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오후가 다 됐는데 아직도 잠이 덜 깼어?”이태호는 상대의 잔인한 얘기를 듣고도 되레 코웃음을 쳤다. 그는 그들을 전혀 안중에 두질 않았다.“너 이 자식 큰소리는 잘 치네. 오늘 우리 서씨 집안이 만만치 않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겠어!”서진성이 이태호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태호는 고개를 돌려 연초월과 이태식에게 말했다.“아빠 엄마, 은재 데리고 안에 들어가 계세요. 이따가 주먹질하면 피범벅이 될 텐데 은재가 보면 좋지 않잖아요.”그러고는 또 신수민에게 말했다.“자기야, 자기도 무서우면 안에 들어가서 문 꼭 닫고 있어!”“난 안 들어가!”신수민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이를 꽉 깨물었다.“당신이 쓰러지면 저 사람들이 우리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은재야, 할머니랑 들어가자!”연초월은 신은재의 손을 잡고 이태식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으악, 너무 아파! 뼈가 부러진 것 같아!”조금 전 돌멩이에 맞아 넘어진 경호원은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외쳐댔다. 어찌나 고통스러웠던지 이마의 핏줄이 다 보일 정도였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너 이 자식, 정말 이렇게 세다고?”최석동은 경호원을 힐끗 보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네 실력이 대체 어떤지 한번 보자!”그러자 이태호가 주먹을 꽉 쥐고 피식 웃었다.“그래? 나도 네 실력 좀 보자!”“흥!”최석동은 주먹을 쥔 채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는 이태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의 주먹이 어찌나 빠른지 바람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퍽!”하지만 이태호는 상대의 공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대로 주먹을 뻗어 되받아쳤다.“흥, 감히 석동이한테 덤벼? 정말 제 주제도 모르는구나!”“쟤 팔 부러뜨려버려!”옆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경호원들이 이태호를 비웃었다. 다들 마치 하찮은 것을 쳐다보듯 이태호를 보았다.“퍽!”그런데 곧이어 무거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소처럼 힘이 센 최석동이 이태호의 주먹을 맞고 그대
서문옥도 겁에 질리긴 마찬가지였다. 너무도 큰 충격에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얘졌다.“뭘 무서워해? 우린 사람이 많잖아. 소수는 다수에 대적하기 어려워. 우리 삼류 명문가가 저런 자식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서진성은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용기가 생겼다.“그래? 고작 삼류 집안 주제에 이렇게 나댄다고? 네가 삼류가 아니라 일류라고 해도 난 널 안중에 두질 않아!”이태호가 코웃음을 쳤다. 조금 전 그들은 그의 어머니의 무릎을 꿇리고 뺨까지 때린 것도 모자라 아버지까지 때리려 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그들이 몹쓸 짓을 얼마나 더 했을지 모른다.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생각에 이태호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신수민마저 이태호의 전투력에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이태호의 주먹이 이렇게 셀 줄은 그녀도 몰랐다.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걱정되었다. 이태호가 상대와 1대1로 붙으면 괜찮겠지만 저쪽에 이십여 명이나 되는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다 덤벼. 젠장, 저 자식 다리 분질러버려!”서진성이 주먹을 불끈 쥐고 고함을 질렀다.“죽여!”경호원들이 냉큼 그를 둘러쌌고 하나같이 우락부락하게 생겼다.“멈춰! 감히 누가 이태호 님을 건드려?”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모든 경호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죽고 싶어?”수십 명의 사람이 쳐들어왔고 태수와 범용 두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왔다.“용의당의 태수랑 당주 범용이잖아. 저들이 여긴 왜 왔지?”그들을 본 한 경호원의 낯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경호원들은 두 사람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용의당의 일인자와 이인자이다. 고작 삼류 집안인 그들은 용의당 같은 세력은 절대 건드리지 못한다.“당주님, 당주님이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서진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이 이태호를 이태호 님이라고 부르는 걸 듣는 순간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
“감히... 날 때려?”범용의 따귀 한 대에 서문옥은 머리가 윙한 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어릴 적부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곱게 자란 그녀는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젯밤 이태호에게 뺨을 맞았고 조금 전에는 또 이태식과 범용에게 맞았다.고작 이틀 사이에 뺨을 세 대나 맞았으니 이러다가 뺨 맞는 전문가가 다 될 판이다.“그래! 널 때렸다!”범용이 어두운 낯빛으로 서문옥에게 말했다.“이태호 님한테 감히 자식이라고 해? 너 목숨이 몇 개라도 돼? 이태호 님은 우리한테 형님 같은 존재이고 사모님은 우리 형수님이야. 그런데 우리 형수님을 괴롭히려고? 죽고 싶어 환장했어?”따귀를 어찌나 세게 날렸던지 서문옥의 입가에 시뻘건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이토록 사나운 범용 앞에서 그녀는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범용과 태수가 사람 한 명 죽이는데 눈도 깜빡이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형부, 우... 우리 아들 복수는...”때가 어느 때인데 이화연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복수에만 연연했다. 