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가문이 까다로운 원수를 만난 줄 알았다.주희철의 입에서 주민의 얘기가 나오자 남두식이 참지 못하고 주희철의 어깨를 두드리며 조롱했다.“전 또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감정이란 원래 그런 거죠. 젊은 사람들의 일에 나이 든 사람이 끼어드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남두식은 주희철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이런 일을 많이 봐왔다.9급 존왕이 온다고 해도 그는 두렵지 않았다.하물며 그들은 천정종에서 온 다섯 장로와 원 종주 남두식이었고, 이태호마저 9급 존왕이었다. 족히 7명의 9급 존왕이 함께 있는데 무항시 전체에 놓고 봐도 제일 가는 세력일 것이었다.그런 사람들이 젊은 사람 때문에 몰려온 나이 든 사람을 두려워하겠는가?옆에 있던 대장도로 위로 어린 시선으로 주희철을 바라보며 태연자약하게 말했다.“그래서 얘기해 봐. 주민 아버지의 내공은 어느 정도야?”이태호와 그의 아내 백지연, 남유하도 아주 덤덤하게 주씨 가문의 두 남매를 바라보았다.이태호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한 말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본 주희철이 급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주희철이 급박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아이고! 남 장로님, 대장로님 놀리지 마세요! 정말 큰 일입니다. 장로분들께서 7급 내공을 가진 주자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주자연의 뒤에는 무항시에서 두 번째라고 칭해지는 황씨 가문이 있습니다! 황씨 가문의 현 가주 황허윤은 9급 존왕 강자입니다. 게다가 황씨 가문에는 9급 영기가 있는데 성주부에서조차 황씨 가문과는 척지고 싶지 않아 합니다.”주희철이 얼른 주민의 아빠 주자연이 쳐들어오는 일과 황씨 가문의 상황을 알려주었다.황씨 가문에 대해 얘기할 때 주희철의 말투는 더 긴박해 보였고 그의 눈가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스쳤다.황씨 가문은 성주부와 버금가는 일류 가문이었다.가문에는 두세 명의 9급 존왕이 있었는데, 주씨 가문에 비하면 훨씬 강했다.이번에 주자연이 주민을 주씨 가문에서 쫓아낸 일도 모두 고민 후 행한 일이었다.이
그들 일행 중 몇 명도 9급 존왕이었다.그런 전력으로 황씨 가문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자신의 설득이 통하지 않자, 주하민은 고개를 저었다.‘말이 통하지 않잖아!’옆에서 말을 더 이어가려는 주희철을 보며 그녀가 얼른 눈치를 주어 그의 말을 차단했다.“그럼 저희는 더 이상 장로님들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주하민이 말을 마치고 이내 오빠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마당 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 두 놈! 나중에 다시 보자!”말이 끝남과 동시에 작은 마당의 진법 밖으로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덩치 큰 중년이 서 있었다.중년의 왼손에는 주서명이 처량하게 들려있었고, 오른손은 주민을 받치고 있었다. 몸을 반쯤 허공에 띄운 그는 이태호 일행을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중년 남자의 옆에 궁복을 입은 부인과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궁복을 입은 여인의 몸에서 성난 암사자와 같은 기운이 풍겨 나왔다. 6품 존왕의 기세가 풀리자 주위에 광풍이 크게 일었다.그리고 백발노인의 기운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마치 우뚝 솟은 산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막 떠나려던 주희철 남매는 주자연에게 붙잡힌 아버지를 보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격노한 황설이 차갑게 마당에 있는 일행들을 훑어보다 시선을 이태호에게 고정했다.“네가 내 아들을 다치게 한 그 이태호냐?”마당 밖에 나타난 세 사람의 기세를 보고 이태호도 그들의 정체를 눈치챘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이름을 바꾸지 않은 이상 내가 이태호겠지!”황설 옆에 서 있던 주자연은 확인을 마치고 싸늘하게 웃었다.“좋아! 배짱은 두둑하네. 오늘 쉽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말거라.”그와 동시에 주자연에게 처참하게 잡힌 주씨 가문 가주가 이태호에게 덤비려는 주자연을 보고는 나지막이 설득했다.“자연아, 앉아서 차분히 얘기하자. 주민의 성격은 너도 잘 알고 있잖니. 걔가 먼저 이태호 장로님을 건드려서 이런...”분노에 휩싸인 황설이 주서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
