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진경옥의 비명이 들렸고 그녀의 등은 재떨이에 세게 맞아 고통이 가슴을 파고들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엎어졌다.“엄마!”안민아는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달려가 진옥경을 안았고 미친 듯이 도아린을 향해 소리 질렀다.“왜 우리 엄마를 밀어! 내가 너보다 못 지내니까 기분이 좋지! 무슨 불만이 더 있길래 우리 엄마한테 화풀이하는 거야!”“민아야...”진옥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아린이가... 나를 밀지 않았더라면... 나는 머리를 맞았을 거야...”커다란 손이 도아린을 잡아끌었고 불쾌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친 데 없어요?”강재민은 전화를 받은 탓에 그들보다 몇 분 늦게 들어왔고 들어서자마자 안준휘가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았다.안민아가 도아린을 밀어버릴 때, 그는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그는 자신이 도아린을 먼저 올라오게 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도아린의 대답을 듣고도 강재민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았고 그녀가 정말 다치지 않고 조금의 생채기도 생기지 않은 것을 보고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었다.안민아는 강재민을 보고 마음이 무척 복잡해졌다.그녀가 결혼할 때, 강재민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를 보고 싶기도 하지만 보기가 두렵기도 했다.강재민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그녀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웠고 또 그를 보게 된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오늘 그녀가 처량하게 가족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는데 강재민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는 한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강재민의 신경은 온통 도아린에게로 갔었고 안민아의 마음속에는 질투심이 더욱더 날뛰었다.온 가족이 와서 그녀를 까밝히는 건 다 도아린이 선동한 것이다! 그녀는 강재민까지 데리고 왔고 일부러 그의 앞에서 넘어지기까지 했다!”“재민 씨,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엄마가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당황해서 그랬어요. 언니를 세게 밀지 않았어요!”강재민의 각진 얼굴은 엄숙한
...도아린은 안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난리가 났을지 짐작이 갔다.차에 올라타기 전, 그녀는 뒤돌아 한번 보았다.“마음이 약해졌어요?”강재민이 피식 웃었다.“아니요.”안준휘는 항상 진범준에게 프로젝트를 놓쳤다느니, 강씨 가문에서 그에게 경고했다느니, LY에서 그를 겨냥하고 있다느니, 다른 사람의 함정에 빠졌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토로했다...다 거짓말이다.그는 진씨 가문을 돈줄로 생각했고 이런 이유로 돈을 빌리고 갚지도 않았다. 그래도 돈을 얻지 못하면 안민아의 결혼을 핑계로 고가의 혼수를 요구했다.도유준의 가짜 프로젝트는 사실 안민아가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녀는 안준휘한테서 이런 것들을 배웠고 이게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갔는데 어디에 투자했는지 소문이 없어요.”강재민은 핸드폰으로 도유준의 주소를 사기당한 사람들에게 보내주었다.“안준휘는 밖에 사생아가 있어요. 진옥경이 자신에게 난리를 피울까 봐 돈을 진작에 거기로 빼돌렸죠.”약혼식 날, 안준휘는 술에 취해 기사에게 진옥경을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자신은 사우나에 가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내연녀에게로 간 것이다.일남이 그를 따라갔다가 모든 걸 보게 되었다. 그들은 안민아가 강씨 가문에 시집가게 되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축하를 했고 안준휘는 그날 거기서 밤을 보냈다.그들이 감히 진씨 가문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도유준이 사채로 돈을 준 사람들은 모두 서대은이 보낸 사람들이었고 결국 그 돈은 돌고 돌아 다시 진범준에게로 가게 되었다.“제가 맞장구를 쳐서 같이 연기를 해줬으니 저한테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강재민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도아린은 턱을 괴었다.“둘째 오빠가 볼일이 있다고 저를 찾았던 게 갑자기 생각났어요.”“진경수도 연성으로 갔어요.”강재민은 그녀의 핑계를 눈치채고 기사에게 떠나자고 지시했다.오늘 밤에는 상류 인사들이 작은 모임이
“신사님! 손이...”지나가던 종업원이 발견하고 서둘러 그를 휴게실로 데리고 가서 처치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듣지 않고 도아린에게로 걸어갔다.“재민 도련님!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요, 여자분을 데리고 오시다니요!”“재민 도련님께서 평생 혼자 지내실 줄 알았는데 여자의 치마폭에 결국 항복하셨군요.”재벌가의 후계자 몇 명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강재민은 도아린의 팔을 놓고 자연스레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이 사람이 겁이 많아서 겁먹고 도망간다면 모두 각오하세요.”도아린은 그와 너무 가까이 붙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재민은 자연스러운 동작 같아도 사실 팔에 힘을 세게 주고 있어 철사처럼 그녀를 얽매고 있었다.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저희한테 소개해주지 않으시겠어요?”누군가가 궁금해서 물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강재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말이다.“도아린 씨. 진씨 가문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딸이에요. 티파니 주얼리의 디자인 총괄이고 JS 픽처스의 프로젝트 기획자예요. 그리고 탑 주얼리 디자이너인데 예명은 비밀이에요.”