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치마 자체의 질이 비교적 떨어지는 데다가 방금 몇 걸음 뛰어서 치마가 전체적으로 아래로 내려와 속옷 가장자리가 드러날 지경이었다.얼굴이 갑자기 뜨거워져서 그렇게 많은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핸드백을 들고 가슴을 가린 채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한소은은 연회장을 한 바퀴 돌며 대충 인사를 하고, 조현아는 또 그녀에게 잘 아는 사람 몇 명을 소개해 주고서야 겨우 멈추었다.하지만 이것만 해도 그녀는 매우 피곤했다. 품평회가 정식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한계에 달했고, 과연 이 세상에서 제품을 연구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사교적인 접대라고 할 수 있었다.한소은은 구석을 찾아 조용히 있다가, 손에 작은 쟁반을 들고서 각종 과자를 담은 뒤 본격적인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고, 대가의 신제품을 감상한 뒤 마무리를 하고 돌아가면 됐다. 조현아는 이런 장소에 처음 온 것이 아니기에, 서로 아는 동료들에게 여유롭게 대응했고, 고개를 돌려도 이미 한소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구석에서 그녀를 찾았는데, 그녀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소은 씨를 여기 데리고 온 건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죠.”그녀를 흘겨보며 조현아는 이렇게 말을 했지만, 웨이터의 쟁반에서 과일주스 한 잔을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먹기만 하지 말고 음료도 좀 마셔요, 목마르지 않나요.”"여기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안 먹으면 너무 아깝잖아요.”한소은은 과일주스를 받아 한 모금 마신 뒤 웃어 보였다.“팀장님도 드셔 보세요.”"전 소은 씨처럼 식탐이 있지 않아서요!”조현아는 이미 한소은이 마음에 들은 건지, 어떻게 보면 그녀와 마음이 맞는 것 같았고, 그녀는 실력이 있었지만 거만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훌륭한 조향사를 그녀는 놓칠 뻔했다. "방금 그 강시유 씨는 예전 시원 웨이브에서 당신과 소송을 했던 그 강시유가 맞죠?” 조현아는 그녀의 옆에 앉으며 물었고,
조현아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한소은을 진지하게 한 번 자세히 훑어본 후, 말을 꺼냈다."난 정말 당신이 어디에서 화가 났는지 알아차릴 수 없는걸요.” 그러자 한소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굳이 화가 났다고 얼굴에 티를 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회사를 대표해서 이렇게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는데, 제가 왜 한 사람을 위해 감정을 얼굴에 담아야 하죠? 그건 미친 짓이죠!”"하하……”그녀의 농담에 조현아도 웃음을 터뜨렸다. "화가 나면 화가 나지만, 화만 내면 소용없어요. 옛말에 군자가 원수를 갚는 데에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10년은 못 기다리겠어요. 그래도 1년 반쯤은 기다릴 수 있어요, 누가 마지막에 웃는지 한 번 보자고요!”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자 조현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질문이 하나 있는데……”조현아는 머뭇거렸고, 이내 입을 열기가 어려운 듯 말을 꺼내지 못했다. "?" 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괜찮아요,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지금도 그녀는 조현아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는 항상 알고 있었다, 처음에 조현아가 그녀에 대한 각종 괴롭힘은 단지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며, 표절자와 배신자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라는 걸 말이다. 조현아라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매우 올바르고 문제가 없었으며, 그녀의 이런 숨김없는 모습은 웃음 속에 칼을 숨기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는데도 조현아는 입을 열지 않고 손을 들어 코를 비볐고, 이때 갑자기 연회장의 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세요!"마이크로 소리가 전해졌고, 영어로 다시 한번 반복됐다. 품평회가 시작되려 하자 조현아는 더 이상 이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고 한소은과 함께 정신을 차리고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오늘 밤 품평회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이렇게 생각을 하자 그녀는 더 이상 로젠을 찾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고, 설사 찾았다 하더라도, 그는 자신을 신경을 쓰지도 않을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전에 호텔에서 한 그의 말을 생각하니 그녀의 가슴이 마구 뛰었다.아니, 로젠은 그녀의 몸을 탐했을 뿐이지 전혀 진심이 아니었다, 그녀가 지켜야 하고 서둘러야 할 사람은 오직 노형원 뿐이었다! 무대에 전시된 신제품은 전문 진행자가 창작자와 창작자의 당시 영감과 창의성을 소개하고, 각각의 노트에서는 어떤 향이 나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지,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생각과 느낌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각 제품마다 몇 명씩 불러서 냄새를 맡아보며 뿌려보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강시유는 올라가기 싫었다, 그녀가 나서기 싫어서가 아니라, 재주를 마음껏 뽐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전문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이 틀리면 쉽게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게 말하는 것이 좋았다. 사람들 틈에 숨으려고 애쓸 쓰던 와중에, 그녀는 한소은을 발견했다. 한소은은 사회자에게 불렸고, 심지어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했지만 그녀가 감정을 한 작품은 프랑스에서 유명한 크롬버 조향사의 작품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크롬버의 작품은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보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없던 작품이었다. 거장 급의 작품을 어느 누가 품평을 통해 자신의 조향 수준을 높이고 싶지 않겠는가?하지만 말이 틀리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거장의 호감을 살 수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교묘하게 일을 망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한소은이 불려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는 이제 망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매우 낯설었고, 전에 본 적도 없고 이름도 잘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마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인 것 같았다.그녀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이 여자는 신생의 직원이라고
