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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작가: 손이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10 14:16:41
유강후의 표정은 한결같이 차가웠다. 그러나 어두운 눈빛이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긴장할 것 없어요. 이 치마를 어떻게 얻었는지만 알려줘요.”

말투에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에 사장은 감히 그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치마를 건네면서 말했다.

“어제저녁 10시쯤에 고등학생 정도 되는 것 같은 여자애가 이 치마를 팔러왔어요. 4000만 원 정도 하는 신상인데 회수할 수 있냐고요. 저는 본 적 없는 디자인이라 당연히 가짜라고 생각하고 쫓아내려고 했죠. 근데 그 여자애가 끝까지 신상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짝퉁 같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본 적 없는 건 사실이니까 기부하는 셈으로 20만 원을 주고 팔았죠. 후에 다시 찾아보고 아직 판매하지 않은 다음 시즌 신상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단추에서 도련님이 남긴 흔적을 발견해 에이전시에 연락한 거예요.”

말을 마친 사장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면서 유강후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라도 유강후의 심기를 건드리면 그의 밥그릇이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유강후는 치맛자락을 매만지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 어때 보였어요?”

사장은 기억을 되짚으며 대답했다.

“어디 아픈지 안색이 좋지 않았어요. CCTV에 찍혔을 텐데 확인하시겠어요?”

이때 이권이 밖에서 들어오면서 말했다.

“찾았습니다.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에 있는 모양입니다.”

유강후의 어두운 표정은 저승사자를 연상케 했다. 이권도 감히 그를 직시하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너무 오래된 아파트라 기초 시설이 전혀 안 되어 있습니다. CCTV도 없어서 인공위성으로 겨우 찾아냈습니다.”

“앞장서.”

이곳은 경원 최초 아파트가 들어선 곳이다. 적어도 40년의 역사는 있을 것이다. 그런 곳이 이제는 빈민가가 되어 거의 만 명의 되는 가구가 살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보이는 신형 아파트와 이곳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골목길도 엄청 좁아서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차를 골목에 세우고 20분 정도 걸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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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화

    문을 열자마자 심각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그래도 조금 청소한 티는 났다.소파는 20년 전에 유행하던 목제 소파이다. 위에는 원래 모습을 알 수 없는 누런 천이 덮여 있었다. 나무 바닥은 전부 갈라져 있었는데, 한 발짝 옮길 때마다 기괴한 삐걱 소리가 났다.낡은 테이블에는 보온병, 종이컵, 그리고 두 개의 컵라면이 있었다. 덜렁거리는 창문 사이로는 계속 바람이 새어 들어왔고 공기 속에는 선명한 피비린내가 있었다.유강후는 점점 어두워지는 눈빛으로 온다연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몇 번 더 불렀는데도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도 없었다.이권은 황급히 말했다.“제가 경비한테 물어봤는데 최근 외출한 적 없다고 합니다. 아마 방에 있을 것 같습니다.”자그마한 집에는 방 두 개가 있었다. 유강후는 오른쪽 방을 힐끗 보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방 중앙의 침대 위에는 백옥같이 희고 작은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녀는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큰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가느다란 팔다리는 보라색 침대 시트 위에 완전히 드러났다.햇빛은 낡은 창을 통해 얼룩덜룩 그녀의 몸을 비추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머리카락은 침대 위에 마구 흩어졌고, 입술 색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보였다.입술 가장자리에서 목까지는 마르지 않은 검붉은색 핏자국이 있었다. 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을 보자마자 안색이 변했다.“다연아!”온다연은 침대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코에 손가락을 대보았고, 따듯한 숨결을 느낀 다음에야 한시름 놓았다.위험천만한 사고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랐던 유강후의 눈빛은 마치 심연에 빠진 것처럼 어둡고 차가웠다. 그는 손을 올려 온다연의 티셔츠를 벗겼다. 가슴과 복부 전체에 멍이 들어 있었고, 긁히면서 생긴 핏자국은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유강후의 손은 약간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다연아.”여전히 반응이 없자 유강후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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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5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차가운 손을 잡고 모든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래, 병원에 가지 말고 집에 가자.”그는 이권이 건네는 담요를 침대에 깔고 온다연의 몸에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리고 최대한 누운 자세 그대로 안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그의 아우라에 경비는 왜 사람을 이런 식으로 안고 나가는지조차 묻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 병원에 가지 않고 한 한의원으로 향했다.노련한 한의사는 온다연의 상태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진찰을 시작했다.“갈비뼈 두 대가 부러졌습니다. 내장이 손상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태로 봤을 때 감염이 확실한 것 같군요.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합니다.”한의사는 거의 죽어가는 온다연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저는 한의사라 수술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저희가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다른 병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 순간, 온다연이 유강후의 옷깃을 잡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한의사에게 말했다.“이곳에서 수술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술실 좀 빌리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원에서 가장 뛰어난 외과 의사가 헬리콥터를 타고 이 작은 한의원에 도착했다. 50대가 되는 최고 전문가도 온다연의 상태에 놀라며 즉시 수술을 결정했다.그러나 그녀의 부상이 심각하고 하도 오래 방치되어서 한의원의 장비와 시설로는 수술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의사는 빨리 큰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했다.온다연은 여전히 유강후의 옷깃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허약했다. 유강후는 맞은편의 사립 병원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다연아, 우리 병원에 가는 건 어때?”온다연은 입을 달싹거렸지만 소리를 내지 못했다. 분위기는 최고로 가라앉았고, 공기 중에는 죽음의 냄새가 감돌았다.한의사와 이권은 식은땀을 흘리며 유강후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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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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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7화

