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우는 제자리에 선채 입가에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청운당에서 돈을 빌려? 그쪽 사람들 잘못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 추리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다시 말해 이태호 한테서 돈을 빌리려는 것은 이자는 물론이고 천천히 갚다가 아예 갚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다. 이게 아니면 체면 무릅쓰고 이태호 돈을 빌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제기랄, 괜히 발라맞춰주는 말 많이 했네!"결국에 이태우는 이를 앙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애꿎은 먼지만 잔뜩 일으키며 시동을 걸고 떠났다.소영식 일가족은 이내 돌아갔다. 이태호가 3억이나 빌려주겠다는 사실 때문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그리 가벼울 수가 없었다.가는 길에서 소민식은 흥분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소영식과 연초홍을 향해 말했다. "아빠, 엄마, 나 여리를 찾아가서 알려야겠어요, 청혼할 수 있다고!""가봐, 얘가 아주 신바람이 났네!"연초홍은 자신의 아들이 이토록 흥분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러고는 소민식에게"너 사촌 형 은덕을 꼭 기억해라, 알겠지? 그 은덕 우리 평생 갚아도 부족해!"라고 귀띔했다.소민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 걱정 마세요. 이후에 사촌 형이 저를 부르면 이 한 목숨 바친대도 원 없이 달려갈 거예요!"말을 마치고 소민식은 이내 여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자주 만나는 공원에서 보자고 했다.얼마 안 지나 하여리는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여리야, 너 이게?"캐리어를 들고 온 하여리를 보고 소민식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여리는 누가 뒤쫓아 오는 마냥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없음을 확인하고 그제야 소민식을 향해 긴박한 말투로"자기야, 나 결정했어. 우리 도망치자. 아빠 엄마 꼭 집을 사라고 하는데 어쩌겠어. 자기 금방 졸업하고 어디서 그 많은 돈을 구해, 우리 아예 도망치는 게 어때?"라고 말했다."도망친다고? 그러면 너 엄마 아빠 엄청 속상해하시겠다!"소민식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자기 지금 하는 일 그만두면 섭섭하지 않아? 일도 괜찮잖아, 장
바로 이때 그의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그는 핸드폰을 보더니 흥분하여 말했다. "봐봐, 여리야, 봐봐, 사촌 형이 돈을 이체했어. 진짜야, 거짓말하는 거 아니었어!"하여리는 핸드폰을 건네받아 자세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진짜로 3억이란 돈이 이체된 것을 확인하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러내렸다.한편 신씨네 집!신민석은 왕사모한테 다가와 분에 겨워 말했다. "할머니, 신수민이 오늘 또 휴가 냈어요. 며칠 출근했다고 또 휴가 내요? 뭐 새집에 들었다고 집들이한다나. 게다가 걔 지금 권력 남용해요. 걔 아버지한테 조기 퇴직 시키고 회사의 퇴직 보너스도 챙기고 말이에요."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있다가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계속 말했다. "걔 지금 출근한 지 며칠 됐다고 회사 직원 몇 명을 사퇴해 버렸어요!"뜻밖에도 왕사모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그 일은 수민이가 이미 나하고 말했어. 그 몇 사람 다 네 사람이라며? 회사에서 하는 일도 없고 능력도 없고 가짜 장부나 만들고. 게다가 자주 밖에 나가 놀고먹고는 마음대로 정산 받고 말이다."이 말을 들은 신민석의 입가에는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원래는 신수민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신수민이 할머니한테 미리 얘기해버렸으니 말이다.그는 즉시 억울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래요? 전 왜 모르죠? 애초에 그 사람들 모두 성실하게 일했어요. 아마도 새로 부임한 사장이 마음에 안 들어 고의로 그랬겠죠!"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화제를 돌려 말했다. "할머니, 쇼요 지역 프로젝트 개막식이 이제 3일 밖에 안 남았어요. 그런데 이태호는 움직이는 티가 안 나요. 이 자식 혹시 저희를 속이는 건 아닌가요? 만약 저희를 속여서 쇼요 지역 입주권을 못 따온다면 어쩌죠?"왕사모는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 "걔들 부부 보니 금슬이 좋은 게 신수민이 진짜 이태호랑 같이 살려는 모양이더구나, 게다가 이태호는 용의당 용로하고 사이가 좋으니 입주권 못 따온대도 내가 인정해 준다 했으니 우리 신씨네 사