손에 땀을 쥐었던 진행자가 한숨을 돌리자, 사람들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한소은 씨 정말 유머러스하십니다! 물론 선배로서 항상 우리 후배들이 배우는 대상이지만 누구나 그 진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소은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이 말에는 약간 도발적인 뜻이 담겨 있었다. 도발이 아닐 수도 있고, 때로는 화제와 열기를 불러일으키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데 그칠 수도 있다.앞의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흥이 나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이 질문은 간단해 보이지만 너무 거드름을 피우면 너무 거만하고 겸손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물쭈물하다가는 저력이 부족하고 자신감이나 실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한소은은 사회자를 보며 웃었다."깨달음에 대해서는 감히 말할 수가 없네요. 우리는 조향사로서 모든 조향사가 새로운 영감을 가지고 조향을 할 때 자신만의 독특한 깨달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작 자체를 하면서도 새로운 생각과 느낌이 들기도 해요. 사람의 차별성은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죠.” "그렇기에 대사님의 창의성을 깨달았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고, 이 신제품을 시도할 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느낀 점이 무엇인지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녀는 그곳에 서서 털끝만큼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고, 그녀의 웃음은 자신감이 넘쳤으며 눈에는 신뢰를 주는 힘이 담겨 있었으며 그녀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시선은 그녀에게 끌렸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발언에 동의를 표했다. 연회장 2층에 있는 룸은 연회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 있었고, 남자는 그곳에 앉아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품평회는 여러 명의 새로운 조향사가 등장하여 훨씬 더 뜨거워졌다.이곳은 경험을 배우기에 좋은 장소이며 서로 교류하고 심지어 인재를 발굴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강시유의 눈빛은
"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사회자가 열정적으로 물었다.“......”"아가씨?"그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습을 본 사회자는 또 한 번 그녀를 불렀다."……”문득 정신을 차린 강시유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저는……”입을 열자 그녀의 목은 잠겨 있었고, 얼른 목청을 가다듬고 나서 그녀는 마이크를 꽉 쥐었지만 머릿속이 하얘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을 받고 칭찬과 박수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당황해 손발이 시리고 몸이 가늘게 떨렸다.만약 잘못 말하면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게다가 한소은 앞에서 창피를 당하다니, 이건……그녀는 원하지 않았다! "아가씨께서 조금 긴장을 하셨나 봅니다. 괜찮으니 피곤하면 잠시 쉬어도 됩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원만하게 수습하려던 사회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시유는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제가 순간 멍을 때려서요.” 그녀는 가능한 한 자신의 미소를 자연스럽게 보이게 했다. “저는 강 씨이고요, 소성에 있는 시원 웨이브라는 회사에서 왔고, 조향사입니다.” 그녀가 이전에 아무리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해도 이 순간만큼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자 MC는 황급히 말을 이어갔다. "강 아가씨셨군요,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르 가지셨습니다. 방금 전 그……한소은 씨도 소성에서 온 걸로 알고 있는데, 소성에는 조향사뿐만 아니라 미녀도 많나 보군요!”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들은 강시유를 쳐다보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한소은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강시유는 자연스럽게 한소은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저와 한소은 씨는 동창이기도 합니다.” "아, 그랬군요!"인사말이 끝나자마자 MC는 곧바로 화제를 돌려 본론으로 들어갔다."방금 전 한소은 씨가 아주 멋지게 해내셨으니 강 아가씨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믿습니다!”"다음으로 품평할 이 향수는 신인 고급 조향사가 만든 것입니다. 비록 이 조향사는 어리지만 이미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자 그녀는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시유는 자신을 강요하면서 절차를 기억하려고 했으며 계속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할 수 있다. 그냥 품평일 뿐이고 몇 마디만 하는 거잖아. 대략적으로 성분 레시피에 대해 분석하는 거잖아. 틀리게 말하면 또 어때서, 그들이 자신을 잡아먹기라도 하겠는가?그래도 긴장을 통제하지 못하고 시험지를 가지러 가는 손마저 약간 떨었다.일련의 절차가 마친 후 코끝에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으며 그녀는 애써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먼저 성분을 분석하고 대충 얘기하는 게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았다."