우르르강렬한 주먹이 6급 존왕인 황설을 향했고, 그 무서운 위력이 황설의 몸에 세차게 부딪혀 순간적으로 몸의 반쪽을 박살 냈다.주먹의 빛이 만들어낸 무서운 충격파는 사방에 강풍을 일으켰다.결국 이태호의 주먹을 제대로 맞은 황설은 반응도 못 한 채 반쪽 몸이 직접 산산조각 나며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대... 대일진권!”피를 토하며 황설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동공이 격렬하게 수축했고, 눈에 공포의 빛이 가득했다. “너 어떻게 주씨 가문의 대일진권을 쓸 수 있지?” 당황한 황설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직 아버지인 황성하의 곁으로 도망가서 보호받고 싶었다. 이태호의 실력은 황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황설은 황씨 가문의 첫째 딸로서 나이 겨우 마흔에 6급 존왕을 돌파하였다. 한때는 무항시에서 유명했던 천재였으며, 존왕 경지에 도달하자마자 2급 존왕을 뛰어넘어 참살할 수 있었다.또한 그녀는 황씨 가문의 지품 무기를 수련하여 전투력이 일반적인 8급 존왕에 필적할 만큼 강해졌다.이것이 바로 황설이 6급 존왕의 실력이면서도 이태호에게 감히 덤벼든 이유였다.하지만 황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이태호가 손쉽게 주먹 한 방으로 자기를 중상 입혔다는 것이다. 온몸의 경맥이 모두 끊어지고 오장육부가 산산조각이 났다.이토록 두려운 실력에 황설은 그저 두피가 저릿저릿해지며 마음속 깊이 두려움을 느꼈다.땅에 떨어지려는 순간, 그녀는 즉시 황성하에게로 날아갔다.“아버지, 저를 구해주세요!”도망치려는 황설을 본 이태호는 음흉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도망? 누가 맘대로?”말이 끝나자마자 이태호는 두 발로 땅을 박차며 다리 근육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더니, 다음 순간 온몸이 마치 포탄처럼 날아가 황설을 향해 돌진했다.“죽어라!”황설에게 점점 가까워지자, 이태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려 주먹에 불꽃 같은 빛으로 순식간에 하늘을 밝히며 대일진권을 내질렀다. 주먹이 바람처럼 휘몰아치며 공중에 떠 있는 황설을 휩쓸었고, 그녀의 몸은 곧바로 주먹의 빛에 삼켜져
“좋아! 네가 어떤 놈이든 상관없다! 오늘 내 딸을 죽였으니, 내가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황성하의 고함을 들은 이태호는 공중에서 담담하게 귀를 후비며 비웃었다.“시끄러워!”그의 목소리는 마치 거대한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며 공중에서 물결을 일으켰다.황성하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입만 살아서는! 죽어라!”이 소리와 함께 황성하의 모습이 일순간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 이미 이태호와 10장 미만의 거리에 나타났다.마치 말라버린 나뭇가지 같은 팔을 뻗어 이태호를 향해 허공에 쥐어 보였다. 그러자 주변의 거센 천지 영기가 그의 명령을 듣기라도 한 듯이 신속히 공중에서 작은 산 모양의 청색 손자국을 형성했다.황성하는 손을 들어 손자국을 아래로 내리찍었더니 손자국은 마치 태고의 거대한 산처럼 무시무시한 살기를 품고 이태호를 향해 직진했다.이 무기는 바로 황씨 가문의 절학인 지품 중급 무기인 천지 손자국이었다.황성하가 9급 존왕 내공으로 펼쳐내면 같은 경지 내에서는 아무도 저항할 수 없었다.심지어 존황 경지에 도달한 기초가 약한 수련자라도 그의 손자국을 맞으면 피를 흘리며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이러한 이유로 황씨 가문은 무항시에서 일류 가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주변에서 몰래 지켜보던 시 내 가문 강자들은 황성하 앞에 나타난 청색 손자국을 보고 모두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천지 손자국이다!”“저 젊은이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야!”“이 절학은 황성하의 실력으로 펼치면 같은 경지에서 무적이나 다름없다!”“황성하가 7급 존왕일 때 절학으로 9급 존왕을 상대로 역전한 적도 있어!”“...”이태호는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당연히 알 수 없었다.자신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청색 손자국을 보며, 이태호의 눈에도 강렬한 전투 의지가 불타올랐다.창명종과의 경쟁이후 창란 세계 온 이태호는 다른 9급 존왕과 싸워 본 적이 없었다.이제 이태호의 내공은 9급 존왕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주씨 가문의 대일진권을 수련했기
