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답을 알고 자신의 신분을 이해해도, 온다연의 마음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그래... 유강후가 아까 말했잖아? 유씨 가문의 사람은 고귀한 신분이 있어야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나 같은 고아는 유강후와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유씨 가문의 후손을 나을 자격이 없어. 내 아이 역시 유씨 가문 족보에 오를 자격이 없을 거야. 유강후는 치밀하게 계획하는 사람이니까 분명히 이미 준비해 뒀을 거야. 그는 나은별의 아이만을 원할 거야. 유강후와 나은별이 정식으로 결혼하면 나와의 이런 부끄러운 관계도 자연스럽게 끝나겠지... 어차피 끝나야 할 관계라면, 아이가 있는 건 오히려 짐이 될 뿐이지...’온다연은 다시 한번 유강후의 깊은 생각과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해 두는 사람이라면, 내 비밀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하지?’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곧 그녀는 진정하며 서둘러 하고 싶은 일을 마치고 멀리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그때가 되면, 유강후와 나은별은 결혼하고 아이도 생길 거야. 그렇게 되면 나를 생각할 틈 따위는 없을 거야.’이렇게 생각하며 온다연은 주먹을 쥔 손을 풀고 유강후의 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아저씨, 좀 추워요.”요즘은 정말 이전보다 훨씬 쌀쌀해졌다. 유강후는 가디건을 가져와 그녀에게 덮어주었다.“발코니에 나가 있을래? 네 캔버스도 아직 거기 있어.”온다연은 그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힘이 없어서 걸을 수가 없어요.”온다연은 유강후 앞에서 이렇게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이에 유강후는 약간 놀란 기색을 띠었지만, 이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워 침묵했다. 그리고 유강후의 눈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유강후는 몸을 숙여 온다연을 안아 올렸다.“안기고 싶었던 거야?”온다연은 그의 목을 감싸며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고 목소리는 어렴풋이 들릴 만큼 작아졌다.“인터넷에서 보니까 연애하
유강후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몸을 굽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도 유강후의 얼굴은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그는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눈을 살짝 좁히며 온다연이 방금 거짓말을 했는지 판단하려는 듯했다.유강후의 잘생김은 단순히 평범한 잘생김이 아니었다. 그의 외모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주었으며, 아주 공격적이어서 한눈 보자마자 주눅이 들게 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앞에서 이유 없이 자신이 초라해졌고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잘생김도 그가 가진 다른 빛나는 것들에 의해 희석되었다. 세계적인 재벌 미래 그룹의 회장이자 경원시 최고 명문가의 도련님이라는 그의 배경 때문에 외모는 항상 과소평가 되었다.유강후의 얼굴은 정말 잘생긴 얼굴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여자들이 목숨을 걸고 뛰어들게 만드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지금, 유강후가 그런 얼굴로 온다연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주는 압박감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가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온다연은 무심코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렸다.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그를 직시하지 못했다. 길고 가는 속눈썹이 부서진 나비의 날개처럼 가늘게 떨렸다. 창백한 얼굴은 병약해 보였고, 입술에는 혈색이 없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도자기 인형 같았다.유강후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천천히 훑으며 지나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어두웠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내 앞에서는 너의 생각을 숨기지 마.”유강후가 그렇게 바라보자, 온다연은 자신의 작은 비밀이 모두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유강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온다연, 예전에 나 몰래 연애한 적 있어?”유강후의 손길이 멈추고, 공기가 갑자기 숨이 막히게 변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당
