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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작가: 온유
도아린은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파편을 건너서 소파에 앉았다.

“제가 민아에게 프로젝트를 위조하라고 시켰나요? 제가 민아에게 사채를 발행하라고 했나요? 만약 저랑 재민 씨가 그 저택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도유준은 진작에 민아 몰래 그걸 팔아버렸을 거예요.”

차화영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고 안민아가 결혼하자마자 빚이 200억이 생긴 것만 생각했다.

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의 외손녀가 어떻게 감옥에 갈 수 있단 말인가!

“너 자신을 그렇게 깨끗하게 말하지 마! 네가 민아를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민아가 도유준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네가 민아에게 잘못했으니 네가 민아에게 보상해줘야지!”

“안민아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강씨 가문을 떠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어요. 민아가 스스로 잘못된 일을 했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지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

도아린의 태도는 강력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

“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설득했는데 왜 신고하지 않은 거죠?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진씨 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윤명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

차화영한테 불효라는 수식어는 그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됐다.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른으로서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제가 예의 없다고 탓하지 마세요.”

“너...”

차화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고 도아린을 가리키며 윤명희에게 말했다.

“이런 게 바로 잘난 네 딸이란다. 어디 한번 봐봐. 똑바로 봐!”

윤명희는 약상자를 가정부에게 주면서 말했다.

“제 딸이 얼마나 좋은데요.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고요.”

“올케,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진옥경은 윤명희의 손을 덥석 잡고 윤명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200억이라는 돈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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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555화

    이튿날 아침, 차화영은 지나간 일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는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빚쟁이들은 다 미쳤어. 옥경이한테도 손을 댔단 말이야! 그때 너를 대학에 보내느라고 옥경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 은혜는 잊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진범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엄마, 안준휘는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00억이에요. 제가 소개해준 프로젝트도 200억짜리고요. 옥경이한테 빚진 거는 이미 다 갚았어요.”“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옥경이가 너를 공부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명희를 만날 수 있었겠어? 너희가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어? 옥경이 만약 학교에 다녔으면 더 좋은 사람한테 시집을 갔을 거고 이렇게 엉망인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옥경이한테 빚진 것은 평생 갚아도 못 갚아!”“엄마, 옥경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옥경이가 돈을 벌러 나간 건 온전히 저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어요?”진범준은 엄마를 쳐다보았고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만약 엄마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갔다면 저희는 재벌 2세였겠죠. 저는 고생해서 회사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옥경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겠죠. 문제의 근원은 엄마예요.”차화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사망으로 얻은 위로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다.진범준은 자신이 일해서 학비를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차화영은 진옥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경제적 지원이 없게 된다. 분명 본인의 이기심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진범준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저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엄마도 모든 잘못을 저한테 덮어씌우면 안 됐어요.”진범준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556화

    딸한테 한바탕 수모를 당한 진옥경은 눈앞의 이 미친 여자가 여태껏 얌전했던 딸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안민아는 진옥경에게 손찌검한 것도 모자라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목걸이와 반지를 모두 빼앗고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안씨 가문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진옥경은 염치 불고하고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 그녀의 낭패한 모습을 발견한 하인은 급히 진범준에게 알리고 그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오빠, 나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어.”한편, 아내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진범준은 잠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 몇 시간 전에 집을 나선 여동생이 이런 몰골로 나타나자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가서 좀 씻어. 어머니 놀라게 하지 말고.”“오빠, 나 좀 도와줘. 제발.”진옥경은 그의 가운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그녀도 이런 낭패한 모습으로 오빠 앞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어찌 됐든 진씨 가문은 그녀의 친정이었고 친정 식구들 앞에서 무슨 자존심을 세우겠는가?새언니가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한다면 어쩌면 탈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진옥경은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쳤다. 그러나 윤명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차화영이 인기척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옥경이니?”차화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옥경아... 너... 이게 무슨 꼴이야?”차화영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다리와 팔꿈치가 부러져 이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범준은 진경수에게 병실을 지키라고 당부하고는 차화영의 옷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갔다. “고모, 한밤중에 울고불고해서 해결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요? 할머니만 크게 놀라셨잖아요.”아랫사람한테 한 소리를 들은 진옥경은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엄마가 넘어져서 다쳤는데도 새언니는 얼굴도 보이지 않다니...“오빠, 난 내일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요.”도아린이 하품하면서 자리에서

