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곧이어 고위급 임원들은 작은 길을 따라 펜션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펜션이 산 중턱에 있어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하여 펜션 밖에서 기다리면 범용 일행을 만날 수 있다.만약 범용이 사람들을 데려와 매복하려면 산 아래의 숲에 매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중에 진짜로 싸움이 일어나면 그들이 상황을 전해 듣고 산 중턱까지 뛰어 올라오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잠시 후, 차가 공지에 멈춰 섰고 범용과 태수, 그리고 이태호가 차에서 내렸다.“하하, 범용 형님, 난 또 형님이 안 오는 줄 알았어요. 우리 용화의 30살 생일 파티에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줘서 정말 영광입니다!”범용과 태수가 소수의 인원만 데려오자 영지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범용을 죽일 준비를 진작 다 마쳤지만 범용과 태수가 이곳까지 올 가능성은 사실 10%밖에 되질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로 왔을 뿐만 아니라 부하도 이렇게 적게 데리고 왔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이태호는 눈앞의 상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맞이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고 오해할 정도였다.“하하, 당주님도 참. 이렇게나 호화로운 펜션에, 멋있는 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참 겸손하십니다. 정말 궁전이 따로 없네요!”범용이 호탕하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당주님은 농담도 참 잘하십니다. 그냥 식사하는 건데 내가 안 왔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배꼽 빠지게 웃겠어요.”“역시!”영지상은 범용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우리 두 당주의 관계가 조금 그렇긴 하잖아요. 어제 태수가 우리 부하를 때려서 범용 형님이 못 오나 했거든요. 내가 함정이라도 파놓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했어요.”그러자 범용이 크게 웃었다.“부하들끼리 자그마한 시비 갖고 뭘 그래요. 한두 번도 아니고 괜찮아요. 그리고 당주님이 직접 사람까지 보내 알렸는데 어찌 안 올 수가 있겠어요.”그러고는 일부러 미안한 척 소용화에게 말했다.“그런데 바삐 오느라 선물도 준비하
그의 말에 범용이 크게 웃었다.“하하, 당주님, 그저 밥이나 먹으러 온 건데 그렇게나 많은 애들 데려와서 뭐 해요? 설마 내가 겁쟁이라고 생각한 거예요?”“하하, 그럴 리가요. 내가 왜 형님을 겁쟁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용의당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내가 모를까 봐요? 듣건대 형님 실력이 이미 무인의 최고봉에 도달했고 대가에 가깝다면서요?”영지상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마당에 상이 엄청나게 많았다. 안에 있는 홀에도 상이 몇 개 놓여있었다.이미 적지 않은 거상들이 도착해있었다. 다들 평소 향무당의 도움을 받는 상인들이었는데 매달 향무당에 돈을 갖다 바치면 향무당은 그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사업이 순조롭게 잘 풀리길 도와줬다.범용 일행을 본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올려 예의 바르게 범용에게 인사를 건넸다.사실 그들 모두 영지상과 범용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하지만 사적으로는 서로 경쟁하느라 난리도 아니다.“하하, 형님,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나의 체면을 살려준 거예요. 자 자, 이쪽에 앉아요!”영지상은 범용 일행을 가장 중간에 놓인 큰 상으로 안내하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자는 영지상과 독고영민 말고도 또 다른 유명한 거상이 몇몇 더 있었다.범용과 태수가 앉자 이태호도 별다른 생각 없이 두 사람 옆에 앉았다.“응?”그 모습에 영지상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범용이 데려온 부하들은 전부 양쪽 상에 앉았는데 이태호만 그들과 한 상에 앉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태호가 범용과 같이 온 걸 보고 범용의 부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하 주제에 예의도 없이 그들과 한 상에 앉을 줄은 몰랐다.독고영민이 이태호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너였어?”영지상이 잠깐 멈칫하더니 물었다.“독고영민, 저자를 알아?”그러자 독고영민이 재빨리 대답했다.“젠장, 어젯밤 바로 이 자식 때문에 서문옥한테 밉보이고 말았어요.
