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내가 그녀와 무슨 관계든지 당신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당신이 아닌 그쪽의 당주가 직접 와서 이 말을 묻는다 해도 나의 대답은 똑같아요.”이태호는 웃으며 손의 힘도 점점 커졌다.과연, 힘이 점점 커지자, 임정군은 아픈 표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태호의 손아귀 힘이 자신보다 더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악! 당신...”결국 임정군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이태호는 그제야 빙긋 웃으며 상대방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임 호법, 내가 어리다고 날 얕잡아보다간 큰코다칠 거예요.”임정군은 땅바닥에서 일어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허, 이 정도로 힘이 센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당신의 실력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혹시 어느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신지...? 우리 천해시에는 이씨 가문이 하나 있긴 한데 그저 삼류 가문일 뿐입니다. 제가 알기론 그 집 도련님의 성함이 이태호라고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게다가 이렇게 손이 크지도 않고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오해하신 것 같은데 난 천해시 사람이 아니에요. 이 주의 사람도 아니고요. 다른 것에 대해서는 내가 당신에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아, 네, 알겠습니다.”임정군은 미소를 지으며 이태호 곁에 있는 백지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떠났다.“그럼, 즐겁게 놀아요!”임정군이 멀리 떠나자, 백지연은 그제야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이 늙은이, 설마 방금 오빠랑 힘을 겨루려고 한 거예요? 쯧쯧, 제주제도 모르고.”이태호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영감탱이는 내가 자신한테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서 경고하러 찾아온 거야. 이 말인즉, 정말 한성연을 노리고 있다는 얘긴데...”백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하며 추측했다.“그럼 아직 성공하지 못한 거네요. 아니면 이렇게 경고하러 오지 않았을 거고요. 이런 남자들은 대부분 한번 손에 넣기만 하면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자,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그때 가서 다시 보자!”이태호가 백지연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잠시 후, 연회가 시작되었다.우의당의 대장로가 이태호와 백지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이 도련님, 저쪽으로 앉으세요. 도련님은 우리의 귀한 손님입니다. 우리 당주께서 한 테이블에 요청하셨습니다.”“네, 그럼.”이태호도 자신이 오늘 이렇게 큰 선물을 내놓은 이상 틀림없이 메인테이블로 요청받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곧 둘은 대장로의 안내를 받아 메인테이블에 가서 앉았고, 임정군과 오수북은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식사할 때 오수북이든 임정군이든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이태호에게 예의 차리는 척하며 서로 술잔을 주고받았다.다만, 이태호는 그들의 가끔 하는 말에서 약간의 적개심을 느꼈다.말재주가 뛰어난 한성연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오갔다.한참 후,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속속히 떠났다.이때, 이태호와 백지연은 한성연에게 다가와 말했다.“한 당주, 나와 지연이는 원래 친구 만나러 여기 왔는데, 오늘 방금 도착하여 아직 머물 곳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당분간 여기 머물고 싶은데, 괜찮을까요?”그 말을 듣자, 한성연은 이마를 찌푸렸다.‘이 재벌 2세가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 머물 곳 하나 찾지 못한다고? 이건 분명히 남아서 나랑 친해질 기회를 얻으려는 속셈이잖아!’한성연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다.“호호, 태호 오빠, 당연히 괜찮죠. 여기 방이 많이 비어 있으니, 제가 곧 마련해 드릴게요.”“하하, 그럼 고마워요!”이태호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한성연의 뒤에 서 있던 오수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차가운 얼굴로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이태호 도련님, 그렇게 돈이 많으신데, 호텔에 가서 묵는 건 어떨까요? 게다가, 사실, 우리는 당신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도련님께서 여기 오시자마자 이렇게 머무시겠다 하면 소문이 안 좋게 날 겁니다.