강재민은 도아린의 모든 정체를 한 번씩 다 말할 기세였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품 안의 사람을 쳐다보았다.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꿀이 떨어졌고 손으로 그녀의 잔머리를 넘겨주었다.“이 사람은 고생을 무척 많이 하고 저를 만난 거예요. 제가 이 사람을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건 운명이 정한 일이죠.”도아린은 몸을 돌려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주는 척하며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적당히 해요!”아주 연기 천재가 납셨다.“부족해요. 턱없이 부족해요.”강재민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는 저의 전부를 당신에게 줄 거예요.”도아린은 그를 흘겨보았고 강재민의 웃음은 더욱 활짝 피었다.“도아린!”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도아린은 굳은 표
“그래서...”도아린이 물었다.“미팅 자리라고 할 수 있죠.”도아린은 하마터면 그네에서 떨어질 뻔했다.“지금 저를 데리고 미팅 자리에 온 거예요?”“당연히 아니죠!”강재민의 웃음이 점점 더 환해졌다.“저처럼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남자가 어렵게 솔로 탈출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와서 자랑해야죠.”도아린은 이마를 짚었다.“재민 씨, 우리 정말...”강재민은 그네를 멈추고 그녀의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저를 거절하지 말아요. 적어도 당장 거절하지는 말아요. 저한테 기회를 한번 주세요. 그리고 아린 씨 본인한테도 기회를 주세요. 만약 우리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린 씨한테 절대 매달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요.”도아린이 뭐라고 말하려는 데 손가락이 입술을 막았다.쉿, 강재민이 작게 말했다.“분명 제가 먼저 아린 씨를 만났는데 당신의 눈에는 제가 없었어요. 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경기를 졌을 뿐인데 어떻게 제 행복까지 지게 만들 수 있겠어요! 저는 집안의 사업을 이어받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홀로 사업을 시작했고 배건후가 경영하고 있는 사업을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도아린 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결국 시험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다고 통보를 받은 기분이 어떤 건지 아세요?”“...”도아린은 강재민의 눈을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은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은 촉촉하게 빛이 났다.도아린은 배건후에게 첫눈에 반했다. 마음속에 배건후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걸 바쳐서 그와 함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고 싶었다.그녀는 기꺼이 그를 위해 요리를 했고 그의 가족들을 돌봤다. 배건후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모든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배건후는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정한 말이라도 말이다.지금 이렇게 마음을 다해 고백하는 말에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상처를 받아 흉터가 덕지덕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지우는 육청아의 귓가에 대고 말을 몇 마디 했고 육청아는 갑자기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그 도발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다.“가요.”강재민은 도아린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녀는 도아린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육청아를 보고 있었다.육청아는 눈에 띄게 당황했고 도망가려는 듯했지만 어떻게 도망가야 소리소문없이 도망갈 수 있을지 모르는 듯했다.‘그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재민인가?’이 생각이 도아린의 마음속에 피어올랐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강재민이 바로 LY의 현무였고 육청아는 그의 부하이다. “왜 그래요?”도아린의 기분 변화를 느낀 강재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도아린은 어깨에 올린 손을 밀어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아까 약속했잖아요.”강재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은 주머니에 넣고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그는 신사적으로 차 문을 열고 도아린의 머리를 보호하면서 차에 오르게 한 다음 문을 닫았다.차에 시동이 걸리고 도아린은 백미러로 연회장 문 앞에 서 있는 배건후를 보았다.그의 주변에는 분위기가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어떤 여자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서 돌아갔다.“뭐 먹고 싶어요?”가로등의 빛이 빠르게 달리는 차 안을 비춰 강재민의 옆모습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을 훑고는 계속해서 차를 운전했다.“양식을 먹을 거예요, 한식을 먹을 거예요?”“일식이요.”도아린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강재민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조금 열리자마자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서대은의 정보에 따르면 현무는 그녀가 은퇴한 후에 모습을 드러내 점차 전임 현무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는 손을 중간에 놓고 있었다. 도아린은 밖을 쳐다보면서 손을 그의 손 위에 덮었다.강재민은 빠르게 손을 잡았고 손깍지를 꼈다. 말하는 말투도 훨씬 들떠있었다.“사실 제가 외국에 있을 때 혼자 요리를 해 먹었지만, 스테이크를 굽는 것밖에 몰라요. 어떻게 굽든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재민 씨.”