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 세 사람이 즐겁게 점심을 먹는 동안 우영민은 한숨을 쉬며 점심을 먹고 있었다.손에 든 환자식을 보고 우영민은 두 입만 먹고는 맛이 없어 더 이상 입에 대지 않았다.옆에 있던 한 남자가 우영민을 쳐다보고는 비웃으며 말했다.“아직도 도련님 티를 내는 거야? 빨리 먹어, 오늘 다 먹지 않으면 맞을 각오해.”우영민이 애처롭게 말했다.“병원 환자식 기름기가 없고, 아무 맛도 없어요. 건강하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요.”하루 종일 맛있는 것만 먹다가 이런 걸 먹으려고 하니 도저히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홍세영이 웃으며 말했다.“허허, 나가고 싶어? 아침에 몰래 도망친 일 생각 안나? 그것 땜에 내가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그럼 시켜먹어도 될까요? 제가 시킬게요, 같이 먹어요.”우영민은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아침에 이강현을 만나고 돌아와서 우영민은 구양지 제자들에게 붙잡혀 한바탕 심문을 당했다. 그러나 우영민은 다른 이유로 둘러댔다.잠시 얼렁뚱땅 넘어가긴 했지만 감시도 따라 강화되어 홍세영의 24시간 감시를 받아야 했다.“배달? 꿈 깨, 안 먹으면 앞으로도 먹을 생각하지 마.”홍세영은 독살스럽게 말했다.강연간은 바로 생각을 접고 다시는 꺼내지 못했다. 조금 맛없을 뿐 참고 먹으면 그만이다.개를 숙이고 힘껏 밥을 긁어모으면서 우영민은 밥을 거칠게 깨끗이 먹어 치웠다. “다 먹었어요, 이번 일 어떻게 된 건지 안시잖아요, 저 정말 억울해요.”우영민은 배불리 먹은 후에 계속 자기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였다.“억울하다는 게 중요해? 그런 말 말고 빨리 돈이나 꺼내, 그럼 바로 풀어줄게.”“너무 많이 요구하잖아요, 좋은 마음인데 사고가 좀 있다고 하여 어떻게 제 책임일 수 있어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우리 사람이 몇인데, 2000억이라고 해도 한 사람당 몇 십 밖에 안.”우영민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비록 우씨 가문이 돈이 풍족하다 해도, 사람이 많아 강연간에게 주어진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현재 강연간이 소유한 자산은 기껏
홍세영은 족발을 다 먹고 나서 나머지 뼈다귀를 접시에 던졌다.“죽고 싶으면 가던지, 민지 형 지금 기분이 별로야, 가면…… 허허.”우영민은 목을 쳐들고 겁 없이 말했다.“민지 형 꼭 만나야 돼요, 여기에서 죽던 거기에서 죽던 어차피 다 죽는 거잖아요!”홍세영은 눈을 흘기고 우영민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우영민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우영민은 홍세영을 따라 병원 건너편에 있는 호텔로 갔다. 호텔은 이미 구양지의 제자들에 의해 세 층 전체가 예약되며 전 세계에서 몰려든 구양지의 제자들이 묵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구양지의 이름을 빌려 무관을 차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구양지가 죽으면 그들의 무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만약 무관의 학생 수가 격감하면 수입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그래서 다들 무관을 제쳐두고 서둘러 각지에서 몰려왔다.호텔 회의실 안, 서민지가 매서운 눈빛으로 단상에 앉아 구양지 제자들을 훑어보았다.“사부님 목숨이 위태로울 지금에 우리가 제가로서 할 도리를 해야 하는데 너희들 요 며칠 뭘 했어? 사부님 복수에 힘을 보태기나 한 거야?!”백여명의 제자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서민지가 한숨을 쉬었다. 서민지는 이들이 여기에 온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구양지가 죽기 전 마지막 한 입 뜯어먹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우리가 힘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었어요.”“네, 민지 형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시켜만 주세요.”“사부님 복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거예요.”몇 명의 겁 없는 제자들이 저마다 말을 건넸다. 서민지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냉소를 지었다.“그렇게 말한 이상 나도 서슴치 않을 거야. 나 중요한 소식 하나 받았어. 지금 계획 중이야.” “말만 하세요, 제대로 따르겠습니다.”서민지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아래 구양지 제자들을 둘러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소식에 의하면 이강현과 사이가 괜찮은 정중천이 오늘 밤 외국인과 거래를 한다고 해.
