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들어 올리자 채찍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유강후의 몸에 떨어졌다.탁!둔탁한 소리에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유강후의 옷은 곧바로 찢겨졌고 살갗도 금세 갈라졌다.순식간에 등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보기 흉할 정도로 섬뜩했다.진수현은 차갑게 웃었다.“아파? 이건 시작일 뿐이야. 내 딸을 괴롭힌 대가는 치러야지.”유강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진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계속하시죠.”그 말에 진수현은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었다.“죽을 때가 되면 정신을 차리겠지.”말이 끝나는 동시에 날카로운 채찍이 연달아 날아들었다.채찍을 맞으며 유강후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지만 등을 곧게 펴고 조금의 신음도 내지 않았다.진수현은 꺾이지 않는 그의 고집에 화가 난 듯 또다시 몇 차례 채찍질을 했다.이 채찍은 금속으로 특수 제작된 거라 특히나 무게감이 상당했고 일반인은 한 대만 맞아도 뼈가 부러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세 대를 맞는 순간 의식 잃고 쓰러져 6개월 동안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유강후처럼 튼튼한 체격을 가졌더라도 여섯, 일곱 번의 채찍을 맞고 나면 슬슬 한계가 온다.아니나 다를까 그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반쯤 무릎을 꿇었다.입고 있는 옷은 전부 찢겨졌고 살갗은 뒤집혀 피투성이가 되어 끔찍하기 그지없었다.그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더니 등을 꼿꼿이 세운 뒤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계속하시죠.”그러자 진수현이 차갑게 말했다.“생각보다 대단하네. 하지만 내가 인정을 베풀 거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한대도 빠짐없이 때릴 거거든.”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은 그림자가 뛰어왔다.“아빠, 그만해요.”진수현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막아.”그러자 경호원들은 즉시 온다연을 막았다.온다연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아빠, 제가 다 설명할게요. 정말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강 대표님은 절 괴롭힌 적이 없어요.”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레 유강후를 향했고 곧바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온다연은 극심한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억지로 버티면서 유강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아파요?”유강후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무릎을 꿇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왜 갑자기 뛰어들었어요? 이건 나랑 회장님 사이의 일인데...”그녀는 유강후의 입가에 맺힌 핏자국을 닦고 싶었지만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시야가 어두워졌고, 결국 유강후의 품에서 의식을 잃었다.이를 본 유강후는 충격에 빠졌다.“유나 씨!”이때 진수현도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어 딸을 안으려고 했지만 안심이 그를 붙잡았다.“툭하면 욱하는 성질머리 좀 고쳐요.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유강후가 딸을 안고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에 진수현은 후회가 밀려왔다.“유나가 갑자기 달려들 줄은 몰랐어.”진수현은 다가가 온다연을 안으려고 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심이 그를 또다시 말렸다.“강 대표한테 맡기죠.”진수현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하지만...”그러자 안심이 입을 열었다.“수현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런데 수현 씨도 한때 젊은 시절이 있었으니 잘 알잖아요. 진씨 가문이 예전에 우리를 어떻게 괴롭혔는지.”“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유나도 겪었으면 좋겠어요?”그 말에 이성을 되찾은 진수현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안심과 함께 그들의 뒤를 따랐다.병원에 도착하여 의사에게 직접 온다연을 넘겨주고 나서야 유강후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그의 등, 가슴, 복부 전체에는 이미 멀쩡한 살점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핏자국이 옷과 함께 말라붙었고 옷을 떼어낼 때마다 살갗이 한 겹 벗겨지는 느낌이었다.때마침 눈을 뜬 온다연은 유강후를 만나겠다며 난동을 피웠고, 결국 응급실로 들어가자마자 의사가 피 묻은 옷을 찢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그녀는 서럽게 눈물을 터뜨리며 달려가더니 의사에게 그만하라며 소리쳤다.