온다연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을 때, 이권이 뒤에서 창문을 두드렸다.“셋째 도련님, 물건을 가져왔습니다.”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온다연을 의자에 앉히고 부드러운 담요를 덮어주었다.“먼저 그림 그리고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사무실에 들어서자, 이권은 방금 받은 USB를 유강후에게 건넸다.“고유정의 모든 영상이 여기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유강후는 사무용 의자에 앉아, 그 USB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어둡고 차가워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보였고, 그 안에는 피바람이 일고 있었다.이권은 고씨 가문에 곧 닥칠 일을 생각하며 소름이 돋았다.‘내 사장님이라 다행이야!’두 달 전, 유강후는 몇몇 사람을 통해 무한테크의 주식을 매입하고, 먼저 여론을 이용해 회사의 평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가하다가, 다시 희망을 주어 대주주의 지분을 손에 넣었다.며칠 사이에, 무한테크의 핵심 기술 인력들을 모두 빼앗아 버렸고, 무한테크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그렇게 두 달 만에 국내 최고의 대기업을 먹어 치웠고, 기업을 죽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너일가의 추문을 잇달아 폭로해 업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이를 위해 사용된 강력한 수단과 권력, 인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했다.이러한 계략과 하나하나 정교하게 설계된 덫은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씨 가문은 여전히 유강후를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그는 그들을 파멸시키러 온 진짜 ‘사신’이었다.특히 고유정은 장하 그룹의 도련님 봉현수와의 약혼의 꿈에 취해 있지만, 그것이 단지 꿈일 뿐이고 곧 산산이 부서질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권은 다시 한번 자신이 유강후의 아군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언제 어떻게 죽어 나갈지 예측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유강후는 USB를 컴퓨터에 꽂고, 아무 영상이나 클릭해 열었다. 그 안에는 고유정에 관한 입에 담기 어려운 영상들이 들어 있었다. 그는 몇 초간 시청한 후
유강후는 유서를 읽고 나서 무표정하게 말했다.“온다연은 이미 스무 살이 넘었어. 유서 내용에 따르면, 심미진은 진작에 아파트를 그녀 명의로 이전했어야 했어.”이권이 대답했다.“셋째 도련님, 잊으셨나요? 온다연 씨가 지내던 아파트가 있던 구역의 재개발 프로젝트를 도련님께서 직접 맡으셨잖아요. 도련님께서 직접 구역에 두 배의 보상을 정해주셨잖습니까! 온다연 씨의 집은 24평이니까, 48평의 새 아파트 두 채를 받을 수 있는 거죠. 그 지역은 학군 지역이라 평당 6,600만 원 이상입니다. 즉, 온다연 씨의 집은 3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셈입니다. 이 시세라며 욕심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고 눈빛에 살기가 번뜩였다.“탐욕에 눈이 멀었네!”“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심미진 씨는 그 집을 차지하고 싶어 할 겁니다. 현재 온다연 씨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당연하게 그 집을 차지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셋째 도련님, 도련님이 유하령 씨의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나서, 유하령 씨는 계속 도련님을 찾고 있습니다. 도련님을 찾지 못해서인지 계속 저에게 전화해서 도련님의 행방을 물었습니다.”유강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상관하지 마!”경원시의 가을은 짧았다. 보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온도는 영하로 떨어졌다.온다연의 건강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온천 호텔에 머물렀다.최근 온다연은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가로 매일 두 시간 동안 고양이와 함께 있을 수 있었고, 경호원을 동반한 쇼핑도 허락되었다.온다연은 쇼핑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매일 고양이가 오는 시간을 매우 고대했다. 최근의 좋은 휴식 덕분에 그녀는 살도 약간 찌고 피부도 더 좋아졌다. 특히 온천에서 나왔을 때는 유강후의 시선을 끌어 몇 번이나 그가 자제력을 잃을 뻔하게 했다.온다연은 사실 유강후와 함께 온천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다. 매번 얼굴이 붉어졌고 심장이 빨리 뛰었으며, 그가 배에 난 상처에 입을 맞출 때마다 창피해서
유강후는 그레이톤의 정장을 입고 있어 더욱 훤칠하고 늘씬해 보였다. 그의 고귀한 기품은 어떤 런웨이 모델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냉정하고 존귀하며 매우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온다연은 그보다 정장을 잘 소화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외투를 벗어 문가의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 그의 몸에 딱 맞는 하얀 셔츠는 허리 안으로 들어가 있어, 그의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완벽한 역삼각형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잘 다려진 바지 아래로 길고 탄탄한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온다연이 멍하니 있을 때, 유강후는 이미 온천 가장자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며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올라와서 내 옷을 벗겨 줘.”지금까지 온천 호텔에 머무는 동안, 온천에 들어가거나 아침에 외출할 때 유강후의 옷과 장신구는 반드시 온다연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 처음에 온다연은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익숙해졌다.온다연은 약간 따가운 눈을 비비며 물에서 나와 올라갔다. 물에서 나오자, 그녀가 입은 아찔한 올블랙 유니폼 스타일의 수영복이 유강후의 눈에 들어왔다.사실 이 옷은 노출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가려야 할 곳은 다 가려져 있었지만, 문제는 이 옷의 특수한 소재였다. 물에 젖으면 일부가 비치는 재질이라 볼륨감 있는 부분을 강조했고 아주 유혹적이었다.게다가 온다연의 완벽한 비율 덕분에 허리는 더 잘록해 보였고 다리는 더 길어 보였다. 걸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에 유강후는 심장박동이 빨라졌다.지금 그녀는 온몸이 온천물에 젖어, 피부가 부드럽고 촉촉해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하얀 목에 달라붙었고, 눈에는 아직 잠기운과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온다연은 도발적인 수영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유강후에게 다가가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유강후는 온다연의 허리를 휘감았고 그녀의