  • 또 한 번의 거절   제557화

    진옥경은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안민아는 그녀한테 하나뿐인 딸이었고 그런 딸이 괴롭힘을 당하면 그녀도 살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부러진 다리에서 통증이 밀려온 차화영은 진옥경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 “민아가 도유준한테 당했을 때, 네가 지금처럼 이랬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다.”“엄마?”진옥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라고? 지금 엄마가 도아린이랑 똑같은 말을 한다고?민아와 도유준의 결혼을 막지 못했다고 지금 날 탓하고 있는 거야?강씨 가문이 명문 가문이라고 사생아라고 하더라도 명문 가문의 자식이라고 하면서 결혼을 부추긴 사람이 누구인데?이제 와서 일이 터지니까 모든 잘못을 나한테로 돌려?뭐라고 반박하려는 그때, 차화영이 피곤하다면서 불을 끄라고 했다. 진옥경은 씩씩거리며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시 후 필요한 용품들을 챙겨온 진범준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 “오빠, 빚쟁이들이 민아가 돈을 안 갚으면 술집으로 끌고 가겠대. 나한테는 민아 하나밖에 없어. 민아한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도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오빠한테 비상금이 고작 20억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여동생의 처지를 보고도 모른 척하지는 않겠지... 흠칫하던 진범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 서방한테도 말했어?”“오빠는 내 친오빠니까 당연히 오빠한테 먼저 말해야지.”그녀는 눈빛을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난 더 이상 아이도 낳을 수 없어. 이번 생에는 민아밖에 없고 민아는 나한테 목숨 같은 아이야.”“그래도 안 서방한테 말해.”그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민아의 아버지잖아. 회사를 걸고 돈을 빌린다면 갚을 수도 있을 거야.”그 말에 진옥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안준휘가 회사를 내놓을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내놓는다면 그들한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어찌 안

  • 또 한 번의 거절   제558화

    진옥경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윤명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한다면 도아린을 찾아갈 것이다.아직 JS 픽처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 체면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아린은 아침부터 골치 아픈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손보미가 혁명 근거지에서 기모노를 입고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에서 그녀는 대중을 분노케 하는 춤을 추고 있었고 끝난 후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글썽였다.자신은 그저 연예인일 뿐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약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울먹였다.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고 사람들은 불같이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얼마 전, 손보미는 예능에 나갔다가 이미지를 조작했다는 것이 들통나기도 했었다. 어린이를 유괴하는 일에 그녀가 가담되었다는 사실이 담긴 동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그녀는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추락하게 되었다. 때문에 오늘 영상이 나오자 사람들은 이전 영상이 회사에서 의도적으로 그녀를 노리고 조작한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은 손보미의 계약 회사가 JS 픽처스이고 현재 JS 픽처스의 책임자는 도아린이라는 걸 알아냈다.도아린은 배건후의 전 와이프였고 손보미는 배건후의 현재 애인이다.이 복잡한 관계... 네티즌들은 도아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아린은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고 화가 난 팬들과 네티즌들은 회사 게시판에서 도아린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 한편, 주진모는 이번 일을 빌미로 3일 이내에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실검 봤어요?”강재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사건의 자초지종을 돌이켜보았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겠죠. 나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들한테 당할 수는 없잖아요.”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말하는 거 보니 해결책이 있는 것 같네

