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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Author: 온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03 19:00:18
성대호가 도아린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살을 파고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건후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당근처럼 부어오른 도아린의 중지를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가식 떨지 마세요.”

소유정이 그를 세게 밀쳤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의 살벌한 눈빛조차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신이 아린이보고 배씨 그룹을 대표해서 대회에 나가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했어요.”

“대회 참가 자격을 손보미에게 주고 싶었으면 당당하게 주면 되잖아요. 왜 비겁하게 아린이를 다치게 하는 거죠? 당신도 아린이한테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요.”

배건후는 사늘한 눈빛으로 도아린을 바라보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도아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건후 씨, 배씨 그룹의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테니 참가 자격은 건후 씨가 원하는 사람한테 넘기세요. 다만 디자인은 넘길 수 없어요.”

배건후는 소유정을 병실 밖으로 내쫓더니 그녀가 밖에서 아무리 울고불고 난시를 쳐도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도아린 앞에 서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몇 번 반복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손보미한테 널 찾아가라고 시킨 적 없어.”

그 당시 배건후는 화가 나다 못해 별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회의가 끝난 뒤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

만약 도아린이 참가하기를 거부했다면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비서를 통해 전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아까 전화를 받은 비서를 사무실에 부르더니 통화 기록을 책상에 던지며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

그녀는 사실 회장님께서 시키신 것이라며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배건후는 아버지를 찾아가 물어보려던 중 성대호가 목숨을 갖고 협박하다가 도아린의 손을 다치게 했다는 소식에 곧장 방향을 틀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머리가 아파왔다.

갑자기 나타난 경쟁자들이 배씨 그룹의 프로젝트를 하나씩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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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호가 도아린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살을 파고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건후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당근처럼 부어오른 도아린의 중지를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여기서 가식 떨지 마세요.” 소유정이 그를 세게 밀쳤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의 살벌한 눈빛조차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당신이 아린이보고 배씨 그룹을 대표해서 대회에 나가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했어요.”“대회 참가 자격을 손보미에게 주고 싶었으면 당당하게 주면 되잖아요. 왜 비겁하게 아린이를 다치게 하는 거죠? 당신도 아린이한테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요.”배건후는 사늘한 눈빛으로 도아린을 바라보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도아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건후 씨, 배씨 그룹의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테니 참가 자격은 건후 씨가 원하는 사람한테 넘기세요. 다만 디자인은 넘길 수 없어요.”배건후는 소유정을 병실 밖으로 내쫓더니 그녀가 밖에서 아무리 울고불고 난시를 쳐도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도아린 앞에 서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몇 번 반복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손보미한테 널 찾아가라고 시킨 적 없어.”그 당시 배건후는 화가 나다 못해 별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회의가 끝난 뒤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 만약 도아린이 참가하기를 거부했다면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비서를 통해 전했을 리가 없었다.그는 아까 전화를 받은 비서를 사무실에 부르더니 통화 기록을 책상에 던지며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그녀는 사실 회장님께서 시키신 것이라며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배건후는 아버지를 찾아가 물어보려던 중 성대호가 목숨을 갖고 협박하다가 도아린의 손을 다치게 했다는 소식에 곧장 방향을 틀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머리가 아파왔다.갑자기 나타난 경쟁자들이 배씨 그룹의 프로젝트를 하나씩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게다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339화

