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이 쏜 바주카포 두 발이 터지는 것을 지켜보던 임정남은 다급하게 물었다.“이강현이 그놈 죽었어!”“아니요, 방금 이강현의 속도가 너무 빨랐어요, 슈퍼맨처럼 그냥 숲더미를 넘어 나무더미 뒤로 숨었어요.”부하가 허둥지둥 말했다.토끼보다 더 빠른 건 봤지만 이강현은 토끼보다 훨씬 더 빨랐다. 아마 치타보다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다.임정남은 눈살을 찌푸리며 울부짖었다.“그럼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계속 쏴! 앞으로 가라고! 너희들 뭐하는 거야, 얼른 가서 죽이지 않고!”부하들은 모두 약간 망설였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임정남을 보면서도 그들은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방금 특근팀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들 모두 똑똑히 보았다.기본적으로 특근팀은 이강현 한 사람, 두 자루의 총에 눌려 고개를 들지 못했고,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모두들 칼부림에 피를 핥는 사람이라 특근팀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정말 앞으로 공격에 나서면 더 빨리 숨질 수밖에 없었다.“우리 안 가는 게 아니라 이강현 이놈은 정말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특근팀 정예도 상대가 안 되는데 우리가 나가도 헛수고입니다.”“그렇습니다, 저도 이강현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철수하고 이강현은 그 고수들한테 넘기세요, 죽더라도 개죽음은 당할 수는 없잖습니까.”임정남은 철수하려는 부하들을 보며 다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정남이 분노를 터뜨리려 할 때 일련의 리드미컬한 총성이 울리고, 뒤이어 비명이 터져 나왔다.“가주를 보호하고 빨리 철수해, 이강현이 왔어!”“우리가 막을 게, 너희들 얼른 가주를 데리고 도망가!”최전방의 몇몇 부하들은 숨을 곳을 찾아 이강현을 막으려 하였다.임정남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하들을 지휘하려고 할 때 이미 한 무리의 부하들이 임정남을 일으켜 세우고 멀리 달아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날 내려놓지 못해?! 가법의 처벌이 두렵지도 않는게야?”임정남이 시큰둥하게 소리쳤다.“돌아가서
“귀이, 이게 무슨 빌어먹을 계획이야, 이강현을 이길 수 있을지 말 좀 해봐, 우리 데리고 죽자는 거야 뭐야.”“용한광, 너 언제 이렇게 겁이 많아졌어, 우리 이 많은 사람이 여기에 있는데 이강현 한 놈을 못 이겨?”귀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허허, 그 말 너는 믿어?”용한영과 말다툼을 할 여력이 없는 귀이는 수화기를 들고 한철두 등에게 연락하여 사방으로 이강현을 포위하라고 명령했다.한철두는 고수 몇 명을 데리고 이강현에게 접근해 이강현이 추적하는 길을 막았다.“야, 총 버려, 그럼 죽이지는 않을게.”한철두는 두 손을 허리에 짚으며 말했다.이강현은 웃으며 총을 땅바닥에 던졌다.“총 버렸어, 정말 안 죽일 거야?”“하하하, 이놈 머리가 안 좋은 가봐, 진짜 총을 버려? 이런 바보는 처음이야.”“우리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나 보지, 그래서 총은 버린 거고, 잘 됐지 뭐, 힘 빠지는 일도 없을 테니까.”“총을 버려 죽을 죄는 면했어도 쉽게 넘어갈 수는 없지, 너 무릎 꿇어, 우리한테 좀 맞아야겠어.”한철두 등은 이 묵묵히 총을 버린 행위가 웃긴다고 비아냥거렸다. 이강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때리려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너희가 능력이 부족하면 내가 너희를 때릴지도 몰라.”“닥쳐! 이 자식 입은 살아있네, 다 같이 덤벼, 이 자식에게 쓴 맛 좀 보여줘!”한철두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몇몇 고수들은 한철두의 부름에 응하고 각자 칼을 휘두르며 이강현에게 향했다.구절편, 쌍절곤, 비수, 사냥용 칼 등 무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빠르거나 느린 휙 소리를 내며 이강현을 때렸다.이강현은 냉소하며 오른손을 뻗어 제일 먼저 뽑아든 구절편을 잡았다. 이어 팔에 힘을 주고 구절편을 움켜쥔 고수를 잡아당겨 날렸다.“아! 놔!”구절편을 움켜쥔 고수는 당황하며 소리 외쳤다. 이강현의 힘에 휘둘려 하늘로 올라간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손은 네가 놓으라고 했다.”이강현은 웃으며 구절편을 움켜쥐고 한
