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극심한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억지로 버티면서 유강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아파요?”유강후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무릎을 꿇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왜 갑자기 뛰어들었어요? 이건 나랑 회장님 사이의 일인데...”그녀는 유강후의 입가에 맺힌 핏자국을 닦고 싶었지만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시야가 어두워졌고, 결국 유강후의 품에서 의식을 잃었다.이를 본 유강후는 충격에 빠졌다.“유나 씨!”이때 진수현도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어 딸을 안으려고 했지만 안심이 그를 붙잡았다.“툭하면 욱하는 성질머리 좀 고쳐요.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유강후가 딸을 안고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에 진수현은 후회가 밀려왔다.“유나가 갑자기 달려들 줄은 몰랐어.”진수현은 다가가 온다연을 안으려고 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심이 그를 또다시 말렸다.“강 대표한테 맡기죠.”진수현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하지만...”그러자 안심이 입을 열었다.“수현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런데 수현 씨도 한때 젊은 시절이 있었으니 잘 알잖아요. 진씨 가문이 예전에 우리를 어떻게 괴롭혔는지.”“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유나도 겪었으면 좋겠어요?”그 말에 이성을 되찾은 진수현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안심과 함께 그들의 뒤를 따랐다.병원에 도착하여 의사에게 직접 온다연을 넘겨주고 나서야 유강후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그의 등, 가슴, 복부 전체에는 이미 멀쩡한 살점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핏자국이 옷과 함께 말라붙었고 옷을 떼어낼 때마다 살갗이 한 겹 벗겨지는 느낌이었다.때마침 눈을 뜬 온다연은 유강후를 만나겠다며 난동을 피웠고, 결국 응급실로 들어가자마자 의사가 피 묻은 옷을 찢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그녀는 서럽게 눈물을 터뜨리며 달려가더니 의사에게 그만하라며 소리쳤다.안심이 강제로 그녀를 끌고가 상처를 치료할 때까지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진수현 역시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났고, 온다연은 자신이 과거에 정말 유강후를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연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렇지 않다면 왜 처음 유강후를 보고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토록 가슴이 미어졌겠는가?게다가 그녀는 항상 자신도 모르게 유강후에게 끌렸고 그의 무심한 눈빛만으로도 하루 종일 얼굴을 붉히곤 했다.‘우리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강 대표님은 왜 계속 회피하는 것 같지?’그가 건강을 회복하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만약 그들의 과거가 아름다웠다면 정식으로 다시 만나도 전혀 무방하지 않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온다연은 그의 침대 옆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그리고 그녀는 긴 악몽을 꿨다.꿈속에는 여전히 피가 가득했다. 유강후는 그녀를 구하려다 여러 번 칼에 찔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거의 숨을 거둔 상태였다.온다연은 울고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유강후의 가족들이 그녀를 증오했다.꿈속에서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험악한 말로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저주했다.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매일 넋이 나간 채 유강후의 병상 옆을 지켰다.나중에 그는 마침내 깨어났지만 온다연이 쓰러지고 말았다.또 한참이 지나 온다연이 의식을 되찾았을 땐 그에게 아이가 생겼다고 말했다.유강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표정에서 깊은 수심이 느껴졌다.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즐겁고 행복하던 나날은 아이가 태어나던 날에 갑작스럽게 끝났다.그날 아이가 떠났다.모든 게 꿈이란걸 알았지만 온다연은 온몸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그러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절벽 끝에 서게 되었다.큰 굉음과 함께 그녀는 바닥에 빠졌고 모든 것이 끝을 맺으며 온다연은 악몽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으며 부드럽게 유강후의 손을 잡았다.깨어 있는데