도아린이 천천히 말을 건넸다.“제가 왜 성을 고치지 않은 지 알아요?”강재민의 말이 끊기도 그는 그녀의 말을 따라 대답했다.“진씨 가문의 재산을 받기 싫어서요? 사실 수혁이와 경수는 모두 아린 씨를 환영하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모두 기꺼이 당신에게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 없어요.”“재혼할 때 다른 요소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강재민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저는 상대가 제일 먼저 좋아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딸이거나 어느 회사의 책임자여서가 아니라. 물론 이것들은 모두 호감을 높이는 좋은 요소들은 맞죠. 하지만 저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 상대가 여전히 저를 받아주기를 원해요.”강재민의 표정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입가 근육이 살짝 움찔하였다. 그 비릿한 표정은 도아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재민이 다시 잡았다.“죄송해요. 오늘 그들에게 아린 씨를 소개한 것은 우리의 신분이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배건후를 떠난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 배건후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강재민은 세게 도아린의 손을 잡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이용해서 배건후를 자극했으면 안 됐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배건후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화가 나서 그랬어요.”그의 눈가에는 한줄기 살기가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진씨 저택에 도착해서 강재민은 도아린의 손을 놓았고 도아린은 손을 털었다. 세게 잡혀있던 손이 얼얼했다.“잘 자요.”“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강재민은 두 걸
도아린은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파편을 건너서 소파에 앉았다.“제가 민아에게 프로젝트를 위조하라고 시켰나요? 제가 민아에게 사채를 발행하라고 했나요? 만약 저랑 재민 씨가 그 저택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도유준은 진작에 민아 몰래 그걸 팔아버렸을 거예요.”차화영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고 안민아가 결혼하자마자 빚이 200억이 생긴 것만 생각했다.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의 외손녀가 어떻게 감옥에 갈 수 있단 말인가!“너 자신을 그렇게 깨끗하게 말하지 마! 네가 민아를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민아가 도유준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네가 민아에게 잘못했으니 네가 민아에게 보상해줘야지!”“안민아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강씨 가문을 떠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어요. 민아가 스스로 잘못된 일을 했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지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도아린의 태도는 강력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설득했는데 왜 신고하지 않은 거죠?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진씨 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요!”윤명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차화영한테 불효라는 수식어는 그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됐다.“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른으로서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제가 예의 없다고 탓하지 마세요.”“너...”차화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고 도아린을 가리키며 윤명희에게 말했다.“이런 게 바로 잘난 네 딸이란다. 어디 한번 봐봐. 똑바로 봐!”윤명희는 약상자를 가정부에게 주면서 말했다.“제 딸이 얼마나 좋은데요.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고요.”“올케,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진옥경은 윤명희의 손을 덥석 잡고 윤명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200억이라는 돈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이튿날 아침, 차화영은 지나간 일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는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빚쟁이들은 다 미쳤어. 옥경이한테도 손을 댔단 말이야! 그때 너를 대학에 보내느라고 옥경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 은혜는 잊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진범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엄마, 안준휘는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00억이에요. 제가 소개해준 프로젝트도 200억짜리고요. 옥경이한테 빚진 거는 이미 다 갚았어요.”“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옥경이가 너를 공부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명희를 만날 수 있었겠어? 너희가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어? 옥경이 만약 학교에 다녔으면 더 좋은 사람한테 시집을 갔을 거고 이렇게 엉망인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옥경이한테 빚진 것은 평생 갚아도 못 갚아!”“엄마, 옥경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옥경이가 돈을 벌러 나간 건 온전히 저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어요?”