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성이 이를 꽉 깨물고 이태호를 노려보았다. 만약 이태호와 용의당 당주가 모르는 사이였더라면 이태호는 진작 병신이 되었을 텐데.이태호는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었고 아무래도 서씨 집안과 끝까지 물고 넘어질 모양이다. 그의 표정이 여전히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너희들 전부 무릎 꿇고 자기 뺨을 열 대씩 때려. 그리고 다시는 날 찾아와 행패 부리지 않겠다고 맹세해. 안 그러면 오늘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 하지도 마! 가서 저들을 포위해!”이태호의 차가운 말투에 범용은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 정말 화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바보 같은 서씨 집안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를 건드렸는지 영영 모를 것이다.그의 명령에 용의당의 수십 명이 서씨 집안 사람들을 몽땅 포위했다.“이태호, 지금 서씨 집안 회장인 나더러 너 같은 애송이한테 무릎을 꿇으라고?”분통이 터지다 못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내가 무릎 꿇으면 너 감당할 수 있겠어? 감히 나의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 같아?”“왜 감당 못 해?”이태호는 뒷짐을 지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고개를 살짝 들고 그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위압감이 넘쳤다.“불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면 되지, 우리 부모님은 왜 괴롭혀? 기력이 없는 분들인 게 안 보여? 너희들이 그러고도 사람이야?”“무릎 꿇으란 말 안 들려? 우리 형님 말을 누가 감히 거역해?”태수가 사나운 표정으로 중간에 포위된 그들을 노려보았다. 한숨을 푹 내쉬던 서진성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형부, 어떻게...”이화연은 복수에 눈이 멀어 그제야 두려움을 느꼈다. 이태호가 3대 지하 왕 중 하나인 용의당 당주 범용과 아는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열을 셀 동안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몽땅 죽여버리겠다. 나 이태호를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겠어!”그들이 아직도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움직이지 않자 이태호가 다시 한번 으름장을 놓았다.그의 뒤에 서 있던 신수민은 난생처음 보
“아까 이태호 님께서 자기 따귀를 열 대씩 때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라는 말 못 들었어?”그들이 무릎을 꿇자 범용은 이태호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조금 전 이태호의 위압감에 그도 살짝 겁을 먹었다. 드래곤 신전 주인에게도 서늘한 면이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서진성도 지금처럼 울화가 치밀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용의당 사람들이 이태호의 편을 들고 있어 불만이 가득해도 꾹 참아야만 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서진성 등 그들은 자신의 따귀를 내리치며 사과했다.“됐어, 그만 꺼져. 앞으로 조심해. 오늘은 혼내기만 할게. 다음에도 내 집에 쳐들어와 우리 부모님한테 예의 없게 굴면 서씨 집안이 태성시에서 사라지게 될 줄 알아!”이태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그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볼 때마다 역겨울 지경이었다.서진성과 서문옥 등 그들은 울화가 치밀어 눈이 다 시뻘게졌다. 하지만 이를 꽉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돌아서는 수밖에 없었다.이태호의 뒤에 서 있던 신수민은 이태호에게 이런 남자다운 면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조금 전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이 남자 옆에 있으니 안정감이 가득 생겨났다.그들이 떠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신수민은 범용과 태수에게 다가가 말했다.“고맙습니다, 당주님. 만약 두 분이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신수민은 이젠 이태호의 주먹이 꽤 세다는 걸 믿었다. 하지만 서씨 집안도 만만한 집안은 아니었고 게다가 상대는 인원수도 많았다. 오늘 만약 범용과 태수가 타이밍 맞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이태호가 그들에게 얻어터졌을지도 모른다.“하하, 별말씀을요!”범용이 호탕하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이태호 님은 저의 형님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사모님은 저의 형수님이나 다름없죠.”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말했다.“형수님이라고 불러!”“형수님!”그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깍듯하게 그녀를 불렀다.