한철두가 걸음을 멈추는 순간 콩알만한 땀방울이 이마에 맺혔다.이강현에게 펀치를 맞은 오른손은 부자연스럽게 축 늘어져 있었고 팔은 더욱 떨렸다. 떨리는 것은 이강현의 주먹에 뼈가 부서진 데다 이강현의 주먹의 엄청난 힘으로 한철두의 팔 근육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강해, 너무 강해, 비인간적일 정도로 강해.’이강현에 대한 한철두의 실력 평가이다.한철두는 조금의 이익이라도 탐내려고 귀이에게 홀린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강한 사람에게 미움을 샀으니 한철두는 더없이 후회하였다.나머지 몇 명의 고수들은 모두 한철두 뒤에 모였다. 이 중에서도 한철두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그들도 모두 한철두의 명을 따랐다.하지만 한철두 팔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고수들은 한철두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형, 괜찮아요?”“아직 살아있어.”한철두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몇 명의 고수들은 한동안 묵묵히 말이 없었다. 모두 이 상황에 놀라움을 그치지 못했다.이강현은 웃으며 한철두를 향해 걸어갔다.“이제야 감 좀 잡았지?”“네, 할아버지,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음번엔 절대 이런 일 없을 겁니다.”한철두는 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고달픈 출신인 한철두는 어려서부터 어렵게 지금까지 걸어와 무릎을 꿇는 일에는 많이 익숙하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때마다 한철두는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한철두에게는 목숨이 전부이다. 체면이고 뭐고 목숨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후퇴하여 도망치려던 고수 몇 명이 의아한 표정으로 한철두를 바라보았다. 한철두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수가 무릎을 꿇다니, 이건 그야말로 더없이 창피한 순간이다.“형 뭐하는 거예요, 무릎을 꿇다니 미친 거 아니에요?”“체면이라는 게 있잖아요, 아예 버린 거예요?!”“정말 부끄럽네요, 형 같은 사람이랑 같은 팀에 있다는게, 서서 죽으면 죽었지 결코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을 거예요.”몇몇 고
“퉤!”고수 한 명이 침을 호되게 뱉더니 곧 돌아서려 하였다. 이강현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오른발로 땅바닥의 돌멩이를 걷어찼다. 돌멩이가 강하게 튀어나와 그 고수의 무릎에 맞았다.풍덩!그 고수는 돌멩이에 무릎이 깨지고 한쪽 무릎을 꿇고 고통에 눈에서 눈물까지 났다.“내 다리! 이강현 이 개자식, 나 가려고 하는데 너 이러는…… 아!”고수가 욕설을 퍼붓고 있을 때 한철두는 땅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그 고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심하게 뺨을 두 대 후려쳤다.“네가 감히 내 할아버지를 욕해?! 맞아도 싸, 너희들 모두 얌전히 서있어! 할아버지가 가란 말이 없으면 한 놈도 떠나지 못해, 누가 불복하면 나한테 먼저 물어봐!”한철두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이강현에게 충성을 표했다.뿔뿔이 도망치려던 고수 몇 명이 의아해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이강현이 하나면 공포에 질린데다 배신한 한철두까지 겹쳐 살길이 뚝 끊겼다.“한철두, 너 너무한 것 아니냐, 다들 구면이라 살길은 남겨줘야지.”“우리가 뭘 어쨌다고 막는 거야! 네가 아양을 떨어도 우리에게 화풀이할 필요는 없잖아!”몇몇 고수들은 한철두를 비난하며, 한철두가 한 짓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한철두는 그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웃으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어떻게 할지 말해주시면 분부대로 처리하겠습니다.”몇몇 고수들의 마음이 싸늘해졌다. 한철두가 그들을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수법은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몇몇 고수들을 힐끗 쳐다보며 웃으면서 말했다.“나도 잔혹한 사람 아니야, 너희들이 순순히 말을 듣기만 하면 당연히 살길을 남겨주지.”고수들의 시선은 절로 무릎에 피구멍이 난 고수를 향했다. 그리고 속으로 이게 잔혹하지 않는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냥 도망가고 싶을 뿐인데 무릎에 구멍이 나서 후반생은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다.“할아버지가 한 말 못 들었어? 얌전히 말 잘 들으면 살길을 주겠다고 하잖아, 말해, 말 잘 들