그 말에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다“괜찮아요. 당연히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죠. 다른 건 나중에 얘기해요.”“미안해요, 지훈 씨.”“미안해. 유나야.”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그리고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그러나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염지훈의 등 뒤로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차는 없어요. 아메리카노 가져왔으니까 마시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그 여자는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꽤 늠름해 보였고 염지훈 앞으로 다가오더니 커피 한잔을 무심하게 툭 내려놓았다.그러나 곧이어 커피가 쏟아져 앞에 놓인 서류들을 적셨다.화가 난 염지훈은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권예진, 내가 일할 때 방해하지 말라고 얘기했지? 다시 한번 이러면 그 손목 잘라버린다. 명심해.”권예진이라고 불리는 여자는 아파서 소리를 지르더니 염지훈의 손을 뿌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빠가 아니었으면 그쪽 비서 같은 건 죽어도 안 해요. 제발 빨리 죽어요.”“꺼져.”그러자 권예진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 염지훈은 관자놀이를 비비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미안해. 갑자기 욱했네.”온다연은 다소 거친 염지훈의 행동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억 속의 염지훈은 늘 부드러우며 다정한 사람이었고 소리높여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온다연이 말이 없자 염지훈은 당황한 듯 황급히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마. 우리 아빠랑 예진이 아빠가 절친이셨거든. 나랑 예진이는 어릴 때 잠깐 알고 지낸 사이였고 그 후로 연락 안 했어. 그런데 며칠 전에 아빠가 갑자기 돌봐달라고 부탁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온다연은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요. 나이가 어려 보이던데 화만 내지 말고 잘 타일러요.”염지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돌봐줄 시간이 없어.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지다 보니 쟤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네. 내일 바로 비서한테 넘길 거야.”“아참, 아까 미안하다고 했지? 뭐가?
온다연의 눈은 희미하게 충혈되었고 눈 밑에는 검푸른 다크써클도 내려왔다.딱 봐도 제대로 쉬지 못한 사람의 모양이었다.유강후가 깨어나자 그녀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드디어 깼네요.”“물 마실래요?”그러더니 따뜻한 물을 한 잔 부어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따라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뒤돌아봐요. 상처 좀 보게.”유강후는 상반신 전체가 거즈로 감겨 있어 움직임이 불편했고 조금만 움직여도 찢어진 피부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아주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눈앞이 어두워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온다연의 상처가 제일 먼저 걱정되었다.온다연은 순순히 돌아서서 등에 걸친 옷을 들어 올렸다.눈처럼 새하얀 그녀의 등에는 흉측한 상처가 있었다. 워낙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운 탓인지 유난히 흉터가 더 돋보였고 다소 충격적이었다.유강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직도 아파요?”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곽 의사님이 보내준 약을 발랐더니 많이 좋아졌어요.”“우리 아빠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면서 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한 거예요? 숨겼어도 됐잖아요.”유강후는 그녀를 옆에 앉히고선 천천히 옷을 내려주며 말했다.“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잖아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겠어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몸을 감싼 거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더니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흉터가 많이 남을텐데...”그러자 유강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남자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런데 유나 씨가 보기 흉하다고 하면 피부 이식받을게요.”그 한마디에 온다연은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했다.“보기 흉하다고 한 적은 없는데...”유강후는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하얀 목을 보더니 가슴이 간질거렸다.오랫동안 고생만 하다가 이제야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하