범용이 이화연을 힐끗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네 아들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 만약 어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네 아들은 내시가 아니라 싸늘한 시체가 됐을 거야!”이화연은 혼비백산하여 뒷걸음질 쳤다. 서진성도 사색이 된 얼굴로 범용에게 말했다.“당주님, 지금 장난하시는 거죠? 이태호 저 사람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당주님의 형님이에요? 전에는 모르는 사이 아니었어요?”그러자 범용이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그것까지 너한테 설명해야 해? 서 회장, 쓸데없는 일엔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서진성의 얼굴이 핏기라곤 없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서씨 집안이 용의당보다 세력이 많이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삼류 집안이다. 범용은 그의 딸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체면도 전혀 봐주지 않았다. 화가 난 서진성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당
서진성이 이를 꽉 깨물고 이태호를 노려보았다. 만약 이태호와 용의당 당주가 모르는 사이였더라면 이태호는 진작 병신이 되었을 텐데.이태호는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었고 아무래도 서씨 집안과 끝까지 물고 넘어질 모양이다. 그의 표정이 여전히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너희들 전부 무릎 꿇고 자기 뺨을 열 대씩 때려. 그리고 다시는 날 찾아와 행패 부리지 않겠다고 맹세해. 안 그러면 오늘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 하지도 마! 가서 저들을 포위해!”이태호의 차가운 말투에 범용은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 정말 화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바보 같은 서씨 집안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를 건드렸는지 영영 모를 것이다.그의 명령에 용의당의 수십 명이 서씨 집안 사람들을 몽땅 포위했다.“이태호, 지금 서씨 집안 회장인 나더러 너 같은 애송이한테 무릎을 꿇으라고?”분통이 터지다 못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내가 무릎 꿇으면 너 감당할 수 있겠어? 감히 나의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 같아?”“왜 감당 못 해?”이태호는 뒷짐을 지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고개를 살짝 들고 그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위압감이 넘쳤다.“불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면 되지, 우리 부모님은 왜 괴롭혀? 기력이 없는 분들인 게 안 보여? 너희들이 그러고도 사람이야?”“무릎 꿇으란 말 안 들려? 우리 형님 말을 누가 감히 거역해?”태수가 사나운 표정으로 중간에 포위된 그들을 노려보았다. 한숨을 푹 내쉬던 서진성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형부, 어떻게...”이화연은 복수에 눈이 멀어 그제야 두려움을 느꼈다. 이태호가 3대 지하 왕 중 하나인 용의당 당주 범용과 아는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열을 셀 동안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몽땅 죽여버리겠다. 나 이태호를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겠어!”그들이 아직도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움직이지 않자 이태호가 다시 한번 으름장을 놓았다.그의 뒤에 서 있던 신수민은 난생처음 보
“아까 이태호 님께서 자기 따귀를 열 대씩 때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라는 말 못 들었어?”그들이 무릎을 꿇자 범용은 이태호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조금 전 이태호의 위압감에 그도 살짝 겁을 먹었다. 드래곤 신전 주인에게도 서늘한 면이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서진성도 지금처럼 울화가 치밀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용의당 사람들이 이태호의 편을 들고 있어 불만이 가득해도 꾹 참아야만 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서진성 등 그들은 자신의 따귀를 내리치며 사과했다.“됐어, 그만 꺼져. 앞으로 조심해. 오늘은 혼내기만 할게. 다음에도 내 집에 쳐들어와 우리 부모님한테 예의 없게 굴면 서씨 집안이 태성시에서 사라지게 될 줄 알아!”이태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그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볼 때마다 역겨울 지경이었다.서진성과 서문옥 등 그들은 울화가 치밀어 눈이 다 시뻘게졌다. 하지만 이를 꽉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돌아서는 수밖에 없었다.이태호의 뒤에 서 있던 신수민은 이태호에게 이런 남자다운 면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조금 전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이 남자 옆에 있으니 안정감이 가득 생겨났다.그들이 떠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신수민은 범용과 태수에게 다가가 말했다.“고맙습니다, 당주님. 만약 두 분이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신수민은 이젠 이태호의 주먹이 꽤 세다는 걸 믿었다. 하지만 서씨 집안도 만만한 집안은 아니었고 게다가 상대는 인원수도 많았다. 오늘 만약 범용과 태수가 타이밍 맞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이태호가 그들에게 얻어터졌을지도 모른다.“하하, 별말씀을요!”범용이 호탕하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이태호 님은 저의 형님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사모님은 저의 형수님이나 다름없죠.”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말했다.“형수님이라고 불러!”“형수님!”그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깍듯하게 그녀를 불렀다.