요즘 그들이 초청한 고수들은 모두 매우 핑계를 대고 초청을 거절했다. 돈을 주겠다고 해도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았다.초청을 받을 때만 해도 고수들 열정이 넘쳤는데 한성 현지에서 알아보고 나서 모두 포기를 선택했다.명성이 자자한 구양지도 이강현의 손에 패배를 받는데, 고수들은 자기가 구양지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설령 구양지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강현을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했다. 아니면 역시 패배의 결과이다.서민지는 모두의 눈빛이 달라지자 냉소하며 책상을 두드렸다.“너희들 잘 들어, 우리 이강현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만 정중천은 쉽게 해결할 수 있어, 그래서 이 계획을 세운 거야.”“자신이 있다면 저희들은 하라는 대로 명에 따르겠습니다.”“좋아! 정중천을 잡으면 정중천을 첩자로 삼아 이강현의 가족을 납치할 기회를 찾고, 이강현을 위협할 수가 있어. 여기에 정중천 역할이 중요하니 오늘 밤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겠지?”서민지가 말을 이어가려 할 때 회의실 문이 홍세영에 의해 열렸다.홍세영이 우영민을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어, 민지 형, 강연간이 형을 만나 꼭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별수 없이 데리고 왔어요.”홍세영은 약간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밤 계획을 어랜지 하려던 서민지는 화가 난 듯 홍세영을 쏘아보았다.“먼저 데리고 나가 문 앞에서 기다려.”서민지가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네네.”우영민은 고개를 숙인 채 회의실을 나와 곧장 회의실 입구에 섰다.회의실 문은 방음성이 좋지 않아 방금 문 밖에 있을 때 우영민은 서민지의 말을 다 들었다.이강현을 상대로 한 계획을 들은 강연간은 마음이 들떴다. 어떻게 하려는 지 다 듣고서 이강현에게 알려면 큰 공을 세운 셈이다.우영민이 문밖에 얌전히 서 있는 것을 보고도 홍세영도 우영민을 멀리 쫓아내지 않았다.“너 정말 사람을 귀찮게 하는 재주가 있어. 아침에 너 때문에 혼나고, 아까 사람들 앞
하지만 오후 내내 우영민은 소식을 전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홍세영은 머리가 나쁘지만 맡은 일은 끝까지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서민지가 그에게 우영민을 지키라고 한 후 우영민이 화장실을 갈 때도 홍세영은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이로 인해 우영민이 전혀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다.저녁 시간이 되자 서민지를 포함한 현장의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우영민은 그들이 곧 움직일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줄줄이 이어져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차량들을 보며 우영민은 어떻게 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머리를 굴렸다.옆에 있던 홍세영도 창밖의 멀어져 가는 차들을 보며 부러움을 숨기지 못했다.“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만 아니었어도 나도 같이 따라갈 수 있었어.”“그렇다면 우리도 같이 따라가볼까요?”강연간이 제안했다.홍세영은 강연간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이며 오른손으로 머리를 힘껏 긁적거렸다. 홍세영 역시 마음이 흔들렸다.잠시 궁리하다 홍세영은 우영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가서 준비할 거야, 넌 방에서 꼼짝하지도 말고 있어, 수작 부릴 생각하지 말고.”“아니에요, 제가 무슨 수작 부리겠어요. 마음 놓으세요, 방에만 있을게요.”우영민이 무고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홍세영은 몇 마디 더 하고는 돌아서서 우영민을 방에 가두었다. 홍세영이 다시 돌아올까 봐 걱정이 되어 우영민은 묵묵히 3분을 기다렸다.3분이 지나도록 홍세영이 돌아오지 않자 우영민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우지민의 전화를 찾아 걸었다.“어, 지민아, 나야, 상황이 급하니 내 말 잘 듣고 이강현한테 얘기해!”우지민은 긴급함을 알아차리고, 급히 녹음 시작하였다.“녹음하고 있어요, 말하세요.”“그래그래, 서민지가 어디에서 소식을 들었는지 오늘 밤 정중천이 거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지금 사람을 데리고 선대산에 정중천을 잡으러 갔어, 정중천을 잡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이강현 가족을 찾아내 그를 협박하겠다는 뜻인 것 같아. 그러니까 빨리 방법을 생각해야 해!”우지민은 그 말을 듣고
