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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작가: 손이영
온다연은 여러 가지 핑계를 둘러댔지만 주희는 온다연이 입원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유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를 가두었다고 굳게 믿었다.

온다연이 마지막으로 상처를 보여주고 나서야 주희는 겨우 믿었다. 그녀는 카드를 주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카드 안에 몇백만 원이 있으니 먼저 써. 수술 비용은 내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

주희는 안색이 변하더니 단칼에 거절했다.

“싫어요. 제가 알아서 할 거예요. 게다가 당분간은 적합한 골수를 찾을 수 없어요.”

주희는 온다연을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몇 년 동안 정말 수고했어요. 앞으로 절대 누나를 고생시키지 않을 거예요.”

주희는 최근 키가 많이 자랐다. 이미 온다연보다 한 뼘 정도 더 컸다. 이렇게 온다연을 안고 있으면 온다연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아이가 되었다.

온다연은 주희가 소유욕으로 가득 찬 자세로 그녀를 안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주희의 눈빛도 예전처럼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누나, 유씨 가문에서 그렇게 누나를 대했는데 돌아가지 마세요. 이모도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누나를 데리고 간 건 사실...”

“주희야!”

온다연은 주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렸을 때의 촉감이 아니라 약간 따가웠다.

“됐어. 주희야, 그만해. 이모는 지금 나의 유일한 가족이야.”

주희는 여전히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누나, 저야말로 누나의 유일한 가족이에요.”

“그래. 알았어. 너도 내 가족이야. 그러니깐 이제 나를 좀 놔줄래? 너무 꽉 안아서 숨 막혀.”

주희는 그제야 온다연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문지르면서 애교를 부렸다.

“좀 더 안고 싶은데 안지도 못하게 하네요. 두 달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유씨 저택에 몇 번이나 찾아갔어요.”

울먹거리는 주희의 목소리를 듣자 온다연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주희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왜 아직도 어린애처럼 굴어. 이제 곧 고등학교도 졸업할 텐데.”

주희는 계속해서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묻고 몸을 구부린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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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었고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염지훈은 허탈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여긴 북아메리카잖아. 다연이가 있을 리가 없지...”출국이 금지되어 온다연과 약혼할 수조차 없는 현실을 생각하니 권예진에 대한 미움이 더 커졌다.염지훈은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권예진을 바라봤다.“출국 금지된 건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떠났다.염지훈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온다연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염지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없이 넋을 잃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도 나왔다.그는 멍해 있는 온다연을 보고선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요?”온다연은 마음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요.”이때 권예진이 룸에서 나왔고 그녀는 유강후를 보고선 흠칫했다.‘낯이 익은데... 누구지? 오늘 아침에 봤던 잡지 표지의 인물이랑 비슷해 보이는데...’‘옆에 있는 여자도 낯이 익네?’권예진이 생각에 잠긴 찰나 유강후는 이미 온다연과 함께 떠났다.그녀는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나서야 온다연이 누군지 알아차렸다.염지훈 사무실에 놓인 사진 속의 그 여자다.재빨리 뒤쫓아가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아래층에 도착해 막 차를 타려던 찰나 유강후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발신자 번호를 보며 온다연에게 말했다.“전화 받고 갈 테니까 차에서 기다려요.”온다연이 차에 오르자마자 옆에 있던 차에서 남자 세 명이 내렸고 그들은 어떤 여자를 끌어내리더니 무차별적인 폭행을 저질렀다.여자는 간절하게 용서를 빌었지만 그들은 들리지 않는 듯 계속하여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한국어로 말했기에 온다연은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파악했다.세 남자는 다른 사람의 돈을 받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 같았다. 그들은 누군가의 장난감이라며 여자를 모욕했고 듣기 거북한 말을 끊임없이 퍼부었다.이런 장면들이 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4화