온다연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얼마 움직이지 못하고 다시 유강후의 품으로 끌려갔다. 그는 그녀의 하얀 목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도망가려고?”유강후의 입맞춤에 온다연은 비명을 질렀다.“아파요!”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잡고,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귀에 뿜어냈다.“음? 벌써 아프다고? 이따가 더 아플 텐데.”유강후의 낮고 자극적인 목소리에 온다연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다리에도 점점 힘이 빠졌다. 그녀는 유강후의 품에 기댔지만 의지할 곳이 없어 보였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에 떨며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했다.“아저씨, 무서워요...”“아파요! 그만 물어주세요... 아저씨, 제발...”온다연의 울먹이는 애원은 유강후의 소유욕과 지배욕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그는 온다연의 허리를 따라 손을 아래로 움직이며 그녀의 가장 부드럽고 예민한 곳을 쓰다듬었다.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놀라움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웅크리고 떨며, 이번에는 정말 피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온다연의 긴장감을 느낀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물고, 손은 여전히 그녀를 놓지 않았다. 거친 손가락이 얇은 천 한 장을 통해 그녀를 자극하자, 온다연은 몸을 움츠리고 떨었다.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의 팔에 갇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오늘 그녀에게 닥친 일은 모두 운명 같았다. 지금 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의 아저씨였고, 그녀가 한때 숭배했던 아이돌이자 가까이할 수 없었던 신 같은 존재였다. 그런 유강후가 그녀에게 가장 친밀한 사이에나 할 법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이건 안 돼!’온다연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유강후가 그녀의 손목을 꼭 잡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온다연은 부들부들 떨며 유강후의 신분과 두 사람 사이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되짚어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혼란스러운 가운데, 온다연은 두려움과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갈망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벨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일어나 온다연은 생각할 틈도 없이 미끄럽고 뜨거운 무언가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녀는 혼이 나갈 것 같아 필사적으로 유강후에게 애원했다.“아저씨, 안 돼요... 무서워요...”“아저씨, 제발 부탁이에요...”유강후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그의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렸다. 목소리도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거칠었다.“다연아, 늦었어.”온다연은 거의 울먹이며 몸을 들어 올려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잡고 아래로 눌렀다.그때, 바닥에서 작고 부드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야옹...”“야옹...”온다연은 마치 구조 신호를 받은 듯 몸부림쳤다.“구월이 왔어요. 우리를 보고 있어요...”유강후는 멈출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목을 따라 계속해서 키스하며 말했다.“고양이가 뭘 알아. 그냥 보게 둬...”온다연은 긴장해서 발가락까지 오그라들며 간절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그에게 애원했다.“안 돼요. 구월이가 보고 있어요. 안 돼요...”그때 작은 고양이가 유강후의 발치로 다가와 작은 발로 그의 발을 밟고, 그 위를 핥았다. 다시 한번 작고 부드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야옹...”이번에는 소리가 커서, 마치 위안을 구하는 듯했다. 그 울음소리는 주의를 끌 만했다. 후끈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깨졌고, 유강후의 몸이 굳어지며 온다연을 안고 있던 손이 느슨해졌다.‘이 작은 녀석, 정말 분위기를 깨는군!’온다연은 기회를 틈타 유강후의 품에서 벗어나, 재빨리 목욕 가운을 집어 입고 고양이를 안아 들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아직도 약간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경계하는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구월이를 해치면 안 돼요!”온다연은 유강후가 반쯤 벗은 상태인 모습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가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급히 몸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옷... 옷 입으세요...”