얼마 안 지나 이태호와 신수민 일행들이 실내에서 걸어 나왔다."할머니, 오실 때 말씀하시지 그랬어요."왕 사모도 같이 온 것을 보고 신수민은 이내 반겨주며 말했다. "할머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함께 있던 신민석과 신승민의 얼굴 표정이 가라앉았다. 신수민이 아예 그 둘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아이고, 사모님, 도련님, 주인장님. 어서 들어와요. 정말 귀한 손님이 왔네요!"연초월이 다가와 반기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제야 그들 둘의 낯색이 좀 나아졌다."이 별장 정말 넓어, 정말 으리으리하구나!"왕 사모는 이 큰 별장을 한편으로 둘러보면서 한편으로는 연신 감탄했다.얼마 안 지나 신수민의 인솔하에 일행은 거실에 도착하여 각자 자리에 앉았다."할머니,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셨어요?"신수민은 일행들에게 차를 따르면서 물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할머니가 주동적으로 찾아오시니 그녀는 속으로 못내 기뻤다.왕 사모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고, 그냥 갑자기 와 보고 싶었어. 필경 여기 별장 나도 부러워 할 수 밖에 없구나. 예전에 다들 이곳 별장에 한 번 들어보면 원이 없겠다 했어. 그만큼 신분 지위의 상징이었지."신수민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가 여길 마음에 들어 하시면 왔던 김에 며칠 묵으세요. 여기 조용해서 살기 좋아요. 공기도 깨끗하고요!"왕사모는 연신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어, 됐어. 저쪽 집에 사는 게 습관 돼 그래. 게다가 여기는 많은 가족들이 살고 있는데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반나절이 지나도 여기 온 목적을 말하지 않자 신민석은 인내심을 잃고 옆에서 말했다. "수민아, 쇼요 지역 그 일은 말이야 어떻게 됐어? 희망은 있어 보여?"이태호가 아직 신수민과 얘기하지 않아 그녀는 아직 구체적인 상황을 몰라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저도 잘 몰라요, 태호 말하기를 꼭 된대요!""태호가 말했어? 허허, 입만 뻥긋하는 게 뭐가 되겠어? 3일밖에 안 남았어. 만약 지금까지 정하지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태호가 신씨 집안사람들의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신수민도 신씨 그룹 사장 자리에 발을 붙인 것이다."흠, 이 자리가 좋구나. 이후에 우리 신씨 가문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겠네. 다만 초기 입주 비용이 꽤나 높구나!"이토록 커다란 평수를 신씨네를 줬으니 왕 사모는 한편으로 기쁘기는 한데 초기 투자도 많았으니 걱정이 앞섰다.뜻밖에도 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보니 초대장에 많은 조목이 있네요, 여기 한장 더 있어요!"이태호는 말을 마치고 또 한 장 꺼내들었다. 초대장에 적힌 글자도 똑같이 황금색이었다."두 장? 모두 황금색이라고? 입주권이 두 장이라고?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그걸 본 왕 사모의 혼탁한 두 눈은 어느새 생기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두 장의 입주권이라.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불가능해. 이놈 이거 진짜 맞아? 가짜지? 어찌 두 장이나 줄 수 있어?"신민석은 어지간히 놀랐다. 그가 용지혜를 찾아갔을 땐 보기 좋게 거절당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태호가 갔다오니 두 장의 입주권을 걸머지고 온 게 아닌가? 이태호의 손에 들고 있는 것이 가짜라고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이태호의 손에 쥐어진 한 장의 초대권을 낚아채더니 깐깐히 훑어보았다. "가짜야, 분명히 가짜야, 이 입주 정원은 위치도 좋고 평수도 많은데 어찌 두 장이나 준다는 말이야? 이런 건 기타 2류 명문가도 안 될뿐더러 1류 명문가가 온대도 이런 대우를 못 받아!"신민석이 이렇듯 들고 볶으니 왕 사모 얼굴의 웃음도 갑자기 사라지더니 굳어져 버렸다. 설마, 이 초대장이 가짜라고? 이태호가 사기 치는 건가?하지만 이태호는 여전히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허허, 이게 가짜 인지는 저도 몰라요. 어찌 됐든 용지혜, 용씨 큰 아씨가 직접 저한테 건네 준거에요. 직접 가서 물어봐요. 진짜인지 가짜인지!"신승민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틀림없이 진짜야. 용씨 큰 아씨가 직접 줬는데 가짜일리가 없잖아. 분명히 진짜 맞아!""태호야, 너