“알겠습니다!”태수는 바로 부하 열 명을 불러 별장 밖을 지키게 했다. 이태호는 범용과 태수 그리고 나머지 부하들과 함께 별장을 나서 차에 올라탔다.차에 올라탄 후 범용이 말했다.“신주님, 나중에 제가 부하들을 더 많이 보낼까요? 신주님이 계시지 않을 때 아버님이랑 어머님은 아무래도 반항할 힘이 없으시니까요.”이태호는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 용의당 사람을 쓰지 않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신주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냥 이태호 씨나 보스라고 불러요.”“네네, 앞으로는 신주님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다른 이가 없을 땐 보스라고 부를게요.”범용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고 이태호가 말을 이어갔다.“어머님이 아프신 거 아니죠? 대체 무슨 일이에요?”범용이 그제야 사실대로 말했다.“역시 신주님... 아니 보스는 다르시네요. 뭘 숨기지 못하겠어요.”범용이 계속하여 말했다.“사실은 향무당 쪽에서 사람을 보내왔는데 그쪽 이인자가 오늘 30살 생일 파티를 한다면서 저희더러 술이나 마시러 오라고 하더라고요.”“그래서 날 불렀어요?”이태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우리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소문내고 다닐 생각이에요?”이태호가 화를 내자 화들짝 놀란 범용이 황급히 설명했다.“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안 가도 이상하고 가면 함정일 것 같아서요.”태수도 말했다.“맞아요, 보스. 사실 향무당이랑 저희 관계가 많이 안 좋아요. 어젯밤에 제가 독고영민의 부하를 때리고 손가락 하나를 잘랐잖아요? 그런데 오늘 식사하러 오라니 당연히 걱정되죠.”범용이 이어 말했다.“그쪽에서 밥이나 먹으러 오라고 하는데 우리가 한 무리 사람을 데려갈 수도 없잖아요. 생일 파티지, 싸우러 가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안 가면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 같고 우리가 무서워서 안 가는 줄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당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보스님을 찾아온 거예요.”“그런 거였군요.”상황을 듣고 나니 이태호도 두 사람의 입장이 이해되었고 결국 고개를 끄
“보스, 범용이 올까요?”어느 한 펜션의 정자, 맨머리 남자가 구레나룻이 덥수룩한 남자에게 웃으며 물었다. 구레나룻이 덥수룩한 남자가 바로 향무당의 당주 영지상이었다!그리고 그들 옆에는 독고영민과 다른 몇몇이 서 있었는데 다들 향무당의 사람들이었다.영지상이 씩 웃으며 말했다.“하하. 오늘 거상들도 많이 모셨거든. 걔네들이 안 오면 용의당의 당주가 무서워서 밥 먹으러도 안 왔다는 소문이 내일 다 퍼져서 웃음거리가 될 거야! 물론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려와도 웃음거리가 되지!”영지상이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그런데 만약 소수의 사람만 데려왔다면 오늘이 바로 범용의 제삿날이야. 하하!”그의 말에 독고영민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당주님, 범용과 태수도 사람을 죽이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온 자들이라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만약 저들이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에요.”그러자 영지상이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이길 희망도 없는 싸움을 하는 걸 봤어? 첫째, 난 걔네들한테 줄 독주를 준비할 거야. 그러면 우리가 손을 쓸 필요도 없지. 둘째, 걔네들이 마시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방법이 있어. 내가 고성 쪽의 세력이랑 손을 잡았거든. 걔네들이 일고여덟 정도 되는 고수를 보내서 우릴 도와줄 거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당주님, 혈음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듣건대 혈음당의 세력이 엄청나다고 하던데. 걔네들은 이익이 없으면 나서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당주님은 그자들한테 무슨 약속을 하셨어요?”옆에 있던 독고영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용의당의 사업과 구역의 3분의 1일 혈음당 쪽에 넘기기로 했어! 이게 우리가 손을 잡은 조건이야!”영지상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어쩔 수가 없어. 용의당은 만만한 데가 아니라서 우리 향무당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해. 청운당도 우리랑 손을 잡지 않고 세 세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대립하길 원하고 있어. 흥,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나서는 수밖에. 일단 용의당부터 손에 넣으면 청운당도 쉽게 손에 넣을