마음이 약해진 온다연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속삭였다.“책임 안 진다고 한 적은 없는데...”“무조건 책임져야죠. 전 이미 진씨 가문에 얘기했고 유나 씨는 이제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될 사람이에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다연은 몸을 일으켜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이제 그만 얘기해요.”부드러운 입술이 얼굴에 닿자 유강후는 순간 눈앞이 맑아졌다.예전에 온다연은 매일 아침 이렇게 그에게 입을 맞추곤 했다.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의 입맞춤을 얻으려면 살갗이 찢겨지는 고통과 바꾸어야 한다.유강후는 씁쓸한 마음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이렇게 해야죠. 볼에 한 건 무효.”온다연은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음에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유강후가 걱정되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밀어냈다.“강 대표님, 정말...”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강후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눈을 감는 그의 모습이 보였고 거즈에 묻은 피는 점점 더 커져서 퍼지기 시작했다.온다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상처가 터진 거죠? 제가 가서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지 마요.”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묻은 엄청난 양의 피를 보며 몹시 걱정되었다.“안가 요.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온다니까요?”유강후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괜찮으니까 안 불러도 돼요. 유나 씨는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옆에 있어 줘요. 그럼 안 아파요.”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말을 듣고 온다연은 눈물이 차올랐다.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우리 예전에...”“예전에...”유강후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 나쁜 여자가 있었는데, 약속을 어기고 3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이 떠났어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마치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그 안에는 파란만장한 시간과 감정이 담겨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그가
온다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왜 한 달 동안 사과를 깎았어요?”유강후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사과를 잘게 썰어 먹여달라고 얘기했다.그러나 몇 입 먹기도 전에 진수현 부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찰싹 달라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진수현은 곧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이때 안심이 옆에서 눈치를 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성질머리 좀 죽여요. 유나를 다친 게 한 것만으로도 부족해요?”진수현은 그제야 화를 참으며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유나야, 엄마가 상처 좀 확인하고 싶다네? 같이 나가봐.”온다연은 머뭇거리다가 손에 든 사과 접시를 내려놓더니 유강후와 진수현은 번갈아 바라봤다.“아빠, 때리지 마요. 이 상태에서 더 때리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날은 제가 먼저 강 대표님한테 다가갔어요. 강 대표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진수현은 사랑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딸 앞에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안 때리니까 엄마랑 같이 나가봐.”온다연이 나가자 진수현은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감히 내 딸을 사과 깎게 만들어? 손이 없어 발이 없어?”말을 내뱉고 나서야 유강후가 본인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작 이 정도로 끝났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사내자식이 그것도 못 버텨? 10대 맞고 쓰러진 게 남자니? 이렇게 약해빠져서야 되겠어?”유강후가 답했다.“아직 끝났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어떻게 하시든 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진수현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유나가 며칠 동안 널 돌보겠다고 애원하지 않았다면 병문안 보내지도 않았어. 괜히 무안하게 만들거나 무시하고 괴롭히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유나의 과거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어? H국 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강 대표는 알고 있지? 빠짐없이 얘기해 봐.”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었다.“네. 건강이 회복되면 직접 자료를 정리해서...”