    이권은 USB를 건네면서 말했다.“여기 모든 영상이 담겨 있습니다.”유강후는 온다연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서리가 내린 듯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노트북을 가져와.”이권이 노트북을 가져오고 그는 USB 속에 담긴 영상 파일을 열었다. USB 안에는 수십 개의 영상이 있었다. 모두 온다연이 그동안 겪어온 학대와 폭력을 증명하는 자료였다.유강후는 무작위로 하나를 클릭했다. 오래 전의 영상인 듯했다. 화면 속 온다연은 13살이나 14살 정도로 보였고, 자그마한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는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서 있었다.소리는 없었지만, 그들의 입 모양을 통해 얼마나 모욕적인 말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온다연은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발길질과 욕설을 견뎌냈다.장소는 분명히 학교였지만 아무도 이를 막지 않았다. 화면을 통해서도 그녀의 절망이 느껴졌다.유강후는 물끄러미 영상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점점 더 강한 분노가 일고 있었다. 이권은 그가 주먹을 틀어쥔 것을 보고 무안한 표정으로 눈치를 봤다.첫 번째 영상은 10분 남짓 지속되었고, 곧 두 번째 영상이 재생되었다. 이번에는 대학교에서 찍힌 영상 같았다. 화면은 흐릿하고 심하게 흔들렸다.온다연은 하얀 치마를 입고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녀는 한 걸음씩 계단 쪽으로 밀려가고 있었다.“네가 감히 준우 선배를 꼬셔? 너 죽여버릴 거야!”“너 우리 학교 남자랑 전부 잔 적 있다며? 그 더러운 주둥이로 준우 선배까지 유혹해?”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발걸음은 여자들에게 밀려 점점 계단 끝으로 밀려갔다.이때 키 큰 여자가 화면에 나타나 그녀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온다연은 짧은 신음을 냈지만 여전히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다시 비속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온다연은 계단에서 밀려 떨어졌다. 화면은 급격히 흔들리면서 멈췄다.이윽고 다음 영상이 재생되었다.이번에는 온다연이 도망치는 모습이었고, 역시나 화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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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8화