만약 미리 준비한 독주로 두 사람을 먼저 해결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일도 아니다.영지상의 뜻을 단번에 눈치챈 독고영민이 태수에게 두 손을 올려 예의 바르게 말했다.“미안합니다. 당주님의 말씀이 옳아요. 어제 일은 이미 다 지나갔죠. 오늘은 우리 손님이니까 제가 주인의 도리를 다해야죠.”“흥!”독고영민이 자리에 앉자 태수도 그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영지상이 이태호를 힐끗 보고는 범용에게 말했다.“범용 형님, 그나저나 이 자는 누구죠? 두 사람 관계가 꽤 좋아 보이는데요?”범용이 웃는 얼굴로 소개했다.“이분은 명의 이태호 씨입니다. 요즘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이태호 씨가 저의 건강을 관리해주고 있거든요. 아까 마침 우리 집에 왔다가 향무당의 부하가 식사하러 오라는 초대를 받고 이태호 씨도 함께 온 겁니다.”“명의?”옆에 있던 소용화가 그의 말에 하찮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이 세상에 자신을 명의라고 하는 자가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 다 사기꾼이죠. 진짜 의술을 아는 자가 몇이나 되겠어요.”그러고는 범용을 힐끗 보았다.“당주님, 절대 속지 않게 조심하세요!”영지상이 나서서 그를 말렸다.“둘째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범용 형님이 얼마나 똑똑하신 분인데. 용의당 당주가 그리 쉽게 속을 줄 알아? 하하, 인제 음식 올려도 좋다!”그러자 부하가 음식을 올렸다. 영지상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술을 꺼냈다.“이 술 엄청 오래된 술이에요. 나도 평소에 마시기 아까워하는 술이지만 오늘은 다 함께 마셔요!”한 부하가 다가와 그 술을 사람들의 술잔에 따랐다.“자 자, 우리 용화의 30살 생일을 축하하여 한잔합니다!”영지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자 범용 등 이들도 자연스레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그런데 다들 마시지 않자 범용과 태수도 눈빛을 주고받고는 감히 마시질 못했다. 그런데 이태호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마셔버렸다.“정말 좋은 술이네요!”범용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새로 온 드래곤 신전의 신주 용감하기만
“자 자, 계속 마셔요!”영지상과 소용화는 반찬을 한동안 집어 먹다가 또 범용과 태수 등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술 한 병을 다 비웠고 다 마시고 나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범용과 태수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상대는 독을 탈 마음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자신들이 괜한 생각을 한 거라고 여겼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경계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만약 그들이 완전히 취한 다음에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영지상은 또 새로운 술 하나를 따서 범용과 태수, 그리고 이태호에게 따라주었다. 세 사람의 술잔을 가득 채운 뒤 술잔을 높게 들고는 그들에게 술을 권했다.태수와 범용은 별다른 의심 없이 술잔을 들고 마실 준비를 했다. 이태호가 술잔을 들지 않은 걸 본 영지상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태호가 마시든 마시지 않든 의사라 전투력이 없을 테니까. 이따가 범용과 태수만 해결한다면 이태호를 처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 생각했다.“이 술 마시면 안 돼요!”범용과 태수가 마시려는데 이태호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왜요?”범용이 찌푸린 얼굴로 묻자 이태호가 덤덤하게 웃었다.“독이 있어요!”“도... 독이 있다고요?”화들짝 놀란 태수와 범용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그와 동시에 용의당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해졌다.영지상이 잠깐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이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돼! 이 술 다들 마시고 있는데 독이 있다니? 우리도 지금 마실 준비하고 있잖아.”이태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당신들 술잔 안의 술은 아까 그전에 마신 술병의 술이니까 당연히 독이 없지!”이태호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범용과 태수의 술잔에는 방금 새로 딴 술을 따랐어. 아까 마셨던 술은 독이 없지만 이 술은 뭔가 달라! 지상 당주, 내가 허튼소리를 했다면 범용과 태수의 잔과 바꿀 수
