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가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차에서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달려 나와 임혜린을 잡았다.화가 난 임혜린은 욕설을 퍼부으며 발로 경호원을 찼고 손으로 마구 헤집었다. 그중 한 경호원은 가랑이를 맞았고 아파서 뒹굴뒹글 굴었다.유강후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손을 부러뜨리고 한이준에게 넘겨.”그러자 온다연은 깜짝 놀라면서 유강후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저씨, 제발 그러지 마세요. 혜린이는 제 친구예요. 살려주세요.”그러자 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넌 친구가 필요하지 않아. 이런 친구는 더더욱 필요 없지. 앞으로 쟤랑 연락하지 마.”이때 임혜린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야! 이 개자식아. 너랑 한이준은 다 쓰레기야. 내가 평생 너희들을 저주할 거야. 아! 아파! 다연아, 내 손… 탈골된 것 같아. 살려줘! 다연아, 당장 112에 신고해. 이 자식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당장 신고해.”온다연은 임혜린이 다치자 진땀을 흘리면서 유강후의 손을 뿌리치고 경호원을 잡아당기러 갔다.하지만 이 두 경호원은 키가 모두 190cm 이상이고 체격도 우람져서 온다연이 몇 번 잡아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온다연은 급한 나머지 한 경호원의 팔을 잡고 세게 물었다.그러자 경호원은 무의식적으로 온다연을 밀쳤고 그녀는 벽에 내동댕이쳐졌다.온다연의 배는 벽에 튀어나온 장식물에 마침 부딪혔다.그 모습을 본 유강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만!”그런데 이때 온다연은 옆 테이블에 놓인 두리안을 잡고 경호원을 향해 세 개 내리쳤다. 그러자 마침 경호원의 이마를 명중했다.그는 아마 평생 두리안에 머리를 맞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경호원은 몸을 비틀거렸다.하지만 감히 손을 쓸 수 없어서 그녀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그 눈빛을 본 온다연은 겁에 질려 잠깐 뒤로 물러섰지만 다시 앞으로 돌격하며 임혜린을 구하려고 애를 썼다.이때 차에서 더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내려와 임혜린을 제압했다. 온다연은 다급해서 거의 울 뻔했고
“얼른 데려가! 절대로 놓치지 마!”임혜린은 다급하고 화가 나서 머리로 차 문을 부딪치며 더 많은 시선을 끌려고 했다. 그러자 경호원이 서둘러 다가와 그녀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임혜린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바로 기절했다.온다연은 이를 보고 급히 달려가 그 경호원을 향해 발길질하고 주먹을 휘둘렀다.그 경호원은 온다연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며 유강후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와 온다연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겼다.온다연은 임혜린이 걱정됐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유강후의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부탁했다.“아저씨, 혜린이를 놓아주세요... 제발!”유강후는 온다연의 작은 얼굴이 다급해져서 하얗게 질린 것을 보고 더 화가 났다. 그는 차갑게 온다연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임혜린이 너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야?”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가 빨개지기 시작했다.“부탁할게요... 혜린이를 놓아주세요. 혜린이는 빨리 병원으로 이동해서 손목을 치료받아야 해요. 정말 아플 거예요. 빨리요! 제발 부탁해요!”온다연은 임혜린을 위해 처음으로 유강후에게 부탁을 했고, 그녀가 유강후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유강후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대답해! 임혜린이 너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야?”온다연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혜린이는 저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에요. 아저씨, 혜린이는 제 친구입니다.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요... 제발 혜린이를 놓아주세요!”유강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갑자기 온다연의 턱을 움켜쥐며 차가운 목소리로 무자비하게 말했다.“그렇게 할 수 없다면 어떡할 건데? 난 임혜린을 사라지게 할 거야.”‘온다연, 네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어. 네가 애정을 주거나 마음을 줄 만한 모든 것들을 없애버릴 거야. 넌 오직 나만 보고 내 생각만 해야 해!’온다연은 유강후가 갑자기 임혜린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
차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고, 온다연이 달려가기 전에 이미 차는 출발했다. 하지만 온다연은 계속 달려가 차 문손잡이를 끝까지 붙잡고 끊임없이 두드렸다.“문 열어! 당장 차 세워!”“문 열라고! 당신들 미쳤어?”하지만 차는 이미 출발했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온다연은 손을 놓지 않고 차를 따라 계속 뛰었다.차가 점점 속도를 높이자, 온다연도 따라서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사람이 달리는 차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에게 고비가 찾아왔고 그녀는 힘들어서 헐떡거렸다. 그럼에도 임혜린을 그냥 둘 수 없어서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곧 온다연은 숨이 가빠왔고, 가슴도 심하게 아팠다. 이어서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온다연이 땅에 풀썩 주저앉던 순간, 달리던 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서며 주변은 뽀얗게 먼지가 날렸다.