진범준은 엄마를 쳐다보았고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만약 엄마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갔다면 저희는 재벌 2세였겠죠. 저는 고생해서 회사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옥경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겠죠. 문제의 근원은 엄마예요.”차화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사망으로 얻은 위로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다.진범준은 자신이 일해서 학비를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차화영은 진옥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경제적 지원이 없게 된다. 분명 본인의 이기심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진범준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저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엄마도 모든 잘못을 저한테 덮어씌우면 안 됐어요.”진범준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손보미는 묵묵히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었다. 얼굴의 분노는 점차 의심과 망설임으로 바뀌었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요.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한테 연락해야 하는 걸까?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의 존재를 폭로해서는 절대 안 된다.마지막 카드는 꺼낼 수는 없지만 손쉽게 장악할 사람이 하나 있긴 했다. 얼마 전부터 배지유는 김지민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고 있었다. 김지민이 가는 곳마다 쫓아갔고 경찰에 신고해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아버지를 돌보는 건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니까. 한편, 김지민이 올케한테 액세서리를 어떻게 사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배지유도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날 지키고 있을 시간이면 얼른 공장에서 가서 의족을 만들어 달라고 해. 지팡이 짚고 다니다가 다른 한쪽 다리까지 부러지지 말고.”“김지민, 당신이 언제까지 이리 날뛸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이 우리 아빠 돈 가로챈 거 언젠가는 다 토해내게 될 거야.”몇 마디 말다툼을 하다가 배지유는 지팡이를 짚고 밖을 나갔다.잠시 후, 그녀는 카페 한구석에서 선글라스와 큰 모자를 쓴 손보미를 발견하고는 짜증을 억누르며 앞으로 다가갔다. 손보미는 부채를 들고 얼굴을 가린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건후 씨가 도아린과 다시 잘해볼 생각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재결합한다면 지유 씨한테도 좋은 일은 아닐 거예요.”그 말에 배지유는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고 지팡이가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뭐라고요? “손보미는 하찮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요즘 뭐 하고 다녀요? 소문이 이렇게 퍼졌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솔직히 오빠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손보미가 예능에서 이미지가 추락했고 어린이 유괴 사건에도 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연예인이라고 낙인이 찍힌 바람에 각 매체에서 미친 듯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건 배지유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말이 없는
“꺼져.”그녀를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리던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이제 그만 이 일에서 손 떼. 현무에서도 제명할 거야.”“안 됩니다. 안 돼요.”육청아는 무릎을 꿇은 채 그의 발끝까지 다가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보스를 위해 목숨까지 다 바친 자신을 한 여자 때문에 조직에서 제명하려 한다는 걸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강재민이 일인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그녀 또한 이 조직에서 강재민 아래의 이인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LY의 자원을 이용하여 육씨 가문의 세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다.또한 육씨 가문이 연성에서 최고의 명문 가문이 된다면 그녀한테는 난공불락의 갑옷이 있게 되는 것이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보스,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단서를 찾았어요. 인신매매를 한 놈들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는 말입니다. 제 잘못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의자에 앉아 휴지를 꺼내 신발 밑창을 닦던 그가 그 말에 눈을 치켜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날 속이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제가 어찌 감히 보스를 속입니까? 모건 그룹 임원 중에 그 인신매매범과 관련된 자가 있습니다. 저도 뜻밖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반드시 확실하게 알아보겠습니다.”그가 깔끔한 밑창을 티끌 하나 없이 닦고 난 뒤 휴지를 휴지통에 버렸다.그러고는 서랍장 앞으로 가서 위스키를 한 잔 따랐다.그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보스를 도와 강재희가 유괴된 사건을 계속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인신매매범에게 형이 있고 그 형이라는 자가 현재 모건 그룹의 임원으로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모건 그룹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동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육청아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한편, 강재민은 배건후보