안심이 강제로 그녀를 끌고가 상처를 치료할 때까지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진수현 역시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났고, 온다연은 자신이 과거에 정말 유강후를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연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렇지 않다면 왜 처음 유강후를 보고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토록 가슴이 미어졌겠는가?게다가 그녀는 항상 자신도 모르게 유강후에게 끌렸고 그의 무심한 눈빛만으로도 하루 종일 얼굴을 붉히곤 했다.‘우리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강 대표님은 왜 계속 회피하는 것 같지?’그가 건강을 회복하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만약 그들의 과거가 아름다웠다면 정식으로 다시 만나도 전혀 무방하지 않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온다연은 그의 침대 옆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그리고 그녀는 긴 악몽을 꿨다.꿈속에는 여전히 피가 가득했다. 유강후는 그녀를 구하려다 여러 번 칼에 찔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거의 숨을 거둔 상태였다.온다연은 울고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유강후의 가족들이 그녀를 증오했다.꿈속에서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험악한 말로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저주했다.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매일 넋이 나간 채 유강후의 병상 옆을 지켰다.나중에 그는 마침내 깨어났지만 온다연이 쓰러지고 말았다.또 한참이 지나 온다연이 의식을 되찾았을 땐 그에게 아이가 생겼다고 말했다.유강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표정에서 깊은 수심이 느껴졌다.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즐겁고 행복하던 나날은 아이가 태어나던 날에 갑작스럽게 끝났다.그날 아이가 떠났다.모든 게 꿈이란걸 알았지만 온다연은 온몸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그러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절벽 끝에 서게 되었다.큰 굉음과 함께 그녀는 바닥에 빠졌고 모든 것이 끝을 맺으며 온다연은 악몽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으며 부드럽게 유강후의 손을 잡았다.깨어 있는데
그 말에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다“괜찮아요. 당연히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죠. 다른 건 나중에 얘기해요.”“미안해요, 지훈 씨.”“미안해. 유나야.”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그리고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그러나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염지훈의 등 뒤로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차는 없어요. 아메리카노 가져왔으니까 마시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그 여자는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꽤 늠름해 보였고 염지훈 앞으로 다가오더니 커피 한잔을 무심하게 툭 내려놓았다.그러나 곧이어 커피가 쏟아져 앞에 놓인 서류들을 적셨다.화가 난 염지훈은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권예진, 내가 일할 때 방해하지 말라고 얘기했지? 다시 한번 이러면 그 손목 잘라버린다. 명심해.”권예진이라고 불리는 여자는 아파서 소리를 지르더니 염지훈의 손을 뿌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빠가 아니었으면 그쪽 비서 같은 건 죽어도 안 해요. 제발 빨리 죽어요.”“꺼져.”그러자 권예진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 염지훈은 관자놀이를 비비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미안해. 갑자기 욱했네.”온다연은 다소 거친 염지훈의 행동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억 속의 염지훈은 늘 부드러우며 다정한 사람이었고 소리높여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온다연이 말이 없자 염지훈은 당황한 듯 황급히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마. 우리 아빠랑 예진이 아빠가 절친이셨거든. 나랑 예진이는 어릴 때 잠깐 알고 지낸 사이였고 그 후로 연락 안 했어. 그런데 며칠 전에 아빠가 갑자기 돌봐달라고 부탁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온다연은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요. 나이가 어려 보이던데 화만 내지 말고 잘 타일러요.”염지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돌봐줄 시간이 없어.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지다 보니 쟤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네. 내일 바로 비서한테 넘길 거야.”“아참, 아까 미안하다고 했지? 뭐가?