오늘 함께 술 마시러 온 호상들은 그제야 영지상이 범용 일행을 처단하려는 의도를 알았다. 무방비 상태였던 호상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자리를 피하며 향무당 패거리 뒤로 숨어들었다.“당주, 힘써 주셔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여기서 살아서 나가는 것입니다.”20여 명에 달하는 용의당 패거리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적을 쳐다봤다. 범용과 어울리는 형제들 모두 이미 목숨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었다.“오늘 범용이 욕 좀 보겠구먼.”“저 두 사람이 죽으면 용의당은 해체되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럼 향무당이 모든 걸 장악하게 될 거야.”호상들은 뒤에 숨어들어 수군수군 얘기를 나누며 범용이 이곳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라 예상했다. 이곳에 모인 향무당의 사람만 해도 족히 200명은 넘기 때문이다.“오늘 운 좋게 독주를 마시지 않았지만 여길 살아서 나가긴 힘들 거야.”이때, 사람들이 길을 내주더니 뒤쪽에 있던 7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고성시 출신인 그들 모두 혈음당의 고수들이었다.“악수 장현!”범용은 그중 한 사람을 바로 알아봤다. 그는 손에 날카로운 발톱 모양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혈음당의 악수 장현이었다.“혈음당?”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태수는 영지상을 노려봤다.“영지상,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우리 세 당파는 절대 외부 세력과 결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왜 고성시의 패거리를 끌어들인 거야? 이건 화를 자초하는 짓이라고!”이에 영지상은 콧방귀를 뀌었다.“흥!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란 말 몰라? 난 승리를 원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승리의 이익은 이들과 나누면 돼! 너희 용의당을 없애면 앞으로 향무당의 세상이 될 텐데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소용화도 앞으로 나서며 맞장구쳤다.“태수 형님, 사람은 독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너희들...”태수는 화가 치밀어 이가 뿌득뿌득 갈렸다. 이제는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헉!”혈음당의 고수가 이태호한테 당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죽여!”영지상도 깜짝 놀랐지만 바로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인수 우세가 있으니 이태호와 범용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은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슉!그러나 이태호는 순식간에 치고 나가며 향무당 패거리의 칼을 빼앗아 적을 한 명씩 찔렀다.“악!”혈음당의 고수 한 명이 또 죽었다.“악!”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기며 나머지 고수들도 한 명씩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혈음당 고수 모두가 살해당했다. 불과 2, 3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태호는 7명이나 살해했다.“말도 안 돼!”영지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역시 고수였지만 이태호는 모든 사람을 뛰어넘는 실력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이태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또 피가 사방으로 튀기더니 독고영민과 소용화 역시 바닥에 쓰러졌다. 숨이 끊기기 전 두 사람은 목을 부여잡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아니야! 이건 사실이 아니야!”영지상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이태호를 향해 덮쳐들었다. 그러나 순간 눈앞이 까매졌고 이윽고 이태호의 칼이 그의 목 앞까지 다가왔다.“살, 살려주세요!”영지상의 목소리가 떨렸다.“영 당주, 그러니까 이러면 안 되지. 원래 너랑 시간 팔고 싶지 않았는데 고성 패거리까지 끌어들이며 우리를 죽이려고 애를 쓰는 널 보니까 더 이상 살려두고 싶지 않아.”이태호는 바로 그의 목을 벴고 빨간 피가 영지상의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쿵!영지상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이태호는 몸을 돌려 적을 훑어보며 말했다.“고수들은 다 죽은 거야? 너희들도 죽고 싶으면 당장 덤벼!”모든 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범용과 태수는 이제야 2명씩 죽였지만 이태호는 이미 향무당과 혈음당의 고수를 모조리 없애버렸다.살기 가득한 이태호의 눈길에 적들은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했다.“살려주세요!”심지어 향무당 패거리의
범용이 이태호 앞으로 다가가 예를 갖췄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태호 씨! 이태호 씨께서 나서주시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여기서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그러나 이태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근데 옷에 피가 튀어서 기분이 좀 그렇네요. 산 지 이틀밖에 안 된 옷인데.”이에 범용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태호 씨. 제가 이 브랜드를 잘 압니다. 제가 부하한테 똑같은 거로 준비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이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주면 감사하겠습니다.”범용은 바로 부하한테 이태호가 입고 있는 옷의 태그를 찍어줬다. 그리고 향무당 패거리를 보며 말했다.“너희 향무당은 이미 망했다. 너희 세력 범위는 우리가 접수하고 모든 산업도 뺏어올 테니까 우리 용의당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얼른 가입해! 