    염지훈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권예진, 너 왜 이렇게 뻔뻔해? 귀찮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잖아. 꼭 이래야만 속이 후련하니?”권예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염지훈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끌어다가 태연하게 먹었다.“먹을 땐 언제고 배부르니까 버리려고요?”그 말에 표정이 싸늘해진 염지훈은 경고하듯 나지막이 말했다.“약 탄 사람 너지? 권예진, 기회 줄 때 솔직하게 말해. 약 탔지?”권예진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염지훈을 쳐다봤다.“내가 그렇게 추잡스러운 인간으로 보여요?”염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맞잖아.”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내려놓은 권예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애써 감정을 숨겼다.“아빠가 지훈 씨를 잡으라고 한 건 솔직하게 인정할게요. 하지만 절대 약을 타지는 않았어요. 누군가 어젯밤에 저한테도 약을 탔다면 믿으실래요?”염지훈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그러고선 수표 한 장을 꺼내 권예진에게 던졌다.“하룻밤에 20억이면 충분하지? 부족하면 말해.”권예진은 테이블 모서리를 꽉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격 떨어지는 행동은 그만해줄래요? 박씨 가문보다 못한 건 맞지만 이깟 돈으로 모욕당할 만큼 부족하지는 않으니까.”“그 일에 대해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 밥 먹자고 한 거예요. 책임지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3개월 동안 회사에서 일 배우기로 아빠랑 약속했어요. 3개월이 되면 귀찮게 하지 않고 바로 떠날게요.”염지훈은 여전히 싸늘했다.“아니. 내일 당장 돌아가. 능력이 뛰어나서 돌려보냈다고 내가 직접 연락해서 설명할게.”권예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엄마가 남겨준 물건을 돌려받으려면 무조건 3개월을 채워야 해요. 안 그러면 전부 다 내연녀한테 준다고요.”권예진은 눈물을 머금은채로 고개를 들었다.“이렇게 빌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절대 눈에 띄지 않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3화

    빛을 등지고 앉은 탓에 유강후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의 일을 알게 되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몰라요. 지금도 이렇게 괴롭잖아요. 그러니까 그만 생각해요.”온다연은 투덜거렸다.“강 대표님이 온 이후로 매일 안 좋은 꿈을 꿔요. 예전에 무슨 일 있었죠? H국에서 지낼 때 제가 많이 힘들었어요? 알려줘요.”“전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감이 넘쳤거든요. 그 꿈들이 진짜라고 생각할 때마다 아프고 괴로워요.”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 말없이 등을 토닥였다.그 침묵은 마치 꿈속의 일들이 현실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온다연은 불안함을 느끼며 진지하게 물었다.“그러니까 전부 다 사실이라는 거죠?”애써 괴로움을 감춘 유강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안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유나 씨의 곁에는 제가 있었거든요. 우린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이 평생 기억을 되찾지 못하기를 바랐고 상처입힌 일들은 그저 과거 속에서 썩어가도록 내버려두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온다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리 나쁜 기억이라도 그건 추억이잖아요. 강 대표님의 말대로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 더 잊어서는 안 되죠.”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두 손으로 유강후의 얼굴을 감싸고 지그시 눈을 바라봤다.“솔직하게 말해봐요. 우린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게 맞죠? 거짓말하면 안 돼요.”유강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큰손으로 온다연의 머리를 잡더니 곧바로 입을 맞췄다.유강후의 키스는 더 이상 예전처럼 강압적이지 않았고 마치 그녀를 달래듯 부드럽게 입술과 얼굴, 그리고 귓볼에 입을 맞췄다.유강후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입맞춤하면서 가볍게 등을 토닥였다.마치 작은 고양이를 달래듯 조심스러운 그의 행동은 스트레스받은 감정과 과거의 고통을 어루만졌다.그의 차분한 감정과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온다연의 초조한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숨 막힐듯한 키스가 이어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2화