그는 무뚝뚝한 얼굴로 한성연을 향해 말했다.“성연아, 너 이 자식의 속셈을 정말 눈치채지 못한 거야? 이런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한테는 절대 기회를 줘선 안 돼, 알겠지? 오빠도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야. 너 오빠 마음 알지?”오수북의 말은 거의 고백과 같았다.비록 이때 임정군은 이미 떠나고 자리에 없었지만 여태 오수북의 마음속에 축적되었던 분노는 그대로 폭발했다.“한 당주, 나도 당주가 그 돈 보고 이러는 거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돈이 부족해도 자신을 억울하게 해서는 안 되잖아. 제발 자신을 좀 아껴줘, 알겠어?”한성연의 안색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장로와 나장로를 향해 말했다.“대장로, 나장로. 의형이 술에 취했으니 데리고 가서 쉬게 해주세요.”“네!”대장로와 나장로는 바로 달려가 오수북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오수북은 두 사람을 뿌리치고 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나 안 취했어. 나 이 말, 진작부터 하고 싶었어.”그는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태호 도련님, 바보 아닙니까? 당신이 돈을 쓰면 우리 한 당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한 당주는 단지 도련님의 돈을 보고 도련님과 거래를 한 것뿐입니다. 만약 도련님이 우리 당주와 계속 교제하면, 그때는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될 겁니다. 한 당주는 도련님을 봉으로 생각하고 있단 말입니다.”“오수북!”한성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 오수북 뺨을 한 대 후려쳤다.“수북 오빠 마음속에 내가 이런 여자야? 나는 우의당의 당주로서 우의당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데, 나라고 어쩌겠어? 게다가, 이태호 도련님은 그저 선물을 준 것뿐인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와 도련님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그리고 소요당과 몇몇 상인들에게 빌린 돈은 나중에 꼭 갚을 거야. 난 한 번도 내 몸을 팔아본 적이 없어, 단지 그들과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수북 오빠 마음속에서 내가 이런 여자일 줄은 정말 몰랐어
오수북이 두 장로에게 끌려간 후에야 한성연은 억지로 웃음을 보이며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태호 오빠, 정말 죄송해요. 수북 오빠는 술버릇이 나빠 술이 과하면 헛소리하곤 하는데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태호가 정말로 위선자였든 아니든 간에, 방금 오수북이 한 말을 다른 재벌 2세가 들었다면 진작에 화를 냈을 것이다. 한성연은 이태호의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웠다.이렇게 마음대로 400억을 내놓을 수 있는 걸 보면 분명 보통 가문 출신이 아닐 텐데, 만약 미움을 사기라도 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오수북뿐만 아니라, 우의당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이태호가 며칠 머물겠다고 하자 한성연이 망설임 없이 승낙한 것도 이 때문이다.이태호는 한성연의 말을 듣고 그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허허, 한 당주, 안심하세요. 난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내지 않으니. 그럼, 나랑 지연이는 어디에...? 먼저 우리에게 방부터 마련해 줄래요?”“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두 분을 모시고 갈게요.”한성연은 빙긋 웃으며 곧 이태호와 백지연을 데리고 숙소를 찾아갔다.두 장로에게 한참 끌려가던 오수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대장로, 나장로. 이 손 좀 놓아요. 제 주량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제가 어떻게 이 정도 술에 취하겠어요? 전 그냥... 기분이 나빴을 뿐이에요. 밥 먹으러 온건 그렇다 치고 밥 먹은 것도 모자라 이곳에 남겠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우리 당주한테 나쁜 속셈을 품고 있는 거예요. 내가 당주라면, 그냥 여분의 방이 없다고 하면 그만인 거 아니에요?”대장로와 나장로는 그제야 오수북을 놓아주었다. 두 장로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대장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음... 어쨌든 방금 너무 충동적이었습니다. 비록 저 녀석이 우리 당주를 노리고 온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증거가 없잖습니까?”둘째 장로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맞습니다. 게다가, 우리랑 식사할 때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 자신이 어느 세력에서 왔는지는 조금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태호는 시원하게 웃으며 계속하여 말했다.“그리고 한 당주, 앞으로 우리도 친구라고 할 수 있죠? 만약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나에게 말해요.”