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당의 대호법이요?”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눈앞의 남자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는 걸 좋아했다. 그는 히죽대며 말했다.“하하, 맞아요. 소문에 의하면 한성연은 소요당의 대호법과 그렇고 그런 사이래요. 그렇지 않으면 대호법이 왜 자꾸 그를 도와주겠어요? 소요당의 대호법은 임정군이라고 하는데 아내도 있고 첩도 많아요. 그런 남자는 분명 색마일 거예요. 그런 색마가 한성연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나서서 도와줘요. 분명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죠.”이태호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증거도 없는 추측일 뿐인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한성연 씨라는 분이 알게 된다면 아주 혼쭐나겠어요.”남자는 주위를 둘러본 뒤 웃으며 말했다.“하하, 지금 여기엔 없잖아요. 그리고 한성연이 그녀의 오빠와 소요당의 대호법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다들 그냥 뒤에서 몰래 말하는 거죠. 저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하하, 그래요. 고마워요!”이태호는 웃으면서 그에게 예를 갖췄다.상대방은 이태호를 힐끗 본 뒤 호기심에 물었다.“그런데 잘생긴 청년은 왜 돈까지 주면서 우의당에 대해 알아보는 거죠? 심지어 몇백만이나 줬잖아요. 설마 그 우의당의 당주를 좋아해요? 아니지, 청년은 우의당의 당주가 여자인 것도 몰랐잖아요.”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저랑 우의당 사이에 조금 연결고리가 있거든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해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조금 알고 싶어서요.”“오, 그래요!”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어차피 전 주소도 줬고 아는 것도 다 얘기해줬으니 이 돈은 고맙게 받을게요.”말을 마친 뒤 남자는 기쁘게 돈을 들고 떠났다.“가자, 가서 상황을 보자.”이태호는 생각한 뒤 쓰게 웃으며 말했다.백지연은 미간을 구겼다.“오빠, 한성연 씨 정말 그녀의 오빠와 대호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일까요? 그렇다면 참 방탕하네요. 여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파벌을 위해서라
이태호와 백지연은 대화를 나누다가 우의당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안이 시끌벅적해서 그 소리가 별장 밖에서도 들렸다. 그리고 밖에서 사람들이 계속해 들어갔다.“한 당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천하당 당주가 선물과 함께 4억을 전달했습니다.”이태호는 이내 대문 앞에서 기록하고 있는 사람의 소리를 들었다. 내공이 그리 높지 않은 남자가 여러 남자들을 데리고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천하당과 우의당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래서 한성연의 생일에 참석한 걸 것이다.“오늘이 한성연 씨 생일이라니, 이런 우연이 있다고요?”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마침 잘됐네. 오늘 선물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야. 우리도 선물을 주면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들어가면 일단 상황부터 보자.”“하하, 좋아요. 재밌겠어요!”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내며 흥분해서 말했다.“한성연 씨 30대인데 남자를 만나지 않잖아. 그런데 생일까지 보내려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이때 멀지 않은 곳에 남자 여럿이 서서 얘기하고 있었다.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보았다.이때 다른 남자가 말했다.“하하,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돈 받으려고 그러는 거지. 우의당이 좀 궁핍하잖아. 이 기회에 돈을 좀 벌어들이려고 하는 거지. 얘기 들어보니 한성연이 소요당에게서 2000억을 빌렸다던데. 우의당의 일부 산업에 문제가 생겨서 손해가 큰가 봐. 게다가 우의당 형제들을 먹여 살려야 하잖아.”“그러게. 좋은 호텔을 선택하지도 않았잖아. 그냥 우리 돈만 받을 생각인 거야.”열화당은 작은 파벌일 것이고 형편도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몰래 한성연의 험담을 하는 것이다.“저 사람들 정말...”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이태호에게 말했다.“휴, 지금 보니 우의당도 힘들겠네요. 어쨌든 한 당주는 오늘 30세가 되었으니 생일 파티를 여는 것도 괜찮잖아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
“내가 보기에 이 소요당의 대호법은 한성연과 분명 부정당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100억이나 되는 축의금을 이렇게 선뜻 낼 리가 있겠어?”남자들 중 한 명이 말했다.“맞아. 겉으로는 한성연을 보고 딸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보기에 그들은 분명 그런 관계일 거야.”“그렇지. 그런 거액의 축의금을 거저 낼 리가 없지.”또 다른 한 명이 말했다.너무 큰 세력이 아닌 당주의 생일에 누군가가 100억을 축의금으로 내는 것은 아주 과분한 일이다.이태호도 방금 축의금을 내러 온 사람이 몇 명 있다는 것을 들었다. 어떤 이는 근처의 부유한 상인이고, 또 어떤 이는 단지 천만 원이나 이천만 원 정도의 축의금을 보내왔을 뿐이다. 다소 명성이 자자한 세력은 2억 원이나 6억 원의 축의금을 낼 가능성이 있다.그리고 한성연과 아주 친한 사이여야만 16억 정도의 축의금을 낼 것이다.이렇게 임정군과 같이 단번에 100억이나 되는 축의금을 내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백지연은 이태호를 한참 쳐다보더니 물었다.“우린 얼마를 내면 되죠?”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음... 400억으로 해!”“그렇게 많이요? 먼저 신분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지금 아직 태호 오빠랑 모르는 사이인데, 오자마자 이렇게 많이 내면 쉽게 눈에 띄지는 않을까 걱정돼요.”백지연이 놀란 얼굴로 되묻자, 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의금을 낼 생각이 없었는데, 방금 그 사람들이 한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말이야. 고작 100억을 가지고 그런 소문이 생겨? 그럼, 한성연과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400억을 내면 어떻게 나올지 궁굼하네...”그말에 백지연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태호 오빠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어차피 돈이 부족하지도 않고요.”이때 임정군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나타났다.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그를 주목하고 있자 그는 마음속으로 매우 뿌듯했다.비록 그가 한