“알겠습니다!”태수는 바로 부하 열 명을 불러 별장 밖을 지키게 했다. 이태호는 범용과 태수 그리고 나머지 부하들과 함께 별장을 나서 차에 올라탔다.차에 올라탄 후 범용이 말했다.“신주님, 나중에 제가 부하들을 더 많이 보낼까요? 신주님이 계시지 않을 때 아버님이랑 어머님은 아무래도 반항할 힘이 없으시니까요.”이태호는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 용의당 사람을 쓰지 않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신주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냥 이태호 씨나 보스라고 불러요.”“네네, 앞으로는 신주님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다른 이가 없을 땐 보스라고 부를게요.”범용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고 이태호가 말을 이어갔다.“어머님이 아프신 거 아니죠? 대체 무슨 일이에요?”범용이 그제야 사실대로 말했다.“역시 신주님... 아니 보스는 다르시네요. 뭘 숨기지 못하겠어요.”범용이 계속하여 말했다.“사실은 향무당 쪽에서 사람을 보내왔는데 그쪽 이인자가 오늘 30살 생일 파티를 한다면서 저희더러 술이나 마시러 오라고 하더라고요.”“그래서 날 불렀어요?”이태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우리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소문내고 다닐 생각이에요?”이태호가 화를 내자 화들짝 놀란 범용이 황급히 설명했다.“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안 가도 이상하고 가면 함정일 것 같아서요.”태수도 말했다.“맞아요, 보스. 사실 향무당이랑 저희 관계가 많이 안 좋아요. 어젯밤에 제가 독고영민의 부하를 때리고 손가락 하나를 잘랐잖아요? 그런데 오늘 식사하러 오라니 당연히 걱정되죠.”범용이 이어 말했다.“그쪽에서 밥이나 먹으러 오라고 하는데 우리가 한 무리 사람을 데려갈 수도 없잖아요. 생일 파티지, 싸우러 가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안 가면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 같고 우리가 무서워서 안 가는 줄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당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보스님을 찾아온 거예요.”“그런 거였군요.”상황을 듣고 나니 이태호도 두 사람의 입장이 이해되었고 결국 고개를 끄
“보스, 범용이 올까요?”어느 한 펜션의 정자, 맨머리 남자가 구레나룻이 덥수룩한 남자에게 웃으며 물었다. 구레나룻이 덥수룩한 남자가 바로 향무당의 당주 영지상이었다!그리고 그들 옆에는 독고영민과 다른 몇몇이 서 있었는데 다들 향무당의 사람들이었다.영지상이 씩 웃으며 말했다.“하하. 오늘 거상들도 많이 모셨거든. 걔네들이 안 오면 용의당의 당주가 무서워서 밥 먹으러도 안 왔다는 소문이 내일 다 퍼져서 웃음거리가 될 거야! 물론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려와도 웃음거리가 되지!”영지상이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그런데 만약 소수의 사람만 데려왔다면 오늘이 바로 범용의 제삿날이야. 하하!”그의 말에 독고영민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당주님, 범용과 태수도 사람을 죽이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온 자들이라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만약 저들이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에요.”그러자 영지상이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이길 희망도 없는 싸움을 하는 걸 봤어? 첫째, 난 걔네들한테 줄 독주를 준비할 거야. 그러면 우리가 손을 쓸 필요도 없지. 둘째, 걔네들이 마시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방법이 있어. 내가 고성 쪽의 세력이랑 손을 잡았거든. 걔네들이 일고여덟 정도 되는 고수를 보내서 우릴 도와줄 거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당주님, 혈음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듣건대 혈음당의 세력이 엄청나다고 하던데. 걔네들은 이익이 없으면 나서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당주님은 그자들한테 무슨 약속을 하셨어요?”옆에 있던 독고영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용의당의 사업과 구역의 3분의 1일 혈음당 쪽에 넘기기로 했어! 이게 우리가 손을 잡은 조건이야!”영지상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어쩔 수가 없어. 용의당은 만만한 데가 아니라서 우리 향무당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해. 청운당도 우리랑 손을 잡지 않고 세 세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대립하길 원하고 있어. 흥,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나서는 수밖에. 일단 용의당부터 손에 넣으면 청운당도 쉽게 손에 넣을
