릴 때...”“우리 어릴 때 정말 고생했지.”진옥경은 드디어 화제를 찾았다.“오빠가 입어서 무릎이 해진 바지를 엄마가 잘라 내 바지로 만들어서 내가 입었잖아.”“바지?”“민소매도 있어. 오빠 민소매를 나는 치마로 입을 수 있었어.”“네가 내 민소매도 입었었어?”진범준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앞으로 발생할 일을 저지해서 동생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얘기를 꺼낸다면 만약 동생이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색해지는 것이다. 진옥경은 어릴 때 얘기를 할 때 얼굴에 웃음이 피었고 눈도 빛이 났다.추억에 잠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범준은 차를 마시기로 했다. 이따가 동생이 다음 행동을 할 때 바로 제지하면 될 것이다.진범준은 컵을 들고 크게 한 모금 빨고 삼키는 척했다.진옥경은 그의 목젖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마시는 것을 확인했고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래도 남매로 지내왔는데 결국에는...”“어지러워!”진범준은 눈이 뒤집히더니 침대에 쓰러졌다.“어지러워...”“오빠? 오빠!”진옥경은 다가가서 살짝 그를 밀었다.“오빠? 왜 그래?”아까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바로 정신을 잃는다고?“...”진범준은 말이 없었다.자세히 관찰해본다면 그의 호흡이 평소보다 급해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평소보다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옥경은 다음으로 넘어가기 급급해서 두 번 정도 부르다가 진범준이 말이 없으니 정신을 잃었다고 확신했다.“민아야, 네 삼촌이 정신을 잃었어! 이제 어떡해야

  • 또 한 번의 거절   제600화

    도유준은 도아린의 전화를 받고 바로 옥린 호텔로 갔다.그는 돈을 가지지 않았다.도아린이 만나자고 한 곳은 호텔 객실이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그녀와 자신이 연락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미였고 그렇다면 당연히 경호원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테니 그는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도아린이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도울 디저트의 사장일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게 두 개를 가지고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그는 도아린을 얕잡아봤다. 예전에 그녀가 배건후의 앞에서 보여주던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을 보고 그녀가 어리숙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도정국까지 함께 함정에 빠트릴 줄은 몰랐다. 도씨 가문의 가게와 부동산은 결국 도지현 그 쓸모없는 자식의 손에 들어가 버렸다.그는 불만이 가득했다.도아린은 자신이 천국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려서 제대로 짓밟아줄 것이다.여자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오명이 퍼지게 되면 강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고 다른 재벌가들도 다 역겨워할 것이다.도유준의 머릿속에는 도아린이 자신 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장면이 그려졌고 기분이 좋아진 그는 차에 속도를 가했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그는 약을 한 알 먹었다.1306번 방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어떤 여자가 그를 등지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민소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목을 주무르고 있었다.도유준은 살며시 문을 닫고 빠르게 여자의 뒤로 다가갔다.“기다리는 게 지루했어?”“당신...읍!”여자는 피할 새도 없이 당했고 상대방이 누군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옷이 벗겨졌다.“엄마, 삼촌 체력이 정말 대단하네요...”안민아는 곁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귀가 무척 빨개졌다.여자의 신음이 전체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옥경은 이마를 짚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오빠를 함정에 빠뜨린다면 오빠가 깨어났을 때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601화

    “당장 멈춰.”안민아는 다짜고짜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간 진옥경은 망측한 그 광경에 다시 한발 물러났다. 방을 나오면서 화장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진범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간 거지?이때, 도유준이 안민아의 팔을 잡고는 그녀를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뭐가 이리 급해? 다음은 네 차례인데.”“도유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너 때문에 난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있는데. 넌 밖에서 여자랑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안민아는 외삼촌을 해치려 했던 일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평소에 자신과 했던 스킨십을 그가 똑같이 다른 여자에게 하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가 도유준을 더 자극했고 그는 이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절정에 달했다. 그의 품에 안긴 여인은 온몸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선명했고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도유준은 이불을 젖히고 그 여인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 “너 도아린을 제일 미워하잖아. 내가 너 대신 혼내줬으니까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가 안민아의 턱을 쥐고 한마디 내뱉었다.“언니? 아린 언니랑 무슨 상관이야?”안민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도아린이 먼저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하겠냐?”그가 안민아의 머리카락을 잡고 아래로 누르자 안민아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아니야, 이건 아니라고.”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예상하고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 방은 분명히 외삼촌을 해치려고 준비한 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방에서 도아린과 도유준이 만나기로 한 건지?뭐라 변명하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버렸다.약 때문에 한껏 흥분된 상태인 도유준은 들끓는 욕망을 풀어낼 생각밖에 없었다. 한편, 경찰차는 이미 아래층에 주차되어 있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1306호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Latest chapter