황성하가 죽었다고?이 결과를 보고 무항시 내의 강자들은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하였다.“죽었어?”“황성하가 정말 죽었다고?”“도대체 누구길래 황성하를 죽일 수 있는 거지?”“무항시에 큰 변화가 일어나겠군!”“...”다들 두피가 얼얼해졌다.황성하는 그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그런데 이렇게 손쉽게 죽임을 당하다니,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동시에.정원의 공중에서.이태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항시에서 이름을 떨치는 인물인 줄 알았는데, 결국 이 정도 실력이라니? 한 차례도 겨룰 수 없다니?”전에 창명종을 공격할 때, 강천희는 그래도 열 번 이상 겨룰 수 있었다.하지만 황성하는 두 번의 공격도 못 견디다니?정원에서 이태호의 혼잣말을 들은 몇 명 대장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들 보기엔 황성하가 정말 약해 보였다.옆에 멀지 않은 곳에서, 입가에 피가 흐르는 주씨 가문의 가주 주서명은 이 말을 듣고 입가가 떨렸다.9급 존왕의 내공을 완성하고 이름을 떨친 무항시의 일류 가문의 가주님이 누군가에게 하찮게 여겨질 날이 올 줄이야?주서명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 장로님께서 너무 강하신 거 아닌가요?”주서명 일행의 즐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이 순간 주자연과 주민 두 사람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간담이 서늘해졌다.특히 주자연은 자신의 장인 황성하가 이렇게 죽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그래도 9급 존왕의 내공을 완성한 강자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죽을 줄이야?그러나 이 순간 주자연은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면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겁에 질려 혼비백산한 주자연은 전신의 영력을 폭발시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씨 가문으로 도망갔다.주자연이 도망가는 모습이 이태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입가에 냉소를 띠며 말했다.“탈출한 고기 두 마리가 있었네.”말을 끝내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긴 검을 힘차게 휘둘러 주자연을 향해 베
극지 감옥!이 감옥은 북극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그 깊이가 족히는 500미터를 넘었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흉악함 범죄자들이 모인 곳으로 수감자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옥이 세워진 이후로 이곳에서 탈옥을 성공한 범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이때, 지하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지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동양인의 외모를 지닌 남자가 남루한 옷차림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출소했다, 축하한다!”이곳을 지키는 우람한 교도관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볼륨감 넘치는 섹시한 몸매의 중년 여성이 고요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저기 저 대문을 넘어서면 넌 자유의 몸이 된다.”전방에 있는 대문을 보는 이태호의 심경이 복잡했다.“이곳을 떠나고 싶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어!”중년 여성은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어 입만 뻥긋거렸다.지하에 갇혀 있는 흉악범들, 요원, 군벌, 심지어 조폭 두목까지 이태호 앞에선 순한 양이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 이름을 떨치던 신 같은 존재들도 그의 앞에선 입을 떼지 못한다.3년 전, 용성연합국에서 전란이 일어났고 용성연합국은 결국 외부의 침입을 막지 못해 정부는 4명의 젊은이를 파견하여 갓 출소한 이 남자한테 배움을 얻도록 했다.반년 후, 다시 용성연합국으로 돌아간 네 젊은이는 곧바로 전세를 역전시켰고 그 후 그 네 젊은이는 용성연합국에서 모두가 아는 군신이 되었다.대문 앞에 도착한 이태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쪽에 성루 같은 커다란 건물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건물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쿵’ 소리가 나도록 땅에 머리를 박았다.“어르신! 먼저 갑니다! 5년 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이 감옥에 왔을 때 그는 한 백발의 늙은이를 알게 되었다. 늙은이가 남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다른 죄수들한테 밥을 빼앗겼을 때 이태호가 먼저 다가가 그한테 밥 절반을 나누어
