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시유에게 있어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하루였다.그녀는 하마터면 자신이 지옥에 빠져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로젠이 그녀를 구해줬다.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그녀는 만감이 교차하여 말로 설명할 수 없어서 로젠이 가는 길 내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도 빠져나오지 않았다.침묵, 고요한 침묵.차 안에 은근히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으며 떨리고, 설레고,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호텔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강시유는 그에게 손을 잡힌 채 끌려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으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를 자신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제압했다."로젠 씨…" 그녀는 놀라서 소리쳤다.“시유 씨, 오늘 내가 도와줬으니 제대로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 뒤를 눌렀다."저..."강시유가 입을 열고 망설이고 있을 때 그에게 세게 키스를 당했다.강시유는 거절은커녕 숨을 쉴 틈도 없었다. 비록 두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저항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땡!“”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문이 천천히 열리며 강시유의 방이 있는 층에 먼저 도착했다.로젠은 이때 멈추었으며 한쪽 손을 놓아 공간을 내주고 그녀가 바깥 복도를 볼 수 있도록 옆으로 돌아섰다.강시유는 별생각도 안하고 갑자기 뛰쳐나갔다.하지만 그녀가 엘리베이터 밖에 발을 붙이자마자 로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시유, 난 단점이 많은 사람이야. 가장 큰 단점은 인내심이 없다는 거. 나는 당신에게 기회를 줄 수는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고 다시 이렇게 많은 기회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오늘 밤, 마지막이야. 알아?”"……" 강시유는 대답할 용기도 없어 뒤에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과연, 그는 이미 올라갔다.그러나 그녀는 결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못한 채, 입술에 남아있는 뜨거운 열기는 그녀에게 방금 발생한 미친 행동들을 상기시켰으며 더 중요한 것은 로젠이 한
한소은은 소리 없이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통화하는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걱정 마세요!"그녀가 전화를 끊자 한소은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어디로 가요?""아, 회사에서 향신료를 구입했는데 나보고 한번 봐 달라고 하네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 그녀는 바로 말했다.하지만 조현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위의 지시대로 꼭 나 혼자만 오라고 해요. 당신을 데려오지 말라고 했어요."아마 그녀가 오해할까 봐 황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당신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단지 가끔 회사 위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 문제예요. 아시다시피 항상 을이 이상한 규칙이 많다는걸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쨌든 회사 차가 데려다주고 기사님도 계시니. 내가 거기 가서 대충 보고 사인만 하고 돌아올게요.”"알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바보 같은 소은 씨! 이게 무슨 걱정할 일이라고 그래요!" 조현아는 웃으며 그녀의 이마를 툭 쳤다. "처음 출장을 온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고요. 이번에 나온 건, 내가 소은 씨를 데리고 나온 거지, 소은 씨가 날 데리고 나온 거 아니에요! 왜 언니 노릇하면서 나를 보호해 주려고요?""그럼… 좋아요. 휴대폰 배터리가 남아 있죠? 언제든지 연락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저한테 전화하세요. 저쪽에 가서도 상황 살피고요. 별 사람 다 있어요!" 한소은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신당부했다."그만해요. 우리 꼬마 집사님!" 조현아는 그녀에게 방 열쇠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럼 먼저 들어가 쉬어요. 오늘 많이 피곤했을 텐데 내일 또 소재 수집하러 가야 해요.""네!"방 키를 받고 호텔 앞에 도착하자 한소은은 혼자 차에서 내렸다.차가 멀리 간 것을 보면서, 그녀는 조현아가 이런 방면에서 결국 자신보다 경험이 많으니까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고, 또 회사에서 오라고 한 것이니 더더욱 문제가 없을 거