유강후는 애정 어린 눈길로 온다연을 바라봤다.“걱정돼요?”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대답 좀 똑바로 하면 안 돼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더니 가볍게 입을 맞췄다.“유나 씨랑 같이 있으면 그렇게 못해요.”온다연은 화가 난 듯 그의 손을 뿌리쳤다.“이럴 줄 알았으면 아빠한테 한 대 더 때리라고 할걸.”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를 거예요.”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던 온다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아무튼 그냥 내 곁에 있으면 돼요. 어디에도 가지 말고.”...곽혜진이 준 연고는 효과가 엄청 좋았다. 불과 일주일 만에 유강후의 몸에 난 흉터가 많이 회복되었다.나중에 그녀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약과 큰 약수통을 보내왔고 유강후에게 매일 일정량을 욕조에 넣은 후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정말 혀를 내두를 수 있는 실력이다. 단 보름만에 유강후의 상처는 이미 절반 이상 회복되었다.점심 무렵, 이권이 욕조에 약수를 넣으려고 하자 유강후가 재빨리 말렸다.“이제 안 넣어도 돼.”이권은 의아했다.“혜진 씨가 이걸 넣어야 빨리 회복된다고 했어요. 이 약수가 진짜 보물인가 봐요. 도련님이 하도 빨리 회복하니까 병원에서는 체질이 타고났다면서 혈액 검사해 봐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니까요?”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넣지 말라고 하면 그냥 하지 마. 이정도 되면 천천히 회복해야 돼. 약수는 엄마랑 진씨 가문에 좀 보내고, 남은 건 네가 애들이랑 나눠서 가져.”이권은 마법의 약수를 얻었다는 생각에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도련님, 감사합니다. 혜진 씨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칭찬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실력을 보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아참, 도련님은 일부러 천천히 나으려고 이러시는 거죠?”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뭔 말이 이렇게 많아. 갖기 싫어서 이러는 거야? 그럼 다른 사람한테 줄게.”그러자
문이 닫히는 소리에 유강후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말했다.“권아, 와서 좀 닦아줘. 여기가 불편하네.”온다연은 급히 물었다.“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갔어요. 어디가 불편해요?”유강후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온다연은 하이웨스트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늘씬하고 하얀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유강후의 눈빛은 곧바로 음흉하게 변했다.“여기 등 닦아줘요. 혼자 씻으려고 하니까 팔이 안 닿아서요.”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수건을 챙겨 그의 등을 닦아주었다.등만 닦을 수는 없었기에 다친 부위 모두 약을 발라주며 꼼꼼히 씻겨주었다.‘몸매는 참 좋단 말이야.’온몸이 상처투성이라도 탄탄한 근육과 역삼각형 몸매는 여전했다.여기저기 씻겨주던 온다연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손에 느껴지는 촉감은 그날 밤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과정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았지만 땀에 젖은 가슴과 뜨거운 체온만은 아주 생생했다.유강후 역시 몸이 점점 뜨거워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 차가웠는데 이제는 손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열이 나는 건 아닌지 물어보려고 고개를 들자 미동 없이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유강후의 모습이 보였다.그의 눈빛은 이글거렸고 마치 맹수 한 마리가 산 채로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위압감이 느껴졌다.온다연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거의 다 된 것 같네요. 이제 혼자 씻을 수 있죠? 그럼 전 나가볼게요.”온다연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유강후는 그녀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온다연은 욕조에 빠졌고 완전히 유강후의 품속으로 들어갔다.이때 유강후가 앓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반응에 온다연은 깜짝 놀라 재빨리 그의 상처를 살펴봤다.“설마 또 다친 건 아니죠?”유강후는 자세를 바로잡더니 여기저기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물속에 넣었다.“여기가 불편해요.”손에 닿은 촉감에 온다연은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이 손 놔요.”