    “도아린, 엠파이어 빌딩 상가의 서류야. 지금 돌려줄게.”도아린은 서류를 건네받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손보미는 손으로 급히 막았다.“아직 할 말 남았어. 상가를 돌려줄 테니 보증금은 주지 않아도 돼. 대신 네가 가진 대회 참가 자격을 나한테 팔아.”“뭐라고?” 도아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며 가슴이 쿡쿡 쑤셔오는 듯 아파왔다.손보미는 마치 모르는 척하지 말라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스타 대회의 참가 자격을 건후가 나한테 넘겼어. 내가 네 동생을 위해 유명한 교수님을 찾아준 공도 있으니 나한테 양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도아린은 피식하더니 말했다.“남자? 그런 거면 네가 가져.”그리고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나 참가 자격은 안 돼.”“안 되든 말든 이미 내 손에 있어. 게다가 참가 자격만이 아니라...”손보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건후가 그러던데 네가 작업한 디자인도 나한테 넘기라고.”도아린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녀를 발로 차버렸다.손보미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옅은 신음을 흘렸다.“그만 나갈래 아니면 또 맞을래?” 일풍은 어느새 문밖에 서서 손보미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코웃음을 치더니 다리를 절며 엘리베이터에 탔다.그리고 곧장 배건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건후야, 아린이를 설득해서 대회에 참가하게 하려 했는데 글쎄 나를 발로 차버렸어. 괜히 좋은 마음으로 일을 망쳤나 봐... 흑흑...”도아린은 문을 닫고 옷을 갈아입은 뒤 즉시 엠파이어 빌딩 운영부로 가서 명의를 변경했다. 단 자신의 명의가 아닌 도지현의 명의로 옮겼다.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성대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아린 씨, 부탁이에요. 지유를 용서해 줘요.”성대호는 수염이 덥수룩했고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일남은 상황을 보고 재빠르게 그녀 앞을 막아섰다.“지유는 잠시 실수한 것뿐이에요. 진심으로 아린 씨를 해치려던 게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그럼 방우진 때문

  • 또 한 번의 거절   제338화

    김지민은 도아린의 언급에 그제야 9억 원이 생각났다.배석준이 떠나고 뒤따르던 직원들이 뒤에 서 있었지만 김지민은 9억 원이라는 거액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손보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지만 예상대로 모욕만 당하고 말았다. 결국 손보미는 돈을 빌려주기로 했고 앞으로 모든 건 자신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배씨 그룹 사장실.손보미는 눈썹을 찌푸린 채 난처해하며 입을 열었다.“난 지유가 걱정되는 마음에 지민이를 시켜 아저씨한테서 상황을 알아보라고 부탁한 건데, 아린이가 오해할 줄은 몰랐어.”“아린이는 워낙 모든 걸 민감하게 받아들이잖아. 분명 아주머니께 말씀드릴 거야. 아주머니의 건강도 좋지 않은데 네가 곁에서 잘 설명해 줘.”그녀는 한편으로 가만히 배건후의 표정을 살폈다. 배건후는 얼음장마냥 차가운 표정을 한 채 새까만 눈동자로 테이블을 응시했다.“할 말 끝났으면 그만 나가.”“...”손보미는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건후야, 그러지 마...”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메어서 훌쩍거렸다.“아린이가 날 싫어하는 것도 알고 네가 날 챙겨주는 걸 질투하는 것도 알아. 불만이 있다면 나한테 풀어도 돼. 근데 지민이는 이제 내 비서도 아닌데 괜히 미움받으면 안 되잖아.”“이제 네 비서가 아닌데 왜 계속해서 네 일을 도와주는 거야?” 그는 손에 잡고 있던 펜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손보미는 멍하니 서 있다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친구니까.”“널 배신한 사람과 친구 할 수 있어?”“...”손보미는 손톱자국이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왜 가시가 돋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지유는 네 여동생이야. 배씨 가문에서 아무도 지유를 챙기지 않아서 아저씨께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 내가 지유를 걱정하는 게 잘못이야? 건후야, 너 예전에 나한테 이렇게 대하지 않았잖아...”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배건후의 얼굴에서 동정의 기색을 찾으려 애썼지만 그의 깊고 날카로운 눈빛은 오히려 더 차갑게