진옥경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윤명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한다면 도아린을 찾아갈 것이다.아직 JS 픽처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 체면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아린은 아침부터 골치 아픈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손보미가 혁명 근거지에서 기모노를 입고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에서 그녀는 대중을 분노케 하는 춤을 추고 있었고 끝난 후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글썽였다.자신은 그저 연예인일 뿐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약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울먹였다.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고 사람들은 불같이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얼마 전, 손보미는 예능에 나갔다가 이미지를 조작했다는 것이 들통나기도 했었다. 어린이를 유괴하는 일에 그녀가 가담되었다는 사실이 담긴 동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그녀는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추락하게 되었다. 때문에 오늘 영상이 나오자 사람들은 이전 영상이 회사에서 의도적으로 그녀를 노리고 조작한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은 손보미의 계약 회사가 JS 픽처스이고 현재 JS 픽처스의 책임자는 도아린이라는 걸 알아냈다.도아린은 배건후의 전 와이프였고 손보미는 배건후의 현재 애인이다.이 복잡한 관계... 네티즌들은 도아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아린은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고 화가 난 팬들과 네티즌들은 회사 게시판에서 도아린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 한편, 주진모는 이번 일을 빌미로 3일 이내에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실검 봤어요?”강재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사건의 자초지종을 돌이켜보았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겠죠. 나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들한테 당할 수는 없잖아요.”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말하는 거 보니 해결책이 있는 것 같네
진옥경은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안민아는 그녀한테 하나뿐인 딸이었고 그런 딸이 괴롭힘을 당하면 그녀도 살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부러진 다리에서 통증이 밀려온 차화영은 진옥경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 “민아가 도유준한테 당했을 때, 네가 지금처럼 이랬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다.”“엄마?”진옥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라고? 지금 엄마가 도아린이랑 똑같은 말을 한다고?민아와 도유준의 결혼을 막지 못했다고 지금 날 탓하고 있는 거야?강씨 가문이 명문 가문이라고 사생아라고 하더라도 명문 가문의 자식이라고 하면서 결혼을 부추긴 사람이 누구인데?이제 와서 일이 터지니까 모든 잘못을 나한테로 돌려?뭐라고 반박하려는 그때, 차화영이 피곤하다면서 불을 끄라고 했다. 진옥경은 씩씩거리며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시 후 필요한 용품들을 챙겨온 진범준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 “오빠, 빚쟁이들이 민아가 돈을 안 갚으면 술집으로 끌고 가겠대. 나한테는 민아 하나밖에 없어. 민아한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도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오빠한테 비상금이 고작 20억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여동생의 처지를 보고도 모른 척하지는 않겠지... 흠칫하던 진범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 서방한테도 말했어?”“오빠는 내 친오빠니까 당연히 오빠한테 먼저 말해야지.”그녀는 눈빛을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난 더 이상 아이도 낳을 수 없어. 이번 생에는 민아밖에 없고 민아는 나한테 목숨 같은 아이야.”“그래도 안 서방한테 말해.”그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민아의 아버지잖아. 회사를 걸고 돈을 빌린다면 갚을 수도 있을 거야.”그 말에 진옥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안준휘가 회사를 내놓을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내놓는다면 그들한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어찌 안