“가자!”곧이어 고위급 임원들은 작은 길을 따라 펜션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펜션이 산 중턱에 있어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하여 펜션 밖에서 기다리면 범용 일행을 만날 수 있다.만약 범용이 사람들을 데려와 매복하려면 산 아래의 숲에 매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중에 진짜로 싸움이 일어나면 그들이 상황을 전해 듣고 산 중턱까지 뛰어 올라오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잠시 후, 차가 공지에 멈춰 섰고 범용과 태수, 그리고 이태호가 차에서 내렸다.“하하, 범용 형님, 난 또 형님이 안 오는 줄 알았어요. 우리 용화의 30살 생일 파티에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줘서 정말 영광입니다!”범용과 태수가 소수의 인원만 데려오자 영지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범용을 죽일 준비를 진작 다 마쳤지만 범용과 태수가 이곳까지 올 가능성은 사실 10%밖에 되질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로 왔을 뿐만 아니라 부하도 이렇게 적게 데리고 왔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이태호는 눈앞의 상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맞이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고 오해할 정도였다.“하하, 당주님도 참. 이렇게나 호화로운 펜션에, 멋있는 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참 겸손하십니다. 정말 궁전이 따로 없네요!”범용이 호탕하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당주님은 농담도 참 잘하십니다. 그냥 식사하는 건데 내가 안 왔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배꼽 빠지게 웃겠어요.”“역시!”영지상은 범용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우리 두 당주의 관계가 조금 그렇긴 하잖아요. 어제 태수가 우리 부하를 때려서 범용 형님이 못 오나 했거든요. 내가 함정이라도 파놓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했어요.”그러자 범용이 크게 웃었다.“부하들끼리 자그마한 시비 갖고 뭘 그래요. 한두 번도 아니고 괜찮아요. 그리고 당주님이 직접 사람까지 보내 알렸는데 어찌 안 올 수가 있겠어요.”그러고는 일부러 미안한 척 소용화에게 말했다.“그런데 바삐 오느라 선물도 준비하
선우정혁은 이태호에게 많은 심혈을 기울였고 큰 기대를 걸었다.이태호가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후 이미 중주 태일성지의 예비 제자로 되었으며 머지않아 중주 태일성지로 갈 수 있었다.그래서 이태호는 더 이상 작은 천남 지역에 있을 필요가 없었고 머지않아 ‘미꾸라지가 용으로' 될 수 있었다.그러나 이태호가 아직 성공 전장에서 나오지 않자, 그의 속이 쿵 내려앉았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와 동시에 육무겸,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청허파 문주 맹호식, 묘음문 문주 송현아 등도 이 사실을 눈치챘다.“선우 도우, 태일종의 그 대단한 천교가 왜 아직 나타나지 않았소? 설마 성공 전장에서 죽은 건 아니오?”육무겸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입꼬리를 올렸다.이태호가 아직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었다.육무겸은 육성훈과 풍민국 두 사람이 성공적으로 이태호를 성공 전장에서 제거했다고 추측했다.그렇지 않는다면 어찌 아직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의 옆에 있는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도 웃으면서 수염을 어루만졌고 눈에는 원수를 갚은 듯한 통쾌한 기색을 띠었다.풍씨 가문과 이태호의 원한이 깊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육무겸이 풍민국에게 7급 파경단을 주지 않았다면 풍씨 가문은 성공 전장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었다.풍석천은 이태호의 죽음을 기쁘게 생각했다.어쨌든 전에 이태호는 자신의 타고난 자질을 믿고 건방지게 굴었으며 조씨 가문의 소주를 죽였고 천남 수행계의 안정과 평화를 뒤흔들었다.이태호를 일찍이 처치하지 않고 그가 대능력자로 되면 풍씨 가문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이렇게 생각한 풍석천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선우 도우, 이태호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다른 천교의 손에 죽었을 가능성이 높구려.”이에 선우정혁은 냉랭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했다.