온다연의 눈은 희미하게 충혈되었고 눈 밑에는 검푸른 다크써클도 내려왔다.딱 봐도 제대로 쉬지 못한 사람의 모양이었다.유강후가 깨어나자 그녀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드디어 깼네요.”“물 마실래요?”그러더니 따뜻한 물을 한 잔 부어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따라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뒤돌아봐요. 상처 좀 보게.”유강후는 상반신 전체가 거즈로 감겨 있어 움직임이 불편했고 조금만 움직여도 찢어진 피부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아주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눈앞이 어두워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온다연의 상처가 제일 먼저 걱정되었다.온다연은 순순히 돌아서서 등에 걸친 옷을 들어 올렸다.눈처럼 새하얀 그녀의 등에는 흉측한 상처가 있었다. 워낙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운 탓인지 유난히 흉터가 더 돋보였고 다소 충격적이었다.유강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직도 아파요?”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곽 의사님이 보내준 약을 발랐더니 많이 좋아졌어요.”“우리 아빠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면서 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한 거예요? 숨겼어도 됐잖아요.”유강후는 그녀를 옆에 앉히고선 천천히 옷을 내려주며 말했다.“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잖아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겠어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몸을 감싼 거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더니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흉터가 많이 남을텐데...”그러자 유강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남자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런데 유나 씨가 보기 흉하다고 하면 피부 이식받을게요.”그 한마디에 온다연은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했다.“보기 흉하다고 한 적은 없는데...”유강후는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하얀 목을 보더니 가슴이 간질거렸다.오랫동안 고생만 하다가 이제야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하
마음이 약해진 온다연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속삭였다.“책임 안 진다고 한 적은 없는데...”“무조건 책임져야죠. 전 이미 진씨 가문에 얘기했고 유나 씨는 이제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될 사람이에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다연은 몸을 일으켜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이제 그만 얘기해요.”부드러운 입술이 얼굴에 닿자 유강후는 순간 눈앞이 맑아졌다.예전에 온다연은 매일 아침 이렇게 그에게 입을 맞추곤 했다.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의 입맞춤을 얻으려면 살갗이 찢겨지는 고통과 바꾸어야 한다.유강후는 씁쓸한 마음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이렇게 해야죠. 볼에 한 건 무효.”온다연은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음에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유강후가 걱정되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밀어냈다.“강 대표님, 정말...”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강후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눈을 감는 그의 모습이 보였고 거즈에 묻은 피는 점점 더 커져서 퍼지기 시작했다.온다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상처가 터진 거죠? 제가 가서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지 마요.”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묻은 엄청난 양의 피를 보며 몹시 걱정되었다.“안가 요.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온다니까요?”유강후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괜찮으니까 안 불러도 돼요. 유나 씨는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옆에 있어 줘요. 그럼 안 아파요.”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말을 듣고 온다연은 눈물이 차올랐다.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우리 예전에...”“예전에...”유강후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 나쁜 여자가 있었는데, 약속을 어기고 3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이 떠났어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마치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그 안에는 파란만장한 시간과 감정이 담겨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그가
온다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왜 한 달 동안 사과를 깎았어요?”유강후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사과를 잘게 썰어 먹여달라고 얘기했다.그러나 몇 입 먹기도 전에 진수현 부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찰싹 달라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진수현은 곧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이때 안심이 옆에서 눈치를 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성질머리 좀 죽여요. 유나를 다친 게 한 것만으로도 부족해요?”진수현은 그제야 화를 참으며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유나야, 엄마가 상처 좀 확인하고 싶다네? 같이 나가봐.”온다연은 머뭇거리다가 손에 든 사과 접시를 내려놓더니 유강후와 진수현은 번갈아 바라봤다.“아빠, 때리지 마요. 이 상태에서 더 때리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날은 제가 먼저 강 대표님한테 다가갔어요. 강 대표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진수현은 사랑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딸 앞에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안 때리니까 엄마랑 같이 나가봐.”온다연이 나가자 진수현은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감히 내 딸을 사과 깎게 만들어? 손이 없어 발이 없어?”말을 내뱉고 나서야 유강후가 본인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작 이 정도로 끝났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사내자식이 그것도 못 버텨? 10대 맞고 쓰러진 게 남자니? 이렇게 약해빠져서야 되겠어?”유강후가 답했다.“아직 끝났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어떻게 하시든 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진수현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유나가 며칠 동안 널 돌보겠다고 애원하지 않았다면 병문안 보내지도 않았어. 괜히 무안하게 만들거나 무시하고 괴롭히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유나의 과거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어? H국 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강 대표는 알고 있지? 빠짐없이 얘기해 봐.”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었다.“네. 건강이 회복되면 직접 자료를 정리해서...”