    이권도 방금 본 영상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야 온다연의 인내심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20살밖에 안 된 소녀가 갈비뼈가 두 대나 부러졌는데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기 때문이었다.그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며, 산산조각 난 컴퓨터를 한 조각씩 주워 담았다.“이 영상들은 몇 명의 손을 거쳤는지 모릅니다. 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촬영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전부 찾아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유강후의 목소리는 지옥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싸늘했다.“찾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부 찾아내. 내 사람을 함부로 괴롭히도록 놔둘 수는 없지. 고씨 가문을 잡을 증거도 수집해. 백배, 천배로 되갚아주도록 하겠어.”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싸늘한 공기를 복도 전체에 퍼뜨렸다. 주변의 공기는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워서 소름이 돋았다.이때 중환자실의 문이 예고 없이 열리며 간호사가 뛰쳐나왔다.“환자가 깨어났어요. 빨리 임 교수님을 불러오세요.”이 말을 듣고 유강후는 벌떡 일어나면서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문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안 돼요, 들어가면 안 됩니다. 외부인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다연이 깨어났다고요?”“네, 깨어났지만 들어가시면 안 돼요. 임 교수님이 오셔서 확인한 후에 알려드릴 거예요.”하도 담배를 피워서 유강후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잠겨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기세는 여전했기에 간호사는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게다가 담배 냄새도 심해서 더더욱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이때 임교수가 도착해 유강후에게 인사하고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중환자실의 문이 단단히 닫혀 있어서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한참 후에 임교수가 나왔다. 마스크를 벗은 그는 훨씬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참 운이 좋은 분이시네요. 특효약이 잘 들어서 예상보다 빠르게 버텨냈어요. 이제 중환자실에 3일 정도만 더 있으면 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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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9화

    3일 후 온다연은 정말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넓은 VIP 병실에는 침대가 하나만 놓여 있었다. 공기 청정기는 24시간 내내 작동했고, 창가와 협탁에는 장미꽃이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이 고즈넉하고 평화로워 보였다.유강후는 갓 끓인 야채죽을 들고 온다연에게 한 숟가락씩 천천히 먹여줬다. 온다연은 손에 주삿바늘을 꽂은 채 침대에 반쯤 기대어 있었다.며칠 동안 영양제만 맞아서일까, 그녀는 위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야채죽 몇 숟가락에 배부른 것을 보면 말이다.더 이상 못 먹을 것 같았던 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더는 못 먹겠어요.”그녀는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깨어 있는 시간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지금도 야채죽 몇 숟가락을 먹고 나니 또 피곤해졌다.유강후가 그릇을 내려놓으러 간 사이에 그녀는 이미 베개에 기대어 잠들었다. 며칠 사이에 부쩍 말라서 이전보다 더 작아 보였다.그녀의 얼굴은 원래도 작았지만, 이제는 유강후가 한 손으로 가릴 수 있을 정도였다. 깊이 잠든 것은 아닌지 그녀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속눈썹을 살짝 건드렸다. 정말로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이내 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따라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거의 보이지 않는 붉은 자국을 남겼다.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그녀의 몸에 자국을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끔찍할 정도로 강한 소유욕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는 모두 것에 표식을 붙여야 했다.물건도 그렇고,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이 손댄 것은 망가졌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유강후가 병실을 나서고,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이권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조씨 가문에서 또 수작을 부리고 있습니다. 조작된 영상을 온라인에 퍼뜨려 온다연 씨를 비방하고 있습니다.”유강후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증거 수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이권이 대답했다.“고유정 씨에 대한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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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0화

    유강후의 눈동자는 차갑고도 어두웠다. 막강한 매력을 가진 눈동자였다. 그의 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끝없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던 찰나, 빙하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나를 그린 거야?”온다연은 화들짝 놀라며 종이를 구겨서 뒤로 숨겼다. 그리고 곧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유강후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말이다.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황한 듯 말했다.“왜 출근 안 했어요...?”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바닥에서 뭉개진 종이를 주워 펼쳐 보았다. 눈빛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잘 그렸네. 나보다 더 잘생겼어.”온다연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래도 두 달간 유강후가 직접 돌봐 준 덕분에 전처럼 무서워하지는 않았다.잠시 침묵에 잠겼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삼촌이 더 잘생겼어요.”이건 진심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유강후의 외모가 뛰어난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는 수많은 사람을 홀릴 수 있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까이하고 싶어지는 그런 잘생김이었다.반대로 유강후는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온다연의 말을 들으니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더니,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천천히 쓰다듬었다.“오늘 점심 많이 안 먹었다며? 생선죽이 별로였어?”온다연의 식습관은 두 달 동안 점차 드러났다. 그녀는 가리는 음식이 꽤 많은 편이었다.예를 들어, 줄기보다는 잎이 많은 채소를 좋아하고, 표면이 거친 과일보다는 매끄럽고 예쁜 과일을 더 좋아했다. 고기는 잘 먹지 않았고, 특히 붉은 고기는 더더욱 먹지 않았다. 고기의 색깔이 진하면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그녀의 식성은 음식의 모양에 따라 결정되었다. 하지만 크게 앓고 나면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는 법이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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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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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50화