온다연은 땅에 무릎을 꿇고 헐떡였지만, 여전히 차 문고리를 놓지 않았다.이때 유강후가 뒤에서 온다연의 옷깃을 붙잡았다.“다연아! 너 미쳤어?”놀라고 화난 목소리였다.‘늘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한다니까! 이번에는 겁도 없이 차를 쫓아 뛰어가? 다음번에는 얼마나 기막힌 행동을 하려는 거야? 고작 임혜린 때문에 내 말을 거역하고 목숨까지 건 거야?’온다연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목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고, 몸은 힘이 빠져 축 처졌다.이때, 온다연이 갑자기 유강후를 끌어안았다.“아저씨, 제가 잘못했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이제 안 뛸게요. 제발 제 친구를 놔주세요.”온다연은 말하면서 발끝을 들어 유강후의 입에 키스했다. 그리고 애절하게 말했다.“아저씨, 내가 잘못했어요...”유강후는 잠시 멍해졌다. 그는 온다연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 이것은 온다연이 처음으로 유강후에게 자발적으로 키스를 한 순간이었다.예상치 못한 상황,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유강후는 무심코 온다연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다. 진한 빨간색 피가 천천히 흘러
유강후는 온다연의 기운 없는 모습을 보며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그녀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닦지도 않고 그대로 키스하며 빨아들였다.비릿하면서도 뒷맛이 달콤한 피 때문에, 유강후는 온다연을 삼켜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만약 가능하다면, 유강후는 그녀를 갈가리 찢어 삼켜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더 이상 이런 번거로움도 없고, 온다연이 다른 마음을 품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유강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생애 처음으로, 그는 누군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너는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모르는 거야? 난 단지 네가 내 말을 잘 듣기만을 바랄 뿐이야. 네가 내 곁에서 얌전히만 있으면, 뭐든지 다 줄 수 있어.’온다연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순순히 지시에 따르는 성격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복종하는 듯 보이지만, 은밀히 반항하는 것이 그녀의 일관된 태도였다.온다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유강후의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유강후는 어릴 때부터 유씨 가문과 안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워졌다. 그가 배운 것들은 모두 비즈니스 노하우나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등 현실적인 인간관계였다. 정보와 지식 면에서도 배우는 내용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었다.그러나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에게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강후가 원하는 것은 많지 않았고, 그저 온다연이 자기 말을 잘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사실 유강후는 지금 꽤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온다연이 유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 직접 그녀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심미진의 곁에서 자라도록 방치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온다연이 고생했고, 지금과 같은 반항적인 성격으로 자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피 맛의 자극 속에서 유강후는 갑자기 온다연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모두 죽여야겠다는
두 달간의 개조를 거쳐, 이 병원은 오래된 장비를 모두 교체하고 최고로 정밀한 기기로 바꾸었다. 심지어 의사도 대거 교체하여, 지금 진료를 보는 의사들은 거의 경원시에서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명의들이었다.아무도 유강후가 왜 이처럼 보잘것없는 개인 병원에 투자했는지 몰랐다. 나중에야 사람들은 이 병원이 유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늘 잔병치레를 달고 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이번에는 피를 토했지만, 이전 두 번에 비해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온다연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이전의 병과 부상으로 모든 기력을 소진해 버려서인지, 그녀는 사소한 병에도 더 큰 고통을 받았고 회복 기간도 길어졌다.한의사는 여전히 말을 아꼈고, 약을 처방하고 직접 한약을 달여서 보내준다고 했다.온다연은 3일 내내 잠만 잤다. 중간에 몇 번 깨어났지만, 깨어날 때마다 기운이 없었고, 음식을 조금 먹고는 다시 잠들곤 했다.그러다가 3일 차 오후가 되어서야 그녀는 완전히 깨어났다.유강후는 하인을 시켜 쌀을 잘게 다진 죽을 끓이게 하고, 그녀가 평소 좋아하는 담백한 요리들을 준비하게 했다.전통 한옥과 가까워 음식은 배달된 후에도 여전히 따뜻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들고 있는 죽 그릇을 바라보며, 여전히 무기력한 표정으로 두어 숟가락만 먹고 고개를 돌렸다.유강후는 뽀얗게 우려진 곰탕을 들고 와서 인내심을 가지고 달랬다.“조금 마셔봐. 말을 잘 들어야 보상이 있어.”이 곰탕은 몸에 좋은 약재를 모두 넣고 몇 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끓인 것이었다. 한의사는 가능하면 자주 마셔야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특별히 당부했다.