“태호 오빠, 정말 고마워요! 지금 당장은 도움을 청할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그땐 사양하지 않을게요.”한성연은 마음속으로 기뻤다. 지금 돈이 부족한 그녀에게 이런 재벌 2세와 알게 되는 건 좋은 일이었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 오면 적어도 돈을 빌릴 곳이 있는 것이다.비로 그녀도 이태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자신을 암시하는 뜻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다.“하하하, 좋아요!”이태호는 웃고는 다시 한성연을 향해 물었다. “아 맞다, 한 당주. 당신네 파벌은 단결이 좋은 편이죠?”한성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태호가 왜 갑자기 이런 문제를 묻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화제였다.“당연하죠, 우리는 모두 한마음이에요.”그러자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건 좋은 일이네요. 어떤 파벌들은 단합이 잘 되어 있지 않다고 들었어요. 어떤 장로들은, 그들의 수행이 당주를 능가하면, 다른 마음을 품게 될지도 모르거든요.”한성연은 그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태호 오빠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아무래도 난 당주이니 내 부하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음... 다른 일 없다면 푹 쉬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셔도 돼요. 그럼 나는 먼저 갈게요. 옆 동에 살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날 찾아오면 돼요.”“알겠어요.”이태호는 빙긋 웃으며 한성연과 인사를 나눴다.한성연은 곧 그곳을 떠났는데, 그녀는 별장을 나오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이 자식, 도대체 무슨 뜻인 거지? 왜 그런 질문을 한 거지? 설마 우리 우의당에 나쁜 생각이라고 품고 있는 게 아니야? 이런 사람은 조심하는 게 좋겠어.”한성연은 이태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우의당 안에서 그녀보다 실력이 높은 사
한성연이 떠나고 난 후 백지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태호 오빠, 왜 그런 질문을 한 거예요? 우의당 내에서 한 당주보다 내공이 많은 분이 계셨어요?”이태호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당주가 다른 사람보다 내공이 많은 것이야 좋지. 그렇지 않으면 파벌이 단결되지 않고 쉽사리 무너지니까.”이태호가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서 말했다. “밥을 먹을 때 보아하니 장로들은 우의당에 충성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장로도 아닌 오수북의 발언권이 큰 것이 마음에 걸려. 속이 좁다고 소문난 오수북이 한성연을 좋아하는 걸 보면 둘은 의남매보다 더 끈끈한 사이 같아.”그의 말을 들은 백지연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방금도 오수북은 우리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았어요. 우리는 심지어 400억의 축의금을 낸 손님인데, 너무 무례했어요.”이태호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까 끌려갈 때 눈빛이 원한을 품은 듯한것이 이대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아. 한성연과 관계도 좋은 사람이니 상황을 보면서 대비책을 좀 세워야겠어.”한성연이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대장로와 나장로가 걸어들어왔다.한성연이 두 장로를 보고는 물었다. “수북 오빠는 지금 어떻습니까? 혹시 나중에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두 장로가 난처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딱히 무슨 말을 한 건 아니고 그저 이태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필경 그쪽에서 400억이나 되는 축의금을 보내왔고 또 이대로 눌러앉아 가지 않겠다고 하니. 오수북은 당연히 그쪽에서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한성연이 눈살을 찌푸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당주로서 여태 보아온 사람과 만난 사람이 셀 수 없이 많고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태호는 정말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어요. 이태호는 저를 한번 본 적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요. 그러나 축하하러 온 손님을 쫓아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무려 400억을 축의금으로 들고 온 손님인데요.”