    장화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도련님은 요즘 정말로 일이 많습니다. 아이를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에요. 사모님...”그때, 온다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집사님, 집사님이 만들어주시는 해산물 죽이 먹고 싶어요. 지금 가서 만들어서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그러자 장화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도련님은 며칠 후에 돌아오실 겁니다.”이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병실을 나섰다.장화연이 떠난 후, 온다연은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정아 씨, 부탁할 게 있어요.]곧바로 답장이 돌아왔다.[무슨 일인데요?]온다연은 잠든 아이를 돌아보았다.작고 귀여운 얼굴로 평온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눈을 감고 낮게 속삭였다.“아가, 너 정말 엄마의 아이가 맞니?”물론 아기는 대답할 수 없었다.잠시 침묵한 후, 온다연은 조심스럽게 아이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뽑고 자신의 머리카락도 뽑아 휴지에 싸서 보관했다.그리고 다시 임정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DNA 샘플 비교 좀 해줘요. 믿을 만한 기관으로 부탁해요.]그러자 임정아는 의아한 듯 답을 보냈다.[갑자기 무슨 DNA 비교예요? 설마 다연 씨 아들이 친아들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거예요?]온다연은 간결하게 답했다.[부탁할게요. 최대한 빨리 부탁해요.][알겠어요. 지금 어디예요? 내가 사람을 보낼까요, 아니면 다연 씨가 직접 가져올래요?][밖으로 나가기 좀 어려워요. 사람이 오면 좋겠어요. 지금 인평 병원에 있어요.][마침 내 비서가 그 근처에 있어요. 병원 밖으로 전달할 수 있겠어요?][고마워요.]온다연은 전화를 끊고 머리카락을 휴지로 싼 뒤 작은 약통에 넣었다.그리고 병실을 나가 어린 간호사를 찾아냈다.그녀는 몇만 원의 현금을 건네며 약통을 주고 말했다.“여기에는 특효 화상약이 들어 있어요. 병원 밖에 있는 제 친구에게 전달해 주시면 됩니다.”간호사는 온다연의 신분을 알아채고 돈을 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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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연은 그동안 한 번도 병원을 떠난 적이 없었다.비록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매일 아이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어느 순간 아이의 성장이 너무나도 빠른 날들이 있었다는 점을 말이다.그녀의 가슴이 세차게 조여들었고 목구멍에서 다시 쓴맛과 피비린내가 올라왔다.이 병원은 유강후의 소유였다.그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도 꾸밀 수 있는 곳이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온다연은 마음속으로 외쳤다.‘이 아이는 내 아이야. 그리고 그 사람의 아이이기도 해!’유강후가 아무리 차가운 사람일지라도 그녀와 이 아이를 이렇게 잔인하게 대할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가능성은 떠올리지 못했다.그 아이가 이미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다는 끔찍한 진실을 말이다.한참을 화장실에서 멍하니 있다가 온다연은 천천히 문을 열고 나왔다.밖에 서 있던 장화연은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과 젖어 있는 머리카락을 보고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사모님, 어디 안 좋으신 거예요? 주성원 선생님 불러올까요?”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 없이 침대로 걸어갔다.그리고 아이를 내려다보며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아이는 우유를 다 마시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작고 고운 얼굴이 평화롭고 사랑스러워 보였다.온다연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아이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졌다.익숙한 온기와 은은한 우유 냄새...그 모든 것은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했다.‘아니야, 이 아이는 내 아이야!’그녀는 몸을 숙여 아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가.”잠결에 아이는 손을 움직이며 온다연의 옷자락을 잡았다.그 순간, 온다연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지만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뒤이어 그녀는 아이의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침대 옆에 천천히 앉았다.장화연은 온다연의 이상한 모습을 눈치채고 조심스레 말했다.“그래도 주성원 선생님을 부르는 게 좋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48화