온다연은 고양이가 다치지 않게 하려고 급히 고양이를 앞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고양이를 내려놓을 공간이 없었고, 손에 계속 들고 있을 수도 없었다.결국 온다연은 한쪽 다리를 구부려 고양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무릎이 좁아서 고양이는 불편해하며 계속해서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온다연은 손으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달래주었다. 한쪽 다리를 구부린 그녀의 발목은 유강후의 손에 닿았고, 그는 그것을 잡고 살짝 눌러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말없이 발목을 어루만졌다.이렇게 유강후는 온다연을 끌어안고, 온다연은 작은 고양이를 안고, 두 사람과 고양이는 한동안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고양이가 놀이에 지쳐 온다연의 손에 누워서 일어나지 않으려 하자, 온다연은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뽀뽀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입술이 고양이 머리에 닿기도 전에 유강후가 그녀의 턱을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유강후가 턱을 아프게 잡아당기며 놓아주지 않자, 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잠시 후, 고양이와 놀다가 기분이 좋아진 온다연의 몸에 작은 고양이가 앞발을 올리며 기대었다.그런데 고양이가 온다연의 가슴에 올라가자, 유강후는 눈을 부릅떴다. 그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 그는 손을 뻗어 고양이를 들어 올려 높은 탁자 위에 놓았다. 탁자가 높아서 고양이는 겁에 질려 계속해서 울부짖었다.온다연은 걱정이 되어 고양이를 내려주려 했지만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다시 고양이를 안으면 바로 보내버릴 거야.”온다연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계속해서 울었고, 그녀는 초조해지고 애가 탔다. 온다연은 유강후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두려움이 섞인 분노였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더니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유강후가 또 입술을 깨물자, 온다연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아저씨, 좀 살살해요!”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면, 고양이도 다시 못 볼 줄 알아!”온다연은
유강후는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10일.”“온다연, 너 계속 이러면 아기 퇴원하는 날에도 못 볼 줄 알아.”그 말을 듣고 얼어붙은 온다연은 재빨리 그의 손을 놓았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온다연은 알고 있다. 정말 그를 화가게 한다면 아마 한 달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꾹 참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심하게 때려서 그런지 유강후는 온다연의 걷는 자세가 살짝 잘못된 걸 발견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던지고 걷어찼던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온다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는데 밖에는 수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이권도 그곳에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엉덩이를 맞은 걸 모든 사람이 들었다고 생각하니 분하면서도 수치스러웠다그러나 반지를 주워 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유강후가 아기로 협박을 하니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온다연은 유강후에 대한 호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에는 70점이었다면 이제는 50점밖에 되지 않았다.온다연은 씩씩거리며 눈물을 닦고선 마지못해 바닥에 있는 반지를 주웠다.온다연이 휴게실로 돌아오자 유강후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끼워줘.”그 모습은 어찌나 무자비하고 싸늘한지 마치 인정머리 없는 제왕 같았다.온다연은 화가 나서 반지를 다시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아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으며 유강후에게 반지를 끼웠다.유강후는 반지를 한번 꼼꼼히 확인하더니 스크래치가 없는 걸 보고선 마음속의 분노가 절반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 앉아 온다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온다연은 대답하기 싫은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눈물을 닦았다.온다연의 빨갛게 부은 눈과 눈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보니 유강후도 마음이 반쯤 풀렸다. 그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네가 말해봐.