요즘 곰탕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온다연은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렸다.“냄새가 역해요.”유강후는 숟가락을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이 국을 다 마시면, 저녁에 네가 좋아하는 걸 해줄게.”온다연은 한 모금 마시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계란을 넣고 끓인 라면 먹고 싶어요.”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유강후는 높은 산처럼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저 높은 곳에 사는 유강후가 어떻게 나 같은 평범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겠어? 우린 어울리지 않아...’하지만 지금의 유강후는 높은 곳에서 내려와 온다연에게 연인 사이에나 할 수 있는 일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니 온다연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온다연은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수많은 비난을 받을 것임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유씨 가문의 후계자, 미래 그룹의 대표가 나 같은 고아와 함께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들끓는 여론이 나를 집어삼킬지도 몰라.’이런 생각에 온다연은 공포와 두려움이 커졌고, 유강후의 가벼운 스킨쉽마저 거부하기 시작했다.사실 며칠 동안 계속 잠만 자고 깨지 않으려 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었다.유강후가 바로 앞에 앉아 음식을 먹여주고, 갑자기 입을 맞추는 등 연인끼리나 할 법한 말이나 행동하고 있으니, 온다연의 마음은 다시 괴로워졌다.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가 없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이루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강후가 없으면 벌하고 싶은 사람에게 평생 가까이 다가가지조차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유강후가 완전히 흥미를 잃기 전에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온다연은 눈을 감고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유강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아저씨, 무서워요...”온다연이 이렇게 먼저 다가오자, 유강후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눈빛이 부드러워졌다.“뭐가 무서워?”온다연은 그의 목에 얼굴을 비비며 작게 말했다.“계속 꿈을 꾸게 돼요. 꿈이 무서워요.”유강후는 온다연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온다연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흐뭇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번쩍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올렸다.“무슨 꿈을 꿨는데?”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이 자꾸 욕해요. 듣기 싫은 말로 욕해요... 그래서 무서워요.”유
이미 답을 알고 자신의 신분을 이해해도, 온다연의 마음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그래... 유강후가 아까 말했잖아? 유씨 가문의 사람은 고귀한 신분이 있어야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나 같은 고아는 유강후와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유씨 가문의 후손을 나을 자격이 없어. 내 아이 역시 유씨 가문 족보에 오를 자격이 없을 거야. 유강후는 치밀하게 계획하는 사람이니까 분명히 이미 준비해 뒀을 거야. 그는 나은별의 아이만을 원할 거야. 유강후와 나은별이 정식으로 결혼하면 나와의 이런 부끄러운 관계도 자연스럽게 끝나겠지... 어차피 끝나야 할 관계라면, 아이가 있는 건 오히려 짐이 될 뿐이지...’온다연은 다시 한번 유강후의 깊은 생각과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해 두는 사람이라면, 내 비밀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하지?’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곧 그녀는 진정하며 서둘러 하고 싶은 일을 마치고 멀리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그때가 되면, 유강후와 나은별은 결혼하고 아이도 생길 거야. 그렇게 되면 나를 생각할 틈 따위는 없을 거야.’이렇게 생각하며 온다연은 주먹을 쥔 손을 풀고 유강후의 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아저씨, 좀 추워요.”요즘은 정말 이전보다 훨씬 쌀쌀해졌다. 유강후는 가디건을 가져와 그녀에게 덮어주었다.“발코니에 나가 있을래? 네 캔버스도 아직 거기 있어.”온다연은 그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힘이 없어서 걸을 수가 없어요.”온다연은 유강후 앞에서 이렇게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이에 유강후는 약간 놀란 기색을 띠었지만, 이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워 침묵했다. 그리고 유강후의 눈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유강후는 몸을 숙여 온다연을 안아 올렸다.“안기고 싶었던 거야?”온다연은 그의 목을 감싸며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고 목소리는 어렴풋이 들릴 만큼 작아졌다.“인터넷에서 보니까 연애하
