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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0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프레드는 앞서 한소은이 했던 실험과, 그녀를 감시하고 미행하던 중 알게 된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

“사람 손목을 만져서 중독됐는지 판단할 수 없어?”

의사는 담담했다.

“공작 전하께서 말씀하신 그런 것은 아마도 H 국의 한의사가 진맥을 보는 것이겠죠. 미안하지만, 우리 서양 의학은 이런 신기한 학과를 배운 적이 없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가 있어서 일찍이 연구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아직 배우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의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프레드는 그 모습에 화가 나 돌아서서 침을 뱉었다.

채혈이 끝난 뒤 팔에 달린 면봉을 누르며 프레드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의사를 향해 말했다.

“얼마나 걸리면 결과가 나올까?”

“약 30분 정도요.”

“또 삼십 분!”

이를 악물고 프레드가 그를 노려보았다.

“좋아! 30분만 줄게. 결과 나오면 바로 보고해!”

만약 결과가 나왔지만 자신이 중독되지 않았다면 한소은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프레드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공작님, 공작 전하, H 국 사람들이 이미 소독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뭐?!”

프레드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귀를 의심했다.

“난 아직 안 나갔어. 허락한 적 없는데 감히 먼저 시작했다고?”

“위의 명령이고 우리에게 통지서를 보냈다고 했어요. 그 이유가 너무 정당해서 거절할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 프레드가 없으니 아랫사람들은 거절할 자격도 배짱도 없었다.

“너무하네.”

한기 가득한 얼굴을 한 프레드는 피 묻은 면봉을 내동댕이쳤다.

“어디야!”

프레드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 약물을 뿌리고 있는 중무장한 사람과 마주쳤다.

“멈춰!”

프레드가 호통을 쳤다.

‘누가 당신들이 여기에 소독수를 뿌리는 것을 허락했어? 여기는 대사관이야,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감히 함부로 침입하다니!’