달아난 고수의 뒷머리에서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 이강현이 돌맹이로 그자의 목숨을 앗아갔다.한철두는 가슴이 덜덜 떨리며 방금 옳은 선택을 한 것 같아 은근히 다행스럽게 생각했다.눈앞의 이강현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철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이강현은 자신이 여태까지 본 모든 고수들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고수인 것 같았다.원래 도망가려고 했던 나머지 몇 명의 고수들도 모두 아까 그 고수의 죽음에 겁을 먹었다.근접전이 센 건 그렇다 치고 돌멩이로 던지는 원거리 공격에도 능하면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근접전과 원격을 겸비한 이강현에게 고수들은 마음을 접고 이강현의 분부를 얌전히 따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지휘차 안에서 귀이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5분을 기다린 후 용한영이 먼저 초조해하였다.“귀이, 할 거면 네가 계속해, 너희 쪽 사람들 아직 오지 않았어, 정말 내가 바보인 거 같아? 난 이대로는 못 있어.”귀이는 잠자코 용한영을 바라보며 냉소하며 말했다.“겁쟁이 주제에, 가려면 가, 그리고 앞으로 나 귀이를 안다는 소리 입밖에도 꺼내지 마라, 너처럼 배짱이 없는 사람 난 몰라.”“흥! 배짱과는 상관이 없어. 이용당하기 싫을 뿐이야.”용한영은 그렇게 말하고 차문을 밀고 내렸다. 그리고 훌쩍 뛰어올라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밀림 속으로 들어간 용한영은 그대로 도망치지 않고 이미 관찰해 놓은 산 중턱의 큰 바위를 향해 돌진했다. 잠시 후 용한영은 큰 바위 뒤로 숨었다.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 핸드폰에 장착한 용한영은 핸드폰 녹화모드를 켜고 지휘차 근처를 살폈다.용한광은 귀이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이강현이 얼마나 대단한지 더 알고 싶었다.이강현이 정말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이면 용한광은 앞으로 이강현을 멀리 피하려고 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몇 개의 익숙한 모습이 핸드폰 화면에 나타났다.용한광은 그 몇 명의 고수들이 지휘차에 접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상황이 좀 이상한 것 같았다.몇 명의
사냥용 칼은 귀이의 몸에 큰 구멍을 냈고, 무섭게 보이지만 치명적이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그 뒤를 따라 주변에 매복해 있던 고수 몇 명이 달려나와 귀이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방금 그들이 이강현을 포위 공격하는 장면이 다시 나타났지만 귀이는 이강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고수들의 갑작스런 맹공을 당해낼 수 없었다.“X발, 다 미친 거야! 왜 나를 공격해, 너희들도 다 배신했어?! 내가 준 돈이 모자란 거야?”귀이는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몸에도 상처가 몇 개 더 생겼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야, 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거 탓해!”“널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건 우리야, 그러니 우리를 원망하지 마.”몇 명의 고수들은 더 이상 봐주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귀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 여기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죽기 전 몇이라도 더 데려가려는 마음에 목숨을 걸고 몇 명의 고수에게 반격했다.궁지에 몰린 귀이가 한 수 위였다. 곧 목숨을 바치는 수법으로 두 명의 고수를 죽였다. 동시에 몸에도 상처가 더 생겼고, 입에서도 피가 광적으로 뿜어져 나왔다.나머지 네 명의 고수들도 약간의 상처를 입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 것 같은 귀이에 비하면 그들의 부상은 상처라고 말할 수 없었다.“죽여!”한 고수가 이를 악물고 노발대발하며 먼저 귀이에게 달려들었다.귀이이는 처참하게 웃으며 달려드는 고수에게 비틀거리며 달려들었고, 상대의 장도가 가슴에 꽂히자 귀이이는 입을 벌려 상대의 목을 필사적으로 물어뜯었다.다른 세 명의 고수들은 함께 달려들어 날카로운 칼을 들고 귀신에게 일격을 가했다.훅훅훅.날카로운 칼날에 살갗과 근육을 찌르는 소리가 나더니 귀이의 콧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입은 여전히 끈질기게 상대를 물어뜯으며 그대로 후두관을 뜯어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강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돌아서서 더 이상 귀이를 보지 않았다.“너희들은 가도 돼.”살아남은 세 명의 고수는 숨을 헐떡이며 마음을 가다듬고 밖으로 달려갔다.한철두