    “괴롭힘당하는 꿈을 꿔요. 그것도 매일. 정말 나한테 있었던 일인가요? 방금 저 남자... 어떤 사람이에요?”유강후는 온다연을 꼭 껴안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은 조금씩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 먹었으면 이만 돌아갈까요?”온다연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았다.“싫어요. 강 대표님은 왜 매번 피하기만 해요? 이런 질문할 때마다 어떻게서든 자리를 뜨려고 하잖아요.” 온다연의 유강후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누군지 알려줘요. 내 마음이 왜 이렇게 괴로운지 알아야 하잖아요.”하지만 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로 걸음을 옮겼다.“지금은 유나 씨의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네요. 나중에 기분이 풀리면 알려줄게요.”“싫다고요.”온다연은 몸부림치며 그에게서 벗어났고 다시 그 광고를 보려고 창가로 달려갔다.광고비가 엄청나게 높은 터라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장시간 반복적으로 홍보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극심한 두통이 밀려온 온다연은 광고 한두 개를 보더니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곧바로 유강후를 향해 돌진했다.“왜 가만히 있어요? 누군지 알려달라고요. 누구냐고요.”그 남자는 온다연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인듯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통스럽고 불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온다연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분명히 진실이 눈앞에 있는 대로 알 권리조차 없는 현실에 그녀는 점점 통제 불능의 작은 짐승처럼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팔을 붙잡고 단호하게 말했다.“강 대표님은 다 알고 있잖아요. 모른다는 건 누가 봐도 거짓말이에요. 제발 알려줘요. 저 남자가 누군지 알려달라고요.”눈물 범벅된 채로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위로해야만 했다.“아는 사람은 아니에요. 유나 씨한테 저 사람과 매우 닮은 친구가 있었어요. 둘은 다른 사람이에요.”유강후는 그 남자가 주희인걸 알아봤다.얼굴에 손을 댔는지 이제는 주한과 매우 비슷해졌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이곳에 데려온 걸 후회했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1화

    잠시 후 치킨이 올라왔다.셰프도 뒤따라 나왔는데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그는 유강후를 보자마자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더니 그닥 유창하지 않은 한국어로 말했다.“강 대표님, 저희 레스토랑의 요리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이건 제가 직접 만든 샐러드입니다. 한번 드셔보시고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죄송할 필요는 없어요. 음식이 아내 입맛에 안 맞는 것뿐이니까. 바쁘실 텐데 이만 가보세요. 전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거든요.”곧이어 셰프는 자리를 떴다.온다연은 호기심 어린 듯이 말했다.“낯이 많이 익은 것 같아요.”그러자 유강후가 답했다.“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예요. 아마 TV에서 봤을 거예요.”온다연은 다시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직접 찾아와서 사과하는 거죠? 개인 취향이니까 음식이 손님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사과를 할까요?”“당연히 아니죠. 제가 이 레스토랑의 최대 주주예요. 친구 몇 명이랑 같이 오픈했거든요.”온다연은 그를 힐끔 쳐다봤다.“레스토랑도 운영해요?”유강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맞아요. 돈 많이 벌려면 이것저것 많이 해봐야죠.”반짝이는 네온사인이 들어와 온다연의 눈을 밝게 비추었다.그들의 룸 정면에는 거대한 스크린이 있었는데 화면이 밝아지는 순간 하얀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천천히 나타났다.그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손을 살짝 들어 검은색 다이아몬드 시계를 들어냈다.우아함과 럭셔리함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는 모 명품 브랜드의 시계 광고였다.온다연이 시선을 돌리려고 할 때, 스크린 속의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차가운 밤하늘의 별빛처럼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속에는 어딘가 섬뜩한 기운이 담겨있었다.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온다연은 남자의 눈꼬리에 있는 점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러고선 갑자기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가 탁 하고 땅에 떨어졌다.유강후도 젊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0화