  • 또 한 번의 거절   제337화

    배석준은 보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용패는 직원의 실수로 600만 원으로 표기된 거야.”주현정은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전 당신이 지민 씨에 대해 설명할 줄 알았는데.”배석준은 다시 한번 도아린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주현정이 오랫동안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난 게 어쩌면 도아린이 뒤에서 조종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주현정이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속으로 안도했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난리를 쳤다면 그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도아린, 지민 씨는 내 임시 비서일 뿐이야. 사실을 왜곡하지 말렴.”“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배씨 그룹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나 봐요. 회장님께서 비서를 위해 드레스와 액세서리까지 챙겨주시다니 놀랍네요.”도아린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님 비서가 가격을 표기하지 않아서 직원이 우리에게 와서 도움을 요청했고 우리가 수정해 준 거예요.”배석준은 안색이 굳어진 채 주현정을 향해 말을 꺼냈다. “지민 씨는 단지 내 비서일 뿐이야. 못 믿겠다면 당장 불러올게.”전화를 걸려는 순간 김지민이 눈앞에 찾아왔다. 직원들은 그녀가 도망갈까 봐 딱 따라붙어 있었다.“회장님, 전 그분이 쉽게 포기할 줄 몰랐어요. 더 높은 가격을 유도하려다...”김지민은 도아린을 보자마자 반감을 드러냈다, 자세히 보니 앞에 서 있는 주현정이 바로 높은 가격을 부르던 사람이었다.“아린 씨가 사모님에게 입찰을 못 하게 한 거죠? 나한테 복수하려고.”주현정은 오랜만에 밖에서 얼굴을 드러낸 데다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었기에 김지민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현정에 대한 인상은 전에 뉴스 인터뷰에서 봤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사모님, 아린 씨 말을 믿지 마세요. 보아하니 사모님께서도 비취 용패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8억 원에 넘기겠습니다.”이렇게 하면 손해는 1억 원에 그칠 수 있었다.김지민은 꽤 영리한 편이었다. 그녀는 배석준이 여기까지 따라 나온 걸

  • 또 한 번의 거절   제336화

    도아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채 주현정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살짝 줬다. 주현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직원이 건네준 등록부를 받아들었다.“미안해요. 또 번거롭게 했네요.”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종이에 600만 원을 적었다.생각지 못한 금액에 직원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 “사모님... 확실하신가요?”‘6억 원이 아니라 600만 원이라고?’구하기 힘든 비취라 6,000만 원도 모자랄 텐데 사모님은 300만 원을 시작가로 하다니 놀라웠다.“만약 인연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30억 원이라도 그 값어치를 하겠지요.” 주현정은 펜을 다시 직원에게 건네며 조용히 도아린을 바라보았다. “결국 누가 이 비취의 주인이 될지 엄마랑 함께 보고 나서 다시 공부하러 돌아가도 되겠어?”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도아린도 피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행사장에 들어가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았다.도아린은 주현정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어머님,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힘드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하세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지민이 그들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주현정은 눈을 내리깔며 그녀의 뜻을 이해한 듯 미소를 지었다.경매는 곧 시작되었고 누군가 자신의 딸이 그린 그림을 자선 행사에 내놓았는데 솔직히 말해 초등학생의 그림보다 못했다. 하지만 위상이 높은 가문이라 인맥을 얻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거액을 지불하며 사 갔다.곧이어 비취 용패가 나오고 사회자가 600만 원이라는 시작가를 내놓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의 수준보다도 못한 그림을 1억 2천만 원에 내놓았는데 이렇게 좋은 비취 용패의 시작가가 600만 원이라니. 게다가 올해는 마침 용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시작가가 너무 낮았다.사회자도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재차 확인한 뒤 기증자의 이름을 천천히 읽었다.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배석준에게 쏠리더니 호기심과 의심 그리고 비웃음이 섞인 표정이 드러났다.배석준은 얼굴이 굳어진 채 옆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335화