“아까 숙부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요, 구양지의 제자들이 이미 선대산에 갔답니다. 정중천을 잡아다가 내응을 시켜 사모님들을 납치해 사부님을 위협하려는 꿍꿍인가 봐요.”진효영의 눈동자가 둥그래지며 얼굴에는 흥분한 표정이 넘쳐흘렀다.“우와! 짜릿해, 이강현 오빠, 나 납치되면 목숨 걸고 구해줄 거예요?”“그건 기분을 봐서.”이강현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억울한 듯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잠시 머뭇거리다가 진효영은 이강현의 품에 안겨 작은 입을 벌리고 이강현의 가슴을 깨물었다.“아, 너 개야?”이강현은 진효영을 밀어젖히고, 옷을 당기고 보니 가슴에 잇자국이 나 있었다.진효영은 손가락으로 그 잇자국을 살짝 만진 후 깔깔 웃었다.“너 미쳤어? 너 또 이러면 정신병원에 확 보내버릴 거야.”이강현은 화를 내며 말했다.“흥, 보내세요, 어차피 자국 냈으니 앞으로 절 잊지 못할 거예요.”자랑인 듯 진효영은 고개를 쳐들고 대꾸하였다.이강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진효영 급한 김에 이런 미친 짓을 하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됐어, 말해서 뭐해, 지민아, 얼른 운전해.”한참 동안이나 대히트 신을 본 우지민은 급히 시동을 걸고 웃으며 말했다.“만약 효영이가 사부님께 사모님과 같이 물에 빠졌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하는가를 여쭤보면 사부님 답을 듣고 아마 효영이가 날 뛰겠는데요, 화가 나서.”진효영은 우지민을 매섭게 쏘아보고, 무지막지하게 말했다.“말 좀 똑바로 하지, 못하면 입 다물던가!”“알았어요, 안 할게요.”우지민은 한 마디 한 후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차를 몰았다. 이강현은 눈을 감고 선대산의 정세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인질 교환할 때 현장에 조금이라도 문제 있으면 바로 싸움이 벌어질 거야.’‘구양지의 제자들은 분명 상황을 모르고 그냥 거래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일이 꼬일 수가 있어.’‘만약 그들이 죽음을 자청한다면 외국 그 놈들의 손을 빌어 치우지.’진효영은 이강현이 눈을 감고 생각에
선대산 정상에는 이미 버스 두 대와 미니버스 다섯 대가 서 있었는데 모두 정중천이 데려온 사람들이다.부하들 중 실력이 탑 급인 애들을 몇 백명이나 데려오고, 일부는 손에 총까지 들었다. 이건 초중쳔이 현재 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하지만 정중천은 자기 부하들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톰슨과 크레티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정중천은 자기 부하와 상대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깊이 깨닫았다.솜씨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방 부하들 모두 총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 정중천은 두려움을 느꼈다.달리는 차가 천천히 멈추자 정중천은 얼른 다가가 문을 열었다.“이 선생님.”정중천이 공손히 불렀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좀 상황밖의 일이 생겨서 오늘 밤 계획이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차에서 내리면서 이강현이 말했다.정중천은 마음이 조마조마해하며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예요?”“나를 해치려고 하는 자들이 오늘 저녁 움직일 것 같아요. 톰슨 그쪽 사람을 빌어 치웁시다.”정중천은 마음을 다잡고 웃으며 말했다.“이 선생의 말한대로 하죠.”“다른 사람은 보내고, 총 가진 사람만 남기세요, 조금 있다가 내가 차에 있을 테니 거래는 그쪽에서 맡아 진행하세요. 제 생각에는 상대방이 먼저 움직일 것 같아요. 그때 차에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다른 건 걱정하지 마세요.”이강현의 분부를 듣고 정중천은 아무 말없이 바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버스 두 대는 떠났고, 십여 명의 사격수만 남았다.이강현은 진효영과 우지민을 데리고 다른 차에 올라타고, 정중천 한 부하를 원래 차에 오르게 하였다.정중천은 10여 명의 부하와 함께 차에 옆에서 톰슨 그쪽의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서민지가 백여명의 사제들을 데리고 센다이산 뒷산에 도착했다.“소식에 따르면 이곳 정상에서 거래를 할 거야,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되니까 우리 뒷산으로 올라가자.”“낮은 산도 아닌데 오르는 게 너무 귀찮아요.”한 사제가 불평했다.탁!그러자 서