그의 품에 안기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한소은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언제 도착했어요?"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 "맞혀봐요."헐, 수수께끼를 하자고!한소은은 곁눈질하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우리가 출발하는 날, 당신도 출발한 거죠? 그냥 시간이달랐고, 우리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죠?"김서진은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들고 두 번 진하게 키스했다. "정말 똑똑한 여자네요!""그때 전화했는데 계속 꺼져 있었거든요. 회의 중에도 끄지 않잖아요. 그때 비행기에 있었나 봐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쯤이었을 거예요.다만 그녀는 당시에 그가 올 줄 몰라서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당신이 이렇게 똑똑한데 내가 어떻게 상을 주면 좋을까요?" 그는 미소를 머금고 잠시도 그녀를놓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그녀를 안고 소파에 앉혀 완전히 자기 몸에 기대게 했더니, 그녀가 품에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한소은은 자신이 굴러떨어질까 봐 두 팔을 벌리고 그의 목을 감싸고 계속 마음속에 있던 질문을 퍼부었다. "그러니까 퍼스트 클래스와 롤스로이스도 당신이 준비한 건가요?“”"당연하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도 부인하지 않았다."혹시 현아 언니가 방금 전화받고 고객을 만난다는 것도 당신이 준비한 일이에요?"그녀는 음성을 높이면서 약간의 의혹을 가지고 물었다."그럼!""이런 식으로 갑질할 거예요?" 그녀는 작은 주먹으로 그를 밀쳤다. "이 늦은 밤에, 여자 혼자서 무슨 고객을 만나라고 해요. 혹시 위험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그가 이렇게 순조롭게 여기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것, 또 마침 조현아가 없었던 것도 모두 그가 준비했다는 것이 아주 뻔했다.하지만 그들 사이의 작은 애정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다."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신경 많이 쓰네요." 왠지 말투 속에 질투가 난거 같았다."그녀는 내 동료이자 친구예요. 친구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한소은은 잠시 생각했다가 말
"질투하는데 상대가 중요한가요?"그는 되물었다.좋아요! 질투하고 억지를 부리는 남자와는 설명할 것도 없고 소통할 것도 없다."좋아요. 김 대표님께서 질투하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받쳐 들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죠.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녀의 안전을 확인해 볼게요. 그럼 당신은 적어도 좀 더 있을 수 있잖아요! 착해라!"그녀는 재빨리 그의 입술에 살짝 키스하고 조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김서진:"…."그녀가 이렇게 도리에 맞는 얘기하고 또 그에게 달콤한 키스까지 해주었는데 그는 거절하기조차 어려웠다."조 팀장님, 잘 찾아가셨어요? 그쪽 상황은 어때요?" 한소은이 떠보면서 물었다. 사실 그쪽 고객이 진짜 고객인지, 아니면 김서진이 보낸 가짜 고객인지 확실치 않았지만 적어도 친구의 안전을 확인하는 건 틀림없다."아직 얼마나 걸려요? 그럼 일찍 들어오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요.”마지막 말을 할 때 김서진은 그녀의 허리를 한번 가볍게 꼬집었다.그를 한 번 쳐다본 후, 그녀는 급히 전화에 대고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방금 실수로 발을 부딪혔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걱정 마세요. 팀장님 조심해요. 끊을게요. 잘 들어가세요!"“말썽쟁이.”"난 한 마디도 안 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말썽이라니요?"그는 억울한 표정이었다."당신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손은 가만히 있지 않았거든요." 한소은은 말하면서 그의 흉내를 내며 손을 내밀고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반사적으로 피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쳐다보더니 인간이 맞아? 조건반사도 없는 건가?"거봐요. 난 발이 닿지도 않았는데… 당신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에요."한소은:"!!!"그는 그녀가 하는 말을 따라 했다! 너무 얄미웠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그의 품에서 벗어나