한성연이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어쩔 수 없어요. 은행의 대출금은 지금 한 번에 갚아야 이자를 덜 내고 돈을 절약합니다. 소요당은 제가 나중에 의부께 말해서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할게요. 의부님 말씀이라면 효과가 있을 거예요.”대장로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런데 당주님과 임정군의 관계는 외줄 타기를 하는 것처럼 너무 위험해요. 비록 2년 동안 그가 줄곧 당주님을 돕긴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본색을 드러낼까 봐 두렵습니다.”한성연이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알고 있어요. 내일 아침에 우선 은행의 돈을 갚읍시다. 소요당 쪽은 제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우리가 새로 개업한 술집 장사도 나름 괜찮은 편이고 다른 몇 식당들도 상황이 나아진 것 같으니, 내년에 소요당에 먼저 갚도록 합시다.”한성연이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 말했다. “이태호가 이곳에 묶게 되었으니 가능한 그와 좋은 관계를 맺도록 노력합시다. 나중에 혹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게요.”대장로가 자기도 모르게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아이고,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결국 돌려막기로 하는 수밖에 없네요.”한성연도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방법이 없어요. 2년 전 공장에 화재가 난 이후로 우린 적지 않은 빚을 졌죠. 우리의 계획에 이렇게 큰 차질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그렇죠. 저는 자꾸 2년 전의 그 화재가 그렇게 쉽게 마무리될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방 준비를 다 하고 화물을 운송하기 직전에. 이렇게 중요할 때 화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대장로도 탄식했다. 그러나 이 2년간 그들도 화재를 조사해 보았지만, 모든 증거물은 화재로 인해 없어졌으므로 속수무책이었다.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두 장로가 먼저 떠났다.술잔을 많이 비운 한성연은 어지러움을 느껴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그녀가 막 일어나 낮잠을 자러 위층에 올라가려고 할 때, 오수북이 방으로 걸어들어
오수북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난 확실히 충동적이었고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어.”말을 마치고 난 오수북은 한성연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격동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그는 아예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가 한성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성연아, 그런데 넌 내가 너를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걸 알잖아. 난 널 사랑하니까, 사랑해서 그 녀석한테 그런 말을 한 거야.”한성연이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오수북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갑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할 줄은 몰랐다. 한성연은 오수북을 연인 상대로 생각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줄곧 오수북을 오빠로 여기고 대했고, 오수북에게 잘해준 것도 모두 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한성연은 황급히 손을 빼내고 오수북을 향해 말했다. “수북 오빠, 무슨 헛소리야. 난 줄곧 오빠를 오빠 이상으로 생각한 적 없어.”오수북이 한성연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말했다. “성연아, 난 처음엔 네가 그저 성격이 좋은 동생이라고 생각했어. 동생이 파벌의 당주 자리를 혼자 지켜내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그저 도와주고 싶었어. 그저 너의 부담감을 덜어내고 싶었고 오빠로서 보호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오수북이 잠시 생각하는 듯 말을 멈추었다가, 감격하며 또 이어 말했다. “그런데 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난 널 사랑한다는 걸 발견했어. 그리고 난 느꼈어, 너도 날 사랑한다는 걸. 우린 꼭 함께해야만 해.”말을 마치고 오수북이 또 한 걸음 다가와 한성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성연아, 우리 사귀자. 나 잘해줄 자신 있어. 우리 함께 우의당을 더 크고 강대한 파벌로 만들자.”한성연이 벙찐 채로 두 걸음 물러서고는 손을 다시 빼냈다. “오빠, 감정을 좀 가라앉혀 봐. 난 오빠한테 남녀 사이의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어. 조금 전의 말은 못 들은 거로 할 테니 앞으로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되면 우린 다시 전처럼 좋은 파트너가 될