그러고 싶지 않다면 당장 사라지고 영원히 조용하게 살아!”“저희들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향무당 패거리의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이 시체들은 처리해. 깨끗하게 처리해야 해.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그 누구한테도 알려서는 안 돼. 누군가 누설했다는 말이 내 귀에 들어오면 혀를 잘라버릴 거야.”범용의 목소리에 패기가 넘쳤다.태수는 바닥에 꿇고 앉아 벌벌 떠는 호상들을 보며 말했다.“당신들도 마찬가지야!”“네, 네, 네. 알겠습니다. 절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호상들은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렸다.한편, 이태호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은 후 말했다.“아직 밥도 다 먹지 못했는데. 범 당주, 식사 계속 이어가시죠. 향무당 애들은 시체를 처리한 후 다 나가라고 하세요.”범용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그래요, 그러고 보니 배부르게 먹지도 못했네요. 조금 있다가 제 부하가 옷을 새로 준비해오면 갈아입으세요.”“저쪽에 있는 술은 독이 없으니까 마셔도 됩니다.”“제가 가져올게요. 앉아 계세요.”태수는 얼른 달려가 술 여러 병을 들고 돌아왔다
한편, 차 안에 있던 태수와 범용이 눈을 마주쳤다. 이태호가 왜 용의당한테 부탁하지 않은 것일까? 용의당 패거리가 눈에 들지 않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핸드폰 너머의 사람이 이태호를 스승이라 칭했다. 그토록 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제자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태호는 전화를 끊은 후 두 사람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세요. 용의당을 얕잡아보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네, 알겠습니다.”범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태호의 제자가 파견한 자들도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했다.같은 시각, 이태호 별장 밖에 세워진 차 안에서 하현우와 정희주가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얼마 전, 서문옥이 이태호한테 복수하러 간다고 전해 들었다. 두 사람은 이태호가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보려 차를 타고 왔지만 예상과 달리 서씨 집안의 보디가드와 서진성, 서문옥 등이 모두 무릎을 꿇고 뺨을 맞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그들 앞에 서 있는 건 용의당의 우두머리였다. 이태호가 어느새 용의당과 결탁한 모양이었다.두 사람은 얼른 차로 돌아와 계속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서씨 집안 사람들이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자기야,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건 용의당 우두머리잖아. 왜 이태호를 도와주며 소씨 집안과 맞서는 거지? 이태호가 도대체 뭘 한 거야?”하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를 힘껏 빨고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정희주를 쳐다봤다. 정희주 역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태호 같은 촌놈이 어떻게 범용과 알게 된 건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왠지 후회심이 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별장을 보며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만약 하현우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 별장의 주인이 그녀였을 지도 모른다.하현우는 넋이 나간 그녀를 툭 건드렸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신 차려.”정희주는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응, 오빠, 방금 뭐라고 했어?”“아니, 이태호 그놈이
한편으로, 태일종에서 떠난 조정운의 안색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어두워졌고 험상궂게 변했다.그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으면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였다.이번에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가 대부분 출동했고 성왕 경지인 자기도 같이 왔는데 망신만 당하고 돌아갈 줄이야!여기까지 생각한 조정운의 가슴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그는 하늘을 향해 분노에 차고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태일종!!! 선우정혁, 이 원한을 꼭 잊지 않고 언젠가 꼭 복수할 테다!”이때 조시환은 조정운의 옆으로 다가가서 어두운 안색으로 물었다.“가주님, 정말 이렇게 이태호를 놔두실 겁니까?”이번에 조씨 가문이 망신당한 것에 대해 가문의 대장로인 조시환도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선우정혁은 성왕급 수사이고 태일종의 봉주들도 그처럼 9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갖고 있었다.