유강후는 애정 어린 눈길로 온다연을 바라봤다.“걱정돼요?”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대답 좀 똑바로 하면 안 돼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더니 가볍게 입을 맞췄다.“유나 씨랑 같이 있으면 그렇게 못해요.”온다연은 화가 난 듯 그의 손을 뿌리쳤다.“이럴 줄 알았으면 아빠한테 한 대 더 때리라고 할걸.”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를 거예요.”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던 온다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아무튼 그냥 내 곁에 있으면 돼요. 어디에도 가지 말고.”...곽혜진이 준 연고는 효과가 엄청 좋았다. 불과 일주일 만에 유강후의 몸에 난 흉터가 많이 회복되었다.나중에 그녀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약과 큰 약수통을 보내왔고 유강후에게 매일 일정량을 욕조에 넣은 후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정말 혀를 내두를 수 있는 실력이다. 단 보름만에 유강후의 상처는 이미 절반 이상 회복되었다.점심 무렵, 이권이 욕조에 약수를 넣으려고 하자 유강후가 재빨리 말렸다.“이제 안 넣어도 돼.”이권은 의아했다.“혜진 씨가 이걸 넣어야 빨리 회복된다고 했어요. 이 약수가 진짜 보물인가 봐요. 도련님이 하도 빨리 회복하니까 병원에서는 체질이 타고났다면서 혈액 검사해 봐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니까요?”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넣지 말라고 하면 그냥 하지 마. 이정도 되면 천천히 회복해야 돼. 약수는 엄마랑 진씨 가문에 좀 보내고, 남은 건 네가 애들이랑 나눠서 가져.”이권은 마법의 약수를 얻었다는 생각에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도련님, 감사합니다. 혜진 씨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칭찬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실력을 보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아참, 도련님은 일부러 천천히 나으려고 이러시는 거죠?”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뭔 말이 이렇게 많아. 갖기 싫어서 이러는 거야? 그럼 다른 사람한테 줄게.”그러자
유강후는 애정 어린 눈길로 온다연을 바라봤다.“걱정돼요?”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대답 좀 똑바로 하면 안 돼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더니 가볍게 입을 맞췄다.“유나 씨랑 같이 있으면 그렇게 못해요.”온다연은 화가 난 듯 그의 손을 뿌리쳤다.“이럴 줄 알았으면 아빠한테 한 대 더 때리라고 할걸.”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를 거예요.”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던 온다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아무튼 그냥 내 곁에 있으면 돼요. 어디에도 가지 말고.”...곽혜진이 준 연고는 효과가 엄청 좋았다. 불과 일주일 만에 유강후의 몸에 난 흉터가 많이 회복되었다.나중에 그녀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약과 큰 약수통을 보내왔고 유강후에게 매일 일정량을 욕조에 넣은 후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정말 혀를 내두를 수 있는 실력이다. 단 보름만에 유강후의 상처는 이미 절반 이상 회복되었다.점심 무렵, 이권이 욕조에 약수를 넣으려고 하자 유강후가 재빨리 말렸다.“이제 안 넣어도 돼.”이권은 의아했다.“혜진 씨가 이걸 넣어야 빨리 회복된다고 했어요. 이 약수가 진짜 보물인가 봐요. 도련님이 하도 빨리 회복하니까 병원에서는 체질이 타고났다면서 혈액 검사해 봐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니까요?”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넣지 말라고 하면 그냥 하지 마. 이정도 되면 천천히 회복해야 돼. 약수는 엄마랑 진씨 가문에 좀 보내고, 남은 건 네가 애들이랑 나눠서 가져.”이권은 마법의 약수를 얻었다는 생각에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도련님, 감사합니다. 혜진 씨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칭찬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실력을 보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아참, 도련님은 일부러 천천히 나으려고 이러시는 거죠?”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뭔 말이 이렇게 많아. 갖기 싫어서 이러는 거야? 그럼 다른 사람한테 줄게.”그러자
온다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왜 한 달 동안 사과를 깎았어요?”유강후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사과를 잘게 썰어 먹여달라고 얘기했다.그러나 몇 입 먹기도 전에 진수현 부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찰싹 달라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진수현은 곧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이때 안심이 옆에서 눈치를 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성질머리 좀 죽여요. 유나를 다친 게 한 것만으로도 부족해요?”진수현은 그제야 화를 참으며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유나야, 엄마가 상처 좀 확인하고 싶다네? 같이 나가봐.”온다연은 머뭇거리다가 손에 든 사과 접시를 내려놓더니 유강후와 진수현은 번갈아 바라봤다.“아빠, 때리지 마요. 이 상태에서 더 때리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날은 제가 먼저 강 대표님한테 다가갔어요. 강 대표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진수현은 사랑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딸 앞에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안 때리니까 엄마랑 같이 나가봐.”온다연이 나가자 진수현은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감히 내 딸을 사과 깎게 만들어? 손이 없어 발이 없어?”말을 내뱉고 나서야 유강후가 본인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작 이 정도로 끝났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사내자식이 그것도 못 버텨? 10대 맞고 쓰러진 게 남자니? 이렇게 약해빠져서야 되겠어?”유강후가 답했다.“아직 끝났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어떻게 하시든 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진수현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유나가 며칠 동안 널 돌보겠다고 애원하지 않았다면 병문안 보내지도 않았어. 괜히 무안하게 만들거나 무시하고 괴롭히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유나의 과거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어? H국 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강 대표는 알고 있지? 빠짐없이 얘기해 봐.”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었다.“네. 건강이 회복되면 직접 자료를 정리해서...”