짙은 애정과 달콤한 사랑. 하필 이때 한소은의 휴대폰이 울렸다.얼떨결에 휴대전화를 더듬어 들고 얼버무리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한소은, 나 도착했어요. 지금 아래에서 야식 사고 있는데 뭐 좀 먹을래요?"조현아의 목소리였다.한소은은 순간 정신을 차리고 김서진을 밀치고 일어나 앉았다. "아니요. 괜찮아요. 배가 고프지 않아요.""오. 벌써 잔 거예요? 곧 도착해요.""네. 알았어요." 그녀는 전화를 끊자 정신이 번쩍 들더니 얼른 일어나 김서진을 밀치며 재촉했다. "빨리, 빨리, 현아 언니가 왔어요! 빨리 가요! 언니에게 들키지 말아요.”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옷을 정리하고, 또 그의 외투를 집어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제야 그가 거기에 앉아 꼼짝도 안 하고 얼굴이 냄비 바닥처럼 시커멓게 된 것을 보았다.아..."됐어요. 오늘 당신에게 미안한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지금 관계를 공개할 때가 아닌거 알잖아요. 게다가 현아 언니가 당신을 알아요!"그녀가 부드럽게 그를 달랬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그녀가 나의 빅보스인데요.김서진은 콧구멍에서 콧방귀를 뀌었다. "말을 듣자 하니 참 누가 나를 모르는 것처럼 말하네요."한소은:"…."아이고, 츤데레가 됐네요!"맞아요. 맞아요. 전 세계에서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죠. 당신이 빅보스이고 막강한 힘을 가진 우리 김 대표님. 하지만 지금은 좀 피해주시면 안 될까요? 조금만 참아요!”그녀는 달래면서도 조금 초조했다.조현아가 도착했다고 했으니 아마 아래층 근처에서 야식을 사는 것 같은데, 하필이면 안 먹겠다고 해서 아마 더 빨리 올라올 거 같았다.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아무거나 몇 가지 시켰으면 적어도 시간을 좀 끌 수 있었는데.그녀는 재촉하고 싶지만 또 그를 화나게 할까 봐 너무 지나치지도 못했다.김서진은 기가 막힌 듯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노려보며 일어서서 외투를 팔에 걸치자 그녀에게 끌려 문 앞까지 갔다. "먼저 가요. 우리 다시 연락해요! 참, 당신도 이 호텔 방을 잡았죠.
한소은은 심장이 거의 멈출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마주칠 뻔해서 웃음이 다소 어색했다. "네, 맞아요!"그녀의 굳은 미소를 보고 조현아는 그녀 앞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상한데!""이상하긴요. 팀장님이 곧 도착한다고 해서 어차피 일어나서 문 열어야 하니까 차라리 도착했는지 안 했는지 살펴보고 있었어요. 봐요. 제가 시간을 얼마나 잘 맞췄어요!"그녀는 자신이 약간 당황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왁자지껄하게 계속 떠들어 댔다.이참에 조현아 들고 있던 야식을 받아 들고는 돌아서 방으로 향했다. "뭐 맛있는 걸 사 왔어요.""네 거는 없어요!" 조현아가 말했다."치사하게 그러지 말아요!"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열어보니 국물도 있고 떡도 있고 밥도 있고 냄새도 좋은데 모르는 음식들이 많았다.그런데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혼자 다 먹겠어요. 분명히 말은 매몰차게 해도 마음은 부드러운 사람이다."당신이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후회하면 안 돼요!" 조현아는 말하면서 그녀의 손에 있는 젓가락을 뺏으러 갔지만 그녀가 재빨리 피했고, 맛을 보면서도 그녀를 싫어한 척했다. "손 씻었어요? 빨리 손 씻으러 가요.""내 거 훔쳐먹으면 안 돼요!" 조현아는 손을 씻으러 가기 전에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한소은은 의자를 배치하고 안에 있는 음식들을 하나하나씩 꺼내 뚜껑을 열었다.조현아도 손을 씻고 와서 말했다. “품평회에서 난 별로 먹지도 않았거든요. 이런 와인 파티는 사실 제일 재미없어요.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어요. 이런 길거리 음식보다 못해요.”"네, 뭘 사신 거예요? 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나도 잘 모르겠어요. 현지 특색 있는 작은 음식들, 사장님이 추천하신 거예요. 아니, 안 먹는다면서요."그녀는 한소은의 젓가락을 치면서 싫다는 듯이 말했다."아이고, 이런 호의를 거절하기 어렵잖아요. 이렇게 열정적이신데 제가 좀 체면을 치켜세워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소은은 빙그레 웃으며 친절하게 그녀에게 음식을