    온다연은 보고서를 내려다보았다.그것은 그녀의 아들 강우림의 혈액 검사 결과였다.한참을 훑어봤지만 겉보기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일부러 보냈다는 것은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였다.그녀는 보고서를 들고 한참을 고민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의사에게 보여주었다.의사는 데이터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몇몇 수치가 정상 범위를 약간 초과했으며 이는 폐렴 증상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그 외에는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했다.온다연은 이 정도로는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민 끝에 아이의 이름과 개인 정보를 모두 가린 뒤, 사진을 찍어 유명한 육아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그리고 조금 더 많은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소액의 광고를 걸었다.약 한 시간이 지나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초반에는 별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없었다.그러다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이 아이 부모님 혈액형은 어떻게 되나요?]그 댓글을 본 온다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만약 온다연의 기억이 맞다면 그녀는 B형이고 유강후는 O형이었다.그런데 아이의 혈액형은 AB형이었다!의학적 상식으로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머릿속이 어지럽고 귓속이 웅웅거렸다.심장은 마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쳤다.곧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댓글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어머니가 B형이고 아버지가 O형이라면 아이가 AB형일 수 있나요?]댓글을 남기고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아이는 조용히 쪽쪽이를 물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온다연이 아이의 손을 만지자 아이는 그녀의 엄지를 꼭 쥐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작고 맑은 눈망울은 너무나도 예뻐서 웃을 때면 별빛이 떨어진 듯 반짝였다.온다연은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어떻게 내 아이가 아닐 수 있겠어?’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 아이는 내 아이야. 만약 이 아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47화

    나은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며 경악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 사실이에요?”소이섭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 아이는 온다연과 강후의 아들이 아닙니다.”그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차가운 기운을 담아 덧붙였다.“정확히 말하자면 온다연의 아들이 아니에요. 강후 같은 사람이 남의 아이를 키울 리가 없으니... 아마 온다연이 아이를 갖기 어렵다는 걸 알고 대리모를 찾은 걸 겁니다.”이 충격적인 사실에 정신이 멍해진 나은별은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그 판단이 맞는 것 같네. 당시 온다연은 임신 5개월도 안 됐는데 아이를 낳았다고 했어. 그렇게 작은 달수로 어떻게 아이가 살 수 있겠어? 그웬이 있었어도 불가능했을 거야...”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분명 온다연의 아이가 죽은 후, 대리모로 얻은 아이를 데려와 모두를 속이려 한 거야.”“강후 씨 정말 온다연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는구나...”이 사실을 깨닫자 나은별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온다연 천한 년, 감히 아이 하나 생겼다고 자리를 굳혔다고 착각해? 그런 신분으로 어떻게 강후 씨의 아이를 낳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정말 하늘은 공평하다니까...”잠시 아이를 떠올리는 소이섭의 눈에 씁쓸함이 스쳤다.“만약 그 아이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네다섯 살쯤 되었겠죠...”그는 나은별의 손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은별 씨가 원하는 걸 이루도록 도와줄게요. 하지만 은별 씨도 약속해줘요. 모든 일 끝나면 함께 떠나겠다고.”하지만 나은별은 말없이 손을 빼며 눈에 희미한 경멸을 감췄다.“지금 나씨 가문이 이런 상황인데 내가 떠날 수 있겠어?”그녀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소이섭은 소씨 가문의 둘째 아들일 뿐 첫 번째 상속자도 아니잖아. 이런 사람은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유강후 같은 남자뿐이었다.소이섭은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우리 아이가 아직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46화