    그녀는 국제 시상식에도 나가 봤다. 그때 비록 가면을 썼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도아린은 주현정을 따라가 몇몇 선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휴게실로 갔다.신은하는 시간이 거의 다 된 것을 확인하고 행사장으로 돌아가려다 문 앞에 롤스로이스가 멈춰 서는 것을 보았다.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배 회장님!? 여기에 오시다니 뜻밖입니다….”배석준도 오늘 멋지게 차려입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사모님의 만찬이라면 해외에 있더라도 달려올 텐데 하물며 지금은 국내에 있는데 당연히 와야죠!”신은하는 배석준과 악수를 하며 그의 뒤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신은하는 30년 동안 금슬 좋았던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자신의 자선 만찬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주현정이 오지 않았다면 배석준이 여자 파트너를 데려와도 괜찮았다. 문제는 주현정이 며느리를 데려왔으니 배석준은 딸을 데리고 오는 게 정상이었다.그런데 낯선 여자를 데려왔으니, 뭔가 수상했다.“배 회장님...”신은하가 그에게 주의를 주려던 순간, 김지민이 드레스 자락을 밟고 넘어질 뻔하다가 배석준의 팔을 잡았다.배석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조심해.”신은하는 직감적으로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김지민은 연예인들을 데리고 여러 행사에 참석한 경험이 있어 자신이 직접 해보지는 않았어도 남들 하는 것은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즐비한 고급 차들을 보고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연예인들은 이런 부자들 앞에선 개미만도 못했다. 돈줄이 술 따라주면 싫어도 마셔야 했다.계급의 차이는 단순히 돈으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출신 배경과 자원의 차이였다.“위원장님, 시간이 됐습니다.”직원이 오자 신은하는 먼저 자리를 떠야 했고 마음속으로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했다.소위 자선이라는 건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안 쓰거나 특색 있는 물건들을 경매에 내놓고 그 수익금을 자선 사업에 쓰는 것이다.보석을 내놓는 사람도 있고, 그림이나 골동품을 내놓는 사람

  • 또 한 번의 거절   제334화

    “맞아요. 난 그녀를 겨냥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반드시 순위권에 들 거예요!”배건후는 차갑게 비웃으며 손가락으로 서류를 가리켰다.“지희를 만나고 싶으면 계약서에 서명해. 그렇지 않으면 내기는 취소야.”도아린은 아무 말 없이 펜을 집어 들었다. 모건 그룹의 지분을 가져다 바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두 사람은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서명을 마치고 각자 헤어졌다.도아린은 호텔로 돌아와 방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렸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 주현정이 전화를 걸어와 다음 날 자선 만찬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자, 그녀는 그제야 작업을 멈췄다.“깜빡 잊고 있었네요.”도아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내일 혼자 집에 계시면 심심하실 테니 저랑 같이 가시는 게 어때요? 기분 전환도 할 겸.”주현정은 생일 파티에서 자신의 며느리를 당당하게 소개했지만, 도아린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상류 사회의 자선 만찬은 정보 교류의 장이자 돈을 물 쓰듯 쓰는 곳이었다.주현정은 도아린이 무시당할까 봐 걱정했다.“그래, 엄마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은 시간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도아린은 주현정을 서대은의 가게로 데려가 은색과 검은색이 조화된 드레스를 골랐다.주현정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 스타일로, 도아린은 도회적이고 화려한 스타일로 꾸몄다.“어머님, 정말 젊어 보이세요. 제 언니 같아요.”도아린은 주현정의 팔짱을 끼고 함께 거울 앞에 섰다. 주현정은 이렇게 화려하게 꾸민 것이 오랜만이라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실력이 좋네. 얼굴 주름이 하나도 안 보여.”“사모님은 주름도 없으세요... 피부도 좋으시고 몸매도 좋으시고 동년배분들보다 훨씬 젊어 보이세요.”메이크업 아티스트도 맞장구쳤다.기분이 좋아진 주현정은 앞다투어 돈을 내려 했지만, 도아린이 말렸다.“드레스값은 제가 낼게요. 자선 만찬에서 경매하는 건 어머님이 내세요.”"그래, 좋아.”배석준은 오늘 일이 있어