  • 또 한 번의 거절   제559화

    “꺼져.”그녀를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리던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이제 그만 이 일에서 손 떼. 현무에서도 제명할 거야.”“안 됩니다. 안 돼요.”육청아는 무릎을 꿇은 채 그의 발끝까지 다가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보스를 위해 목숨까지 다 바친 자신을 한 여자 때문에 조직에서 제명하려 한다는 걸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강재민이 일인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그녀 또한 이 조직에서 강재민 아래의 이인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LY의 자원을 이용하여 육씨 가문의 세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다.또한 육씨 가문이 연성에서 최고의 명문 가문이 된다면 그녀한테는 난공불락의 갑옷이 있게 되는 것이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보스,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단서를 찾았어요. 인신매매를 한 놈들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는 말입니다. 제 잘못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의자에 앉아 휴지를 꺼내 신발 밑창을 닦던 그가 그 말에 눈을 치켜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날 속이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제가 어찌 감히 보스를 속입니까? 모건 그룹 임원 중에 그 인신매매범과 관련된 자가 있습니다. 저도 뜻밖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반드시 확실하게 알아보겠습니다.”그가 깔끔한 밑창을 티끌 하나 없이 닦고 난 뒤 휴지를 휴지통에 버렸다.그러고는 서랍장 앞으로 가서 위스키를 한 잔 따랐다.그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보스를 도와 강재희가 유괴된 사건을 계속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인신매매범에게 형이 있고 그 형이라는 자가 현재 모건 그룹의 임원으로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모건 그룹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동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육청아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한편, 강재민은 배건후보

  • 또 한 번의 거절   제560화

    손보미는 묵묵히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었다. 얼굴의 분노는 점차 의심과 망설임으로 바뀌었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요.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한테 연락해야 하는 걸까?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의 존재를 폭로해서는 절대 안 된다.마지막 카드는 꺼낼 수는 없지만 손쉽게 장악할 사람이 하나 있긴 했다. 얼마 전부터 배지유는 김지민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고 있었다. 김지민이 가는 곳마다 쫓아갔고 경찰에 신고해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아버지를 돌보는 건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니까. 한편, 김지민이 올케한테 액세서리를 어떻게 사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배지유도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날 지키고 있을 시간이면 얼른 공장에서 가서 의족을 만들어 달라고 해. 지팡이 짚고 다니다가 다른 한쪽 다리까지 부러지지 말고.”“김지민, 당신이 언제까지 이리 날뛸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이 우리 아빠 돈 가로챈 거 언젠가는 다 토해내게 될 거야.”몇 마디 말다툼을 하다가 배지유는 지팡이를 짚고 밖을 나갔다.잠시 후, 그녀는 카페 한구석에서 선글라스와 큰 모자를 쓴 손보미를 발견하고는 짜증을 억누르며 앞으로 다가갔다. 손보미는 부채를 들고 얼굴을 가린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건후 씨가 도아린과 다시 잘해볼 생각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재결합한다면 지유 씨한테도 좋은 일은 아닐 거예요.”그 말에 배지유는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고 지팡이가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뭐라고요? “손보미는 하찮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요즘 뭐 하고 다녀요? 소문이 이렇게 퍼졌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솔직히 오빠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손보미가 예능에서 이미지가 추락했고 어린이 유괴 사건에도 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연예인이라고 낙인이 찍힌 바람에 각 매체에서 미친 듯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건 배지유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말이 없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1화