“저 안갈 거예요, 할아버지 옆에 붙어 있을 건데, 아직 사람 부족하세요? 제가 문지기나 할까요?”한철머리는 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과거에 한철두는 이런 방식으로 고수를 만나면 찌질함을 인정하고 옆에서 고수를 따라 배우곤 했다.이런 뻔뻔한 수법으로 한철머리는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로 변신했다. 이제 한철두는 예전 기량을 다시 발휘해 계속 뻔뻔하게 이강현 옆에 붙어있으려고 하였다.이강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냉소하며 말했다.“나 문지기가 많아, 너 차례는 안 돼.”“저, 제가 다른 것도 할 수 있어요. 차도 지키고 개 훈련도 시킬 수 있어요.”한철두는 자세를 낮추어 말했다.“너 역시 뻔뻔한 놈이야, 여기 시체를 묻기 좋은 곳인 것 같은데 가지 싫으면 여기에 묻어줄까?”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헤헤헤, 아니에요, 할아버지를 도와 할 일도 남았는데,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앞으로 필요하면 꼭 불러주세요.”한철두는 이강현이 자기 수작에 넘어가지 않자 웃으며 돌아섰다. 계속 한성에 남아있을 건데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강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철두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산속으로 발길을 돌렸다.……총소리가 그친 지 오래되었는데 이강현이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진효영은 급한 마음에 제자리에서 빙빙 돌았다.“사람은 언제 도착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화가 난 진효영이 신명훈에게 노호했다. 신명훈은 목을 움츠리고, 진효영의 분노에 놀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연락은 했습니다, 근데 일손을 모아 시내에서 이쪽으로 오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것입니다.”총성과 바깥 시체에 놀란 고청아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담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밖을 내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밖에는 무슨 일이 있어? 혹시 이강현이…….”고청아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퉤퉤, 무슨 그런 말을 해! 좋은 말 할 줄 몰라?!”진효영은 주먹을 흔들며 말했다.“이강현 오빠 별일 없을 거야!”“맞
진효영이 낮은 목소리로 부르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무릎이 부러지고 두 손을 기대고 기어가던 모홍은 멈춰 서서 눈빛을 반짝이며 진효영이 걸어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무릎이 부러지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망가진 셈이어서 일어서서 걷기도 힘들었다.기어다니며 탈출할 수밖에 없을 줄 알았던 모홍은 이제 풀숲을 통해 진효영을 바라보며 진효영을 납치해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예쁘게 생긴 걸 보니 이강현 여자인 게 틀림없어.’‘진효영만 잡으면 탈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수할 수 있을지도 몰라!’모홍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양손으로 몸을 힘차게 받쳐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왼쪽 다리를 들어 무릎을 반쯤 꿇었다. 걷기가 불편한 모홍에게 있어 이 순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일 것이라고 느꼈다.진효영은 손에 총을 쥐고 있어, 한 번의 공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죽을 운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홍은 잘 알고 있었다.울창한 풀숲 속에서 모홍은 조용히 진횽영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진횽영이 나타나기 전, 모홍은 목덜미가 싸늘한 것을 느꼈다.깜짝 놀라며 모홍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강현은 모홍의 뒤에 쪼그리고 앉아 빙그레 웃으며 모홍을 바라보고 있었다.“너, 너 왜 내 뒤에 있어!”모홍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당황한 나머지 두 손으로 몸을 짚고 뒤로 물러서며 풀숲에 넘어졌다.진효영은 모홍이 갑자기 낸 인기척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캬캬캬.총알을 다 쏜 돌격소총에서 빈탄 소리가 났지만 진효영은 여전히 필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채 얼굴에 온통 놀란 기색이었다.“야, 그만 당겨, 총알이 다 떨어졌어.”이강현이 큰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몸에 총을 얼마나 맞았는지 알 수 없는 피로 물든 모홍을 보며 이강현은 고개를 저었다.“자업자득이야, 진작에 도망가질 그랬어.”이강현의 모습을 본 진효영은 놀란 기색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손에 들고 있던 돌격소총을 버리고 성큼성큼 이강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