오직 기대할 수 있는 건 조정운 밖에 없었다.그러나 조정운도 선우정혁의 상대가 되지 못해서 바로 밀리면서 철퇴할 수밖에 없었다.“놔준다고?” 조정운은 미간을 찌푸렸고 험상궂은 얼굴에 음침한 냉소를 지었다.“우리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가 헛되이 죽게 할 수 없지.”비록 그는 선우정혁의 실력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이태호를 놔주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자기 가문의 천교와 장로가 격살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 또 태일종 앞에서 꽁무니를 뺐다. 아마 지금 이 일이 온 천남 지역으로 퍼졌을지도 모른다.조씨 가문이 이렇게 큰 망신을 당했는데 어떻게 쉽게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조정운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듣자 하니 신소문도 이태호와 원한이 있다고 하더군. 이번에 신소문으로 가서 육 문주의 도움을 청할 생각이네!”전에 창망산맥에서 보물을 쟁탈하는 과정에서 이태호는 신소문의 천교를 격살하여 신소문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선우정혁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태호는 벌써 죽었다. 신소문은 절대로 이런 피맺힌 원한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정
“이번에 우리가 이 도우를 위해 그 조씨 가문과 완전히 원수가 되었네.”“...”이태호는 9대 봉주들을 차례대로 바라보면서 정중한 기색으로 말하였다.“봉주님들의 호의를 절대로 잊지 않고 명심하겠습니다.”같은 시각에 허공에 있는 선우정혁도 천천히 내려왔다.그는 이태호의 옆에 와서 덤덤하게 말했다.“됐어. 넌 다치지 않았다면 요광섬에 돌아가. 이곳의 일은 내가 마무리할게.”이제 성공 전장이 열릴 날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그는 이태호가 최상의 상태로 참가하기를 바랐다. 이태호가 천교들이 가득 모인 성공 전장에서 높은 순위를 얻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냥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결과였다.어쨌든 지금 이태호는 이미 태일성지의 예비 제자로 되었고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면 중주의 태일성지로 갈 수 있었다.이태호의 자질을 봐서 몇 년 후에 아마 중주에서 명성을 크게 얻을 것이다.“종주님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선우정혁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웃음을 거두고 포권을 취하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이태호의 감사에 선우정혁은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고맙긴. 넌 태일종의 제자이니 보호해 주는 거야. 설마 내가 조씨 가문의 편에 서겠어?”한 종문의 종주로서 당연히 자기의 제자를 보호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인심이 흩어지고 신망을 잃게 되며 사람들을 이끌기 어렵게 된다.게다가 조씨 가문은 그다지 강하지 않고 고작 천남의 이류 세력가인데 감히 이 선우정혁 앞에서 안하무인격으로 건방을 떨어?그래도 그는 천남의 으뜸 세력인 태일종의 종주이고 중주의 태일성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방금 조정운을 당장 죽이지 않는 것은 그가 인의를 다한 결과이다.이에 이태호는 속으로 무척 감동했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하늘로 날아올라 요광섬으로 돌아갔다.각 봉주와 장로들도 연달아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저 멀리 낭패한 모습으로 떠나는 조씨 가문 수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현장의 많은 제자는 오늘의 일을 웃음거리로 생각했다.“쳇! 조씨 가문이 우리
조정운이 외친 소리에 원래 기세등등했던 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잇달아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맹동석 등 세 사람과 싸우고 있던 조시환은 들고 있는 영보가 금빛을 발산하였고 거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보름달 모양의 기류를 형성하였다. 맹동석 등이 기류를 피한 틈을 타서 조시환은 재빨리 빠져나와서 조정운 옆으로 후퇴하였다.잠깐 싸우는 동안에, 원래 노기등등했던 수십 명의 조씨 가문 장로들은 모두 상처를 입었다. 특히 대지에 검기로 가득 찬 골짜기를 보자 조정운의 얼굴이 숯처럼 어두워졌고 음침해졌다.그는 이번에 총 80여 명의 조씨 가문에 있는 대부분의 장로를 데리고 왔다.내공이 가장 높은 조시환, 8급 성자급 장로 두 명 외에 나머지 장로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더욱 조정운을 화나게 한 것은 방금 이태호가 또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 두 명을 격살하였다.이 두 장로는 내공이 그다지 높지 않고 3급 성자 경지이지만 그의 앞에서 죽인다는 것은 그의 체면을 구기는 것과 같았다.그러나 아무리 불쾌하더라도 지금 조정운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태호를 노려보기만 했다.선우정혁의 실력은 원래 그보다 많이 높았다. 