“가자!”곧이어 고위급 임원들은 작은 길을 따라 펜션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펜션이 산 중턱에 있어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하여 펜션 밖에서 기다리면 범용 일행을 만날 수 있다.만약 범용이 사람들을 데려와 매복하려면 산 아래의 숲에 매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중에 진짜로 싸움이 일어나면 그들이 상황을 전해 듣고 산 중턱까지 뛰어 올라오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잠시 후, 차가 공지에 멈춰 섰고 범용과 태수, 그리고 이태호가 차에서 내렸다.“하하, 범용 형님, 난 또 형님이 안 오는 줄 알았어요. 우리 용화의 30살 생일 파티에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줘서 정말 영광입니다!”범용과 태수가 소수의 인원만 데려오자 영지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범용을 죽일 준비를 진작 다 마쳤지만 범용과 태수가 이곳까지 올 가능성은 사실 10%밖에 되질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로 왔을 뿐만 아니라 부하도 이렇게 적게 데리고 왔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이태호는 눈앞의 상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맞이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고 오해할 정도였다.“하하, 당주님도 참. 이렇게나 호화로운 펜션에, 멋있는 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참 겸손하십니다. 정말 궁전이 따로 없네요!”범용이 호탕하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당주님은 농담도 참 잘하십니다. 그냥 식사하는 건데 내가 안 왔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배꼽 빠지게 웃겠어요.”“역시!”영지상은 범용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우리 두 당주의 관계가 조금 그렇긴 하잖아요. 어제 태수가 우리 부하를 때려서 범용 형님이 못 오나 했거든요. 내가 함정이라도 파놓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했어요.”그러자 범용이 크게 웃었다.“부하들끼리 자그마한 시비 갖고 뭘 그래요. 한두 번도 아니고 괜찮아요. 그리고 당주님이 직접 사람까지 보내 알렸는데 어찌 안 올 수가 있겠어요.”그러고는 일부러 미안한 척 소용화에게 말했다.“그런데 바삐 오느라 선물도 준비하
그의 말에 범용이 크게 웃었다.“하하, 당주님, 그저 밥이나 먹으러 온 건데 그렇게나 많은 애들 데려와서 뭐 해요? 설마 내가 겁쟁이라고 생각한 거예요?”“하하, 그럴 리가요. 내가 왜 형님을 겁쟁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용의당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내가 모를까 봐요? 듣건대 형님 실력이 이미 무인의 최고봉에 도달했고 대가에 가깝다면서요?”영지상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마당에 상이 엄청나게 많았다. 안에 있는 홀에도 상이 몇 개 놓여있었다.이미 적지 않은 거상들이 도착해있었다. 다들 평소 향무당의 도움을 받는 상인들이었는데 매달 향무당에 돈을 갖다 바치면 향무당은 그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사업이 순조롭게 잘 풀리길 도와줬다.범용 일행을 본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올려 예의 바르게 범용에게 인사를 건넸다.사실 그들 모두 영지상과 범용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하지만 사적으로는 서로 경쟁하느라 난리도 아니다.“하하, 형님,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나의 체면을 살려준 거예요. 자 자, 이쪽에 앉아요!”영지상은 범용 일행을 가장 중간에 놓인 큰 상으로 안내하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자는 영지상과 독고영민 말고도 또 다른 유명한 거상이 몇몇 더 있었다.범용과 태수가 앉자 이태호도 별다른 생각 없이 두 사람 옆에 앉았다.“응?”그 모습에 영지상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범용이 데려온 부하들은 전부 양쪽 상에 앉았는데 이태호만 그들과 한 상에 앉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태호가 범용과 같이 온 걸 보고 범용의 부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하 주제에 예의도 없이 그들과 한 상에 앉을 줄은 몰랐다.독고영민이 이태호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너였어?”영지상이 잠깐 멈칫하더니 물었다.“독고영민, 저자를 알아?”그러자 독고영민이 재빨리 대답했다.“젠장, 어젯밤 바로 이 자식 때문에 서문옥한테 밉보이고 말았어요.