말을 마친 그는 눈길이 저절로 한성연의 가슴 쪽에 가 붙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바라보며 그는 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이거... 몸매가 너무 좋은 거 아니야? 내가 언젠가는 꼭 손에 넣고 만다!’임정군이 행복한 상상에 빠져 기뻐하고 있을 때, 약간 떨리는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이태호 님이 축의금 400억을 내셨습니다!”“뭐? 400억을 냈다고?”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매우 놀랐다.“400억이라고?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성연은 지금 돈이 아주 부족한 상황이다. 사실 그녀도 생일파티를 열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여 돈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다면 잠시나마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그녀가 소요당에 빚진 2,000억은 이미 만기가 되었다. 비록 대호법이 도와 좋은 말을 해 줬지만, 얼마라도 먼저 갚아야 한다. 오래 끌면 소요당 쪽에서도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정말 400억이 맞는 것 같네요!”한성연 뒤에 서 있던 대장로는 침을 삼키더니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말했다.“당주님, 언제 이렇게 손이 큰 사람을 알게 된 겁니까? 혹시 어느 이류나 일류 가문의 도련님인가요?”대장로는 어느 일류,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 한성연의 미모가 마음에 들어 이런 큰 선물을 준거라고 생각했다.임정군의 얼굴에 어려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그는 방금 100억을 내고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그 행복한 기분을 아직 맘껏 누리지도 못했는데, 곧 누군가가 400억을 내놓았으니... 이건 그가 보낸 축의금이 별로 많지 않다고 비웃듯 했다. 이 이태호라는 녀석은 완전히 그의 체면을 구겼다.“당주님, 어서 가서 접대해요!”나장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빠르게 한성연에게 일깨워 주었다.400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간단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인물은 당연히 한성연이 직접 접대해야 한다. 만약 인사가 늦어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상황이 곤란해질 것이다.“의부, 편히 앉으세요, 전 다른 손
비록 한성연의 미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웃는 얼굴로 걸어오자, 이태호는 여전히 넋을 잃었다.한성연이 자신을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던 이태호는 이미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몰래 빼내어 자기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이태호 님.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우리가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요? 제가 도통 기억나질 않네요.”한성연은 눈앞에 있는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며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자신이 언제 이렇게 통이 큰 남자랑 알게 되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이에 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하하, 우리가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아마 잊어버렸을 수도 있을 거예요. 뭐 이게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우리는 매일 만날 거라 믿어요.”옆에 서 있던 백지연은 속으로 경멸을 금치 못했다.‘얼굴도 붉히지도 않고 거짓말을 한다니...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다고?’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옳았다.“죄송해요. 제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혹시... 누구신지...?”한성연은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천해시에도 돈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지만, 아무렇게나 400억을 선물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이름 있는 사람일텐데... 왜 아무 기억에도 없는 거지?’이태호는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난 이태호라고 해요. 그냥 태호 오빠라고 부르면 돼요. 오늘 마침 오늘 이곳을 지나다가 생일이라 하여 술 한잔 얻어 마시러 왔어요. 설마, 날 환영하지 않는 건 아니죠?”한성연은 즉시 매혹적인 눈길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이고, 그럴 리가요. 우리 태호 오빠가 이렇게 와주시니 이 동생이 기분이 끝내주는걸요? 그럼, 이쪽으로... 아직 식사를 시작하기 전인데, 먼저 여기저기 둘러보시는 건 어때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난 괜찮으니 가서 일 봐요. 앞으로 자주 볼 거예요.”이 말을 듣고 한성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뒤에 서 있던 오수북은 이태호와 백지연이 멀리 가자, 한성연에게 속삭였다.“이 남자는 틀림없이 바람둥이일 거야. 그의 주변에 저렇게 아름다운 미녀가 따라다니고 있는 것 좀 봐. 너한테까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분명 나쁜 사람이야!”어리석지 않은 한성연은 당연히 오수북의 말속의 적개심을 알아들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바보도 아니고, 나도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주변에 미인이 따라다닌다고 그 사람의 성품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돈이 많고 능력 있는 사람 중에 여자를 하나만 얻자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건 오빠도 잘 알고 있잖아? 