유강후는 그저 말없이 가만히 온다연을 쳐다봤고 온다연은 그의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고서야 힘을 풀었다.유강후는 곧바로 다시 그녀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내리쳤다.심지어 전보다 더 무자비해졌다.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온다연은 목 놓아 울부짖었다.“미워요. 이거 놓으란 말이에요.”“날 때릴 자격이 없잖아요.”유강후는 얼굴빛 변한 온다연을 보고선 가슴이 아픈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또 함부로 버릴 거야?”온다연은 유강후가 미워 죽을 것 같았다. 울분이 치밀어 올라 더욱이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버릴 거예요. 평생 찾지 못하게 바다에 던질 거라고요. 때려죽이든 마음대로 해요.”일말의 작은 연민은 온다연의 말에 순식간에 사라졌다.유강후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손까지 떨었다.결혼반지라는 중요하고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버렸으면서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온다연이 이해되지 않았다.유강후는 손을 들어 세게 두 번 정도 내리쳤다.전보다 훨씬 힘을 주어서 그런지 온다연은 괴로움에 손발을 마구 휘저으며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울었다.울면서도 잊지 않고 유강후를 비난했다.“분명히 은별 씨 편을 들었으면서...”“차라리 때려죽여요. 그러면 은별 씨랑 결혼해도 되잖아요.”“우리 이제 그만해요.”...온다연이 말할수록 유강후의 분노는 더욱 커져갔고 끝내 또 세게 때렸다.분노와 두려움, 공포와 고통의 감정이 뒤섞이자 저도 모르게 주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너무 아파... 주한아, 나 좀 도와줘.”“그만 때려요.... 아픈단 말이에요.”...유강후의 손은 허공에 굳어버렸다.주한... 온다연은 주한에게 도움을 청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유강후는 숨이 멎을듯한 고통이 찾아왔다.“방금 뭐라고 했어?”온다연은 심하게 울부짖은 탓에 목소리가 잔뜩 쉬었다.“뭐라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요. 아저씨는 나 괴롭히고 때릴 줄밖에 모르잖아요. 싫어요. 아저씨같은 사람이랑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거 놔요.”유강후는 이마에 핏줄이 솟을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안긴 방금 전의 상황이 왠지 모르게 민망했다.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으니 마치 유강후가 키우는 고양이나 심심할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 별반 다를게 없는 느낌이었다. 수치심과 분노가 한꺼번에 몰려온 온다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싫어요. 필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유강후는 고집불통인 온다연의 모습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눈앞에 있는 반지는 그가 이 생에 받은 것 중에 가장 소중하고 아끼는 물건이다. 이런 마음도 모른 채 온다연은 필요 없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바닥에 내팽개쳤다.마치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여러 번 짓밟는 격이다.유강후는 머리가 피가 쏠릴 정도로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우라고.”온다연은 유강후가 화난 걸 알았지만 그녀도 같은 상황이기에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다.분명히 나은별을 밀어낼 수 있었음에도 유강후는 기댈 수 있게 팔을 내어주었다.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거면 차라리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온하랑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떨었다.“싫어요. 그리고 제가 나은별 씨를 먼저 때렸어요. 아저씨가 아끼는 사람을 때려서 가슴이 아파요? 그럼 다시 날 때리면 되겠네.”유강후는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네가 언제 가슴 아프다고 했어?”욕하고 때리는 건 얼마든지 해도 되지만, 유독 이 반지를 떨어뜨린 건 용납할 수 없었다.이건 그의 마음과 진심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는 해동이다.“주워서 깨끗하게 닦아.”유강후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온다연 마음속의 작은 화산이 완전히 폭발하였고 곧바로 눈앞의 반지를 발로 차버렸다.“주울 생각 없어요. 그리고 이렇게 싼 반지는 아저씨한테 어울리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나은별 씨한테 더 비싼 거로 사달라고 하세요.”온다연의 발차기에 반지는 더 멀리 날아갔다.유강후는 너무 화가 나서 목의 핏줄이 터져 나올 정도로 으르릉거렸다.“온다연, 넌 오늘 혼 좀 나야겠다.”그