  • 또 한 번의 거절   제764화

    서대은은 문에 기대어 서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손을 들었다.사람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 순간, 그는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을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제압당했다.남자는 잔근육을 가진 몸에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눈빛은 매서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이 사람은 육청아 일당이 아니야!’서대은이 물어보려던 찰나, 상대는 마취약이 묻힌 거즈로 그의 입을 막았다.거의 순식간에 서대은은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함정이야! 빨리 돌아가!”사람들과 빠르게 다시 돌아온 육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대은을 발로 툭툭 찼고 그제야 서대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물건은요?”서대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두 의사가 수상하다더니, 그들이 물건을 가져갔어요!”육청아가 이를 갈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사람들은 곧바로 나뉘어 각자 찾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주변에 없습니다!”논리상으로 그들은 차도 없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멀리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대은이 단언했다.“방금 일어난 소동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거예요!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육청아의 눈빛이 변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이놈밖에 없어요!”바깥쪽을 맡고 있던 왕눈이 서대은을 지목하자 서대은은 코웃음 치며 받아쳤다.“난 오늘 처음이라고. 주소도 너희가 급하게 알려준 거고 내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왕눈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우리는 아가씨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고! 너만 외부인이야!”“외부인이라고 해서 나를 의심한다고?”서대은도 질세라 육청아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들어오는 게 싫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 또 한 번의 거절   제763화

    서대은이 서둘러 다가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수술칼을 사용해 한 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게다가 만약 그들이 소리라도 낸다면 그 소년과 함께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유일한 방법은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군,’그는 겁먹은 척하며 수술대로 천천히 다가갔다.두 남자는 그저 눈앞의 소년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전에 유 선생이 몰래 각막을 떼서 팔았잖아. 그러고는 손 씻고 고향에 내려가 별장 짓고 산대.”“손을 씻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것도 누릴 복이 있어야 누리지...”“무슨 뜻이야? 혹시 유 선생이...”키 작은 남자가 목을 따는 제스처를 했다.키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대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거 보고 감시하라고 했겠어? 문지기가 말하길, 유 선생을 청아 누나가 직접 손본 거래!”쭈뼛쭈뼛 다가온 서대은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지만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 손이 계속 떨려서...”키 큰 남자가 다시 메스칼을 서대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메스칼이 소년의 배로 향했다. 서대은의 손이 심하게 떨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칼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창문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며 약병을 터뜨렸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안 돼!”키 큰 남자가 급히 물러섰다.서대은도 물러서며 빠르게 메스칼을 몸에 숨겼다.“마취약은 아니겠지?”다른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대은도 급히 옷으로 입을 가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후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여기도 경찰한테 들킨 거야?”서대은이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연성 경찰들이 계속 잠입 수사를 하고 있다던데, 여기도 들킨 거 보면 정말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2화

    경호원이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자 도아린은 손을 흔들며 그를 안심시켰다.“선생님의 임무는 제 안전을 보호하는 거잖아요?”그리고 자신의 차 키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대신 차를 운전해 주세요. 가까이서 보호하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경호원은 운전기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도아린의 차로 향했고 운전기사는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주호민입니다. 주 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네. 주 실장님, 엠파이어 빌딩에 가 주세요. 육 대표님한테 감사의 뜻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주호민은 차를 몰고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했고 도아린은 그동안 일북과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했다.이전 경험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북에게는 반드시 의심되는 장소를 찾으면 먼저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했다.[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전도 꼭 지켜야 해!]황금연휴가 다가오자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호민은 도아린의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한 명품 매장에 들어간 도아린은 사이즈를 참고하려 주호민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도아린은 육하경과 체형이 비슷한 아무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했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승낙했다.결국, 이 광경을 지켜본 주호민은 어쩔 수 없이 마네킹 역할을 했다.“이 색은 좀 어두워요. 다른 걸로 한 번 더 입어보세요.”“이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요. 육 대표님한테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주 실장님 생각은요?”“이건 너무 올드한 것 같고...”과연 도아린이 진지하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이걸로 할게요!”도아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직원에게 말했다.“이거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선물 받을 사람이 저 친구와 키는 비슷하지만 어깨

  • 또 한 번의 거절   제761화

    서대은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사람도 LY의 사람인가요?”“서은 씨 생각에는요?”“그런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청룡, 아니면 백호?”육청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오늘 거래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알려줄게요.”서대은이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육청아가 그를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제야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창고로 향했다.창고 문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휴대폰 내놔.”서대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걸 확인한 후 문지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편, 도아린은 육하경의 차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의 연성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그 차는 계속해서 일정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육하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 순간, 도아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앱 화면에는 메시지 알림은 없었지만 그녀는 직감으로 알았다.도아린은 급히 카페의 게시판을 열었다.[갓 태어난 지 16일 되는 송아지,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도아린의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역시 그런 거야. 잘못을 했다고 그냥 도망갈 서대은이 아니지.’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을 것이다!‘송아지'는 남자를 뜻하고‘16일’은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 16세를 뜻했다.전화번호는 일반적인 번호가 아니었고 규칙 없이 나열된 숫자들이었지만 도아린은 단번에 그 숫자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라는 걸 알아챘다.차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아직 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북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대신 급히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다.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단축어를 설정해 두었지만 서대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고민하던 중, 일북이 이해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곧 사람을 데리고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하지만 도아린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차를 급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60화