펑!침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침대 위에 있던 두 사람이 깜짝 놀랐다. 특히 남자는 당황함을 금치 못하고 얼른 이불로 자기 몸을 가렸다. 여자 역시 깜짝 놀라 이불을 뺏으며 몸을 가렸다.“누구야? 거지야?”남루한 옷차림의 이태호를 본 하현우가 흠칫 놀랐다.“10년이라도 기다리겠다더니 고작 5년이 지났는데...”이태호가 주먹을 꽉 쥐자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고 이마에서 핏줄이 꿈틀거렸으며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이...태호?”정희주는 눈을 비비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네, 네가 왜 여기에...”이태호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아팠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기를 비웃듯 피식 웃었다.“이 자식이랑 같이 사는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이놈이랑 같이 있는 거야?”하현우는 거지 같은 몰골의 남자가 이태호란 걸 발견하고 순식간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바지를 챙겨 입으며 말했다.“왜? 이 몸이 희주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권세와 돈을 모두 잡고 있어. 거지처럼 차려입은 너보단 훨씬 나아!”이태호는 눈에 핏발이 빨갛게 섰지만 그를 쳐다보지 않고 정희주만 노려봤다.“하하, 진짜 웃겨. 이제 돌아와서 너한테 모든 걸 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심지어 애당초 널 폭행한 남자한테 들러붙어?”이태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이어갔다.“날 기다리지 않았더라도 네 탓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근데 이런 놈이랑 붙어있을 줄 몰랐어.”그의 말에 정희주가 가운을 두르며 벌떡 일어나 당당하게 말했다.“웃기지 마, 나한테 모든 걸 준다고? 거렁뱅이인 네가 나한테 뭘 준다는 거야? 넌 하현우 같은 재벌한테 비비지도 못해! 지난번에 현우가 나한테 사준 백이 천만 원이 넘어! 네가 지금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뭔데?”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너 같은 병신이랑 있다간 나만 손해야. 하지만 하현우는 날 평생 누릴 수 있게 해줘
연초월은 조폭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잠시만요, 잠시만요. 제가 당장 돈을 드릴게요!”그녀는 바로 집안으로 달려들어 갔다가 조금 낡은 봉지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봉지에는 천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잔돈이 가득했고 동전도 수북했지만 만 원과 오만 원권은 몇 개 없었다.“에이 진짜, 또 이래요?”조폭 두목 장준혁은 잔돈들을 보며 짜증을 냈고 옆에 있는 졸개를 보고 말했다.“야, 이거 세봐.”“100만 원인데 이거 언제 다 셉니까?”지목당한 졸개는 전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초월한테 다가갔다.“잠시만! 우리 엄마가 언제 빚을 진 거야?”이태호가 졸개의 앞길을 막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뭐야? 밥 빌어먹으러 온 거지인 줄 알았네. 너 예전에 술병으로 하현우 도련님 머리를 내려쳤던 골통 아니야?”장준혁은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도발했다.“이태호! 맞아, 이태호! 벌써 출소했어? 너도 참 대단해. 하현우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도 머리를 내리친 거잖아.”이태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이미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아.”이태호도 장준혁의 눈을 노려보며 봉지에 든 돈을 가리켰다.“왜 이 돈을 줘야 하는지 설명해봐.”이에 장준혁이 피식 웃었다.“칫,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하현우 도련님을 때렸으면 배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하씨 가문이 배상금으로 3억을 요구했어. 네 신혼집을 2억에 팔았으니까 아직도 1억을 줘야 해.”그는 턱을 괸 채 말을 이어갔다.“네 부모가 지난 5년 동안 대략 4천만 원을 줬으니까 아직 6천만 원이 남았지. 네가 어떻게 조기 출소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잘 됐어. 너도 돈 벌어 갚아야지.”땅에 쪼그려 앉아 돈을 세고 있던 졸개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매번 잔돈을 이렇게 주니까 한참을 세잖아!”“셀 필요 없어요. 안에 도합 78만 원이 들어있어요.”연초월이 겁을 먹은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또 모자라!”땅에 쪼그려 앉아있던 졸개의 어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