딸한테 한바탕 수모를 당한 진옥경은 눈앞의 이 미친 여자가 여태껏 얌전했던 딸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안민아는 진옥경에게 손찌검한 것도 모자라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목걸이와 반지를 모두 빼앗고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안씨 가문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진옥경은 염치 불고하고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 그녀의 낭패한 모습을 발견한 하인은 급히 진범준에게 알리고 그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오빠, 나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어.”한편, 아내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진범준은 잠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 몇 시간 전에 집을 나선 여동생이 이런 몰골로 나타나자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가서 좀 씻어. 어머니 놀라게 하지 말고.”“오빠, 나 좀 도와줘. 제발.”진옥경은 그의 가운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그녀도 이런 낭패한 모습으로 오빠 앞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어찌 됐든 진씨 가문은 그녀의 친정이었고 친정 식구들 앞에서 무슨 자존심을 세우겠는가?새언니가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한다면 어쩌면 탈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진옥경은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쳤다. 그러나 윤명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차화영이 인기척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옥경이니?”차화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옥경아... 너... 이게 무슨 꼴이야?”차화영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다리와 팔꿈치가 부러져 이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범준은 진경수에게 병실을 지키라고 당부하고는 차화영의 옷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갔다. “고모, 한밤중에 울고불고해서 해결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요? 할머니만 크게 놀라셨잖아요.”아랫사람한테 한 소리를 들은 진옥경은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엄마가 넘어져서 다쳤는데도 새언니는 얼굴도 보이지 않다니...“오빠, 난 내일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요.”도아린이 하품하면서 자리에서
이튿날 아침, 차화영은 지나간 일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는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빚쟁이들은 다 미쳤어. 옥경이한테도 손을 댔단 말이야! 그때 너를 대학에 보내느라고 옥경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 은혜는 잊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진범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엄마, 안준휘는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00억이에요. 제가 소개해준 프로젝트도 200억짜리고요. 옥경이한테 빚진 거는 이미 다 갚았어요.”“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옥경이가 너를 공부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명희를 만날 수 있었겠어? 너희가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어? 옥경이 만약 학교에 다녔으면 더 좋은 사람한테 시집을 갔을 거고 이렇게 엉망인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옥경이한테 빚진 것은 평생 갚아도 못 갚아!”“엄마, 옥경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옥경이가 돈을 벌러 나간 건 온전히 저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어요?”진범준은 엄마를 쳐다보았고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만약 엄마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갔다면 저희는 재벌 2세였겠죠. 저는 고생해서 회사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옥경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겠죠. 문제의 근원은 엄마예요.”차화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사망으로 얻은 위로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다.진범준은 자신이 일해서 학비를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차화영은 진옥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경제적 지원이 없게 된다. 분명 본인의 이기심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진범준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저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엄마도 모든 잘못을 저한테 덮어씌우면 안 됐어요.”진범준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도아린은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파편을 건너서 소파에 앉았다.“제가 민아에게 프로젝트를 위조하라고 시켰나요? 제가 민아에게 사채를 발행하라고 했나요? 만약 저랑 재민 씨가 그 저택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도유준은 진작에 민아 몰래 그걸 팔아버렸을 거예요.”차화영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고 안민아가 결혼하자마자 빚이 200억이 생긴 것만 생각했다.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의 외손녀가 어떻게 감옥에 갈 수 있단 말인가!“너 자신을 그렇게 깨끗하게 말하지 마! 네가 민아를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민아가 도유준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네가 민아에게 잘못했으니 네가 민아에게 보상해줘야지!”“안민아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강씨 가문을 떠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어요. 민아가 스스로 잘못된 일을 했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지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도아린의 태도는 강력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설득했는데 왜 신고하지 않은 거죠?