마음이 약해진 온다연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속삭였다.“책임 안 진다고 한 적은 없는데...”“무조건 책임져야죠. 전 이미 진씨 가문에 얘기했고 유나 씨는 이제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될 사람이에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다연은 몸을 일으켜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이제 그만 얘기해요.”부드러운 입술이 얼굴에 닿자 유강후는 순간 눈앞이 맑아졌다.예전에 온다연은 매일 아침 이렇게 그에게 입을 맞추곤 했다.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의 입맞춤을 얻으려면 살갗이 찢겨지는 고통과 바꾸어야 한다.유강후는 씁쓸한 마음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이렇게 해야죠. 볼에 한 건 무효.”온다연은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음에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유강후가 걱정되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밀어냈다.“강 대표님, 정말...”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강후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눈을 감는 그의 모습이 보였고 거즈에 묻은 피는 점점 더 커져서 퍼지기 시작했다.온다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상처가 터진 거죠? 제가 가서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지 마요.”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묻은 엄청난 양의 피를 보며 몹시 걱정되었다.“안가 요.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온다니까요?”유강후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괜찮으니까 안 불러도 돼요. 유나 씨는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옆에 있어 줘요. 그럼 안 아파요.”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말을 듣고 온다연은 눈물이 차올랐다.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우리 예전에...”“예전에...”유강후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 나쁜 여자가 있었는데, 약속을 어기고 3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이 떠났어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마치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그 안에는 파란만장한 시간과 감정이 담겨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그가
온다연의 눈은 희미하게 충혈되었고 눈 밑에는 검푸른 다크써클도 내려왔다.딱 봐도 제대로 쉬지 못한 사람의 모양이었다.유강후가 깨어나자 그녀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드디어 깼네요.”“물 마실래요?”그러더니 따뜻한 물을 한 잔 부어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따라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뒤돌아봐요. 상처 좀 보게.”유강후는 상반신 전체가 거즈로 감겨 있어 움직임이 불편했고 조금만 움직여도 찢어진 피부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아주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눈앞이 어두워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온다연의 상처가 제일 먼저 걱정되었다.온다연은 순순히 돌아서서 등에 걸친 옷을 들어 올렸다.눈처럼 새하얀 그녀의 등에는 흉측한 상처가 있었다. 워낙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운 탓인지 유난히 흉터가 더 돋보였고 다소 충격적이었다.유강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직도 아파요?”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곽 의사님이 보내준 약을 발랐더니 많이 좋아졌어요.”“우리 아빠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면서 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한 거예요? 숨겼어도 됐잖아요.”유강후는 그녀를 옆에 앉히고선 천천히 옷을 내려주며 말했다.“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잖아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겠어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몸을 감싼 거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더니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흉터가 많이 남을텐데...”그러자 유강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남자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런데 유나 씨가 보기 흉하다고 하면 피부 이식받을게요.”그 한마디에 온다연은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했다.“보기 흉하다고 한 적은 없는데...”유강후는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하얀 목을 보더니 가슴이 간질거렸다.오랫동안 고생만 하다가 이제야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하
그 말에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다“괜찮아요. 당연히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죠. 다른 건 나중에 얘기해요.”“미안해요, 지훈 씨.”“미안해. 유나야.”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그리고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그러나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염지훈의 등 뒤로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차는 없어요. 아메리카노 가져왔으니까 마시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그 여자는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꽤 늠름해 보였고 염지훈 앞으로 다가오더니 커피 한잔을 무심하게 툭 내려놓았다.그러나 곧이어 커피가 쏟아져 앞에 놓인 서류들을 적셨다.화가 난 염지훈은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권예진, 내가 일할 때 방해하지 말라고 얘기했지? 다시 한번 이러면 그 손목 잘라버린다. 명심해.”권예진이라고 불리는 여자는 아파서 소리를 지르더니 염지훈의 손을 뿌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빠가 아니었으면 그쪽 비서 같은 건 죽어도 안 해요. 제발 빨리 죽어요.”“꺼져.”그러자 권예진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 염지훈은 관자놀이를 비비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미안해. 갑자기 욱했네.”온다연은 다소 거친 염지훈의 행동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억 속의 염지훈은 늘 부드러우며 다정한 사람이었고 소리높여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온다연이 말이 없자 염지훈은 당황한 듯 황급히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마. 우리 아빠랑 예진이 아빠가 절친이셨거든. 나랑 예진이는 어릴 때 잠깐 알고 지낸 사이였고 그 후로 연락 안 했어. 그런데 며칠 전에 아빠가 갑자기 돌봐달라고 부탁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온다연은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요. 나이가 어려 보이던데 화만 내지 말고 잘 타일러요.”염지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돌봐줄 시간이 없어.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지다 보니 쟤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네. 내일 바로 비서한테 넘길 거야.”“아참, 아까 미안하다고 했지? 뭐가?