계속 싸운다면 조씨 가문의 장로들은 물론이고 자기도 여기서 한을 품고 죽을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정운은 음침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하늘에 있는 선우정혁을 바라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 전에 조정운은 자신이 직접 나섰으니 선우정혁은 성왕 경지인 자신의 체면을 봐서 이태호를 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선우정혁은 이태호를 감쌀 뿐만 아니라 이태호를 지키기 위해 조씨 가문과의 싸움도 불사했다.일이 이 지경으로 된 이상, 조정운은 선우정혁을 협박해서 이태호를 내놓으라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핏줄이 불끈 솟아오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는 힘을 풀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가문 사람들에게 말했다.“철퇴!”조정운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빛으로 변해서 하늘로 사라졌다.풀이
조씨 가문의 두 성자급 장로도 재빨리 상응한 방어 수단을 꺼내서 경상만 입었다.두 사람은 입가에 흐른 피를 닦은 후 다시 기운을 내서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죽어라!”이를 본 이태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기혈이 끓어오르면서 하늘로 치솟는 검의를 내뿜었다.다음 순간, 그의 단전 내에 있는 혼돈 검영이 불쑥 이태호의 손에 나타났다.그 작은 검이 나타나자마자 태일종문에 있는 제자들의 장검이 일제히 윙윙거렸고 스스로 칼집에서 나오면서 허공을 맴돌았다.손에 혼돈 검영을 쥔 이태호의 눈빛에 살기로 가득 찼고 주변의 수많은 천지의 힘은 빠르게 검 속에 들어갔다.천지의 힘이 검 속에 들어갈수록 작은 검이 내뿜은 기운도 점점 공포스러워졌고 혼돈 현황의 빛을 띠었으며 검의가 쩌렁쩌렁 굉음을 울렸다.“참하라!”이태호가 큰 소리를 지르면서 혼돈 검영을 날렸다.“촤르륵!”검이 빠르게 날아갔고 스쳐 지나가는 공간은 예리한 검빛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어두침침한 허무를 드러냈다.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작은 검이 점점 허황해 보였다.숨을 한번 쉰 사이에, 혼돈 검영은 반달 모양의 아치형 황금빛 검빛으로 변해서 허공을 갈랐다.숨을 두 번 쉰 사이에, 아치형 황금빛 검빛이 점점 커지면서 순식간에 백 장이나 커졌다.숨을 세 번 쉰 사이에, 온 하늘이 검빛에 물들어 황금색으로 변했다. 검빛 아래에 있는 조씨 가문의 두 장로는 개미처럼 보잘것없이 보였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검빛에 의해 피안개로 되었다.“콰르릉!”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길이가 만 장이나 된 골짜기가 대지에 나타났다.잔여 검의는 골짜기에서 솟아오르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날카롭게 잘라버렸다.고공에서 선우정혁과 싸우고 있는 조정운이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장로 두 명을 격살한 것을 보자 눈에는 살기로 가득 찼고 마치 시체 더미와 피바다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짙어 보였다.그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소리쳤다.“이태호!”조정운이 한눈판 순간, 그의 귓가에 차가운 웃음소리가
제대로 선우정혁의 한방을 먹은 조정운은 평소와 다름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반대로 주변에 있는 수십 명 조씨 가문의 장로들은 광풍에 휘날려서 비틀거리면서 쓰러질 뻔했다.조정운은 몸이 움찔거렸고 손을 휘젓자 9척이나 긴 자금색 긴 창이 불쑥 그의 손에 나타났다.이 긴 창은 전체가 흰색 화염으로 불타올랐고 번갯불이 번쩍이면서 사람들에게 숨 막힌 느낌을 주었다.이것이 발산한 기운의 파동만으로도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지고 붕괴하게 할 수 있는 최상급 영보였다. 병기를 꺼낸 조정운의 기세가 더 높이 치솟아 올랐다. 조정운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선우정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종주,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다음 순간, 조정운의 그림자가 번쩍거리면서 긴 창을 들고 반원 모양을 그리면서 선우정혁을 향해 거세게 내리찍었다.이를 본 순간 선우정혁은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8급 성왕의 기운을 내뿜었고 손바닥에 현광을 모아서 덮쳐온 조정운을 향해 손을 내밀고 공격했다.그러자 조정운을 단번에 날려버렸다.이 공격에 형성한 충격파로 인해 땅바닥에 지름이 수 리나 되는 구덩이가 생겼다.조정운이 날아간 것을 보자 선우정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냉소를 지었다.“4급 성왕인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조정운 앞으로 다가갔다.조정운의 반응도 엄청나게 빨랐다. 그는 선우정혁이 앞에 오는 것을 보자 곧바로 손에 들고 있는 긴 창을 거세게 휘두르니 섬뜩한 빛줄기를 내뿜으면서 주변의 공간을 꿰뚫었다. 이와 동시에, 두 성왕급 수사가 이미 싸우기 시작한 것을 보자 조씨 가문의 조시환은 음침한 눈빛으로 인파 속에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고 대갈일성하였다.“이태호 이놈아, 죽어라!”그러고 나서 그는 황금색 칼을 들고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살기등등하게 이태호를 향해 덮쳤다.기타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연달아 각자의 영보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태일종 제자들이어, 나를 따라서 진법을 보호하자!