    “민재야, 도와줘...”“한 번 더 말해 봐!”도아린은 누군가에게 머리를 잡혀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뒤에 있는 남자의 싸늘한 이목구비를 본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건후 씨? 건후 씨가 왜 여기에...”남자는 안개가 자욱한 유리 벽에 도아린을 밀어붙이더니 그녀의 아래턱을 잡고 눈을 마주쳤다.“여긴 내 방이야, 누구이길 바라는데? 응?”도아린이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이거 놔요. 놓으라고요...”“날 건드렸으면 끝까지 버텨야지.”남자는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마구 더듬었다.“으악...”쿵!도아린은 차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꿈에서 깼다.앞에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버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길가의 배수구에 빠지면서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버스 안에는 온통 욕하는 사람들과 우는 사람들뿐이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3년 전 그날 밤의 사고에 비하면 이번 사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아린은 그 사고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날 밤 그녀는 배건후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되었고 그러다가 배씨 가문 사모님이 되어 위기들을 해결하긴 했지만...“죽고 싶어요? 얼른 밖으로 기어 나와요!”누군가의 재촉에 도아린은 이미 망가진 케이크를 버리고 선루프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구급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도아린은 구급차가 멀지 않은 곳의 아우디 밴 옆에 멈춰 있는 걸 발견했다.의료진들이 구급차에서 내려 차 안의 다친 환자를 부축했다. 그때 훤칠한 키의 한 남자가 상체를 숙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여자를 안고 나온 후 구급차에 태웠다.찰나였지만 도아린은 그 남자가 바로 결혼한 지 3년 된 남편이라는 걸 알아봤다. 그리고 남편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는 늘 잊지 못했던 그의 첫사랑이었다. 그는 유학 간 그녀를 줄곧 잊지 못했다.도아린은 팔이 아픈 것도 참아가며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휴대전화 너머로 남자의 싸늘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용건만 간단히.”“오늘 집에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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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배건후의 차를 알고 있는 경비원이 허리 굽혀 인사했다.“대표님, 아린 씨도 자주 농땡이 치는 건 아니에요. 근데 다른 도우미로 바꾸고 싶다면 소개해드릴게요...”관리사무소 팀장은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배씨 가문의 도우미들은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썼다. 게다가 월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재벌 2세를 만날 기회가 많기에 도아린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많았다.배건후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카리스마는 모두를 압도해 버렸다.환하게 웃던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연성의 7월은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지만 사람들은 마치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1분 후, 유리창이 서서히 내려오면서 배건후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할 일 다 하고 여기서 수다질이야? 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꺼져.”관리사무소 팀장은 놀란 나머지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고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배건후의 언행은 상업계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런 그가 관리사무소를 내쫓는다면 관리사무소는 연성에서 더는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배건후의 날카로운 시선이 도아린에게 머물렀다.“타.”“난 할 일이 있어서요...”그러자 배건후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도아린은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배건후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차 문 쪽에 최대한 붙어 앉았다.마이바흐가 맨션을 나간 후 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싸늘하게 말했다.“평소에는 기고만장하다가 침대 위에서는 힘 한 번 쓰지 못하는 남자?”“...”도아린은 시선을 내리깔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배를 다 피운 배건후가 서류를 툭툭 두드렸다.“이거 무슨 뜻이야?”도아린이 힐끔 쳐다보니 그녀가 작성한 이혼 합의서였다.“이혼하고 싶어요.”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숨 막힐 듯이 답답해졌다.운전기사 조수현은 당장이라도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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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져.”그녀를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리던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이제 그만 이 일에서 손 떼. 현무에서도 제명할 거야.”“안 됩니다. 안 돼요.”육청아는 무릎을 꿇은 채 그의 발끝까지 다가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보스를 위해 목숨까지 다 바친 자신을 한 여자 때문에 조직에서 제명하려 한다는 걸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강재민이 일인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그녀 또한 이 조직에서 강재민 아래의 이인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LY의 자원을 이용하여 육씨 가문의 세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다.또한 육씨 가문이 연성에서 최고의 명문 가문이 된다면 그녀한테는 난공불락의 갑옷이 있게 되는 것이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보스,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단서를 찾았어요. 인신매매를 한 놈들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는 말입니다. 제 잘못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의자에 앉아 휴지를 꺼내 신발 밑창을 닦던 그가 그 말에 눈을 치켜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날 속이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제가 어찌 감히 보스를 속입니까? 모건 그룹 임원 중에 그 인신매매범과 관련된 자가 있습니다. 저도 뜻밖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반드시 확실하게 알아보겠습니다.”그가 깔끔한 밑창을 티끌 하나 없이 닦고 난 뒤 휴지를 휴지통에 버렸다.그러고는 서랍장 앞으로 가서 위스키를 한 잔 따랐다.그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보스를 도와 강재희가 유괴된 사건을 계속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인신매매범에게 형이 있고 그 형이라는 자가 현재 모건 그룹의 임원으로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모건 그룹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동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육청아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한편, 강재민은 배건후보