“허공 통로가 아직 닫히기 전에 섣불리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주변에 있는 성왕급 수사들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육성훈과 고준서는 아직 이태호가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선연(仙緣)을 얻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옆에 있는 선우정혁은 태일종의 천교들이 성공 전장에서 죽지 않고 무사히 나온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태일종 종주로서 그는 성공 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성공 전장에 보물과 기연이 많지만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창란 세계의 천교들이었다.예로부터 성공 전장이 열릴 때마다 적지 않은 천교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사실 성장하지 못한 천교는 천교라 할 수 없었다.선우정혁은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그래서 고준서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것이었다.자기 종문에서 나간 세 천교 중에서 실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두 명이 돌아왔다.태일종은 옆에서 각각 두 제자를 파견했는데 한 명만 돌아온 청허파와 묘음문에 비해 좀 더 강했다.신소문의 문주 육무겸도 똑같은 생각이었다.육성훈은 그의 외동아들이고 젊은 나이에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만약 성공 전장에서 죽게 된다면 누가 신소문을 계승하겠는가?지금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자 그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육무겸은 빠르게 육성훈의 곁에 다가가서 원래 2급 성자 경지였던 아들이 지금 내공을 완성한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고 곧 4급 경지로 돌파할 것을 보자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좋아. 잘했어.”육무겸은 육성훈의 어깨를 힘껏 두드리면서 칭찬하였다.한편으로 선우정혁은 고준서도 성공 전장에서 나온 후 내공이 증가한 것을 보고 희끗희끗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웃었다.“준서도 잘했어. 이제 곧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겠군.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다들 많은 수확을 얻은 모양이야.”태일종에서 고준서, 이태호와 여경구 등 총 세 명의 제자가 성공 전장에 들어갔다.지금 여경구와 고준서가 나왔고 두 사람의 내공은 모두 성공 전장에 들어가기 전보다 한 경지가 높았다.내공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성공 전장에서 무슨 보물이나 기연이라도 얻었다면 두 사람은 장차
이태호는 진선 정혈을 수복한 후, 이 정혈의 힘을 빌어 허공에서 질서신련(秩序神鏈)을 소환하였고 천지의 이치와 규칙의 힘에 직면했다.지금 그의 내공 경지로 직접 자신의 도를 깨달을 수 없지만 천지의 규칙을 깨달을 수 있는 것만으로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나중에 수련할 때도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한다.물론 이런 깨달음의 과정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태호와 진선 정혈이 서로 감응한 후 정혈은 허공을 가르고 그의 몸에 들어갔으며 질서신련을 소환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그는 불과 4급 성자 경지라 질서신련 위에 있는 규칙의 힘을 깨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조용한 허공에서 한 시간 정도 있고 난 뒤, 그는 자신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았다.여기서 계속 머물면 필연코 끝없이 휘몰아친 구천강풍과 난류에 휩쓸려 허공의 틈새에 말려들어 가게 된다.그래서 그는 즉시 체내의 정혈을 발동시켜서 별빛의 힘이 온몸을 감싸게 하였다.다음 순간, 그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어 허공 통로에 끌려갔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천남 지역에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날카로운 검처럼 대지에 꽂혀 있었다.이 산봉우리의 산허리에 갑자기 천지가 변색하였고 하늘이 먹장구름으로 뒤덮었다.곧이어 은백색의 밝은 별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지극히 빠른 속도로 산꼭대기에서 허공 통로를 형성했다.지금 이 순간, 통로 주변에 한 달 넘게 머문 선우정혁 등은 잇달아 일어났다.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곧 형성된 허공 통로를 보면서 너무 긴장해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오를 듯하였다. 청색 장포를 입은 선우정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허공 통로가 열린다는 것은 성공 전장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 태일종의 천교들이 모두 무사히 빠져나올지 모르겠네.’성공 전장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창란 세계에 있는 각 대세력의 천교들이 모두 성공 전장에 모였고 기연들을 쟁탈하기 위해 필연코 참혹한 전쟁을 치를 것이었다.성공 전장이 열릴