    온다연은 꿈속에서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가슴은 누군가에게 심하게 짓눌려 폭발할 것처럼 아팠다.“아니야, 아니야.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었어.”그녀는 필사적으로 변명했지만 아이는 그저 울기만 했다.“엄마도, 아빠 모두 날 원하지 않았어요.”꿈에서 깨어난 후 온다연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베개마저 축축했다.그녀는 아이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무겁고 아팠다.분명 아이가 곁에 있는데 왜 그런 이상한 꿈을 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때 아이가 눈을 떴다. 검고 깊은 눈동자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가끔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미소에 텅 빈 마음이 서서히 채워지는 기분이었다.온다연은 아이를 꼭 안으며 그것이 단지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오후에 그녀는 한옥에 물건을 가지러 갔다. 그러나 어딘가에 부딪혔는지 늘 끼고 있던 팔찌가 끊어져 버렸다.바닥에 흩어진 구슬을 바라보던 온다연은 머릿속이 하얘졌다.그 팔찌는 유강후가 꼭 착용하라고 해서 그녀가 항상 끼고 있던 것이었다. 유강후 본인도 늘 팔찌를 차고 다녔다.가끔 그녀가 잊고 착용하지 않으면 유강후가 직접 손수 채워주곤 했다.“이 팔찌는 내가 대사님한테서 직접 구한 거야. 너를 평생 무사히 지켜줄 거야.”그가 이렇게 말했었다.그러나 지금의 그녀와 유강후 사이에는 더 이상 ‘무사함’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온다연은 허리를 숙여 구슬 하나를 주웠다.검은 흑요석은 아직 그녀의 체온을 머금고 있었다.매끄럽게 다듬어진 구슬은 사실 흔한 재질로 특별할 것 없는 물건이었다.하지만 그중 하나, 호박 구슬만은 조금 달라 보였다.온다연은 호박 구슬을 들어 세심히 살펴보았다.손끝이 구슬을 스칠 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아픔이 밀려왔다.가슴이 누군가의 손에 짓이겨질 것처럼 아팠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그 순간, 어젯밤 꿈이 떠올랐다.“왜 날 버린 거예요!”“여기 너무 추워요!”...꿈속의 아이가 했던 말들이 생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45화

    이 비즈니스 제국은 마치 유강후 본인처럼 강력하면서도 사람을 불길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녔다.이 순간, 그녀는 마치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녀는 그림자 속에 숨어, 화려한 불빛 속에 서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았었다.그 소년은 아름답고 고귀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단 한 번의 눈길을 주었을 뿐인데, 그 후로 그는 그녀의 꿈속 단골이 되고 말았다.웅장한 건물들 옆을 지나는 차는 유독 작아 보였다. 그녀가 그의 앞에 서 있을 때와 꼭 같았다. 그토록 연약하고 하찮게.그러나 아무리 미약하고 저렴해 보이는 장난감일지라도, 그 자체의 존엄성은 있는 법.이제 그녀는 지쳤다.과거의 모든 것들은 이미 지나갔고, 앞으로 남은 인생은 새로운 시작이었다.온다연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기사님, 조금 더 빨리 가주세요.”병원에 돌아와, 온다연은 급히 옷을 갈아입었다.아이의 침대 옆에 잠시 앉아 있자, 장화연이 돌아왔다.온다연이 병실에 있는 걸 보자 마치 안도한 듯, 그녀는 다시 나갔다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온다연에게 전화기를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도련님께서 요즘 바쁘셔서 돌아올 수 없으세요. 한번 통화해 보세요.”온다연은 차분하게 전화를 받아들었다.유강후의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들려왔다.“다연아, 요즘 내가...”온다연은 그의 말을 끊어버리며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아요!”그녀는 휴대전화를 꽉 쥐며 속으로 말았다. “당신이 바쁜 거 알아요. 괜찮아요.”아프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하지만 그 아픔이 뭐가 중요할까?지금 그가 나오지 못한다는 건 차치하고, 설령 나올 수 있다 해도 그가 이 아이 곁으로 돌아올 리가 없었다.본처의 아이도 아프니 그는 원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유강후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천천히 말했다.“다연아, 나 보고 싶었어?”온다연은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녀는 순순히 대답했다.“보고 싶었어요.”유강후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44화

    하지만 문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뒤쫓아온 경찰이 그를 붙잡았다.“대표님, 함부로 행동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곤란해집니다!”장화연과 로운도 따라왔다.“도련님, 왜 그러세요?”유강후는 차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장 집사, 다연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장화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사모님은 병원에 계세요. 우림 도련님이 아프셔서 병실을 떠나지 않으려고 해요. 잠잘 때도 우림 도련님 곁을 지키고 계세요.”유강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여전히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남아 있었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온다연이 아이에게 얼마나 깊이 마음을 쏟고 있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을까?그는 아까 온다연이 그 차에 타고 있다고 느꼈었다!“장 집사 휴대폰으로 다연이에게 전화해 봐.”장화연은 곧장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유강후의 얼굴이 굳어졌다.“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지?”장화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도련님, 사모님께서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에 가셨을 거예요. 병원은 우리 사람들만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림 도련님께서 아프시니 사모님께서 어디로 갈 리 없으세요.”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경호팀에 연락해.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해.”장화연은 말없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제 핸드폰도 아마 도청당할 수 있어요. 혹시 불안하시다면, 바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의 전화로 사모님과 연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유강후는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다짐했다.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고통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났다.“장 집사,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두 사람 잘 부탁해.”장화연은 고개를 숙여 말했다.“제가 해야 할 입니다.”그녀는 말을 마친 후, 차로 돌아갔다.그 차가 멀어져 사라지기까지, 유강후는 잠시 그 자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43화