  • 또 한 번의 거절   제333화

    도유준은 겨우 1년 치 임대료를 냈는데 개업한 지 일주일 만에 관리비를 또 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게다가 광고비, 행사비, 협찬비 등등 납부해야 할 비용이 한둘이 아니었다.도정국의 이전 가게는 배건후의 도움으로 이러한 비용을 면제받았기에 그는 도정국이 즐겁게 돈을 세는 모습만 봤을 뿐, 자신이 가게를 열면 이렇게 많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더구나 엠파이어 빌딩은 연성의 고급 상업 지구라 각종 비용이 매우 높았다.다른 가게들은 다 명품이나 비싼 것만 팔아서 가격도 높고 마진도 높았다.하지만 자기는 케이크 가게라 마진도 낮은데 이것저것 다 내려니 남는 게 없었다.“누나, 얘기 좀 해줘. 반년만 봐달라고. 막 개업해서 재료 사는 데도 돈 많이 드는데...”도유준은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목이 쉴 정도로 애원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전화기 너머로 희미한 코골이 소리가 들렸다.도유준은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강홍련이 가게에서 나와 초조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봐준대?”“그 몹쓸 년은 나 망하는 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도유준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내 가게가 돈만 벌면 아빠는 내 실력을 인정하고 도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나한테 물려줄 거예요!”“하지만 우리 수중에 돈이 없잖아!”도유준은 눈알을 굴리더니 말했다.“엄마, 엄마 집 담보로 대출받아요!”강홍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20평의 작은 아파트는 도정국이 몰래 사준 것으로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도유준은 부추겼다.“엄마, 도 씨 저택은 2층짜리 별장이에요. 안방 하나가 엄마 집보다 넓고 식사 준비며 빨래까지 가정부들이 다 해준다고요. 엄마도 오랫동안 밖에서 고생했으니 이제 돌아가 편하게 지내야죠.”“네 아빠가 날 내쫓지는 않겠지.”“잠깐만 머문다고 해요. 내 가게가 본전만 벌면 바로 집 찾아줄게요.”도유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본전을 언제 벌지는 결국 엄마가 결

  • 또 한 번의 거절   제332화

    도아린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마치 그의 말을 예상했던 것처럼 말이다.비록 그의 본의는 아니었을지라도 여자의 차갑고 조소하는 눈빛에 가슴이 답답해진 배건후는 마우스를 꽉 쥐었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는 게 당신 스타일이잖아요.”도아린은 신청서를 들고 나가버렸다.카이엔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배건후는 창가에 서서 연거푸 담배를 피워 물었다.세인트존스 호텔로 돌아온 도아린은 노트를 꺼냈다.그 안에는 그녀가 그린 디자인 스케치뿐만 아니라 공중에서 농구공을 던지는 소년의 스케치도 있었다.배건후를 처음 만난 건 학교 농구장이었다. 넘치는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소년의 모습에 도아린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그때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이 선배가 자주 농구를 하러 온다면 심장병에 걸릴지도 모른다고..경기가 끝나고 도아린은 탈의실 밖에서 그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하고 연락처를 받으려고 기다렸다.소년은 파란색 후드티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맨 마지막에 나왔다.도아린이 다가가려는 순간, 한 소녀가 그의 곁으로 가서 뚜껑을 딴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소녀의 눈빛엔 그를 향한 뿌듯함이 가득했다.그 소녀는 바로 같은 반 친구 손보미였다. 나중에야 도아린은 그들이 이미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기억 속 소년의 모습과 모건 그룹 대표의 모습이 서서히 겹쳐졌다. 편안한 트레이닝복은 깔끔한 정장으로, 땀 흘리며 뛰던 소년은 차갑고 냉정한 상류층 인물로 변해 있었다. 도아린은 기억 속 소년의 모습을 본떠 인형을 만들어 배건후에게 선물했다. 그가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것은 그저 쓰레기에 불과했다.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림 페이지를 넘기고 디자인 도면을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집안 사정상 고급 보석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도아린은 그동안 디자인의 참신함으로 상을 받아왔다.이번 대회에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고 심사위원들도 모두 명망 있는 사람들이라 보석의 등급을 높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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