조부성은 허공에 서서 이태호가 자신의 기습 공격을 피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의아해했다.자신의 내공은 3급 성자 경지이고 또 몰래 습격한 것인데 같은 경지의 수사라도 한순간에 반응하기 힘들 것이다.이태호의 몸에서 발산한 기운을 느끼면서 조부성의 표정이 굳어졌고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창망산맥에서 돌아온 가문 장로들과 제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때 이태호는 8급 존황 경지의 수사에 불과했다.그러나 그는 두 달 만에 2급 성자 경지의 수사로 되었다.조부성은 수련 속도가 이렇게 빠른 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이와 동시에.긴 창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한 이태호도 지금 이 백수산맥의 곳곳에 조씨 가문의 수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소홀했군. 조씨 가문의 반응이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어. 반나절 만에 2천 리 밖에서 여기로 찾아왔다니.’이태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적소검과 현황 이화봉 두 영보를 바로 꺼냈다.영보를 꺼내서 계속 싸우겠다는 자세를 취한 이태호를 보면서 조보성의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고 냉소를 흘리면서 말했다.“이태호, 순순히 항복하면 살려줄 수 있어!”조보성은 거만하고 경멸한 말투로 말했지만 실은 이태호를 감히 무시하지 못했다.어쨌든 2급 성자 경지의 조명곤과 조해룡이 모두 이태호의 손에 죽었으니까.그는 말하면서 몰래 영패로 수십 리 밖에 있는 조시환에게 연락하였다.수십 리 밖의 비행선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은 조시환은 갑자기 허리에 찬 영패의 진동을 느꼈다.그가 신식으로 영패를 한번 훑어보고 나서 눈을 번쩍 뜨고 갑판에서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찾았군!”조시환은 흥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곧바로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조보성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동시에 기타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연달아 정보를 받고 급속히 날아왔다....산골짜기 상공에서. 영보를 꺼낸 이태호는 조보성의 말을 듣고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이태호는 헛소리하지 않고 온몸의 검의를 내뿜
이태호는 옥부를 단련하기 위해 많은 영기를 소모했다. 그는 신식으로 단전 내를 들여다보니 원래 황금빛으로 일렁거리는 바다가 다소 어두워졌다.그는 바로 사물 반지에서 단약 두 알을 꺼냈고, 엄지손가락만 한 단약을 주저 없이 입에 넣었다. 단약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순수한 약효가 그의 온몸에 퍼졌다.엄청난 약효가 순식간에 단전 내의 천지 영기를 끊임없이 순환시켰고 솟구치는 영기는 경맥을 따라서 운행하면서 경맥의 장벽에 내리쳤다.이태호는 오심조천(五心朝天)의 자체를 취하고 천천히 수련하기 시작했다.한 시간 후, 그가 영단의 약효를 완전히 흡수하고 나서 공법의 운행을 멈추었다.지금 이태호의 기운은 산악처럼 웅장하였고 주변에 피어오르는 하얀 안개에 공기를 가를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다. 그의 호흡에 따라서 하얀 안개는 모두 그의 코로 빨려 들어갔다.체내에 남긴 약효를 깨끗하게 흡수하고 나서야 그는 눈을 떴다.이태호는 기력을 회복하였고 기혈이 뜨거운 도가니처럼 왕성한 것을 느끼면서 백수산맥을 떠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이번에 천지의 영화를 찾으러 왔다가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보물을 얻었다.혼돈 마수, 유명마경, 대허공전송부 등을 보면 어느 것이든 창란 세계에서 모두 값진 보물이었다.이제 계속 산골짜기에 있어도 무의미해졌다. 자칫하면 백수산맥의 깊숙한 곳에 있는 성자급 흉수나 수왕의 주의를 끌지도 모른다. 그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그리고 전에 이태호가 조광학 등을 격살했기에 지금쯤 조씨 가문이 이 소식을 듣고 격노에 처했을 것이다. 지금 떠나지 않다가 조씨 가문이 여기까지 쫓아오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가 하늘로 솟아오른 후 곧바로 산골짜기 밖으로 날아갔다.그는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상고 마도 수사의 유적에서 빠져나온온 후 산골짜기에서 나와버렸다.그러나 이태호가 산골짜기에서 나가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살기가 충만한 신식이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이
조시환의 말을 들은 비행선에 있는 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모두 차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외쳤다.“대장로님,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이 백수산맥의 땅을 세 자 깊이로 파서라도 그놈을 꼭 찾아내겠습니다!”“감히 우리 조씨 가문의 천교를 죽이다니, 우리 가문을 만만하게 여기는 거야?!”“빌어먹을 이태호! 지난번에 태일종 종주가 제때 오지 않았다면 벌써 대장로님의 손에 죽었을 겁니다.”“...”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공동의 적개심을 가지고 눈빛이 살기로 이글이글 타올랐다.대부분 사람은 이태호를 본 적이 없었지만 모두 그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지난번에 창망산맥에서 가문의 천교 조광학은 이태호에 의해 팔이 잘렸고 황급하게 꽁무니를 빼고 달아났다.