    예상치 못하게 회사에서 갓 소문을 접한 매니저들과 직원들은 이번엔 눈앞에서 직접 드라마틱한 ‘현실 연애’를 목격하게 되었다. 비서는 유강후가 온다연을 안고 사무실을 나서는 것을 보더니 매니저들에게 손짓했다.“오늘의 회의와 보고는 다 끝났으니까 해산하세요. 대표님은 이만 퇴근하셨습니다.”레스토랑은 회사에서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두 사람이 들어서자,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직접 나와 서툰 한국어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이른 저녁이라 식당은 한산했고 매니저는 두 사람을 전망이 가장 좋은 프라이빗 룸으로 안내했다.그 방은 크지 않았지만 로맨틱하게 꾸며져 있었고, 연인들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다. 창문 너머로는 금성의 CBD 광장 중심부가 보였고 도시의 절반 정도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곧이어 디저트가 나왔다. 화려하고 유혹적인 디저트들이 투명한 크리스탈 접시에 담겨 있었고 그 위에 금빛 설탕 시럽이 흐르며 몇몇 디저트 위에는 반짝이는 금박이 장식되어 있었다.크리스탈이 빛을 굴절시키면서 모든 것이 환상적으로 보였고 이곳이 지상 낙원처럼 느껴졌다.온다연은 조심스럽게 한 입을 먹어보더니 눈이 반짝였다. 그녀가 너무나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자 유강후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입에 맞나 보네요. 이 집은 디저트를 잘 만들어요...”온다연은 나이프로 크림 한 덩이를 퍼서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강 대표님도 드셔보세요.”하지만 유강후는 크림 대신 그녀의 입술 가장자리에 묻은 크림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갑자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아 끌어당기더니 입을 맞췄다.오랫동안 이어진 키스가 끝나자,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맛있네요. 아주 달콤해요.”온다연은 얼굴이 새빨개지며 작게 말했다.“여기 밖이에요. 밖에서 함부로 키스하다가 사람들이 보면 어떡해요...”유강후는 그녀의 키스로 붉어진 입술을 보며 아쉬운 듯 미소 지었지만, 더 다가가려는 순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99화

    곧 새로 산 얇은 담요가 배달되었다.유강후가 온다연에게 담요를 덮어주자마자 그녀가 눈을 떴다. 조금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그녀는 두어 초 동안 낯선 환경에 당황하다가 상황을 파악했다.유강후는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맞추며 말했다.“깼어요? 더 잘래요?”온다연은 머리를 비비며 나직하게 말했다.“더 자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악몽을 꿔서 너무 피곤해요.”유강후는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녀를 들어 올려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낮게 속삭였다.“무슨 꿈을 꿨어요?”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대어 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그 소리에 마음이 조금 진정된 후 그녀가 말했다.“누군가가 저를 괴롭히는 꿈을 꿨어요. 그런데 한 소년이 나타나 저를 구해줬어요. 하지만 그 소년이 결국 죽었어요...”그녀는 꿈속에서 너무나도 무력하고 마치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았다.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오직 그 소년만이 그녀에게 따뜻하게 대했지만 그 소년마저도 자신을 구하려다 4층에서 떨어져 죽었다.꿈속에서 그녀는 심장이 찢어지듯 울었고 그 모든 감정이 너무나 생생하여 마치 꿈이 아니라 실제로 겪었던 기억처럼 느껴졌다.온다연은 그의 옷을 꼭 쥐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강 대표님, 꿈이 아닌 것 같을 정도로 생생해요. 정말로 있었던 일이 꿈에 나타나는 거 아닐까요?”유강후의 눈 속에 어둠이 스쳤지만,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그녀를 꼭 안았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그저 꿈일 뿐일 테니까...”온다연은 멍하니 말했다.“하지만 요즘 들어 자주 이런 꿈을 꿔요. 그리고 정말 현실처럼 느껴져요. 가짜 같지 않아요.”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덧붙였다.“그 소년도 기억나요. 그 소년이...”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그건 단지 꿈이라니까요...”잠시 침묵한 후 그가 덧붙였다.“설령 그게 사실이었다 해도, 유나 씨를 괴롭혔던 사람들은 반드시 벌을 받았을 거예요. 아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98화