강시유 님?"이번에는 사회자가 입을 열자 그녀는 곧장 대답했다. "이 향수는 개인적으로 더 좋아합니다. 평소에 저는 단아한 향을 선호하는데, 이 향은 딱 마음에 듭니다. 디자이너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마치 옛날 시인 도연명처럼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는 초연한 심경의 은자가 아닐까 생각듭니다.""참, 그리고 이 향수에 국화꽃의 그윽한 향기가 나는데, 제 생각에는 말린 국화꽃에서 추출한 오일 성분이 아닐까요?" 그녀는 앞부분에서 진짜인 듯 생동감 있게 말했지만 뒷부분에서는 분명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으며 무언가를 떠보는 것 같았다.그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함부로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어쨌든 이 고비만 넘으면 된다."이거…" 사회자가 머뭇거리면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설마 틀렸는가?"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강시유님의 설명을 들으니 아주 아름답네요! 여기서 차라리 이 향수의 디자이너님을 모셔서 직접 설명을 들어보도록 하고 또 이참에 강시유님의 설명이 정확히 몇 점인지도 확인해 볼까요?"원래 마음이 조금 풀렸었는데 그의 한마디에 또다시 긴장되고 불안해졌다.단지 자신이 일부분을 맞추거나, 상대방을 아첨하는 부분이 그녀의 사정을
로젠은 그녀의 손을 위로 올리고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와..."무대 아래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고, 무대 위에서는 강시유가 반사적으로 손을 움츠렸다.다른 사람들은 로젠이 그녀의 손등에 키스한 것만 보였겠지만 그가 혀를 내밀고 그녀의 손등을 핥았다는 것은 그녀 자신만이 느낄 수 있었다.아주 빠른 속도로 딱 한 번, 그리고 바로 거두고 그녀의 손을 놓았으며 너무 빨라서 아무도 반응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의 키스는 마치 고양이의 혀에 있는 작은 가시처럼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고 간지럽히면서 심란하게 만들었다.강시유는 볼이 빨개졌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웃었다. 마치 칭찬을 받고 수줍어하는 것처럼 보였다.한소은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하게 강시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거리가 좀 있어서 그녀는 로젠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시유의 그 표정, 그 모습은 절대 칭찬받아서 수줍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처럼 남의 공로를 가로채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은 칭찬만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어찌 얼굴이 빨개질 수 있겠는가.재미있네!사회자는 "로젠 님과 강시유 님이 정말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저희들도 매우 뿌듯합니다! 이번 품평회의 목적은 해외에만 훌륭한 조향사가 많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조향사라는 업종이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신속하게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훌륭한 인재들을 창출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도 모두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가시죠." 조현아를 팔꿈치로 부딪히면서 한소은이 말했다."저 강시유 님과 로젠 님이 좀 수상하지 않아요?" 조현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을 살펴보고 물었다.한소은은 무의식적으로 무대 위를 쳐다보았지만, 그 두 사람은 여전히 떨어져 서 있었고 눈빛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오늘은 강시유에게 있어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하루였다.그녀는 하마터면 자신이 지옥에 빠져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로젠이 그녀를 구해줬다.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그녀는 만감이 교차하여 말로 설명할 수 없어서 로젠이 가는 길 내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도 빠져나오지 않았다.침묵, 고요한 침묵.차 안에 은근히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으며 떨리고, 설레고,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호텔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강시유는 그에게 손을 잡힌 채 끌려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으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를 자신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제압했다."로젠 씨…" 그녀는 놀라서 소리쳤다.“시유 씨, 오늘 내가 도와줬으니 제대로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 뒤를 눌렀다."저..."강시유가 입을 열고 망설이고 있을 때 그에게 세게 키스를 당했다.강시유는 거절은커녕 숨을 쉴 틈도 없었다. 비록 두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저항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땡!“”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문이 천천히 열리며 강시유의 방이 있는 층에 먼저 도착했다.로젠은 이때 멈추었으며 한쪽 손을 놓아 공간을 내주고 그녀가 바깥 복도를 볼 수 있도록 옆으로 돌아섰다.강시유는 별생각도 안하고 갑자기 뛰쳐나갔다.하지만 그녀가 엘리베이터 밖에 발을 붙이자마자 로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시유, 난 단점이 많은 사람이야. 가장 큰 단점은 인내심이 없다는 거. 나는 당신에게 기회를 줄 수는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고 다시 이렇게 많은 기회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오늘 밤, 마지막이야. 알아?”"……" 강시유는 대답할 용기도 없어 뒤에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과연, 그는 이미 올라갔다.그러나 그녀는 결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못한 채, 입술에 남아있는 뜨거운 열기는 그녀에게 방금 발생한 미친 행동들을 상기시켰으며 더 중요한 것은 로젠이 한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