    “보스!”육청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온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랫동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왜... 서대은이 들어오자 직접 온 것일 거야. 만약 오는 거래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도 끝장날 텐데.’보스라는 남자는 키가 크고 흰색 롱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검은색 터틀넥을 받쳐 입고 있었다.적갈색의 살짝 웨이브 진 짧은 머리에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대은에게로 향했고 마치 감마선처럼 그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서대은은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남자는 외형만 보면 강재민과 닮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와 냉혹함은 강재민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보스.”서대은도 따라서 불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청아를 향해 물었다.“물건은?”“창고에 있습니다!”육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부하가 지키고 있어서 절대로...”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육청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네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남자는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앞장서.”“예.”육청아가 남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그들은 ‘물건’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전에 살균 소독 과정이 필요했다.이미 마른 체형의 그 소년이 깨끗이 씻긴 채 수술대 위에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다.남자는 천천히 다가가 곧 판매될 신선한 장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늘의 물건은 네가 직접 진행해.”보스라는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서대은에게로 향했다.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물건을 망칠까 봐 걱정됩니다.”“직접 꺼내라는 게 아니야. 옆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라는 거지.”남자는 짧게 말한 뒤돌아서 나갔다.서대은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따라 나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돌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759화

    일북의 음성 메시지였다.“대신 확인해 줄까요?”육하경이 물었다.“아니요, 괜찮아요!”도아린은 손가락을 스쳐 화면을 꺼버렸다.의사는 육하경의 팔을 맞춘 뒤, 앞으로 이틀 동안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 것과 강한 충격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병원을 나서자 도아린이 간단히 작별을 고했다.“볼 일이 있어 먼저 가볼게요.”육하경의 운전기사는 줄곧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이미 병원 앞에 차를 세워 둔 상태였다.육하경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차에 올라탄 순간, 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따라가.”한편, 오늘은 서대은과 육청아가 처음으로 함께 움직이는 날이었다.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던 서대은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주작팀의 대원들이 계속해서 그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는 도아린을 볼 면목이 없었다.“오른쪽 3시 방향, 목표 인물 확인!”이어폰에서 실시간 보고가 흘러나왔다.“확인 완료!”누군가 응답했다.서대은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3시 방향을 바라보았다.그곳은 작은 문구 방이었다.오늘은 학생들의 개학일이라 학생들이 문구를 사러 몰려들고 있었다.그중, 마르고 키 큰 남학생이 책가방을 메고 문구점을 나섰다.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의 가방은 비어 보였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운이 없어 보였다.한 남자가 다가가 길을 물었고 남학생은 조심스럽게 방향을 가리켰다.그러자 그 남자는 감사의 의미로 생수 한 병을 건넸고 남학생은 경계하는 듯했지만병뚜껑이 새것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안심하고 물을 마셨다.2분 후.남학생은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며 쓰러지자 남학생을 부축하던 남자는 그를 서대은이 탄 차량으로 데려갔다.“대상 확보! 바로 이동하겠다.”그 남자는 무전기를 눌러 보고한 뒤 서대은한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출발하지.”서대은은 담배를 귀에 꽂은 채 차량을 서서히 출발시켰다.“상태는 어떻지?”서대은이 백미러로 뒷좌석을 힐끗 보며 묻자 뒤쪽에 앉아 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58화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도아린이 고개를 돌리며 육하경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그러나 육하경은 몸을 살짝 기울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은 건후도 알고 있어요. 건후가 전에 아린 씨를 찾아와 강재민과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던 걸 기억하죠? 하지만 아린 씨는 듣지 않았죠. 잘 생각해 보세요. 건후가 당한 그 교통사고, 과연 강재민과 무관하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쾅쾅쾅!갑자기 차 문이 세게 두드려졌고 도아린이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놀랐다.뒤를 돌아보니 지희가 차 문 옆에 서 있었다.그녀는 허리를 숙여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건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도아린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정리한 뒤, 문을 열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하경 씨도 너 보러 왔어.”지희가 육하경을 흘끔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이젠 하경 씨라고 부르는 건가? 역시 내가 밀고 있는 커플이라 다르네!’지희는 싱긋 웃으며 도아린의 팔짱을 끼었다.“앞으로 도 선생님은 육 대표님과 함께 자주 와주셔야 해요!”육하경은 그런 그녀를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두 사람 얘기 나누세요. 저는 보일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갈게요. 올해는 꼭 난방 공급을 추진하려고요.”그가 떠나자, 지희는 도아린을 향해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뭘 그렇게 자꾸 웃는 거야?”그러자 지희는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육 대표님이 우리한테 해준 모든 지원들, 전부 도 선생님 이름으로 하신 거예요! 그러니 당연히 그분이 바라는 일이 성사되길 기도해야죠!”도아린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지희와 함께 보육원의 아이들을 보러 갔다.보육원의 아이들 대부분은 유기된 아이들이었다. 특히 선천적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돌봄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의료 지원도 필요했다.“육 대표님이 아이들을 위해 건강검진을 주선하셨어요. 모든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신다고요.”지희의 말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757화