유재성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유자성을 보지 않았다.유자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자식의 손을 끌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하지만 병실 문 앞에 이르자 그는 유하령과 유민준을 멈춰 세우고 단호하게 말했다.“문 앞에 무릎 꿇고 있어. 절대 일어서지 마. 그래야 할아버지가 마음을 돌리실 수 있어. 이 집에서 쫓겨나면... 너희는 진짜 끝장이야. 예전에 너희가 적으로 돌린 사람들은 다 너희를 죽도록 밟고도 남을 사람들이야.”유하령이 뭔가 말하려 하자 유자성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특히 너, 유하령. 또 사고 치면... 바로 해외로 보내버릴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마. 오늘 이 사단... 절반은 네가 만든 거야.”유하령은 울먹이며 애원했다.“아빠... 잘못했어요. 정말이에요. 제발... 할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주세요. 쫓겨나는 건 싫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유자성은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네 엄마가 너무 일찍 떠났지.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내가 너희한테 너무 오냐오냐했나 봐.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다 감췄고... 결국 오늘 이런 꼴이 났네. 다 내 책임이니 내가 다 짊어지고 갈게. 하령아, 성질 좀 고쳐. 앞으로 사람 대할 땐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 나쁜 생각 갖지 말고 받은 호의엔 반드시 보답해야 해. 부모 말고는 조건 없이 널 사랑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유하령과 유민준은 아버지의 말에 충격과 절망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의 눈앞에서 유자성은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여기 그대로 있어. 할아버지가 용서 안 하신다고 해도... 일어나지 마라. 난 짐 좀 챙기고 금방 올게.”그는 마지막으로 두 자식을 깊게 바라보고는 병원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갔다....30분쯤 지났을까.복도 저편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 터졌다.“사람이 자살했어요!”“피가... 피가 너무 많아!”“빨리 응급실로!”“늦었어요... 이미 숨이...”“유 회장님 장남이라잖아! 큰일 났어!”...유하령과 유
“제발... 제발 우리를 본가에서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재산은 하나도 원하지 않아요. 단 한 푼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그냥 본가에 남게 해 주세요. 아버지의 아들로 남게만 해 주세요...”하지만 유재성은 눈을 감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그만 가. 네 자식들 데리고 이 집을 나가. 네 호적은 이미 본가에서 정리하라고 지시했어. 앞으로 넌 유씨 가문의 자손이 아니야. 너희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나 유재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유자성은 긴 침묵 끝에 고개를 깊이 숙여 유재성을 향해 세 번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평생 아버지의 아들이라 믿어왔습니다. 그게 제 자랑이었어요... 제가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다니... 본가에서 쫓겨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럴 만큼 제가 큰 죄를 지은 거겠죠.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겠죠. 아버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하령이랑 민준이... 애들까지 함께 쫓아내진 말아 주세요. 애들은 아직 젊고 앞길이 먼 아이들이에요. 본가에서 내쳐진다는 건 그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될 겁니다. 사람들 눈에 짓밟히고 손가락질당하며 살아야 해요.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전부 다 제 책임이에요. 제가 잘못 키웠습니다. 전부 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하지만 유재성은 싸늘하게 대답했다.“너랑 나... 부자지간 인연은 여기까지야.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만하고 그냥 가.”그제야 유하령의 표정이 무너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거짓말이죠? 우리 속이시는 거죠?”유민준도 조용히 무릎을 꿇었지만 아무 말 없이 유재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머리를 숙이며 절을 올렸다.“할아버지... 전 그동안 많은 잘못을 했습니다. 벌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제발... 본가에서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앞으로는 제대로 살겠습니다.”그는 진심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고 철도 들었으며 맡은 두 회사 역
유자성은 입술을 달달 떨며 중얼거렸다.“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전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영원히 아버지의 아들이에요. 저 재산 같은 거 원하지 않아요. 한 푼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저를 본가에서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그러나 유재성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젠 됐어. 나는 너한테 줄 것도 빚진 것도 없어. 나도 오래 못 살아. 죽기 전까진... 더 이상 너희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유자성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해갔고 그는 입술을 떨며 되뇌었다.“아버지... 제발, 절 쫓아내지 마세요...”그의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진실을 인정하고 있었다.