지난 몇 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났고, 온다연은 자신이 과거에 정말 유강후를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연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렇지 않다면 왜 처음 유강후를 보고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토록 가슴이 미어졌겠는가?게다가 그녀는 항상 자신도 모르게 유강후에게 끌렸고 그의 무심한 눈빛만으로도 하루 종일 얼굴을 붉히곤 했다.‘우리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강 대표님은 왜 계속 회피하는 것 같지?’그가 건강을 회복하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만약 그들의 과거가 아름다웠다면 정식으로 다시 만나도 전혀 무방하지 않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온다연은 그의 침대 옆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그리고 그녀는 긴 악몽을 꿨다.꿈속에는 여전히 피가 가득했다. 유강후는 그녀를 구하려다 여러 번 칼에 찔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거의 숨을 거둔 상태였다.온다연은 울고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유강후의 가족들이 그녀를 증오했다.꿈속에서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험악한 말로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저주했다.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매일 넋이 나간 채 유강후의 병상 옆을 지켰다.나중에 그는 마침내 깨어났지만 온다연이 쓰러지고 말았다.또 한참이 지나 온다연이 의식을 되찾았을 땐 그에게 아이가 생겼다고 말했다.유강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표정에서 깊은 수심이 느껴졌다.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즐겁고 행복하던 나날은 아이가 태어나던 날에 갑작스럽게 끝났다.그날 아이가 떠났다.모든 게 꿈이란걸 알았지만 온다연은 온몸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그러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절벽 끝에 서게 되었다.큰 굉음과 함께 그녀는 바닥에 빠졌고 모든 것이 끝을 맺으며 온다연은 악몽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으며 부드럽게 유강후의 손을 잡았다.깨어 있는데
온다연은 극심한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억지로 버티면서 유강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아파요?”유강후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무릎을 꿇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왜 갑자기 뛰어들었어요? 이건 나랑 회장님 사이의 일인데...”그녀는 유강후의 입가에 맺힌 핏자국을 닦고 싶었지만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시야가 어두워졌고, 결국 유강후의 품에서 의식을 잃었다.이를 본 유강후는 충격에 빠졌다.“유나 씨!”이때 진수현도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어 딸을 안으려고 했지만 안심이 그를 붙잡았다.“툭하면 욱하는 성질머리 좀 고쳐요.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유강후가 딸을 안고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에 진수현은 후회가 밀려왔다.“유나가 갑자기 달려들 줄은 몰랐어.”진수현은 다가가 온다연을 안으려고 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심이 그를 또다시 말렸다.“강 대표한테 맡기죠.”진수현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하지만...”그러자 안심이 입을 열었다.“수현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런데 수현 씨도 한때 젊은 시절이 있었으니 잘 알잖아요. 진씨 가문이 예전에 우리를 어떻게 괴롭혔는지.”“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유나도 겪었으면 좋겠어요?”그 말에 이성을 되찾은 진수현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안심과 함께 그들의 뒤를 따랐다.병원에 도착하여 의사에게 직접 온다연을 넘겨주고 나서야 유강후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그의 등, 가슴, 복부 전체에는 이미 멀쩡한 살점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핏자국이 옷과 함께 말라붙었고 옷을 떼어낼 때마다 살갗이 한 겹 벗겨지는 느낌이었다.때마침 눈을 뜬 온다연은 유강후를 만나겠다며 난동을 피웠고, 결국 응급실로 들어가자마자 의사가 피 묻은 옷을 찢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그녀는 서럽게 눈물을 터뜨리며 달려가더니 의사에게 그만하라며 소리쳤다.안심이 강제로 그녀를 끌고가 상처를 치료할 때까지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진수현 역시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올리자 채찍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유강후의 몸에 떨어졌다.탁!