  • 또 한 번의 거절   제558화

    진옥경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윤명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한다면 도아린을 찾아갈 것이다.아직 JS 픽처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 체면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아린은 아침부터 골치 아픈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손보미가 혁명 근거지에서 기모노를 입고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에서 그녀는 대중을 분노케 하는 춤을 추고 있었고 끝난 후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글썽였다.자신은 그저 연예인일 뿐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약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울먹였다.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고 사람들은 불같이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얼마 전, 손보미는 예능에 나갔다가 이미지를 조작했다는 것이 들통나기도 했었다. 어린이를 유괴하는 일에 그녀가 가담되었다는 사실이 담긴 동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그녀는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추락하게 되었다. 때문에 오늘 영상이 나오자 사람들은 이전 영상이 회사에서 의도적으로 그녀를 노리고 조작한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은 손보미의 계약 회사가 JS 픽처스이고 현재 JS 픽처스의 책임자는 도아린이라는 걸 알아냈다.도아린은 배건후의 전 와이프였고 손보미는 배건후의 현재 애인이다.이 복잡한 관계... 네티즌들은 도아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아린은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고 화가 난 팬들과 네티즌들은 회사 게시판에서 도아린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 한편, 주진모는 이번 일을 빌미로 3일 이내에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실검 봤어요?”강재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사건의 자초지종을 돌이켜보았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겠죠. 나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들한테 당할 수는 없잖아요.”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말하는 거 보니 해결책이 있는 것 같네

  • 또 한 번의 거절   제557화

    진옥경은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안민아는 그녀한테 하나뿐인 딸이었고 그런 딸이 괴롭힘을 당하면 그녀도 살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부러진 다리에서 통증이 밀려온 차화영은 진옥경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 “민아가 도유준한테 당했을 때, 네가 지금처럼 이랬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다.”“엄마?”진옥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라고? 지금 엄마가 도아린이랑 똑같은 말을 한다고?민아와 도유준의 결혼을 막지 못했다고 지금 날 탓하고 있는 거야?강씨 가문이 명문 가문이라고 사생아라고 하더라도 명문 가문의 자식이라고 하면서 결혼을 부추긴 사람이 누구인데?이제 와서 일이 터지니까 모든 잘못을 나한테로 돌려?뭐라고 반박하려는 그때, 차화영이 피곤하다면서 불을 끄라고 했다. 진옥경은 씩씩거리며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시 후 필요한 용품들을 챙겨온 진범준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 “오빠, 빚쟁이들이 민아가 돈을 안 갚으면 술집으로 끌고 가겠대. 나한테는 민아 하나밖에 없어. 민아한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도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오빠한테 비상금이 고작 20억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여동생의 처지를 보고도 모른 척하지는 않겠지... 흠칫하던 진범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 서방한테도 말했어?”“오빠는 내 친오빠니까 당연히 오빠한테 먼저 말해야지.”그녀는 눈빛을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난 더 이상 아이도 낳을 수 없어. 이번 생에는 민아밖에 없고 민아는 나한테 목숨 같은 아이야.”“그래도 안 서방한테 말해.”그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민아의 아버지잖아. 회사를 걸고 돈을 빌린다면 갚을 수도 있을 거야.”그 말에 진옥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안준휘가 회사를 내놓을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내놓는다면 그들한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어찌 안