그 친자확인서는 진짜였고 유재성의 말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유재성 곁에서 자라났다.젓가락을 처음 쥐는 법, 글씨를 쓰는 법, 첫 출근 날의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을 유재성이 직접 가르쳐줬다.그는 누구보다 유재성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리 없었다.그래서 그는 마침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친자확인서는 진짜였어. 아버지가 나를 본가에서 내치려는 것도 진심이네. 그렇다면 나는 진짜... 본가 사람이 아니겠네.’그가 평생 자랑스러워했던 그 성씨와 신처럼 떠받들었던 아버지...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본가의 명예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모든 것과 그가 수없이 입 밖으로 칭찬했던 동생 유강후조차... 결국 단 한 번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그 모든 건 그의 친부모가 목숨으로 대신한 빚이었고 남이 던져준 은혜에 불과했다.오만하고 자존심 강했던 유자성... 태어나서 한 번도 고개 숙여본 적 없는 본가의 장남이 알고 보니 그저 남의 집에서 얹혀살던 양자에 불과했다.그 진실은 마치 뾰족한 바늘처럼 그의 모든 꿈과 자존심을 찢어버렸다.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 세상이 전부 거짓처럼 느껴졌고 지금 이 순간조차 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두 번이나 사정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호복을 가다듬은 뒤 안으로 들어가 손에 쥔 약을 유강후에게 건넸다.“아버님께 이 약을 드려요.”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다연아...”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고 싶은 말은 집에 가서 해요. 난 원래 그렇게 대인배 아닌 사람이에요. 날 해쳤던 사람은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분은 당신 아버지잖아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은 물러서 줄 수 있어요. 아저씨, 제 마음 저버리지 마요.”그 말에 유강후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가까지 붉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얼굴을 감춘 채 약 하나를 꺼내 유재성의 입에 넣어주었다.약을 삼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재성은 숨이 한결 편해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후야, 이게 무슨 약이냐?”유강후가 답했다.“곽 박사님이 다연이 몸조리하라고 주신 거예요. 다 먹지 않고 열 알 남겨뒀는데 혹시 몰라서요. 솔직히 저도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요. 그래도 해가 되진 않으니까요.”유재성의 눈빛이 반짝였다.“곽혜진? 그 여의사 말이야?”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때 유하령은 온다연을 노려보며 독설을 퍼부었다.“너 지금 내 할아버지한테 무슨 약 먹인 거야? 우리 할아버지 몸은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야. 네 따위가 내놓은 천한 약 따위 함부로 먹이면 안 된다고!”온다연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친자확인서를 집어 들었다. 대충 읽어본 그녀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유하령, 너... 너희 아버지가 유 회장님 친아들이 아니야?”유하령이 반박하기도 전에 온다연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와, 오늘 진짜 운수 대통이네. 어쩜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지?”유하령은 절규하듯 외쳤다.“그건 거짓말이야. 전부 조작이야. 우리 아빠가 본가 사람이 아니라니 말도 안 돼! 이건 다 네 계략이야. 온다연, 왜 날 이렇게까지 망치려고 해?”온다연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유하령, 넌 늘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 무
“네 아들 유민준... 그동안 무슨 사고들을 쳐왔는지 너도 잘 알겠지. 그나마 요 몇 년 좀 나아졌다 싶어서 내가 본가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두 회사를 맡긴 거야. 그 애 실력으로 그 두 회사 꾸려나가는 것도 벅찰 거야.”“그리고 네 딸 유하령은 어떤 인간인지 너 스스로 모르겠어? 예전 그 일들을 진짜 네 능력으로 덮은 줄 알아? 내가 평생 가장 미안한 사람은 현미와 강후야. 그 은혜 때문에 내 결혼을 망쳤고 내 딸을 희생시켰어. 다른 누구든 나를 원망해도 돼. 다 괜찮아.하지만 너, 유자성. 너만은 나한테 그럴 자격 없어.”유자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아버지, 아버지가 결혼생활 망친 걸 제 탓으로 돌리실 순 없죠. 그리고 제 어머니도 죄 없는 분이었어요.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강현미도 그 자리에 있었을 리 없었겠죠.”그 말에 유재성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는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네 진심이었구나. 내가 평생 키워온 놈이 고작 이런 배은망덕한 놈이었다니...”그는 분노 섞인 시선으로 유자성, 유민준, 유하령을 차례로 훑어보며 낮고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그럼 지금 여기서 내가 이유를 설명해 주지.”