둔탁한 소리에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유강후의 옷은 곧바로 찢겨졌고 살갗도 금세 갈라졌다.순식간에 등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보기 흉할 정도로 섬뜩했다.진수현은 차갑게 웃었다.“아파? 이건 시작일 뿐이야. 내 딸을 괴롭힌 대가는 치러야지.”유강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진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계속하시죠.”그 말에 진수현은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었다.“죽을 때가 되면 정신을 차리겠지.”말이 끝나는 동시에 날카로운 채찍이 연달아 날아들었다.채찍을 맞으며 유강후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지만 등을 곧게 펴고 조금의 신음도 내지 않았다.진수현은 꺾이지 않는 그의 고집에 화가 난 듯 또다시 몇 차례 채찍질을 했다.이 채찍은 금속으로 특수 제작된 거라 특히나 무게감이 상당했고 일반인은 한 대만 맞아도 뼈가 부러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세 대를 맞는 순간 의식 잃고 쓰러져 6개월 동안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유강후처럼 튼튼한 체격을 가졌더라도 여섯, 일곱 번의 채찍을 맞고 나면 슬슬 한계가 온다.아니나 다를까 그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반쯤 무릎을 꿇었다.입고 있는 옷은 전부 찢겨졌고 살갗은 뒤집혀 피투성이가 되어 끔찍하기 그지없었다.그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더니 등을 꼿꼿이 세운 뒤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계속하시죠.”그러자 진수현이 차갑게 말했다.“생각보다 대단하네. 하지만 내가 인정을 베풀 거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한대도 빠짐없이 때릴 거거든.”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은 그림자가 뛰어왔다.“아빠, 그만해요.”진수현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막아.”그러자 경호원들은 즉시 온다연을 막았다.온다연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아빠, 제가 다 설명할게요. 정말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강 대표님은 절 괴롭힌 적이 없어요.”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레 유강후를 향했고 곧바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이권과 경호원들은 어쩔 수 없이 총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경계하며 총을 움켜쥐고 있었다.그들의 시선은 진수현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가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듯 긴장함을 늦추지 않았다.진수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참 잘하는 짓이다. 경호원들을 동원했다고 해서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유강후가 입을 열었다.“전 싸우러 온 게 아니라 회장님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그는 몸을 돌려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다 나가.”경호원들은 눈치를 살피다가 마지못해 천천히 문 쪽으로 물러섰다.진수현은 피식 웃더니 갑자기 들고 있던 총을 그에게 집어던졌다.“내 딸을 괴롭혀놓고 감히 뻔뻔하게 찾아와서 행패를 부려? 동의를 얻고 싶다고? 안될 건 없지. 다만 조건이 있어.”“첫째, 네 다리를 하나 내놓는다. 둘째, 서른 대의 채찍질을 받는다.”“이걸 할 수 있다면 진지하게 두 사람의 결혼을 고민해 보지.”유강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총구를 자신의 다리에 겨누었다.이를 본 이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달려와 유강후를 감싸안았다.“안 됩니다.”유강후는 그를 뿌리치고 단호하게 말했다.“누가 들어오래? 나가.”이권은 그를 껴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정말 다리를 쏠 생각입니까?”유강후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마지막 경고야. 계속 내 옆에서 일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물러서.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도련님, 제가 어떻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겠습니까.”유강후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손을 들어 이권의 목덜미를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눈앞이 캄캄해진 이권은 곧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그는 단호하게 말했다.“데려가.”경호원들이 이권을 데리고 나가자 진수현이 차갑게 말했다.“왜? 이제 와서 겁나?”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총을 꽉 움켜쥐더니 총구를 자신의 왼쪽 다리에 겨누었다.그러고선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진수현은 여전히 눈 하나 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