이 순간, 팽배한 별빛의 힘에 감싼 수사들의 안색이 확 변했다.이는 성공 전장이 곧 끝난다는 것을 뜻하며 모든 사람은 별빛의 힘에 의해 밖으로 전송되어 나가게 된다.다음에 다시 성공 전장에 들어오려면 아마 수백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온몸에서 무한한 성스러운 빛을 발산한 이태호를 보면서 예진기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이태호, 내 선연을 뺏어간 놈아, 죽을 때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안 돼!!”이런 절규 속에 별빛의 힘이 예진기의 몸을 감싸자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밖으로 전송된 것이 분명했다.예진기가 떠나자 주변의 수사들도 하나둘씩 별빛의 힘에 의해 밖으로 전송되기 시작했다.태일성지의 전성민은 팽배한 허공의 힘이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자 그는 아쉬운 듯이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마지막에 온화하게 웃으면서 이태호에게 말했다.“이 사제, 태일성지에서 기다릴게.”이에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포권을 취했다.“알겠습니다.”그의 말이 마치자 전성민은 한 장 높이의 허공 통로에 잠식되어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한편으로, 별빛의 힘과 대항하는 용족 천교 오수혁은 살벌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그는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이 이태호가 가질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쟁탈전에 참여하지 않는 이태호가 이런 기연을 얻자, 목숨 걸고 싸웠던 오수혁은 분통 터져서 죽을 것 같았다.이태호가 족인 오현을 죽였고 지금은 자신의 기연까지 빼앗아 갔으니 그는 끝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였다.그가 내뿜은 살기는 천지를 뒤덮을 기세로 물밀듯이 이태호를 향해 달려갔다.“이태호, 너와 나는 이제 불구대천의 원수이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공에서 떨어진 힘이 순식간에 오수혁의 몸을 감싸서 허공 통로로 끌어당겼고 그는 바로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명씨 가문의 신자 명운택은 이태호가 정혈을 얻은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오수혁과 예진기에 비해 명씨 가문과 이태호
성공 전장에 들어온 풍민국은 당연히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수백 년 전에 그 신비로운 산수가 이 기연을 얻은 후 수십 년 만에 비승하였다.지금 이태호도 진선 정혈을 얻었으니 100년 내에 비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풍민국은 자신이 이태호와 갈등이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자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졌고 얼굴에 핏기마저 사라져서 매우 창백해졌다....다른 쪽의 허공에 있는 채유정과 여경구는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이태호를 쳐다보았다.그들은 이태호가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을 획득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잠시 멍을 때린 후 이태호를 향해 황급히 날아가는 예진기 등 10여 명의 성자, 신자들을 보자 채유정과 여경구는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왔다.이태호를 바라보는 채유정의 맑은 눈동자에 경악의 빛이 서렸고 옆에 있는 여경구는 호흡이 가빠져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는 아직도 이태호가 이 기연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것은 진선의 정혈이었다. 진선의 도운과 법칙의 힘으로 가득 찼고 깨달을 수만 있다면 수련할 때 지름길을 갈 수 있으며 자신의 도를 터득할 수 있고 100년도 되기 전에 천겁을 거쳐서 진선으로 비승할 수 있다.이태호가 이런 귀중한 보물을 얻었다고 하니 여경구는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마음을 가다듬은 후 옆에 있는 채유정과 시선을 맞추고 나서 두 사람은 빠르게 하늘로 솟아올라 쏜살같이 날아갔다....궁전 내에서 이태호는 선경을 운행하였고 체내의 무시무시한 힘은 단전을 휩쓸었으며 무한한 성스러운 빛을 발하는 정혈을 뒤덮었다.정혈이 체내로 들어왔지만 아직 수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예진기 등이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서 이태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정혈을 단련하고자 하였다.정혈을 단련하기만 하면 이번 성공 전장의 여정이 완전히 끝나게 되고 그때 되면 모든 사람이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게 된다.오직 이래야 그는 일시적으로 안전할 수 있었다.