나은별은 손톱이 살을 피고들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강후 씨, 이제 내 말은 믿지도 않는 거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연 씨가 먼저 손쓴 걸 봤는데도 여전히 내 문제라는 거야?”유강후는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싸늘한 시선으로 조아영을 바라봤다.“조세진이 그쪽 아버지?”조아영은 극심한 고통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차마 유강후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맞아요.”유강후의 말투는 단호했다.“아버지한테 전해. 파산할 거니까 미리 마음 준비하라고.”조아영은 너무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울부짖었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유강후는 무자비했다.“들리는 그대로야. 오늘부터 조씨 가문은 너 때문에 파산하게 될 거야. 기대해.”조아영은 고개를 번쩍 들고 마지막으로 발악했다.“분명히 저 여자가 먼저 때렸는데 왜 우리가 이런 불이익을 받아야 하죠?”유강후의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먼저 때렸다고? 그래서 뭐? 내가 있는 한 다연이가 사람을 때려죽여도 잘했다고 칭찬할 거야. 너 같은 인간을 수없이 많이 봤어. 내가 너보다 지위가 낮았다면 그런 표정이랑 행동으로 말했을까?”이런 사람에게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유강후는 곧바로 경호원에게 말했다.“은별이는 병원으로 데려가고, 다른 사람 전부 다 내보내. 당장.”나은별은 씩씩거리며 말했다.“강후 씨, 이럴 필요까지는 없잖아.”유강후는 못 들은 척 무시하고선 뒤를 돌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며 경호원에게 말했다.“내가 왔을 때 여기에 사람이 남아있으면 너희들도 끝장인 줄 알아.”경호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네, 도련님.”나은별은 멀어지는 유강후의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눈에서는 악의가 번쩍였다.‘유강후, 날 이렇게 대한다는 거지? 두고 봐, 나도 더는 안 참아.’경호원들은 나은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의무적으로 그녀를 부축했다.“얼른 가시죠. 도련님이 분부했으니 저희는
유강후는 밀어내고 싶었지만 나은별을 중심을 잡지 못하는 듯 계속 비틀거렸다.밀어내려고 할수록 나은별은 그의 옷을 한사코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온다연의 눈에 비친 이 장면은 마치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연인 같았다.순간 어려서부터 각별한 사이로 자라온 소꿉친구 사이에 제3자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다.나은별의 말대로 유강후는 어쩌면 일시적인 감정 때문에 지금처럼 행동하는 걸 수도 있다.온다연은 주먹을 불끈 쥐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내가 때렸어요. 왜요? 가슴 아파요?”그 말에 화가 난 유강후는 목소리마저 가라앉았다.“온다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온다연은 싸늘하게 웃었다.“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겠죠.”이때 반지를 수정하려고 자리를 잠깐 비운 직원이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수정된 반지와 함께 걸어왔다.“다연 씨, 요청하신 대로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온다연은 번쩍 돌리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이제 필요 없으니까 환불해 줘요.”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몸을 떨었다.“그러기만 해봐.”온다연은 시선은 여전히 그의 팔에 기대어있는 나은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두 사람 결혼해요. 아주 천생연분이네.”그 말을 한 뒤 직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환불해 줘요. 이제 필요 없어졌거든요.”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직원은 정석대로 안내했다.“죄송합니다. 이니셜이 새겨진 특별 제작한 반지라 환불이 불가합니다.”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온다연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반지를 집고 땅바닥에 내던졌다.“그럼 버릴게요.”단단한 반지가 바닥에 닿자 몇 미터 높이로 튕겨 나갔다가 다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유강후는 자신이 더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물건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온다연, 당장 주워.”온다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힐끗 보고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분노로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유강후는 단번에 나은별을 밀어내고 앞으로 걸어갔다