    온다연은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가세요.”장화연이 떠나자, 온다연은 곧바로 일어섰다.장화연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유강후는 회사에 아예 없었다.설령 회사에 있었다 해도, 그런 서류를 장화연이 가져갈 리는 없었다.직감적으로 장화연을 따라가면 그녀가 알고 싶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냥 나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온다연은 병원에서 간단히 간호사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병원을 빠져나왔다.서교 파출소 앞까지 따라갔을 때, 온다연은 그가 뭔가 큰일에 휘말린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새벽의 사무실은 여전히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문 앞에는 경찰차들이 가득했다.장화연이 파출소에 도착한 순간, 유강후는 그곳에서 걸어 나왔다.그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하얀 셔츠 하나만 입고, 손목에는 은색 수갑이 뚜렷하게 빛났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경찰 두 명이 서서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온다연의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녀는 택시 문에 손을 얹고 몸을 일으켰다.그때, 로운과 진시현이 다른 차에서 내렸다.온다연은 잠시 멈칫하며, 손을 천천히 문에서 떼었다.차가운 봄바람이 그녀의 뼈까지 시리게 만들었다.차창을 반쯤 열었지만 그 바람은 온몸을 휘감았는데 마치 그녀의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파서 외치고 싶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택시 안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택시는 어둠 속에 숨겨져 있어 아무도 그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그때 로운이 멀리서 보이는 검은색 파사트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김원도 그 미친놈은 아직도 포기할 기미가 없네요. 대표님, 좀 더 연기해 주세요. 이제 그들이 시현이 신분을 의심하지 않게 될 거예요.”유강후는 검은 차를 오래도록 응시한 후,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진시현의 머리를 스쳤다.진시현은 낮게 속삭였다.“실례하겠습니다, 대표님.”말을 마친 그녀는 유강후를 부드럽게 안더니 울음을 터뜨렸다.“아이가 오늘 열이 났어요. 빨리 나와요. 네? 저 혼자 집에 있으면 너무 무섭다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42화

    김원도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여기는 경원시야!”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게 뭐 어때서? 다시 나를 건드리면, 경원시에서도 너를 죽일 수 있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총을 던지고는 돌아서서 차에 올랐다.차가 장원을 떠날 때까지 김원도는 여전히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송지원은 냉정하게 말했다.“김원도 씨, 내가 당신이라면 당장 경원시를 떠날 겁니다. 여기는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떠나는 유강후의 차를 예리하게 응시하던 김원도의 눈빛은 더욱더 악의에 차올랐다.송지원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로운에게 말했다.“이 사람들 다 처치해, 서둘러!”한 시간 전, 고위층은 긴급회의를 열었다.그들은 미래 그룹이 비상 무기를 사용하고, 저격수들을 동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비록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바로 경원시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들은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조사 결과, 상부에서는 엄중히 경고했고 만약 30분 안에 모든 일이 정리되지 않으면 무력 진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그때에는 누구도, 설령 신선이라 해도 유강후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이 소식을 접해듣고 송지원은 급히 달려왔다.그는 유강후가 경원시에서 무력을 사용할 정도로 미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제시간에 도착했으니 다행이지, 만약 10분만 늦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헬리콥터들이 점차 멀어져 가자, 송지원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더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새벽 2시, 서교 파출소 안에서 유강후는 진술서를 마친 뒤,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이번 일은 너무 큰 소란을 일으켜 상위층에까지 긴급 연락이 갔고, 필요한 절차들을 다 밟아야 했다.하지만 이 일을 벌이기 전, 그는 그 후폭풍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그의 개인 변호사, 미래 그룹의 수석 법무팀장인 허윤재는 이미 그에게 이번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며칠간 이곳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었다.유강후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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