이건 제자 간의 정상적인 대결로 볼 수 있기에 각 문파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조광학이 대결에서 졌고 한쪽 팔이 잘렸지만 목숨은 유지하였다.게다가 선우정혁이 제때 도착해서 조시환은 할 수 없이 이태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이 일 때문에 천남 지역에서 조씨 가문의 위신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 예상 밖으로 이태호는 조씨 가문의 천교뿐만 아니라 성자급 장로 두 명을 격살하였다. 천교 한 명, 장로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이는 조씨 가문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혀주었다.이태호를 징벌하지 않으면 조씨 가문 수사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것이다.주변에 있는 10여 명 성자급 장로들이 적개심에 불타오르는 모습을 본 조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조광학은 혼돈 마수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온 것이었고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 전투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부터 조시환은 이태호가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고 추측하였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지시를 내렸다.“따로따로 움직여. 이곳을 중심으로 백 리 범위 내에서 찾아. 백수산맥을 샅샅이 뒤져서 꼭 그놈을 찾아내야 해!”“네!!”조씨 가문의 장로들이 하나둘씩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날아갔다. 그들은 전투의
물론 조씨 가문의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가장 좋은 상황이었다.이태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바로 가부좌 자세로 앉았다. 그는 옥부를 쥐고 자신의 몸에 있는 천지의 힘을 천천히 옥부에 주입해서 단련하기 시작했다.수많은 천지의 힘이 들어가면서 대허공전송부는 점차 초록색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이 빛 속에 마치 기이한 힘이 들어있는 것처럼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졌고 부서졌다. ...이와 동시에.백수산맥 외곽의 상공에 어느새 거대한 비행선 한 척이 나타났다.비행선 위에서 조씨 가문의 대장로 조시환이 지금 어두운 표정으로 초록색 독장에 뒤덮인 백수산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옆에 있는 3급 성자 경지의 중년 남자가 그에게 물었다.“형님, 명곤과 소주는 혼돈 마수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왔다가 봉변을 당했소.”조시환은 그의 말을 듣고 미간이 더욱 좁아졌다.조시환은 속으로 끊임없이 추측했다. 그들은 수왕의 습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수사의 격살을 당했을까?조광학 등이 사고를 당했을 때 조씨 가문에서 2천여 리 떨어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가 나서도 조광학 등을 죽인 것이 인간인지 흉수인지 구분해 낼 수가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시환은 비행선을 몰고 백수산맥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산골짜기에서 백 리쯤 떨어진 곳에서 그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왜냐하면 그는 공기에 남아 있는 조광학 등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비행선이 산골짜기에서 50리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조시환은 드디어 무언가를 발견했다.그는 이곳의 땅이 갈아엎은 것처럼 여기저기 돌이 나뒹굴었고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특히 수십 장이나 깊은 구덩이 같은 것이 가로놓여 있었다.이 구덩이에서 조시환은 조광학의 기운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공포스러운 검의도 감지했다.이 남아 있는 검기는 지극히 날카로웠다. 비행선이 수 리나 떨어져 있어도 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여전히 피부가 바늘에 콕콕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심지어 조시환의 신식마저 오래