유강후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몸을 굽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도 유강후의 얼굴은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그는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눈을 살짝 좁히며 온다연이 방금 거짓말을 했는지 판단하려는 듯했다.유강후의 잘생김은 단순히 평범한 잘생김이 아니었다. 그의 외모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주었으며, 아주 공격적이어서 한눈 보자마자 주눅이 들게 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앞에서 이유 없이 자신이 초라해졌고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잘생김도 그가 가진 다른 빛나는 것들에 의해 희석되었다. 세계적인 재벌 미래 그룹의 회장이자 경원시 최고 명문가의 도련님이라는 그의 배경 때문에 외모는 항상 과소평가 되었다.유강후의 얼굴은 정말 잘생긴 얼굴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여자들이 목숨을 걸고 뛰어들게 만드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지금, 유강후가 그런 얼굴로 온다연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주는 압박감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가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온다연은 무심코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렸다.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그를 직시하지 못했다. 길고 가는 속눈썹이 부서진 나비의 날개처럼 가늘게 떨렸다. 창백한 얼굴은 병약해 보였고, 입술에는 혈색이 없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도자기 인형 같았다.유강후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천천히 훑으며 지나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어두웠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내 앞에서는 너의 생각을 숨기지 마.”유강후가 그렇게 바라보자, 온다연은 자신의 작은 비밀이 모두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유강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온다연, 예전에 나 몰래 연애한 적 있어?”유강후의 손길이 멈추고, 공기가 갑자기 숨이 막히게 변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당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
간호사가 수술실 문을 빼꼼히 열고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한 명은 태어났고 지금 다른 한 명도 나오는 중이니 가족들 진정하고 조용히 해주세요.”말을 하고 있는데 반쯤 열린 문에서 또 다른 한 명의 나긋나긋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안에 있는 의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2.6킬로가 되는 여자아기예요. 아기 상태도 아주 좋아요.”“산모 상태도 좋아요. 이제 봉합 수술을 시작하죠.”유강후는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 제 자리에서 굳어 있는 채로 꼼짝도 못 했다.간호사는 그 표정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들으셨죠? 동생도 나왔다네요.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합니다.”“유 대표님, 수술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협조해 주시고 더는 문을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유강후는 바로 손을 놓고 부들부들 떨며 담배를 가지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었다.옆에 서 있던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축하해요. 작은 아가씨가 2.6킬로나 되는 걸 보니 도련님은 더 건장할 거예요.”유강후는 기쁜 나머지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수 없었고 신이 나서 말했다.“다연이가 무사히 수술실에서 나오면 바로 통지해. 우리 회사 직원들 전부 3일 동안 휴가를 내줄 것이고 이번 달은 두 배의 급여를 발급할 거야.”그 말에 이권은 너무 좋아 웃으며 말했다.“그럼 직원들은 아마 좋아 죽을걸요? 대표님은 참 통쾌하시다니까요.”장화연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도련님, 제가 가서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의 옷을 가져올게요. 방금 급하게 나서다 보니 챙기는 걸 까먹었어요.”그러자 유강후가 바로 말했다.“다른 사람 보낼 테니 장 집사는 가지 말고 여기서 다연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내가 혼자서 서툴까 봐 그래.”“그리고 앞으로 날 도련님이라 부르지 말고 회장님이라 불러. 나도 이제 아버지가 되었으니 좀 무게감 있는 호칭으로 바꿔야지.”장화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선생님이라 부를게요. 무게감 있고 더 뜻깊어 보이잖아요?”“집안의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된 온다연은 의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빨리 수술해야 해요?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된 건가요?”지난번의 임신 사건 후 온다연은 이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두려웠고 지금은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되는 것이 당연했다.그러자 의사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급해하며 말했다.“아이를 낳는 일은 누구도 장담 못 해요. 앞당겨 수술해야 하는 상황은 종종 많이 생겨요. 지금은 양수가 터져서 자궁 상태가 안전하지 못하니 빨리 수술해야 해요. 아직 만삭이 안 되었지만 이 두 아이는 온다연 씨의 몸에 비해 작지 않은 편이라 일찍 출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에요.”온다연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난다면 저는 괜찮아요.”온다연은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비록 그웬은 아니지만 경원시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이며 심지어 옆에서 수술에 도움을 주는 사람도 국내 유명한 산부인과 전문의였다.