온다연의 눈에 비친 살기는 두피를 저리게 했고, 손에 칼이 있었다면 주저 없이 나은별을 찔렀을 것이라고 모두가 확신했다.사람들은 온다연처럼 몸집이 작은 여자가 어디서 폭발적인 힘이 나왔는지 몰랐고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큰 악의를 품고 있는데 이해되지 않았다.조아영은 체면을 잃었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온다연을 때릴 기세였다.“미친X. 남의 남자 친구를 뺏은 주제에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사람을 때려?”“하여튼 가정 교육을 못 받으면 이렇다니까. 세컨드인 걸 아무리 즐겨도 그렇지 어떻게 당사자 여자 친구를 떄려?”“내가 오늘 너 죽여버릴 거야.”그러나 조아영의 손이 온다연에 닿기도 전에 손목이 잡혔다.우드득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조아영은 반대편 벽에 내동댕이쳐졌다.불과 몇 초안에 일어난 일에 다들 눈을 의심하여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들 사이에 무슨 갈등이 있는지 주위 사람들은 몰랐으나 눈앞의 이 훤칠한 남자가 마치 조아영을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살벌하다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누군가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끌어당겨 몸 곳곳을 확인했다.다친 곳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버럭했다.“왜 가만히 있어. 다른 사람이 때리려고 하면 소리라도 질러야지.”이때 옆에 있던 조아영이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눈 잘못됐어요? 저 여자가 은별이를 때렸다고요. 은별이가 어떻게 맞았는지 두 눈 뜨고 똑바로 봐봐요.”유강후는 그제야 바닥에 앉아 있는 나은별이 눈에 들어왔다.평소의 매력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이고 머리는 정신 나간 여자처럼 헝클어져 있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누군가를 때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다연이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이때 옆에 있던 직원이 용기 내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희가 봤습니다. 이 여성분이 먼저 손을 쓴 게...”“닥쳐.”유강후는 버럭 호통을 쳤다.“내가 말하라고 했어?
온다연은 망설임 없이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고 뒤로 힘껏 밀쳤다.힐을 신은 여자는 두어 걸음 뒷걸음질 치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온다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누구신데 남 일에 참견하는 거죠? 경고하는데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겁니다.”넘어질 뻔하던 일행을 나은별이 부축했다.여자는 나약해 보이는 온다연이 감히 밀쳐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듯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럼에도 분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달려들어 온다연을 치려고 했다.이때 나은별이 팔을 붙잡았다.“조아영, 그만해. 때릴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야.”나은별은 온다연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내가 화내면서 뺨 한 대 치길 바랐던 건 아니죠? 솔직히 그 모습을 강후 씨가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잖아요. 내가 유하령처럼 멍청해 보여요?”“온다연, 내가 너처럼 천한 여자를 한두 번 본 것 같아? 매달려도 소용없으니까 포기해. 유씨 가문이랑 강씨 가문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할까? 너처럼 가진 것 하나없는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강후 씨랑 만나.”“유하령이 말해줬으니까 순진한 척 그만해. 너 복수하려고 강후 씨를 만나는 거잖아. 엄청 친한 친구가 있었다며? 널 구하려고 다른 사람 손에 죽었다던데 맞아? 죽기 전에 영상까지 찍혔다며? 아참, 유하령이 그 영상을 나한테 보내줬어.”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죽일 듯이 나은별을 노려봤다.나은별은 대수롭지 않은 듯 피식 웃고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그 남자애가 너한테 소중한 존재라고 들었어. 죽은 사람의 마지막 체면을 지켜주고 싶으면 좋은 말로 할 때 강후 씨 곁에서 떨어져. 안 그러면 내가 그 영상 인터넷에 확 뿌려버릴 거야. 죽어서도 고통스럽게...”짝.온다연은 나은별의 따귀를 세게 한 대 갈겼다.눈빛에는 독기가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듯 살벌했다.“유하령이랑 똑같은 인간인 줄은 몰랐네요. 당신 같은 인간은 살 자격도 없어요.”나은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은별은 이권을 여러 번 찾아가 유강후가 왜 만나주지 않느냐고 물었다.이권도 처음에는 예의 바르게 대했지만 찾는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 저도 모르게 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더는 참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이실직고하게 되었고 온다연이 싫어해서 만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그 후로는 나은별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다.