“강후야, 책상 위에 있는 다른 서류봉투를 저놈한테 줘라.”유강후는 아무 말 없이 그 서류봉투를 유자성에게 던졌다.유자성은 그 안에 또 다른 유언장이 들어 있을 줄 알고 펼쳤지만 그 안엔 뜻밖에도 친자 확인서가 들어 있었다.그는 확인서의 이름과 결과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절규하듯 외쳤다. “아니야.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없어!”옆에 있던 유하령도 깜짝 놀라 확인서를 낚아채더니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아니에요. 이건 조작이에요. 전부 다 우리를 본가에서 쫓아내려고 짠 계략이잖아요!”“분명 온다연이야! 그 여자... 분명 삼촌한테 뭔가 시킨 거야. 나를 망하게 하려고 다 내 모든 걸 빼앗으려고 한 거라고!”“닥쳐!”유강후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게다가 다연이는 3년이나 사라졌다가 겨우 찾아냈더니 아이까지 있었잖아요. 누가 알아요. 아이가 진짜 삼촌 아이인지도...” “짝!”묵직한 뺨을 때리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유하령의 뺨에 그대로 손바닥이 날아들었고 그녀는 휘청이며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유강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난 이미 벌 받을 만큼 받았어요! 감옥도 다녀왔는데,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를 때려?”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3년 감옥살이했다고 네가 지은 죄가 지워진다고 생각해? 웃기지 마.”그러자 유하령의 몸이 살짝 떨렸고 더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뒷걸음질 치다 유자성의 등 뒤로 숨으면서 소리쳤다.“할아버지, 들으셨죠? 삼촌은 이젠 저를 가족이라고 생각도 안 해요. 할아버지까지 안 계시면 우린 의지할 데도 없이 그냥 죽으라고 할 수도 있다고요!”유자성은 말없이 유재성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유재성은 몸을 약간 움직이며 일어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간호사가 다급히 달려와 그의 호흡을 안정시켰다.한참 후에야 유재성이 떨리는 손을 들어 유하령을 가리키며 힘겹게 말했다. “자성아... 네 딸은 정말 실망스럽구나. 3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면서도 눈곱만큼도 반성하지 않다니... 네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좋아. 너 몫의 지분은 전부 다희와 단오에게 넘기겠어. 넌 한 푼도 없어.”“뭐라고요? 왜요!” 유하령이 날카롭게 소리쳤고 유자성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그건 너무하십니다. 하령이도 딸입니다. 엄연히 본가의 자손이고요.”유재성은 숨을 헐떡이며 유자성을 가리켰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다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자성아, 넌... 네 딸을 저 모양으로 키워놓고도 그게 네 잘못이 아니라 생각하나?”유자성이 대답했다.“아버지, 저희도 벌은 충분히 받았어요. 저는 사막 기지로 좌천돼서 3년 동안 고생했고 하령이는 감옥에서 3년을 버텼습니다. 그걸로도 부족해요?
유재성은 아이들을 보자마자 금세 컨디션이 좋아진 듯 그들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더 앞으로 안고 와줘.”그는 바늘이 꽂힌 손을 뻗어 아이를 만지려고 했지만 손을 들 수가 없었다.이권은 의자 두 개를 찾아 아이들을 의자 위에 놓고 그들을 유재성 옆에 기대게 했다.아이들은 이제 곧 한 살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은 침대 난간에 기대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유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특히 다희는 작은 손을 내밀어 유재성을 만졌다.유재성은 기뻐서 흥분한 나머지 맥박이 빨라져서 숨이 차올랐다.간호사는 서둘러 그의 마음을 가라앉혔다.잠시 후 유재성이 말했다.“말은 할 수 있어?”유강후가 말했다.“간단한 어휘를 몇 개 알아요.”유재성은 있는 힘을 다해 아이를 어루만졌다.“할아버지라고 불러봐봐.”단오는 원래 조용했다. 그는 단지 병실의 모든 것을 조용히 훑어볼 뿐 유재성의 말에 응답하지 않았다.오히려 다희가 손을 내밀어 유재성의 손을 붙잡고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자신을 부르는 다희의 소리를 들은 유재성은 손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그는 비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비서는 서류봉투를 들고 왔다.“이건 회장님께서 작성한 유언장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서 한번 보세요.”유자성은 문득 고개를 들며 말했다.“아빠, 아직 치료하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이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세요.”그는 비록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유재성을 진심으로 존중했다. 게다가 그는 유재성이 이 시점에서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는 회사의 최하층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원시에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유하령은 유재성이 자신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이름도 바꿔줘서 이전의 오점을 지워준 후 새로운 신분으로 살게 해주기를 원했다.