만약 미리 준비한 독주로 두 사람을 먼저 해결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일도 아니다.영지상의 뜻을 단번에 눈치챈 독고영민이 태수에게 두 손을 올려 예의 바르게 말했다.“미안합니다. 당주님의 말씀이 옳아요. 어제 일은 이미 다 지나갔죠. 오늘은 우리 손님이니까 제가 주인의 도리를 다해야죠.”“흥!”독고영민이 자리에 앉자 태수도 그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영지상이 이태호를 힐끗 보고는 범용에게 말했다.“범용 형님, 그나저나 이 자는 누구죠? 두 사람 관계가 꽤 좋아 보이는데요?”범용이 웃는 얼굴로 소개했다.“이분은 명의 이태호 씨입니다. 요즘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이태호 씨가 저의 건강을 관리해주고 있거든요. 아까 마침 우리 집에 왔다가 향무당의 부하가 식사하러 오라는 초대를 받고 이태호 씨도 함께 온 겁니다.”“명의?”옆에 있던 소용화가 그의 말에 하찮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이 세상에 자신을 명의라고 하는 자가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 다 사기꾼이죠. 진짜 의술을 아는 자가 몇이나 되겠어요.”그러고는 범용을 힐끗 보았다.“당주님, 절대 속지 않게 조심하세요!”영지상이 나서서 그를 말렸다.“둘째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범용 형님이 얼마나 똑똑하신 분인데. 용의당 당주가 그리 쉽게 속을 줄 알아? 하하, 인제 음식 올려도 좋다!”그러자 부하가 음식을 올렸다. 영지상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술을 꺼냈다.“이 술 엄청 오래된 술이에요. 나도 평소에 마시기 아까워하는 술이지만 오늘은 다 함께 마셔요!”한 부하가 다가와 그 술을 사람들의 술잔에 따랐다.“자 자, 우리 용화의 30살 생일을 축하하여 한잔합니다!”영지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자 범용 등 이들도 자연스레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그런데 다들 마시지 않자 범용과 태수도 눈빛을 주고받고는 감히 마시질 못했다. 그런데 이태호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마셔버렸다.“정말 좋은 술이네요!”범용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새로 온 드래곤 신전의 신주 용감하기만
“자 자, 계속 마셔요!”영지상과 소용화는 반찬을 한동안 집어 먹다가 또 범용과 태수 등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술 한 병을 다 비웠고 다 마시고 나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범용과 태수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상대는 독을 탈 마음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자신들이 괜한 생각을 한 거라고 여겼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경계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만약 그들이 완전히 취한 다음에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영지상은 또 새로운 술 하나를 따서 범용과 태수, 그리고 이태호에게 따라주었다. 세 사람의 술잔을 가득 채운 뒤 술잔을 높게 들고는 그들에게 술을 권했다.태수와 범용은 별다른 의심 없이 술잔을 들고 마실 준비를 했다. 이태호가 술잔을 들지 않은 걸 본 영지상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태호가 마시든 마시지 않든 의사라 전투력이 없을 테니까. 이따가 범용과 태수만 해결한다면 이태호를 처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 생각했다.“이 술 마시면 안 돼요!”범용과 태수가 마시려는데 이태호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왜요?”범용이 찌푸린 얼굴로 묻자 이태호가 덤덤하게 웃었다.“독이 있어요!”“도... 독이 있다고요?”화들짝 놀란 태수와 범용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그와 동시에 용의당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해졌다.영지상이 잠깐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이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돼! 이 술 다들 마시고 있는데 독이 있다니? 우리도 지금 마실 준비하고 있잖아.”이태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당신들 술잔 안의 술은 아까 그전에 마신 술병의 술이니까 당연히 독이 없지!”이태호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범용과 태수의 술잔에는 방금 새로 딴 술을 따랐어. 아까 마셨던 술은 독이 없지만 이 술은 뭔가 달라! 지상 당주, 내가 허튼소리를 했다면 범용과 태수의 잔과 바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