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진씨 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요!”윤명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차화영한테 불효라는 수식어는 그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됐다.“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른으로서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제가 예의 없다고 탓하지 마세요.”“너...”차화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고 도아린을 가리키며 윤명희에게 말했다.“이런 게 바로 잘난 네 딸이란다. 어디 한번 봐봐. 똑바로 봐!”윤명희는 약상자를 가정부에게 주면서 말했다.“제 딸이 얼마나 좋은데요.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고요.”“올케,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진옥경은 윤명희의 손을 덥석 잡고 윤명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200억이라는 돈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그는 손을 중간에 놓고 있었다. 도아린은 밖을 쳐다보면서 손을 그의 손 위에 덮었다.강재민은 빠르게 손을 잡았고 손깍지를 꼈다. 말하는 말투도 훨씬 들떠있었다.“사실 제가 외국에 있을 때 혼자 요리를 해 먹었지만, 스테이크를 굽는 것밖에 몰라요. 어떻게 굽든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재민 씨.”도아린이 천천히 말을 건넸다.“제가 왜 성을 고치지 않은 지 알아요?”강재민의 말이 끊기도 그는 그녀의 말을 따라 대답했다.“진씨 가문의 재산을 받기 싫어서요? 사실 수혁이와 경수는 모두 아린 씨를 환영하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모두 기꺼이 당신에게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 없어요.”“재혼할 때 다른 요소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강재민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저는 상대가 제일 먼저 좋아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딸이거나 어느 회사의 책임자여서가 아니라. 물론 이것들은 모두 호감을 높이는 좋은 요소들은 맞죠. 하지만 저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 상대가 여전히 저를 받아주기를 원해요.”강재민의 표정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입가 근육이 살짝 움찔하였다. 그 비릿한 표정은 도아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재민이 다시 잡았다.“죄송해요. 오늘 그들에게 아린 씨를 소개한 것은 우리의 신분이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배건후를 떠난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 배건후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강재민은 세게 도아린의 손을 잡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이용해서 배건후를 자극했으면 안 됐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배건후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화가 나서 그랬어요.”그의 눈가에는 한줄기 살기가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진씨 저택에 도착해서 강재민은 도아린의 손을 놓았고 도아린은 손을 털었다. 세게 잡혀있던 손이 얼얼했다.“잘 자요.”“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강재민은 두 걸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지우는 육청아의 귓가에 대고 말을 몇 마디 했고 육청아는 갑자기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그 도발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다.“가요.”강재민은 도아린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녀는 도아린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육청아를 보고 있었다.육청아는 눈에 띄게 당황했고 도망가려는 듯했지만 어떻게 도망가야 소리소문없이 도망갈 수 있을지 모르는 듯했다.‘그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재민인가?’이 생각이 도아린의 마음속에 피어올랐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강재민이 바로 LY의 현무였고 육청아는 그의 부하이다. “왜 그래요?”도아린의 기분 변화를 느낀 강재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도아린은 어깨에 올린 손을 밀어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아까 약속했잖아요.”강재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은 주머니에 넣고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그는 신사적으로 차 문을 열고 도아린의 머리를 보호하면서 차에 오르게 한 다음 문을 닫았다.차에 시동이 걸리고 도아린은 백미러로 연회장 문 앞에 서 있는 배건후를 보았다.그의 주변에는 분위기가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어떤 여자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서 돌아갔다.“뭐 먹고 싶어요?”가로등의 빛이 빠르게 달리는 차 안을 비춰 강재민의 옆모습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을 훑고는 계속해서 차를 운전했다.“양식을 먹을 거예요, 한식을 먹을 거예요?”“일식이요.”도아린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강재민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조금 열리자마자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서대은의 정보에 따르면 현무는 그녀가 은퇴한 후에 모습을 드러내 점차 전임 현무의 자리를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