여기까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던 수사들은 예진기의 노기 어린 고함소리에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지?”“예진기 성자가 왜 이렇게 화났어?”“젠장, 10여 명의 성자와 신자들이 왜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어?”“헉. 진선 정혈이 도망갔다가 이태호의 손에 들어갔대. ”“뭐? 이태호가 수십 리 밖에 떨어진 궁전에서 수련하고 있었잖아? 어떻게 진선 정혈을 가졌지?”“누가 알겠어? 10여 명의 성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마지막에 이태호가 가져갔으니 나라도 미쳐서 돌아버릴 거야.”“...”이 소식은 기름 냄비 안에 물방울을 떨군 것처럼 현장이 불시에 와글와글 시끌벅적해졌다. 이 중에 감탄한 자가 있고 어리둥절한 자도 있었다. 또한, 탐욕스러운 눈빛을 내뿜으면서 성자들을 따라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이태호를 향해 날아가는 자도 있었다.육성훈은 이태호가 진선의 정혈을 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돼. 이태호는 분명 성공 고전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육성훈의 벌벌 떤 목소리에 두려움과 당황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상황이 어찌 이렇게 됐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그의 옆에 있는 고준서는 이태호가 진선 정혈을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다음 순간, 그는 몸을 떨면서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돼. 10여 명의 성자와 신자도 그런 자격이 없는데 이태호는 무슨 자격으로?”이태호가 진선 정혈을 가진 것은 고준서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그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이태호는 쟁탈전에 참여하지 않고 밖에서 수련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기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마지막에 기연이 이태호를 선택했으니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고준서는 정혈이 이태호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을 본 후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괴로워했다.그는 일단 정혈이 몸에 들어가면 누구도 더 이상 뺏을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은 곧
“내 일을 망친 놈이 대체 누구냐?!”이 순간, 예진기는 격노한 사자처럼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분노를 가누지 못했다.신선으로 비승할 기연이 코 앞에 있었는데 진선 정혈은 그에게 수복되기는커녕 허공으로 사라졌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균과 변청하도 드디어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그들은 정혈이 갑자기 사라져서 노발대발한 예진기를 보자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으며 기를 펼 수 있었다.“하하, 보아하니 너도 진선 정혈과 인연이 없구나.”예진기가 진선 정혈을 얻지 못했다면 아직 쟁탈할 기회가 있으니 정균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밖에서 상처를 치료 중인 천교들도 뒤늦게 알아챘다.“어떻게 된 거야? 예진기가 진선 정혈을 수복하지 못했다고?”“허허. 저자는 선연의 눈에 들지 않은 모양이군.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어.”“어서 쫓아가자. 정혈은 은 내 거야!”“...”그래서 10여 명의 성자와 신자들은 모두 흥분해서 온몸의 내공을 폭발적으로 내뿜으며 진선 정혈의 종적을 찾으려고 나섰다.진선 정혈은 허공에 숨었지만 그것의 기운은 가려지지 않았다. 세심하게 찾고 신식이 충분히 강하다면 그것이 날아가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이윽고 진선 정혈이 밖으로 날아가는 흔적을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어서 쫓아. 정혈이 백 리 밖으로 날아갔어. 이미 진법까지 뚫었어!” 이 고함소리에 천교들은 즉시 움직였다.맨 앞에 있는 예진기는 노기등등한 황소처럼 지극히 빠른 속도로 좌충우돌하면서 순식간에 백 리 밖으로 날아갔고 진법을 통과해서 정혈을 따라잡으려고 하였다.정균과 변청하 등 실력이 강한 천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한편으로 작은 궁전 안에서 태을도령선경의 성자편을 모두 수련한 후 이태호는 자기와 정혈 사이의 연결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정혈이 점점 가까워진 것을 느낀 그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몇 호흡 할 시간이 지나자, 크기가 물방울만 하고 팽배한 규칙의 힘으로 가득 찼으며 찬란한 자주색 핏방울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의 앞에 나타났다.