대허공전송부의 가격은 외부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지금 이태호가 들고 있는 옥부를 밖에서 판다면 필연코 수많은 사람이 앞다투어 뺏으려고 할 것이다.완전한 대허공전송부를 깨뜨리면 순식간에 천리 밖으로 보낼 수 있는 목숨을 부지하는 신기(神器)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물건을 만들기가 까다로웠다. 구천의 청기(淸氣)를 채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왕급 수사가 자신의 도운을 융합해서 공간계의 전송 부문(符文)을 새겨야 한다. 전후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어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 창란 세계에서 여러 성지와 상고 세가(世家) 외에 다른 곳에서 이런 전송부를 보기가 어려웠다.태일종은 천남 지역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고 선우정혁 같은 7급 성왕 경지의 강자가 있더라도 이런 전송부가 없었다.대허공전송부에서 시선을 거둔 후 이태호는 옆에 있는 약간 마르고 짙은 살기와 검은 기운을 내뿜은 혼돈 마수를 바라보았다.그가 신식으로 자세히 살펴본 후, 눈앞의 혼돈 마수에 팽배한 생명력이 내포되어 있으며 부패하고 피비린내 나는 날카로운 살기도 느낄 수 있었다.이태호는 만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혼돈 마수에 아직 이렇게 강한 위력이 있는 사실에 놀랐다.어떻게 이런 일이!“아쉽지만 난 마공을 수련하지 않아. 나에게 쓸모가 없는 물건이야!”마도 수사가 이 혼돈 마수를 가지게 된다면 그의 자질을 순식간에 향상시킬 수 있고 앞으로 각종 마구를 수련해도 수련 속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심지어 각종 사악한 공법을 수련할 때도 혼돈 마수의 도움을 받으면 위력을 많이 높일 수 있다.그러나 이태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혼돈 마수를 사물 반지에 넣고 이후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대전을 둘러본 후 다른 물건을 발견하지 못하자 이태호는 궁전 밖으로 나가서 기타 미지의 곳을 탐색하였다.반나절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이 폐허가 된 동부, 그리고 주변의 궁전을 모두 자세히 탐색한 이태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고 다시 제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그
진법은 이태호의 주먹 한 방을 먹었지만 끄덕하지도 않았다.표정이 어두워진 그는 바로 단전에서 적소검을 꺼냈다.장검이 칼집에서 나오자 어두운 공간에서 검빛이 번쩍 빛났고 날카로운 검빛이 공간을 갈기갈기 찢었다.검빛이 번쩍이면서 싸늘한 기운을 발산했고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검기가 적소검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광막에 매섭게 내리쳤다.“콰르릉!”격렬한 폭발음이 천둥처럼 울렸고 거친 충격파는 땅에 있는 황사와 먼지를 일으켜서 사방으로 날렸다.불빛이 사라지자 이태호는 그 광막 위에 드디어 구멍이 뚫린 것을 보았다.이에 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빠르게 놀렸다.“촤악! 최악! 촤악!...”여러 가닥의 검기가 날아와서 광막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렸다. 결국 대전 밖의 진법은 이태호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붕괴하였고 폭파하였다.진법을 해결한 후 이태호는 다급히 신식을 방출해서 대전 내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그의 신식이 대전에 들어간 후 대전의 중앙에 높은 단상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단상 위에는 금제가 있는데 연한 푸른색의 광막은 그 위에 놓인 물품이 세월의 침식을 받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있었다.이태호는 첫 번째 단상 위에 놓인 먹물처럼 새까만 팔뚝을 보았다. 팔뚝에서 주변의 공간마저 뒤틀어지게 만들 수 있는 짙은 살기(煞氣)를 내뿜었다.혼돈 마수가 정말 존재한 것을 보자 이태호는 무척 기뻐했다.그러고 나서 그는 신식으로 다른 단상에 놓인 물건을 살펴보았다.다른 단상에는 손바닥만 한 청록색 옥부(玉符)가 놓여 있었다.옥부 위에 고대 전서(篆文)이 새겨져 있다. 마치 상고 시대에 있는 천지의 이치처럼 짙은 도운을 발산하였고 범상치 않아 보였다.이태호는 신식으로 한바퀴 둘러보고 나서 대전에서 아무런 위험도 발견하지 않자 성큼성큼 대전 내로 들어갔다.그는 두 단상 앞에 다가가서 손바닥에 많은 영기를 내뿜고 허공에서 큰 손을 형성하였다. 그러고 나서 보물을 보호한 방어 금제를 부수고 두 물건을 꺼냈다.손바닥만 한 옥부를
이태호가 구유이화를 정복한 후 제자리에서 잠시 쉬었다.정력을 회복하고 정신을 가다듬은 후, 그는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동부의 다른 곳을 계속 살펴보았다.조광학의 설명에 따르면 이 동부에 이태호가 알고 있는 구유이화 외에 혼돈 마수도 있다.이태호에게 이 혼돈 마수는 소용이 없지만 가치가 높은 물건이었다. 유명과 황천 두 성지의 천교 제자들이 마구(魔軀)를 수련해 내야만 혼돈 마수를 형성할 수 있었다.이것을 가질 수 있다면 나중에 팔아도 일부 7급 영약, 심지어 8급 영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태호는 당연히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그가 하늘로 올라간 후 신식을 방출해서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다.동시에 그는 손바닥을 뒤집고 다섯 손가락을 오므리자 크기가 머리만 한 불덩어리가 손바닥에 나타났다.밝은 불빛을 빌어서 주변의 어두움을 천천히 몰아냈고 이태호는 동부를 점점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이 동부는 웅장하고 거대하며 약 수 리나 되는 공간을 차지했다.그의 발밑에 있는 검은 제단 외에 주변에 10여 개의 대전이 있는데 ‘품(品)’ 자 모양으로 제단을 겹겹이 감싸고 있었다.이태호는 신식으로 이 대전들을 차례대로 탐색하였다.이윽고 그의 신식은 수 리 밖에 떨어진 한 대전 앞에서 방해를 받았다.금제 진법의 존재를 느낀 이태호는 속으로 기뻐했다.대전에 진법의 방어가 있다는 것은 필연코 무슨 보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여기에 매장한 마수 구상수는 나주 마문 성지인 유명 성지의 천교 성자(聖子)로서 죽을 때 7급이나 8급의 성자 경지에 이르는 내공을 갖고 있었다.이런 성자급 천교가 죽은 후에 사물 반지에 보관한 보물들은 일반 수사들이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했다.방금 이태호가 구상수의 유골 옆에서 살펴보았을 때 사물 반지와 같은 공간 영보를 발견하지 못했다.다시 말하면, 구상수가 죽기 전에 가치 있는 보물과 영물들을 다른 곳에 보관했다는 것이다.이태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 대전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그 대전의 문 앞에 이르자 문득 연한 파