"그래요…?"조현아는 말음을 길게 끌면서 의심이 가득해서 물었다.한소은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손을 뻗어 그녀를 밀었다. "자신 있게, 그 '요'를 빼세요! 바로 그거예요.”"아이고, 전에는 왜 이렇게 가십거리를 좋아하는지 몰랐죠. 역시 그 시크하고 욱하는 당신이 좋아요. 빨리 샤워하세요. 당신이 씻고 나면 저도 씻어야 해요!""이게 바로 뭔가 찔리는 게 있다는 건데!" 조현아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됐어요. 어린애처럼 뭘 따져요!"그제야 돌아서서 샤워하러 갔다.한소은:"…."그녀는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김서진이 이쪽에 있는 동안, 그녀는 좀 더 조심해서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그가 생각나서 그녀는 급히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휴대폰을 꺼내자 과연 그가 보낸 메시지 한 통이 들어와 있었다: 1808이것은 방 번호가 분명했다.참지 못해 씩 웃으며 그녀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테이블 위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다 치우고 자신이 필요한 옷들을 정리해서 꺼내놓자 조현아가 문을 열고 젖은 머리를 비비며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난 다 씻었어요. 소은 씨 들어가 씻어요.”"네." 그녀는 대답하고 화장실 문 앞까지 가서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오늘 많이 피곤할 텐데 저를 기다릴 필요 없어요. 먼저 주무세요.""누가 당신을 기다린대요. 당신이 내 침대를 따뜻하게 해줄 필요도 없는데!" 조현아는 큰 수건으로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한소은:"…."——12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강시유는 아직 잠들지 못했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눈을 크게 뜨고 머릿속엔 온통 로젠의 말들이었다.오늘 밤, 오늘 밤이 지나면….오늘 밤은 왜 이렇게 견디기 힘들지. 차라리 날이 밝아졌다면 선택할 필요도 없을 텐데 얼마나 좋을까!그런데 하필이면 밤이 길기만 하고, 만약 그녀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출세할 날이 있을까?어떻게 해도 잠이 안 와서 아예 베개 옆에 있는 휴대폰을 들었더니 화면이
”왜 잠이 안 와요?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아이가 당신을 괴롭혔나요?" 노형원은 즉시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네, 괜찮아요. 그런데도 잠이 안 와요. 아마… 보고 싶어서 그런가 봐요.” 그녀는 부드럽게 애교를 부리며 자신을 구원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형원 씨, 여기 와서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알았어요. 이쪽 일이 끝나면 바로 가서 옆에 있어 줄게요." 노형원은 항상 이런 식으로 말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대답해서 너무 성의가 없어 보였고 전혀 진심이 없는 가식적이었다.강시유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언제 다 끝나는데요? 당신이 끝날 때면 이쪽도 다 끝나요! 당신은 당장이라도 올 수 없어요? 내일, 지금! 비행기표 예약하는 데 오래 걸리나요? 두 시간밖에 안 되는데 내 옆에 같이 있어 줄 수 없어요?”“시유 씨, 이러지 말아요! 당신이 여기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제 모든 게 정상 궤도에 들어섰으니 우리도 곧 재기할 수 있어요. 공장 주문이 그렇게 많은데 아직도 밑천을 까먹고 있어요. 신제품이 따라주지 않으면 전혀 안 돼요. 참, 그쪽에서 어떤 인재를 물색했어요?" 노형원 머릿속에는 온통 사업이고 이윤이었다. 이 얘기만 하면 인재 모집에 관심을 갖게 된다."아니요!"그녀는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은 인재밖에 몰라요. 내가 이렇게 됐는데 무슨 여력이 있어서 당신을 돕는다고 인재를 찾아요. 인재를 찾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아요?"노형원은 참으면서 말했다. "찾기 어렵겠지만, 찾기 어려우니까 인재잖아요! 우리가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훌륭한 조향사에요. 만약 이 부분에서 따라가지 못하면, 뒤를 이어갈 힘이 없어지는 거예요!""노형원! 당신은 인재 말고, 장사 말고, 마음속에 또 뭐가 있어요? 당신은 내가 여기서 괴롭힘을 당하든 말든 관심 없어요. 한소은도 온 거 알면서 나한테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요? 내가 오늘 품평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마나 난처했는지 알아요!"모든 억울함이 이 순간에 폭발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