당일 저녁, 신씨네 가족들은 축하파티 하러 호텔로 향했다.이태석, 연초월 부부와 몇몇 사람들도 자연스레 그 뒤를 따라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잘 해결된 프로젝트에 몹시 기분이 좋았던 어르신은 밤새 신수민이 사람 보는 눈이 아주 훌륭하다는 둥, 이태호가 유능한 사람이라는 둥, 칭찬을 금치 못했다.허나 어르신의 이러한 태도에 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을 뿐 그닥 개의치 않고 있었다.그는 신씨 집안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게 아니라단지 신수민을 괴롭힌 신민석에게 사람 잘못 건드린 대가로 되갚아 주어 수민이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게 하려고 했던 것 뿐이니 말이다.이 일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 신수민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이태호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다.신수민은 볼살이 빨개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그녀는 집에 도착해 신은재를 재워 놓고 기지개를 펴며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려고 했다.이층으로 올라와 이태호의 방 문을 지나치다 그녀는 문득 발길을 멈추고 오늘 아침 신은재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두 사람의 키스 분위기를 망쳤던 걸 회상하며 입가에 달콤한 미소가 더해졌다.멍하니 서 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방으로 들어선 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쳤나 봐, 지금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거야?"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이태호는 길거리로 나가 여기저기 둘러보려고 했다.그는 집을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밖의 인물, 구운장을 마주치게 되었다.이태호인 걸 확인한 구운장은 요염한 차림의 아름다운 여인을 품에 안고는 쌀쌀하게 웃으며 걸어와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어머, 도련님 아니세요?"지난 번 구운장이 구맹에게 고자질하여 구씨 집안 경호원들이 신씨네 집으로 들이닥쳐 따졌던 그날 일이 눈앞에 아련아련했던 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신씨네를 처음 방문했던 그 날, 피를 보는 그런 흉악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이태호는 어쩔 수 없이 용의당의 범용의 신분을 내세우며 현장을 수습했었던 것이다.
구운장은 잠시 멈칫하다 이태호를 보며 쌀쌀맞게 웃었다. "범용의 어머님 병도 다 치료됐으니 너의 이용가치가 없잖아? 설령 전화해도 소용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지금 혼자 상대하려는 거 아닌 가?"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이깟일로 범용이를 귀찮게 할 필요가 있을 려나?""하하, 뒤지고 싶어 환장했구나 너, 부를 자격도 없는 주제에, 얘들아, 저 새끼 다리 부러뜨리고 평생 남자 구실 못하게 만들어 버려, 그러면 신수민도 그런 병신을 떠날 거니까."뒤로 한 발짝 물러선 구운장은 부하들에게 손짓을 하며 덮치라는 명령을 내렸다."명 받들겠습니다, 도련님."부하들은 하나같이 주먹을 문지르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이태호를 노려 보았다.구운장에게서 이태호의 싸움 실력이 강하다는 얘기를 들은 그들도 한 번 그와 맞장을 떠 보고 싶었었는데 며칠이 채 지나지도 않아 겨룰 기회가 오게 되다니 너무 흥분스러웠다."하하, 흥미진진하겠는데."이태호는 둘러싼 경호원들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돌연 그는 눈을 비스듬히 뜨고 빛의 속도로 한 줄기 잔영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조심해."번쩍하고 사라진 이태호의 속도에 한 경호원이 황급히 동료들에게 소리 질렀다.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응할 준비도 못한 채 그들의 가슴으로 무거운 펀치가 훅 하고 들어왔다."펑펑펑."묵직한 공격 소리들로 몇 초정도 흐른 뒤 최상급 실력이라는 여섯 명의 무사들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으악."그들은 갈비뼈가 부러져 피까지 토하며 몸소 느껴지는 고통스러움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의 실력을 깨달은 그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그들 중 이태호를 괴물 보듯 바라보던 몇몇 사람들은 혹여 살인이라도 당할 까 가슴을 웅켜쥐고 손으로 땅을 짚으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에이, 시시하게, 실력이 강하다고 하지 않았나? 