  • 또 한 번의 거절   제556화

    딸한테 한바탕 수모를 당한 진옥경은 눈앞의 이 미친 여자가 여태껏 얌전했던 딸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안민아는 진옥경에게 손찌검한 것도 모자라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목걸이와 반지를 모두 빼앗고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안씨 가문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진옥경은 염치 불고하고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 그녀의 낭패한 모습을 발견한 하인은 급히 진범준에게 알리고 그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오빠, 나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어.”한편, 아내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진범준은 잠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 몇 시간 전에 집을 나선 여동생이 이런 몰골로 나타나자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가서 좀 씻어. 어머니 놀라게 하지 말고.”“오빠, 나 좀 도와줘. 제발.”진옥경은 그의 가운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그녀도 이런 낭패한 모습으로 오빠 앞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어찌 됐든 진씨 가문은 그녀의 친정이었고 친정 식구들 앞에서 무슨 자존심을 세우겠는가?새언니가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한다면 어쩌면 탈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진옥경은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쳤다. 그러나 윤명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차화영이 인기척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옥경이니?”차화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옥경아... 너... 이게 무슨 꼴이야?”차화영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다리와 팔꿈치가 부러져 이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범준은 진경수에게 병실을 지키라고 당부하고는 차화영의 옷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갔다. “고모, 한밤중에 울고불고해서 해결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요? 할머니만 크게 놀라셨잖아요.”아랫사람한테 한 소리를 들은 진옥경은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엄마가 넘어져서 다쳤는데도 새언니는 얼굴도 보이지 않다니...“오빠, 난 내일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요.”도아린이 하품하면서 자리에서

  • 또 한 번의 거절   제555화

    이튿날 아침, 차화영은 지나간 일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는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빚쟁이들은 다 미쳤어. 옥경이한테도 손을 댔단 말이야! 그때 너를 대학에 보내느라고 옥경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 은혜는 잊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진범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엄마, 안준휘는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00억이에요. 제가 소개해준 프로젝트도 200억짜리고요. 옥경이한테 빚진 거는 이미 다 갚았어요.”“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옥경이가 너를 공부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명희를 만날 수 있었겠어? 너희가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어? 옥경이 만약 학교에 다녔으면 더 좋은 사람한테 시집을 갔을 거고 이렇게 엉망인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옥경이한테 빚진 것은 평생 갚아도 못 갚아!”“엄마, 옥경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옥경이가 돈을 벌러 나간 건 온전히 저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어요?”진범준은 엄마를 쳐다보았고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만약 엄마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갔다면 저희는 재벌 2세였겠죠. 저는 고생해서 회사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옥경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겠죠. 문제의 근원은 엄마예요.”차화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사망으로 얻은 위로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다.진범준은 자신이 일해서 학비를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차화영은 진옥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경제적 지원이 없게 된다. 분명 본인의 이기심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진범준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저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엄마도 모든 잘못을 저한테 덮어씌우면 안 됐어요.”진범준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554화

    도아린은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파편을 건너서 소파에 앉았다.“제가 민아에게 프로젝트를 위조하라고 시켰나요? 제가 민아에게 사채를 발행하라고 했나요? 만약 저랑 재민 씨가 그 저택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도유준은 진작에 민아 몰래 그걸 팔아버렸을 거예요.”차화영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고 안민아가 결혼하자마자 빚이 200억이 생긴 것만 생각했다.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의 외손녀가 어떻게 감옥에 갈 수 있단 말인가!“너 자신을 그렇게 깨끗하게 말하지 마! 네가 민아를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민아가 도유준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네가 민아에게 잘못했으니 네가 민아에게 보상해줘야지!”“안민아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강씨 가문을 떠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어요. 민아가 스스로 잘못된 일을 했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지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도아린의 태도는 강력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설득했는데 왜 신고하지 않은 거죠?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진씨 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요!”윤명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차화영한테 불효라는 수식어는 그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됐다.“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른으로서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제가 예의 없다고 탓하지 마세요.”“너...”차화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고 도아린을 가리키며 윤명희에게 말했다.“이런 게 바로 잘난 네 딸이란다. 어디 한번 봐봐. 똑바로 봐!”윤명희는 약상자를 가정부에게 주면서 말했다.“제 딸이 얼마나 좋은데요.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고요.”“올케,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진옥경은 윤명희의 손을 덥석 잡고 윤명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200억이라는 돈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 또 한 번의 거절   제553화