원래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 나라의 의료 기술과 장비가 낙후해 응급처치 시간이 지체됐다.탄알 파편이 몸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장기에 감염을 일으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오늘에서야 깨어난 유재성은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유강후와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어 했다.전화를 받은 후 유강후는 서재에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온다연은 장화연에게서 모든 설명을 들은 후 서재로 갔다.책상 앞에 앉아 있는 유강후는 약간 피곤해 보였고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있었다.유강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온다연은 다가가서 그를 껴안았다.유강후가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형을 감싸던 아빠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이번에 정말 죽는다면 나는 여전히 괴로울 것 같아.”온다연이 말했다.“유탄에 맞아 다친 후 몸속에 박힌 파편이 장기에 감염을 일으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사망률도 높다고 들었어요.”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국내 최고 의료진들도 속수무책이래. 곽 박사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비서에게만 연락이 닿았어. 곽 박사님은 지금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서 열흘이나 보름 동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온다연은 유강후를 꽉 끌어안았다.“가서 만나보세요. 만약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가 말했다.“만약 네가 즐겁지 않다면 나는 가지 않을 거야.”온다연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야죠. 아이들도 데리고 가서 만나보고 오세요.”유강후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다연아, 고마워.”온다연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저와 함께 가요·하지만 저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얼마 후 유강후는 아이들을 데리고 국군병원 입원 병동에 나타났다.온다연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을 내린 후 안에서 그를 기다렸다.유강후와 이권이 아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본 온다연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녀는 한편으로 본가의 사람들이 정말 미웠
얼굴이 빨개진 온다연은 그 얼룩의 일부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감히 인정할 수 없었다.“당신 탓이에요. 제가 싫다고 했는데...”유강후는 바닥의 얼룩을 닦은 후 그녀를 안아 자신의 몸 위에 앉히고 얼굴에 뽀뽀하며 말했다.“응? 이제 힘이 빠지니 내 탓을 하는 거야?”“아까 누가 멈추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이 빨개서 터질 것만 같았다.“그만 말해요!!!”그녀는 바닥에 찢긴 치마를 보고 손으로 눈을 가렸다.“우리 둘 다 이젠 옷이 없는데, 어떻게 나가야죠?”유강후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그게 뭐가 어려워?”말을 마친 후 그는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얼마 후 누군가 문을 두 번 두드렸다.유강후는 다가가 문을 열고 옷 두 벌을 들여왔다.그들이 옷을 입은 후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유강후는 지쳐서 졸고 있는 온다연을 씻겨준 후 안아서 안방으로 데려갔다.그녀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나른했지만 유강후는 마치 배가 부르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위에서 키스했다.온다연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그녀의 허리를 조르며 풀어주지 않았다.“며칠 동안 넌 줄곧 나를 차갑게 대했어. 오늘은 네가 주동적으로 나를 유혹했으니, 네가 저지른 불을 네가 책임지고 꺼줘.”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다리를 벌려 안으로 삽입해 넣었다.유강후는 이번에 매우 부드럽고 자상하게 행동했으며 조금 전 강력한 약탈과 달랐다. 온다연은 비록 지쳤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를 껴안았다.마음의 의지가 생리적인 수요보다 컸다.그들은 서로에게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래야 상대가 온전히 자기 소유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얽혀서 그치지 않았다.얼마 후 입구에서 문고리를 붙잡는 소리가 들려왔다.“야야.”여린 목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장화연이 밖에서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작은 아가씨가 문을 잡고 있는데 들여보낼까요?”온다연은 놀라서 서둘러 유강후를 밀어냈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부드럽게 그녀와 사랑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