나씨 가문과 유씨 가문의 혼담이 취소된 걸 누가 소문냈는지 유강후에게 아기가 생겼고 그 상대가 나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라는 것까지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그 이후로 나은별과 나씨 가문은 경원의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온갖 조롱과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유강후와 결혼하는 건 나씨 가문의 일방적인 바람이었을 뿐 유강후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은별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소문이 퍼지는 가운데 나씨 가문의 투자자들은 하나둘씩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회사는 지금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가장 역겨운 점은 예전에 빌붙으려고 양손 가득 선물 챙겨서 찾아오던 사람들이 갑자기 증발이라도 한 듯 문전성시를 이루던 나씨 가문은 하루아침에 적막해졌다.배은망덕한 사람들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 나씨 가문 어르신은 명절날에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나은별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있다.사람들이 추측하며 수군거릴 때 아무런 대처 없이 묵인한 유강후가 그 원인의 중심이다.그동안 나씨 가문을 통해 미래 그룹에 빌붙으려던 사람들까지 발걸음을 멈췄다.나은별은 그런 사람들을 미워하는 건 아니다.이익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하늘에서 땅이 아닌 지옥으로 떨어지는 케이스를 수없이 많이 봐왔기에 이런 우여곡절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이익 때문에 등을 돌린 인간이 아닌 사건의 원흉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나은별은 온다연이 유강후에게 빌붙어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초라한 자신에 비해 전보다 안색도 좋아지고 예쁜 얼굴마저 더 정교해진 온다연이 몹시 눈에 거슬렸다.게다가 입고 있는 옷의 패턴
온다연은 순순히 그의 품에 안겨 몰래 눈물을 닦았다.“보석상에서 가지러 가도 된다고 연락왔는데 아직 안 갔어요. 결혼식 며칠 전에 가려고요.”그 말을 들은 유강후는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뛰었다.“지금 가지러 가자. 어떤 건지 너무 보고 싶어.”옷 갈아입을 때 유강후는 특별히 가장 마음에 드는 슈트를 입었다.그러고는 온다연에게 넥타이를 골라달라고 부탁했다.온다연은 너무도 많은 넥타이에 흠칫하다가 다시 신중하게 골랐다.유강후는 캐비닛 앞에 서서 열심히 넥타이를 고르는 온다연이 귀여운지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온다연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을 때 유강후는 이런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외출 준비할 때 아내인 온다연이 옷과 넥타이를 골라주며 신경 써주는 이 상황을 수년동안 기다렸다.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상상이 현실로 되었고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온다연은 매우 열심히 넥타이를 골라주고 있다.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당장이라도 침대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젯밤 너무 무리한 탓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유강후는 뒤에서 온다연을 끌어안고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골랐어?”온다연은 회색 넥타이를 꺼냈다.“오늘 입은 옷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뻐요.”유강후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예쁜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아. 다연이가 좋아하면 그게 뭐든 나도 좋아.”온다연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아저씨, 그만해요.”빨갛게 달아오른 온다연의 귀를 본 유강후는 더 이상 참지 못했고 그녀의 머리를 잡고선 한참이나 키스를 한 후에야 놓아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보석상에 도착했다.임정아는 안목이 좋을 뿐만 아니라 여러 주얼리 브랜드의 모델이기도 하다. 온다연은 가성비가 좋고 흔치 않은 남성용 반지를 골랐다.온다연이 집 사려고 모아둔 금액이었으니 싼값은 아니었다.하지만 유강후가 마음에 안 들어 할 수 도 있으니 긴장된 마음을 늦추지 못했다. 어쨌든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시계에 비하면 훨씬 싼 값이니까.그런데 의외로 유강후는 매우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