    그는 손을 중간에 놓고 있었다. 도아린은 밖을 쳐다보면서 손을 그의 손 위에 덮었다.강재민은 빠르게 손을 잡았고 손깍지를 꼈다. 말하는 말투도 훨씬 들떠있었다.“사실 제가 외국에 있을 때 혼자 요리를 해 먹었지만, 스테이크를 굽는 것밖에 몰라요. 어떻게 굽든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재민 씨.”도아린이 천천히 말을 건넸다.“제가 왜 성을 고치지 않은 지 알아요?”강재민의 말이 끊기도 그는 그녀의 말을 따라 대답했다.“진씨 가문의 재산을 받기 싫어서요? 사실 수혁이와 경수는 모두 아린 씨를 환영하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모두 기꺼이 당신에게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 없어요.”“재혼할 때 다른 요소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강재민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저는 상대가 제일 먼저 좋아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딸이거나 어느 회사의 책임자여서가 아니라. 물론 이것들은 모두 호감을 높이는 좋은 요소들은 맞죠. 하지만 저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 상대가 여전히 저를 받아주기를 원해요.”강재민의 표정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입가 근육이 살짝 움찔하였다. 그 비릿한 표정은 도아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재민이 다시 잡았다.“죄송해요. 오늘 그들에게 아린 씨를 소개한 것은 우리의 신분이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배건후를 떠난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 배건후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강재민은 세게 도아린의 손을 잡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이용해서 배건후를 자극했으면 안 됐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배건후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화가 나서 그랬어요.”그의 눈가에는 한줄기 살기가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진씨 저택에 도착해서 강재민은 도아린의 손을 놓았고 도아린은 손을 털었다. 세게 잡혀있던 손이 얼얼했다.“잘 자요.”“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강재민은 두 걸

  • 또 한 번의 거절   제552화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지우는 육청아의 귓가에 대고 말을 몇 마디 했고 육청아는 갑자기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그 도발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다.“가요.”강재민은 도아린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녀는 도아린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육청아를 보고 있었다.육청아는 눈에 띄게 당황했고 도망가려는 듯했지만 어떻게 도망가야 소리소문없이 도망갈 수 있을지 모르는 듯했다.‘그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재민인가?’이 생각이 도아린의 마음속에 피어올랐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강재민이 바로 LY의 현무였고 육청아는 그의 부하이다. “왜 그래요?”도아린의 기분 변화를 느낀 강재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도아린은 어깨에 올린 손을 밀어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아까 약속했잖아요.”강재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은 주머니에 넣고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그는 신사적으로 차 문을 열고 도아린의 머리를 보호하면서 차에 오르게 한 다음 문을 닫았다.차에 시동이 걸리고 도아린은 백미러로 연회장 문 앞에 서 있는 배건후를 보았다.그의 주변에는 분위기가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어떤 여자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서 돌아갔다.“뭐 먹고 싶어요?”가로등의 빛이 빠르게 달리는 차 안을 비춰 강재민의 옆모습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을 훑고는 계속해서 차를 운전했다.“양식을 먹을 거예요, 한식을 먹을 거예요?”“일식이요.”도아린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강재민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조금 열리자마자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서대은의 정보에 따르면 현무는 그녀가 은퇴한 후에 모습을 드러내 점차 전임 현무의 자리를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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