서민지는 사제들을 데리고 선대산으로 들어가 길 없는 뒷산으로 올라갔다.……최신형 걸프스트림 비행기가 교외의 공항에 착륙하였다.그곳은 지난번에 톰슨을 잡았던 그 공항이었다.비행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한 후, 여러 랜드로버 차가 공항으로 들어가 걸프스트림 비행기 앞에 멈추었다.라우드가 정대성과 함께 비행기에서 먼저 내렸고 11전투팀 팀원들이 뒤를 이었다.완전 무장한 살벌한 제11전투팀을 보면서 공항 직원들은 하나같이 당황했다.라우드는 한가운데 있는 링컨의 차 문을 열고 정대성에게 웃으며 말했다.“빨리 차에 타, 좀 있으면 네 아버지를 볼 수 있을 거야.”“정말요? 참 잘 됐어요.”정대성은 머리를 숙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길 정대성은 무장한 전투원들을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전투원들을 보며 정대성의 마음은 매우 두렵고 불안하며, 뭔가 해명할 수 없는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차에 탄 라우드는 손목시계 시간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X발! 시차를 잊었어. 지금 몇 시지?”“지금은 현지 시간으로 7시 15분입니다.”기사가 대뜸 대답했다.“그럼 아직 늦지 않았어, 어서 출발하자, 선대산으로!”라우드가 소리 높여 말했다.차량 행렬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공항을 떠나 선대산을 향해 전속으로 달렸다.30분 후, 라우드의 차량 행렬이 선대산 정상에 도착했다.반대편에 주차된 차 다섯대, 그리고 차 옆에 서 있는 정중천과 그의 부하들을 둘러본 라우드는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아버지!”정대성이 소리 높이 정중천을 부르고는 감격에 겨운 눈길로 정중천을 쳐다보았다.라우드의 큰 손이 정대성의 어깨를 눌렀다.“흥분하지 말고, 우리 약속 시간이 아직 안 됐어.”“약속한 게 몇 시죠? 언제 아버지와 함께 돌아갈 수 있습니까?”“금방이야, 10분 정도 지나면 돼.”라우드는 말하고 나서 통신 시스템을 켰다.“안녕하십니까, 월리스 팀장님, 작전 준비하셔도
월리스는 부하 전투원들을 지휘하여 배치 통제를 완료하고 주변에 위험 요소가 없음을 확인한 후 헤드셋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이곳 통제가 끝나고, 위험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 가능합니다.”라우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먼저 그들과 접촉해 톰슨의 상태를 보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인질 교환을 할 거예요.”“그러죠.”월리스는 부하 4명을 데리고 정중천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정중천 부하들 모두 당황했다. 월리스의 살벌한 기세만으로도 그들은 싸늘함을 느꼈다.솔직히 정중천의 부하들은 그저 건달일 뿐이다. 월리스 같은 용병들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었다.정중천 부하들의 눈빛에 비친 당황스러움을 지켜보던 월리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정복의 만족감을 느꼈다.“그냥 깡패들인 것 같은데 우리를 보내다니.”“허허, 여행 왔다고 쳐, 여기 사람들 저녁에 뭐하나 몰라, 예쁜 아가씨라도 찾으면 좋을 텐데.”“난 외국 여자랑 아직 자 못봤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전투원들은 득의만면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며 정중천을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사부님, 문제없죠? 좀 불안한데요.”말을 더듬는 우지민을 보고 진효영은 참지 못하고 눈을 희번덕거렸다.“너 왜 또 이래? 남자로서 배짱 좀 보여줘, 쥐처럼 겁이 많고 서야……. 이거 이강현 오빠 얼굴에 먹칠하는 거야.”“저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있어서 좀 살벌한 사람을 보면 두려움을 많이 느껴요.”우지민의 입술이 떨렸다.이강현은 담배를 꺼내 우지민에게 건넸다.“자, 담배 한 대 피우고 진정해.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네가 레이싱을 한다고 생각하면 돼.”“어떻게 레이싱과 비교를 해요, 저 차 핸들을 잡으면 두려움을 못 느껴요.”이강현이 건네준 담배를 받아들고, 우지민은 두 번 끝에 불을 붙이고는 한 목음 세게 들이켰다.“콜록콜록.”담배 연기에 질린 우지민은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 기침을 두 번이나 했다.이때 진효영이 눈알을 굴렸다. 속으로 겁먹은 척 이강현의 품에 숨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