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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법지 스님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권무영의 목소리가 마치 목숨을 빼앗는 소리 같았다.

황급히 고개를 들고 법지 스님은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영산사 모든 승려들을 거느리고 시주님의 복을 빌며 일이 잘 풀리도록 기원하겠습니다.”

더 이상 속일 수 없는 상황에서 법지 스님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발뺌이었다.

현혹의 기본은 먼저 상대방의 속사정을 알아야 하는데, 설령 정체를 알지 못하더라도 법지 스님은 무심코 유용한 정보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황후를 대할 때 황후가 먼저 주도권을 잡아 법지 스님의 계획을 무너뜨려 법지 스님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

황후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법지 스님이 자신의 질문에 답하고 의문을 풀 수 있는 진정한 능력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 법지 스님은 사람을 속이는 전문인 것 같았다.

“그게 정말 유용해요? 내가 듣고 싶은 것은 진실입니다.”

황후는 차갑게 말했다.

법지 스님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며 황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은 부처님이 기뻐하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평생 향을 피워 빌어도 부처님이 비호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평생 향을 피우며 빌지 않아도 부처님이 비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나는 어느 쪽인가요?”

법지 스님은 머리가 터질 듯 황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보살님이 환생이라 모든 일이 잘 풀리실 겁니다.”

지금 법지 스님은 어떻게 계속 속여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속일수록 번거로움이 커질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찌질함을 인정하는 것이 낫겠어.’

권무영은 입을 삐죽거렸다.

‘황후 앞에서 수작을 부려?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야.’

황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권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운란이라는 계집애는 아직 안 온 거야?”

“대웅전에 막 들어갔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이리 와서 스님의 가르침을 잘 들으라고 해, 난 병풍 뒤에서 들을 거야.”

“네.”

권무영은 공손히 응수하고 부하들에게 연락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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