진선(眞仙)이 인간계에 내려와서 천마 해체를 직접 시전해서 몸이 10억의 혈자(血子)로 변하면 환생해서 다시 수련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이태호가 수련한 태허진해보전이나 태일보서는 이 유명마경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졌다.그리고 유명마경의 기록에 따르면 자질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소성에 이르면 영체 등급에 도달할 수 있고, 대성에 이르면 신체(神體) 체질을 가진 천교에 필적할 수 있다.이태호는 유명마경의 내용을 다 읽은 후 다급히 옥간을 사물 반지에 넣었다.너무나 기괴하고 사악한 공법이었다.입문이 간단하고 수련 속도가 빠르며 목숨을 구할 방법도 많으며 적을 상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사악한 신통들도 많이 있다.이태호는 읽다가 저도 모르게 수련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다행히 그의 신혼이 강대해서 이 충동적인 느낌을 가까스로 억제할 수 있었다.마공이 좋지만 이태호는 그 속에 빠지면 필연코 주화입마(走火入魔)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는 황급히 검은 대전에서 물러 나왔고 멀리 있는 제단 쪽으로 걸어갔다.미션궁에서 그 제자가 보고한 정보에 따르면 구유이화가 바로 제단의 중심부에 있었다.아니나 다를까.그가 제단에 올라간 후 엄지손가락만 하고 연한 파란색의 불꽃이 반짝이면서 타오르고 있었다. 구유이화가 바로 코앞에 있는 것을 본 이태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불꽃이 엄지손가락만 하지만 오직 천지 유명의 기운이 그윽한 곳에서만 탄생할 수 있고 신혼에 대해 강력한 억제 효과가 있다.일반 수사의 신혼, 특히 아직 성자 경지에 이르지 못한 수사들의 원신은 아직 양신으로 탈바꿈하지 못했기에 신혼은 공격받기 매우 쉬웠다.구유이화가 신혼에 대한 억제 효과는 풍씨 가문의 천교 풍민국의 서혼정보다 더욱 뛰어났다.이태호는 천천히 제단에 올라갔고 손을 살며시 휘젓자 온몸에서 천지의 힘을 뿜어냈다.그의 온몸에 있는 세포들은 순식간에 모두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천지의 힘을 삼키고 내쉬었다.그가 손을 들자 수많은 영기는 손바닥 형태를
검은 대전 문 앞.이태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신식을 방출해서 조심스레 탐색하였다.그는 대전 안에 해골 한 구만 있고 다른 위험한 요소를 발견하지 못하였다.아무런 잠재적 위험이 없음을 발견한 이태호는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대전 안에 자금색 줄이 있는 검은 장포를 입은 해골이 가부좌 자세로 방석에 앉아 있었다.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황금색 해골은 이미 부패되어 있었다.“성자, 성왕 경지 등 강대한 수사의 죽은 육신일지라도 세월의 침식을 이길 수 없군.”이태호는 탄식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신식으로 해골의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드디어 그의 허리춤에서 현금색의 영패를 발견했다.영패는 손바닥만 하고 정면에는 해골 머리가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는 웅건한 필체로 ‘유명(幽冥)’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다.이에 이태호는 속으로 매우 놀랐다.‘아... 유명 성지의 사람이었군!’유명 성지는 나주의 마도 성지로써 삼만 가지의 술법이 있다고 한다.유명 성지는 나주의 황천과 함께 마도의 양대 성지로 불렸다.이 성지의 제자들은 모두 마수(魔修)이다. 천지의 영기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상한 사술들을 수련하였다.일반 수사들이 연시(煉尸), 연혼(煉魂) 등 사술들을 연마한 마수들을 만나면 거의 막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마수의 수행은 자질을 안 본다. 자질이 가장 낮은 수사라도 수천수만 명의 제자 중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만 하면 천교 성자로 될 수 있다.이 두 성지는 주로 이단적인 공법을 수련하고 또 제자들에 대해 방목식 관리를 진행해서 기타 지역의 수사들은 이 두 성지 출신 수사들을 배척하였다.만 년 전에 천남에서 정도 수사와 마수 간에 대전이 일어났는데 태일종은 바로 이 대전을 통해 천남 지역에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이태호는 이 해골에서 시선을 거둔 후 그 검은 그림자의 괴물이 무엇인지 뒤늦게 알았다.동부 밖에 있는 수사들의 해골을 떠올리며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마도 수사들은 정말 악독하군. 수사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