그런데도 유강후는 긴장한 나머지 수술실 밖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마저 바닥에 열 번 넘게 떨어뜨렸다.30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수술실에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유강후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말했다.“장화연, 혹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나도 수술실에 들어가 봐야겠어.”그렇게 말하고 바로 수술실 문을 잡아당기자 옆에 있던 간호사들이 그를 가로막으며 말했다.“유 대표님, 지금은 수술 중이라 여기서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장화연도 재빨리 달려가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도련님, 아이를 낳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은 건강 상태가 아주 좋고 아기도 뱃속에서 건강한 상태였어요. 게다가 많은 전문가가 수술실에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니 내심이 기다려요.”유강후는 처음으로 초조하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수술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되어가는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그러자 호사가 황급히 대답했
“지예솔이 며칠 전에 갑자기 사라졌대. 봉현수가 경원시의 땅 전체를 파헤칠 정도로 찾았지만 사람은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게다가 봉현수의 회사에 일이 좀 생겨 그걸 도와 처리하느라 좀 늦었어.”유강후의 말에 온다연은 당황했지만 일부러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예솔 씨가 또 집 나갔어요? 이런 일도 이젠 한두 번이 아닌데, 며칠 더 찾아보면 찾을 수 있겠죠.”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엔 좀 다른 거 같아. 지예솔이 봉현수와 함께 썼던 물건들을 모두 불태우고 사진이랑 다 삭제했어. 십여 년 전의 편지조차 다 버려버린 걸 보니 아주 철저하게 돌아선 거 같아. 이번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온다연은 냉정하게 말했다.“봉현수가 예솔 씨를 그렇게 대하는데 어떤 여자가 옆에 남아 있겠어요? 찾지 못한다 해도 자업자득이죠 뭐.”“봉현수가 지금 미친 사람처럼 날뛰고 있어. 게다가 쓰레기 처리 센터까지 가서 뒤지면서 몇 통의 편지와 망가진 장난감 몇 개를 되찾아왔어.”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지예솔이 너랑은 좀 친해 보이던데 혹시 너한테 메시지라도 보낸 건 없어?”온다연은 다시 냉정하게 말했다.“그렇게 친한 정도도 아닌데 저한테 뭐 하러 연락하겠어요? 이미 떠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니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을 거예요.”그러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근데 저는 지예솔 씨의 소식을 들었다 하더라도 말 안 해줄 거예요.”“됐어요. 남의 집안일은 집에서까지 논하지 말아요. 장 집사님이 맛있는 걸 해놨어요.”말을 마친 후 온다연은 유강후를 밀며 주방 쪽으로 향했다.겨우 두 걸음을 걷던 온다연은 배가 처지는 느낌을 받아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저는 배가 너무 무거워서 걷기도 힘드니 강후 씨 혼자 내려가서 먹어요.”유강후는 갑자기 긴장해 하며 말했다.“낳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온다연은 그가 긴장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직도 이틀 더 있어야 겨우 8개월이
또 어느 큰 눈이 내린 날, 날씨도 엄청 추웠다.온다연은 오후에 잠깐 집을 나서 좀 먼 곳에 있는 작은 여관에 갔다.여관방에서 온다연은 주머니 하나를 지예솔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사람 찾아 만든 새 등록증이에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만든 거니 일단 받아요.”“참, 그리고 안에 카드 한 장 있어요. 천만 원이 들어 있으니 저의 성의라 생각하고 그쪽에 가서 잘 살아요.”온다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어 말했다.“확인해 보니 라현쪽에 유강후의 지사가 있었어요. 제가 이미 이유를 대서 그 지사를 대진 그룹 명의로 옮겼어요. 그쪽 사람들한테도 이미 인사를 했고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지금 예솔 씨의 이름으로 경리를 찾아가면 돼요. 이름은 임진혁이라 해요. 하지만 그쪽은 외진 곳이라 제가 많은 도움은 줄 수 없을 거 같으니 이후의 일은 예솔 씨가 스스로 해결해야 해요.”지예솔은 등록증과 은행 카드를 번갈아 보더니 결국 받아들이고 자그마한 짐가방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온다연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저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물건이니 이거라도 받아주세요.”그녀가 건넨 물건은 너무 투명하여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옥팔찌로 비록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천만은 되는 듯해 보였다.온다연이 거절하려고 하기 전에 지예솔이 한마디 덧붙였다.“이거라도 받지 않으면 제 마음이 안 편해서 그래요. 다연 씨가 갖고 있는 액세서리 하나도 이것보다 더 비싸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제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물건이에요.”온다연은 그녀의 마음을 알고 옥팔찌를 받아들였다.“차가 도착했어요. 우리도 이제 내려가요.”지예솔은 남성복으로 갈아입고 자그마한 짐가방을 메고 온다연과 함께 내려갔다.밖에는 검은색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고 지예솔은 바로 그 차에 타고 창문을 내리며 온다연에게 손을 흔들었다.차가 떠나간 후 온다연도 옆에 있던 차량에 탔고 기사는 유강후가 제일 믿는 장 아저씨였다.온다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장 아저씨, 아드님이 경대에 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