    “원래는 이 원단을 몸에 두르고 무대 위에서 시연하는 방식으로 소개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가 이 원단을 구매해 치파오로 완성품을 만들기로 하면서, 저 대신 어머님께서 무대에서 입어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리고 싶어 하더라고요.”온다연은 강현미의 반응을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물론 이 부탁이 무리인 건 알아요. 어머님의 신분이 워낙 귀하시다 보니 런웨이 무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 친구 말로는 이 원단의 공예적 가치는 정말 대단해서 세상에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다고 해요...”“좋아. 그 부탁은 내가 들어줄 수 있을 것 같구나.”강현미의 시원시원한 대답에 온다연은 잠시 멍해졌다.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지,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은 몰랐다.강현미가 이어서 말했다.“이렇게 훌륭한 원단이라면 전 세계에 우리가 가진 럭셔리의 진짜 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외국의 명품보다 더 희귀하고 소중하다는 걸 알려야지. 네 친구에게 가서 내가 참여한다고 전해.”그녀는 온다연을 한 번 바라보더니 말했다.“나는 네가 국풍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줄 알았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장 가능성이 정말 크다고 느껴지거든요.”“좋은 판단이야. 나는 네 결정을 지지해. 만약 네가 브랜드를 런칭하면 내가 경영 쪽으로 지원해 줄게.”온다연은 기쁨에 강현미를 살짝 끌어안으며 말했다.“어머님, 정말 감사합니다!”강현미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고맙긴... 이제 나는 그만 가봐야겠다.”온다연이 몇 번이나 식사까지 하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강현미는 끝내 점심을 함께하지 않고 떠났다.점심 식사 후, 온다연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미래 그룹 본사로 향했다. 유강후는 아직 회의 중이라 그녀는 그의 사무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미래 그룹의 크기와 유강후의 바쁜 일정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녀가 사무실에서 잠깐 기다리는 동안에도 비서가 서류를 한가득 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97화

    몇 개의 고풍스러운 상자 안에는 정교하게 제작된 중식 개량 치파오가 담겨 있었다.온다연이 입고 있는 치파오와는 다르게, 이 치파오들은 색상이 더욱 우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온다연이 상자에 놓인 치파오들을 짚으며 말했다.“이건 어제 제 친구가 디자인한 치파오들이에요. 이 디자인을 보고 나서 어머님께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급히 보내달라고 했어요. 시간이 촉박했지만 이미 어머님 치수에 맞게 수정해 두었어요. 그리고 제가 친구에게 주문해 둔 두 가지 특별한 원단도 있어요. 분명히 마음에 드실 거예요.”그녀는 상자에서 원단 샘플을 꺼내 강현미에게 건넸다.“이건 샘플이에요. 이런 원단은 비록 귀하지만 비교적 구하기 쉬워요. 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희귀해요. 제 친구가 연구를 거듭했지만 겨우 네 가지 색상을 재현했어요. 하늘색, 브라운색, 은빛을 곁들인 붉은색과 옅은 그린이에요. 만져보세요.”강현미는 원단을 만지며 감탄했다.“정말 이 원단이 아직 있었네.”하늘색 원단은 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듯 은은하고 신비로운 색감을 띠고 있었으며 촉감은 가장 얇은 비단보다도 부드러웠다.그녀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예전에 동남아에서 왕비가 이 원단으로 만든 옷을 입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멀리서 봤을 때도 마치 강가의 안개비처럼 아련하고 우아했었다. 그 원단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원단이었고 이미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이 원단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사라진 줄로 알았는데?”온다연이 설명했다.“저도 이 원단이 있다는 건 책에서나 보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제 제 친구가 샘플을 가져와 보여주더라고요. 전설 속 이야기처럼 들렸던 게 진짜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원단이 너무 복잡해서 실패율이 높대요. 경력이 많은 장인들이 몇 달 동안 작업해도 한 필을 얻기가 어렵다고 해요. 지금 제가 주문한 이 네 가지 원단도 친구가 2년 동안 공들여 겨우 얻은 모든 것이에요. 어머님께서는 치파오의 디자인을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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