제7봉주 맹동석이 가장 먼저 나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시환을 가리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당당한 9급 성자 경지의 조씨 가문 대장로가 어린 후배를 괴롭히지 않나, 지금 또 성왕인 가주를 불러서 찾아오게 하다니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제6봉의 봉주 윤하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갈일성 하였다.“성왕급 수사가 성자 경지의 후배를 죽이기 위해 직접 찾아오다니. 조씨 가문도 별것 없네.”제8봉의 봉주 진남구, 제5봉 봉주 연태건 등도 모두 맞장구를 쳤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태호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자기가 어떻게 종주와 봉주들의 입에서 피해자가 됐지?한순간 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선우정혁과 맹동석 등의 말에 그는 감동되었다.이와 동시에, 조정운이 각 봉주들의 당당한 말을 들은 후 태일종은 이태호를 순순해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얼굴이 굳어진 조정운은 선우정혁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그렇다면 한 판 해봅시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온몸에서 공포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심지어 주변의 공간을 가르고 찢어서 많은 틈새를 만들었다.수많은 거센 지수풍화(地水風火)가 큰 기류를 휘몰아치면서 주변 수십 리의 대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을 만들었다.조정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은 순식간에 태일종 전체를 뒤덮었다.지금 태일종 내의 제자들은 모두 어깨에 보이지 않는 큰 산에 짓눌러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내공이 약한 제자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었다.“이... 이것이 바로 성왕급의 위압인가?”“아이고, 성왕이 노하니 천지가 변색하네!”“조씨 가문의 성왕이 진짜 화났나 봐. 이태호를 꼭 잡을 작정이네.”“...”수많은 태일종 제자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있는 조정운을 보면서 두려운 표정으로 의논했다.성왕이 화나면 피가 천리까지 흘린다는 말이 있다.이번 조씨 가문이 노발대발해서 수십 명의 성
한편으로. 조정운이 이태호와 선우정혁의 대화를 들은 후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얼굴이 시뻘겋게 되었고 두 눈이 혈안이 되었다.이태호를 위해 추궁하겠다고?우리 조씨 가문에서 천교와 성자급 장로들이 죽어서 천남 수사들의 웃음거리로 되었는데 우리 가문에게 추궁하겠다니!조정운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었다. 이렇게 파렴치한 애송이는 난생처음 봤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선우정혁을 보면서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선우 종주, 고작 성자 경지의 애송이를 위해 우리 조씨 가문과 적이 되겠단 말입니까?”말을 마친 후 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태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태호가 죽지 않으면 조씨 가문의 체면이 설 수가 없었다.조정운의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침착하게 말했다.“조정운, 조씨 가문과 적이 되겠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내가 자네 집에 찾아가기 전에 먼저 우리 태일종 앞에 와서 행패를 부려? 내가 만만해 보여?”여기까지 말한 선우정혁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고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졌으며 온몸에서 발산한 기운에 주변 공간이 뒤틀어진 것 같았다.조정운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어이없는 듯이 웃었다.“무슨 뜻이죠?”선우정혁은 귀를 후비면서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말했다.“무슨 뜻이라고? 우리 태일종의 천교가 백수산맥에서 그쪽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들의 포위 공격을 받았고 후에 9급 성자 경지 장로의 습격을 받아서 요행히 도망쳤는데, 조씨 가문은 무슨 낯짝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태일종에 와서 행패를 부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이 말을 들은 조정운은 분통이 터져서 피를 뿜을 뻔했다.그는 난생처음 이렇게 염치없고 적반하장한 사람을 봤다.죽은 것은 분명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들인데 이태호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되었다. 그럼 모두 조씨 가문의 잘못이란 말인가?조씨 가문이 백수산맥에 가야 하지 말아야 했고 이태호와 충돌하지 말아야 했으며 후에 또 9급 성자 경지의 조시환을 파견해서 이태