밀폐된 방호복을 입은 그 사람은 손에 든 분무 도구를 멈추고 프레드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여기가 대사관인 것은 맞지만, 여기는 H 국이라는 것도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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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프레드가 대답했다.“네.”“그들에게 협조해.”“?!!”프레드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답변을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프레드는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몇 걸음 더 나가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계속 말했다.“여왕 폐하, 이 사람들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아세요? 소독이 아니라 소독이라는 핑계로...”“사람을 찾는다, 그렇지?”그의 말을 끊은 여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시면서 왜...”프레드는 깜짝 놀랐다.여왕이 상대방의 속셈을 모르기 때문에 풀어주겠다는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 사람들을 들여보내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들이 들어오게 한다는 건...“프레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여기는 대사관이지 Y 국 왕궁이 아니야. 프레드가 한번 거절할 수 있지 두 번, 세 번 거절할 수 있겠어? 그들은 단념하지 않을 거야.”잠깐 뜸을 들이던 여왕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들을 들여보내. 막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그냥 내버려 둬.”“한 번 철저히 수색하라고 해야 진짜 체념할 것이고, 다음번에도 핑계를 대기가 쉽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프레드는 그제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여왕 폐하!”전화를 끊고 난 프레드는 다시 생각하더니 그제야 돌아서서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는 상대방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모두 몇 명이지?”“다섯 명입니다.”상대방이 대답했다.“각자 다른 층에 있는데 모두 불러서 지시를 들을까요?”대답은 이렇게 하면서도 말투는 조금 무례했다.“아니, 소독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가봐, 모든 층과 방을 잘 소독하고, 지저분한 바이러스나 역병 같은 것이 우리 대사관에 퍼지지 않도록 해. 우리 이곳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당신들 나라가 책임져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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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관 전체 부지가 작지 않고 직원들도 적지 않았는데 가끔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Y 국어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여전히 예의를 지켰다.방호복을 입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김서진은 ‘수색' 작업을 계속했다.방에 들어갈 때마다 그는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대부분 일반 사무실일 뿐이었다. 안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보아하니 숨겨진 길이나 방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자신의 집에도 있고, 많이 접촉하다 보니 밀실 기관에 대한 경험도 있기에 어느 정도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분명히 이 방들이 정말 평범한 방일 뿐 아무런 흔적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건물 전체를 다 쓸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다른 사람과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역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김서진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 건물로 향했다.프레드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무표정한 채 CCTV 화면으로 다섯 명이 한 명씩 방에 들어가서 샅샅이 수색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보호복을 입은 사람 중 한 명이 의무실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던 프레드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는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여 CCTV 화면을 실내로 돌렸다.실내에는 침대 두 개와 간단한 의료장비가 놓여 있었지만 방안은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프레드는 어리둥절했다.여러 각도로 CCTV를 바꿔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안에 확실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순간적으로 머리가 텅 비었고, 마침 그때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여기는 의무실이라 소독할 필요가 없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앞을 막았다.프레드는 벌떡 일어나 모니터의 여러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생각한 뒤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프레드가 의무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경호원은 H 국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다.“소독이 필요 없다고 했잖아, 매일 의사가 쓸 정도로 소독이 잘 돼 있다고.”“우리 나름의 기준이 있으니 방마다 소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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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는 웃었다.“무리한 요구는 아니야. 다만 오늘 소독한 후 대사관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협조할 수 있어. 하지만 오늘은 소독하고, 내일은 청소하고, 나중에 또 검사하러 오면 우리는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 더군다나 이곳은 우리 Y 국의 대사관이고 기밀문서도 많아. 만약 차질이 생기면 양국의 국교에 좋지 않겠지?”도리에 맞는 말이니 거절할 수 없었기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프레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오늘 소독을 한 후에 다시는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적어도 요즘은 안돼.”프레드는 손가락을 내밀며 또박또박 말했다.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에어팟에 대고 확인한 후 말했다.“네, 저희 측에서 동의했어요. 합리적인 요구였어요.”“자, 들어가. 이 방뿐만 아니라 모든 방을 검사할 수 있어... 아니지, 소독이지! 빨리 진행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만약 지체된다면... 양국간의 왕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전문가예요.”상대방은 놀라지 않고 기계를 들고 들어갔다.방안은 텅 비어 아무도 없었고, 침대도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창문이 높아서 밖이 보이지 않았고 채광도 그리 좋지 않았다.“이 방은 빛이 잘 들지 않아서 환자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돼요.”한 번 훑어보다가 옆으로 돌아 프레드에게 말했다.“여기는 단순히 상처를 치료하는 의무실일 뿐 환자를 오래 머물게 하지 않아. 그러니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요. 왜, 소독 담당자가 이런 것도 신경 써야 하나?”“직업 습관이죠.”담담하게 말하고는 기계를 들고 방에 뿌리기 시작했다.프레드는 문 앞에 서서 떠나지 않고 막지도 않았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방안에는 강한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이 소독수가 인체에 해가 없지? 만약 우리에게 무슨 후유증이 생기게 되면 당신들을 찾아 결판을 낼 거야!”프레드는 화를 내며 말했다.“일반 소독제에요. 귀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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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는 더는 따라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소독제가 뿌려진 방을 샅샅이 훑어보았다.이 방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안에는 간단한 물건만 놓여 있어 한눈에 방 전체를 볼 수 있었다.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고는 방문을 살짝 닫고 난 프레드는 돌아서서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한 시간쯤 지나자 모든 소독이 완료됐고 5명이 현관에 모여 서로를 바라보았다.“어때?”프레드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일은 다 끝났어? 모든 방이 소독되었어?”“네!”앞장선 사람이 대답했다.“소독을 마쳤습니다. 귀국 대사관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그럼 무슨 바이러스니, 역병이니, 우리에게 전파되지 않겠지?”프레드는 한쪽 팔을 벌리고 몸을 옆으로 기울인 채 시큰둥하게 물었다.“네. 하지만 백 퍼센트 보장은 하지 못해요. 공작님도 의학을 공부하였으니 아마 아실 겁니다.”딱 잘라 말하지 않는 것이 대화의 기본 전제이다.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프레드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들의 일이 끝났으니, 나에게 약속한 것을 잊지 마. 최근 이 기간에 더는 우리의 일을 방해하지 말아 줄거지?”“우리는 방해한 것이 아니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프레드는 말을 끊어버렸다.“됐어! 입에 발린 말은 그만 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심지어 손을 들어 귀를 후비기도 했다.“당신들은 일을 다 보았으니 그만 가봐. 우리는 아직 중요한 일이 많아서 당신과 잡담할 시간이 없어!”프레드는 돌아서려 했다.프래드의 뒷모습을 보던 사람이 불쑥 입을 열었다. “공작 전하, 팔을 다치셨어요?”프레드는 걸음을 멈추고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팔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래, 며칠 전에 넘어졌어.”“나의 업무량이 많은 데다 다치기까지 하였으니 얼마나 힘들지 알겠지? 당신들까 번거로움을 더하려고 하지말고 넓은 아량으로 봐줘.”프레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넘어졌으면 부목을 칠 정도는 아닌데... 혹시 골절이라도 된 건가요? 어느 정도로 다쳤는지 저희가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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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분은 좀 낯이 익으신데 소독이 끝났으면 보호복을 벗고 이야기해지?”“죄송해요, 저희는 함부로 벗을 수 없어요. 하지만 공작 전하의 팔을 봐 드리는 것은 괜찮아요.”프레드의 팔을 잡으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프레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피했다.“의사가 이미 나에게 약을 발라줬고, 나도 우리나라 의사의 기술을 믿어. 비록 H 국 의술도 대단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어. 나는 여전히 내 나라를 더 믿어.”거절하는 프레드의 눈동자에는 적의가 가득했다.“네, 공작 전하의 선택을 존중해요.”“소독을 모두 마쳤으니, 일단... 돌아갈게요!”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지만 그 사람은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프레드를 노려보는 그 사람의 두 발이 마치 못을 박은 듯했다.옆에 있는 사람이 손을 뻗어 그를 잡아당겨 억지로 끌고 갔다.뒷모습을 보며 프레드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승합차로 돌아와 보호복과 마스크를 벗은 뒤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난 임성언은 화를 냈다.“방금 왜 나를 끌어냈어요! 우리는 분명히 아직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이러면 헛수고에요!”아무런 수확도 없자 임상언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나오지 않고서 뭘 하겠어요? 모든 방에 다 들어가 봤지만 수확이 있었나요?”김서진은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아직 사람을 못 찾았어요. 분명히 숨겨진 곳이 있고 또 우리가 빠뜨린 것이 있을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그냥 떠날 수 있어요?”임상언은 화가 났다.“임상언 씨!”김서진은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다.“나오기 전에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요?”이 말을 들은 임상언은 풀이 죽었다.나오기 전에 그는 김서진의 지휘에 따르고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원래는 이번 일에서 뭔가 수확이 있을 줄 알았다. 모든 증거가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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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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