몇 십명을 한 명이서 다 무너뜨릴 수 있다고 큰 소리 떵떵 치더니 너무 별 볼일 없는 수준이잖아."말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이태호는 순간 다리를 들어 상대방의 중요 부위를 내리치려고 했다.그의 행동에 겁을 먹은 구운장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뭔가에 홀렸나 봅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형님이 용서만 해 주실수 있다면 제가 스스로 뺨을 멈추라고 할 때까지 때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만은 안 돼요, 저 나중에 결혼도 해야 되는 데 한 번만 봐 주세요."전에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여인도 멀리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하하, 뺨? 뺨 맞는 건 이젠 별 재미가 없는거 같은데?"이태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아까 너가 제안했었던 그거 하면 용사할 만 하긴 한데, 엎드려서 신발 핥는 그거.""그럴게요, 할 수 있어요."구운장은 이태호 같은 꼴통을 상대하는 게 제일 무서웠다. 쥐 뿔도 없는 그보다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구운장은 혹여 그로 인해 평생 남자구실을 못한다해도 그 대가로 아버지가 이태호 같은 인간을 살해하게 만드는 건 너무 빚 지는 장사였으니 말이다.그는 고민도 잠시 곧장 이태호에게 엎드려 신발을 핥고 있었다.자존심도 없는 그런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며 싫은 기색이 역력했던 이태호는 뒤로 두 발 물러섰다. "그만해, 넌 배짱도 없어? 명색의 도련님이란 놈이 시킨다고 그대로 해? 그런 놈이 내 여자를 넘 볼 생각을 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야, 우리 수민을 보는 것도 수치스러울 정도야 알아?"말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이태호는 자리를 떠났다.그제야 구운장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한참 후에야 숨을 돌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통스러워하는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최상급 실력의 무사라고 하지 않았어? 여섯 명이나 돼 가지고 이태호 하나를 못 이겨? 창피하지도 않아?""도련님, 그 놈 실력이 일급 종사도 아닌 삼급이나 사급 종사인 게 틀림없어요, 저희들도 싸움 실력으론 인정받는 사람들이에요."경호원들 중 한 놈이 구운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삼급이니 사급이니 하는 건 잘 모르겠고, 너희들 그 놈한
그 중 한 남자가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키며 다른 한 남자에게 물었다. "도련님이 우리더러 저 놈 죽이라고 한 사람당 이천만 원씩 대가로 지불했는데 이제 어떡하지? 구씨 집안에 팀장급이나 되는 경호원, 그것도 여섯명이나 덤볐는데도 전부 쓰러지고 말았잖아, 그런 놈을 우리 둘이서 어떻게 상대해? 이건 그냥 목숨 바치러 가는 거잖아?"지난 번 이명호는 하현우와 서문옥에게 두 명의 킬러를 고용해 이태호를 죽여 버리겠다고 신신당부하며 십 억이나 갈취했었다.집으로 돌아와 고민 끝에 그는 킬러 대신 싸움 잘하는 두 명의 경호원에게 돈 이천 만원씩 쥐어주며 이태호를 죽이라고 명령했던 것이다.나머지 구 억 육 천만원은 고스런히 본인이 챙긴 그는 돈도 벌고 이태호의 전 여자친구인 정희주라는 여자와 밤도 보내고 게다가 그녀의 섹시한 몸매를 떠올리는 매 순간마다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모든 게 순리롭게 잘 끝날줄 알았겠지만 명을 받든 두 경호원들이 방금 일어난 일들을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가자, 그깟 이천 만원 벌려고 목숨을 바치는 건 너무 부질없는 짓이야, 철퇴하자."듣고 있던 다른 한 명의 경호원도 눈 딱 감고 차에 올라 이씨 집으로 향했다."돌아왔어? 일 처리는 잘 끝났고?"등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이영호는 중급 무사 경호원들이 문에 들어서는 걸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한 경호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도련님, 이태호 실력이 너무 강해요, 저희는 그 사람 못 이길 것 같아요.""싸웠어?"이영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돌상 위에 올려 놓았다.경호원이 답했다. "저희하고 맞장 붙진 않았아요, 구씨 도련님이 데려온 여섯명의 경호원 팀장들이 동시에 이태호에게 돌진하는 걸 목격했는데 전부 다 이태호에게 얻어 터져 쓰러져 버렸어요."다른 한 경호원도 맞장구를 쳤다. "정말이에요, 결국엔 이태호에게 위협을 느낀 구씨 도련님이 엎드려서 이태호 신발도 막 핥았는 걸요.""뭐라고."그의 말에 이태호는 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