“그래서 조씨 가문의 성왕이 직접 나섰고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기세등등한 태도이군.”권민정은 자신과 이태호 간의 격차가 점점 커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이와 동시에 제5봉의 한 영도에서.한용운은 사건의 경위를 들은 후 어안이 벙벙해졌다.이태호가 종문에 들어온 지 1년 넘었다. 그동안 그는 종문 내에서 명성을 크게 얻었고 창망산맥에서 신소문의 천교를 죽였고 조씨 가문의 천교의 팔을 잘라버렸으며 지금은 9급 성왕의 손에서 도망치기까지 하였다. 한용운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종문 밖에 있는 사람이 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가 아니었다면, 이태호가 특별히 찾아온 바람잡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한용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이태호야, 이태호. 조씨 가문의 장로들만 죽여도 되는데 왜 저쪽 천교까지 죽였냐?”지금 종문 밖에 있는 조정운의 모습을 보니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같은 시각에 제2봉의 한 영도에서.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여경구는 천천히 눈을 뜨고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종문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특히 이태호가 조씨 가문과 어떻게 원한을 맺게 된 자초지종을 들은 후 여경구는 입이 떡 벌어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번 겨루기 대회에서 이태호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군...”검으로 조씨 가문의 천교를 죽이고 조씨 가문의 2급, 3급 성자 경지의 장로 3명을 격살했으며 심지어 조씨 가문 대장로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니.천남에서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일들이었다.겨루기 대회에서 자신이 이태호와 원한을 맺지 않는 것 같아서 여경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다른 한편으로. 자주색 빛이 흐르는 섬에서 방금 상처를 회복한 고준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 나타난 기묘한 기운을 느낀 고준서는 속으러 매우 놀라워했다.잠깐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준서의 얼굴에 음침하고 섬뜩한 웃음을 지었고 이를 갈면서 말했다.“이태호! 이번에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종문 앞.허공에 선 선우정혁은 온몸에서 기운이 들끓었고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저절로 펄럭거리면서 휘날렸다. 그는 10리 밖에서 멈춰선 작은 산만한 은백색 비행선을 바라보았다.비행선에 있는 조정운은 선우정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하고 나서 말했다.“선우 도우를 뵙습니다.”조정운은 성왕 경지의 대능력자이지만 4급 성왕 경지라 선우정혁보다 한참 뒤떨어져서 예를 갖추고 먼저 인사했다.비행선에 있는 수십 명의 살기등등한 조씨 가문의 장로들을 보자 선우정혁은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모른 척하면서 물었다.“어쩐 일로 왔지? 우리 태일종과 싸우러 왔는가?”조정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천교와 장로를 죽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조정운은 당연하듯이 말했다.“선우 도우, 저는 그냥 이태호 저놈만 원합니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한을 풀 수가 없습니다!”그의 말은 곧바로 태일종 내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특히 종문 제자들이 이태호가 조씨 가문의 천교와 몇몇 성자급 장로를 죽였고 마지막에 9급 성자 경지인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자 태일종이 발칵 뒤집어졌다.“헐! 이 장로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야?”“성자급 장로를 세 명이나 격살한 후 마지막에 내공이 9급 성자인 조시환의 손에서 도망쳤다고?”“와, 이 사형은 정말 괴물 따로 없네. 이제 얼마 지났다고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마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 거지?”“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까지 찾아와서 2급 성자 경지인 이 사형을 처치하려고 하다니. 이건 천남 수행계에서도 전혀 없었던 일 거야.”“...”경악을 금치 못한 제자들에 의해 종문이 떠들썩해졌다.요광섬에서.신수민 등 여인들은 연공방에서 폐관 수련 중인 이태호를 바라본 다음 종문의 고공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움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들은 이태호가 며칠 전에 천지의 영화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