게다가, 난 저 사람과 별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와서 밥만 먹고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겠다 하는데, 안 받을 이유라도 있어? 쫓아낼 수도 없는 일이잖아.”옆에 있던 대장로도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쫓아내선 안 되죠. 그렇게 많은 돈을 낸다는 것은 우리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랑 같은 레벨의 파벌들은 우리의 당주가 또 다른 후원자를 찾았다고 생각하며 감히 대들지 못할 겁니다. 그럼 우리는 앞길도 좀 트일 거고요. 그리고, 혹여나 쫓아냈다가 화라도 내면 어찌합니까? 이렇게 많은 축의금을 낼 수 있는 걸 보면 아마도 모 이류가문의 도련님인 것 같습니다. 비록 전에 이태호란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오수북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돈 때문에 억울함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저 사람 방금 뭐라고 했지? 앞으로 자주 볼 거라고? 이건 분명히 너한테 암시하는 거야. 파렴치한 자식! 성연아, 너 앞으로 이런 사람에게 대꾸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하지만 한성연의 생각은 달랐다.“난 그래도 친구가 많으면 선택할 길도 많은 거로 생각해. 그리고 직접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않았으니, 친구를 한 명 더 사귄 거로 생각하는 것도 괜찮잖아. 어? 저기 김 씨 가
김덕화는 못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여자는 좋은 점이 있다고 하면 추파를 던지고, 그러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즉시 피하면서 ‘오빠, 미워!’라는 둥 말하는데 교활하기 그지없어요.”여기까지 말한 김덕화는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이런 여자는 남자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오가며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어렵지요. 핑계나 다른 이유를 찾아 거절할 거예요. 임정군이 정말로 한성연을 수양딸로 생각하는 줄 아십니까? 실은 잠자리를 함께 하고 싶은 겁니다!”이태호는 그저 빙긋 웃기만 하였다.“괜찮아요, 고작 400억을 가지고 뭐. 4,000억을 준다 해도 나에겐 작은 돈에 불과해요.”이 말에 김덕화는 매우 놀란 듯 입을 쩍 벌렸다.“...정말 어마어마한 재부를 가지고 있으시네요. 하지만, 제 생각엔 아무래도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여자는 나이도 적지 않은데 어쩌면 이미 의부랑 성관계를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렇게 쓰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 돈으로 어떤 여잔들 못 찾겠습니까? 아주 예쁘고 젊은 여자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이 한성연이 예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어쩌면 다른 사람이 실컷 놀고 남은 것이 차려질지도 모릅니다. 이건 큰 손해 아닙니까? ”이태호는 어두운 안색으로 김덕화를 바라보며 말해다.“허허, 생각이 지나치네요. 난 그 방면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오늘도 그냥 이곳을 지나다가 생일이라 하여 술 한잔하러 온 것뿐이에요.”김덕화는 어이가 없었다. 이태호가 400억이나 쓰고도 한성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정말 돈이 너무 많아 태우며 노는 격이었다.그는 이태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자리를 떠났다.김덕화가 떠나자마자 또 임정군이 다가왔다.임정군은 가까이에 서서 눈앞에 서 있는 이태호를 찬찬히 훑어보았다.이태호가 나타나자마자 임정군은 저도 모르게 위협감을 느꼈
“하하, 내가 그녀와 무슨 관계든지 당신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당신이 아닌 그쪽의 당주가 직접 와서 이 말을 묻는다 해도 나의 대답은 똑같아요.”이태호는 웃으며 손의 힘도 점점 커졌다.과연, 힘이 점점 커지자, 임정군은 아픈 표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태호의 손아귀 힘이 자신보다 더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악! 당신...”결국 임정군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이태호는 그제야 빙긋 웃으며 상대방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임 호법, 내가 어리다고 날 얕잡아보다간 큰코다칠 거예요.”임정군은 땅바닥에서 일어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허, 이 정도로 힘이 센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당신의 실력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혹시 어느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신지...? 우리 천해시에는 이씨 가문이 하나 있긴 한데 그저 삼류 가문일 뿐입니다. 제가 알기론 그 집 도련님의 성함이 이태호라고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게다가 이렇게 손이 크지도 않고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오해하신 것 같은데 난 천해시 사람이 아니에요. 이 주의 사람도 아니고요. 다른 것에 대해서는 내가 당신에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아, 네, 알겠습니다.”임정군은 미소를 지으며 이태호 곁에 있는 백지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떠났다.“그럼, 즐겁게 놀아요!”임정군이 멀리 떠나자, 백지연은 그제야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이 늙은이, 설마 방금 오빠랑 힘을 겨루려고 한 거예요? 쯧쯧, 제주제도 모르고.”이태호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영감탱이는 내가 자신한테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서 경고하러 찾아온 거야. 이 말인즉, 정말 한성연을 노리고 있다는 얘긴데...”백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하며 추측했다.“그럼 아직 성공하지 못한 거네요. 아니면 이렇게 경고하러 오지 않았을 거고요. 이런 남자들은 대부분 한번 손에 넣기만 하면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