    육하경이 고개를 살짝 돌려 도아린을 보더니 다시 앞을 응시했다.“아린 씨 생각엔 그 사람이 수상해요?”“건후 씨가 해남에 있을 때, 늘 우정윤도 옆에 있었어요. 배지유한테 모함당했을 때도요. 그런데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 그는 갑자기 자취를 감췄죠.”도아린이 느긋하게 좌석에 기대었으나 육하경의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아린 씨 말대로라면, 우 비서가 건후의 일정을 그쪽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육하경이 자연스럽게 되물었고 운전대를 쥔 손가락이 가볍게 두 번 튕겨졌다.그건 분명한 만족감의 표현이었고 이 상황을 반기는 듯한 은연중의 반응일 수도 있었다.“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죠.”도아린이 턱을 괴고 신중하게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육하경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그의 의견을 묻는 듯 혼잣말처럼 말했다.“모건 그룹의 전속 변호사 남궁유민, 건후 씨와 막연한 사이였던 성대호 그 둘조차 등을 돌려 건후 씨를 궁지로 몰았어요. 그렇다면 건후 씨의 가장 가까운 사람, 늘 함께했던 특별 보좌관인 우정윤의 가치는 더 크지 않을까요?”육하경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러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그도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둘의 시선이 맞닿았다.도아린의 눈빛은 마치 맑고 투명한 개울물 같았다. 하지만 너무 투명해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그는 피식 웃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나도 건후와 꽤 친했잖아요. 그런데 나만 그를 배신하지 않은 것 같네요. 이러면 너무 눈에 띄는 건가?”도아린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 정도까지 말을 꺼낸 상태에서 육하경이 숨기고 싶다면 끝까지 입을 닫을 것이고, 그녀와 더 깊이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솔직할 순간이었다.보육원으로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도아린은 침묵 속에서 생각에 잠겼고 육하경은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하는 듯했다.차가 보육원의 대문을 지나 서서히 멈춰 섰다.육하경이 차를 세우고 길게 한숨을 내쉬

  • 또 한 번의 거절   제756화

    도아린이 막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일북의 전화가 걸려 왔다.“아가씨, 우정윤을 찾았습니다.”“어디야?”도아린이 막 자리에 앉으려다 번쩍 일어서며 물었다.“어제 우리가 갔던 그 묘지 근처입니다.”일북의 차 내부에서는 방향 지시등이 켜지는 딸깍딸깍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잠시 후, 그는 덧붙였다.“방금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우정윤이 하얀 승용차에 올라탔습니다. 지금 뒤따라가는 중입니다.”“눈치채지 않게 따라가서 그의 은신처를 확인해. 만약 도망칠 기미가 보이면 그냥 붙잡아!”도아린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이때 비서가 노크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도 대표님, 30분 후에 회의가 있습니다.”도아린이 냉랭하게 되물었다.“그 프로젝트 원래 신 대표님 담당이 아닌가요?”“이미 온천 문제까지 해결해 줬는데 더 개입하면 고위층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어요. 게다가 신 대표님 능력도 뛰어난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네, 알겠습니다.”비서는 신지훈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그는 가볍게 혀를 찼다.“도움 줄 땐 아주 적극적이더니 이젠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네. 진짜 뒤끝 작렬이군.”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배건후는 왜 이런 변덕스러운 여자를 건드려서...”신지훈은 직접 도아린을 찾아가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그러나 도아린은 이미 가방을 챙겨 나가려던 참이었다.“도 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제가 그래도 신 대표님의 상급자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내 행선지까지 보고해야 하나요?”“그런 뜻은 아닙니다.”“다만 요즘 시국이 어수선해서 도 대표님의 안전이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도아린이 냉정하게 대꾸했다.“병원에 가려고요. 그리고 신 대표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챙깁니다.”그 말투는 마치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신지훈의 짓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듯했다.신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한 채 그녀가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곧이어 한유미가 다가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