예진기는 정균과 변청하의 못마땅한 표정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자네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곧장 고전 내로 들어갔다.이번에 성공 고전에서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다는 기연, 즉 진선 정혈을 얻기 위해 예진기와 혼원성지는 충분한 준비를 하였다. 심지어 예진기는 성지의 진파 지보인 호도신병까지 꺼냈다.바로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예진기는 허공에 떠있는 진선 정혈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 속에서 발산한 팽배한 기운과 도운 규칙의 힘에서 전해오는 파동을 느낀 후 얼굴은 점차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랐다.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고전 내에 들어가면서 주변 허공에 있는 무시무시한 규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이제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은 내 것이야! 하하하!”진선 정혈의 앞에 다가온 예진기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손을 뻗으면서 체내에 있는 방대한 천지의 영기를 발동해서 허공에 있는 정혈을 뒤덮었다.그러나 그가 만면에 희색을 띠면서 진선 정혈을 보관하려고 할 때, 아무리 힘을 써도 정혈을 움직일 수가 없자 웃고 있었던 표정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그가 발동한 천지의 영기는 정혈에 닿은 순간, 정혈 위에 덮여 있는 무서운 규칙의 힘에 의해 소멸하였다. 정혈을 단련시키기는커녕 수복한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어떻게 된 거지?”예진기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내 영기의 조작방식이 틀렸나?” 여기까지 생각한 예진기는 몸이 움찔하더니 내공을 완성한 7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발산해서 주변 수십 리의 허공을 가득 채웠다.그의 단전에서 지극히 팽배한 천지의 영기를 내뿜자 마치 태양처럼 온 고전을 환하게 밝혔다.하지만 예진기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 일이 벌어졌다.그의 눈앞에 있는 진선 정혈은 꿈쩍하지도 않았고 마치 이 세계에 아무것도 그것을 움직일 수 없는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본 예진기는 속으로 미칠 것 같았다.“이,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그가 진선 정혈을 단련시키고 수복할 수 없다
그들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면서 체내의 영기가 정체되어 운행하기 힘들게 되었고 머리털이 곤두섰으며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제길! 저건 혼원성지의 호도신병이야.”“쳇. 예진기 저 망할 놈이 치사하게 혼원성지의 호도신병을 꺼낼 줄이야.”“흥. 천교 쟁탈전이라면서 결국은 영보의 힘을 빌리다니.”“...”주변에 패배한 성자나 신자들은 예진기가 검붉은색 긴 창을 꺼낸 것을 보고 발칵 뒤집어졌고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모두 이 비범한 긴 창의 내력을 알아본 것이었다.이 긴 창은 혼원성지의 진파 지보(鎭派至寶) 멸세창(滅世枪)인데 호도신병이었다.상식적으로 말하면 현장에 있는 천교들은 각 대세력의 성자와 신자로서 기껏해야 최상급 영보 한두 개를 가질 수 있었다. 더 많이 가져도 시전하기 힘들어서 오히려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최상급 영보의 막강함 힘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성왕급 수사들도 최상급 영보를 사용했다.창란 세계에 호도신병의 수가 너무 적어서 대부분 각 대성지의 진파 지보로 되어 있으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그리고 호도신병을 사용하려면 성황급 장문이나 종주가 있어야 했다.천지의 본원(本源)을 알고 자신의 도를 가진 성황급 대능력자만이 호도신병의 진정한 위력을 발동시킬 수 있었으니까. 이것은 창란 세계의 공통된 인식이었다.성자나 신자들은 성왕급에 해당하기에 최상급 영보만 사용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혼원 성자 예진기는 혼원성지의 진파 지보 호도신병을 꺼냈다.이 호도신병의 위력으로만 막 성왕 경지로 돌파한 수사들을 절망에 빠뜨릴 수 있었다.그러니 아직 7급 성자 경지인 천교들이 어찌 맞설 수 있겠는가?예진기도 주변에 있는 천교들이 욕하는 것을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변청하와 정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번에 신선으로 될 기연을 얻기 위해 혼원성지는 그에게 매우 많은 공을 들였다.그가 호도신병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종문의 장로와 종주가 치열한 설전을 거친 후 내린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